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염이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강우연도 일어나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안녕하세요!”다시 자리에 앉자, 동방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우연 그룹은 현재 급성장을 하고 있고, 우리 동방 재단은 강 대표님을 적극 지지할 의향이 있습니다. 강 대표님께서 우리 동방 재단에 얼마나 많은 주식을 양도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동방염의 이 말은 매우 점잖았고, 강우연을 노리는 마음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동방염은 실제로 강우연과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지만, 사실 동방염은 강우연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뿐만 아니라 우연 그룹을 사라지게 만들 작정이었다! 이를 통해 한지훈을 공격해, 두 달 후 원씨 가문의 원효천과 벌일 경기에서 완전히 패배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번 한지훈을 죽음으로 내몰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고가 발생하면 분명히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동방염은 바로 이 점을 통해 한지훈의 기세를 모조리 꺾어버릴 생각이었다! “당분간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지만, 어쨌든 우연 그룹은 줄곧 독자 회사였기 때문에 아직 지분 확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강우연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녀의 단호한 반응에 동방염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지만 화를 내지 않았다. 곧 스무 명이 넘는 웨이터들이 호화로운 요리를 들고 룸 안으로 들어왔다.…같은 시각, 강중 외곽의 버려진 작은 건물 안에는 위장복을 입은 십여 명의 외국인 남성들이 바닥에 앉아 빵 조각과 쇠고기 통조림을 모닥불에 굽고 있었다.그중 검고 누런 이빨을 가진 중년 남자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일, 또 다섯 가지 사고가 생기며 우연 그룹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해지게 할 거다!”옆에는 캡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자신의 품에 있는 저격총을 닦으며 말했다.“사실, 그때 오후에 난 강우연을 한 방에 죽일 기회가 있었어!”“하지만 아쉽게도 피해 갔지! 정말 이해가 안 돼, 이 용국 사람들은 대체 무슨
바로 그때, 덥수룩한 수염을 한 한 용병이 손에 칼을 든 채 한지훈을 노렸다. “한... 한지훈이었어!”전에 교 사장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한지훈을 마주한 적 있던 볼캡은, 그의 얼굴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신룡전이 국제 용병 협회와 맺었던 약속, 벌써 잊은 거야?”한지훈은 차갑게 말을 내뱉고는, 이내 무거운 발걸음으로 허름한 방 속으로 들어섰다. “너... 너 신룡전과는 어떤 관계인 거야?”곧이어 다른 한 용병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이 용병들은 용국 경내에서 큰 사건을 일으키고는 무수한 살인까지 저질렀다. 하지만 당시 신룡전이 갑작스럽게 나타나게 되면서 무수한 용병단을 몰살하게 되었다. 심지어 무사히 각자의 나라로 도망친 남은 용병단 들은 지금까지도 신용전으로부터 추적을 당하고 있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 용병 협회가 나서서 신룡전과 협의를 맺은 것이었다. 더 이상 다른 나라 용병들은 절대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고, 만약 이 규정을 어기게 된다면 용병들의 후과에 대해서 용병 협회는 나서서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용왕이야!”곧이어 한지훈은 담담하게 정체를 밝혔다. ‘용왕? 한지훈이 바로 당시 용병단 전체를 뒤흔든 전설의 용왕이었다고?’ 충격적인 사실에 용병들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흐르기 시작했다. 용왕이 이렇게 나타나게 된 이상, 그의 곁을 지키는 부하들 역시 모두 신룡전의 고수라고 생각했다. 이 상황에, 용병들은 고작 몇 명으로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헛소리야, 듣지도 마. 저놈 주위에 한 사람도 없잖아. 절대 용왕일 리가 없어!”볼캡은 저격총의 망원경으로 사방을 한참 살피고 나서야 다소 안심하고는 한지훈을 도발했다. “설령 네가 정말 용왕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혼자 오게 된 상황에서는, 우리 손에 쉽게 죽게 될 거야!” “맞아, 용왕을 죽이게 되면 더 이상 신룡전도 없게 되잖아!”“당장 저 놈을 에워싸!”바로 그때, 십여 명의
“아니...!”다들 한지훈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고 확신하고 있을 무렵, 그들을 충격에 빠뜨린 장면이 펼쳐졌다. 쏜살같이 회전하며 발사되던 그 저격 총알은, 뜻밖에도 갑자기 잉잉하는 소리를 내더니 순간 공중에 멈추게 되었다. 그렇게 한지훈의 앞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것처럼 그 총알을 가로막았다. “뭐야...”볼캡 또한 눈앞의 이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는 건가?’ “너... 너 오성 용수뿐만이 아니었어!”용병들은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한지훈은 그저 평범한 사령관의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은 천왕만이 가질 수 있는 실력이었다. 놀랍게도 신룡전의 용왕은, 진작에 오성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한참 된 일이야.”한지훈은 가소롭다는 듯이 차갑게 말했다. 바로 그때, “쾅!”한지훈이 가볍게 손을 흔들자 그 총알은 순식간에 아주 빠른 속도로 거꾸로 발사되었다. “젠장!”이내 볼캡은 욕설을 내뱉더니, 순식간에 몸을 한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총알의 속도에 비해 그의 동작은 너무 느려, 결국 총알은 그의 어깨를 뚫고 지나갔다. “아악!”엄청난 고통에 볼캡은 비명을 질렀고, 곧바로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꼴깍...”한지훈을 에워싼 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남은 용병들은 크게 놀라 일제히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자신들이 한지훈을 포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한지훈한테 포위당한 기분이 들었다. “당황하지 마! 우리가 인원이 더 많은데 저 놈 한 명을 못 잡겠어?”콧수염을 한 용병의 말이 떨어지기와 바쁘게, 웬 심상치 않은 기운이 그의 뒤통수를 덮쳤다. 용병들이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한지훈은 어느새 오릉군 가시를 꺼내 들고는 던졌다. 다만 그는 이번에는 습격을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오릉군을 들고는 소리 없이 콧수염 용병의 등 뒤로 다가가 순식간에 그의 뒤통수를 덮친 것이었다. “쿡!”둔탁한 소리와 함께, 오릉군
한지훈은 눈썹을 찌푸린 채 놈을 바라보았다. “제발... 죽이지는 말아 줘. 내가...”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냅다 그의 뺨을 때렸고 결국 놈은 찍 소리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죽게 됐다. 한편 볼캡은 여전히 땅에서 뒹굴고 있었다. 어느새 분위기가 조용해지게 되자, 깜짝 놀란 그는 급히 머리를 돌려 주위를 훑어보았다. 온 땅바닥에 널린 동료들의 시체를 발견한 그는 순간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아악...”하지만 그가 고함을 지르기도 전, 한지훈은 직접 발을 들어 그의 머리를 밟았다. “여태 무고한 사람들 죽이면서 기분이 좋았지? 근데, 네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임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해 봤어?”한지훈은 그간의 울분을 담아 더욱 힘껏 그를 밟았다. “팍!”결국 볼캡 역시 그 자리에서 머리가 터져버린 채 처참하게 죽어버렸다. 곧이어 한지훈은 옆에 놓인 휘발유 한 통을 들고는 그 시체에 뿌렸고, 이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시체에 던졌다. “쾅!”활활 타오르는 큰 불은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았다. 그제야 한지훈은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고개를 숙여 시계를 확인하니 시간은 어느새 저녁 9시 반이 되었다. 생각보다 늦어진 시간에 그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강우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만, 고객님이 전화하신 번호는 잠시 부재중입니다...”‘어라?’ 부재중이라는 소식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방금 전, 강우연은 주선 빌딩으로 향하기 전에 한지훈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었다. 그리하여 한지훈은, 강우연이 이국호와 함께 주선 빌딩 502호 룸에서 비즈니스 회의를 열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대체 어떤 사업에 대해 얘기를 나누길래 전화도 못 받는 거야?’ 한지훈은 내심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급히 계단으로 뛰어내려 재빠르게 주선 빌딩으로 향했다. 한편 그 시각, 이국호와 동방염은 강우연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우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필경 그녀는 지금 임신을 한 상황이었기
동방염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강 회장님, 혹시 지금 저희 동방 가문을 모욕하시는 건가요?”‘동방 가문?’ 강우연은 왠지 모르게 이 네 글자가 낯설지가 않았다. ‘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이름들이 스쳐 지나갔다. 비록 이 사람들의 정체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이들 모두 자신의 남편의 적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동방 선생! 오늘 회담은 아주 즐거웠습니다. 저는 따로 약속이 있어서 이만 먼저 가볼게요!”강우연은 어쩌면 자신이 이미 상대방의 올가미에 걸려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내심 깨닫게 되었다. 곧이어 강우연이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하자, 동방염은 갑자기 앞으로 나와 손을 뻗어 강우연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디 가려고? 당신 오늘 아무 데도 못 가!” 강우연은 어떻게든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임신을 한 지금 이 상황에서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었던 그녀는 어떻게 동양염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렸다.“꽉!”이내 동방염은 손을 뻗어 강우연의 어깨를 움켜쥐고는 강제로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 “동방 선생,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상황을 눈치챈 이국호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좋은 사람의 행세를 하였다. “저리 꺼져!”결국 동방염은 이제껏 보여주던 가식적인 모습을 떨쳐내고는 험상궂게 욕설을 퍼부었다. 곧이어 그는 이국호의 뺨을 때려 그를 땅바닥에 넘어뜨렸고, 결국 이국호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강우연은 내심 크게 놀랐다. ‘설마 이국호도 이 상황을 알지 못했던 거야?’ 사실 이 모든 것은 동양염이 혼자 설계한 일이었다. 만약 강우연에게 들키게 되거나 강우연이 고집이라도 부리게 된다면, 그녀를 압박하기 위해서 동방염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국호와 함께 판을 짰었다. 다만 이국호는 동방염이 자신에게도 손을 댈 줄은 몰랐다. 동방염은 결코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무종에서 자라난 그는 고작 20
동방염은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생존 욕망으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오릉군가시 앞에서 그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푸!”바로 그때, 오릉군 가시는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동방염의 왼쪽 어깨를 찔렀다. 크게 놀란 동방염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오릉군에 의해 강하게 찔린 어깨는 엄청난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어깨 통증에, 동방염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가 비명을 지를수록, 통증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철컥! 그 순간, 웬 부드러운 물체가 땅에 떨어졌다. 이내 동방염이 고개를 숙이고 확인해 보니, 새빨간 핏물이 그의 시선을 가렸다. 그러고는 충격적이게도, 양복으로 감싸진 한 팔이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 ‘어? 누구의 팔이 빠진 거지? 잠깐만... 팔이라고?’ “아악!”바로 그때, 동방염의 어깨에서는 갑자기 찢어지는 통증이 전해졌다. 돼지 멱따는 듯한 우렁찬 비명과 함께, 동방염은 털썩 소리를 내고는 땅에 넘어져 그 자리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한지훈은 한 손으로 강우연의 눈을 막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허공에서 머물고 있던 오릉군 가시를 다시 거두었다. “일단 네 목숨만은 남겨둘게!”“우린 이만 가자!”곧이어 한지훈은 강우연을 부축하고는 재빠른 걸음으로 주선 빌딩 밖으로 걸어갔고, 동방염은 여전히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그 자리에 남아 뒹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방 가문 사람들이 도착하여 동방염을 구하려고 했지만 그는 일찍이 출혈이 너무 많아 기절한 상태였다. 한지훈 일행은 주선 빌딩을 나서자마자 택시 한 대를 잡고는 자리를 떠났다. 우선 운전기사에게 주소를 얘기한 후, 한지훈은 바로 강우연을 품에 안았다. “다음부터는 외출할 때 더더욱 조심해. 너 지금 임신한 상황이잖아. 다른 일반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강우연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 또한 이국호가 자신에게 소개한 사람이 뜻밖에도 짐승만도 못한 동방염이라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한지훈은 “천생서문”을 한쪽으로 거두어놓고는 손을 뻗어 강우연을 자신의 품에 안았다. ...... 한편 용경에서는, 어깨에 세 개의 별을 단 한 장군이 빠른 걸음으로 천자각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멈춰! 그 누구도 천자각으로 들어오는 건 금지야!”이때 천자각을 지키는 병사 두 명이 앞으로 나와 장군을 가로막았다. “전보를 전하러 왔어. 지금 그 무엇보다도 급한 전보야, 한시도 늦출 수 없다고! 만약 이러다가 큰일을 그르치게 된다면 너희가 감당할 수 있어?”이내 장군은 손을 뻗어 두 명의 병사를 밀어내고는 다시 빠른 걸음으로 천자각 방향으로 달려갔다. “전보를 전하러 왔습니다!”그 장군은 천자각의 방문을 열자마자 손에 든 전보를 흔들었고, 마침 책을 읽고 있던 국왕의 앞으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 “뭐야?”그러자 국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장군을 바라보았다. “천자각 규정을 몰라? 뭘 이렇게 허둥지둥 달려오고 그래?”“폐하! 북양의 군보를 전하러 왔습니다!” 곧바로 장군은 쿵 하고 국왕 앞에 무릎을 꿇었고, 이내 두 손으로 전보를 건넸다. 그러자 낙로가 앞으로 나아가, 대신 군보를 건네받고는 내용을 확인하였다. 그는 전보를 확인하자마자 저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급히 전보를 국왕 앞에 건네주며 말했다. “폐하, 군정이 심상치 않습니다!”그 말을 들은 국왕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진 채 군보를 한 번 읽었다. 곧이어 그 또한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역시나 유청이 전에 보고한 그대로, 5개국 연합군의 훈련은 단지 용국을 공격할 돌파구를 찾으려는 목적이었다. 그리하여 유청의 명령에 따라, 이미 20여만 명의 파룡군은 진을 치고 대기하면서 변 경 지대를 사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5개국 연합군이 뜻밖에도 또 다른 수를 써서, 동시에 7명의 오성 용수를 파견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 결과, 용일부터 용팔까지 잇달아 중상을 입게 되었다. 심지어 유청 또한 중상을 입고는 혼수상태에
낙로의 명령과 함께, 이내 8명의 호위병들이 일제히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고는 소리쳤다.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저 자식 당장 끌어내서...”“그만해!”낙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 국왕은 갑자기 그의 말을 끊었다. “조정옥의 말도 일리가 있어. 만약 정말 그들이 계획하고 짠 판이라면, 지금 용일이 중상을 입은 건 자해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잖아. 자고로 이전부터 한지훈은, 북양에서 있는 내내 용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하들을 매우 아꼈어.” “그런 그가 우리한테 복수를 하려고, 용일의 목숨으로 카드로 바치지는 않을 거야!”이내 국왕은 조정옥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방금 땅에 떨어진 전보를 주시하며 말했다. “북양 대군이 적군에 의해 포위된 상황에 누가 감히 나설 수가 있겠어. 이럴 때는 내가 직접 나서서 도와주는 게 맞는 것 같아!”“폐하, 차라리 북양 왕을 청하여 다시 부대를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 북양 20만 파룡군 모두 위태롭게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파룡군은 저희 용국에서도 최고 정예 부대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결국 조정옥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동안 20여만 명의 파룡군이 항상 전방에서 용국을 위해 세운 수많은 공을 떠올리게 되면,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비록 그는 북양에 가 본 적이 없지만, 본인은 북양 왕의 부하도 아니지만, 이대로 파룡군이 전멸되는 건 가만히 볼 수가 없었다. “낙로, 네가 보기에는 한지훈을 다시 소환하는 게 옳은 선택인 것 같아?”국왕은 담담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낙로는 차가운 표정으로 조정옥을 노려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국왕을 향해 말했다. “폐하, 넓고 넓은 저희 용국의 땅에서 북양은 고작 한 구역에 불과합니다!”“북양 군을 잃는다고 해서 저희 용국이 이젠 다시는 싸우지 못한다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저는 굳이 이렇게 심각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정세에 따라 전
그러나 두펑의 얼굴은 순식간에 더욱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가 화를 내기도 전에, 군자는 이미 누군가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나 군자야. 10초 줄 테니까 당장 너희 이집트 원수한테 전화를 바꿔. 아니면 앞으로 3일 안에, 이집트를 아예 전복시켜 버릴 거니까!”군자의 무서운 경고에, 룸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 났다. 그는 말 그대로 무려 한 나라의 원수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룡전의 비육 총책임자로서, 그는 충분히 이 정도 능력과 자격이 있었다. 그렇게 5초도 안 되어 수화기 너머로는 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자님, 안녕하세요. 저 카스트로입니다! 저를 찾으셨다고요?”전체 통화 과정은 스피커폰으로 켜져 있었고,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은 똑똑히 듣고 있었다. 짧은 한 마디 속에서도, 이집트 원수는 세 번이나 존칭을 썼다. “당신한테 단 5분의 시간만 줄게. 지금 당장 데클라 호텔 412호로 달려와. 1분이라도 늦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군자는 할 말을 마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순간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한편 나국화는 후회막심하며 한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로의 고위 관원이 충성하고 있는 이 사람이 뜻밖에도 한지훈의 수하였다니. 더 이상 한지훈과 얼굴을 맞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메이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내 2분도 안 되어 호텔 주위 전체는 수백 대의 헬리콥터로 포위되었다. 수백 대의 각종 전차는 모래 바람을 이끌며 데클라 호텔을 포위했다. 그중 001호라고 표시된 무장 헬리콥터 한 대는 빠른 속도로 호텔 꼭대기층에 착륙하였다. 곧이어 검은 옷의 경호원 몇 명이 흰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를 철저히 보호하며 4층까지 쏜살같이 달려갔다. “원수님!”“미친... 대통령이잖아!”눈을 의심하게 되는 장면에 많은 이집트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났다. 하지만 놀라움은 그치지 않았다.
겁도 없이 도발을 하는 한지훈의 태도에, 다들 말문이 막혔다. “한지훈, 어디 감히 우리 이집트의 호국 장로님한테 무례하게 굴어! 죽고 싶어 환장한 거야!”메이어는 단단히 화가 났다. 한지훈이 두펑의 앞에서까지 이렇게나 건방지게 굴 줄은 몰랐다. 이내 두펑은 유유히 손을 흔들며 메이어더러 물러나라 하였고, 조용히 뒷짐을 진 채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용국 북양 왕 그리고 오성 룡수... 하지만 오성 룡수가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이 세상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 너한테 제대로 보여줄게!”곧이어 두펑의 시선이 식탁으로 향하자마자, 식칼 한 자루가 바로 날아올랐다. 식칼은 매우 빠른 속도로 옆에 있는 벽에 꽂혔는데, 3인치 남짓한 깊이로 들어갔다. 옆에서 이걸 지켜보던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삼성 천왕계의 실력은, 그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정도 힘이면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일 것 같은데?”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너!”다시 한번 조롱을 받게 된 두펑의 두 눈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여기서는 그 누구든지 너를 지켜줄 수가 없어!”곧이어 두펑은 직접 손바닥을 치켜들어 한지훈에게 손을 대려 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문 밖에서는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해! 누구도 움직이지 마!”‘뭐야?’ 순간 두펑의 표정은 흐려졌다. 카로에서 감히 그더러 동작을 멈추라고 명령을 하는 사람이 있게 될 줄이야. 이내 두펑은 뒤돌아서서 뒤에 있는 한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빼어난 몸매에 검은 정장을 걸치고는 강한 기세와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군자. 이것이 바로 그의 코드명이었다. 비육에서 그의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단지 그의 코드명만 알고 있었다. 현재는 신룡전 비육 지역의 총책임자의 신분을 지닌 그는, 과거에는 4대 용존의 직속 부하였다. 게다가 비육 열국의 수뇌들은 모두 이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었다. “군자?”“군자!”메이어뿐만 아
한지훈은 정말 오래간만에 누군가에게 직접 전화를 걸게 되었다. 강중에 있는 강우연의 곁으로 돌아간 이후로, 그는 한 번도 누군가와 통화를 한 적이 없었다. 곧바로 신호가 연결되었고, 핸드폰 너머로는 낮고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왕님!”“나 지금 데클라 호텔에 있는데, 얼른 이곳으로 와!”말을 마친 한지훈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메이어와 장로들은 모두 하하 웃어대기 시작했다. 여긴 엄연히 이집트의 수도인 카로이고, 한지훈이 상대하고 있는 메이어는 이 도시를 이끌고 있는 고위 간부 중 한 명이다. 게다가 메이어의 신분은 간부에 그칠 뿐만 아니라, 그는 호국 장로의 먼 친척이기도 했다. 그만큼 메이어는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단 전화 한 통으로 수많은 군대를 불러들였고 또 호국 장로까지 직접 현장으로 소환시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 한지훈이 전화해서 사람을 부르고 메이어랑 싸우려 한다고? 암만 봐도 이곳에서는 한지훈이 평정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미 단단히 화가 난 나국화는 어느새 한지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히려 메이어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저희는 저 사람이랑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용국에서 버릇만 나쁘게 배워서 온 사람입니다!”나국화는 한지훈을 가리키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 지금 이 순간, 오직 양령아만이 여전히 한지훈의 뒤를 지키고 서 있었다. 이내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양령아를 흘깃 보았다. “넌 왜 저기로 안 가?”그러자 양령아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한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믿습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령아의 태도에 만족하였다. “그런데 선생님, 오늘은 일단 이만했으면 좋겠...”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인내심 갖고 기다리고만 있어!”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바로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또 한 명의 백발노인이 들어섰다. 흰 두루마기를 걸친 노인은, 모든 사람들을 깔보는
이 상황에 대원들이 나서게 된다면, 바로 이웃해 있는 호국 장로들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필경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용국이 아닌 다른 나라니까. 이때 선두를 지키고 있던 한 장교가 앞으로 나아가 권총을 뽑아 들고는 나국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 누구야!”그러자 메이어가 그 장교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한 선생, 오늘 이 일에 대해서 난 설명을 좀 들어야겠는데? 내 머리에서 왜 피가 흐르고 있는 거지?”“한 선생, 오늘 일은 당신이 알아서 처리해.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놈들이 절대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야!”어느새 나국화는 아예 한쪽켠으로 돌아 앉아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하게 메이어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굉음과 함께 군용차 한 대가 들어왔고 심지어 무장 헬리콥터까지 출동하여 호텔 전체를 겹겹이 포위했다. 게다가 며칠 동안 멀리서 이곳의 동정을 정탐하고 있던 2성 천왕계의 강자들 또한, 언제든지 명령만 받으면 호텔로 돌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원에서는 오성 룡수의 기운이 몇 줄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 나국화는 전혀 당해낼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는 체념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나국화의 모습에, 메이어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 선생, 오늘 이 일은 엄연히 당신과는 무관하기에 안심해도 돼. 나는 결코 당신을 난처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국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메이어 선생님!”그때 검은 두루마기를 걸친 한 노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얼핏 봐도 일성 준 천왕계의 기운으로 가득했던 노인의 모습에,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깜짝 놀란 나국화도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한지훈 이 사람 말이야, 태도가 아주 불친절하더라고. 다른 사람 집에서 어떻게 손님 행세를 해야 하는 건지 잘 좀 가르쳐줘!”메이어는 어두운 표정으로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메이어는 더없이 건방진 태도를 보였다. 상대는 용국의 북양 왕이자, 무려 과거 5개 국까지 점령한 한지훈이었기에 절대 그를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만약 한지훈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는 진작에 돈을 받고 통행증을 나국화에게 넘겨줬을 것이다. 메이어 성격 상, 굳이 평범한 사람을 상대로 겨냥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그는 한지훈더러 술을 권하게 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얼굴을 맞대고 사진까지 찍으려는 계획이었다. 인증 숏을 남기면 앞으로 평생 술자리에서 자랑 거리가 될 것 같았다. 미국 수뇌나 응국 수상, 지어는 용국의 국왕한테서도 술을 권해 받은 사람은 있겠지만 이 세상에 한지훈으로부터 술을 받은 사람은 없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내 한지훈이 술 병을 들고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자, 격동하기 시작한 메이어는 담배를 든 손까지 떨기 시작했다. 쾅! 방심하고 있는 순간, 한지훈이 갑자기 술병을 들어 올려 직접 메이어의 머리를 찧었다. 술 병은 바로 산산조각 났고, 술은 핏물과 함께 섞여 주르륵 흘러내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메이어는 어안이 벙벙했다. ‘한지훈 이 놈, 나한테 술을 권하러 온 게 아니었어? 갑자기 술병은 왜 깨뜨린 거야?’ ‘이 새빨간 것들은 또 뭐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국화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쏜살같이 달려들어 급히 한지훈 앞을 가로막았다. 나머지 대원들도 잇달아 급히 둘러서서 메이어를 지켜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나서야 메이어는 겨우 정신을 차렸고, 이내 휴지를 들고는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며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주시했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메이어는 이상하리만큼 평온했고 소리치지도 않고 화조차 내지 않았다. 그러나 나국화와 대원들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자신들의 계획이 완전히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확신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분위기였다. 이 술 병으로 인해 눈앞의 통행증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살아남아서 이곳을 떠날 수 있게
이내 도련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 경호원을 흘깃 보았다. “충성심 가득한 거 보소... 여봐라! 당장 술 열 상자 들고 와. 이 놈이 얼마까지 마실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안됩니다! 도련님, 이 술은 제가 마시겠습니다!”뜻밖의 상황에 조급해난 진강은 급히 앞으로 나아가 그 술잔을 받았다. “팍!”바로 그때, 도련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들어 그 경호원의 얼굴을 내리쳤다. “네가 대체 뭔데 진강의 술을 대신 마시겠다고 하는 거야? 그럼 밥도 대신해서 먹지 그래?”곧이어 그 경호원의 멱살을 잡고는, 호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들어 그의 머리를 겨누었다. “도련님, 제발 노여움 푸세요! 제가 버릇없게 키운 탓입니다. 이 놈을 대신해서 제가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이내 진강은 코를 막고는, 바로 술을 원샷하였다. 거하게 한 잔 들이키지마자, 위에서는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진강은 이를 악문 채 겨우 통증을 참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바로 그 순간, 도련님이 든 총구는 바로 진강을 겨누었다. “경호원이 이렇게 철이 없는 놈이란 거, 너도 알고 있었어?”“도련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진강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한두 번 있었던 일은 아니었기에 딱히 긴장하지는 않았다. 다만 조용히 주먹을 꽉 쥐고는, 마음속으로 묵묵히 자신을 격려하였다. 한편 옆 룸에서는, 어느 정도 술을 걸친 나국화는 그제야 본론을 꺼냈다. “메이어 선생님, 그 특별 통행증 말입니다. 혹시...”“자고로 모든 일 처리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 거야!”방금까지만 해도 흐뭇하게 웃고 있던 메이어는, 나국화가 또다시 통행증을 요구하자 순간 표정이 어두워나더니 손에 든 술잔을 바로 탁자 위로 내리쳤다. “그건 걱정 마세요. 원칙에 대해서는 저희도 다 알고 있습니다!”이내 나국화는 트렁크 하나를 꺼내 메이어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메이어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을 보였다. “이건 원칙이 아니라 응당 거쳐야 될 절차야.
과거 팀원들과 함께 백전백승하여 열국을 휩쓸었던 그 강자. 진강은 매번 위기에 처하게 될 때마다, 정신적 지주인 그를 떠올렸다. 한편 옆 룸에서는, 나국화와 몇몇 대원들이 메이어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에게서 통행증을 얻어내야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메이어가 직접 명령을 내려 군대를 보내 그들을 호송하게끔 해야 했다. 통행증을 가져도, 군대의 호위 없이는 온갖 갑질을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청렴한 용국과는 정반대였던 이곳은, 낮은 계급의 공무원들도 사람을 죽일 듯이 괴롭히는 일들이 흔하게 발생했다. 그리하여 다들 번갈아 메이어에게 술을 권하고 있는 한편, 한지훈은 자신의 차례가 다가와도 그저 조용히 음식만을 먹으며,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유회원을 용국으로 데려갈 것인가를 궁리하고 있었다. 사실 유회원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곳에 있는 신룡전의 세력을 동원하면 곧바로 찾을 수가 있다. 다만 문제는 아시란치 가문, 그리고 용국을 노리는 작은 나라들이 반드시 그 과정에 그들을 가로막으려 할 것이다. 한지훈은 전혀 끄떡없었다. 도보를 한다 하더라도 보름 안이면 용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저 평범한 일반인인 유회원을 데리고 수천 리의 사막을 건너가는 건 분명히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한지훈의 모습에, 나국화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방금 자신이 경고를 한 것 같은데, 한지훈이 여전히 조각처럼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이내 나국화는 어두운 표정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양령아에게 눈짓을 했다. 바로 눈치챈 양령아는 다소 난처해하는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한 선생님, 메이어 선생은 저희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사람입니다. 나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한번쯤은 메이어 선생한테 술을 권해주는 건 어떨까요?”나국화는 마음속의 분노를 겨우 참아내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이 분은 메이어
이내 나국화는 한지훈의 어깨를 두 번 두드리고는 다시 술잔을 들어 술을 권했다. 그의 목표를 확고했다. 순리롭게 피라미드에 들어가 유회원의 행방을 똑똑히 조사하려면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 순순히 메이어에게 아부해야 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나국화를 쳐다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메이어한테 아부하라고?’ 북양 왕이라는 신분에서 더 나아가 신룡전의 전주였던 한지훈은, 굳이 그한테 아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전화 한 통이면 도리여 메이어가 순순히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옆 룸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술잔을 들고 있었다. 그중 우두머리로 예상되는 한 젊은이는 미친 듯이 날뛰는 모습을 보이며, 어린 모델 몇 명을 옆에 껴안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린 모델들은 한눈에 봐도 이곳 비육의 현지인들은 아니었다. 하나같이 피부가 하얗고 훌륭한 미모에, 몸매까지 섹시한 게 딱 봐도 유럽 쪽의 유명한 모델들이었다. 그렇게 옷차림과 용모가 비슷한 7~8명 되는 어린 모델들은, 작디작은 한 룸에 비집고 있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젊은 남자는, 한 손은 어린 모델의 어깨에 걸치고 다른 한 손에는 술잔을 든 채 거들떠보지도 않는 표정으로 그의 눈앞에 있는 한 용국 남자를 바라보았다. “진강!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당장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 절대 이 문을 나설 수가 없어!”“도련님, 어제 일은 정말 저와는 무관합니다. 그리고 도련님, 제발 그 사람들을 건드리지는 말아 주세요. 그들은 저희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진강은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과거 한지훈의 통신병이었던 진강은, 전투 과정에 부상을 입고는 이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한쪽 다리가 파편에 맞아 심하게 절뚝거렸던 그는, 제대 후 마땅한 일자리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함께 귀화한 옛 전우 몇 명을 따라 비육으로 온 것이었다. 그러나 어디를
만약 평소의 나국화였다면, 그는 메이어와 같은 인물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그보다 몇 급이나 높은 관원이라도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필경 그의 신분은 특수 요원이자 암살조의 일원이기도 했기에, 그의 서열은 메이어보다도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예외였다. 지금으로선 메이어가 소유하고 있는 특별 통행증이 반드시 필요했다. “메이어 씨, 여기 있는 분들 모두 제 친구들입니다!”이내 나국화는 메이어에게 일행들을 소개했다. 그 와중에, 메이어는 고개만 살짝 끄덕일 뿐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반면 일행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메이어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줄곧 제자리에 앉아있었고, 심지어 엉덩이도 떼지 않았다. 꿈쩍도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나국화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북양 왕으로 세상을 거느린 것도 한때였지, 이젠 실권도 없는 한지훈이 비육까지 와서 감히 이렇게나 건방지게 굴 줄은 몰랐다. 이미 비육에서 근 20년을 생활해 온 나국화는 수많은 고위층과의 만남을 가지면서 메이어와 동급인 사람들도 적지 않게 알고 지내고 있었다. 그런 메이어조차도 고위층 관원들한테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데, 한지훈이 대체 왜 허세를 부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한지훈이 이번 작전의 총사령관이라면 나국화도 뭐라 반박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나국화는 단지 진우의 부탁대로, 한지훈을 작전에 투집시 킨 것뿐이었다. 다시 말해서, 나국화와 한지훈은 종속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였다. 그리하여 나국화는, 한지훈이 아무리 잘났다 해도 이곳에서만큼은 허세를 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하고, 때로는 사람이 굽힐 줄도 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들의 최종 목적지인 피라미드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통행증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오로지 메이어의 말 한마디에 달려 있었다. 이 상황에 괜히 메이어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하나도 좋을 게 없었다. 필경 이곳은 비육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