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아무것도 못 들은척하며 문을 열고 들어섰다.“임대표님, 무슨 일 이세요?”임립은 감정을 억제했지만, 여전히 웃지는 못한 상태였다. 안색이 어두워 보였다.“그… 정침네 회사에 가서 계약서 좀 받아와 줘야 할 것 같아요. 이 몇 건은 좀 급해요. 요 몇일 회사에 잔업을 더 하고 있는데, 몸도 안 좋으니 잔업은 안 해도 좋아요. 이건 내가 임시로 결정한 겁니다… 잘못했다가는 회사의 주인이 바뀌어서 내가 관여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한 번 더 뭔가 해 보여야해요.”온연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정돈을 조금 한 뒤, 곧바로 아래층으로 향해 택시를 잡아 목씨 그룹 빌딩으로 향하였다.그녀는 순조롭게 빌딩으로 들어설 수 있었고, 46층에 도착해서는 스스로 신발을 벗고는 맨발로 바닥을 디뎠다. 목정침의 비서 엘리가 그의 사무실 문 앞에서 온연을 막아섰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대표님께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잠시 후, 엘리는 목정침의 허가를 받은 듯 온연에게 말했다.“들어오세요.”온연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목정침은 고개를 숙이고는 무언가 써 내리는 듯하였다.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온연은 마음을 안정시키고는 서류를 그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목대표님, 비상 디자인 그룹에서 나왔습니다. 서류 확인 부탁드립니다.”목정침은 서류를 흘겨보고는 아랑곳 않더니, 그녀의 맨발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려 보였다. 그 후 곧장 서류에 서명하고는 그녀에게 돌려보냈다.“가보도록 해.”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그녀를 곧이 바라보지 않았다. 매 순간이 번거로운 듯, 그녀가 나타난 것이 그에게 방해가 된다는 듯 행동하였다. 온연은 문득 어젯밤 모닝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만약 그가 자신을 노리개로만 생각하였다면, 왜 싸운 뒤 술을 마시러 갔을까?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고는 결국 경소경의 집에서 하루 묵었다. 그녀가 고작 노리개라면 화풀이할 필요도 없이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잔업이 있어 식사를 함께하지 못한다 전하였고, 유씨 아주머니는 별 말이 없었으나 단지 그녀의 몸이 버티지 못할까 걱정이 될 뿐이었다.8시가 넘은 시각, 임립이 차를 타 마시기 위해 사무실에서 나왔고, 아직까지 자리에 있는 온연을 보고는 어리둥절해 하였다.“왜 아직도 안 갔어요?”온연은 전혀 아랑곳 않은 듯 대꾸했다.“이리저리 움직일 것도 없이 하루 종일 앉아있어서 애초에 안 피곤했어요. 몇 시간 더 일하면 되는 건데, 대단할 것도 없잖아요? 몸이 안 좋았으면 진작 퇴근했을 거예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임립은 어딘가 신경 쓰였다.“이미 8시나 됐어요, 연장근무는 해봐야 9시 반 까지니까 지금이라도 가봐요, 괜찮아요.”온연은 그를 한 번 바라보고는 컴퓨터를 끄고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임립은 남자였고, 자존심도 강했다. 그녀가 어떤 얘기를 들었든, 그의 면전에서 위로할 수는 없었고, 더군다나 집안 내부의 갈등이었기에 더더욱 끼어들 수 없었다.9시가 다 되어서야 목가네로 돌아왔다. 저택이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니 분명 목정침이 집에 있는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탕위엔이 그녀의 품 속으로 뛰어들었고, 거실에서 별안간 모닝이 튀어나왔다. 곧 그녀가 마술이라도 부리듯 케이크 상자를 꺼내 보였다.“자, 야근 수고했어요.”온연은 케이크를 받아 들며 고맙다 전했고, 모닝은 혀를 내둘렀다.“됐어요, 고맙다는 말 바라고 한 거 아니에요. 얼른 준비하고 자러 가봐요. 정침씨는 방에 있을 거예요.”온연은 위층을 흘끗 쳐다보았고, 목정침이 시끄러워 할 것이 걱정되어 아래층의 욕실에서 샤워를 마친 후에야 방으로 돌아갔다.의외로 오늘 그는 일찍 잠든 듯하였다. 침대위에서 호흡을 균일하게 쉬는 것이 분명 잠든 것으로 보였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동작이 가벼워졌다. 침대 반대편에 조심히 눕자, 몸과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야근이 힘들지 않다고 하면
진몽요가 거북한 기색을 보이며 얼떨떨하게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정말…? 다른 법이 없는 걸… 아르바이트를 안 하면, 그 월급으로는 우리 엄마 못 부양해. 아냐, 그만 얘기하자. 얘기하면 짜증만 나지.”막 여덟 시가 되었 을쯤, 임립이 회사에 들어섰다. 그를 발견한 진몽요가 부랴부랴 계약서를 들고는 마중을 나갔다.“빨리빨리, 여기 서명 좀 부탁드려요! 9시 전에는 돌아가서 경소경한테 줘야해요!”임립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르는 듯하였다. 양복 앞주머니의 볼펜 마저도 쉽사리 찾아내지 못하고 있자, 진몽요가 온연의 자리에서 아무 볼펜이나 집어 그에게 전달하였다.“빨리, 빨리요!”계약서에 서명을 마치자 진몽요는 바람처럼 달아나버렸고, 임립은 여전히 상황파악이 어려운 듯 보였다.“온연… 내가 방금 서명한 게 어떤 계약서였죠? 볼 겨를도 없었는데, 이거 문제 생기는 거 아니겠죠…?”온연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그럴 리가 있어요? 경소경이 받아오라고 한 거 잖아요, 문제 생기면 경소경을 찾아가시면 되겠네요. 전 일 시작 해볼테니 어서 할 일 하러 가보세요.”개열 본사.진몽요는 계약서들을 경소경의 손에 넘겨주고는 숨을 헐떡였다. 시간에 쫓겨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경소경은 한가로운 듯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계약서, 어제 당신한테 준 거 아니었나요?”진몽요는 찔리는 듯하였다.“어제는 너무 바빠서… 잊어버렸어요. 그쪽이 달라고 하기 전에 가져왔잖아요? 일을 완전 지체한 것도 아닌데, 설마 내 월급을 깎을 건 아니겠죠?”경소경은 몸 앞으로 팔짱을 끼고, 늘씬한 두 다리까지 꼬며 귀족 자제의 표준적인 자세를 취해 보이고는, 입가에 있는 듯 없는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내 회사 직원의 업무량을 모를 까봐요? 당신이 퇴근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만, 낮의 일에 영향을 끼치지는 말아야죠. 그리고… 당신, 안색 좀 봐봐요, 곧 죽겠어요. 이렇게
진몽요는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혹시라도 단서가 잡힐까 두려웠다.“아니요, 길도 안 겹치고, 전 다른 일이 있어서요. 먼저 가세요.”경소경은 장님이 아니었다. 보통 저 맘 때쯤 여자들은 핸드폰과 화장품만 간단히 담을 핸드백을 주로 들고 다닐 텐데, 최근 진몽요는 핸드백 뿐 아니라 검은 쇼핑백까지 항상 챙겨 다녔다. 분명 무언가 산 것은 아닐 텐데, 그는 어딘가 호기심이 들었다. 퇴근하고는 바삐 어디를 그렇게 가는 것일까?경소경은 그녀에게 대충 응하고는 기사에게 이동하라고 한 뒤, 다시금 골목 어귀에 정차하게 하였다. 진몽요가 택시에 올라타는 것을 확인하고는 기사에게 그 택시를 따라가라 분부하였고, 의구심이 든 기사가 그에게 물어왔다.“도련님, 오늘은 돌아가서 식사하시는 거 아니십니까? 어디로 가시죠? 곧 시간이 다 돼 가는데…”경소경은 눈살을 찌푸려 보였다.“어머니께는 오늘 내가 일이 생겨서 같이 식사 못한다고 전해드려.”그는 진몽요를 따라 나섰고, 곧 진몽요가 탄 택시가 한 클럽 앞에서 세워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잠시 망설이다 이내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 하였고, 그녀를 따라 혼자 클럽으로 들어섰다. 이 클럽은 일찍 영업을 시작하는 듯하였고 지금 시간에는 손님이 많이 없었다. 오가는 이들은 모두 내부 직원인 듯 보였다. 웨이터와 홍보 매니저를 제외하고는, 술 접대를 하는 듯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진몽요에게 직접 묻는 대신, 프런트 데스크로 가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사람을 알아보러 왔다는 그의 말에 데스크 직원의 태도가 악질적으로 변하였다.“선생님, 다른 건 생각 마시고, 여기서 환영 받으며 놀다 가시죠.”경소경은 침착한 얼굴로 지갑을 꺼내고는 겹겹이 쌓은 지폐를 데스크에 내려놓았다. 그 후 핸드폰에 진몽요의 사진을 띄운 뒤, 직원에게 내밀었다.“이 여자를 원하니까, 내 룸으로 데리고 와.”그 사진은 입사하던 당시 진몽요의 증명 사진이었다. 화장을 하지 않아
남자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진몽요는 진작부터 속으로 그를 욕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 놀러나 온 주제에 세침을 떨다니. 그녀는 안 그래도 신입이었기에, 이런 차가운 분위기에서 어떻게 작업을 계속해야 할지 전혀 감을 못 잡았다.그녀는 곧 마담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눈 앞의 남자는 열정적이며 요염한 여성을 좋아할 것이라 추측하였고, 이어서 자신의 텅 빈 지갑과 강령이 흥청망청 써버린 150만원을 떠올리고는 이를 악 물어 보였다.“왜 아무 말도 없으세요? 죄송해요, 제가 신입이라 어떻게 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지 잘 몰라요. 아니면, 아가씨를 두 명정도 더 불러서 분위기 좀 띄워볼까요?”남자의 손이 그녀의 가슴팍에 있던 손을 움켜 잡았고, 진몽요는 이 사람이 색마인 것은 아닌지 마음 속으로 잔뜩 긴장을 하였다. 그러나 얼마 안 되어 곧바로 그 손을 놓았다.“너 돈이 그렇게 궁해?”진몽요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남자가 경소경일 것 이라고는 절대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자신을 미행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저 단순히 재미 있자고 자신을 찾아온 것일까?그녀는 조명을 켜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매우 난처한 상황이었다. 차라리 어두운 것이 낫다고 판단하였다.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은 후 진몽요가 입을 열었다.“그래, 나 돈 필요해. 굳이 다시 알려주지 마. 당신 날 미행한 거지, 만약 놀러 온 거라면 아는 사람 돈 벌어준다 생각해, 어색해 하지 말고 이렇게 된 김에 놀자고, 전자라면 돌아가봐도 좋아.”경소경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그 800만원 너한테 갚으라고도 안 할 거고, 네 임금에서 제외하지도 않을게. 이렇게 하면 여기 일 관둘래? 내가 아는 바로는, 너희 아버님도 돌아가셨고, 목정침도 빚 독촉은 안 한다며. 지금 너랑 네 어머님 생활이 좀 힘들다지만, 너가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질 필요는 없어.”진몽요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당신은 사장일 뿐인데, 어째서 내 사생활에 참견하는 거지? 당신 여자친
진몽요의 말 끝에는 흐느낌이 묻어나왔다. 눈물을 참기 위해 술 한잔을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사레가 들릴 뻔했지만 원래 놀기를 좋아했고, 술자리도 적지 않았고, 주량도 좋았기에 이런 곳에서도 버텨낼 수 있었다.오늘 밤은 경소경 역시 감성적이었다. 그는 깊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나긋나긋한 말투로 말했다.“나를 낯선 사람이라 생각하고, 하고 싶었던 말들 다 해봐요.”진몽요는 한 편으로 경소경이 돈을 내고 산 술을 마셨고, 또 한 편으로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그래요, 듣고 싶다면 제가 알려드릴게요. 우리집은 이제 빚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빈털터리에요. 내 전 남자친구가 헤어지면서 연애 기간동안 내가 써왔던 돈을 돌려줬어요. 거의 4억 가까이 됐는데. 그건 나한테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어요, 돈을 충분히 모아서 괜찮은 집을 구하는 걸 꿈 꿔 왔어요. 그랬는데 눈 깜짝 할 사이에 엄마한테 화를 당한 거에요.”“우리 엄마는 한 순간도 고생해본 적이 없어요,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생활이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거죠. 난 매일 퇴근해서 피곤해 죽겠는데도 밥을 해주고, 빨래를 하고, 온갖 청소들은 다 해서 거의 개 꼴이 되는데도 엄마는 여전히 편하게 내 돈으로 마작을 하고, 사치를 부리고, 돈 좀 있는 사람한테 날 시집 보내려고 안달을 내요. 이혼한 남자는 물론, 천박한 깡패에게까지 선을 보라고 할 거에요!”“월급 날만 되면 울며불며 죽을 기세로 돈을 달라고 해요. 안주면 밥을 안 먹어요, 제일 길게는 3일까지 굶었었어요. 내가 이런 알바라도 안 하면, 뭘로 우리 엄마를 먹여 살리겠어요? 또 나는 어떻게 먹고 살고요? 매달 월세도 몇 십만 원씩 나가고, 아무리 노력해봤자 끝이 보이지가 않아요… 차라리 우리 아빠랑 같이 죽는 게 나았을 수도 있어요.”경소경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말도 안 되는 얘기하지 마.”진몽요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제 말은 우리 엄마가 아빠랑 죽었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죽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엄마는 평생 아빠
진몽요는 어딘가 미심쩍었다. 이놈이 뭐 한다고 날 도와주지? 몸을 일으키니, 하늘이 팽팽 도는 듯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조금 격양되었다. 경소경은 재빨리 눈치를 채고는 그녀를 붙잡았다.그는 뻣뻣한 몸짓으로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었다. 그는 진몽요가 매일같이 들고 출근하던 검은 쇼핑백에 무엇이 들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이는 바로 지금 진몽요가 입고 있는 술접대용 옷이었다. 옷은 매우 대담했다. 드러낼 수 있는 것은 다 드러낸 것 같았다.바깥으로 나와 찬바람을 쐬자, 진몽요가 길 한 쪽으로 가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경소경은 그런 그녀에게 휴지를 건네 줄 뿐이었다.“안되겠죠? 방금 생 보드카를 반병이나 마셨는데, 당연히 못 견디죠…”진몽요는 머리가 어질어질했으나, 귀는 먹지 않았었다.“일찍 좀 말해주던가요! 난 그런 독한 술 마셔본 적도 없단 말이에요!”경소경은 어딘가 억울 해졌다. 급히 그녀를 따라가 아무거나 주문한 것이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마실 줄은 몰랐다. 차에 탔을 때, 진몽요는 이미 녹초가 된 상태였다. 경소경이 그녀에게 주소를 물어봐도 진몽요는 웅얼거릴 뿐이었다.“돌아가기 싫어……”경소경은 망설였다. 핸드폰을 꺼내 온연에게 전화를 하려다 관두고는 기사에게 말했다.“백수완 별장으로 가지.”목가네 저택.목정침은 소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었고, 모닝이 그런 그의 곁을 서성거리다 말했다.“이 집 귀염둥이가 아직도 집에 안 왔는데, 걱정 안돼요? 그 순둥이를 누가 채 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목정침은 손을 슬쩍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순둥이?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요.”모닝이 입술을 삐죽거렸다.“제가 대신 물어봤는데, 아홉시 반에 퇴근이래요. 직접 마중 나가는 거 어때요? 요 몇일 기온도 많이 떨어졌고, 특히 밤에…”목정침은 노트북을 덮더니 위층으로 향했고, 곧 옷을 갈아입고는 다시 돌아왔다. 그 모습에 모닝이 비아냥거렸다.“아무래도 데리러 가야겠죠
임립은 쫓아오는 목정침에 신난 듯했다. 두 사람은 앞뒤로 폭주하다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그러나 목정침의 운전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고, 온연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필사적으로 안전벨트를 꼭 붙잡았다.“뭐 하는 거예요? 무서워요… 길도 어두운데 천천히 갈 수 없어요?”목정침이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 차는 이미 저택가에 들어섰고, 다른 차들도 없었으며, 과태료 역시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온연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제서야 정신을 되찾았다.“어떻게 절 데리러 올 생각을 하셨어요? 저 혼자서도 갈 수 있는데…”“혼자서도? 임립이 데려다 주는 게 아니라?”그의 말투에는 시샘이 가득했다.“야근을 안 하면 택시를 타고, 야근할 때만 대표님이 데려다 주세요. 왜요? 제가 기분 안 좋게 했다면 바로 얘기해주세요.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저 겁주지 마시고요, 안전하지 않아요…”온연은 방금 그의 행동을 상당히 원망하는 듯했다.“다른 남자한테 웃어주지 마.”그는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리며 말을 하였다.온연은 그의 표정을 보지 못하였고, 이상하다고 느낄 뿐이었다.“제가… 임립에게 웃어주는 것도 안 되나요? 당신 친구 아닌가요? 그 사람에게까지 냉담 하라니, 게다가 제 사장님이시잖아요.”그는 대답이 없었다. 가슴이 뛰는 빈도로 보아 무언가 꾹 참는 듯했다. 온연은 그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 알 수 있었다. 주변은 새까맣고, 밤이 아주 깊었다. 온연은 조금 두려워졌다.“좋아요, 알았어요. 기억할게요. 이제 돌아가요. 여기 멈춰서 뭐 해요?”목정침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야가 어두워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만은 밝게 빛났다. 짧은 몇 초가 흐르며 온연의 심장이 다시금 빨리 뛰기 시작하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얼마 안 있어 차가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차에서 내리고, 목정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