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0화

Author: 봄가을
한지훈이 마지막에 남긴 한 마디는 충분히 위협적이고 강렬했다.

한참 지난 뒤, 길시아는 뭔가 떠오른 듯 재빨리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진우철에게 다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우철 씨, 괜찮아요? 미안해요. 다 제 탓이에요…”

팍!

진우철은 길시아의 뺨을 힘껏 내리치더니 악독한 얼굴로 욕설을 퍼부었다.

“나쁜 년! 우리 진 씨 가문에서 절대 오늘 이 일을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

말을 끝낸 진우철은 자신의 손목을 움켜쥔 채, 사람들을 거느리고 떠났고 길시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고통스럽게 바닥을 내리치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악! 한지훈! 한지훈! 죽여버릴 거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내 모든 걸 망쳤어! 죽여버릴 거야!”

밤 사이에 한 씨 가문의 망나니 한지훈이 길시아의 약혼식을 망쳤다는 소식이 S 도시의 상류층에 쫙 퍼졌고 사람들은 한지훈의 신분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누가 퍼트린 소문인지는 모르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력으로 열정만 가지고 돌아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S 도시의 상류층 가문들은 한지훈을 더욱 얕잡아 보게 되었다.

또한 사람들은 5년 전에 사라진 망나니 하나조차 처리하지 못한 길 씨 가문에 대해서도 실망하고 S 도시의 체면에 흠집을 냈다고 언짢아 했다. 마침 그날 밤, H 시 진 씨 가문에서 길 씨 가문과의 혼약을 취소한다고 정식으로 발표했다.

이 일은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켰으며 길 씨 가문과 비즈니스 합작을 이어가고 있던 기업들마저 급하게 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일의 주인공인 한지훈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낭월 산장에서 깨어난 강우연의 곁을 지켰으며 곽 명의가 만든 보신탕을 들고 와서 조심스럽게 강우연에게 먹여주었다.

강우연은 행복에 가득 찬 얼굴로 한지훈을 보며 눈앞의 이 남자가 주는 든든함에 푹 빠져 있었다.

“아 맞다. 지훈 씨, 고운이 눈 진짜 고칠 수 있어요?”

강우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어느새 붉어진 눈시울에는 기대와 긴장으로 가득했으며 고운이가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용왕사위   제31화

    강우연이 한지훈의 팔을 잡아당겼다.“얼른 말해 줘요. 초대장은 어디서 받은 거예요? 누가 준 건데요? 설마 할아버지예요?”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에 한지훈이 피식 웃었다.“강희연이 직원 편에 보냈던데?”“언니가요? 언니가 왜...”강우연은 실망스러우면서도 의아했다.강희연이라면 누구보다 그녀를 증오하는 사람인데 왜 굳이 초대장까지 보낸 걸가?“강희연 그 여자는 널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는 널 아예 내치지 못하시는 게 아닐까? 괜한 걱정하지 마. 초대장도 받았겠다 내일 같이 가자. 너희 가족들한테 할 얘기도 있고.”“같이 가주겠다고요? 정말... 괜찮을까요? 할아버지는 지훈 씨 싫어하시잖아요. 내일 좋은 날인데 할아버지가 화라도 내시면...”강우연의 목소리가 모기 소리가 되어 사라졌다.이에 한지훈이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너 아직 다친 데도 다 안 나았고 내가 같이 가고 싶어서 그래.”잠깐 고민하던 강우연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하지만 그럼에도 강우연의 두려움은 딱히 가시지 않았다.지금까지 가족들에게 남자친구 한 번 소개해 준 적 없는 그녀이다.게다가 상대는 한지훈. 5년 전, 한지훈 때문에 강우연과 그 가족들이 당한 수모가 있으니 분명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그리고 한지훈 때문에 지난 5년간 미혼모로 살면서 당했던 모욕과 조롱들까지.솔직히 5년내내 강우연은 한지훈을 원망해 왔었다.하지만 한지훈이 나타난 그 순간, 원망과 증오는 놀랍게도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으니 참 사람 감정이라는 게 덧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한동안 강우연과 시간을 가진 한지훈은 딸 방으로 향했다.창가에 서서 턱을 괸 채 햇살을 쬐고 있는 한고운의 모습은 동화속 백설공주가 현실세계로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아빠 왔다.”“아빠!”그의 목소리에 쪼르르 달려온 한고운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딸을 번쩍 안아든 한지훈이 작은 코를 살짝 잡아당겼다.“내일 할아버지 생신이셔. 엄마랑 파티에

  • 용왕사위   제32화

    “아빠, 그만 좀 해! 얼굴 닳겠어!”얼굴을 찡그리는 한고운의 투정도 귀여워 한지훈의 입꼬리는 어느새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한고운의 방을 나서는 그를 발견한 용일 역시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왜 실실거려?”“아, 죄송합니다.”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는 걸 인지한 용일이 바로 항상 보던 포커페이스로 표정을 가다듬었다.“형님께서 이렇게 웃으시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서요.”이에 한지훈은 다시 씨익 웃어 보였다.“그래?”‘하긴 전에는 웃을 일도, 웃을 생각도 없었지.’“참, 내일 우연이 할아버지 생신이래. 우리도 파티에 초대받았으니까 선물 좀 준비해 줘. 사람들이 우리 우연이 절대 무시 못하게 최고의 선물로.”한지훈의 말에 용일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어느 정도 선물이면 될까요?”“네가 알아서 해. 그냥...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 우리 우연이가 주인공이 될 정도의 선물이면 될 것 같아. 그 사람들이 우리 우연이를 내쫓은 거 후회하게 만들 거야. 제발 다시 돌아와달라고 애원하게 만들 거야.”집에서 쫓겨나고 힘들게 살았을 그녀를 생각하니 어느새 한지훈의 입가에 걸렸던 미소가 사라졌다.‘두고 봐...’로열 호텔.오늘 강준상의 생일 잔치는 로열 호텔에서도 가장 럭셔리한 파티홀을 장소로 잡았고 S시의 유명 인사들이 온갖 진귀한 선물들을 들고 참석했다.하지만 강우연과 한지훈이 파티홀에 모습을 드러내자 손님들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그들을 향해 수군대며 조롱의 눈길을 보내왔다.강유리는 남자 때문에 내쫓긴 데다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강씨 집안의 죄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게다가 남자 때문에 그 망신을 당해 놓고 또 남자와 함께 오다니.“쟤 우연이 아니니? 저 옆에 있는 남자는 또 누구래?”“어르신께서 마음을 돌리신 건가? 쟤한테 초대장을 다 보내시고...”“그래봤자 이미 쫓겨난 애야. 어르신도 나이가 드시니 마음이 약해지신 거지.”“그런데... 저 남자 왠지 낯이 익은데. 한지훈... 아니야? 그 한씨

  • 용왕사위   제33화

    그리고 한지훈의 품에 안긴 한고운과 한지훈을 번갈아 바라보던 강신이 불만스레 물었다.“이 남자는 또 누구야? 왜? 여자 혼자 애 키우려니 좀 벅찼나 보지? 시커먼 때깔 보니까 대충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누나도 저 애도 이제 우리 집안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당장 꺼져.”악담만 잔뜩 내뱉은 채 돌아서려던 강신이 다시 홱 고개를 돌렸다.“허, 누나 설마 돈 떨어진 거야? 설마 구걸하려고 온 건 아니지? 미안한데... 누나한테 줄 돈은 한 푼도 없어. 몰래라도 누나 돕는 사람 역시 내쫓아버릴 거라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셨거든.”이복동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가시돋친 반응에 강유리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나... 초대장 받아서 온 거야. 할아버지가 초대해 주셔서 온 거라고...”이와 동시에 강우연이 가방에서 초대장을 꺼내 강신에게 건네주었다.하지만 초대장을 홱 빼앗은 강신은 바로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됐고! 초대장을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나는 여기 올 자격없어. 그러니까 말로 할 때 누나 발로 나가. 경비 부르기 전에 당장 꺼지라고!”“이걸... 이걸 찢으면 어떡해. 이거 할아버지께서 주신 거란 말이야...”바닥에 주저앉은 강우연이 다급하게 초대장 조각을 줍기 시작했다.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평범한 종이쪼가리일 테지만 강우연에겐 의미가 남달랐다.5년만에 처음 가족 행사에 초대받는 자리, 이제 드디어 그녀를 용서해 주는 건가 싶어서 기뻤고 이 초대장이 강우연에게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의 끈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런데 그 희망이 산산조각 나버리다니...한편, 어두운 표정의 한지훈이 바닥에 엎어진 채 종이 조각을 주워모으는 강우연을 일으켜세웠다.하지만 강우연은 그의 손길을 힘껏 뿌리쳤다.“이거 놔요.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주신 초대장이란 말이에요...”“나도 알아.”그리고 고개를 돌린 한지훈이 여전히 건방진 표정의 강신을 향해 말했

  • 용왕사위   제34화

    ‘하, 왜 이렇게 착한 거야...’착하다 못해 무르기까지 한 강우연을 힐끗 바라보던 한지훈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결국 손에 힘을 풀어주었다.그러자 덜렁거리는 손목을 움켜잡은 강신이 바로 펄쩍 뛰더니 강우연과 한지훈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강우연! 하, 어디서 남자를 만나도 저런 깡패 같은 자식을... 그래. 안 가겠다 이거지? 여기서 딱 기다려.”말을 마친 강신이 부랴부랴 자리를 뜨고 소란에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저 남자는 누구야? 세상에... 지금 신이 때린 거 맞지?”“하, 신이가 얼마나 독한 애인데... 유리 쟤는 어쩜 남자를 만나도 저딴 애를 만나니?”“그런데 아까 저 남자... 여자애가 자기 딸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설마... 저 자식이 바로 5년 전 그...”누군가의 목소리에 하객들의 술렁거림은 더 커져만 갔다.5년 전, 길시아의 집안에서 거금을 들여 소문이 퍼져나가는 걸 막은 뒤로 한지훈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어찌나 울었는지 어느새 눈시울이 빨개진 강우연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지훈 씨, 괜찮겠죠? 신이는 워낙 자존심이 강한 애라... 아까 사람들 앞에서 그 망신을 당했으니 분명 복수하려고 들 거예요. 우리... 지금이라도 돌아갈까요?”하지만 싱긋 미소를 지은 한지훈은 역시나 똑같은 말로 강우연을 안심시켰다.“괜찮아. 내가 있잖아.”한바탕 소란끝에 세 식구가 드디어 좀 앉아보려던 그때 기세등등한 얼굴의 강신이 중년 남녀와 함께 다시 다가왔다.“엄마, 아빠. 이 자식이야! 이 자식이 내 팔을... 분명 강우연 쟤가 시킨 거라니까? 어떻게 좀 해봐!”강신과 함께 등장한 중년 남자는 근엄한 표정이 인상적인 사람이었고 이목구비가 언뜻 강우연과 많이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서 있는 여자는 피부며 몸매며 장성한 아들을 두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는데다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딱 봐도 부잣집 사모님 같아 보였다.“강우연! 네가 감히 여기가 어

  • 용왕사위   제35화

    강우연이 이렇게 놀랐으니 강학주를 비롯한 그녀의 가족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게다가 한지훈?강우연에게 못된 짓을 저질러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그 썩을 자식이 아닌가?“너 미쳤어! 저 범죄자 자식 경찰에 신고는 못할망정 뭐? 남편? 저 자식 때문에 우리가 무슨 수모를 당했는지 잊은 거야? 너... 설마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니?”서경희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표정이 안 좋긴 강학주 역시 마찬가지였다.“강우연,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꺼져. 우리 가족 중에 네 얼굴 보고 싶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니까1”말을 마친 강학주가 돌아서려 했지만 부리나케 달려나간 강우연이 그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애원했다.“아빠, 제발... 제발 내쫓지만 말아주세요. 제가... 제가 다 잘못했어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가족들을 잊어본 적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가뜩이나 작은 그녀의 등이 더 불쌍하게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하고...그 모습을 바라보는 한지훈은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강학주는 매정하게도 딸의 손을 내쳤다.“가족? 그래. 가족이니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마. 저 자식더러 우리 신이한테 사과하라고 해!”쿠궁!‘사과? 지훈 씨가 잘못한 게 아닌데 사과를 어떻게... 하지만 여기서 거절하면 정말 영원히 집에서 쫓겨날지도 몰라...’혼란스러운 마음에 강우연은 말없이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흥. 지금 남자 때문에 가족을 버리겠다는 거니? 좋아. 오늘부터 집은 물론이고 강운그룹이 운영하는 그 어떤 곳에도 발을 들이지 못할 거다. 앞으로 딸 하나 잃었다 생각하고 살면 그만이야!”말을 마친 강학주가 단호하게 돌아서고 서경희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강우연을 향해 비웃음을 날려주었다.“그래. 지금 그 자리가 네게 어울리는 곳이야. 기어오르지 말고 평생 그렇게 살아.”그리고 복수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강신은 심지어 그녀에게 침을 뱉기까지 했다.“퉷, 나 참 더러워서...”“아빠! 안 돼요! 제발 저 버리지 마세요... 제발...”엄

  • 용왕사위   제36화

    하지만 강신은 한지훈의 사과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한 술 더 뜨기 시작했다.“그냥 말로 미안합니다라면 끝이야? 당장 무릎 꿇어. 그리고 내 팔 이렇게 만들었지? 너도 똑같에 만들어줄게.”이에 고개를 번쩍 든 한지훈의 눈에서 살기가 내뿜겨져 나왔다.“적당히 해...”‘뭐야? 저 눈빛은?’그 눈빛만으로도 숨이 멎는 것 같은 기분에 강신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한편, 한 기업의 총수인 강학주는 바로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5년 전에 먼 발치에서 봤을 땐 분명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아예 바뀌었잖아?’“신아, 그만! 일단 병원부터 가봐. 그리고 너희도 앉아. 경고하는데 조용히 밥만 먹고 가라. 또 소란을 일으키면 그땐 정말 가만히 안 둘 거니까.”이에 한지훈은 너무 울어 비틀거리는 강우연을 부축해 자리에 착석했다.잠시 후, 생일 파티가 시작되고 너도 나도 강준상에게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할아버지, 관우 씨가 어렵게 구한 백년근 인삼이에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깔끔한 검은색 드레스 차림의 강희연이 정교한 상자에 담긴 인삼을 건넸다.“아이고, 이 귀한 걸. 역시 이 할아비 생각해 주는 건 우리 손녀밖에 없네.”생일을 맞이해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은 강준상이 호탕하게 웃더니 미리 준비한 봉투를 건넸다.“자, 이 할아버지가 주는 용돈이다.”이때 강희연 옆에 서 있던 남자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허리를 숙였다.“할아버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오관우라고 합니다.”“어머? 오관우? 오찬그룹 회장 오관우? 어머, 희연이 남자 하나 잘 물었네.”“그러니까. 기업 시가 총액만 아마 500억이 넘지 않아?”“강 대표 사업에 큰 도움이 되겠어.”오관우의 자기소개에 하객들이 술렁대기 시작하고 오관우도, 강희연도 어깨가 으쓱해졌다.‘그래. 바로 이 느낌이야. 다들 나만 바라봐주는 이 느낌...’“아이고, 이 늙은이 생일이 뭐라고 여기까지. 어서 앉게.”강준상 역시 오관우를 바로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 용왕사위   제37화

    하객들의 조롱이 날카롭게 강우연의 귀를 파고들자 땅만 내려다보며 걷던 강우연의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시간이 지나면 조금이나마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적대감은 여전했다.‘내가...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지?’5년 동안 가족들 도움 하나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고운이를 키워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났다.그리고 이 모든 건 전부 한지훈 때문이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그와 한발 멀어졌다.‘무서워... 오늘처럼 중요한 날, 5년 전 그날처럼 또 지훈 씨 때문에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될까 봐. 또 다시 부모님에게, 할아버지에게, 다른 가족들, 친척들에게 죄인이 되어버릴까 봐...’오만가지 생각에 강우연의 머릿속에 어지러워질 때쯤, 따뜻하고 큰 손이 핏기 하나 없이 차게 식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어보니 역시나, 한지훈의 맑지만 단단한 눈이 그녀를 마주보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한지훈이 나지막히 속삭였다.짧은 한 마디였지만 사랑이 뚝뚝 흘러넘치는 두 눈과 손끝에서 전달되는 따뜻한 온기가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했다.‘그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모두가 날 버렸을 때 내 곁에 있어준 사람은 지훈 씨뿐이야. 이제 내 가족은 지훈 씨랑, 고운이라고.’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던 강우연 역시 손을 꼭 잡았다.이때,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파티홀의 분위기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강우연? 네가 여길 어떻게... 게다가 저 자식까지. 너, 할아버지 쓰러지시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강우연이 등장하는 순간, 짐짓 마음에 안 드는 척 미간을 찌푸렸지만 사실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던 강희연이었다.‘그래... 너라면 무조건 올 줄 알았어.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오늘 제대로 밟아줄게. 다시는 얼굴 들고 살지 못하도록.’‘뭐지? 지훈 씨가 분명 초대장은 언니가 보낸 거라고 했는데.’강우연

  • 용왕사위   제38화

    “으아악! 너... 지금 날 때린 거야?!”따귀의 충격에 잠깐 멍하니 서 있던 강희연이 바로 길길이 날뛰었다.“네가 뭔데 날 때려! 네가 뭔데!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라고!”놀란 건 강희연뿐만이 아니었다.가족들도 초대받은 하객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강희연은 오늘의 주인공인 강준상 회장이 가장 아끼는 손녀, 그런 그녀의 뺨을 때렸다는 건 강준상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관우 씨, 가만히 있지 말고 좀 와봐! 저 자식이 날 때렸잖아. 내 코... 얼마 전에 바로 한 건데. 어떻게 할 거야!”여자친구의 불호령에 역시 멍하니 앉아있던 오관우가 부리나케 달려와 강희연을 뒤로 숨겼다.“야, 너 뭐야? 미쳤어? 감히 내 여자한테 손을 대?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내 말 한 마디면 너 당장 죽여버릴 수도 있어. 당장 사과해. 안 그럼 너희 세 식구한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뭔지 보여줄 테니까.”하지만 곱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의 협박 따위가 한지훈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가차없이 킥을 날려 오관우를 털썩 주저앉게 만든 한지훈이 그를 내려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그래, 이래야 눈높이가 맞지.”“허!”“세상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사람들이 술렁대고 강우연 역시 단단히 충격을 받았는지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멍하니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오히려 어린 딸 한고운이 아빠를 향해 외쳤다.“아빠 멋있어!”“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겨우 정신을 차린 강우연이 아이의 입을 막고는 한지훈의 팔을 잡아끌었다.“지훈 씨, 이게 지금 무슨 짓이에요?”그리곤 부랴부랴 강희연, 오관우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죄, 죄송합니다... 저 사람이 너무 화가 나서...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 테니까 제발 용서해 주세요. 치료비든 뭐든 보상해 드릴게요.”“보상? 뭘 어떻게 보상할 건데?”어느새 일어선 오관우가 정장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좀 더 널브러져 있지 그래? 어차피 한 방이면 또 나가떨어

Latest chapter

  • 용왕사위   제2394화

    단 네 개의 검으로 8명의 용급 천왕계 강자들을 죽였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 사실만으로도 장도령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때, 장도령이 손목을 뒤집자 무수한 검화가 펼쳐졌고 그 모습은 매우 웅장했다. 곧이어 하늘에는 수많은 거검이 나타났다. 이 장면은 당시 도청 전인이 처음 검경을 펼쳤을 때의 장면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장월동이 펼친 이 위세는 도청 전인의 검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수많은 거검의 검 그림자는 겹겹이 쌓여 공중에서 합쳐지게 됐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검은 점점 더 단단해지는 동시에, 검봉 위에는 마치 천둥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한 줄기의 전류가 왔다 갔다 하며 노닐고 있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들려하자, 장도령의 검은 바로 한지훈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람 소리도 없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그 맹렬한 검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검이 떨어지는 위세는, 마치 수백 개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듯했다. 어떤 각도, 어떤 방식으로 받든 지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곧이어 검이 한지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한지훈의 가슴에서 갑자기 금빛 한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적색의 장총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땡!”곧이어 적색 장총은 장도령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과 제대로 부딪혔다. “우르릉!” 큰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는 무수한 불꽃이 튀어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는 속도로 사방으로 퍼지게 됐다. “뭐야?”장도령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 검은 누구든지 절대 쉽게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검의 오묘한 점은 바로 검에 이미 진법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설사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라 하더라도 이 검은 전혀 당해낼 수 없다. 그 말은 즉, 한지훈의 손에 있는 이 장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 장총에도 진법의 위력이

  • 용왕사위   제2393화

    심지어 그의 손을 거쳐 멀쩡히 살아남는 적수도 거의 없었다. 그나저나 한지훈은 이제 몇 살인데? 고작 20대의 나이에도 이렇게나 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니, 장도령 또한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너도 만만치 않은 놈이네. 동방 오우였으면 진작에 죽었을 텐데!”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태연하게 웃었다. 그러나 진우는, 한지훈이 뒤로 감춘 팔이 약간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게다가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우는 점점 한지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방금 있었던 일전에서, 한지훈은 분명 손실을 입긴 했다. 그러나 장도령을 상대로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매우 큰 기적이었다. “하하하!”이내 장도령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식, 매우 예리하네! 사실 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 정말 만만치는 않아. 만약 앞으로 무사히 실력을 닦게 된다면, 정확히 10년 후 넌 반드시 뛰어난 용봉이 될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아무리 네가 강하다 하더라도 우리 장 씨 집안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지!”“지금 국운이 시작된 이상 다들 알고 시피 국운이 한창 높아지고 있을 무렵, 모든 용인들은 모두 적지 않은 이익을 보게 될 거야. 아마도 2년 후가 되면, 그때는 내가 너를 죽이고 싶어도 적지 않은 기력을 쏟아야 되겠지!”“그렇기에 난 결코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야. 과거 너 같은 인재들 수십 명이 이미 내 손에서 죽게 됐어. 게다가 네가 나더러 직접 손을 써라고 권한 이상 너한테 펼쳐질 엔딩은 단 하나뿐이야!”이 말을 들은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방금 일전은 그저 맛보기 었단 말인가? 장도령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가?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또한 아연실색하였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그저 몸풀기 일뿐이었다니? “진짜 그냥 몸풀기였다고? 하지만...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신선 같은 수법이야!”“아니야. 장 선배가 일단 최선을 다해서 싸

  • 용왕사위   제2392화

    “한지훈, 네가 감히 날 상대로 반격해? 네가 이 검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건 단지 너한테 보여준 맛보기일 뿐이야!”화가 난 장도령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곧이어 검 자루는 현장을 휩쓸어버렸다. 순식간에 풍운은 변색되었고, 하늘의 구름 덩어리조차도 모양이 휘어버린 채 나뒹굴기 시작했다.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압도적인 이 기세는, 확실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여 년 동안 은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도령의 위세는 여전히 용국을 압도할 정도였다. 어쩐지 그가 막 산을 내려왔을 무렵, 무종의 많은 문주와 일부 최정상 상업계 거물들은 뭇별같이 달려와 그를 맞이하였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이 그동안 줄곧 이렇게 무종을 업신여겼더라니, 장도령은 세상을 아주 쉽게 보고 있었어!”도청 전인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장면에 저도 모르게 감탄하였다. 그는 이 검의 위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훈뿐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저 가능성만 있을 뿐이었다. 도청 전인은 한지훈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장도령의 실력에 두려움을 가진 것이다. 확실히 너무나도 강한 실력이니까. 심지어 천신 경지에서는, 아무도 도달할 수 없을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유럽의 대부분 강자들도 장도령의 이름을 듣기만 하면 모두 간담이 서늘하다고들 한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법과 검법을 이렇게나 정묘하게 결합할 수 있다니,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장도령 한 사람밖에 없을 거야!”적지 않은 종문 종주들도 모두 감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어느새 한지훈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반면 한지훈은 이내 손을 살짝 들고는 흔들었다. 이내 오릉군 가시는 마치 생명체처럼 순식간에 완벽한 호를 그어 장도령의 칠성상문검을 향해 다시 날아갔다. “우르릉!” 곧이어 오릉군 가시와 칠성 상문검이 다시 충돌하였고, 허공에서는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 용왕사위   제2391화

    검법과 진법이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놀라운 광경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 오우 또한 화산의 제자라고 하긴 하지만 장도령과는 전혀 비교할 차원이 안 됐다. 수법이든 진법이든 장도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마치 물 흐르듯이 모든 행동이 이어져 갔다. 지금 이 순간, 강중의 모든 사람들은 하늘 위 구름을 뚫은 흰빛을 보고는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대체 어떤 신위인 거지? 대체 어떤 수법을 쓴 거야! 구세대 사람들은 여태 장도령의 이야기를 마치 호랑이 이야기처럼 받아들였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장도령의 이야기를 전설처럼만 듣고 자랐지만, 오늘 직접 마주해 보니 전설 속 장도령은 현실에 비해 매우 약해 보였다. “대단하네!” 한지훈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장도령은 이미 진법을 능통하게 운용하였지만, 유독 하나 부족한 건 바로 진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였다. 다르게 말해서, 틀린 방법은 백 번 더 써도 결국 틀린 것이 된다. 그렇게 정확한 길을 가기까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역시나 용국 백여 년 역사의 최고 강자답습니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의 지위가 줄곧 높더라니, 형님과 같은 엄청난 강자와 비교했을 때 전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네요!”노 씨 어르신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아부하였다. “어쩐지 당시 한 사람의 힘만으로 8명의 최고 천왕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더라니, 그것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은 충분히 놀랄 만해!”잇달아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도 분분히 의논했다. “한지훈, 이제 알겠지? 난 단지 더 이상 살인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내가 너보다 실력이 못한 게 아니라!”장도령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뛰어올라 한지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가 몸을 훌쩍 날리며 일어서자, 그의 주변은 온통 은백색의 빛으로 덮이게 됐다.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필적할 수 없는 천위를 느끼게 됐다. 눈부신 은빛뿐만 아니라, 구름 속에서 교차하는 천둥과 번개는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

  • 용왕사위   제2390화

    뭐라고? 자결하는 것도 모자라 한지훈의 모든 재산을 장 씨 집안에 넘기라니? 장도령의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거물들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상대는 무려 북양 왕 한지훈이다. 무종 강자는커녕 국왕도 감히 그 앞에서 막말을 할 수가 없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도청전인과 진우는 잇달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도령이 있는 한 그들에게는 전혀 발언권이 없었고, 그 누구도 감히 한 글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자결하고 내 모든 재산을 너희 장 씨 집안에 넘겨야 한다고?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야?”한지훈은 장도령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왜? 설마 너 아직도 고집부리려는 거야?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 장 씨 집안이 왜 만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는지, 왜 역대 통치자들이 모두 우리 장 씨 집안을 특별히 대우했는지 그 이유를 몰라?”“오늘날의 국왕도 우리 장 씨 집안에 예우를 하고 있어. 게다가, 너도 봤지? 내가 하산하고 나서는 무종뿐만 아니라 무맹 또한 사람들을 보내 직접 날 맞이했지. 넌 설마 그 이유가 뭔지 모르는 거야?”“그건 바로 우리 장 씨 집안이 곧 용국의 하늘이기 때문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은 조룡을 지키는 공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필적할 수도 없는 실력도 갖고 있어!”“너의 그 보잘것없는 기량은, 내 눈에는 전혀 여겨볼 가치도 없어! 하지만 너더러 자결하라는 것은 곧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은 살 기회를 주는 거야!”장도령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만약 굳이 내가 손을 쓰게 만든다면, 너뿐만 아니라 저 놈도 죽을 거야! 그리고 네 곁의 모든 가족들을 죽일 거야!”장도령의 말에 진우는 반박하지도 못했다. 도청 전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장도령은 그동안 두 손에 수많은 피를 가득 묻혔었고, 심지어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었다.

  • 용왕사위   제2389화

    장도령의 기운은 순식간에 하늘 전체에 퍼졌다. 이내 경계가 낮았던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은, 그 기운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쓰러진 제자 두 명을 본 도청 전인은 화가 나 주먹을 꽉 쥐었지만 결국 나설 수는 없었다. 필경 그가 가진 모든 실력은 장도령이 물려준 것이다. 장도령 앞에서 그는 전혀 손을 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뭐야? 대체 누가 날 이렇게 찾는 거야? 어떤 미친놈인 건데!”이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한지훈이 별장을 나섰다. 그의 눈길은 장도령과 그 뒤에 서있는 한 무리의 거물들에게로 향했고, 그 시선의 끝은 결국 장도령에게 떨어졌다. 그가 보기에도 장도령은 확실히 범상치 않았다. 단지 기세만으로도 결코 일반적인 5성 용급 천왕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게 됐다. 게다가 그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은 반짝반짝 빛을 뿜어내는 게, 심지어 한낮의 햇빛보다도 더욱 강렬했다. “한 선생님, 이 분이 바로...”이내 도청 전인이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한지훈이 손을 흔들었다. 한지훈이 입구에 나타나게 되자, 강중과 강릉의 거물들은 저도 모르게 잇달아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심지어 강중의 시수는 한지훈을 쳐다보는 내내, 손수건으로 머리 위의 식은땀을 닦기도 했다. 그의 얼굴에는 어색한 웃음도 드러났다. 그 표정은 마치 사실 자신도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한지훈과 장도령은 조용히 서로를 훑어보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장도령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입을 떼려 했다. 바로 그 순간, 한 줄기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나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는 바로 무맹의 장로인 노 씨 어르신이었다. “한지훈, 넌 오늘 같은 이런 날이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해봤을까? 그러게 내가 그때 너더러 순순히 죄를 인정하라고 했잖아. 하지만 넌 도리여 뻔뻔하게 당문주를 죽이고 감히 내 뺨까지 때렸지!”“어떻게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겠어!”“너 이

  • 용왕사위   제2388화

    옆에 있던 사람들은, 장도령의 말을 듣고는 모두 깜짝 놀랐다. 어쩐지 도청 전인이 장도령에게 매우 공손하더라니, 알고 보니 그들 사이에는 심상치 않은 과거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장도령의 실력에 대해 재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단지 간단한 가르침으로, 도청 전인을 단번에 무적천에 버금가는 무종 강자로 만들고 심지어 검경까지 깨닫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장도령의 공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순간 많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장도령에게 흠모의 눈길을 보냈다. “선배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 선배님과 적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장 씨 도련님이 그동안 한 선생을 사칭하여 천성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가 결국 한 선생에게 발견되었는데, 어찌나 뻔뻔하고 고집이 강한지 끝까지 한 선생을 사지로 몰아넣으려고 했습니다!”“그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한 선생이 결국 손을 댄 겁니다. 정말 의도치 않게 장 씨 도련님을 죽이게...”“닥쳐!”도청 전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장도령은 노호하였다. “네가 뭔데 감히 내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따지려 하는 거야!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감히 우리 장 씨 집안의 잘못을 나무라다니! 설령 도련님이 정말 한지훈의 신분을 사칭했다 하더라도, 심지어 나아가 한지훈을 죽였다 하더라도 너희들은 그저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야!”“우리 장 씨 집안사람들은, 너희 같은 놈들이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우리 장 씨 집안이 없었더라면, 용국은 이미 수백 년 전 전란 속에서 아예 사라지게 됐을 것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의 공적과 비교하면, 너희들 중 대체 누가 감히 우리 장 씨 집안을 경멸할 자격이 있는 건데!”“명심해, 우리 장 씨 집안이야말로 바로 너희들이 하늘처럼 모셔야 할 존재야! 너희들은 하늘이 시키는 대로, 죽음을 명령하면 반드시 죽기도 해야 돼!”장도령의 목소리는 하늘을 진동시켰다. 한 씨 별장은 말할 것도 없고, 강중

  • 용왕사위   제2387화

    장도령은 그저 차갑게 웃기만 했다. 한지훈은 어린 나이 치고는, 확실히 남다른 점이 있었다. 설령 5대 명산 제자라 할지라도 무도나 진법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한지훈은 두 가지를 전부 장악할 수 있었다. 그 덕에 그에게는 적수가 없었다. 사실 진법을 수련하는 강자들은, 초기에는 무도를 수련하는 강자들에 비해 실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그러나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서, 특히 사령관 그 이상의 실력에 이르게 되면 결코 무도와는 비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한지훈이 바로 가장 전형적인 케이스였다. “확실히 인재이긴 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장 씨 집안사람을 죽이지는 말았어야 했어!”장도령은 거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진법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장도령의 눈에는 그저 소꿉장난일 뿐이었다. 그 어떤 진법도 삼절진을 능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듣기로는 도청 전인도 여기 있다던데?”이내 장도령이 담담하게 물었다. “맞습니다! 도청 전인 이 놈, 그야말로 무맹 중에서도 패륜입니다! 줄곧 한지훈의 곁을 따르면서 무종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있습니다!”노 씨 어르신은 이를 악문 채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그 말에 장도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한 씨 별장의 대문 앞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도청 전인 그놈 지금 어디 있어? 왜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나를 맞이하지도 않는 거야!”그의 목소리에는 진법이 섞여 있었다. 그의 단 한마디로, 큰 굉음이 폭발함과 동시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고막이 윙윙거리기 시작했다. 자리에 있던 거물들은, 그 기운에 모두 깜짝 놀랐다. 역시나 천신은 대단해, 이건 평범한 인간은 절대 할 수 없는 거잖아? 심지어 강중 시내 한복판에서도 그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씨 별장의 대문이 열렸다. 도청 전인은 억지로 웃는 모습을 보이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저 멀리 서있는 장도령을 향해 살짝 몸을 굽혀 인사하였다. “천검종 도

  • 용왕사위   제2386화

    한씨 가문은 또 한 명의 아들을 얻으니 집안에 경사가 가득했다!도청전인을 비롯한 모두가 등불을 밝히고 집안을 장식하며, 얼굴마다 웃음이 가득했다.나씨 가문의 사람들 또한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와 축하를 전했다.“한 선생님, 이는 저희 나씨 가문의 작은 성의입니다. 꼭 받아주십시오.”나계홍이 말하며 돈봉투를 한지훈에게 건넸다.한지훈은 돈봉투를 쳐다보지도 않고 옆에 있던 천검종 제자에게 넘기고는 웃으며 물었다.“나계홍 씨, 이 시점에 축하하러 올 용기가 있었습니까?”나계홍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한지훈의 말 속뜻을 깨닫고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한 선생님, 농담도 지나치십니다. 나씨 가문이 오늘날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한 선생님의 은혜 덕분입니다. 이 시점에 한 선생님을 떠난다면, 그것이야말로 배신이고 의리를 저버리는 것입니다!”“배신과 의리를 저버리는 자는 하늘이 용납할 수 없는 법이지요!”나계홍은 지금 이 순간, 한지훈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것 외에는 더 좋은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한지훈은 나씨 가문의 유일한 의지였고, 죽더라도 한지훈과 함께 죽는 것 외에는 길이 없었다!“좋습니다. 그대가 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니, 나씨 가문이 받은 은혜는 헛되지 않았네요. 밤이 깊었으니, 어서 돌아가 쉬시지요.”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강우연은 갓 출산한 몸이라 휴식이 필요했기에, 나계홍과의 접견은 불가능했고 나계홍도 더 머물지 않고 한지훈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났다.강중에서 나씨 가문과 몇몇 이름 없는 작은 가문만이 축하 선물을 보냈고, 다른 모든 가문은 모른 척하거나 심지어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심지어 강중의 시장조차도 장씨 가문의 복수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이전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더불어 강릉의 많은 거물들도 고속도로로 모여들어 차 앞에 서서 조용히 장도령의 도착을 기다렸다.천성의 분위기는 전례 없는 긴장감에 휩싸였고, 모두가 서둘러 줄을 서거나 아첨하기에 바빴다.하지만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