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은 같이 집을 나섰다. 차 안, 목정침이 갑자기 ‘착한 아빠’ 모드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어디 불편해지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너무 바빠서 전화를 못 받는 상황이면 임립한테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고. 임집사한테 의사 좀 불러달라고 해. 억지로 참지 말고. 몸이 안 좋으면 면역력도 낮아지는 거야. 병원 그런데는 최대한 적게 가고. 네가 출근하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네가 무슨 일 생길 가봐 걱정하는 거야. 네가 안전 하기만 한다면 뭘 하든 상관없어.”온연이 괴물을 쳐다보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오늘 뭐 잘못 먹었어요?”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뭐라고?”그녀는 바로 말을 보탰다. “아니… 당신 잔소리가 왜 이렇게 심해졌어요? 나도 알아요.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몸이 불편하면 당연히 계속 일하지는 않죠. 내가 출근을 돈 벌려고 하는 거지 놀려고 재미가 있어서 하는 건 아니니까, 억지로 버티지는 않아요. 마음 푹 놓으세요…”진락의 혀가 조용히 굳어졌다. 온연만 목정침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진락도 그렇게 생각했다. 차 안에는 다른 사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목정침은 아예 부드러운 사람인 척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까 아까 그가 한 모든 말들이 그의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난 얘기라는 뜻이다… 정말 무섭다…차가 비상 디자인 그룹에 멈춰 서자마자 온연은 허겁지겁 차에서 내렸다. 목정침은 끝까지 충고 하는 걸 잊지 않았다. “내가 한말 꼭 기억해.”온연은 고개를 돌려 손으로 ‘OK’ 손짓을 했다.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이내 입가에 미소가 띄워졌다. 만약 그동안의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분명히 잘 지낼 수 있었겠지? 사랑은 없을지 몰라도 가족애는 있을 테니까.여자 직원들과 한가하게 얘기를 나누던 임립이 마침 회사로 들어서는 그녀를 보자 놀라 자빠질 뻔하였다. “목정침이 그쪽 당분간 출근 못한다고 했는데. 오늘 어떻게 여길…”온연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온연은 조금 의혹스러웠다. 디자인 부서 전체에 이리의 사무실에만 유선전화가 있었다. 보통 일에만 쓰이는 전화였고 그렇다면 일처리에 그녀를 찾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이리의 사무실로 걸어가 의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비상 디자인 그룹입니다.”“허허, 저예요. 고만만.”전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목소리에 온연은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고만만? 무슨 일인데요?”“큰일은 아니고요, 그냥 방금 그쪽 회사 지나가다가 목정침이 데려다주는 거 봤거든요. 엄청 환하게 웃던데, 난 당신이 심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심씨 집안이 목정침 때문에 저 지경이 됐는데도 당신한테는 타격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당신도 참 배알 없는 사람이네요. 하긴, 누구라도 목가 부인이 되고 싶어 했겠죠. 당신 같은 신분의 사람이 목정침 같은 사람이랑 만나다니,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봐요?”온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뭐 더 할 말 있으세요?”고만만이 씁쓸하게 웃었다. “허허… 심개가 나랑 파혼했어요. 당신 때문인 거 알아요? 그 사람이 마음속에 두 명의 여자를 품을 수가 없데요. 처음에는 그 감정이 대학시절 때의 감정일 줄만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거라고, 언젠가는 날 사랑하게 될 거라고, 근데 그게 내 바람으로 끝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목씨 집안 안주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심개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으니. 근데 제일 원망스러운 건 당신한테 열정적인 심개가 제일 힘들 때 당신은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여전히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교통사고로 입원했는데 얼굴도 안 비치고. 정말 그 사람 대신해서 어이없음을 느끼네요.”“고만만씨, 저 지금 일하는 중이거든요. 다시는 회사로 전화 쳐서 사적인 얘기하지 마세요. 끊을게요.” 말을 끝내고 온연은 전화를 끊었다. 고개를 돌리자 이리의 불쾌한 얼굴과 마주쳤다.“앞으로 회사 물건 사적으로 쓰지 마세요. 이게 기본
“피차일반 아닌가? 다른 여자였어도 그렇게 했을 거야. 네가 나한테 했던 짓, 그대로 못 돌려준 게 아쉬울 뿐이야.” 온연은 차가운 얼굴을 하며 계속 밥을 먹었다.“허… 정침 오빠는 널 사랑하지 않아. 그게 아니라면 왜 내가 널 차로 치어서 유산 시켰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날 감싸줬겠어? 너 진짜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네 신분이 어떤지 진짜 확인 안 해보는 거야? 정침 오빠가 너랑 결혼해서 아직까지도 이혼 안 하는 이유는 단지 널 괴롭히고 싶어서야. 너한테 복수하려고. 네 아빠가 죽었으니, 그 빚 당연히 네가 갚아야 하지 않겠어? 그 사람은 널 사랑하지 않아. 넌 네가 진짜 뭐라도 된 줄 알지!” 강연연은 말할 때 이를 악물고 있었다. 마치 온연을 찢어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았다.“사랑하든 말든 상관없어. 어차피 나도 그 사람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이 나랑 이혼하기 싫어하는 거니까. 날 괴롭혀도 상관없어. 나한테 복수하는 것도 상관없어. 나에게도 내 자신을 편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하는 의무가 있어. 그 사람 곁에서 날 위협하는 너 같은 사람을 치워버리는 거. 안 그래?” 온연은 너무 역겨웠지만 참아냈다. 지금 이 순간의 그녀는 승리한 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먼저 흔들리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사무실 앞, 목정침은 온연의 말을 한 글자도 빠트리지 않고 전부다 듣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멈추었고, 얼굴에는 냉기가 서려있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 말도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아래, 그는 다시 차로 돌아갔다. 진락이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도련님, 사모님이 밥 제대로 드시는지 확인하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왜 벌써 내려오셨어요?”그는 어두워진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운전이나 해요! 회사로 가요!”진락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몰랐다. 감히 한마디도 더 하지 못하고 차를 목씨 그룹 방향으로 몰았다. 사무실 안, 강연연은 열심히 자신의 충동적인 감
목정침에게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그녀는 이리에게 조퇴를 신청을 냈다. 임립에게 직접 말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입 싸게 목정침에게 말할 가봐 겁나서였다. 회사에서 나온 그녀는 과일을 조금 사들고 바로 택시를 잡아 중심 병원으로 갔다. 심개의 병실 앞에 도착한 후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 문을 두드렸다. 병실 안에서 심개의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어오세요.”그의 목소리를 듣자 그녀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녀는 얼굴에 웃음을 띠며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 오늘 미리 퇴근했어. 너 입원했다는 게 생각나서 한번 보러 왔어. 몸은 좀 어때?”심개는 조금 의아했다.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그녀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신 차렸을 때 그는 이미 활짝 웃고 있었다. “난 네가… 안 올 줄 알았어. 난 괜찮아. 다리가 부러진 거뿐인데 뭐. 그렇게 심각하지도 않고. 앉고 싶은데 앉아.”온연은 그를 한참이나 훑어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의 죄책감은 더 심해졌다. 잘 지내던 사람이 지금 이렇게 병원복을 입고 침상에 누워있다니. 그것도 다리에 깁스를 하고서. 그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고 거의 죽을 상을 하고 있었다. “저기… 미안해…”심개가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왜 네가 미안하다 그래?”그녀는 입술을 몇 번 물었다. “목씨 그룹이 너네 회사 인수했잖아… 네가 귀국하고 나서 일이 그렇게나 많이 생겼는데, 나도 너한테 뭐라 말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목정침 대신해서 사과할게. 근데… 그 사람이 한 일들 내가 막을 수 없는 일들이었어. 그래서… 미안해. 난 항상 널 제일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 아름다운 추억도 엄청 많고. 나랑 가깝게 지내지 마. 우리가 아무 사이가 아니기만 하면 심씨 집안도, 너한테도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심개의 표정이 얼어버렸다. “넌 우리 회사가 왜 인수됐다고 생각해? 내가 왜 약혼했다가 파혼했을 거 같아? 내가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넌 나한테 멀리 떨어지라니. 연아,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대답했다. "예를 들면, 나 유산하고 나서 그 사람한테 성질부리느라 할 말 못 할 말 다 했어.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내가 양다리 걸친 거 다 알아버렸어. 그런데도 그사람 나한테 한마디도 안 따졌어. 더 많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그렇게 최악은 아니야. 진짜로. 심개, 나 정말 괜찮아. 내가 죄인의 딸이라 목가네에 진 빚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내 고충이야. 솔직히 말하면 목정침은 나한테 물질적인 만족도 줄 수 있어. 그 사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우리 사이에는 원망만 있는게 아니야. 십년간 끈끈하게 쌓아온 정이라는 것도 있어. 그 정이 사랑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됐어. 우린 가족이야, 나빠봤자야."그녀의 말에 심개에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진짜 그렇다면 제일 좋겠지만…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헛되질 않길 바랄게…"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저기… 나 이제 그만 가야 할 것 같아. 몸조리 잘해."심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그녀가 문 앞으로 걸어갔을 때 심개가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연아…!"그녀의 발길이 멈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이것만큼은 꼭 기억해. 무슨 일이 생기든 나랑 몽요가 네 옆에 있다는걸. 만약 정말 언젠가 목정침이 널 실망시켰다면 너한테는 아직 우리가…있어…"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치듯 병원을 벗어났다. 회사는 병원이랑 좀 거리가 있었다. 비록 그녀는 꼼꼼히 시간을 계산했지만 차가 막힐 거라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목가네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늦은 상태였다. 목정침은 벌써 집에 도착한 상태였고 모닝과 한가롭게 거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닝을 보자 그녀는 갑자기 잊었던 일이 생각났다…모닝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온연, 퇴근하고 같이 쇼핑하러 가기로 하지 않았나요? 회사 사람들은 당신이 한 시간 일찍 퇴근했다고 하던데?
목정침은 입꼬리에 비꼬는 듯한 웃음이 걸렸다. "허… 친구? 친구끼리는 아무렇지 않게 잠도 자나 보지?"그녀의 호흡이 순간 멈춰버렸다. "그렇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어쨌든 과거잖아요. 이렇게 물고 늘어질 필요 없잖아요. 나도 당신이 강연연이랑 뒹구는 것도 신경 안 쓰잖아요."그가 냉소를 뿜어냈다. "허허… 내가 걔랑 잤는지 안 잤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너랑 심개 일은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 내가 진짜로 물고 늘어졌다면 넌 걔 만나지도 못했어. 그러니까 네가 병원 갈 기회도 생긴 거야, 알아? 게다가 내가 누구랑 같이 있든 신경 안 쓴다며? "신경을 안 쓴다고?온연은 그의 말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자신이 신경을 쓰는지 안 쓰는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호텔에서 그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왜 도망을 쳤을까? 마음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도대체 신경을 쓰는 걸가까 안 쓰는 걸까?사랑하지 않는 건 맞지만 배신은 배신이다. 어느 누가 이런 짓을 참을 수 있을까? 그도. 그녀도."그때는 오해였어요. 믿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그녀의 말투에는 힘이 없었다. 자신의 순결을 분명히 그에게 줬는데, 그는 그걸 정말 모르는걸가? 그가 만났던 여자가 강연연만은 아니겠지? "그래! 오해! 심개의 침대에 누운 여자 너 아니었나? 너 다음날에 걔 옷 입고 집으로 왔잖아?! 이게 어떻게 오해야?! 설마 나한테 옷만 벗고 침대에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하지는 않겠지?!" 그는 고함을 지르며 옆에 있던 테이블을 걷어찼다. 테이블 위에 있던 다구와 책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온연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녀의 몸이 조금 경직되었고 입술을 조금 움직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막아버렸다. 그때 진짜 심개와 단지 옷 벗고 침대에 누워 잠만 잤다고 그녀가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우스운 소리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자 그의 눈동자
그는 앞으로 걸어가 뼈마디 마디 분명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았다. 눈 밑에는 조롱이 섞여있었다. "나, 한 번도 널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네가 어렸을 때부터 내 목적은 오직 복수뿐이었어. 매번 널 볼 때마다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네가 중학생이 되니까 갑자기 좀 달라 보이더라. 눈에 거슬리지도 않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어? 난 네가 다 클 때까지 기다렸어. 근데 미처 손쓰기도 전에 심개가 선수 친 거야. 내 물건이 다른 사람 손에 물들었어.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어떻게 내가 널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멍청한 생각을 할 수 있어? 난 그냥 네 죗값을 받고 싶은 사람일 뿐이야. 널 내 옆에 둔 것도 장난감 대신이고. 내가 왜 다른 남자랑 노닥거리지 못하게 둔 건지 이제야 이해가 돼? 왜나하면… 넌 내 물건이니까! 다른 사람이 손대는 게 싫으니까! 맞아, 나 너 안 사랑해. 영원히 사랑하지 않을 거야. 네가 날 사랑하든 말든 신경 안 써… 이 얘기 그만해. 더 하면 재미없을 줄 알아."코앞에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는 온연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까 그 말들이 진짜 그 사람 입에서 나온 게 맞나? 예전에는 그가 차갑고 냉랭하고 얼음장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기도 했다. 그가 한 말들이 날카로운 칼처럼 그녀를 찔러댔다. 그녀의 눈에 보였던 가족이란 건 이렇게 우스운 거였구나, 십 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남자가 계속 자신을 장난감 취급을 하고 있었구나…그녀는 진짜로… 아무것도 가진 게 없구나…그녀는 글썽이는 눈물을 참으며 힘겹게 웃었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당신한테 내가 그런 존재였다니, 계속 모르고 있었는데 이젠 알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장난감 주제에 목씨 집안 안주인 자리까지 차지해서."그녀의 턱을 잡고 있던 목정침의 손에 힘이 점점 풀렸다. 그녀 눈동자에 가득 찬 상처를 똑똑히 볼수 있었다. 그녀가 그에 관한 모든 일에 무관심한 게 아니었다. 그녀도 괴로울 때가
온연이 자조적으로 웃어 보였다.“그 사람은 나한테 줄곧 그래왔어요.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요, 그 사람의 따뜻한 모습을 볼 수 있잖아요. 같이 지낸 지 이미 10년이 더 되었는데… 아마 한 번도 못 봤던 것 같네요.”모닝은 그녀를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동정해왔다.“내가 봐왔던 것에 따르면, 정침씨는 그냥 화가 나서 그렇게 말했던 걸 거예요.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여자로서 말 해주자면, 정침씨 말에는 큰 진심도 없었을 거예요. 전에는 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안 믿었거든요. 심지어는 멜로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당신이 가짜 임신이나 다른 수를 써서 결혼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믿음이 가네요. 오히려 그 사람이 당신과 반드시 결혼하겠다고 한 거였죠?”온연은 어딘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무슨 뜻 이예요?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말 했는데, 저희 둘 사이에 감정이 있다고 느껴져요?”모닝은 고개를 들어 별이 몇 개 박힌 적막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잠시동안 생각을 거친 후 에야 입을 열었다.“당신, 목정침이 그 쪽을 부양하고, 그 쪽과 결혼한 게 정말 단지 당신을 노리개 삼으며 복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정말 그런 거였다면, 그 사람은 당신이 상상도 못 해봤을 악랄한 짓들을 벌여왔을 거 예요. 게다가 한 평생 당신을 가지고 놀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밑진다는 것도 말도 안 되고요. 이쯤 됐으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은 거의 다 반어일 거예요. 당신이 그 사람을 안 사랑한다고 말 한 후예야 노발대발 한 거죠? 그 사람이 원하는 건 당신의 사랑인데 무슨 가족애를 따져요?”모닝이 계속 말을 이었다.“제가 만약 당신이라면 이렇게 답답하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 사람이 만약 사랑을 원한다면, 그 성격으로는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정말로요. 내가 그 사람한테 마음이 움직였던 건 사실이예요. 그래서 뒷조사까지 해 봤는데, 난잡한 사생활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