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자신의 밀당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녀는 창가에 서서 바깥을 쳐다보았다. 집을 너무 높은 층수에 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진짜 집 앞이에요? 지금 나가기 좀 그런데…" 좀 그렇다고? 그 말이 경소경을 날뛰게 했다. "집에 남자라도 숨겨놨어요? 어머님이 또 선보래요? 기다려요! 금방 올라갈게요!" 진몽요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거기 서요? 금방 내려갈게요!" 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간단한 옷으로 갈아입고 황급히 집을 나섰다. 어디 가냐는 강령의 말에 친구를 만난다며 금방 돌아온다고 대충 대답했다. 그녀는 그의 차 앞에 도착했다. 연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뭐에요? 애도 아니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찾아오는 게 어디 있어요? 나가기 좀 그렇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내가 집에 남자가 어디 있어요?" 경소경이 어두운 얼굴로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타요." 그녀는 고분고분 차에 탔다. 그는 그녀가 차에 제대로 앉기도 전에 시동을 걸더니 차를 난폭하게 몰기 시작했다. 그녀는 안전벨트를 꼭 붙잡았다. "왜 그래요? 미쳤어요? 무슨 짓이에요?" "나 왜 안 만나줘요?" 화가 난 게 분명했다. 경소경은 연애 고수였다. 그녀가 자신과의 만남을 미루고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말했잖아요? 그건 왜 물어요? 진짜… 진짜 아무 일 없는데…" 밀당을 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차가 백수완 별장에 도착했다. 진몽요는 그늘진 그의 얼굴을 보며 긴장감에 빠져있었다. "여긴 왜 왔어요? 그냥 차에서 얘기하면 되잖아요. 너무 늦었어요. 그냥 집에 갈래요." 경소경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확실해요? 차에서 해결한다는 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차에서 해결해요. 이렇게 만났잖아요.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정리가 필요해
진몽요는 당황했다. "헤어지자는 게 아니고요… 그냥 그렇다는 거죠…" 경소경은 말장난을 이어 나갈 생각이 없었다. 경소경은 그대로 진몽요를 침대로 밀어버렸다. 그녀는 베개를 세게 잡으며 숨을 들이마셨다. "그 얘기 안 꺼낼게요! 당신…" 그녀의 말끝이 흐려졌다. 베개가 험악하게 구겨졌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한테 전화 왔어요!" "받아요. 받아서 어디 있는지 말씀드려요. 나랑 같이 있다고, 나랑 같이 별장에 있다고 말해요. 그럼 알아 들으실 거예요." 그녀는 자신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녀가 구걸했다. "잘못했어요!" 그의 눈빛이 조금은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 나 지금 밖이야." 전화기 너머로 강령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 몇신데 아직도 안 들어오는 거야? 친구 누구? 너 친구 연이밖에 없잖아. 아직 제도에 돌아오지도 않았을 텐데… 빨리 와! 위험해!" 진몽요가 대답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입을 열었다. "어머님, 저 몽요랑 같이 있어요. 경소경이에요. 몽요 오늘 집에 안 들어갈 거예요." 진몽요가 경소경의 팔을 세게 꼬집었다. "죽고 싶어요?"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그를 나무랐다. 강령은 모든 걸 똑똑히 듣고 있었다. 강령이 잠시 멍해 있었다. "그… 그래… 그럼 몽요 잘 보살펴줘요… 내일 아침에 보내주고요." 전화가 끊겼다. 진몽요의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냥 이렇게 보내준다고? 다음 날 아침. 아침부터 회의가 잡혀 있던 경소경은 일찍 잠에서 깼다. 진몽요도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경소경이 데려다주는 게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나을거라고 생각했다. 차 안. 그녀는 차 안에서 계속 졸기만 했다. 어젯밤 제대로 자지 못했다. 집에 도착하자 경소경이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착하죠?
마침 가게에 손님이 없었다. 란샹은 주방 문을 닫아버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무슨 일인지 나한테 말해봐. 나 입 무거워. 혼자만 알고 있을게. 말하면 좀 나아질 거야." 진몽요도 곁에 없고… 란샹에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언니… 어제 목정침이 찾아왔어. 다쳤더라고. 그냥 놔둘 수가 없어서 집에 들였는데… 다시 얼굴 보며 살아야 하잖아… 이혼하는 거 말고는 더 마주칠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란샹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뭐라 판단하기 어려웠다. "잘했어. 낯선 사람도 도와주는데… 게다가 목정침은 네 남편이잖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목정침이 왜 다쳤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제일 힘들 때 널 찾아갔다는 얘기잖아. 너한테 마음이 남은 게 분명해. 그냥 마음이 따르는 대로 행동해. 그러면 돼. 네 자신한테 한번 물어봐. 목정침한테 어떤 감정인지. 마음이 떠났다면 확실히 끊어내고, 아직 남았다면 꼭 잡아. 절대로 놓으면 안 돼.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어. 한평생 그리워하기엔 인생은 너무 길어. 엄청 힘들 거야."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게 너네 둘 사이에 걸림돌이라고 해도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해. 고난은 이겨낼 수 있다는 거. 감정은 등산이랑 같아. 세상에 오르지 못하는 산이 어딨어? 날 봐.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용서가 안 됐나 싶어." 온연은 란샹의 입장이 자신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 란샹은 한숨을 쉬었다. "말하면 비웃을 것 같은데? 그냥 이런저런 작은 일들. 애 낳고 나서 바로 육아휴직 썼거든. 시어머니가 그랬어. 애 낳으면 자기가 봐주겠다고. 그래서 애도 낳은 건데. 낳고 나니까 사람이 180도 변해버리더라고. 산후조리 하는 동안에도 내가 애 봤어. 밤에는 애 젖먹이기 편하다고 떠밀고 낮에는 장 본다는 핑계로 떠밀고. 밥 차리고
란샹이 흐뭇하게 웃었다. "맞아. 우리 야야 엄청 착해. 말도 엄청 잘 듣고. 내 인생의 유일한 버팀목이야. 요즘 퇴근이 늦어졌잖아? 그래서 요즘 일부러 집안일도 안 하고 있어. 일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집안일이야. 그거 신경 쓸 정신없어. 손이 없으신 것도 아닌데 뭐. 알아서 하시겠지. 그래서 요즘 엄청 뭐라 하셔. 집에만 가면 싸운다니까. 옛날에는 돈 안 번다고 뭐라 하시던데. 이제는 더 트집 잡을 것도 없겠지. 여긴 물가도 싸서 살만한데 뭐. 이제 뭐라고 트집 잡나 보자." 온연은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벌써부터 그랬어야 했어. 너한테 뭐라고 하면 당신네 아들 찾아가라고 해. 잘해주지도 않으면서 바라는 게 뭐 그렇게 많으셔? 맞다. 우리 계속 배달시켜 먹잖아. 계속 그렇게 먹는 것도 몸에 안 좋을 것 같고… 그래서 가게에서 만들어 먹을까 하는데. 번갈아서 만들어 먹는 거 어때? 식비는 내가 댈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란샹은 직원들이랑 상의를 해보더니 온연의 말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란샹의 얘기를 들어준 것뿐인데… 온연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점심. 목정침이 걱정됐던 온연은 집으로 돌아갔다. 목정침이 아직 집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온연은 집으로 들어섰다. 식탁 위에 놓여있던 라면은 이미 비워졌다. 그릇도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살짝 열린 안방 문 사이로 침대에 누워있는 목정침이 보였다. 아직 집에 있었다… 온연은 안방 문을 두드리며 담담하게 물었다. "점심 뭐 먹을래요?" 목정침은 예상하고 있었다. 온연이 집에 들어올 거라는 걸. 그래서 오전 내내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무거나." 온연은 냉장고를 둘러보았다. 채소가 좀 남아있었다. 그녀는 냉장고에 남아있는 채소로 아무거나 만들어냈다. 그녀는 만든 음식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는 가게로 돌아갔다.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온연이 만든 음식은 맛이 없었다. 도무지 목정침의 입맛에는 맞
목정침이 몸을 닦고 욕실을 나왔다. 그녀는 부끄러움을 숨긴 채 그의 상처를 처리해 줬다. 그리고는 그의 옷을 씻기 시작했다. 그의 정장은 무척이나 비쌌다. 그 옷을 세탁기에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녀는 손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팬티를 씻던 그녀는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너무 부끄러웠다. 목정침은 침대에 누워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평소에 하던 방법대로 해야 하나? 경소경의 방법이 목정침의 성격이랑 어울리지 않았다. 온연이 자꾸 성질을 살살 긁어댔다. 이러다가는 폭발할 것 같았다. 몸에 걸쳐진 잠옷이 그를 답답하게 했다. 일부러 그런 건가? 내 취향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왜 이런 캐릭터 잠옷을 사 온 거지? 오리 패턴… 갈아입을 옷만 있었어도… 새벽 12시가 되어서야 그녀는 일을 다 끝냈다. 그녀는 불을 끄고 소파에 누웠다. 목정침에게는 인내심이 남아있지 않았다. 천천히 다가가라고? 이런 환경에서, 서로 이렇게 바쁜데? 그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소파로 걸어가 온연을 쳐다보았다. "나랑 같이 돌아가자." 어둠속, 온연의 몸이 얼어버렸다. 그녀는 아직 깨어있었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깨어있다는 사실을 목정침도 알고 있었다. "맞아. 내가 널 속였어. 그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왜 널 옆에 뒀겠어? 내가 널 쉽게 포기할 것 같아? 전에도 말했었지? 자유롭게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대신 1년 만이라고. 1년, 다 된 것 같은데. 지금은 이렇게 네 의견을 묻고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데로 될 거야. 난 네가 다시 목씨 집안으로 들어오게 할 방법이 수만 가지나 있어. 너도 알 텐데. 제 발로 들어오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이라는 걸." 온연이 일어나 앉더니 그를 쳐다보았다. "상처 다 나으면 그때 다시 얘기해요." 상처의 출처가 생각나자 갑자기 조금 창피해졌다… 그의 가슴이 답답했다. "이깟 상처가 뭐라고? 내가 고작 이것 때문에 가만히 있을 거 같아
목정침의 말투는 무척이나 씁쓸했다. "내가 너한테 그런 존재야? 내가 네 하늘을 무너트렸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그와의 기억이 아름다웠다고 해도 상관없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이었으니까. 시간은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주지 않았다. 앉아서 조용히 얘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어둠 속, 목정침의 표정이 읽히지 않았다. 찰나의 정적 끝에 그는 노트북을 챙기고는 집을 나섰다. 문이 닫힌 그 순간, 온연은 몸을 움직였다.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이 집을 나갔다는 건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목정침은 오피스텔 근처의 호텔로 향했다. 전에 그 기사는 이미 잘린 지 오래였다. 그 기사 대신 진락이 차를 운전했다. 역시 진락이 제일 편했다. 전에 그 기사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등을 저 지경으로 만든 멍청이. 그는 호텔 침대에 누워 노트북으로 경소경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금세 신호가 걸렸다. 화면에는 경소경의 얼굴만 어렴풋이 보였다. 주위가 어두웠다. 경소경이 짜증 난다 듯 신경질을 부렸다. "지금이 몇시인지 알아? 왜 전화야? 나도 사생활 좀 즐기자." 경소경이 여자랑 같이 있다는 건 생각하지도 알 수 있었다. "나 지금 호텔에 있어." 그 말이 경소경을 놀라게 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쫓겨났어?" 목정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내 발로 나온 거야. 못 참겠더라고. 얘기가 잘 안됐어." 경소경이 인상을 찌푸렸다. "일이 복잡하게 됐는데? 너 그럴 줄 알았다. 근데 너 옷이 그게 뭐야? 오리야? 이런 게 네 취향이었어?" 목정침이 이를 악물었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딴 데 집중해줄래? 온연한테는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어. 내 옆에 있
온연은 마침 카운터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예의 바르게 물었다. "아주머니, 뭐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세요?" 아주머니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신비롭게 물었다. "란샹이라는 사람 여기서 일하는 거 맞죠?" 란샹 얘기가 나오자 온연이 대답했다. "란샹씨 오늘 쉬어요. 그래서 안 왔어요." 아주머니가 웃었다. "월차 낸 거 알아요. 내 며느리거든요. 어제 손녀가 갑자기 열이 나서. 그냥 여기서 출근하는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왔어요. 여기서 한 달 일하는데 월급이 얼마예요?" 눈앞에 있는 사람이 란샹의 외할머니라는 사실을 알자 온연의 기분이 묘해졌다. 그에 대한 인상이 순간 나빠졌다. 그녀는 란샹의 시어머니를 다시 훑어보았다.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았다. 파마를 한 갈색 머리에 높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메고 다니는 가방도 무척이나 세련됐고 눈썹도 진하게 문신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관리받은 얼굴이었다. 평소에 수수하게 하고 다니는 란샹과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란샹은 그렇게 수수하게 다니는데 시어머니는 이렇게 화려하게 치장하고 다닌다고? 아프기는 무슨! 누구보다도 더 건강해 보였다. "아주머니, 월급 같은 건 언니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말씀드리기 곤란해요." 온연이 대답을 안 해주자 란샹의 시어머니는 불만인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아가씨 사람이 왜 그래요? 그냥 우리 며느리 월급 물어보는 것뿐인데 왜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요? 여기가 무슨 정식적인 회사도 아니고 고작 디저트 가게면서? 내가 남도 아니고 가족인데?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데. 애도 나 몰라라 하고, 그렇다고 그렇게 힘들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가게가 그렇게 바쁜 것 같지도 않던데. 누가 알아요? 뒤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닐지." 온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주머니,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되죠. 가게에 CCTV 있어요. 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확인해 보세요. 저희 가게도 바쁠 땐 바빠요. 한가할
거실에 놓은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황급히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진몽요였다. "연아, 요즘 어때? 잘 지내?" 온연이 불쌍한 척 연기를 했다. "잘 못 지내… 혼자 사는 거 너무 무서워. 저녁에 퇴근할 때마다 100메터 달리기를 한다니까. 솔직히 말해서 무서울 게 없긴 한데… 너도 알잖아, 나 겁 많은 거. 아 맞다. 넌 어때? 경소경이랑 잘 지내고 있지?" 오늘은 경소경의 집에 가지 않았다. 집에 손님이 왔기 때문이다. "그럭저럭… 근데 나 너무 걱정돼. 인터넷에서 공략법 같은 거 찾아봤는데, 경소경같은 남자한테는 밀당을 많이 해야 한데. 자꾸 하자는데로 하면 금방 질린다고. 그래서 제도에 돌아온 후부터 이틀 동안 약속을 거절했거든. 근데 화를 내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거의 매일 경소경 집에서 자고 있어. 이러다 나한테 금방 질리면 어떡하지? 나 너무 불안해." '자고 있다', 그 말이 너무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온연이 바보도 아니고. "네 말은… 매일 밤…? 경소경 너무 한 거 아니야? 내가 뭐라 할 문제는 아니지만… 경소경이 그렇게 진지하게 연애하는 사람은 아니잖아. 너랑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어. 만약 걔가 널 어떻게 한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자꾸 의심하는 것도 안 좋아. 걔가 어떤 사람인지는 지내보면 알게 되잖아. 여자의 촉을 믿어봐. 네가 선머슴처럼 행동하긴 해도 여자긴 하잖아." 진몽요가 콧방귀를 꼈다. "너 지금 나 욕하는 거야? 그냥 낮에는 서로 각자 할 일하고, 저녁에 만나고, 아침에는 집에 데려다주는 게 좀 이상한 것 같아서 그래. 연애하는 것 같지 않아. 딱 그… 그거… 같잖아. 이제부터는 반항해 보려고. 진도도 좀 늦춰봐야지. 계속 이렇게 만날 수는 없으니까." 온연은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진몽요의 연애사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도 뭐라 해줄 말이 없다. 네가 편한 데로 해. 나 너무 배고파.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