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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웃음기조차 없는 헨리의 진지한 표정은 일의 심각성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서희수는 그의 전문성을 의심하여 단호하게 부인했다.

“농담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손목을 그어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은 뻔한 아이예요. 이게 어떻게 연기일 수 있죠?”

그 말을 들은 헨리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 소견에는 그 어떤 과장이나 추측도 없습니다. 자살하고 싶어서 손목을 그은 환자를 제가 처음 봤을까요? 수많은 사람을 거쳤지만 이엘리아 씨 같은 반응을 보이신 분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엘리아 씨는 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세한 표정 변화, 눈빛, 행동까지 관찰해보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에 보입니다. 손목을 그은 건 맞지만 사모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을 겁니다.”

“의사 선생님이 직접 말씀해 준 거예요. 저도 며칠 동안 병간호를 했고요.”

서희수는 여전히 확고했다.

“그 의사분이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죠. 이엘리아 씨가 만약 조금의 의학 지식을 알고 있다면 손목을 어느 정도 그을지조차 계획했을 겁니다. 단언컨대 지금은 연기를 하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서희수는 기분이 언짢았다.

“거짓말을 하는 의사 선생님이 어디 있습니까? 그럼 그쪽도 지금 거짓말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네요?”

표정이 돌변한 헨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사모님, 제 직업윤리와 존엄을 모욕하는 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제 소견을 믿지 않으실 거면서 왜 카이사르 씨에게 모셔 오라고 부탁하신 거죠?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시만요.”

윌슨은 떠나려는 헨리를 다급하게 붙잡았다.

“내 아내가 딸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실례를 범한 것 같군요.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고 이쪽에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 봅시다. 이렇게 급하게 모셔왔다는 건 그만큼 헨리 씨를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헨리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카이사르 씨의 체면을 봐서라도 이번 한 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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