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초 정도 침묵을 유지하던 부현승이 입을 열었다.“딱히 그럴 생각은 없는데.”그 말에 서혜민의 마음이 순간적으로 조여왔다. 부현승이 정말 소송 철회를 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당신이 원 하는 게 뭐든, 할 수 있는 건 다 할게.”“서혜민, 당신이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 사촌 언니인 서수현이지. 그날 밤, 서수현이 위험에 처했을 때 당신은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잖아. 게다가 서수현을 속여 아이까지 빼앗아 갔지. 그리고 지금은 또 언론에다가 일부러 서수현을 헐뜯기까지 하면서 직접적인 피해까지 주고 있잖아. 서수현이 당신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런 짓들을 하는 거야?”서혜민은 그 말에 애써 변명하려 입을 열었다.“나... 나는 그냥 너무 무서웠어. 내가 당신을 이길 수 없을까 봐. 나도 나름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기방어를 했던 건데, 그런 것도 다 비난받아야 한다는 거야?”“경찰에 신고해도 됐었고, 사람들을 부를 수도 있었어. 그 건물에는 분명 손님들로 가득했고 보안요원도 있었지. 방법은 많고도 많았어. 하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뭐가 진실인지는 당신이 더 잘 알겠지. 게다가 날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날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했잖아.”그때부터 부현승은 깊게 생각하지만 않았을 뿐, 이미 서혜민이라는 사람을 다 꿰뚫어 보았다.“대체 원하는 게 뭐야?”서혜민은 점점 더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서수현과 비교당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내가 어떻게 하면 소송을 취하해줄 수 있는 건데?”“실망하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난 처음부터 당신이랑 협상할 생각이 없었어. 소송 취하해줄 생각은 더더욱 없고.”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듯한 서혜민의 모습에 부현승은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에 서혜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꺼져버린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부현승에게 처음부터 협상할 생각이 없었다고?정말 서혜민을 감옥으로 보낼 생각인 건가?둘이 몇 달이라는 시간을 함께 살았는
서혜민의 호흡이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부현승의 매서운 시선을 가까스로 피하며 말했다.“… 다른 조건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부현승이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안돼.”서혜민이 입을 열려던 순간, 부현승이 먼저 말을 꺼냈다.“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해. 더 이상 은밀하게 여론을 조작하려 들지는 마.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명예훼손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안미진 의사, 기억하지?”그 말에 서혜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안미진은 서혜민에게서 돈을 받고 서수현의 아이를 서혜민의 아이로 둔갑시켜준 산부인과 의사였다.만약 서수현이 이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서혜민은 유괴 혐의로 형사 기소될 가능성이 컸다. 이는 명예훼손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였다.“3일 줄게. 생각 잘 해봐.”부현승은 서혜민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차 시동을 걸어 빠른 속도로 지하 주차장을 벗어났다.서혜민은 점점 멀어지는 자동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동안 텅 빈 두 눈으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뒤에서 짧은 경적이 들리자 서혜민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자리를 내어주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왜지?왜 항상 서수현은 그녀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걸까?왜 모두가 서수현의 편에 서는 거냐는 말이다!서혜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공개 사과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있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혜민에게 쏟아졌던 모든 칭찬과 부러움들은 순식간에 날카로운 화살로 변해 그녀를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녀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줄 사람들은 바로 그녀의 부모일 것이다.펜트하우스에서 살다가 바닥으로 추락할 것인가, 아니면 감옥에 들어 것인가?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서혜민은 망설임 없이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서혜민은 몸을 천천히 돌려 굳어버린 무릎을 움직이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 순간, 전화벨이 갑자기
“그러니까 네 말은, 부현승이 한 푼도 안 줄 거라는 말이냐? 그럼 절대 사과하면 안 된다! 혜민아, 네가 아직 어려서 뭘 잘 모르고 쉽게 속아 넘어가는 모양인데, 무슨 소송이니, 명예훼손이니 그런 거 다 헛소리야. 부현승도 그냥 겁만 주는 거지. 절대 속으면 안 된다.”서혜민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럼, 제가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당연히 계속 떠들어야지! 최대한 일을 더 크게 벌여야 해. 부현승이 돈을 안 주겠다고 하면 일을 더 크게 만들어. 부현승이 더 상대하기도 귀찮게 만들면 돼. 그때가 되면 너한테 돈을 줄 거다.”“얼마나 원하시는데요?”“적어도 10억은 받아야지…”그 액수를 들은 서혜민이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10억?욕심은 하나는 정말 대단하네!이게 서혜민의 부모였다. 서혜민이 일을 더 크게 만들수록 그녀의 형량만 무거워진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돈만 바라보았다.지난 몇 달 동안 부현승이 서혜민에게 줬던 돈 대부분도 다 가져가 놓고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부현승이 서혜민에게 넘긴 집까지 넘겨받길 원하고 있었다.서혜민이 부현승을 핑계로 대야만 두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겨우 체념하고 행동을 관뒀다.몇 걸음 가기도 전에 서석철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전화를 받은 서석철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이 계집애가, 전화는 왜 갑자기 끊어? 내 말 안 끝났잖아! 네 명의로 된 집이 하나 더 있는 것 아니었냐? 그거 빨리 나한테 넘겨라. 다시 부현승한테 넘어가기 전에.”서혜민이 단호하게 말했다.“늦었어요, 집도 이미 뺏겼거든요…”그 말에 서석철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시 가져갔다고? 이 쓸모없는 자식이! 집 한 채도 제대로 못 지키고 뭘 한 거야! 그 집 나한테 넘기라고 했을 때 안 넘기더니, 이젠 다 날려 먹었구나. 듣기론 그 집 몇십억은 한다던데, 그거 네가 다 어떻게 갚을 거냐?!”서혜민은 힘없이 휴대폰을 멀
서수현은 생각에 잠긴 듯 행동마저 느려졌다.사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그 일은 결국 직면하게 될 것이다.한참 동안 고민하던 서수현은 끝내 답장을 보냈다.[나중에요. 지금은 관심 갖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혹여나 부현승을 미행하고 있던 기자에게 사진이라도 찍히면 일은 더 커지게 된다.부현승은 칼답했다.[알겠어요.]서혜민은 다음 날 아침 부현승에게 연락했다.두 사람은 협의를 위해 BX 그룹의 법무팀에서 만나기로 했다.금액은 크지 않았고, 변호사는 이미 작성한 서류들을 서혜민에게 보여주며 그녀가 해야 할 의무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때마침 서혜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서명철이다.변호사는 화면에 뜬 ‘아빠’라는 단어를 언뜻 보고선 서혜민에게 말했다.“받으셔도 괜찮아요. 기다릴게요.”“아니요. 계속하시죠.”서혜민은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돌린 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알겠습니다.”협의서에 적힌 대부분의 조항들은 서혜민이 예상 범위 내에 있었다. 앞으로 그날 밤의 일에 대해 누구에게도 언급해서는 안 되며 어떤 형태로든 부현승과 서수현의 사생활을 공개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한 부준서의 양육권에 관한 내용도 있었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서혜민에게 선택을 맡기는 조항들도 보였다.영원히 강남을 떠난다면 집은 서혜민의 소유가 되고, 강남에 남는 순간 집은 압류된다.그렇다. 어젯밤 서혜민이 서명철에게 집이 압류되었다고 말한 건 거짓말이었다.서혜민은 부현승이 모든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할까봐 두려웠다. 만에 하나 서명철이 집을 빼앗아 간다면 서혜민이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난것이나 다름없기에 이게 최선의 선택이다.그러나 뜻밖에도 부현승은 재산 관련 얘기는 언급하지 않았고 협의서에도 그저 집에 관한 조항들뿐이었다.서혜민은 고개를 들어 반대편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부현승을 바라봤다.“집 말고 다른 돈은...”“너한테 없잖아.”부현승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차분하게 말했다.“집만 네 명의로 있어.” 서혜민은 수치심
부현승은 이미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답을 들은 서혜민은 협의서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고 그녀의 사과를 끝으로 모든 게 마무리되었다.BX 그룹의 법무팀을 나온 서혜민은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끝났네...’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있었는데 모두 서명철에게서 온 것이었다.서혜은 재빨리 전화를 걸어 일시적으로 그를 안정시켰다.“어떻게 된 거야. 왜 하루 종일 전화를 안 받아? 뭐했어?”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서명철의 호통이 들려왔다.“흥분하지 말고 진정해요. 소란 피우라면서요? 그래서 부현승 회사로 찾아왔어요.”그제야 서명철의 말투가 부드러워졌다.“그래? 어떻게 됐어?”“회사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했어요. 지금까지 취조실에 갇혀있어서 전화를 못 받은 거예요.”서혜민의 답에 서명철은 한숨을 내쉬었다.“바보야? 경찰이 오란다고 따라가는 사람이 어딨어. 그때는 옷을 확 벗어야지. 그럼 아무도 너한테 접근하지 못할걸?”어이가 없었던 서혜민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전화는 왜 하신 거예요?”“별일은 아니고. 네 엄마가 귀중품 보냈는지 물어보라고 해서 연락했어. 택배는 보냈지? 그 뭐냐... 송장번호 어떻게 돼?”“아직이요. 지금 바로 가서 보낼게요. 귀중품이라 택배 보내는 게 쉽지 않거든요. 영상 같은 것도 찍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려요.”“그래. 알겠다. 서둘러.”“네.”서혜민이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핸드폰 너머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혜민아, 엄마 아빠가 널 너무 다그친다고 탓하는 건 아니지? 우리도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부현승이 경찰에 신고하는 걸 보면 모르겠어? 걔는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빼앗으려고 한다니까? 그러니까 걱정 말고 우리한테 보내. 어차피 결국에는 다 너한테 돌려줄 거야.”서혜민은 아무런 감정 기복 없이 무덤덤하게 답했다.“그럼요. 당연히 알죠. 가족인데 다 저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잖아요.”“그래. 이제야 철이 들었구나.”전화를 끊은 서혜민은 평온한
영상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동창이 서수현에게 영상을 보냈다.[이거 봤어? 네 동생 맞지? 참... 기가 막히네.][뭔데?][일단 봐봐.]서수현은 의아해하며 영상을 확인했다.영상에는 서혜민의 독백이 담겨있었다.“저희는 나이 차이가 없어서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하지만 처한 환경이 매우 달랐고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나이에는 이 모든 게 분노와 질투로 변했습니다. 아버지는 줄곧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자는 어차피 시집갈 운명이니 공부를 하는건 시간 낭비라고... 글을 읽지 못해도 시집을 갈 수 있는데 큰돈 쓰며 딸자식 공부시는 게 무슨 소용인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말을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현혹되었고 여자는 공부해도 소용없다는 인식이 박히면서 이걸 핑계 삼아 스스로를 위안했습니다. 어쩌면 일종의 도피일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부러웠어요. 이런 부러움이 나중에는 질투로 변하더군요. 친절을 베풀면 내 처지가 너무 불쌍해서 잘해주는 건가 싶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 멀리할 때는 무시하는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 열등감에서 비롯되었습니다...”말 한마디 한마디에 서혜민의 진심이 담겨있음을 보여준다.영상을 끝까지 본 서수현은 기분이 착잡했다.서혜민과 멀어지기 시작한 건 대학 입사가 끝난 후였다.3개월의 방학이 생긴 서수현은 제일 먼저 서혜민에게 연락하여 같이 밥 먹자고 제안했다.서혜민은 시험 잘 봤냐고 물어보며 말을 덧붙였다.“연락 온 거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난 네가 대학 붙어서 이제 나 같은 사람이랑은 연락 안 하는 줄 알았어.”“내가 그럴 사람이야? 여기 근처로 지원할 생각이니까 나중에 놀러 와.”“됐어. 넌 이제 대학생인데 우리 같은 사람이랑 어울리면 안 되지.”농담인 듯 아닌 듯한 그 말에 서수현은 마음이 심란했다. 서혜민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고의로 한 말인지 아니면 무심코 내뱉은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 순간 느껴진 서혜민의 예민함에 저도 모르게 연락 횟수를 줄
때는 두 사람이 치열하게 말다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 너머로 이상한 잡음 외에 아무 말소리도 들리지 않자 서명철은 별생각 없이 전화를 끊었다.“아빠가 편찮으신 걸 알면서 일부러 화나게 만드는 의도는 뭐예요?”“됐어. 그 얘기는 그만하자. 어쨌든 내 큰형이니까 병원비 반 정도는 부담할게.”서수현은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명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병원비를 받을 거란 일말의 기대조차 없었다. 그러니 너무나 의외였다.“삼촌, 그럼 계산서 보내줄 테니까 지금 바로 이체해 줘요.”“수현아, 잠깐만. 실은 물어볼 게 있어.”“돈 받기 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그래. 알겠다.”“아참, 자의로 지불했다고 꼭 문자 남겨줘요.”서수현은 전화를 끊지 않고 곧바로 계정에서 결재 계산서를 찾아 서명철에게 보냈다.스피커폰으로 통화한 건 아니지만 대충 어떤 얘기를 주고받는지 눈치챘던 서석철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네 삼촌이 정말 병원비 반을 지불한대?”서수현도 목소리를 낮추며 답했다.“말은 그렇게 했는데 모르죠... 세상에나, 정말 보냈어요.”서명철은 서수현의 계좌로 병원비를 입금하며 방금 말한 대로 메모를 남겼다.눈이 마주친 서수현과 서석철은 믿기지 않은 현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걸 보니 정말 궁금한 게 있는 모양이다.돈을 받은 서수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먼저 말을 꺼냈다.“물어보고 싶다는 게 뭐예요? 제가 알고 있는 거라면 말씀드릴게요.”“혹시 혜민이랑 연락되니?”“왜요? 연락 안 받아요?”“없는 번호라고 뜨네. 카톡 계정까지 지웠어.”사과 영상과 부혀승의 고소 취하 기사를 본 서명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곧바로 서혜민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들려오는 건 없는 번호라는 답이었고 불안한 마음으로 카톡을 보니 계정마저 지워졌다.부현승에게 감금되어 마지못해 사과 영상을 찍었을 거라는 가능성까지 생각했으나 이렇게 대담하게 말 한마
그 말을 듣고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온 서명철은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뛰어내렸다고? 부현승이 그런 말을 한 의도는 뭐야? 설마 뛰어내린 게 혜민이라는 거야?”“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그냥 해본 소리일 수도 있고... 그런데 혜민이가 요즘 상황이 안 좋은 건 사실이잖아요. 이혼하고 소송까지 당했으니 안 그래도 예민한 성격인데...”“절대 그럴 리가 없어. 지금 혜민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말이야? 아니, 부현승이 널 속이려고 일부러 지어낸 말일 수도 있어.”비록 강하게 부정했지만 서명철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정말 뛰어내린 건 아니겠지? 아니야, 말 잘 듣고 착한 애가 그럴 리가 없어. 그래도 만에 하나...’“그 사람이 절 속일 이유는 뭔데요?”“혜민이를 감금해서 사과 영상을 찍은 게 틀림없어. 우리 지금 다 속고 있는 거라니까? 혜민이가 죽었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게 부현승의 전략이야.”“아무 사이 아닌데 굳이 저한테 그런 말을 했다고요? 설마 혜민이가 부현승 씨가 바람피운 증거를 갖고 있어요?”“없을 거야.”서혜민은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고 했다. 실질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계속 이렇게 버틴다면 감옥 가는 건 시간문제나 다름없다.“부현승 씨가 고소를 했으니 혜민의 입장에서는 협의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에요. 삼촌은 왜 계속 부현승 씨가 혜민이를 협박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협의 안 하면 감옥 가는 신세인데 그런 걸 원할 리가 없잖아요.”서명철은 식은땀이 맺혔다.“그게...”“삼촌, 설마 혜민이가 감옥에 갈 위험을 무릅쓰고 부현승 씨가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어요? 도대체 왜요?”“그게... 너도 알다시피 혜민이가 효녀잖니. 아마 부현승한테 돈을 더 받으려고 그랬던 것 같아. 감옥에 가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거지...”서수현은 그의 뻔뻔함에 치가 떨렸다.“혜민이가 협의하려고 직접 회사로 찾아갔대요. 회사에서 사인한 거라 CCTV에 모든 과정이 담겨있을 텐데 앞뒤가 잘 안 맞네요. 삼촌,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