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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9화

서혜민의 호흡이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부현승의 매서운 시선을 가까스로 피하며 말했다.

“… 다른 조건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부현승이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

“안돼.”

서혜민이 입을 열려던 순간, 부현승이 먼저 말을 꺼냈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해. 더 이상 은밀하게 여론을 조작하려 들지는 마.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명예훼손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안미진 의사, 기억하지?”

그 말에 서혜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안미진은 서혜민에게서 돈을 받고 서수현의 아이를 서혜민의 아이로 둔갑시켜준 산부인과 의사였다.

만약 서수현이 이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서혜민은 유괴 혐의로 형사 기소될 가능성이 컸다. 이는 명예훼손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였다.

“3일 줄게. 생각 잘 해봐.”

부현승은 서혜민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차 시동을 걸어 빠른 속도로 지하 주차장을 벗어났다.

서혜민은 점점 멀어지는 자동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동안 텅 빈 두 눈으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뒤에서 짧은 경적이 들리자 서혜민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왜지?

왜 항상 서수현은 그녀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걸까?

왜 모두가 서수현의 편에 서는 거냐는 말이다!

서혜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공개 사과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혜민에게 쏟아졌던 모든 칭찬과 부러움들은 순식간에 날카로운 화살로 변해 그녀를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녀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줄 사람들은 바로 그녀의 부모일 것이다.

펜트하우스에서 살다가 바닥으로 추락할 것인가, 아니면 감옥에 들어 것인가?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서혜민은 망설임 없이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서혜민은 몸을 천천히 돌려 굳어버린 무릎을 움직이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전화벨이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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