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였다. 온연의 행동이 조금 어색했다. 이런 방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불편했지만 그를 쫓아낼 수도 없었다. 목정침을 침대에 눕힌 후 그녀는 거실로 돌아갔다. 그녀는 소파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둘 사이에는 끊어지지 않는 선이 존재했다. 그가 다친 모습이 그녀를 마음이 아프게 했다. 목정침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으로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온연이 들을까 봐 걱정됐다. 경소경은 그의 이마에 난 상처를 확인했다. "겨우 이 정도라고? 이 정도로 온연이 널 집안으로 들여보냈다고?" 목정침의 마음속에 쌓인 답답함이 튀어나왔다. "겨우 이 정도라니? 내 등이 어떻게 됐는지 알기나 해? 걔가 날 들여보내 줬을 거 같아? 네 아이디어도 그저 그렇네. 들어오긴 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 난 침대에서 자고 걘 소파에서 자. 나랑은 말도 섞기 싫어하는데 이제 어떡해?" 경소경은 내내 웃어대기만 했다. "정말 개고생이다. 등이 어떻게 됐는데? 근데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어떻게 한 방에 성공하겠어? 집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끝난 감정에 다시 불 붙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천천히 시작해야지. 지금 상태로는 강압적으로 몰아붙이지도 못하잖아. 처음부터 네 멋대로 하든지, 아니면 지금 이 상태로 천천히 다가가든지. 어차피 이렇게 됐는데 뭐. 인내심 좀 가져봐. 자. 이제 말해봐. 어떻게 된 일인지." 목정침은 그 일을 떠벌리고 싶지 않았다. 너무 창피했다. "꺼져! 천천히 다가가는 것도 방법이라는 게 있을 거 아니야? 어떻게 해야 하는데?" 경소경은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냥 계속 거기서 눌러사는 거지. 아직 살 곳이 마땅치 않다고. 간호해줄 사람도 없다고. 설마 널 혼자 호텔로 보내겠어?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사는데, 기회 봐서 다가가야지.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태도! 그 참회하는 태도를
진몽요는 자신의 밀당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녀는 창가에 서서 바깥을 쳐다보았다. 집을 너무 높은 층수에 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진짜 집 앞이에요? 지금 나가기 좀 그런데…" 좀 그렇다고? 그 말이 경소경을 날뛰게 했다. "집에 남자라도 숨겨놨어요? 어머님이 또 선보래요? 기다려요! 금방 올라갈게요!" 진몽요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거기 서요? 금방 내려갈게요!" 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간단한 옷으로 갈아입고 황급히 집을 나섰다. 어디 가냐는 강령의 말에 친구를 만난다며 금방 돌아온다고 대충 대답했다. 그녀는 그의 차 앞에 도착했다. 연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뭐에요? 애도 아니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찾아오는 게 어디 있어요? 나가기 좀 그렇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내가 집에 남자가 어디 있어요?" 경소경이 어두운 얼굴로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타요." 그녀는 고분고분 차에 탔다. 그는 그녀가 차에 제대로 앉기도 전에 시동을 걸더니 차를 난폭하게 몰기 시작했다. 그녀는 안전벨트를 꼭 붙잡았다. "왜 그래요? 미쳤어요? 무슨 짓이에요?" "나 왜 안 만나줘요?" 화가 난 게 분명했다. 경소경은 연애 고수였다. 그녀가 자신과의 만남을 미루고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말했잖아요? 그건 왜 물어요? 진짜… 진짜 아무 일 없는데…" 밀당을 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차가 백수완 별장에 도착했다. 진몽요는 그늘진 그의 얼굴을 보며 긴장감에 빠져있었다. "여긴 왜 왔어요? 그냥 차에서 얘기하면 되잖아요. 너무 늦었어요. 그냥 집에 갈래요." 경소경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확실해요? 차에서 해결한다는 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차에서 해결해요. 이렇게 만났잖아요.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정리가 필요해
진몽요는 당황했다. "헤어지자는 게 아니고요… 그냥 그렇다는 거죠…" 경소경은 말장난을 이어 나갈 생각이 없었다. 경소경은 그대로 진몽요를 침대로 밀어버렸다. 그녀는 베개를 세게 잡으며 숨을 들이마셨다. "그 얘기 안 꺼낼게요! 당신…" 그녀의 말끝이 흐려졌다. 베개가 험악하게 구겨졌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한테 전화 왔어요!" "받아요. 받아서 어디 있는지 말씀드려요. 나랑 같이 있다고, 나랑 같이 별장에 있다고 말해요. 그럼 알아 들으실 거예요." 그녀는 자신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녀가 구걸했다. "잘못했어요!" 그의 눈빛이 조금은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 나 지금 밖이야." 전화기 너머로 강령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 몇신데 아직도 안 들어오는 거야? 친구 누구? 너 친구 연이밖에 없잖아. 아직 제도에 돌아오지도 않았을 텐데… 빨리 와! 위험해!" 진몽요가 대답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입을 열었다. "어머님, 저 몽요랑 같이 있어요. 경소경이에요. 몽요 오늘 집에 안 들어갈 거예요." 진몽요가 경소경의 팔을 세게 꼬집었다. "죽고 싶어요?"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그를 나무랐다. 강령은 모든 걸 똑똑히 듣고 있었다. 강령이 잠시 멍해 있었다. "그… 그래… 그럼 몽요 잘 보살펴줘요… 내일 아침에 보내주고요." 전화가 끊겼다. 진몽요의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냥 이렇게 보내준다고? 다음 날 아침. 아침부터 회의가 잡혀 있던 경소경은 일찍 잠에서 깼다. 진몽요도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경소경이 데려다주는 게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나을거라고 생각했다. 차 안. 그녀는 차 안에서 계속 졸기만 했다. 어젯밤 제대로 자지 못했다. 집에 도착하자 경소경이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착하죠?
마침 가게에 손님이 없었다. 란샹은 주방 문을 닫아버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무슨 일인지 나한테 말해봐. 나 입 무거워. 혼자만 알고 있을게. 말하면 좀 나아질 거야." 진몽요도 곁에 없고… 란샹에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언니… 어제 목정침이 찾아왔어. 다쳤더라고. 그냥 놔둘 수가 없어서 집에 들였는데… 다시 얼굴 보며 살아야 하잖아… 이혼하는 거 말고는 더 마주칠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란샹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뭐라 판단하기 어려웠다. "잘했어. 낯선 사람도 도와주는데… 게다가 목정침은 네 남편이잖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목정침이 왜 다쳤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제일 힘들 때 널 찾아갔다는 얘기잖아. 너한테 마음이 남은 게 분명해. 그냥 마음이 따르는 대로 행동해. 그러면 돼. 네 자신한테 한번 물어봐. 목정침한테 어떤 감정인지. 마음이 떠났다면 확실히 끊어내고, 아직 남았다면 꼭 잡아. 절대로 놓으면 안 돼.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어. 한평생 그리워하기엔 인생은 너무 길어. 엄청 힘들 거야."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게 너네 둘 사이에 걸림돌이라고 해도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해. 고난은 이겨낼 수 있다는 거. 감정은 등산이랑 같아. 세상에 오르지 못하는 산이 어딨어? 날 봐.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용서가 안 됐나 싶어." 온연은 란샹의 입장이 자신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 란샹은 한숨을 쉬었다. "말하면 비웃을 것 같은데? 그냥 이런저런 작은 일들. 애 낳고 나서 바로 육아휴직 썼거든. 시어머니가 그랬어. 애 낳으면 자기가 봐주겠다고. 그래서 애도 낳은 건데. 낳고 나니까 사람이 180도 변해버리더라고. 산후조리 하는 동안에도 내가 애 봤어. 밤에는 애 젖먹이기 편하다고 떠밀고 낮에는 장 본다는 핑계로 떠밀고. 밥 차리고
란샹이 흐뭇하게 웃었다. "맞아. 우리 야야 엄청 착해. 말도 엄청 잘 듣고. 내 인생의 유일한 버팀목이야. 요즘 퇴근이 늦어졌잖아? 그래서 요즘 일부러 집안일도 안 하고 있어. 일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집안일이야. 그거 신경 쓸 정신없어. 손이 없으신 것도 아닌데 뭐. 알아서 하시겠지. 그래서 요즘 엄청 뭐라 하셔. 집에만 가면 싸운다니까. 옛날에는 돈 안 번다고 뭐라 하시던데. 이제는 더 트집 잡을 것도 없겠지. 여긴 물가도 싸서 살만한데 뭐. 이제 뭐라고 트집 잡나 보자." 온연은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벌써부터 그랬어야 했어. 너한테 뭐라고 하면 당신네 아들 찾아가라고 해. 잘해주지도 않으면서 바라는 게 뭐 그렇게 많으셔? 맞다. 우리 계속 배달시켜 먹잖아. 계속 그렇게 먹는 것도 몸에 안 좋을 것 같고… 그래서 가게에서 만들어 먹을까 하는데. 번갈아서 만들어 먹는 거 어때? 식비는 내가 댈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란샹은 직원들이랑 상의를 해보더니 온연의 말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란샹의 얘기를 들어준 것뿐인데… 온연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점심. 목정침이 걱정됐던 온연은 집으로 돌아갔다. 목정침이 아직 집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온연은 집으로 들어섰다. 식탁 위에 놓여있던 라면은 이미 비워졌다. 그릇도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살짝 열린 안방 문 사이로 침대에 누워있는 목정침이 보였다. 아직 집에 있었다… 온연은 안방 문을 두드리며 담담하게 물었다. "점심 뭐 먹을래요?" 목정침은 예상하고 있었다. 온연이 집에 들어올 거라는 걸. 그래서 오전 내내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무거나." 온연은 냉장고를 둘러보았다. 채소가 좀 남아있었다. 그녀는 냉장고에 남아있는 채소로 아무거나 만들어냈다. 그녀는 만든 음식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는 가게로 돌아갔다.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온연이 만든 음식은 맛이 없었다. 도무지 목정침의 입맛에는 맞
목정침이 몸을 닦고 욕실을 나왔다. 그녀는 부끄러움을 숨긴 채 그의 상처를 처리해 줬다. 그리고는 그의 옷을 씻기 시작했다. 그의 정장은 무척이나 비쌌다. 그 옷을 세탁기에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녀는 손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팬티를 씻던 그녀는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너무 부끄러웠다. 목정침은 침대에 누워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평소에 하던 방법대로 해야 하나? 경소경의 방법이 목정침의 성격이랑 어울리지 않았다. 온연이 자꾸 성질을 살살 긁어댔다. 이러다가는 폭발할 것 같았다. 몸에 걸쳐진 잠옷이 그를 답답하게 했다. 일부러 그런 건가? 내 취향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왜 이런 캐릭터 잠옷을 사 온 거지? 오리 패턴… 갈아입을 옷만 있었어도… 새벽 12시가 되어서야 그녀는 일을 다 끝냈다. 그녀는 불을 끄고 소파에 누웠다. 목정침에게는 인내심이 남아있지 않았다. 천천히 다가가라고? 이런 환경에서, 서로 이렇게 바쁜데? 그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소파로 걸어가 온연을 쳐다보았다. "나랑 같이 돌아가자." 어둠속, 온연의 몸이 얼어버렸다. 그녀는 아직 깨어있었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깨어있다는 사실을 목정침도 알고 있었다. "맞아. 내가 널 속였어. 그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왜 널 옆에 뒀겠어? 내가 널 쉽게 포기할 것 같아? 전에도 말했었지? 자유롭게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대신 1년 만이라고. 1년, 다 된 것 같은데. 지금은 이렇게 네 의견을 묻고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데로 될 거야. 난 네가 다시 목씨 집안으로 들어오게 할 방법이 수만 가지나 있어. 너도 알 텐데. 제 발로 들어오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이라는 걸." 온연이 일어나 앉더니 그를 쳐다보았다. "상처 다 나으면 그때 다시 얘기해요." 상처의 출처가 생각나자 갑자기 조금 창피해졌다… 그의 가슴이 답답했다. "이깟 상처가 뭐라고? 내가 고작 이것 때문에 가만히 있을 거 같아
목정침의 말투는 무척이나 씁쓸했다. "내가 너한테 그런 존재야? 내가 네 하늘을 무너트렸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그와의 기억이 아름다웠다고 해도 상관없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이었으니까. 시간은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주지 않았다. 앉아서 조용히 얘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어둠 속, 목정침의 표정이 읽히지 않았다. 찰나의 정적 끝에 그는 노트북을 챙기고는 집을 나섰다. 문이 닫힌 그 순간, 온연은 몸을 움직였다.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이 집을 나갔다는 건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목정침은 오피스텔 근처의 호텔로 향했다. 전에 그 기사는 이미 잘린 지 오래였다. 그 기사 대신 진락이 차를 운전했다. 역시 진락이 제일 편했다. 전에 그 기사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등을 저 지경으로 만든 멍청이. 그는 호텔 침대에 누워 노트북으로 경소경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금세 신호가 걸렸다. 화면에는 경소경의 얼굴만 어렴풋이 보였다. 주위가 어두웠다. 경소경이 짜증 난다 듯 신경질을 부렸다. "지금이 몇시인지 알아? 왜 전화야? 나도 사생활 좀 즐기자." 경소경이 여자랑 같이 있다는 건 생각하지도 알 수 있었다. "나 지금 호텔에 있어." 그 말이 경소경을 놀라게 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쫓겨났어?" 목정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내 발로 나온 거야. 못 참겠더라고. 얘기가 잘 안됐어." 경소경이 인상을 찌푸렸다. "일이 복잡하게 됐는데? 너 그럴 줄 알았다. 근데 너 옷이 그게 뭐야? 오리야? 이런 게 네 취향이었어?" 목정침이 이를 악물었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딴 데 집중해줄래? 온연한테는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어. 내 옆에 있
온연은 마침 카운터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예의 바르게 물었다. "아주머니, 뭐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세요?" 아주머니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신비롭게 물었다. "란샹이라는 사람 여기서 일하는 거 맞죠?" 란샹 얘기가 나오자 온연이 대답했다. "란샹씨 오늘 쉬어요. 그래서 안 왔어요." 아주머니가 웃었다. "월차 낸 거 알아요. 내 며느리거든요. 어제 손녀가 갑자기 열이 나서. 그냥 여기서 출근하는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왔어요. 여기서 한 달 일하는데 월급이 얼마예요?" 눈앞에 있는 사람이 란샹의 외할머니라는 사실을 알자 온연의 기분이 묘해졌다. 그에 대한 인상이 순간 나빠졌다. 그녀는 란샹의 시어머니를 다시 훑어보았다.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았다. 파마를 한 갈색 머리에 높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메고 다니는 가방도 무척이나 세련됐고 눈썹도 진하게 문신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관리받은 얼굴이었다. 평소에 수수하게 하고 다니는 란샹과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란샹은 그렇게 수수하게 다니는데 시어머니는 이렇게 화려하게 치장하고 다닌다고? 아프기는 무슨! 누구보다도 더 건강해 보였다. "아주머니, 월급 같은 건 언니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말씀드리기 곤란해요." 온연이 대답을 안 해주자 란샹의 시어머니는 불만인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아가씨 사람이 왜 그래요? 그냥 우리 며느리 월급 물어보는 것뿐인데 왜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요? 여기가 무슨 정식적인 회사도 아니고 고작 디저트 가게면서? 내가 남도 아니고 가족인데?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데. 애도 나 몰라라 하고, 그렇다고 그렇게 힘들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가게가 그렇게 바쁜 것 같지도 않던데. 누가 알아요? 뒤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닐지." 온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주머니,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되죠. 가게에 CCTV 있어요. 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확인해 보세요. 저희 가게도 바쁠 땐 바빠요. 한가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