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북양구의 귀화 병사라고 림 도위소병에게 술을 몇 잔 권하고 지금 득의양양해 있단 말인가?정말 호의를 모르는구나!강우연도 잠시 멍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더니 인츰 한지훈의 팔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지훈씨,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얼른 사과하세요!”라고 말했다.하지만 한지훈은 한고운의 고개를 쓰다듬으며 담담하게 “무릎을 꿇고 파이터 킹을 맞이하겠다고 했잖아요? 지금 무릎을 꿇으면 저는 감당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팍!”양천엽은 화가 나서 탁자를 두드리고 한지훈을 가리키며 “무례하다! 림 도위소병님 앞에서 감히 헛소리를 하다니! 진짜 당신이 파이터 킹이라도 돼? 무슨 자격으로 파이터 킹을 대체하려고 하는 거야!”라고 소리를 질렀다.오용려도 차갑게 “강아가씨, 당신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강우연도 급해났고 부단히 허리를 굽히며 사과를 했다.“죄송해요, 제 남편이 술을 많이 마셨나 봐요. 인츰 데리고 나갈게요.”말을 마치고 강우연은 한지훈을 끌고 가려고 했다.하지만 한지훈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림 도위소병한테 잔을 들며 “림 도위소병, 이 잔은 파이터 킹이 당신한테 올리는 잔입니다.”라고 말했다.림리군은 안색이 변하더니 온몸을 약간 떨며 술잔을 들었다.하지만 그다음 순간 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즉시 일어나 한지훈의 옆으로 가서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히 “H시 오군 주군 본부의 림 도위소병이 파이터 킹을 뵙습니다!”라고 말했다.훙!온 룸을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모두들 감히 숨을 내쉬지 못했고 모두 떨리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보고 있었다!림 도위소병이 아까 뭐라고 했지?파… 파이터 킹을 뵙는다고?양천엽과 오용려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고 두 눈을 크게 떴다!강우연의 얼굴에도 긴장과 의아함이 가득했고 작은 입을 가리고 눈에서는 빛이 났다.한지훈이 파이터 킹이라고?!어… 어떻게?!“양천엽, 무릎을 꿇고 파이터 킹을 영접하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무릎을 꿇
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젓고는 웃으며 “아니요.”라고 말했다.“아?”강우연은 어리둥절해졌고 의심스러운 듯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그럼 아까는….”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잊지 마세요. 저는 북양구의 귀화 병사예요. 파이터 킹은 전투에서 뛰어나 공을 세워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어요. 만약 림 도위소병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면 분명 그렇게 했을 거예요.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이런 것 들이에요.”그 말을 듣고 강우연은 깨달았다.하지만 한지훈이 아까 했던 행동은 호랑이 가죽을 벗겨 깃발을 만든 것이랑 다름없었다.그녀는 피식 웃으며 응석받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당신, 남의 이름을 함부로 쓸 줄 알았어요. 만약 진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요.”라고 말했다.한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상관없어요. 우리 보스는 자신의 부하들을 엄청 사랑스럽게 돌봐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근데 당신은 오늘 왜 양천엽이랑 밥을 먹었어요?”라고 물었다.이 말을 하는 한지훈은 질투라도 한 듯 안색이 안 좋아졌다.강우연은 그 모습을 보고 “맞춰봐요.”라고 말했다.한지훈은 “여보, 앞으로 양천엽이랑 접촉하지 마세요.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가 당신을 보는 눈빛도 틀렸어요!”라고 말했다.강우연은 손을 등 뒤에 가져가고 턱을 치켜든 채 오만한 눈빛으로 “왜? 질투해요?”라고 물었다.“맞아요. 우리 꽃다운 와이프는 다른 사람들 눈에 자꾸 띄인단 말이에요. 오늘은 당신 체면 때문에 그 자식을 때리지 않은 거예요!”한지훈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강우연은 꿀을 먹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알겠어요. 장난하지 않을게요. 양천엽은 단순히 저와 한고운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했어요. 어쨌든 저는 그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거절하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오늘 만났어요. 괜히 당신한테 말하면 아까처럼 질투 할까 봐 말 안 했어요.”말을 마치자 강우연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백조 같은 교만한 걸음걸이로 걸어갔다.“멍하니 뭐해요. 집에
이른 아침, 그는 도설현으로부터 회사를 다녀오라는 전화를 받았다.어젯밤 전동차 타이어에 못이 박혔는데 미처 수리하지 못해서 한지훈은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는 도설현의 비서 이안영을 보았다.“하이, 이안영.”한지훈은 활짝 웃었다.이안영은 오늘 베이지 컬러의 오피스룩을 입었고 전형적인 강남 미인으로 보였다. 마치 그림에서 나온 것 같았다.까맣고 윤기나는 긴 머리에 하얀 피부는 우유처럼 윤기가 나며 이목구비는 작고 정교하며 얼굴은 손바닥 만했고 두 눈은 가을 물결처럼 맑았다. 그녀가 한지훈 곁에 다가오자 그는 마치 눈앞이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너무 아름다웠다.“아, 한지훈? 당신도 여기 사십니까?”이안영은 당황한 듯 물었다.한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맞아요. 금방 이사 왔어요.”라고 말했다.이안영은 환하게 웃었다.“오늘 당신 참 아름답네요.”한지훈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남을 칭찬하는 것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미덕이라고 한다.이안영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감사해요.”라며 수줍게 말했다.그리고 두 사람은 몇 마디 잡담을 나누었다.차에 오르자 이안영의 아름다운 미모는 차 안의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한지훈은 그녀의 뒤에서 여러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느꼈다.공교롭게도 차에는 자리가 없었고 이 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차 안은 꽉 찼다.이안영은 문 옆에 서서 손잡이를 잡았다.한지훈은 그녀 뒤에 섰고 녹색 타투를 한 청년 몇 명이 일부러 이안영 곁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그는 씩 웃으며 차갑게 웃고 손잡이를 잡고 닭 털 같은 타투를 한 젊은이를 뒤로 밀었다.타투를 한 젊은이는 한지훈을 노려보았고 그가 자신보다 키가 크자 말없이 옆으로 물러섰다.한지훈은 그녀 뒤에 서서 넓은 몸으로 그녀를 지켜주었다!이안영은 몸이 굳어졌고 눈썹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한지훈이 그녀에게 눈을 깜빡이며 웃으며 말하는 것을 보았다.“이비서, 앞으로 외출할 때
“뒤로 갈 수 없어요.”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이안영은 그 말을 듣고 반박할 수 없었고 귀 뒤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귀뽈이 빨개졌다.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었고 주위 건달들의 질투를 샀다!왜냐하면 한지훈과 이안영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다.찍!버스는 갑자기 급정거했고 이안영은 원래 주의력을 집중하지 않았는데 차가 급정거하여 뒤로 넘어지면서 한지훈과 더욱 가까워졌다!이안영의 얼굴은 빨개졌고 마침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여 그는 지체 없이 뛰어내렸다!그런데 옆에 있던 중년 아주머니가 한발 앞서 나가다 실수로 그녀를 부딪쳐 그녀는 발을 삐끗하여 한지훈의 품속에 안겼다!한지훈은 자신의 품에 안긴 이안영의 작은 몸을 느꼈다. 그는 코끝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인츰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이안영의 두 손은 한지훈의 가슴을 눌렀다!자세는 그야말로 썸을 타는 것 같았다!그는 급하게 한지훈을 밀어내고 자신의 오피스룩을 정리하고 얼굴이 빨개서 차에서 내렸다.한지훈은 어이없다는 듯 쫓아가며 “이 비서, 너무 빨리 가지 마세요.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은 오해예요. 탓하려면 버스기사님 탓이에요!”라고 말했다.이안영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화가 난 듯 한지훈을 노려보며 “오해? 무슨 오해요? 고의 적으로 저한테 접근한 거죠. 당장 도 사장님한테 일러 당신을 해고하도록 하겠어요!”라고 말했다.보아하니 이안영 미녀는 정말 화난 것 같았다.한지훈은 인츰 뒤쫓아가서 설명했다.“진짜 오해예요. 저는 아까 그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어요. 차에 탔던 사람들이 모두 당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것을 제가 눈치 못 챈 것도 아니고.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를 그들이 엉큼한 눈빛으로 보는데 제가 차마 참을 수 없었어요.”“당신은 그럼 좋은 마음이었어요?”이안영은 차갑게 웃더니 가슴을 껴안고 바보를 보는 듯 한지훈을 보았다.한지훈은 웃으며 계속 설명을 하려 했지만 갑자기 불청객이 찾아왔다.그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돌아서 보니 타투를 한
타투를 한 청년은 엄청 까불었다.그의 눈에는 한지훈이 곧 자신의 손에 죽을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근본 그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이안영은 한지훈 뒤에 숨어서 그들의 상스러운 대화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요! 더 심하게 말하면 제가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그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모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앞장서서 가방을 꼭 껴안고 핸드폰을 꺼내려는 제스처를 취했다.“아이고, 동생 겁먹었나 본데 형님들은 뭘 기다려요!”타투를 한 청년은 옹졸한 얼굴로 손바닥을 비비며 이안영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퍽!”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한지훈이 때린 뺨은 독하고 단호했다!타투를 한 청년은 무슨 일인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몇 바퀴 돌았다.“씨발! 감히 나를 때리다니?”타투를 한 청년은 부어오른 볼을 감싸 쥐로 이를 갈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당신, 저 여자 옆에 누가 있는지 못 봤어요? 앞으로 오면 내가 때리지 누가 때리겠어요?”한지훈은 팔짱을 끼고 차갑게 웃으며 타투를 한 젊은 청년을 바라보았다.이안영도 한지훈의 맹렬한 손놀림에 놀랐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갑자기 온기가 솟구쳤고 한지훈을 보는 눈빛도 변했다.한지훈의 마인드는 여자는 무조건 보호해야 하고 미녀는 더더욱 보호해야 했다. 그는 이안영이 조롱당하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었다!타투를 한 젊은 청년은 화가 났고 바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며 흉학한 얼굴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씨발! 내가 너를 죽이고 말 거다!”라고 소리를 질렀다.말을 하고 타투를 한 청년은 칼을 들고 한지훈의 배를 향해 돌진해 왔다!남은 두 까까머리를 한 청년도 인츰 돌진해 왔고 그들의 목적은 아주 간단했다. 이안영을 잡는 것이었다!그리고 그들은 이 기회를 타 미녀에게서 한몫 챙기려는 사심도 있었다!그들은 음흉한 얼굴로 이안영의 옷을 잡아당기며 찢어버리려고 했고 크게 웃으며 “미녀야, 부끄러워하지 마. 우리 형제들과 좀 놀아줘.”라고 말했다.만약 이런 미인과 하룻밤을 자게 된다면 그들은
타투를 한 망나니는 처참하게 울부짖었고 행인들은 놀라서 피해 갔다.만약 한지훈이 좀만 힘들 더 썼더라면 그의 팔 전체가 바로 부러졌을 것이다!“탕” 하는 소리가 나더니 타투를 한 청년의 손에 있던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그쪽에 있는 두 사람, 그만 안 해?! 진짜 내 손에 의해 팔이 부러지는 것을 보고 싶어?”한지훈은 차갑게 말했다.이안영을 덮치고 있는 두 까까머리를 한 청년들은 한지훈을 차갑게 쳐다보기만 할 뿐 전혀 멈출 생각이 없었다!그들은 한지훈이 이렇게 잘 싸우니 이 여자만 잡는다면 저 녀석은 순순히 속수무책으로 잡힐 거라 생각했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눈에서 한기가 나왔고 마음속으로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들었다!“칵!”한지훈이 힘을 주자 타투를 한 까까머리 청년의 팔이 부러졌다!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마치 폭죽처럼 귓가에 울려 퍼졌다!“아! 내 팔…. 내 팔! 아아아아!”타투를 한 청년은 너무 아파서 울부짖었고 얼굴은 새파랗게 된 채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그는 엄청난 외력에 의해 팔이 비틀어 부러졌는데 그 고통은 보통 사람이 참을 수 있는 게 아니다!그리고 한지훈은 쏜살같이 이안영 앞으로 달려갔다.타투를 한 청년은 자신의 눈앞에서 바람이 지나간 것을 느꼈고 그 후 그는 두 눈을 크게 뜨고 한지훈이 미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자신의 형제들의 목을 조르는 것을 보았다!두 까까머리를 한 청년도 갑자기 나타난 한지훈 때문에 놀라서 온몸을 떨었다!그리고 두 사람은 손을 쓰기도 전에 한지훈이 손으로 그들 목덜미를 잡고 들었다!와!보통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행동인데?한 손에 한 사람을 든다고?사람이 맞아?두 까까머리를 한 청년은 너무 놀랐다!그들은 절대 이런 사람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너희 들이 정말 죽고 싶다면 내가 한방 날려 줄게!”한지훈은 말을 하고 두 손에 힘을 주어 두 까까머리를 한 청년의 목을 세게 조았다. 그러고 두 사람을 허공에 바
겁에 질린 둘은 급기야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형님, 목숨만 살려주세요. 저희가 다 잘못했습니다!”한지훈은 이안영을 가리키며 싸늘하게 말했다.“나한테 사과할 게 아니라 저분한테 해야지!”두 명의 양아치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무릎걸음으로 이안영의 앞에 다가가서 고개를 숙였다.놀란 이안영이 뒷걸음질 치는 가운데 그들이 말했다.“누님, 저희가 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문신남과 대머리 청년은 진심을 담아 이마를 바닥에 박았다.“가… 가세요. 앞으로 다신 이런 일하지 말고요.”겁에 질린 이안영은 한지훈의 뒤에 숨어 머리만 빼꼼 내밀고는 그들에게 말했다.“꺼지라잖아.”한지훈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으름장을 놓았다.“네… 네! 당장 꺼지겠습니다!”군기가 바짝 든 양아치들은 기절한 동료들을 깨워서 도망치듯 골목을 벗어났다.한지훈은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는 놈들의 뒷모습을 싸늘하게 노려보고는 이안영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제 괜찮아요.”이안영이 얼굴을 붉히며 그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감사해요. 전에는 지훈 씨 참 무모한 사람이라 안 좋게 봤는데 미안했어요.”갑작스러운 그녀의 사과에 한지훈은 어색한 얼굴로 머리만 긁적였다.둘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회사로 돌아갔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도설현이 한지훈을 사무실로 호출했다.“저녁에 나랑 미팅 자리에 좀 나가줘요.”“미팅이요?”한지훈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리양제약 사람들을 만날 거예요.”도설현이 말했다.리양제약 얘기가 나오자 한지훈은 지난번에 와서 온갖 갑질을 해대던 송천우의 아버지, 송경림을 떠올렸다.“알겠어요, 같이 가죠.”한지훈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저녁, 어느 고급 레스토랑의 별실.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설현은 굳은 얼굴로 송경림과 그의 부하들과 대치하고 있었다.“그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어요.”도설현이 차갑게 말했다.송경림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설현아, 너도 알다시피 너희가 비록 다
송경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설현아, 내가 젊었을 적에 말이다. 난 네 아빠와 함께 서로 믿고 도우며 회사를 일으켰어. 오늘의 리양과 도영이 있기까지 서로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지. 우린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과도 같은 관계야. 도영이 요즘 위기를 겪고 있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용경의 소영제약도 지금 오군 시장에 진군하려고 준비하고 있어. 그들은 이곳에 의학 산업단지를 창설할 생각이야. 산업단지가 들어오면 우리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어!”“나중에 그런 거물을 상대해야 하는데 아마 그쪽에서 제시한 제안이 나보다 더 좋을 것 같아?”도설현이 말이 없자 송경림은 계속해서 떠들어댔다.“다행히 소영 그룹 오너 일가와 내가 친분이 좀 있어. 그러지 말고 나랑 손을 잡자. 도영에서 연구성과를 공유해 주고 이윤을 50프로 정도만 우리 리양에 양보하고 소영에도 어느 정도 이윤을 챙겨주면 내가 어떻게든 소영 제약을 설득해 볼게. 그때가 되면 넌 신약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이윤만 챙기면 되는 거야. 얼마나 편하고 좋은 일이야?”송경림이 원하는 바는 명확했다.50퍼센트나 되는 이윤을 리양에 양보하는 것도 모자라 용경의 소영제약까지 챙기려면 도영그룹이 가져가는 이윤은 극히 미미했다.뻔뻔한 인간들 같으니라고!도설현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 분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여자인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고민했다.“제약 회사 회장이나 된다는 사람이 여자한테 협박질이나 해가면서 장사해요? 이게 당신들 리양의 기업 문화인가?”등 뒤에서 싸늘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양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한지훈이 냉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지훈 씨!”도설현은 한지훈을 본 순간 화색을 띠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쩐 일인지, 조금 전 느꼈던 불안하고 초조했던 감정이 그가 나타난 순간 순식간에 사라지고 든든한 느낌마저 들었다.“왜 이제야 왔어요?”그녀가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였다.
“찌익! 쾅!”한지훈의 오릉군 가시가 구만리의 검신에 닿는 순간, 연이어 두 번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특히 두 번째 폭음이 끝난 후, 구만리의 검을 중심으로 강렬한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구만리는 손바닥이 저릿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이럴 수가?!방금 전의 그 강렬한 빛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한지훈은 지금 진법도 사용할 수 없고, 천성대진에 의해 모든 힘이 봉인된 상태였기에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이어야 했다.설마...아니, 말도 안 돼!천성대진은 단해룡의 절기로, 천신계 강자라 해도 천성대진에 들어가면 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하물며 한지훈은 겨우 오성 용급 천왕계일 뿐인데, 진법이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그 순간, 구만리의 머릿속에 한 단어가 번뜩였다.자기장!“네... 네놈이 설마 인체 내 자기장을 사용할 수 있다니?!”구만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말을 더듬었다.자신뿐만 아니라, 조룡의 비술을 전수받은 장씨 집안이라 해도 이런 경지는 불가능했다!비록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방법은 자기장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구만리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도 전에, 한지훈은 이미 몸을 날려 그의 앞에 다가갔다!오릉군 가시는 허공에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구만리의 등 뒤로 돌아가 다시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이 모든 과정은 겉보기에는 간단해 보였지만, 실상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었다.현재 한지훈은 물체를 조종하는 것은 커녕, 병왕급의 실력조차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구 씨 형님! 등 뒤를 조심하십시오!”단해룡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지만, 모든 것이 이미 늦어버렸다. 오릉군 가시는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구만리의 어깨를 강타했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구만리는 강한 충격에 의해 앞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어깨에는 달걀만 한 크기의 혈흔이 생겨났다.“쿵!”구만리는 바위 위로 거칠게 떨어졌다가 다시 한번 튕겨 오른 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단 한
검의를 깨달은 자만이 비로소 완전히 새로운 경지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아무리 강력한 검경이라 해도 검의 앞에서는 정오의 태양 아래 녹아내리는 얼음과 같았고, 모든 살기는 즉시 소멸하고 만다.“큰소리를 잘도 치는구나? 구만리, 네가 방금 뱉은 말로도 이미 죽어 마땅하다! 검의라 한들 어떠하냐? 하늘의 도리를 거스르는 자를 하늘이 돕겠느냐!”한지훈은 차분한 표정으로 손을 늘어뜨린 채 서 있었고, 그의 손에 쥔 오릉군 가시에서는 희미한 백색의 광채가 번져 나오고 있었다.“흥, 말이 많구나. 네놈에게 이 검의의 위력을 보여주마! 내 검의 아래 죽는 것이라면, 너도 죽어서 영광스러운 줄 알아라!”구만리는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날려 화살처럼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이 순간, 한지훈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보통 사람의 몸으로는 구만리의 살수를 피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였다.“죽어라!”구만리가 포효하며 외치자, 사람들은 눈앞에 번쩍이는 흰빛을 보았다.구만리의 몸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검으로 변한 듯, 한지훈을 향해 똑바로 찔러 들어갔다!그와 동시에 공기 중에서는 휘몰아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검기는 해일처럼 밀려왔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파도처럼 한지훈에게 몰아쳤다.이것이 바로 검의의 위력이었고, 주변의 모든 것을 찢어버릴 수 있는 검기로 변화시키는 능력이었다.그러나 한지훈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구만리의 위력에 놀란 듯 다가오는 그의 모습만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한지훈이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하는 건가?”“흥, 겁먹지 않았다 한들 무슨 소용이냐? 주변의 공기마저 검기로 바뀌었으니, 그가 피할 수나 있을까?”“그가 아직도 오성 용급 천왕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절대 불가능해!”주변 사람들이 저마다 차가운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구만리의 검 끝이 한지훈의 목에 불과 한 치도 못 미치는 순간, 한지훈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발뒤꿈치를
구만리는 뒷짐을 진 채 곧장 한지훈을 공격하지 않았고, 대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한지훈, 네가 정말 대단한 인물임은 인정하겠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것을 보면, 나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구나!”“용국 백전명장이라 불릴 만하다만, 유감스럽게도 너의 용맹함은 내 앞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단 말이다! 지금의 너는 그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니 나의 충고를 듣거라.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길일 테니!”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구만리의 손에 삼척 길이의 장검이 나타났다.검날은 차가운 빛을 반짝이며 마치 검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 보였다.구만리가 손목을 살짝 돌리자 은백색의 검화가 번뜩였고, 공중에는 허공을 찢는 듯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검광이 번쩍이더니, 주변에 서 있던 몇 그루의 소나무가 허리 높이에서 단숨에 잘려 나갔다!이 검술은 단순해 보였으나, 검기를 외부로 뻗어나가 주변의 몇십 그루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를 자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게다가 나무가 잘려 나갔음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점은 검기가 얼마나 정밀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구만리의 검술은 역시 절묘하군! 검기를 몇 미터 밖으로 뻗어나가면서도 이렇게 순수하게 유지할 수 있다니, 우리가 평생을 바친다 해도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일세!”주변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감탄하며 말했다.그들이 감탄의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까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구만리의 발아래 바위로 된 지면이 마치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몇 미터 깊이로 갈라졌다!습!이곳 창릉산의 제단은 만 년 전 화산암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으로, 그 단단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검은커녕 포탄을 쏘아도 하얀 자국 정도만 남길 수 있을 뿐이었다.“이것이야말로 현세 제일의 검경 대사이군!”“그렇소. 구만리의 검경은 장도령을 훨씬 능가한다고 들었는데, 그 소문이 사실이었네!”“한지훈이 천성대진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구만리의 상대가 될 수 없겠지!”구만리의 절기를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내심 놀랐다. 이 천성대진은 정말 대처하기 만만치 않았다. 비록 그 또한 미리 대처할 준비를 하긴 했지만, 역시나 상대방의 수에 걸려들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의 온몸을 감싸던 기운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일반인이랑 별다를 바 없게 되었다. 축대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대장로 또한 한지훈의 변화를 알아채게 됐고, 이내 앞으로 나아가 도와주려 하자 동방소가 손을 내밀어 그를 가로막았다. “대장로, 이제 너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 멀쩡히 돌아갈 수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 또 맹주의 따귀를 한 대 더 때리려는 거야?”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몸을 살짝 떨게 됐다. 처음 날린 따귀는 단지 단해룡의 경고일 뿐이었고, 만약 그가 다시 손을 대게 된다면 무맹과 무종은 관계는 철저히 끊어지게 된다. 때가 되면 용국의 종무는 필연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대장로님, 사실 저희 또한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희 원 씨 집안 또한 북양 왕이 이대로 죽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필경 인원이 적고 발언권이 별로 없으니 멋대로 상황을 좌우할 수는 없습니다!”이때 원상용이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대장로를 향해 말했다. “너희들...”답답한 이 상황에 대장로는 발만 동동 구를뿐이었다. 사실 그들이 말한 대로, 설사 대장로가 목숨 바쳐 나선다 하더라도 이 결말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내가...”순간 그는 과거의 자신을 회상하게 되었다. 한 씨 별장을 떠나게 될 당시, 대장로는 무종 장로의 인부를 꺼내고는 바로 깨뜨려 버렸었다. 자신은 더 이상 무종 장로가 아니라고, 무종과는 이젠 무관하다고 밝힌 것이었다. 무종 대장로의 신분을 벗게 됐지만, 그는 언제나 한지훈과 함께 생사를 같이할 것이라고 뒷말을 덧붙였다. “죽고 싶어?”그의 단호한 태도에, 단해룡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대장로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대장로가 입을 떼려는 순간, 한지훈이 고개를 들어 대장로를 향해
대장로가 이렇게까지 날뛰는 이유는, 그는 방금 단해룡과 구만리가 주고받는 눈빛을 통해 이미 낌새를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렇게나 악랄한 사람들이 어떻게 선배라는 이유로 존경심을 받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특히나 단해룡은 무맹의 맹주라는 신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런 수단으로 사람을 해치려는 건 정말 납득이 안 됐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한지훈 한 사람을 겨냥하는 것 자체가 기가 찼다. 게다가 무맹 맹주와 구만리뿐만 아니라 십여 명의 5대 명산 고수들도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기선제압에 그치지 않고, 천성대진으로 한지훈의 모든 실력까지 빼앗아내 일반인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심지어 마지막엔 구만리가 깨끗이 한지훈을 처단하게 만들려는, 그야말로 염치없는 발상들이었다. “뭐라고? 그럼 대장로 말은, 나더러 이 대결에서 져주라는 거야?”단해룡는 마냥 차가운 눈빛으로 대장로를 바라보았다. “단해룡, 넌 엄연히 무맹 맹주야. 신분과 지위가 다 어느 정도 높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한지훈 한 사람을 포위 공격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파렴치하기 짝이 없어서 그래. 게다가 천성대진까지 이용하여...”대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해룡은 갑자기 손을 들어 강하게 뺨을 내려쳤다. “팍!”대장로는 단해룡이 감히 자신의 따귀를 때릴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전혀 무방비하고 있었던 그는 그 따귀에 몸이 5~6 미터 밖으로 밀려났다. 대장로 또한 삼성 지급 천왕계의 실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결코 단해룡의 상대는 아니었다. 설사 그가 단해룡과 같은 급수에 있다 하더라도 진법 면에서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무섭도록 강력한 따귀에 대장로는 멍해졌을 뿐만 아니라, 축대 아랫사람들마저도 이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래전부터 무맹과 무종은 비등한 실력을 갖고 있었고, 그중 단해룡과 대장로의 지위도 매우 비슷했다. 그러므로 방금 단해룡이 날린 이 따귀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무맹이 무종에게 던지는 도전장이 된 것이다. “대장로, 너 명심
일제히 울리는 북소리는, 바로 전신 치우의 제사 의식이 정식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의식을 치르는 동안 그 누구든지 속삭여서는 안 되고, 더욱이는 소란을 피워서도 안 된다. 대장로는 이를 악문 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단해룡을 노려보았다. 반면 무덤덤한 표정의 단해룡은 한 백발노인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이내 그 백발노인은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손에는 제천 격문을 든 채 큰 소리로 낭독하기 시작했다. “전신 치우님께 말씀 올립니다. 오늘 이 대결을 통해 그동안 맺힌 원한과 복수를 풀어낼 것입니다.”약 십여 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노인은 마지막 구절을 읽었다. “뭐라고?”바로 이때 대장로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가 본 격문에는 전혀 이런 내용이 쓰여있지 않았다. 실제로 격문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오늘 이 대결은, 서로에 대한 원한은 품지 않은 채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런데 어떻게 이 문장과 바로 정반대 되는 말을 할 수가 있는걸가? 그러나 백발노인은 대장로에게 반박할 기회조차 전혀 주지 않았고, 바로 고개를 돌려 축대 아래로 돌진했다. “이로서 격문 낭독을 끝마치겠습니다!” “다음 순서로는, 여러분들이 직접 상대를 선택하여 제단 위에서 대결을 펼치는 것입니다.”“오래전 과거의 원한이든, 최근에 맺힌 원한이든 모두 얼마든지 이곳에서 해결해도 됩니다. 그리고 이곳을 떠나고 나서는 더 이상 원한을 품어서는 안 됩니다. 더욱이는 앙심을 품고 보복해서도 안 됩니다!”“만약 위반하는 사람이 있다면, 천하 무종 사람들이 주살하게 될 겁니다!”노인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이천릉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고는 주먹을 쥐고 말했다. “어르신, 저 한지훈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싶습니다!”그러자 노인이 차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 좋아, 그럼 이번 첫 경기는 항산 이천릉과 북양 왕이 맞붙는 걸로...”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찬가지로 축대 위에 앉아 있던 대장로가 벌떡 일어나
“고작 입문 제자인 주제에 왜 그리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하는 건데?”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비꼬았다. 뭐라고? 그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모두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천릉이 입문 제자인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또 다른 하나의 신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5대 명산 중 10위권에 드는 절세의 천재라는 것이다. 심지어 실력으로 말하자면, 임비양에게 지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가 가장 처음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는 이미 자신의 태도를 명확히 밝힌 것이다. 오늘 항산에서 파견된 제자들 중 오직 그만이 막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 한지훈과 나름 비길만한 적수였다. 그리하여 이천릉은 이번 기회를 빌어 한지훈을 짓밟고는 이름을 날려 위세를 떨칠 계획이었다. 더 나아가 자신이 임비양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첫마디부터 한지훈에 의해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한편 축대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4대 가문 대표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격이었다. 한지훈은 이천릉에게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동시에 항산 제자들의 자존심을 크게 타격하였다. “에이, 이천릉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한지훈 저 사람, 비록 북양 왕이긴 하지만 무종에 대해서는 아는 게 너무나도 적네!”“오늘 아마 이 시련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아!”이때 군중 속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흥, 넌 정말 못하는 말이 없구나.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넌 곧 항산 입문 제자들의 대단함에 대해 알게 될 거야! 오늘 난 이 수만 명이 보는 앞에서 너의 두 팔과 두 다리를 부러뜨릴 거거든!”“나는 세상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네가 우리 항산으로부터 얼마나 처참하게 짓밟히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줄 거야!” 말을 마치자마자 이천릉은 창안백을 일으켜 다시 축대 위로 걸어갔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이천릉은 창안백에게 말했다. “어르신, 어차피 한지훈은 곧 죽을 사람인데 굳이 그와 따질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희 항산이 화산
“그 축대 위에서 아무나 한 사람이 내려와도 너를 사지를 한방에 찢을 수 있어!”“너도 오늘이 네 제삿날이 될 거라는 거 잘 알고 있지? 설마 아직까지도 눈치를 못 챈 건 아니겠지?”“어찌 됐든 용국은 너를 구할 수 없고 국왕 또한 너를 구할 수 없어. 당연히 무종은 더욱 말할 것도 없겠지! 게다가 오늘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너를 도와줄 사람은 한 명도 없어. 심지어 무종 장로도 오늘은 발언권이 없어!”“과연 너의 그까짓 능력으로 이렇게나 많은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이 수천수만 명의 무종 사람들을 죽일 수 있겠냐고! 너 저 부러진 칼이랑 방패 잘 봐봐!”창안백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치우의 검과 방패를 가리키고는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이것은 바로 상고 전신의 성물이야. 설령 내가 여기서 너를 참살한다 하더라도 용국의 국왕은 감히 나서지도 못할 테고, 더욱이는 너를 위해 복수를 하지도 못할 거야. 어때, 한지훈? 이젠 두렵지?”창안백은 한지훈을 기선제압하면서 그동안 용경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체면을 되찾고 싶었다. “꺼져!”그러나 한지훈은 여전히 창안백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차갑게 한마디 했다. “너 지금 나더러 꺼지라고 한 거야?”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게 된 이 상황에 창안백은 잔뜩 화가 나 얼굴이 푸르게 번졌다. 수만 명이 보는 앞에서 다시 한번 무시를 당하게 되다니. “꺼지든지, 죽든지!”한지훈의 태도는 여전히 차가웠다. 바로 이때, 5성 용급 천왕계의 강대한 기운이 갑자기 한지훈의 발밑에서 솟아올랐다. 이내 그의 손에 있던 그 적색 장총에서는 갑자기 잉잉하는 소리가 났다. “잉!”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주위의 공기가 뒤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은 차가운 한기를 느끼게 됐다. 창안백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 기운은 정말 끔찍했다. 심지어 실력이 다소 약한 종문 제자들은 저도 모르게 무릎까지 꿇게 됐다. 이것이 바로 천왕의 위엄이다. 진법과 무도를 결합한 진
누군가 대답하기도 전에, 산기슭 오솔길에서 마침내 한 줄기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손에는 적색 장총 한 자루가 들려있었고, 총끝은 반짝이는 금빛을 뿜어내면서 위엄을 돋보였다.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디딜 때마다 비할 데 없는 영무의 기운을 띠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자연과 하나로 융합된 것 같았다. 그의 등장은 모두의 주목을 이끌었다. 수만 개의 눈빛이 일제히 산 아래의 사람에게로 향했다. 심지어 축대 위에 있던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들도, 갑자기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끼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시에 그 사람을 노려보았다. 이내 천위에 버금가는 강한 위압이, 산길을 따라 걷고 있는 그 젊은 남자에게로 갑자기 덮쳤다. 그러나 이 위압은 젊은 남자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그 말은 즉 이 남자 역시 최소 5성 용급 천왕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5대 명산 제자 외에 이 세상에서 이러한 실력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한지훈 외에 또 누가 있을까? “설마 한지훈?”차가운 눈빛을 한 구만리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느릿느릿 걸어오는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맞아! 바로 저 놈이야!”창안백은 이를 갈며 단번에 한지훈을 알아보았다. 드디어 한지훈을 다시 만나게 된 창안백은 결국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나서서 돌진하여 한지훈의 따귀를 호되게 몇 대 때리고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성을 되찾고는 그의 충동을 억눌렀다. “훗, 이 자식 확실히 심상치는 않네. 이렇게나 큰 전투를 마주하고도 끝까지 침착할 수 있다니. 역시 내가 오길 잘했어!”임비양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저 놈 또한 천재라고 할 수 있어. 용국에 있는 5성 천왕 중 20대의 나이는 손에 꼽힐 정도였지!”“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장 씨 집안을 건드려서는 안 됐어. 더욱이는 5대 명산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됐지. 오늘 용국은 결국 이렇게 인재 한 명을 잃게 되는 거야!”단해룡은 여유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얼핏 보면 한지훈을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