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연은 이 말을 듣자마자 아주 억울한 듯 강준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왜 이 망한 놈과 저 근본 없는 계집애를 도우세요? 저야말로 할아버지 외손녀예요. 저는 안…”강문복과 설해연도 따라서 말했다. “아버지, 희연이 보고 저 근본 없는 계집애에게 사과하라는 거 너무 한 거 아닌가요?”“그래요. 아버님. 희연이 아무래도 제 딸인데 근본 없는 계집애에게 사과하는 게 얼마나 창피하겠어요.”그러나 강준상은 굳은 표정으로 여전히 같은 말을 하였다. “당장 고은이한테 사과해! 내 손녀라고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줄 알아? 이 일은 네가 잘못한 거야! 소문나면 우리 강씨 가문이 무능해서 어린 아이를 괴롭힌다고 할 거야!”강희연은 발을 동동 구르며 입을 다물고 매우 내키지 않았다.강문복과 설해연도 어쩔 수 없이 그냥 따라서 몇 마디 말리기만 했다. 그제야 강희연은 멀리서 강우연의 품으로 달려가는 고운이에게 사과했다. “미안해.”고운은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사과 필요 없어. 넌 나쁜 여자야! 나쁜 여자!”어린 아이가 하는 말에 강희연은 엄청 화가 났고 그 자리에서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그러고 난 후, 강준상은 한지훈과 강우연을 향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맘에 들어?”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강우연을 잡아당겨 다시 앉았다.바로 이때, 입구에서 갑자기 멋있게 생긴 남자가 들어왔으며 곤색 정장에 손에 선물세트를 들고 있었다. 바로 오씨 그룹의 도련님 오관우였다.“어르신, 여러분, 미안합니다. 다른 일 때문에 늦었습니다.” 오관우는 자리에 착석하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오 도련님이 오시는 것만으로도 강씨 가문의 영광이죠.” 강준상이 웃으며 말했다.다른 강씨 가족들도 따라서 알랑거리면서 몇 마디 하였다.“하하하. 우리 사윗감이야 바쁜 사람이라서 또 어느 중요한 손님을 접대했겠죠!”강문복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사윗감이 매우 맘에 들었다.오관우는 담담하게 웃었으며 옆에 안
사람들이 아첨하는 소리가 갑자기 멈추어졌다!모든 사람들이 막연하고 의심 가득한 얼굴로 한쪽의 작은 테이블에 고운을 안고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야?!” 오관우는 바로 화가 나서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한지훈이 지난 번에 자신을 때린 일에 대해 아직 따지지 않았다!근데 지금 감히 튀어나와 자신을 방해하다니!강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화를 내며 비난했다.“한지훈! 너 뭐야! 여기서 네가 말할 자격이나 있어?!”“얼른 오 도련님에게 사과드려! 오 도련님은 파이터 킹을 아는 사람이거든! 도련님 말 한마디에 우리 강씨 가문이 모두 사라지는 거라고!”“정말 사지만 멀쩡하고 머리가 나쁜 바보네! 강우연, 이게 바로 네가 기어코 데리고 온 폐물이야?!”강희연은 기회를 잡은 것 마냥 화를 내고 비난하며 욕했다. “한지훈! 너 도대체 뭐하자는 거니? 넌 스스로 거울도 안 보니? 오갈데 없어 보이는데, 그냥 잠자코 밥이나 먹다 가. 여기에 네가 낄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니?”강문복과 설해연도 따라서 몇 마디 욕했다. “학주야, 형이 뭐라고 하는 게 아니야. 우연이 고른 저 남자는 진짜 믿을 수가 없네! 이런 사람이 우리 강씨 가문의 사위가 된다면 5년 전의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는 거야! 만약 그때 가서 연씨 가문이 알게 되면 우리 강씨 가문은 체면이고 뭐고 그냥 재수가 없는 거라고…”“그래요. 형님도 다 도련님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이참에 그냥 내보내세요.”강학주는 부끄러운 나머지, 한참이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그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맞아요. 형님과 형수님의 말이 맞아요. 이 사람은 그냥 입만 열면 헛소리만 하는 개자식이에요!”말을 하면서 강학주는 한지훈을 바라보는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자기 딸은 한때 오군에서 나름 명성을 떨쳤었는데 어쩌다 저런 놈한테 당해서 자식까지 낳았는지!강우연은 사람들이 불만과 분노가 가득한 것을 보고 몰래 한지훈의 손을 잡아당기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
다섯 장의 초대장을 보고 강씨 가문의 사람들의 눈이 불타올랐다!이것은 오군 주군 총사령부 파티의 초대장이며 초대한 손님들은 모두 오군의 상류층이다! 그리고 한 군단장의 홈그라운드다!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고 달려들게 할 수 있다!더군다나 내일 저녁에 거물급 인물인 파이터 킹 보스가 직접 오신다니!이러한 파티는 이미 파티 자체의 성질을 뛰어넘었다!반드시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쥐어짜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파이터 킹 보스의 모습을 보려고 할 것이다!어쨌든 이전에 그들은 TV 뉴스에서만 보았고 그것도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그런데 누가 생각이라도 했을까. 그들이 일념으로 바라보고 숭배하는 파이터 킹 본인이 지금 그들의 뒤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앉아 있을 줄이야!그 사람이 바로 한지훈이다!“오 도련님, 이 초대장은…” 강준상은 비록 늙었지만 이 몇 장의 초대장을 보는 순간 그도 눈에서 빛이 났고 당장이라도 자기 손에 넣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오관우는 금방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어르신, 이 초대장은 제가 특별히 어르신에게 드리는 거예요!”말하면서 오관우는 손에 쥐고 있는 초대장 한 장을 강준상에게 드렸다.강준상은 아주 정중하게 두 손으로 초대장을 받았으며 흥분해서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 “정말요?! 아이고, 이거… 정말 좋네요! 오 도련님, 이 늙은이가 고맙네요!”오관우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별말씀요. 우리는 한 가족이 아닌가요?”이 얘기를 들은 강준상은 처음에 놀라서 멍해 있다가 이내 주름이 생길 정도로 웃으면서 말했다. “맞아요. 한 가족, 한 가족! 자, 오관우, 할아버지가 한 잔 권할 게!”오관우도 술잔을 들고 건배했다.강씨 가족들은 어르신이 초대장을 받고 아직 네 장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하나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오 도련님, 이 초대장 말인데 제 거도 있나요?” 강희연은 이 순간 오관우의 품에 안길 정도였으며 가슴도 오관우의 팔에 달라붙었다!“있어 있어. 당신은 내 자기잖
온 거실이 조용해졌다!사람들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고운을 안고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고 있다가 풋하고 큰 웃음소리를 터트렸다!“뭐야? 저놈이 뭐라고 했어? 초대장 한 차를 구할 수 있다고?”“한지훈, 너 이 새끼 허풍 떨지 않으면 못 살아? 너 이런 모습이 바보 같다는 걸 알아 몰라?”“못 말려! 강우연은 어떻게 이런 허세만 떠는 폐인을 데리고 왔을까? 진짜 너무 웃긴다!”설해연도 같이 몇 번 웃다가 말했다. “아이고.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올캐, 저 사람이 바로 그 집의 착한 사위인가요? 초대장 한 트럭을 구해 올 수 있다니. 어서 그 집 사위더러 지금 구해오라고 해보세요. 여기 있는 사람들 어디 구경이라도 실컷 하게요.”설해연은 재밌어서 난리였다. 이렇게 멍청한 놈을 본 적이 없었다!한지훈이 5년간 군대 다녀오더니 머리가 잘못된 건가?왜 이렇게 큰소리 치는 것을 좋아할까?강희연도 재밌어서 허리가 끊어지게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하하하! 한지훈, 너 진짜 뻔뻔스럽다! 너 방금 한 말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알아?”이어서 그녀는 고개를 돌려 도발과 무시하는 눈빛으로 강우연을 보고 말했다. “강우연, 네가 말한 착한 남편이라는 게 이런 의미였어? 이건 착한 게 아니라 바보같다고 하는 거야!”강준상도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화를 냈다. “그만해! 무슨 헛소리야! 네가 초대장 한 차를 구할 수 있다면 네가 나의 손녀사위라는 것을 바로 인정해줄 게!”오관우는 더욱 연거푸 냉소하고 차 한 모금 마신 다음 말했다. “사람은 자기 주제를 정확히 아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 별 볼것 없으면서 허세만 잔뜩 늘어놓는 그런 인간더러 우린 쓰레기라고 하는 거고.”많은 사람들의 조롱과 수모 앞에서 강우연은 고개를 더 깊숙이 숙이고 눈가에 눈물이 맺혀 반짝였다.그녀는 한지훈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천천히 빼면서 흐느끼며 말했다. “지훈 씨, 제발요. 헛소리 그만해요. 정말 제발요. 너무 창피해요…”강우연은 지금처럼 창피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그녀는 원래 마음이 약한 데다가 강씨 가족들의 생각에 대해 매우 신경을 쓴다. 지금 한지훈 때문에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비웃으니까 당연히 마음이 아플 것이다.한지훈은 이 순간 멍하니 서있었다. 그도 자신의 작은 행동과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들이 강우연에게 이렇게 큰 상처가 될 줄을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양손을 강우연의 어깨 위에 얹히고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우연아, 너 나를 믿어? 초대장 확실히 구해올 수 있어!”이 말을 듣자마자 강우연은 붉어진 눈으로 고개를 들고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애처로운 모습이 매우 가엽게 여겨졌다.그녀는 의심스러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정말이에요?”한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정말이야! 확실해! 내가 약속해! 그들은 여태까지 당신을 무시했잖아?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보여줄 거야. 초대장 몇 장 따위. 우리가 원하는 만큼 구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내일 저녁 오군 주군 총사령부 파티에 오는 그 사람이 바로…”한지훈은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았고 그는 강우연에게 말하고 싶었다. 이 세상에 한지훈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내일 저녁의 파티, 자신이 바로 그 모든 사람들이 엄청 기대하는 파이터 킹 보스라는 것을!그런데 강우연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한지훈의 말을 끊고 말했다. “알았어요. 당신을 믿어요! 나 지금 들어가서 그 사람들에게 말할 거에요. 내가 선택한 남자는 오관우보다 훌륭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지다고!”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강우연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사람들은 다시 돌아온 강우연과 한지훈을 보고 얼굴에 놀리고 조롱하는 웃음이 가득했다.“아이고. 제 발로 다시 오다니. 너희들이 창피해서 먼저 간 줄 알았는데.”“설마 초대장 들고 온거야? 그래. 그럼 꺼내서 우리한테 보여줘.”“웃기는 소리! 쟤네 둘은 폐인인데 어떻게 초대장을 구할 수 있어!”강씨 가족들의 수모와 비아냥거림에도 강
말을 다하고 한지훈은 전화를 끊었다.온 거실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한지훈에게 모였다!한지훈이 방금 전화할 때 보여준 기세와 차가운 눈빛이 그들을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심지어 그들은 한지훈의 말이 진짜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 마저 들었다.그런데 이때 강신이 먼저 튀어나와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면서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장난전화까지 하면서? 네가 어디에 전화할 수 있다고?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잘난 척하는 거야!”강신은 말하면서 달려들어 한지훈이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을 빼앗았다. 그리고 바닥에 던지고 짓밟아서 휴대폰을 아예 부숴버렸다!이 장면을 보고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그의 눈에는 강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하지만 강우연이 그의 팔을 잡아당기고 살짝 고개를 저으며 손을 대지 말라고 눈짓을 보냈다.강신은 휴대폰을 짓밟은 걸로 화를 풀었는지 냉소하면서 말했다. “너 엄청 잘났다면서! 그럼 어디 잘난 척해봐! 전화까지 해? 폐인 새끼!”한쪽에 있는 오관우도 따라서 웃었고 강준상에게 말했다. “어르신, 한지훈이 무슨 자극이라도 받은 건가요?”강준상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손에 쥐고 있는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치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훈! 그만해! 여기는 강씨 가문의 파티장이지 네가 행패 부리는 곳이 아니야! 너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어르신이 입을 열자 강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한지훈을 질책하기 시작했고 호통을 쳤다.“맞아! 나가!”“망한 놈! 나가! 너의 눈먼 딸을 데리고 나가!”“그래! 참 염치없는 폐인! 여기서 사람 기분 더럽게 하지 말고 당장 나가!”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자신들을 질책하자, 강우연은 두려운 나머지 한지훈의 팔을 당기며 떠나자는 무언의 말을 건넸다.강학주와 서경희도 한쪽에 앉아서 안색이 너무 보기 안 좋았으며 감히 말참견하지 못했다!그러다 강학주가 갑자기 테이블을 내리치고 분노하면서 일어났다. 그는 강우연을 가르키면서 소리를 질렀다.
강준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들도 계시는데 그게 무슨 꼴인가!”집사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고 그가 말했다. “어르신! 큰일 났어요! 문 앞에 갑자기 오군 주군 총사령부의 군용차 한 대가 와 있습니다! 초대장을 드리러 왔다고 했… 했습니다!”온 거실이 순간 조용해졌다!모든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얼굴이었고 어리둥절해서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다.무슨 상황이지?!!!오군 주군 총사령부의 군용차가 밖이 와있다니!이… 이건 빅 뉴스다!더 중요한 것은 초대장을 주러 왔다는 것이다!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순간 모두 제자리에서 멍하니 있었고 누구도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집사도 이마에 식은 땀이 흘렀고 거기에 서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어… 어르신?” 더는 참을 수가 없었던 집사가 조심스레 소리를 내고 물었다.강준상도 바로 정신을 차리고 조급하게 물었다. “자네 방금 뭐라고 했는가? 초대장?!”집사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어르신! 그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초대장 주러 왔다고요…”강씨 가문의 사람들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강준상은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는 바람이 휘청거렸고, 옆에 있던 하인이 그를 부축했다. “얼른 얼른. 얼른 나를 안내해!”강준상 어르신을 뒤이어 강씨 가문의 가족들도 전부 대문을 향해 뛰어갔다!오관우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으며 마음속에 의혹과 불신을 가득 품고 일어나서 뒤따라갔다.강씨 가족들이 어르신을 따라 문 앞에 다다르자 녹색 군용차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 더구나 군용차 옆에 무기로 완전 무장한 병사 네 명까지 서있으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맨 앞에 서 있는 군인의 군복 어깨에는 별이 달려있었다.“안녕하세요. 당신들은…” 강준상은 앞으로 나아가 물었으며 눈빛은 끊임없이 군용 지프차를 살펴보았다.그러자 군인은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 말했다. “제 성은 방 씨입니다. 편하게 방 씨라고 불러주세요.”“네. 방씨 군인,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강준상은
"네? 아 네네네! 곧 가겠습니다!"집사는 화들짝 놀라 얼굴까지 창백해졌고, 다급하게 한지훈과 강우연이 머물고 있는 작은 집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작은 방이라고 하면 60~70평 남짓한 공간이었고, 이전에는 개집이었지만 강희연이 특별히 개조를 한 곳이었으며 목적은 당연히 강우연 가족을 모욕하기 위함이었다.하지만 강우연과 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아 했고, 방 안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한고운과 놀고 있었다.집사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문 앞에 서서 소리쳤다."한……한지훈 씨, 어르신께서……초대장을 받으러 오라고 하십니다."한편 한지훈은 한고운을 안은 상태로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르신에게 전하세요, 그들이 직접 와서 청하지 않는 이상 가지 않겠다고!"한지훈이 누구인가?북양구의 보스이며 만인이 우러러보는 존재가 아닌가!그러니 강 씨 가문에게 천대를 받으니 어떻게 친절히 대할 수 있겠는가!강우연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는 물었다."왜 그래요? 초대장이라뇨?"그러자 한지훈은 웃으며 한고운을 번쩍 들어안아 자신의 목에 태웠다."자, 목마타자!"한고운은 한지훈의 목에 탄 채로 즐겁게 웃으며 소리쳤다."우와, 목마다 목마. 아빠 더 빨리, 하하하.강우연은 한지훈과 한고운의 웃음 소리에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그들과 함께 뛰어다녔고, 한고운이 혹여나 떨어질까 걱정하며 말했다."천천히 해요."집사는 답답한 얼굴로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났고, 집으로 돌아간 뒤에는 더욱 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강준상은 집사가 혼자 돌아온 것을 보곤 안색이 어두워지며 곧장 물었다."뭐지? 한지훈을 데리고 오라고 했는데 왜 사람은 안 보이는 거야!" 그러자 집사는 즉시 일을 부풀려서 말했다."어르신! 그 한지훈이라는 작자는 앞에 보이는 게 없나 봅니다. 어르신께서 직접 와서 청하라고 하지를 않나, 자신이 무슨 처지에 있는지도 못 보고 이렇게 큰소리를 치다니요!"강 씨 가문 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 모두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뭐라고? 한
곧이어 한 백발의 노인이 광막 속으로 강림했고, 그의 두 발이 땅에 닿자 그 광막 또한 즉시 사라졌다.“장... 장 선배님!”허천지는 급히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대장로를 비롯한 일행도 잇따라 앞으로 나서 노인에게 공손히 주먹을 맞대며 인사를 건넸다.그들은 조정의 대표로 이 자리에 온 것이었기에, 허천지처럼 저자세를 보일 수는 없었다.“흠! 듣자 하니, 소위 한지훈이라는 놈이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몇이나 죽였다던데, 그자를 당장 이리 끌어오너라. 죽음을 맞이하게 해야지!”누구도 장세풍이 막 돌아오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한지훈을 겨냥해 살의를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장 선배님, 북양왕은 이 자리에 없으니, 잠시만...”무종 대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세풍은 손을 들어 그대로 뺨을 후려쳤다.“짝!”대장로는 그대로 장세풍의 뺨을 맞고 쓰러졌다. “너...!”종묘 장로와 진우는 이 광경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흥! 한지훈이 감히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죽여? 그리고 너희들은 뭘 하고 있었나? 그런 조정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냐! 우리 장씨 가문은 조룡의 무덤을 지켜온 가문이다! 그게 얼마나 큰 공인지 아느냐?!”“하찮은 백성 몇을 죽인 것이 뭐 대단한가? 설사 용경을 몰살했다 해도, 그건 우리 장씨 가문이 잃은 이자의 일부를 되찾은 것일 뿐이다! 더구나 죽은 자들은 단지 한지훈으로 가장했던 자들뿐이었어!”“그게 오히려 그 한지훈에게 면을 세워준 일이다! 그따위 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장씨 가문 자손을 죽여?! 자손들을 연달아 살해당했는데, 국왕 폐하마저 침묵이라니! 그따위 국왕이 개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장세풍은 돌아오자마자 거칠게 포효하며 마치 미친 개처럼 날뛰었다. 무종 대장로와 종묘 장로 앞에서도 국왕을 개에 비유하며 조롱을 퍼붓는 건, 그야말로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다.“장형, 지금은 한지훈과의 대립을 따질 시점이 아닙니다. 비무가 끝나면 그때 죽여도 늦지 않습니다!”그때, 서른
노인은 버둥거리며 일어나려 했지만, 그 몸부림은 전혀 무의미했다.오히려 그의 몸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강대한 위압감이 그의 온몸을 짓누르자 그는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바로 그때, 밤하늘 위에 오색찬란한 빛줄기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천지 이변이 연달아 일어나자, 용경의 백성들조차 놀라 넋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마침내 용경 전체가 오색 광휘에 휩싸였고, 밤하늘의 별빛조차 모두 사라진 채 찬란한 광채만이 세상을 뒤덮었다.각국의 역외 강자들도 속속 복귀하고 있었다.이때, 안드레 역시 문 앞에 멍하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한때 오륙 최강자라 불리던 그였지만, 그의 몸은 도저히 제 의지로 버틸 수 없을 만큼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비록 그도 천신계 강자였지만, 이런 공포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다.“이건…… 정말로 천신이 강림한 수준이지 않은가! 수백 년간 왜 각계에서 역외 강자들의 귀환을 막아왔는지 알겠군!”그는 온몸으로 느끼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감탄하듯 말했다.이는 그조차도 감히 맞설 수 없는 힘이었다.이때 안드레의 옷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지어 예전 한지훈과 대면할 때조차 느끼지 못한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러나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담담한 눈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곁에 서 있던 도청전인 역시 떨리는 몸을 도저히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그의 두려움을 감지한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기침을 한 번 했다.그 순간, 도청전인의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의 마음을 짓누르던 공포감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전 세계가 왜 천신계 강자의 세속 출현을 금지해 온 건지 이제야 알겠군. 이건…… 핵무기보다 훨씬 무섭잖아!”“핵무기?! 핵은 고작 한 번밖에 못 쓰지만, 천신계 강자는 혼자서 만 리를 도륙할 수 있어!”사람들 사이에서 탄식과 경악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이건 겨우 첫 번째로 세속에 귀환한 역외 강자들일 뿐이었다.그것도, 가장 약한 자들만이 귀환했을 뿐이었다.
그에게 아직 숨이 붙어 있는 한, 누구도 감히 용국 땅을 밟게 두진 않을 것이다!잠시 더 앉아 있다가, 한지훈과 허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허천은 머뭇거리며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한 선생님, 사실 드릴 말씀이 하나 있는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어요.”한지훈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말하세요.”허천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어젯밤에 선생님을 모셔다드린 후, 우연히 할아버지와 서영호, 그리고 장령풍이라는 사람의 대화를 들었어요. 그들이 선생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한지훈은 전혀 놀란 기색 없이 물었다.“그래서, 뭐라고 하던가요?”“그들이 말하길, 이번 비무가 끝난 후, 승패를 막론하고 서천술이 직접 선생님을 문책하러 올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번엔 반드시 선생님을 죽이려는 계획이라고 했어요! 한 선생님, 제발 지금이라도 도망치세요. 멀리, 아주 멀리 가셔야 해요!”허천은 눈에 눈물이 고인 채, 간절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한지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방금 그 노인장이 뭐라 했는지 못 들었나요? 그들은 이기지도 못하고 살아남지도 못할 거라고 합니다. 죽을 사람들인데, 그런 자들이 나를 어떻게 죽이겠어요?”“게다가 지금 용국이 큰 재앙을 맞이하려는 시점인데,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칠 수는 없지요.”“내가 더는 북양왕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나는 용국 사람입니다. 우리 동포가 도살당하는 걸 눈 뜨고 볼 순 없는 노릇이에요!”한지훈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그 단호한 눈빛에, 허천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이후 이틀 동안, 각 방면의 세력은 잠잠해졌다.결국 천신계 강자가 눈 깜짝할 새에 살해당한 상황에서, 누구도 또다시 문제를 일으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역외 강자와의 대결을 하루 앞둔 밤.허천지는 특별히 한지훈과 도청전인의 방을 찾아왔고, 진지한 얼굴로 당부하듯 말했다. “두 분, 오늘 밤에는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마십시
한지훈은 상대를 한 번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저는 그냥 궁금해서 그랬습니다. 어느 누가 감히 이렇게 공개적으로, 다른 나라가 이미 손에 넣은 진법 비기를 빼앗으려 드는 건지 말이지요.” 노인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수염을 비비고는 웃으며 말했다.“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고 나면, 이 세상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뀔 거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저 예고편에 불과하지.”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렇습니까? 역외 강자가 돌아온다면, 이 세상은 곧 난세로 접어든다는 뜻인가요?”“난세이기도 하고, 난세가 아니기도 하지. 사실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고 나면, 천신계 강자들이 마음껏 세상 위를 활보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무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핵무기조차 천신계 강자를 죽이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런 세상이 오면 무공이 곧 권력이고, 누구 주먹이 세냐에 따라 세상을 명령할 수 있지.”“좋은 물건이 있다 해도, 그자가 손짓 한 번이면 약자는 고분고분 바칠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새로운 질서다.”“그리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 약자들뿐이야. 약자는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서로를 공격하며 생존을 모색하게 되지. 이게 바로 역외 강자들이 돌아온 후의 세상이다.”노인은 말을 마치고 혼자 차를 따라 느긋하게 한 모금 마셨고,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어르신 말씀을 들으니, 걱정은 전혀 없으신 듯하네요?”노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지. 역외 강자들이 전부 돌아온다 해도, 우리 미륙은 여전히 안전할 거다. 왜냐하면 미륙에는 역외 강자만 있는 게 아니거든.”“수백 년 전부터 미륙에 숨어 지내던 고수들도 있네. 그들은 심지어 역외 강자들조차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들이지.”노인의 이 말에 많은 이들이 놀라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자마자 곧 고개를 돌리고는 조용해졌다.모두가 입을 다물자, 노인은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젊은이, 자네 인상이 좋아 보이니 특별히 충고 하나
“흠, 아마 약탈당한 국가에서 복수를 위해 고수를 보낸 걸지도 몰라.”“에이? 혹시 용국의 한지훈 아니야? 그자가 예전에 오륙의 이성 천신계 강자 넷을 상대로 싸운 적 있잖아!”“말도 안 돼.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한지훈이 감히 함부로 나설 리가 없지.”사람들 눈에는 한지훈이 지금 숨기 바쁠 시점이었고, 신분을 드러낼 만큼 무모하지는 않다고 본 것이다.같은 시각, 허씨 가문의 대청 안에서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그들 중에는 곧 천신계 돌파를 앞둔 고수들도 있었지만, 수십 명이나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이때 흰옷을 입은 남자가 바깥에서 급히 들어오자, 허천지가 얼른 일어나 물었다.“소식이 있나?”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손을 쓸 가능성이 있는 자들은 전부 조사해 봤지만, 단서 하나 찾지 못한 것이다.“가주님, 설마 얼굴조차 못 보신 겁니까?”그가 물었다.얼굴을 봤느냐고?허천지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상대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뭘 봤겠는가?“어젯밤, 그 자는 어둠 속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부끄럽게도, 누가 저희를 도운 건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허천지가 고개를 저었다.“가주님, 일성 준천신을 순식간에 죽인 실력이라면… 혹시 역외에서 귀환한 강자가 아닐까요? 설마 서천술 선배께서 은밀히 보낸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아닐세. 서천술 선배라면 사전에 반드시 통보가 있었을 테지. 그래야 우리가 마중을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몰래 들어올 이유가 없지 않나.”허천지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더 캐낼 게 없다면 그만두게. 당분간 모두 경계심을 늦추지 말도록 하고.”이때, 허천과 함께 방을 쓰는 허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할아버지, 혹시 천이가 데리고 온 그 친구 아닐까요? 어젯밤 그 친구 부탁으로, 천이가 할아버지를 뵈러 간 거잖아요.”허천지는 고개를 연신 저었다.“말도 안 된다! 한지훈이 그를 보낸 건 자기한테 불똥 튈까 봐
죽은 두 사람은 비록 이제 막 준천신계를 돌파한 강자이긴 했지만, 외부 세계에선 대륙 하나를 제압할 만한 존재였다.그런데 방금 전, 단 한 방에 살해당한 것이다!게다가 그 천성구요 진법은 그야말로 신의 경지였다!구하러 나섰던 허천지조차 넋을 잃었고, 방금 그 순간, 그는 하늘에 아홉 개의 태양이 뜬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그 뜨겁고 불타는 느낌은 너무나도 생생했다!바닥에 흩어진 투명한 살점들을 바라보며, 장령풍은 자신의 목숨을 간신히 건진 것에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피를 토하며 날아간 서영호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허천지는 급히 다가가 서영호의 상처를 살폈고, 다행히 내장은 다치지 않아 하루이틀만 쉬면 회복될 수 있었다.사람들을 시켜 서영호를 옮기게 한 뒤, 허천지는 냉랭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방금 전, 그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기운을 느꼈다.즉, 지금 죽은 둘 외에도 또 한 사람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그러나 앞선 두 명이 순식간에 살해당하는 걸 보고는, 나머지 한 사람이 은둔하여 손을 쓰지 않은 것이다.방금 전 천성구요의 위력에 겁을 먹고 움직이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허천지는 장령풍을 한 번 흘겨보았고, 방금 전 무릎 꿇고 살려달라 외쳤던 모습이 너무 또렷했다.과연 저자가 장씨 가문의 미래라고 할 수 있을까?무겁게 한숨을 쉰 허천지가 장령풍을 향해 말했다.“장 도련님,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경호원을 붙여드릴 테니, 돌아가 쉬세요.”그러곤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장령풍의 흠뻑 젖은 바짓가랑이를 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민망함이 스쳤다.“예, 예, 허 선배님.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그 말을 남기고 장령풍은 서둘러 호텔 쪽으로 달려갔다.그날 밤, 진가복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죽은 자들 중에는 비륙의 고수뿐 아니라, 오륙 십 대 가문 중 하나인 로드 가문에서 파견한 강자도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그들은 모두 무도학원 진법루에서 큰 수확을 얻은 자들이었지만, 운이 장령풍이나 서영호만큼은
하지만 그 누구도 정식 비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대학살극이 벌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서영호와 장령풍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을 때, 폭풍 같은 기류가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서영호는 반응조차 못 하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장령풍은 겁에 질린 채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며 소리쳤다.“살려주십시오! 저는 하등 쓸모없는 놈입니다! 단지 이곳에 구경하러 온 것뿐입니다......”“저…… 저 그냥 시중도 들겠습니다! 종이든 말이든 다 할 테니,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그들은 사실 특수한 단약을 써서 겨우 실력을 끌어올린 상태였을 뿐, 진짜 실전 경험은 전무했다.그런데 상대는 고작 기류 한 줄기로 서영호를 반쯤 죽여놨으니, 분명 최소 준천신 강자일 것이다!자신보다 강한 강자를 만나자, 장령풍은 그대로 오줌을 싸버렸다.몸은 덜덜 떨리고, 눈조차 제대로 들 수 없었다.“휙!”그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한 명의 검은 복면을 찬 사람이 허공을 가르며 내려왔고, 싸늘한 눈빛으로 장령풍을 노려보며 말했다.“진법루에서 가져온 진법 비책을 네가 갖고 있지?”장령풍은 이미 잔뜩 겁에 질린 상태였고, 지금 이 순간 목숨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그는 다른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용국 무종의 미래 따위는 전혀 그와 무관한 일이 되었다!상대가 다시 묻기도 전에, 장령풍은 품속에서 두툼한 비책들을 꺼내 내밀었다.분명히 상대는 진법을 빼앗기 위해 온 것이니, 넘겨주기만 하면 자신의 목숨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검은 복면인은 그것을 낚아채며 한쪽 손으로 품었다.“멈춰라!!”“쉬익!”그 순간, 한 줄기 은빛이 스치며 주변 집들이 한바탕 흔들렸다.마침 이때 허천지가 검을 들고 있었다.진작에 진가복 전체가 진법에 쌓여 있었고, 이때 허천지는 즉시 진법을 가동했다.동쪽 하늘에서 솟은 눈부신 백광 아래, 진가복 전체가 대낮처럼 밝아졌다.수많은 살기가 일순간에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을 겨눴다!그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허천지는 한눈에 필 칸트를 알아봤다.그는 오륙의 십 대 가문 중 하나인 칸트 가문의 가장 유망한 후계자였다!게다가 요즘은 역외의 강자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어, 칸트 가문에도 두 명의 강자가 상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그런데, 겨우 북양왕이라 불리는 자, 소문만 무성한 초라한 일성 준천신 경지의 사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그런 자격으로 오륙 십 대 가문의 정점에 선 젊은이에게 말을 건다고?만약 상대방이 기분이라도 상하면, 한지훈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겠지만 자신의 손녀까지 휘말리면 큰일이었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허천지는 서둘러 앞으로 나서며 곁에 서 있던 허천을 확 잡아끌었다.“천아, 내가 뭐라고 했지? 밥 다 먹었으면 바로 한 선생을 모시고 돌아가서 쉬게 해드리라고 했잖아. 길거리에서 이러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할아버지, 이분이 먼저 한 선생님에게 아는 척하며 인사하셨어요. 우리가 무례할 수는 없잖아요.”허천은 억울하다는 듯 허천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여긴 길 가다 아무나 붙잡아도 대단한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야. 괜히 문제 생기면 누가 너희를 지켜주겠어? 게다가 저 사람, 오륙 십 대 가문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이라니까!”“한지훈이 먼저 인사했다고? 웃기고 있군! 그쪽에서 먼저 말 걸 일이 뭐가 있어! 당장 데리고 돌아가! 이런 곳에 더 있지 마!”“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은 책임질 의무 따위 없다!”허천지는 싸늘하게 한지훈을 한번 흘겨보곤, 멀리 서 있는 몇 사람을 보고는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가 말없이 돌아섰다.한지훈은 필 칸트와 몇 마디 더 나눈 뒤, 허천과 함께 허씨 가문에서 마련해 준 민박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밤이 막 내려앉은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터졌다!곧이어 수많은 빛줄기가 창문을 뚫고 쏟아져 들어왔다.사람 그림자들이 빠르게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녔고, 한지훈은 창밖으로 수십 명이 피웅덩이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한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절대 나오지 마십시오!”문을 두
장세풍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허천지는 눈빛이 번쩍였다.장세풍, 세속 세계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외 강자들과 오대 명산에겐 익히 알려진 이름이었다.이 사람은 바로 천사도 제7대 조사, 즉 장천사의 일곱 번째 제자였던 것이다!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설마 장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천사도 전승을 이은 그 장세풍을 말씀하시는 겁니까?!”허천지는 놀란 눈으로 말했다.“맞습니다! 바로 우리 선조이지요.”장령풍은 허천지가 장세풍을 경외하는 태도를 보이자, 얼굴에 더한 자부심을 드러냈다.“흠, 장 선배께서 오신다면, 이번 대전은 틀림없이 압승이겠지요. 만약 당시 그분이 역외로 은둔하지 않았다면, 어찌 그 후손의 변발 병사들이 용국을 차지했겠습니까?! 정말 생각지도 못했군요, 이번 대회에 그분까지 속세에 돌아오시다니!”허천지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흥, 이번엔 반드시 우리 용국이 승리할 겁니다. 누구나 알고 있잖습니까, 대전에서 이기는 자는 명성을 떨칠 뿐 아니라, 용국의 국운까지 계승할 수 있다는걸!”서영호가 냉소하며 말했다.“한지훈 그 자식의 좋은 날도 이제 끝났습니다. 대전이 끝나는 날이 바로 그가 용심을 넘기고, 목숨을 내놓는 날이 될 겁니다!”이 말을 하며, 서영호의 눈에서는 살기가 번뜩였다.태어나서 지금껏 누가 그를 무릎 꿇게 한 적 있었던가?하지만 오륙에서, 한지훈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게 했다!그때의 굴욕을 떠올릴 때마다 서영호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삼켰다.허천지는 서영호가 한지훈을 언급하며 증오를 품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자신이 매우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속으로 기뻐했다.한편, 한지훈 일행은 점심을 먹은 뒤 허천이 한지훈을 데리고 마을을 둘러보러 나섰다.과거엔 이 작은 마을이 특별한 구석이라곤 없었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각국의 거물들이 몰려오면서, 연예계 스타나 유명 국제 서커스단까지 이곳에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길을 걷는 동안에도 한지훈은 익숙한 얼굴들을 여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