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조금 의혹스러웠다. 디자인 부서 전체에 이리의 사무실에만 유선전화가 있었다. 보통 일에만 쓰이는 전화였고 그렇다면 일처리에 그녀를 찾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이리의 사무실로 걸어가 의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비상 디자인 그룹입니다.”“허허, 저예요. 고만만.”전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목소리에 온연은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고만만? 무슨 일인데요?”“큰일은 아니고요, 그냥 방금 그쪽 회사 지나가다가 목정침이 데려다주는 거 봤거든요. 엄청 환하게 웃던데, 난 당신이 심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심씨 집안이 목정침 때문에 저 지경이 됐는데도 당신한테는 타격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당신도 참 배알 없는 사람이네요. 하긴, 누구라도 목가 부인이 되고 싶어 했겠죠. 당신 같은 신분의 사람이 목정침 같은 사람이랑 만나다니,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봐요?”온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뭐 더 할 말 있으세요?”고만만이 씁쓸하게 웃었다. “허허… 심개가 나랑 파혼했어요. 당신 때문인 거 알아요? 그 사람이 마음속에 두 명의 여자를 품을 수가 없데요. 처음에는 그 감정이 대학시절 때의 감정일 줄만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거라고, 언젠가는 날 사랑하게 될 거라고, 근데 그게 내 바람으로 끝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목씨 집안 안주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심개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으니. 근데 제일 원망스러운 건 당신한테 열정적인 심개가 제일 힘들 때 당신은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여전히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교통사고로 입원했는데 얼굴도 안 비치고. 정말 그 사람 대신해서 어이없음을 느끼네요.”“고만만씨, 저 지금 일하는 중이거든요. 다시는 회사로 전화 쳐서 사적인 얘기하지 마세요. 끊을게요.” 말을 끝내고 온연은 전화를 끊었다. 고개를 돌리자 이리의 불쾌한 얼굴과 마주쳤다.“앞으로 회사 물건 사적으로 쓰지 마세요. 이게 기본
“피차일반 아닌가? 다른 여자였어도 그렇게 했을 거야. 네가 나한테 했던 짓, 그대로 못 돌려준 게 아쉬울 뿐이야.” 온연은 차가운 얼굴을 하며 계속 밥을 먹었다.“허… 정침 오빠는 널 사랑하지 않아. 그게 아니라면 왜 내가 널 차로 치어서 유산 시켰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날 감싸줬겠어? 너 진짜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네 신분이 어떤지 진짜 확인 안 해보는 거야? 정침 오빠가 너랑 결혼해서 아직까지도 이혼 안 하는 이유는 단지 널 괴롭히고 싶어서야. 너한테 복수하려고. 네 아빠가 죽었으니, 그 빚 당연히 네가 갚아야 하지 않겠어? 그 사람은 널 사랑하지 않아. 넌 네가 진짜 뭐라도 된 줄 알지!” 강연연은 말할 때 이를 악물고 있었다. 마치 온연을 찢어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았다.“사랑하든 말든 상관없어. 어차피 나도 그 사람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이 나랑 이혼하기 싫어하는 거니까. 날 괴롭혀도 상관없어. 나한테 복수하는 것도 상관없어. 나에게도 내 자신을 편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하는 의무가 있어. 그 사람 곁에서 날 위협하는 너 같은 사람을 치워버리는 거. 안 그래?” 온연은 너무 역겨웠지만 참아냈다. 지금 이 순간의 그녀는 승리한 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먼저 흔들리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사무실 앞, 목정침은 온연의 말을 한 글자도 빠트리지 않고 전부다 듣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멈추었고, 얼굴에는 냉기가 서려있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 말도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아래, 그는 다시 차로 돌아갔다. 진락이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도련님, 사모님이 밥 제대로 드시는지 확인하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왜 벌써 내려오셨어요?”그는 어두워진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운전이나 해요! 회사로 가요!”진락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몰랐다. 감히 한마디도 더 하지 못하고 차를 목씨 그룹 방향으로 몰았다. 사무실 안, 강연연은 열심히 자신의 충동적인 감
목정침에게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그녀는 이리에게 조퇴를 신청을 냈다. 임립에게 직접 말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입 싸게 목정침에게 말할 가봐 겁나서였다. 회사에서 나온 그녀는 과일을 조금 사들고 바로 택시를 잡아 중심 병원으로 갔다. 심개의 병실 앞에 도착한 후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 문을 두드렸다. 병실 안에서 심개의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어오세요.”그의 목소리를 듣자 그녀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녀는 얼굴에 웃음을 띠며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 오늘 미리 퇴근했어. 너 입원했다는 게 생각나서 한번 보러 왔어. 몸은 좀 어때?”심개는 조금 의아했다.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그녀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신 차렸을 때 그는 이미 활짝 웃고 있었다. “난 네가… 안 올 줄 알았어. 난 괜찮아. 다리가 부러진 거뿐인데 뭐. 그렇게 심각하지도 않고. 앉고 싶은데 앉아.”온연은 그를 한참이나 훑어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의 죄책감은 더 심해졌다. 잘 지내던 사람이 지금 이렇게 병원복을 입고 침상에 누워있다니. 그것도 다리에 깁스를 하고서. 그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고 거의 죽을 상을 하고 있었다. “저기… 미안해…”심개가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왜 네가 미안하다 그래?”그녀는 입술을 몇 번 물었다. “목씨 그룹이 너네 회사 인수했잖아… 네가 귀국하고 나서 일이 그렇게나 많이 생겼는데, 나도 너한테 뭐라 말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목정침 대신해서 사과할게. 근데… 그 사람이 한 일들 내가 막을 수 없는 일들이었어. 그래서… 미안해. 난 항상 널 제일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 아름다운 추억도 엄청 많고. 나랑 가깝게 지내지 마. 우리가 아무 사이가 아니기만 하면 심씨 집안도, 너한테도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심개의 표정이 얼어버렸다. “넌 우리 회사가 왜 인수됐다고 생각해? 내가 왜 약혼했다가 파혼했을 거 같아? 내가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넌 나한테 멀리 떨어지라니. 연아,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대답했다. "예를 들면, 나 유산하고 나서 그 사람한테 성질부리느라 할 말 못 할 말 다 했어.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내가 양다리 걸친 거 다 알아버렸어. 그런데도 그사람 나한테 한마디도 안 따졌어. 더 많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그렇게 최악은 아니야. 진짜로. 심개, 나 정말 괜찮아. 내가 죄인의 딸이라 목가네에 진 빚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내 고충이야. 솔직히 말하면 목정침은 나한테 물질적인 만족도 줄 수 있어. 그 사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우리 사이에는 원망만 있는게 아니야. 십년간 끈끈하게 쌓아온 정이라는 것도 있어. 그 정이 사랑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됐어. 우린 가족이야, 나빠봤자야."그녀의 말에 심개에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진짜 그렇다면 제일 좋겠지만…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헛되질 않길 바랄게…"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저기… 나 이제 그만 가야 할 것 같아. 몸조리 잘해."심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그녀가 문 앞으로 걸어갔을 때 심개가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연아…!"그녀의 발길이 멈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이것만큼은 꼭 기억해. 무슨 일이 생기든 나랑 몽요가 네 옆에 있다는걸. 만약 정말 언젠가 목정침이 널 실망시켰다면 너한테는 아직 우리가…있어…"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치듯 병원을 벗어났다. 회사는 병원이랑 좀 거리가 있었다. 비록 그녀는 꼼꼼히 시간을 계산했지만 차가 막힐 거라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목가네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늦은 상태였다. 목정침은 벌써 집에 도착한 상태였고 모닝과 한가롭게 거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닝을 보자 그녀는 갑자기 잊었던 일이 생각났다…모닝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온연, 퇴근하고 같이 쇼핑하러 가기로 하지 않았나요? 회사 사람들은 당신이 한 시간 일찍 퇴근했다고 하던데?
목정침은 입꼬리에 비꼬는 듯한 웃음이 걸렸다. "허… 친구? 친구끼리는 아무렇지 않게 잠도 자나 보지?"그녀의 호흡이 순간 멈춰버렸다. "그렇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어쨌든 과거잖아요. 이렇게 물고 늘어질 필요 없잖아요. 나도 당신이 강연연이랑 뒹구는 것도 신경 안 쓰잖아요."그가 냉소를 뿜어냈다. "허허… 내가 걔랑 잤는지 안 잤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너랑 심개 일은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 내가 진짜로 물고 늘어졌다면 넌 걔 만나지도 못했어. 그러니까 네가 병원 갈 기회도 생긴 거야, 알아? 게다가 내가 누구랑 같이 있든 신경 안 쓴다며? "신경을 안 쓴다고?온연은 그의 말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자신이 신경을 쓰는지 안 쓰는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호텔에서 그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왜 도망을 쳤을까? 마음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도대체 신경을 쓰는 걸가까 안 쓰는 걸까?사랑하지 않는 건 맞지만 배신은 배신이다. 어느 누가 이런 짓을 참을 수 있을까? 그도. 그녀도."그때는 오해였어요. 믿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그녀의 말투에는 힘이 없었다. 자신의 순결을 분명히 그에게 줬는데, 그는 그걸 정말 모르는걸가? 그가 만났던 여자가 강연연만은 아니겠지? "그래! 오해! 심개의 침대에 누운 여자 너 아니었나? 너 다음날에 걔 옷 입고 집으로 왔잖아?! 이게 어떻게 오해야?! 설마 나한테 옷만 벗고 침대에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하지는 않겠지?!" 그는 고함을 지르며 옆에 있던 테이블을 걷어찼다. 테이블 위에 있던 다구와 책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온연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녀의 몸이 조금 경직되었고 입술을 조금 움직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막아버렸다. 그때 진짜 심개와 단지 옷 벗고 침대에 누워 잠만 잤다고 그녀가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우스운 소리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자 그의 눈동자
그는 앞으로 걸어가 뼈마디 마디 분명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았다. 눈 밑에는 조롱이 섞여있었다. "나, 한 번도 널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네가 어렸을 때부터 내 목적은 오직 복수뿐이었어. 매번 널 볼 때마다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네가 중학생이 되니까 갑자기 좀 달라 보이더라. 눈에 거슬리지도 않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어? 난 네가 다 클 때까지 기다렸어. 근데 미처 손쓰기도 전에 심개가 선수 친 거야. 내 물건이 다른 사람 손에 물들었어.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어떻게 내가 널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멍청한 생각을 할 수 있어? 난 그냥 네 죗값을 받고 싶은 사람일 뿐이야. 널 내 옆에 둔 것도 장난감 대신이고. 내가 왜 다른 남자랑 노닥거리지 못하게 둔 건지 이제야 이해가 돼? 왜나하면… 넌 내 물건이니까! 다른 사람이 손대는 게 싫으니까! 맞아, 나 너 안 사랑해. 영원히 사랑하지 않을 거야. 네가 날 사랑하든 말든 신경 안 써… 이 얘기 그만해. 더 하면 재미없을 줄 알아."코앞에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는 온연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까 그 말들이 진짜 그 사람 입에서 나온 게 맞나? 예전에는 그가 차갑고 냉랭하고 얼음장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기도 했다. 그가 한 말들이 날카로운 칼처럼 그녀를 찔러댔다. 그녀의 눈에 보였던 가족이란 건 이렇게 우스운 거였구나, 십 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남자가 계속 자신을 장난감 취급을 하고 있었구나…그녀는 진짜로… 아무것도 가진 게 없구나…그녀는 글썽이는 눈물을 참으며 힘겹게 웃었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당신한테 내가 그런 존재였다니, 계속 모르고 있었는데 이젠 알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장난감 주제에 목씨 집안 안주인 자리까지 차지해서."그녀의 턱을 잡고 있던 목정침의 손에 힘이 점점 풀렸다. 그녀 눈동자에 가득 찬 상처를 똑똑히 볼수 있었다. 그녀가 그에 관한 모든 일에 무관심한 게 아니었다. 그녀도 괴로울 때가
온연이 자조적으로 웃어 보였다.“그 사람은 나한테 줄곧 그래왔어요.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요, 그 사람의 따뜻한 모습을 볼 수 있잖아요. 같이 지낸 지 이미 10년이 더 되었는데… 아마 한 번도 못 봤던 것 같네요.”모닝은 그녀를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동정해왔다.“내가 봐왔던 것에 따르면, 정침씨는 그냥 화가 나서 그렇게 말했던 걸 거예요.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여자로서 말 해주자면, 정침씨 말에는 큰 진심도 없었을 거예요. 전에는 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안 믿었거든요. 심지어는 멜로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당신이 가짜 임신이나 다른 수를 써서 결혼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믿음이 가네요. 오히려 그 사람이 당신과 반드시 결혼하겠다고 한 거였죠?”온연은 어딘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무슨 뜻 이예요?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말 했는데, 저희 둘 사이에 감정이 있다고 느껴져요?”모닝은 고개를 들어 별이 몇 개 박힌 적막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잠시동안 생각을 거친 후 에야 입을 열었다.“당신, 목정침이 그 쪽을 부양하고, 그 쪽과 결혼한 게 정말 단지 당신을 노리개 삼으며 복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정말 그런 거였다면, 그 사람은 당신이 상상도 못 해봤을 악랄한 짓들을 벌여왔을 거 예요. 게다가 한 평생 당신을 가지고 놀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밑진다는 것도 말도 안 되고요. 이쯤 됐으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은 거의 다 반어일 거예요. 당신이 그 사람을 안 사랑한다고 말 한 후예야 노발대발 한 거죠? 그 사람이 원하는 건 당신의 사랑인데 무슨 가족애를 따져요?”모닝이 계속 말을 이었다.“제가 만약 당신이라면 이렇게 답답하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 사람이 만약 사랑을 원한다면, 그 성격으로는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정말로요. 내가 그 사람한테 마음이 움직였던 건 사실이예요. 그래서 뒷조사까지 해 봤는데, 난잡한 사생활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
모닝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만약 오늘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지 않고, 또 당신한테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면, 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믿지 않았을 거예요. 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쟁취해냈을 텐데,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잖아요. 난 더 이상 손쓸 수 없겠네요. 당신 참 재주도 좋아요. 살아있는 천사처럼 부드러운 남자를 악마로 몰아붙이다니. 이건 당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요.”“어머, 얘기 중 이예요? 자, 연아. 모 아가씨. 과일 좀 먹어요.”유씨 아주머니는 돌연 그녀들을 찾아왔고, 모닝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닝에 대한 선입견이 풀어진 듯 보였다. 모닝도 이를 느낀 것 인지, 유씨 아주머니가 건넨 과일을 자연스레 받아 들었다.“네, 여기에 놔주세요.”유씨 아주머니는 과일을 내려놓고는 온연을 바라보았다.“연아, 도련님 아직 화 안 풀리셨어. 네가… 아니다, 됐다 됐어. 말 해봤자 헛수고지. 너도 퉁명스럽고, 도련님도 마찬가지고, 둘 다 똑같네!”온연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모닝이 별안간 그녀의 입에 황도 한 조각을 입에 넣어주었다. 남에게 무언가 먹여진 것이 어색했던 온연은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얼굴이 굳어 있었다. 모닝은 오히려 밝은 웃음을 띈 채였다.“온연, 난 어릴 때 꽤나 못생겼었어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정침씨랑 같이 다녔었는데, 난 미운 오리 새끼였고, 정침씨는 왕자님이었어요. 그 격차, 이해가 돼요? 어쨌든 나는 어릴 때부터 그 사람만을 우러러봤고, 당신은 결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는 안 돼요. 전 그 사람이 대접을 못 받는다는 게 섭섭하거든요…”그 순간, 온연은 모닝의 눈가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떨어지는 별똥별과도 같은 눈물이었다.밤 중, 목정침은 다시금 이곳을 떠났고, 모닝과 함께하지도 않아 그가 어디를 갔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새벽 한시쯤, 모닝이 온연을 흔들어 깨웠다.“정침씨 아직도 안 돌아왔는데, 걱정 안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