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천의 말을 듣고 난 한진욱은 그제야 크게 안심했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들은 모두 똑똑히 보아냈다. 원효천이 당당하게 한지훈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지훈은 아예 무시하고 바로 차에 올라타 떠나버렸다는 것을. 그 말은 즉, 한지훈은 정면승부할 용기가 없는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감히 상대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이젠 마음가짐을 잘해야 합니다. 원 가주님께서 이렇게 흔쾌히 저희를 도와주려고 한 이상, 저희 또한 굳게 마음먹고 우연 그룹과의 모든 협력을 끝내야 합니다!”이때 무리 속에서 한 40대 중년 남자가 일어서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적지 않은 의약 회사 대표들은 하나같이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모두들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한지훈은 이제 더 이상 북양 왕도 아닙니다. 그의 손에는 아무런 권력도 없고 병권도 없기에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지도 못할 겁니다. 오직 죽음의 길밖에 없다고요!”옆에 앉아있던 원상용도 이 틈을 타 한마디 덧붙였다. ‘한지훈이 이젠 북양 왕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 소식은 아직 강중에까진 전해지지 않았었다. 설사 용경에 전해졌다 하더라도 진실에 대해 아는 사람은 상위층 사람들뿐이었다. 사실 이 일에 대해 국왕은 철저히 비밀로 하라고 명령했었다. 일단 한지훈이 옷을 벗었다는 소식이 알려지게 되면 용국 변경의 각 나라들은 또 움직이려고 수를 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원 가주님, 그게 사실입니까? 한지훈이 이젠 일반 서민이라고요?”여전히 의심 가득하던 상업계 거물들은 일제히 물었다. 그들의 질문에 원상용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원효천을 한 번 흘깃 보았다. 원효천 또한 더 이상 숨길 의사가 없어 보이자 그제야 그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한지훈은 용경에서 국왕과 갈등이 생긴 후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떠났고, 그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운 마음을 품고 있던 국왕도 이젠 포기한 겁니다. 즉 그는 스스로
은행의 지원이 없으면 우연 그룹은 더 이상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 회사와도 더 이상 협력을 하지 않으면 우연 그룹의 사업은 결국 강중에만 국한되는 게 뻔했다. “말도 안 돼!”강우연은 곧바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무슨 일인데 그래?”한지훈은 하얗게 질린 강우연의 얼굴을 보고는 급히 고개를 돌려 물었다. “큰 일 났어요. 각 은행과 화물 운송 회사들이 모두 저희와의 협력을 종료했어요!”강우연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내심 이 모든 일의 배후가 떠올랐다. 바로 원 씨 집안이 뒤에서 모든 걸 꾸민 거라 거의 확신했다. “걱정하지 마. 돈과 화물 운송에 관한 모든 건 내가 다 해결해 줄게!”한지훈은 비록 더 이상 북양 왕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강중의 주둔군을 움직일 수는 있었다. 군의 수송 트럭은 얼마든지 우연 그룹의 운송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었다. 게다가 돈에 대해서는 한지훈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즉시 많은 국제적 대재단을 동원하여 우연 그룹에 자금을 투입하게끔 할 수 있었다. “아니에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나계홍은 눈치를 보고 급히 일어섰다. “강 회장님, 저희 나 씨 그룹에도 30대의 운수 트럭 차량이 있습니다. 비록 차가 좀 적긴 하지만 얼마든지 물자를 운반할 수 있습니다.”“매일같이 쉬지 않고 달리면 30대의 차로도 얼마든지 발등의 불을 끌 수 있을 것입니다!”나한비도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입을 열었다. “저희 나 씨 집안은 강중 부근에 일부 약재 산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곳에도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큰 트럭들이 있습니다. 만약 모두 동원한다면 최대 50대까지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아니... 그럼 나 씨 그룹한테 너무 신세를 지는...”강우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계홍이 말을 이어갔다. “강 회장님, 사실 이젠 저희 나 씨 그룹과 우연 그룹은 한 배에 탄 운명으
경호원의 목소리는 딱히 크지는 않았지만, 순간 홀 전체는 조용해졌다. 소식을 접한 원효천은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눈에서는 정광이 뿜어져 나왔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한진욱에게 경호원이 무사할 거라고 장담까지 했었다. 그런데 결국 한 시간도 안 되어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야?”원효천은 한진욱이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술잔을 탁자 위에 내던지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한 시간쯤 전에 곽 선생께서 한지훈을 찾아갔는데, 결국 살해되었다고 합니다!”경호원은 용기를 내어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한지훈 이 미친놈. 원 가주님이 이렇게 계신데 감히 살인을 저질러?”“이번에야말로 어떻게든 한지훈 이 녀석한테 평생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줘야겠어!”“맞아요! 지난번에도 바로 이 녀석이 저희 모두를 우연 그룹 앞에서 오전 내내 무릎을 꿇게 만들었어요! 이 원수, 어떻게든 갚아주고 싶어요!”모두들 한 마디씩 얹고는 하나같이 이를 갈며 노기를 드러냈다. “흥!”마찬가지로 언짢은 기분이 든 원효천은 화가 난 나머지 한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자 그 원탁은 단번에 산산조각 났다. 탁자 위의 유리컵들은 이내 쨍그랑하는 소리를 내며 모두 바닥에 쏟아졌고, 물은 사방으로 튀어버렸다. “가주님, 화 푸세요! 한지훈 그놈, 감히 가주님과 겨룰 용기가 나지 않아 이렇게 괜한 사람만 건들면서 심통을 부리는 겁니다!”원상용은 급히 원효천의 달래주기 시작했다. “맞아요. 방금 문어귀에서 가주님을 마주하고도 겁먹고는 감히 달려들지 못해 한지훈 그놈이 마음속으로 화를 쌓아둔 거예요.”“한지훈은 고작 곽 선생을 괴롭히는 거로 자신의 체면을 되찾으려 했을 뿐이에요. 이건 마치 세 살짜리 아이나 하는 바보짓 같잖아요.”“제가 보기에는 한지훈은 틀림없이 원 가주님의 계획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살인은커녕 곽 선생의 솜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할 텐데요!”상업계 거물들은 잇달아 나서며 아부를 하였다. 그제야 원효천의 표정이
그렇게 성검종 수좌와 장교는 점점 한진욱을 외부인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서로 간에는 자주 연락도 오고 가게 됐다. 곧이어 한진욱의 전화를 받게 된 수좌 장위성은 냅다 큰 소리로 외쳤다. “한 선생, 평소에는 정말 바빠서 얼굴 한번 보기 어려운 사람인데 어쩌다가 갑자기 나한테 전화를 한 거지?”이전의 한진욱은 보통 명절이나 공휴일이 아니면 딱히 장위성에서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공휴일도 아닌 오늘 갑자기 연락을 받게 되자 장위성은 꽤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 수좌, 곽 선생이... 뜻밖의 사고를 당하게 됐어!”한진욱은 최근 발생한 모든 일을 장위성에게 얘기해 주었다. 곽연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 또한 단지 들은 이야기뿐이었기에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 “뭐라고?”자조치종을 들은 장위성은 벌컥 화를 냈다. 곽연은 바로 그의 수제자이자 유일한 제자였다. 한평생 훌륭한 제자 한 명을 가르쳐낸 그는 원래 제자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3개월 전의 만남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장 수좌, 이... 이번 일은 절대 나를 탓하지 마. 모두 한지훈 그 녀석이 미쳐 날뛰면서 저지른 일이야. 결국 곽 선생이 화를 참지 못하고 혼자서 한지훈을 찾아갔다가 당하게 된 일이고...”한진욱은 황급히 자신의 결백을 밝혔다. 이 말을 들은 장위성은 약 5분간 침묵하고 난 후에야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상대가 누구든, 감히 내 제자의 목숨을 앗아간 놈이라면 우리 성검종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장위성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한진욱은 전화를 내려놓은 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장위성의 마지막 말투에서, 곽연의 죽음으로 인해 성검종이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한 대표님, 곽 선생의 시신은 어떻게 안치할까요?”이때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한 명이 다가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지금 당장 어떻게 안치해? 일단 성검종으로 돌려보내!”한진욱은 짜증
이튿날 아침, 회사 입구에 도착한 강우연과 한지훈은 문어귀에 수많은 사람들이 에워싸여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게다가 그 속에서는 처참한 울부짖음 소리도 들렸다. “정말 양심 없는 사람들이네! 이 회사의 약을 먹고 목숨까지 잃은 사람이 있어 내가 직접 들어가서 따지겠다는데, 왜 이 놈의 경비원들은 우리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돌아갈 수가 있어?”목놓아 통곡하는 소리가 수없이도 울렸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얼굴이 창백한 한 노인이 누워 있었다. 얼핏 봐도 노인은 이미 숨이 멎은 듯했다. 어느새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우연 그룹을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젠장, 약 장사꾼이라는 사람들이 환자 목숨은 아예 무시하네!”“그러니까 말이야. 노인네가 틀림없이 저놈들이 생산한 어떤 혈압약을 먹고 죽게 됐을 거야!”사람들은 분분히 의논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몇 대의 기자 차량들이 갑자기 도로 맞은편에 멈춰 서더니 이내 10여 명의 기자들이 사진작가들까지 동원하여 재빨리 현장으로 달려갔다. 모든 상황이 딱 맞아떨어지는 이 장면을 본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기자들이 속보를 받고 설사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하더라도 최소 반시간 이상은 걸리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시위단이 노인의 시체를 들고 우연 그룹 입구에서 울부짖은 지 20분도 안되어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게 됐다. “무슨 일이야?”결국 참다못해 한지훈은 당직을 서고 있는 한 경비원을 불러 물었다. 곧이어 경비원은 한지훈과 강우연에게로 급히 달려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한 선생님, 바로 방금 약 10분 전에 이 사람들이 단대를 들고 저희 회사로 들어와서 시위를 하겠다고 한 겁니다.” “그들은 죽은 영감이 저희 회사에서 생산한 혈압약을 먹고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역시 예상처럼 흘러가는 전개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저기, 선생님. 어르신은 어쩌다가 돌아가시게 된 겁니까?”이내 한지훈은 무리 속을 비집고 들어가 노인의 시
이내 큰 함성과 함께, 이 회장은 백의를 걸친 연구 요원 4~5명을 데리고는 인파를 비집으며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본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이렇게나 일이 공교롭게 벌어질 줄은 몰랐다. 기자들이 몰려든 지 고작 10분도 지나지 않아 의약 협회에서 직접 찾아올 줄이야. 그야말로 서로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거의 동시에 한곳에 모여들게 된 것이다. 한지훈은 내심 이 모든 상황을 꾸민 배후가 너무 멍청하게 느껴졌다. “한지훈! 너희가 만든 약을 먹은 사람이 죽게 됐으니, 어쨌든 해명은 해야겠지? 그리고, 오늘부로 그 어떤 혈압약이든지 즉시 생산을 중단하고 당장 우리 의약 협회의 조사에 응해!”이 회장은 두말없이 중재 결과를 내놓았다. 한지훈은 그런 이 회장을 힐끗 훑어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회장, 방금 한 말에 대해 확실한 근거라도 있긴 해? 첫째, 경찰 조사도 하지 않았고 둘째, 아직 부검도 안 했는데 대체 뭔 근거로 노인이 약을 먹고 죽었다고 확신하는 거지?”“그...”이 회장은 한참을 머뭇하더니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사실 내가 오기 전에 이미 다 들었어. 너희들이 만든 혈압약에는 금지된 성분이 있다고. 사람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그런 성분!”그러자 강우연은 바로 앞으로 나아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 우리가 만든 혈압약은 제대로 된 임상 실험을 거쳐서 개발된 것으로 인체에 무해한 건 확실해! 절대 사람이 죽을 일은 없다고!”“죽을 일이 없다면서, 그럼 이번 일은 어떻게 해명할 건데?”이 회장은 여전히 뻔뻔한 태도로 죽은 노인을 손으로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이렇게나 많은 연구원을 데리고 온 참에, 차라리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제대로 한번 검사해 보자고!”한지훈은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한지훈, 끝까지 네 잘못을 인정 안 하겠다는 거지? 여봐라, 당장 현장에서 검사 진행해!”이 회장은 자신의 뒤를 지키던 몇 명의 연구원을 향해 손을
뜻밖의 상황에, 웅성웅성 구경하던 군중들과 기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면 눈치를 볼 뿐이었다. 그들은 이런 상황이 펼쳐질 줄은 몰랐다. 사전에 미리 돈을 받고 일을 처리하려 했던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난감했던 사람은 바로 그 중년 남자였다. 그는 한지훈의 손에 들린 어두운 은침을 보고는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며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 옆에 있던 이 회장조차도 말문이 막혔다. 이내 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중년 남자를 노려보며 물었다. “이젠 말해! 대체 누가 너희들을 이곳까지 보낸 거야? 너희들한테 마지막 기회를 줄게!”한지훈은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며 중년 남자를 죽어라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 놀란 중년 남자는 저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됐다. 공포스러운 한지훈의 기운에, 우연 그룹 밖을 에워싸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움찔했다. “당신, 당신 대체 뭐 하려는 거야?”등골이 서늘해진 중년 남자는 이마를 따라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우리 아버지는 너희들이 만든 혈압약을 먹고 갑자기 돌아가신 거라고! 이 상황에 뭔 은침을 가지고 검증한다는 거야? 헛 수작 부리지 마! 다른 건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바로 우연 그룹에서 개발한 약이 우리 아버지를 죽게 만든 거야!”그러자 순식간에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다시 소란을 피웠다. “우연 그룹, 이렇게나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네!”“어떻게 대기업에 이렇게나 큰 흑막이 있을 수가 있어? 감히 가짜 약품을 만들어 사람들을 해치려 하다니! 크게 벌 받아야 돼!”“당장 문 닫고 파산이나 신청해! 강중에 계속하여 이런 기업이 남아있는 이상,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하여 이들의 시험품이 될 거잖아!”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는 갈수록 시끄럽게 울렸다. 뒤따라 기자들도 편파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한편 한쪽에 서있던 이 회장은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우연 그룹을 향해 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보며 끊임없이 고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군중들도 격렬한 비난을 이어갔다. 한편 강우연은 한지훈의 이런 행동에 다소 놀랐다. 만약 정말 이 과정에 누군가가 또 목숨을 잃게 된다면 우연 그룹은 더 이상 가짜 약품을 제조했다는 누명을 벗을 수 없게 될 테니까. 한지훈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의 중년 남자를 죽어라 노려보면서 손가락에 더욱 힘을 주었다. “말할래, 말래?”시간이 흐를수록 중년 남자는 점점 죽음의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그는 눈을 뒤집고 입에 거품을 뱉으며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내... 내가 말할게. 사... 사실 이 회장이 배후에 있어... 이 모든 것이 이 회장이 계획한 거야. 일이 제대로 성사되면 2천만 원을 준다고 했어... 제발 살려줘...”그가 드디어 입을 열자, 만장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마침 기자들이 생방송을 하고 있었던 상황에, 중년 남자의 자백 또한 생방송으로 송출되었다. 그 순간, 인터넷 서버는 폭발해 버렸다. 이 회장은 깜짝 놀라 안색이 어두워졌다. “헛소리하지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엄연히 강중 의료 협회 회장인데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벌일 수가 있어?!”“한지훈! 틀림없이 네가 저 놈을 협박하여 이렇게 나를 모함한 거야!”그러자 한지훈은 콧방귀를 뀌더니 이내 손을 뿌리치고는 중년 남자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는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눈빛으로 이 회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 회장, 당신한테도 다시 한번 얘기할게!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까 사실대로 얘기해. 대체 누가 시킨 거야?”멍하니 있던 이 회장은 사신과도 같은 한지훈의 눈빛에 간담이 서늘해 났다. 이내 그는 다급하게 반박했다. “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아직도 내 말 못 알아듣겠어? 그럼 어쩔 수 없이 우리 이 회장 기억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곧바로 한지훈은 차갑게 시선을 돌리고는, 손을 들어 큰 기세를 뿜어내며 이 회장의 뺨을 팍 때렸다.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이 회장은 결국
“난 사실 너 같은 어린 여자애를 괴롭히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천하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난 어쩔 수 없이 한 번쯤은 관례를 깨뜨려야 할 것 같아!”초천서는 기세를 몰아 사람을 억압하는 한편, 말은 참 그럴싸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천하의 평화를 위하여? 대체 시독이 어떻게 시내로 번지게 된 건데? 모든 무덤들이 외딴 산간 지역에서 발굴되었는데, 당신은 내가 정말 그걸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내가 보기에 너희들의 목적은 단지 내 손에 있는 단방을 빼앗아내어 날 협박하려는 것 같은데?”강우연은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고 오히려 비꼬았다. 그 말을 들은 초천서의 얼굴은 갑자기 귀밑까지 빨개졌다. 강우연의 예상대로, 그는 확실히 낙씨 집안과 협상을 했었다. 단방만 얻으면 모두에게 공유할 수 있게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초천서도 굳이 멀리 있는 신농파에서 이곳까지 달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박한 년! 감히 우리를 모독해?”초천서가 나서기도 전에, 무리 속에서 한 백발의 노인이 얼굴을 붉힌 채 강우연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강우연, 너 우리가 이렇게 세력을 들먹이며 고작 너 한 명을 괴롭히려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 네가 생각만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단방을 내놓아. 이렇게나 많은 선배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긴 하지만 그 누구도 너를 어떻게 할 수는 없어. 우리가 원한대로만 해주면 적어도 너희 두 사람,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게 해 줄게!”한편 승소천은 뒷짐을 진 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동시에 승소천은 천천히 사령관 기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 서있던 나장명조차도 알 수 없는 압박을 느끼고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뭐라고? 우리를 무사히 이곳에서 보내줄 수 있다고? 너희들이야말로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강우연은 이를 악물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봐, 솔직히 말해 무종 문주가 와도 감히 우리의 뜻을 거스르지는 못해. 그랬다가는 비참한 결말만 맞이하게 될 테니까!”
충격적인 눈앞의 장면에, 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 이... 이럴 리가 없잖아! “너... 진법을 할 줄도 알아?”역시나 초천서는 눈치가 빨랐다. 방금 강우연이 손을 들어 주위의 공기를 비우자마자, 초천서는 예감을 하게 됐다. 뒤이어 강우연이 따귀를 내려치면서 낙천우의 몸을 굳게 만들어버리자, 그는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사실 진법은 무종에서 결코 드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진법에도 순위가 나뉘게 된다. 보통 무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진법은 대부분 환술 같은 진법이었다. 하지만 강우연이 방금 보여준 진법은 환술보다도 훨씬 뛰어났다. 놀랍게도 자연계의 힘까지 동원한 것이다. 초천서조차도 이 상황은 예상치 못했다. “사모님! 설마... 진짜 진법을 하실 줄 아시는 겁니까?”유준혁도 옆에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줄곧 그렇게 연약해 보기만 했던 강우연이, 숨겨진 강자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일단 권법, 장법 그리고 진법이 결합되게 되면 그 위력이 기하학적인 배수로 증가할 수도 있다. 심하게 얻어맞은 낙천우가 내장까지 토해낸 것을 보아도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낙천우는 땅에 쓰러진 채 두 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꾹 잡고 있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이는 그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단지 우연 그룹의 대표이자 여리여리하기만 한 강우연을 상대로, 허무하게 뺨을 얻어맞고 쓰러지게 됐는데, 설령 그가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더 이상 무도에 발을 디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자신감이 철저히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낙천우, 이번 일은 너희 낙씨 집안과는 무관한 일이길 바라. 아니면 나중에 한지훈이 천부성에 도착하게 되면, 그날이 바로 너희 낙씨 집안이 멸망할 날이 될 거거든!” 강우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아무도 더 이상 감히 비웃지 못하고 감히 경시하지도 못했다. “강... 강우연, 그렇게 벌써 우쭐대지는 마! 내가 설령 네
그의 눈에는, 강우연은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었다. 4성 천급 전신의 전투력이 있다고 해도 뭐 어떻게 할 수가 있겠어? 반면 그는 일성 준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주먹 한 방으로도 강우연을 짓밟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유준혁이 다시 한번 앞으로 나가 저지하려는 순간, 초천서 옆에 있던 한 중년 남자가 그를 막고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방금 왜 그렇게까지 오만방자하게 군 거지? 결국 이렇게 끝없는 굴욕과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면서. 고작 평범한 일반인 주제에 감히 이렇게나 많은 약종 거물들을 상대로 건방진 발언을 하다니? 승소천은 비웃는 얼굴로 강우연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젠 그가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게 됐다. 낙천우가 강우연을 무릎 꿇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때가 되면 단방을 내놓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게 된다. 바로 이때, 낙천우가 강우연을 향해 돌진하는 동시에 왼쪽 손바닥을 날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고약한 비린내가 코를 찌를 정도로 풍겼다. 이것이 바로 낙씨 집안 특유의 독장이었다. 그들은 평소에 연습하는 과정에 줄곧 독극물로 손바닥 피부를 침식하기 때문에, 손에서는 항상 이러한 비린내가 난다. 그리하여 일단 이 독장에 맞게 되면 즉시 독소가 온몸으로 퍼지게 되어 순식간에 행동 능력을 잃게 된다. 심지어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강우연의 경지는 엄연히 낙천우보다 한 단계 낮았기에, 일단 이 손바닥을 맞게 되면, 강우연은 당장 죽지는 않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강우연, 이젠 죽어...”“빵!”낙천우가 손바닥을 내리치는 순간, 갑자기 강우연이 움직였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리기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흡인력을 불러일으키며 주위의 공기를 모두 비워냈다. 그리고는 번개 같은 속도로 손바닥을 쳐냈다. 낙천우가 보기에는 그녀의 손바닥이 매우 느리게 보였고
“흥, 한지훈이 그렇게나 미쳐 날뛰더니 이제 와 보니까 그 와이프도 똑같이 미쳐 날뛰네. 너 지금 네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나 보군!”승소천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당신들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고 싶지 않아. 당신들이 얼마나 대단하든 나는 절대 손에 든 단방을 내놓지 않을 거야!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답이야!”생각보다 강경한 강우연의 태도는, 유준혁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줄곧 여려 보이기만 하던 강우연에게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었다니. 그녀의 기세는 거침없었다. 나장명조차도 눈살을 찌푸리게 됐다. 무려 천부성 시수가 이 자리에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강우연이 감히 이렇게 자신의 뜻을 단호하게 밝히다니? “하하! 정말 웃기네!”초천서는 강우연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무도 감히 내 앞에서 이렇게 멋대로 얘기한 적 없었어.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네. 대체 누가 너한테 이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준 건지,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 소리를 하는 건지!”“하지만 나 또한 당당하게 너한테 얘기할 수 있어. 너의 배후가 누구든, 넌 오늘 반드시 단방을 내놓아야 해!”“난 그 어떤 배후의 조력자도 필요 없어! 설령 한지훈이 내 곁에 없다 하더라도 난 결코 너희들이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걸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야!”강우연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그 어떤 조력자도 필요 없어? 어떻게 감히 내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있는 거지!”이내 초천서는 성큼성큼 강우연에게 다가가 당장이라도 손을 댈 기세였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유준혁은 황급히 강우연의 몸 앞을 가로막았다. 비록 자신이 초천서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는 반드시 강우연을 보호해야만 했다. “어르신, 이런 일은 굳이 나서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침 저도 담판 질 게 있으니, 제가 직접 강 대표랑 결론짓겠습니다!”곧이어 낙천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디며 강
승소천의 말은 결코 겁을 주기 위한 위협의 말이 아니었다. 만약 무종 중 60% 이상의 종문이 동시에 무종에 고소를 제기한다면, 한 사람을 용국 밖으로 몰아내는 건 손바닥 뒤집 듯 쉬운 일이었다. “맞아요. 용국 백성들의 생명을 보잘것없게 여기는 사람들은 더 이상 용국에 계속 남아둬서는 안 돼요!”“그래. 그러니 당장 단방을 내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즉시 한지훈을 용국에서 쫓아내라고 무종에 요구를 할 거야!”“한지훈이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인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고작 단방 하나 내놓으면 되는 거잖아? 대체 뭐가 그렇게 아쉬운 건데!”모두들 너나 할 것 없이 강우연을 향해 야유했다. 오늘 이곳에 온 사람들 중, 나장명 외에는 일반인이 하나도 없었다. 비록 약종의 전력은 보편적으로 높지는 않았지만, 그 영향력은 일반인이 전혀 따라갈 수 없는 정도였다. “흥, 이 자리에 한지훈도 없는데 뭐 어떡하겠어? 설령 한지훈이 직접 달려온다 하더라도 뭘 할 수가 있을까?”승소천은 거만한 표정을 한 채, 주위에 있는 수백 명의 약종 문인 제자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기세등등한 그의 모습에 나장명조차도 깊이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당신들 정말 대담하네. 감히 함께 힘을 모아 북양 왕을 추방하려 하다니, 나중에 사당이 당신네 약종을 제재할 수도 있는데 두렵지도 않아!”잔뜩 화가 난 유준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입술에는 핏기조차 없었다. “하하! 사당이 과연 감히 무종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을까? 더욱이는 백성들의 분노를 무시할 수도 없지!”승소천은 차갑게 웃으며 유준혁을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당장 단방 내놓아!”이때 초천서가 앞으로 나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강우연에게로 향했다. 평범한 여자일 뿐인 강우연은, 이 상황에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편 유준혁은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 다시 초천서와 논쟁을 벌이려는 순간, 강우연이 먼저 손을 내밀어 가로막았다. “유 문주
젊은 남자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무시하고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뒷짐을 진 채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승 사제가 여긴 어쩐 일인가?” 초천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인사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은 승소천에게 다시 한번 경외의 눈길을 보냈다. 초천서마저도 이렇게나 존중의 뜻을 보이는 사람이란 건, 훗날 반드시 약종의 미래가 될 거라 확신했다. 비록 승소천의 실력은 단지 일성 사령관뿐이긴 하지만, 약종 사람들은 전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단방 그리고 얼마나 많은 처방을 숙달할 수 있는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약종이 무종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약종의 환산 고단 덕에 무종의 문인 제자들이 초기 단계인 1~2년 내에 경지를 빠르게 향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약 영역에서 능력이 출중한 약종 문인일수록, 무종의 추앙을 더욱 많이 받게 되자 무종에서의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된다. 설령 그들이 전신계, 심지어 군왕계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감히 건드릴 사람이 없게 된다. 만약 약종의 우두 머리한테 미움을 사게 되면, 그건 곧 수많은 종문의 미움을 사는 것과 같게 된다. “초 선배님, 약 10년 동안 만나 뵙지 못했는데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승소천은 초천서과 악수를 나누며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그 말은 즉, 초천서 역시 이전에 항산 약종의 제자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승소천과는 일통상맥하는 형제 사이라니? 뜻밖의 상황에 유준혁의 마음은 조급해났다. 그는 본래 약종 사람이기에, 초천서와 승소천 같은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 초천서 한 사람만으로도 약왕파를 얼마든지 깔아뭉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승소천마저 등장하게 됐으니, 그 결과는 감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여러분, 전 천부성에서 시독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왔습니다. 그러다가 방금 복도에서 강 대표의 손에 해독제인 단방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사실인가요?”승소
그는 국가가 필요로 한다는 한마디 말로, 일을 크게 과장시켰다. 이 상황에 만약 강우연이 단방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면을 돌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된다. 만약 그녀가 단지 평범한 여자였다면 별 문제는 없었겠지만, 그러나 그녀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아내이다. 그렇게 단 한마디로, 강우연은 궁지로 몰리게 됐다. “그래, 낙천우의 말이 맞아. 이건 우리가 너희들더러 단방을 내놓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야! 북양 왕은 줄곧 백성들을 지키느라 애를 썼는데, 설마 강 대표는 이 백성들이 비참하게 죽는걸 빤히 보고만 있을 거라는 거야?”이때 나장명과 낙천우의 뒤에 서있던 한 노인이, 수염을 매만지며 흉악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주시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 대표, 고작 처방전 하나뿐으로도 백성들을 구해낼 수 있다잖아. 만약 나였다면 진작에 목숨까지 바쳤을 거야?” 또 다른 한 노인이 무리를 비집고는 앞으로 나와 늠름한 척하며 말했다. “고작 처방전 하나요?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요. 이 팔극연명단방, 실제로 사람의 피가 들어있긴 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어르신, 그럼 차라리 흔쾌히 피를 내주시죠!”“본인이 스스로 뱉은 말이니, 백성들의 생명을 구해내고 싶다면 어디 한번 목숨 바쳐 봐!”유준혁은 이를 갈며 강우연의 몸 앞을 막고는, 눈앞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방금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냅다 말을 내뱉은 노인은, 사실 목숨을 바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피 한 방울 바치는 것도 매우 꺼려하는 사람이었다. “당신들 대체 뭔데? 날 만만하게 보지 마. 설령 내가 여기서 죽는다 하더라도 너희들 단방 얻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 게다가 강 대표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와이프인데, 너희들이 이렇게까지 핍박하는 건 더 이상 북양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야?”유준혁은 이 틈을 타, 강우연의 정체를 들먹이며 그녀의 배후에 북양 왕 한지훈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유 문주, 이번에 얼마나
황약사는 그저 차갑게 웃었다. “문주 님, 하지만... 만약 저희 약왕파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저희의 명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이내 대장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찾아 모습을 드러내려는 거야. 그냥 내가 말한 대로 해!”황약사는 대장로를 향해 손짓을 하였다. “네!”황약사의 단호한 태도한 태도에 대장로는 황급히 물러났다. 한편 그 시각, 강우연과 유준혁은 이미 천부성에 도착하였고 제1병원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병실에는 이미 시독에 중독된 환자들이 가득 누워 있었다. “아이고...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차라리 통쾌하게 죽여줘. 나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정말 너무 괴롭다고!” 병상에 누운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에 강우연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신문에서 봤던 기사 내용 그대로, 환자들은 온몸에 검은 고름이 흐르고 피부와 근육까지 짓무르고 있었다. 너무 참담한 나머지 한 번 보고 나서는 다시는 차마 직시할 수가 없었다. “사모님, 이 사람들 너무 안타까워요. 아니면 저희 먼저 팔극연명단방으로 한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유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죠. 안 되면 다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죠!”강우연은 유준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내 유준혁은 급히 작은 병 하나를 꺼내 그 속에서 10여 알의 팔극연명단방을 쏟아내고는, 간호사더러 펄펄 끓는 물을 좀 가져 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팔극연명단방을 끓는 물에 완전히 녹인 후, 증상이 가장 심한 몇 명의 환자들에게 탕약을 복용하라고 말했다. 약효를 증강하기 위해 유준혁은 특별히 또 몇 알의 일반 단약까지 녹여, 환자들을 도와 몸에 발라주었다. 그날 밤, 병세가 위중했던 환자들은 다행히 뚜렷하게 호전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는 더 이상 고름도 나지 않았다. 단 오후의 처치만으로도 이렇게나 좋은 효과를 거두게 되자, 이 소식은 병원을 떠들썩하게
“맞아요, 시독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에 게다가 현재 병원은 전혀 속수무책입니다. 매일 거의 수백 명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어요. 이 상황에 저희가 손을 떼는 건 말도 안 돼요!”유준혁도 나서서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가 보기에는 이번 일은 한 선생님과 다시 한번 상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도청 전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강우연은 빠른 걸음으로 2층 침실로 올라가, 자초지종을 한지훈에게 털어놓았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며칠간의 요양을 거쳐 한지훈의 상황은 이미 많이 좋아졌다. 다만 실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을 뿐이다. 적어도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가끔 주먹도 몇 번 내뻗을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몸은 피곤했다. “시간은 절대 저희를 기다리지 않아요. 반드시 지금 즉시 천부성으로 가야 해요. 만약 팔극연명단방이 정말 해독할 수 있다면 저희는 수많은 백성들을 구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강우연이 정색하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강우연은 평범한 여성이긴 하지만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은 가득했다. “네 생각도 괜찮은 것 같아. 다만 현재 내 몸 상태로는 나설 수가 없어. 차라리 이렇게 하자고. 일단 유 문주 님이랑 같이 먼저 천부성으로 가. 난 며칠 후에 도청전인과 함께 갈게!”한지훈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후에 의견을 밝혔다. “좋아요. 그럼 내일 아침 전 유 문주 님이랑 천부성으로 갈게요!”강우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유준혁에게 다가가 한차례 교대했다. 이튿날 아침, 강우연과 유준혁은 천부성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막 이륙하자마자 낙씨 집안은 정보를 받게 되었다. “할아버님, 좋은 소식 있습니다. 강우연이 역시나 저희 계략에 걸렸습니다! 이제 그들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낙천택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아니야! 이 시독은 팔극연명단방만 해독시킬 수 있어. 강우연이든 황약사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