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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변호사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말했다.

“아무 증거도 없고, 시간도 이렇게 많이 지나서 사건을 접수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해 보입니다.”

“언니가 직접 경찰에 신고해도 어려운 건가요?”

변호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증거가 없어서 어려울 겁니다.”

변호사 사무실을 나오는 서혜민의 정신은 어딘가 혼미해져 있었다.

두 시간의 상담을 통해 서혜민이 얻은 정보는 하나뿐이었다. 현재 상황이 자신에게 굉장히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고, 뒤집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네티즌들이 그녀를 대신해 억울해하는 중인 ‘수유 기간 이혼’ 문제도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부현승은 대중적인 인물도 아니었던 탓에 이 이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묻힐 것이다.

지금 서혜민에게는 단 하나의 선택지만 남아있었다. 바로 부현승과 화해하는 것이었다. 서혜민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자신이 했던 발언을 정정하고 부현승도 소송을 취하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혜민은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서수현은 모든 면에서 서혜민보다 뛰어났고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는 항상 서수현만 주목받아왔었다. 서혜민은 그 오랜 시간 동안 서수현의 들러리로만 살아왔다.

서혜민이 부현승과 사귀면서 그제야 사람들의 시선이 비로소 그녀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한 번은 서혜민이 자신이 살던 시골 마을로 돌아갔을 때, 1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가 자신의 엄마와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나 학교 가기 싫어! 중졸이면 어때? 서혜민도 중졸이잖아. 지금 얼마나 잘 됐는지 한 번 봐! 부잣집 남편 만나서 명품만 걸치고 동생들까지 다 먹여 살리고 있잖아. 근데 대학교까지 간 서수현은? 지금 서혜민 밑에서 일하고 있잖아! 난 나중에 서혜민 남편보다 더 잘난 남편 만날 거야!”

그 말을 들은 서혜민은 내심 기뻤다. 이제 자신은 더 이상 서수현의 들러리가 아니었다. 자신 역시 다른 사람들이 흔히 부러워하는 “친구 집 딸”이었다.

부현승의 존재가 너무 빛나는 탓에 한순간에 서수현의 희미하기 그지없는 빛을 가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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