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중에 큰 인물이 온다고?” 한지훈은 차에 오른 후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살짝 감은 채 담담하게 물었다. “어...”그러자 나계홍은 잠시 망설이더니 난색을 띠며 말했다. “큰 인물이라고 할 수 있긴 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바로 원 씨 집안 가주인 원효천이 직접 강중에 온 것입니다!”“게다가 만약 원 씨 집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공항에 가서 맞이해야 한다고 대놓고 얘기까지 하더군요. 그렇지 않으면 원 씨 집안의 원수가 될 거라고... 그렇게 결국 강중의 상업계 중 대부분의 대표들이 직접 원효천을 맞이하러 갔어요!”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내 그는 고개를 돌려 나계홍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그나저나 넌 왜 가지 않은 거야?”그 순간, 나계홍의 표정이 약간 굳어지더니 그는 겨우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어... 저는 굳이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얼굴을 쳐들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자신의 비위를 맞춰주려 노력하는 나계홍의 태도가 맘에 들기도 했다. “한 사장님, 제가 강중의 망성루에 간단하게 식사 자리를 준비했는데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강 회장님도 모셔올까요?”나계홍이 한지훈에게 떠보며 물었다. “됐어. 먼저 회사로 돌아가!”한지훈은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나계홍은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어갔다. “한 사장님, 제가 보기에는 오늘 회사로 돌아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도 마침, 원 씨 집안 가주가 강중으로 돌아올 때거든요.” “게다가 원효천이 택한 호텔은 우연 그룹의 맞은편에 있습니다. 만약...”“됐다니까!”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결국 한지훈의 눈치를 살피던 나계홍은 기사를 향해 약간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지훈의 뜻에 따라 회사로 돌아가게 됐다. 한편 그 시각, 우연 그룹의 건물 아래에는 이미 고급 승용차가 가득했다. 나 씨 집안의 차량들은 그 주변에서 전혀 한 발자국도 나
나한비는 나계홍의 차가운 눈빛을 발견하고는, 미처 하려던 말을 하지도 못하고 그저 삼켜버렸다. 결국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어떤 일이든지 규칙은 지켜야지!”나계홍은 머리를 돌려 나한비를 한번 노려보고는 경고를 하였다.사실 그의 의도는, 이 사람들 중에서 진정한 강자는 한지훈이었기에 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는 그 어떤 졸개들도 입을 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계홍은 너무나도 가벼운 나한비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이내 나한비가 물러나고 나서야 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말했다.“비켜!”한지훈의 목소리는 크지는 않았지만, 매우 위엄이 있었다.그러자 장지중과 그 중년 남자는 약속이나 한 듯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당신이 바로 한지훈이야?”중산복의 남자는 기분 나쁜 눈빛으로 한지훈을 훑어보았다.하지만 한지훈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고 한 손을 짊어진 채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그 순간, 중산복 남자의 얼굴색이 갑자기 어둡게 가라앉았다.뜻밖에도 한지훈에게 무시를 당할 줄은 몰랐다.‘설마 나를 아예 투명인간 취급한거야?’ 들끓는 분노에 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기 시작했다.심지어 나씨 집안 사람들은 아예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약 20~30명 무리의 대오가 재빨리 중산복 남자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한지훈! 너...”바로 그때, 중산복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몸을 돌려 한지훈을 불러 세우려 했지만 한지훈은 이미 우연 그룹 사무 청사로 들어간 상황이었다.그렇게 비바람 속에서 남자는 혼자 남게 되었다.“에이, 곽연, 됐어. 조금만 있으면 원 가주님이 도착하실 거야. 한지훈이 기세등등할 시간도 이젠 며칠 안 남았다고!”이때 한 중년 남자가 중산복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하지만 잔뜩 화가 난 중산복 남자는 여전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직위를 내려놓은지 3개월도 안 되어 한지훈이 강중에서 미쳐 날뛰고 있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특별히
하지만 한지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맞은편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그저 덤덤한 표정을 한 채 주차된 차로 향했다. 바로 그때, 원효천은 다소 경멸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힐끗 보았다. “저 뒤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 그룹에서 왔대?”원효천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원 선생님, 저 사람들은 전부 나 씨 그룹의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오늘 원 선생께서 직접 강중에 이렇게 오신 날, 나 씨 집안은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인사도 하지 않았고요.” 장지중은 이때다 싶어 다급하게 앞으로 나가 말했다. “뭐라고?”뜻밖에도 나 씨 집안이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원효천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흥! 한지훈, 네가 감히 나랑 대립하려 하다니!”원효천의 굵은 목소리는 마치 천둥소리처럼 사방 몇 리 안에서도 똑똑히 들렸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지훈은 여전히 원효천을 전혀 상대하지도 않고 강우연을 도와 차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태연하게 웃고 떠들며 차 안으로 올라탔다. 처음부터 끝까지 원효천을 한 번도 흘겨보지 않았다. 심지어 나 씨 집안사람들조차도 맞은편에 있는 이들을 아예 투명 인간 취급했다. 뒤이어 차는 곧바로 망성루 방향으로 향했다. 난생처음 무시를 당해본 원효천의 안색은 순식간에 보기 흉해졌다. 게다가 끊임없이 비만 주룩주룩 내리던 하늘은 순식간에 먹구름이 덮쳤다. 쾅쾅! 이때, 천지를 뒤흔드는 천둥소리에 원효천 뒤에 서있던 상업계 거물들은 다들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찬가지로 앞줄 조수석에 앉아있던 나계홍도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비록 길을 사이에 두고 있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원효천의 몸에 비 한 방울도 닿지 않는 놀라운 장면을 바로 보아냈다. 하지만 한지훈한테서는 이런 능력을 전혀 보아내지 못했다. 설마 자신이 라인을 잘못 탄 건 아닐까 생각에, 그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한지훈 또한 백미러로 놀라운 이
“가능하면 대부분의 업무는 아래의 부하 직원한테 맡겨도 돼. 직접 부담할 필요는 없어.”강우연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전국적으로 수출하는 약품의 각종 규격은 모두 우연 그룹이 심사해야 하는 상황에 이것은 절대 보통 업무량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 감히 그 어떤 사장도 마음 놓고 놀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심지어 과도한 업무량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일반 직원들조차도 여러 직책을 겸해야 했다. “에휴, 그렇게 쉬운 게 어디 있어요. 하마터면 저희 회사 경비원까지 동원할 뻔했어요!”강우연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럼 증원해!”한지훈은 담담하게 직원 증원을 제안했다. 우연 그룹의 현재 업무량으로 볼 때 그 일손은 턱 없이도 부족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의약을 잘 아는 사람은 너무 적어요. 심지어 저희 회사의 일부 최고 인재들은 이미 각 의약 기업에 스카우트까지 되었고요. 증원한다고 해도 단지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만 모집할 수밖에 없어요. 난감한 상황이죠...”강우연은 현재의 상황에 이미 체념하고 있었다. “강 회장님, 저희 회사에는 오히려 회장님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재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만약 회장님께서만 괜찮으시다면, 저희 인재들을 우연 그룹에 파견시킬 수도 있습니다!”나계홍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끼어들며 말하다. 하지만 강우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 씨 그룹도 큰 회사라 일손도 넉넉하지 않을 텐데.” “괜찮습니다. 강 회장님을 도와줄 수 있는 거만으로도 저희는 영광입니다!” 나계홍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몇 분간의 설득 끝에, 강우연도 도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계홍은 어차피 한지훈과 한 배에 올라탔으니 이제 모든 것은 하늘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설령 나중에 나 씨 집안이 정말 강중의 각 세력으로부터 배척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운명이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꽤나 진심 어린 나계홍의 표정을 보아낸 한지훈은 그를 계속하여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생각보다 괜
마침 망성루 입구에 서있던 귀빈들은 손에 장검을 든 채 살기등등하게 한지훈에게로 돌진하는 곽연을 발견하고는 급히 유리문 뒤로 피한 후 긴장한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나 씨 집안사람들도 잇달아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일반인들이었기에, 곽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자석처럼 얇은 연검은 그의 손에 잡히게 되자 말이 안 되게도 강철처럼 단단하게 변해버렸다. 얼핏 봐도 곽연은 절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연아, 계단 조심해!” 한지훈은 고개를 숙인 채 망성루의 계단을 바라보며 강우연을 일깨워 주었다. 강우연은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한지훈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곧바로 한 줄기 검기가 겹겹이 물결을 일으키며 한지훈을 덮쳤다. 마침 옆에 서 있던 나한비는, 얼굴에 튀는 물을 맞게 되고는 매우 아파했다. 그 검이 한지훈의 등을 찌르려는 순간, 나계홍은 급히 한지훈의 뒤로 한걸음 내디디여 그를 막았다. “꺼져! 죽을래!”그러자 곽연은 나계홍에게 노호하였다. 그가 이미 던진 검은 더 이상 돌이킬 수가 없었다. 만약 이 검이 나계홍을 덮치게 된다면, 그의 몸은 바로 두 동강 날게 뻔했다. 그러나 곽연이 죽이려는 사람은 나계홍이 아니라 오직 한지훈뿐이었다. “땅!”바로 그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줄기의 차가운 억새가 공중에서 반짝반짝 떨어졌다. 죽음을 직감한 나계홍은 눈을 살짝 감고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일단 검이 그의 몸에 닿게 된다면 그는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계홍은 내심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한지훈이 절대 자기가 이렇게 허무히 죽는 것을 가만히 보지 않을 거라 굳게 믿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나 씨 집안의 앞날을 위해 희생하는 건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게 되자, 모든 나 씨 가족들은 참담한 마음에 동시에 눈을 감았다.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을 바라본 순간, 그는 자신의 앞가슴의 살갗이 터지게 된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가슴에 난 큰 구멍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게 내 심장이라고?’ “한...”곽연은 말을 반쯤 내뱉기도 전에 갑자기 눈앞이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고, 이내 그는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큰비 속에 쓰러지게 된 곽연의 시체를 본 곽 씨 집안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크게 놀랐다. 그제야 한지훈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전에는 줄곧 한지훈이 회피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크게 후회하게 됐다. ‘한 손으로 숨통을 조여버릴 수 있는 괴물은, 회피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많은 사람들은 내심 크게 놀란 한편, 저도 모르게 한지훈이 원효천에게 대한 태도를 다시금 연상하게 되었다. 설마... 그중에서도 나한비는 역시나 나 씨 그룹의 사업을 물려받을 가장 유력한 젊은 상속자답게, 머릿속에 이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눈치 빠르게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한 선생님, 강 회장님, 어서 오세요!” 전부터 나계홍이 한지훈에게 인생을 걸었을 때, 줄곧 불쾌한 기색을 보였던 나한비의 태도는 아예 180도로 바뀌게 됐다. 그는 주동적으로 한지훈과 강우연을 도와 문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뒤에서 그들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던 졸개들까지 한쪽으로 밀쳐내며 아부를 하였다. 그로 인해 빗물이 자신의 몸을 젖게 되어도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한지훈 같은 사람에게 문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한지훈은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는 이내 강우연과 팔짱을 낀 채 망성루로 들어갔다. 뒤이어 나 씨 집안사람들도 황급히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에게 대해 험담을 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도 나계홍의 안목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한 선생님, 여기... 이쪽으로 오세요!”어느새 나계홍의 얼굴색은 백지장처럼 창백
원효천의 말을 듣고 난 한진욱은 그제야 크게 안심했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들은 모두 똑똑히 보아냈다. 원효천이 당당하게 한지훈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지훈은 아예 무시하고 바로 차에 올라타 떠나버렸다는 것을. 그 말은 즉, 한지훈은 정면승부할 용기가 없는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감히 상대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이젠 마음가짐을 잘해야 합니다. 원 가주님께서 이렇게 흔쾌히 저희를 도와주려고 한 이상, 저희 또한 굳게 마음먹고 우연 그룹과의 모든 협력을 끝내야 합니다!”이때 무리 속에서 한 40대 중년 남자가 일어서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적지 않은 의약 회사 대표들은 하나같이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모두들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한지훈은 이제 더 이상 북양 왕도 아닙니다. 그의 손에는 아무런 권력도 없고 병권도 없기에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지도 못할 겁니다. 오직 죽음의 길밖에 없다고요!”옆에 앉아있던 원상용도 이 틈을 타 한마디 덧붙였다. ‘한지훈이 이젠 북양 왕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 소식은 아직 강중에까진 전해지지 않았었다. 설사 용경에 전해졌다 하더라도 진실에 대해 아는 사람은 상위층 사람들뿐이었다. 사실 이 일에 대해 국왕은 철저히 비밀로 하라고 명령했었다. 일단 한지훈이 옷을 벗었다는 소식이 알려지게 되면 용국 변경의 각 나라들은 또 움직이려고 수를 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원 가주님, 그게 사실입니까? 한지훈이 이젠 일반 서민이라고요?”여전히 의심 가득하던 상업계 거물들은 일제히 물었다. 그들의 질문에 원상용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원효천을 한 번 흘깃 보았다. 원효천 또한 더 이상 숨길 의사가 없어 보이자 그제야 그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한지훈은 용경에서 국왕과 갈등이 생긴 후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떠났고, 그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운 마음을 품고 있던 국왕도 이젠 포기한 겁니다. 즉 그는 스스로
은행의 지원이 없으면 우연 그룹은 더 이상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 회사와도 더 이상 협력을 하지 않으면 우연 그룹의 사업은 결국 강중에만 국한되는 게 뻔했다. “말도 안 돼!”강우연은 곧바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무슨 일인데 그래?”한지훈은 하얗게 질린 강우연의 얼굴을 보고는 급히 고개를 돌려 물었다. “큰 일 났어요. 각 은행과 화물 운송 회사들이 모두 저희와의 협력을 종료했어요!”강우연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내심 이 모든 일의 배후가 떠올랐다. 바로 원 씨 집안이 뒤에서 모든 걸 꾸민 거라 거의 확신했다. “걱정하지 마. 돈과 화물 운송에 관한 모든 건 내가 다 해결해 줄게!”한지훈은 비록 더 이상 북양 왕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강중의 주둔군을 움직일 수는 있었다. 군의 수송 트럭은 얼마든지 우연 그룹의 운송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었다. 게다가 돈에 대해서는 한지훈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즉시 많은 국제적 대재단을 동원하여 우연 그룹에 자금을 투입하게끔 할 수 있었다. “아니에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나계홍은 눈치를 보고 급히 일어섰다. “강 회장님, 저희 나 씨 그룹에도 30대의 운수 트럭 차량이 있습니다. 비록 차가 좀 적긴 하지만 얼마든지 물자를 운반할 수 있습니다.”“매일같이 쉬지 않고 달리면 30대의 차로도 얼마든지 발등의 불을 끌 수 있을 것입니다!”나한비도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입을 열었다. “저희 나 씨 집안은 강중 부근에 일부 약재 산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곳에도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큰 트럭들이 있습니다. 만약 모두 동원한다면 최대 50대까지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아니... 그럼 나 씨 그룹한테 너무 신세를 지는...”강우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계홍이 말을 이어갔다. “강 회장님, 사실 이젠 저희 나 씨 그룹과 우연 그룹은 한 배에 탄 운명으
“난 사실 너 같은 어린 여자애를 괴롭히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천하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난 어쩔 수 없이 한 번쯤은 관례를 깨뜨려야 할 것 같아!”초천서는 기세를 몰아 사람을 억압하는 한편, 말은 참 그럴싸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천하의 평화를 위하여? 대체 시독이 어떻게 시내로 번지게 된 건데? 모든 무덤들이 외딴 산간 지역에서 발굴되었는데, 당신은 내가 정말 그걸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내가 보기에 너희들의 목적은 단지 내 손에 있는 단방을 빼앗아내어 날 협박하려는 것 같은데?”강우연은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고 오히려 비꼬았다. 그 말을 들은 초천서의 얼굴은 갑자기 귀밑까지 빨개졌다. 강우연의 예상대로, 그는 확실히 낙씨 집안과 협상을 했었다. 단방만 얻으면 모두에게 공유할 수 있게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초천서도 굳이 멀리 있는 신농파에서 이곳까지 달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박한 년! 감히 우리를 모독해?”초천서가 나서기도 전에, 무리 속에서 한 백발의 노인이 얼굴을 붉힌 채 강우연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강우연, 너 우리가 이렇게 세력을 들먹이며 고작 너 한 명을 괴롭히려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 네가 생각만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단방을 내놓아. 이렇게나 많은 선배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긴 하지만 그 누구도 너를 어떻게 할 수는 없어. 우리가 원한대로만 해주면 적어도 너희 두 사람,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게 해 줄게!”한편 승소천은 뒷짐을 진 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동시에 승소천은 천천히 사령관 기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 서있던 나장명조차도 알 수 없는 압박을 느끼고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뭐라고? 우리를 무사히 이곳에서 보내줄 수 있다고? 너희들이야말로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강우연은 이를 악물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봐, 솔직히 말해 무종 문주가 와도 감히 우리의 뜻을 거스르지는 못해. 그랬다가는 비참한 결말만 맞이하게 될 테니까!”
충격적인 눈앞의 장면에, 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 이... 이럴 리가 없잖아! “너... 진법을 할 줄도 알아?”역시나 초천서는 눈치가 빨랐다. 방금 강우연이 손을 들어 주위의 공기를 비우자마자, 초천서는 예감을 하게 됐다. 뒤이어 강우연이 따귀를 내려치면서 낙천우의 몸을 굳게 만들어버리자, 그는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사실 진법은 무종에서 결코 드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진법에도 순위가 나뉘게 된다. 보통 무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진법은 대부분 환술 같은 진법이었다. 하지만 강우연이 방금 보여준 진법은 환술보다도 훨씬 뛰어났다. 놀랍게도 자연계의 힘까지 동원한 것이다. 초천서조차도 이 상황은 예상치 못했다. “사모님! 설마... 진짜 진법을 하실 줄 아시는 겁니까?”유준혁도 옆에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줄곧 그렇게 연약해 보기만 했던 강우연이, 숨겨진 강자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일단 권법, 장법 그리고 진법이 결합되게 되면 그 위력이 기하학적인 배수로 증가할 수도 있다. 심하게 얻어맞은 낙천우가 내장까지 토해낸 것을 보아도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낙천우는 땅에 쓰러진 채 두 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꾹 잡고 있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이는 그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단지 우연 그룹의 대표이자 여리여리하기만 한 강우연을 상대로, 허무하게 뺨을 얻어맞고 쓰러지게 됐는데, 설령 그가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더 이상 무도에 발을 디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자신감이 철저히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낙천우, 이번 일은 너희 낙씨 집안과는 무관한 일이길 바라. 아니면 나중에 한지훈이 천부성에 도착하게 되면, 그날이 바로 너희 낙씨 집안이 멸망할 날이 될 거거든!” 강우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아무도 더 이상 감히 비웃지 못하고 감히 경시하지도 못했다. “강... 강우연, 그렇게 벌써 우쭐대지는 마! 내가 설령 네
그의 눈에는, 강우연은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었다. 4성 천급 전신의 전투력이 있다고 해도 뭐 어떻게 할 수가 있겠어? 반면 그는 일성 준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주먹 한 방으로도 강우연을 짓밟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유준혁이 다시 한번 앞으로 나가 저지하려는 순간, 초천서 옆에 있던 한 중년 남자가 그를 막고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방금 왜 그렇게까지 오만방자하게 군 거지? 결국 이렇게 끝없는 굴욕과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면서. 고작 평범한 일반인 주제에 감히 이렇게나 많은 약종 거물들을 상대로 건방진 발언을 하다니? 승소천은 비웃는 얼굴로 강우연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젠 그가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게 됐다. 낙천우가 강우연을 무릎 꿇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때가 되면 단방을 내놓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게 된다. 바로 이때, 낙천우가 강우연을 향해 돌진하는 동시에 왼쪽 손바닥을 날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고약한 비린내가 코를 찌를 정도로 풍겼다. 이것이 바로 낙씨 집안 특유의 독장이었다. 그들은 평소에 연습하는 과정에 줄곧 독극물로 손바닥 피부를 침식하기 때문에, 손에서는 항상 이러한 비린내가 난다. 그리하여 일단 이 독장에 맞게 되면 즉시 독소가 온몸으로 퍼지게 되어 순식간에 행동 능력을 잃게 된다. 심지어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강우연의 경지는 엄연히 낙천우보다 한 단계 낮았기에, 일단 이 손바닥을 맞게 되면, 강우연은 당장 죽지는 않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강우연, 이젠 죽어...”“빵!”낙천우가 손바닥을 내리치는 순간, 갑자기 강우연이 움직였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리기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흡인력을 불러일으키며 주위의 공기를 모두 비워냈다. 그리고는 번개 같은 속도로 손바닥을 쳐냈다. 낙천우가 보기에는 그녀의 손바닥이 매우 느리게 보였고
“흥, 한지훈이 그렇게나 미쳐 날뛰더니 이제 와 보니까 그 와이프도 똑같이 미쳐 날뛰네. 너 지금 네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나 보군!”승소천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당신들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고 싶지 않아. 당신들이 얼마나 대단하든 나는 절대 손에 든 단방을 내놓지 않을 거야!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답이야!”생각보다 강경한 강우연의 태도는, 유준혁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줄곧 여려 보이기만 하던 강우연에게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었다니. 그녀의 기세는 거침없었다. 나장명조차도 눈살을 찌푸리게 됐다. 무려 천부성 시수가 이 자리에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강우연이 감히 이렇게 자신의 뜻을 단호하게 밝히다니? “하하! 정말 웃기네!”초천서는 강우연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무도 감히 내 앞에서 이렇게 멋대로 얘기한 적 없었어.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네. 대체 누가 너한테 이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준 건지,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 소리를 하는 건지!”“하지만 나 또한 당당하게 너한테 얘기할 수 있어. 너의 배후가 누구든, 넌 오늘 반드시 단방을 내놓아야 해!”“난 그 어떤 배후의 조력자도 필요 없어! 설령 한지훈이 내 곁에 없다 하더라도 난 결코 너희들이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걸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야!”강우연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그 어떤 조력자도 필요 없어? 어떻게 감히 내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있는 거지!”이내 초천서는 성큼성큼 강우연에게 다가가 당장이라도 손을 댈 기세였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유준혁은 황급히 강우연의 몸 앞을 가로막았다. 비록 자신이 초천서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는 반드시 강우연을 보호해야만 했다. “어르신, 이런 일은 굳이 나서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침 저도 담판 질 게 있으니, 제가 직접 강 대표랑 결론짓겠습니다!”곧이어 낙천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디며 강
승소천의 말은 결코 겁을 주기 위한 위협의 말이 아니었다. 만약 무종 중 60% 이상의 종문이 동시에 무종에 고소를 제기한다면, 한 사람을 용국 밖으로 몰아내는 건 손바닥 뒤집 듯 쉬운 일이었다. “맞아요. 용국 백성들의 생명을 보잘것없게 여기는 사람들은 더 이상 용국에 계속 남아둬서는 안 돼요!”“그래. 그러니 당장 단방을 내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즉시 한지훈을 용국에서 쫓아내라고 무종에 요구를 할 거야!”“한지훈이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인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고작 단방 하나 내놓으면 되는 거잖아? 대체 뭐가 그렇게 아쉬운 건데!”모두들 너나 할 것 없이 강우연을 향해 야유했다. 오늘 이곳에 온 사람들 중, 나장명 외에는 일반인이 하나도 없었다. 비록 약종의 전력은 보편적으로 높지는 않았지만, 그 영향력은 일반인이 전혀 따라갈 수 없는 정도였다. “흥, 이 자리에 한지훈도 없는데 뭐 어떡하겠어? 설령 한지훈이 직접 달려온다 하더라도 뭘 할 수가 있을까?”승소천은 거만한 표정을 한 채, 주위에 있는 수백 명의 약종 문인 제자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기세등등한 그의 모습에 나장명조차도 깊이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당신들 정말 대담하네. 감히 함께 힘을 모아 북양 왕을 추방하려 하다니, 나중에 사당이 당신네 약종을 제재할 수도 있는데 두렵지도 않아!”잔뜩 화가 난 유준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입술에는 핏기조차 없었다. “하하! 사당이 과연 감히 무종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을까? 더욱이는 백성들의 분노를 무시할 수도 없지!”승소천은 차갑게 웃으며 유준혁을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당장 단방 내놓아!”이때 초천서가 앞으로 나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강우연에게로 향했다. 평범한 여자일 뿐인 강우연은, 이 상황에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편 유준혁은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 다시 초천서와 논쟁을 벌이려는 순간, 강우연이 먼저 손을 내밀어 가로막았다. “유 문주
젊은 남자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무시하고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뒷짐을 진 채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승 사제가 여긴 어쩐 일인가?” 초천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인사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은 승소천에게 다시 한번 경외의 눈길을 보냈다. 초천서마저도 이렇게나 존중의 뜻을 보이는 사람이란 건, 훗날 반드시 약종의 미래가 될 거라 확신했다. 비록 승소천의 실력은 단지 일성 사령관뿐이긴 하지만, 약종 사람들은 전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단방 그리고 얼마나 많은 처방을 숙달할 수 있는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약종이 무종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약종의 환산 고단 덕에 무종의 문인 제자들이 초기 단계인 1~2년 내에 경지를 빠르게 향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약 영역에서 능력이 출중한 약종 문인일수록, 무종의 추앙을 더욱 많이 받게 되자 무종에서의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된다. 설령 그들이 전신계, 심지어 군왕계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감히 건드릴 사람이 없게 된다. 만약 약종의 우두 머리한테 미움을 사게 되면, 그건 곧 수많은 종문의 미움을 사는 것과 같게 된다. “초 선배님, 약 10년 동안 만나 뵙지 못했는데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승소천은 초천서과 악수를 나누며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그 말은 즉, 초천서 역시 이전에 항산 약종의 제자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승소천과는 일통상맥하는 형제 사이라니? 뜻밖의 상황에 유준혁의 마음은 조급해났다. 그는 본래 약종 사람이기에, 초천서와 승소천 같은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 초천서 한 사람만으로도 약왕파를 얼마든지 깔아뭉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승소천마저 등장하게 됐으니, 그 결과는 감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여러분, 전 천부성에서 시독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왔습니다. 그러다가 방금 복도에서 강 대표의 손에 해독제인 단방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사실인가요?”승소
그는 국가가 필요로 한다는 한마디 말로, 일을 크게 과장시켰다. 이 상황에 만약 강우연이 단방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면을 돌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된다. 만약 그녀가 단지 평범한 여자였다면 별 문제는 없었겠지만, 그러나 그녀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아내이다. 그렇게 단 한마디로, 강우연은 궁지로 몰리게 됐다. “그래, 낙천우의 말이 맞아. 이건 우리가 너희들더러 단방을 내놓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야! 북양 왕은 줄곧 백성들을 지키느라 애를 썼는데, 설마 강 대표는 이 백성들이 비참하게 죽는걸 빤히 보고만 있을 거라는 거야?”이때 나장명과 낙천우의 뒤에 서있던 한 노인이, 수염을 매만지며 흉악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주시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 대표, 고작 처방전 하나뿐으로도 백성들을 구해낼 수 있다잖아. 만약 나였다면 진작에 목숨까지 바쳤을 거야?” 또 다른 한 노인이 무리를 비집고는 앞으로 나와 늠름한 척하며 말했다. “고작 처방전 하나요?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요. 이 팔극연명단방, 실제로 사람의 피가 들어있긴 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어르신, 그럼 차라리 흔쾌히 피를 내주시죠!”“본인이 스스로 뱉은 말이니, 백성들의 생명을 구해내고 싶다면 어디 한번 목숨 바쳐 봐!”유준혁은 이를 갈며 강우연의 몸 앞을 막고는, 눈앞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방금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냅다 말을 내뱉은 노인은, 사실 목숨을 바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피 한 방울 바치는 것도 매우 꺼려하는 사람이었다. “당신들 대체 뭔데? 날 만만하게 보지 마. 설령 내가 여기서 죽는다 하더라도 너희들 단방 얻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 게다가 강 대표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와이프인데, 너희들이 이렇게까지 핍박하는 건 더 이상 북양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야?”유준혁은 이 틈을 타, 강우연의 정체를 들먹이며 그녀의 배후에 북양 왕 한지훈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유 문주, 이번에 얼마나
황약사는 그저 차갑게 웃었다. “문주 님, 하지만... 만약 저희 약왕파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저희의 명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이내 대장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찾아 모습을 드러내려는 거야. 그냥 내가 말한 대로 해!”황약사는 대장로를 향해 손짓을 하였다. “네!”황약사의 단호한 태도한 태도에 대장로는 황급히 물러났다. 한편 그 시각, 강우연과 유준혁은 이미 천부성에 도착하였고 제1병원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병실에는 이미 시독에 중독된 환자들이 가득 누워 있었다. “아이고...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차라리 통쾌하게 죽여줘. 나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정말 너무 괴롭다고!” 병상에 누운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에 강우연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신문에서 봤던 기사 내용 그대로, 환자들은 온몸에 검은 고름이 흐르고 피부와 근육까지 짓무르고 있었다. 너무 참담한 나머지 한 번 보고 나서는 다시는 차마 직시할 수가 없었다. “사모님, 이 사람들 너무 안타까워요. 아니면 저희 먼저 팔극연명단방으로 한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유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죠. 안 되면 다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죠!”강우연은 유준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내 유준혁은 급히 작은 병 하나를 꺼내 그 속에서 10여 알의 팔극연명단방을 쏟아내고는, 간호사더러 펄펄 끓는 물을 좀 가져 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팔극연명단방을 끓는 물에 완전히 녹인 후, 증상이 가장 심한 몇 명의 환자들에게 탕약을 복용하라고 말했다. 약효를 증강하기 위해 유준혁은 특별히 또 몇 알의 일반 단약까지 녹여, 환자들을 도와 몸에 발라주었다. 그날 밤, 병세가 위중했던 환자들은 다행히 뚜렷하게 호전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는 더 이상 고름도 나지 않았다. 단 오후의 처치만으로도 이렇게나 좋은 효과를 거두게 되자, 이 소식은 병원을 떠들썩하게
“맞아요, 시독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에 게다가 현재 병원은 전혀 속수무책입니다. 매일 거의 수백 명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어요. 이 상황에 저희가 손을 떼는 건 말도 안 돼요!”유준혁도 나서서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가 보기에는 이번 일은 한 선생님과 다시 한번 상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도청 전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강우연은 빠른 걸음으로 2층 침실로 올라가, 자초지종을 한지훈에게 털어놓았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며칠간의 요양을 거쳐 한지훈의 상황은 이미 많이 좋아졌다. 다만 실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을 뿐이다. 적어도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가끔 주먹도 몇 번 내뻗을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몸은 피곤했다. “시간은 절대 저희를 기다리지 않아요. 반드시 지금 즉시 천부성으로 가야 해요. 만약 팔극연명단방이 정말 해독할 수 있다면 저희는 수많은 백성들을 구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강우연이 정색하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강우연은 평범한 여성이긴 하지만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은 가득했다. “네 생각도 괜찮은 것 같아. 다만 현재 내 몸 상태로는 나설 수가 없어. 차라리 이렇게 하자고. 일단 유 문주 님이랑 같이 먼저 천부성으로 가. 난 며칠 후에 도청전인과 함께 갈게!”한지훈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후에 의견을 밝혔다. “좋아요. 그럼 내일 아침 전 유 문주 님이랑 천부성으로 갈게요!”강우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유준혁에게 다가가 한차례 교대했다. 이튿날 아침, 강우연과 유준혁은 천부성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막 이륙하자마자 낙씨 집안은 정보를 받게 되었다. “할아버님, 좋은 소식 있습니다. 강우연이 역시나 저희 계략에 걸렸습니다! 이제 그들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낙천택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아니야! 이 시독은 팔극연명단방만 해독시킬 수 있어. 강우연이든 황약사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