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동방풍은 팔짱을 낀 채 비웃고 있는 한지훈을 보자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그리고 그의 시선이 옆에 있는 추미연에게 향했을 때, 눈동자는 원한으로 가득 찼다!이 망할 여자가 계속 거절만 하지 않았어도, 이 먼 강중까지 올 일은 없었을 텐데!그랬다면 이렇게 심하게 두들겨 맞지도, 팔 하나가 부러지지도 않았을 것이다!아니, 이제 그는 두 팔이 모두 부러질 테지!모든 것이 저 빌어먹을 년 때문이야!동방풍은 자신의 실수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대신 모든 책임을 추미연에게 돌렸다!“도련님, 죄송합니다!”동방이산은 발을 들어 동방풍의 관절을 무겁게 짓밟았다!동방이산의 양팔도 여러 군데 부러졌기 때문에 더 이상 힘이 없었고, 이런 거친 방법으로 그의 팔을 부러뜨릴 수밖에 없었다.이런 식으로 난폭하게 짓밟는 것과 직접 손으로 부러뜨리는 것은 느낌이 아예 달랐다.후자의 경우 기껏해야 병상에서 3-4개월 동안 회복하면 아물 정도로 뼈는 큰 손상을 입지 않지만, 발에 짓밟히면 뼈가 분쇄되는 수준으로 골절되어 후속 수술이 매우 어려워진다!동방풍은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지르더니 눈을 희번덕이며 기절했다.계속되는 심한 통증으로 숨이 가빠지고 몸이 한계에 이르렀다!“꺼져라,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한지훈은 그들이 있는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동방이산은 기절한 동방풍을 힘겹게 등에 업었다.한지훈은 동방 가문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흥미가 없었으며, 곧장 한편에 멍하니 있던 추미연을 데리고 호텔로 들어갔다.동방이산은 한지훈의 뒷모습을 석연찮은 듯 바라보며 조용히 떠났다.추미연을 위층으로 보낸 한지훈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선 채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일찍 쉬도록 해.”추미연은 방금 전 상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해 보였고, 오늘은 확실히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날이었다!“들어와서 차 한잔하지 않을래?”추미연은 한지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고, 이런 문제들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이 매우 불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군용 차량이 옥룡대에 도착했다. 현재 옥룡대 부근 5미터에는 모두 계엄령이 내려졌고, 완전 무장한 특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옥룡대 천 미터 안에도 천자각의 고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지훈이 군용 차량에서 내렸을 때, 그는 자신의 주변에 사령관 강자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는 자들의 숨결을 느꼈고, 줄곧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심지어는 네 명의 천왕계 강자의 기운도 느낄 수 있었고, 한지훈이 차에서 내리는 몇 초 만에 기운이 사라졌다. 한지훈은 근처에 있는 경비병들을 힐끗 쳐다본 뒤, 앞서가는 장교들을 따라 곧장 옥룡대의 정자로 향했다. 한편, 정자 안에는 국왕이 코트를 입은 채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기침을 몇 번 하며 몸이 좋지 않은 듯했다. 가을이 되니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었다. 한지훈이 정자에 들어섰고, 국왕은 뒷짐을 진 채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구나.”국왕이 조용히 말하며 돌아서서 기침을 몇 번 했다. 한지훈은 국왕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국왕 폐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그러자 국왕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거지, 고질병이네.”국왕은 한지훈에게 앉으라고 손짓하더니 차 한 잔을 따르며 말했다. “자, 들게나.”한지훈은 찻잔을 집어 들고 한 모금 마신 후 물었다. “국왕 폐하, 무슨 일로 이렇게 급하게 용경에서 직접 강중으로 찾아오신 겁니까?”차를 한 모금 들이켠 국왕은 표정이 엄숙해지더니, 옆에 있던 부관에게서 문서를 받아 한지훈에게 건네주었다.“이건 오대주국의 새로운 계획일세. 작전부에서 오대주국을 새롭게 7대 전역구로 나눈다고 하지. 당연히 북양 전역구는 변동이 없고 말이야. 주로 서부 전쟁부 쪽에서 두 개의 독립된 전역구로 나뉠 거고, 남령해 쪽도 새로운 전역구로 구분될 걸세.”한지훈은 서류를 유심히 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국왕 폐하, 어째
“국왕 폐하!”한지훈의 얼굴에 감동의 빛이 어리며, 국왕을 빤히 바라보았다.국왕은 몇 번 기침을 하더니 허리춤에서 금용령을 꺼냈고, 영패 전체는 순금으로 만들어졌으며 다섯 개의 발톱을 가진 황금 용이 조각되어 있었다!그는 손에 쥔 금용령을 보며 물었다.“자네는 이 금용령이 무엇인지 아는가?”한지훈은 국왕의 손에 있는 영패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국왕 폐하께서 명시하여 주십시오.”국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은 바로 용국 대원수의 영패이다! 한때 이 영패는 네 할아버지의 것이었지! 하지만 후에 그 사건으로 인해 네 할아버지는 용국에서 다시는 대원수의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였지!”“하지만 이제, 짐은 다시 직접 용경 전역구 외의 6대 새로운 전역구를 책임질 대원수의 자리를 만들려 한다네!”“한지훈 사령관! 이 금용령을 이제 자네에게 넘겨줄 걸세! 오늘부로 자네가 우리 용국의 새로운 대원수이네!!!”두둥!국왕의 말에 한지훈은 온몸을 떨며 다급히 말했다.“국왕 폐하,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찌 제가 대원수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겠습니까…”하지만 국왕은 고개를 저으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지훈 사령관, 거절하지 말게나. 짐은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받으시게.”국왕은 금용령을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고, 한지훈은 이를 받으며 황급히 경례했다 “저 한지훈, 결코 국왕 폐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그러자 국왕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한지훈 사령관, 비록 금용령이 자네에게 주어졌지만 이 일은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을걸세. 반드시 필요할 때에만 이 금용령을 꺼내 6대 전역구에 명령을 내리고 국가를 보호해야 하네!”“만일 언젠가 용국이 존망의 기로에 처했을 때, 새로운 국왕이 국법을 어긴다고 해도 자네는 이 금용령을 통해 6대 전역구의 주력을 동원하고, 지하 궁전의 용검을 취해 군주의 목을 베고 용국을 지켜야 하네! 내 말을 이해했는가?”국왕은 매우 심오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 알겠습니다!”“참, 북양 전역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국왕이 묻자, 한지훈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유청에게 맡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유청?”국왕은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너무 이르지 않은가, 우선 부사령관으로 임명을 한 뒤 그를 잘 이끌도록 하거라. 그도 훌륭한 인재이니 말이야.”“알겠습니다.”한지훈이 대답한 뒤, 옥룡대를 떠났다. 한지훈이 떠난 후 국왕은 옥룡대 안에 서서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았고, 그 뒤로 용 선생이 다가와 말을 꺼냈다. “국왕 폐하, 바람이 부니 들어가서 쉬도록 하시지요. 찬 바람에 병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국왕은 기침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인 후 돌아서서 용 선생의 옆을 지나갔다. 하지만 순간, 국왕은 걸음을 멈추고 용 선생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용 선생, 오늘 일을 무신종이 알고 있는가?”그의 말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며, 천둥소리가 하늘을 가르는 듯한 기세로 울려 퍼졌다!! 용 선생은 얼른 몸을 굽히고 몸을 떨며 땅에 무릎을 꿇은 뒤 말했다. “국왕 폐하! 소인은 폐하께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그런가?!”국왕은 씩 웃더니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 말했다. “용 선생이 한 말을 지켰으면 좋겠군.”국왕이 떠난 후 용 선생은 떨리는 가슴을 움켜쥐며 일어섰고,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국왕이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용 선생의 안색은 몹시 안 좋았지만, 곧 국왕을 바짝 뒤쫓았다. 한지훈은 별장으로 돌아온 후, 금용령을 꺼내 굳은 얼굴로 몇 번 쳐다보았다.국왕께서는 탁고를 하신 것이 아닌가.보아하니, 용국에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군! 그는 생각을 한 뒤 곧장 용운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용운, 신룡전 사람들을 비밀리에 귀국시켜라! 언제든지 내 명령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예! 용왕님!”전화 너머로 용왕이 대답했고, 재빨리 그의 명령을 신룡전 본부에 전달했다. 3일 후, 신룡전
신한국은 걱정스럽게 말했고, 그의 눈에는 많은 추측이 담겨 있었다.“한지훈, 우리는 용국 조정에 큰 변화가 생길까 걱정이 되고 있어. 그러니 넌 반드시 이 일에 미리 대비해야 하네! 지난 며칠 동안 각 전역구 인원이 집중적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우리 관리 범위를 넘어섰어!”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얼굴이 가라앉았다.각 주요 전역구의 인원이 집중적으로 이동하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이는 군대와 장군을 바꾸고, 큰일을 도모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알겠습니다! 원로님, 북양 쪽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용경이 위험에 처하면 제가 군대를 이끌고 지원하러 갈 것입니다!”한지훈이 말하자, 신한국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우리는 그걸 걱정하지 않아,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자네가 그때쯤이면 북양을 지휘할 권리조차 없어질 것이라는 거야! 현재 국왕께서는 천자각 안에서 3일 동안 조회를 열지 않으셨어! 모든 일이 3일 전에 새로 설립된 내각에 맡겨진 것이지!”“내각이요?”한지훈은 얼굴을 찌푸렸고, 그의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설립된 지 3일밖에 되지 않았다니… 누가 주도한 겁니까?”한지훈이 물었다. “용 선생일세!”“용 선생…?!”그 이름을 들은 한지훈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 일이 무신종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약왕파의 황약사는요? 그는 용국 제일의 명의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한지훈이 되묻자, 신한국은 서둘러 대답했다. “그게 바로 우리가 말하려던 일일세, 황약사는 지난 며칠 동안 다시 국왕 폐하의 병을 치료하고 있지만, 더욱 몸이 나빠지고 있어! 어제 나와 강 씨가 황약사를 만났는데, 그가 우리에게 국왕께서 이미 때가 이르렀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은연중에 말을 하더군. 게다가, 우리에게 요 며칠 동안 용 선생이 국왕 폐하의 곁을 지키며 모든 일을 용 선생이 처리하고 있다고 했네!”“그의 말을 얼마나 믿습니까?”한지훈이 묻자, 신한국이 대답했다.“황약사 그 사람은 믿을 만해! 민족 대의 앞에서 그는 절대 엉뚱한 짓을
“강 장로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압니다.”한지훈은 이 말을 남긴 후 전화를 끊었었고, 더없이 어두운 얼굴로 별장에 서 있었다. 국왕이 중병에 걸려 용경의 십만 근위대가 파견됐고, 주요 전역구는 더욱 움직임이 빈번해졌다! 이 배후에는 어떤 음모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무신종, 결국은 야망을 드러내는구나! 한지훈은 생각을 하더니 즉시 북양 전역구에 전화를 걸어 명령했다.“용일, 전군에 전비를 하라고 명하라! 총으로 무장하고, 모든 인원은 반드시 전투태세를 갖추며 출동 대기 명령을 기다린다!!”“사령관님,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이때, 북양 전쟁부 지휘실 안에서 용일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국왕께서 병이 위독해 천자각은 이미 용 선생이 장악하고 있다. 주요 전역구는 빈번히 병력을 이동하고 있으니, 큰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야 한다! 북양은 반드시 모든 돌발 상황에 대비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예, 사령관님! 곧 명령을 내리겠습니다!”용일이 대답한 뒤 전화를 끊고 곧장 명령을 내렸다. 같은 시각, 동원구와 남영구에서도 각각 명령을 내렸고, 용국 전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모든 것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한편, 무신종 종주 대전 안. 무적천은 종주의 자리에 앉아 있었고, 대전 안 용 선생은 한쪽에 서서 허리를 반쯤 굽힌 채 공손히 말했다. “종주님, 모든 것이 준비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용각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보입니다. 북양과 동원, 남영 전역구 또한 비밀리에 군대를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저희의 계획을 방해하진 않을지 걱정됩니다… 제가 사람을 보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떻겠습니까?”무적천은 석좌에 앉아 오른손으로 머리를 괴고, 왼손으로는 석좌의 팔걸이를 몇 번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용각과 북양…”“흠! 내 일을 망치는 자는 그 누구든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나를 따르는 자는 번영하고, 나를 거역하는 자는 필히 망한다! 국왕이 중
이튿날, 부상 사절단 방문이 다가와 한지훈은 전용기를 타고 강중을 떠나 용경으로 향했다. 용경 국제공항에서 한지훈은 군복을 입은 채 3천 명의 파용군을 거느리고 공항에 대기하고 있었다.그 순간, 전용기 한 대가 착륙하며 문이 열리더니, 기모노와 나막신을 착용한 십여 명의 남녀가 비행기에서 내려왔다. 수염을 기른 중년 남자는 검은색 기모노를 입고 있었고, 차가운 얼굴을 한 채 허리에는 사무라이 칼을 차고 있었다. 그 뒤에는 같은 검은 기모노를 입은 6명의 무사가 있었으며, 그들은 모두 부상 전쟁부의 엘리트 무사였다!한지훈은 힐끗 쳐다만 봐도 이 여섯 무사 중 가장 약한 자도 준 사령관 강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보아하니 좋은 의도로 온 것은 아니었다. 이때, 중년 남자가 나막신을 밟고 한지훈 등에게 다가와 그들을 매우 거만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북양왕인가?”한지훈 또한 뒷짐을 진 채 담담하게 소좌룡을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렇습니다만.”“흥!”그러자 소좌룡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용납할 수 없군! 우리 대일제국에서 당신들의 이런 환영 의식은 매우 무례한 것이다!”“용국은 5천 년의 문화를 가진 역사가 오랜 나라이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예의범절이라고 했는데, 이제 보니 용국은 예의마저도 없는 듯하군! 당신들은 모두 못 배워먹은 야만인들인 건가?!!!”“나는 반드시 오늘 이 무례한 영접식을 우리 천황폐하께 보고드릴 걸세!!!”그러자.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좌룡! 이곳은 용국이지 부상이 아닙니다!! 대일제국?! 허허, 그 비좁은 땅에 있는 비천한 무리가 감히 스스로를 대일제국이라 칭하나 보지!!”“당신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백 년 전의 전쟁을 우리 용국인은 영원히 기억할 것임을요!!! 오늘 내가 직접 당신들을 맞이하러 온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존경을 표한 것입니다!!! 만약 당신들이 우리 예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비행기를 타고 당신네들 집으로 돌아가시지요!!!”그
한지훈의 말은 매우 위협적이었고, 소좌룡은 놀라서 넋을 잃고는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 그는 삼엄한 얼굴로 이미 돌아선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빌어먹을 북양왕 같으니라고! 감히 우리 대일제국을 능멸하다니! 조만간 우리 대일제국이 용국의 지배자가 될 테니 두고 보라지!!!”“소좌룡 각하,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소좌룡의 뒤에서 한 호위병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소좌룡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대답했다.“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우리는 큰일을 하러 온 것이니 당분간은 그자와 일을 벌이지 말도록!”“하지만, 원래 계획대로 무신종의 대표와 비밀리에 접촉하도록 하라.”“예!”호위병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대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좌룡과 그의 일행은 용경에 있는 외빈 호텔로 안내되었다. 호텔 문 앞에서 장교로 보이는 한 남자가 한지훈 앞에 공손하게 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 사령관님, 저희가 비밀리에 감시해야 할까요?”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감시하고, 이상한 행동이 보이면 나에게 바로 보고하도록! 그리고, 호텔에 출입하는 모든 인원의 신원 또한 확인해야 한다.”“예, 사령관님!”장교가 한지훈을 향해 경례했다. 위층 스위트룸 안, 소좌룡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창 앞에 서서 지프차를 타고 떠나는 한지훈을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흥! 지금 당장 실행하도록 하라!”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용국 의상으로 갈아입은 세 명의 부상 남자가 소좌룡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스위트룸을 나섰다!동시에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나막신을 신은 채 소좌룡의 뒤를 따라 걸어가며 허리를 굽힌 채 말했다. “소좌룡 각하, 전화가 왔습니다.”소좌룡이 휴대폰을 받자, 그의 차가웠던 얼굴에 서서히 옅은 미소가 번지며 말했다. “용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소좌룡 각하, 용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내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신지요?”전화 너머로 용 선생이
핏빛 햇살이 지상을 비추니, 수많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족히 10살은 늙어 보일 정도로 얼굴이 초췌해졌다.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한편 한지훈의 머리에도 뜻밖에 흰머리가 생기게 됐는데, 노화하는 속도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두 배 이상 빨랐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도령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난 굳이 이 검을 쓸 필요도 없었어! 네가 뭔데 감히 삼절진을 깨달았다고 으스대는 거야? 이게 바로 삼절진 중의 지절진이라는 거야!”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절진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빠르게 노화시킬 수 있는 거지? “천절진은 천둥 번개를 움직여 천위를 장악할 수 있고!”“지절진은 사계절 기후를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고! 인절진은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고, 맞지?”한지훈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얼굴 피부는 한없이 구겨지고 목소리마저 많이 늙게 됐다. “한지훈, 너는 확실히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긴 해. 삼절진 진법을 깨달은 지 단 10일도 안 되어 그 참뜻을 이해하게 되다니. 역시 난 널 잘못 보지 않았어!” 장도령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한지훈이 아직 얘기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장도령이 현재의 실력으로 삼절진을 펼치면 최대 한 시간까지 버틸 수 있긴 하지만 그 후 그는 정력을 다 소모하고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장 씨 집안의 명망을 위해 생명을 불태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붉은 해가 하늘에 뜬 것을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한지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비명으로 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십 년 전 당시 그 일전에서도, 부상군 무리는 일찍이 천산에 진입했었다. 당일 정오에도 하늘에는 핏빛이 물들었었다. 핏빛의 땡
다시 말해 인체에 있는 자기장이 폭발하게 된다면, 이런 외력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바로 이때, 한지훈은 다시 깊은 공명 속으로 들어갔다. 전과 달리, 한지훈은 이 와중에 하나의 도리를 깨닫게 되었다. 대체 왜 공명 상태에 들어가야만 완벽한 진법을 펼쳐낼 수 있는 건지. 그 이유는 그 순간이 돼야만 자신의 마음이 우주와 통하고, 몸의 자기장이 우주와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념원에 따라온 하늘의 별들을 동원할 수 있고 구름을 움직일 수도 있으며 땡볕을 좌우지할 수도 있다. 드넓은 우주에 비해 장도령이 동원한 이런 자연의 힘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었다. 이내 광풍이 크게 일면서 무수한 검 그림자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뭇사람들의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주위에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한지훈 뒤에 담담하게 선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강력한 수법에 의해 죽게 된다면, 그들 두 사람은 마냥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지훈과 함께 황천길을 갈 수 있다는 것도 그들 두 사람은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아쉬움도 없었고, 다만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의 별들이여!”이때 한지훈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적색 장총이 다시 나타났다. 이내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 몰려있던 먹구름을 흩뜨렸다. 뿐만 아니라 천둥 번개도 따라서 사라졌다. 지상도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심지어 수많은 바람의 칼날들 또한 서서히 미풍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 나... 나 죽지 않았어!”“하느님이 날 살렸어!”“정말 감사합니다!”수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무릎 꿇고 하늘을 향해 절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진우와 도청 전인도 참지 못하고 천천히 두 눈을 뜨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발생한 적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 그는 데뷔한 이래로 단 한 번도 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험악한 대전을 치르면서도 장도령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년 만에 천산에서 내려오자마자 한지훈의 공격을 받고 피를 토해내다니. 비록 그는 자신이 던진 공격이 도리여 반사되어 해를 입게 된 것에 납득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만약 이대로 오늘 한지훈을 놓치게 된다면, 앞으로 장도령의 위신은 추락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강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용국에서도 그는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지훈! 얼른 무기를 내려놓지 못해? 너 설마 너로 인해 이 주위 반경 몇 리 안에 있는 백성들이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야!”노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잔뜩 화가 났다. 사실 그는 백성들의 안위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이 검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이미 직접 그 위력을 목격했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몇 명 천왕계 고수들, 그리고 수만 명의 군인들은 거의 동시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땅에서는 가시가 돋쳤고, 게다가 수도 없이 날려오는 검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도검이라면 피하기 쉽지만, 문제는 무형의 존재였기에 피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노 씨 어르신은 조급한 나머지 바지에 실수를 할 뻔했다.“무기를 내려놓으라고?”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노 씨 어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한지훈! 너 설마 아직도 지금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야? 이제 곧 이곳은 천둥에 의해 초토화되고, 모든 사람들은 가시에 찔려 처참한 시체가 될 거라고. 너는 모든 사람들이 너와 함께 죽기를 바라는 거야?”“네 마누라와 아이는 살리고 싶지 않아? 진우와 도청 전인도 살리고 싶지 않냐고!”“네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뭐
특히나 장도령으로부터 검경을 전수받은 도청 전인은 더욱 놀랐다. 앞서 본 장도령의 두 검은, 자신의 수법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검은, 도청 전인이 아직까지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쓱!”장도령의 거검이 다시 내리 꽂히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일격을 가했다. 순간 적색 장총의 창끝에서는 눈부신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장도령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자신이 손을 드는 사이에 한지훈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적색 장총은 뜻밖에도 어마무시한 위세와 함께 직접 장도령의 방어막을 깨뜨렸고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의 검 끝을 부딪혔다. “땡!”다시 한번 금속이 충돌하는 굉음이 울렸고, 하늘을 가득 채운 천둥 번개의 빛은 갑자기 사라지고 거대한 검 그림자도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푸!”이내 장도령의 팔이 갑자기 저려나기 시작하더니,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오장육부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입가에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검을 펼치던 도중 한지훈의 총에 맞았기에, 장도령은 그 기운에 눌리게 되어 피까지 토해내게 된 것이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장도령은 크게 놀랐다. 한지훈이 나의 수법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돼! 사실 천둥 번개가 그의 손에 있는 검 그림자 속에 모이게 되는 순간 주위에는 매우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기에, 장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포 하나도 뚫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있었다. 한지훈이 무려 장도령의 묘기를 차단했다고? “한지훈! 너... 빌어먹을!”장도령의 두 눈에는 분노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동공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변했다. 장도령은 그제야 치욕과 모욕을 느끼게 됐다. 그는 과거 15개국의 고수를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 어린 20대 후배를 상대로, 뜻밖에 상처를 입게 되다니? “천산칠검! 파룡식!”바로 이때, 장도령이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든 장검은
단 네 개의 검으로 8명의 용급 천왕계 강자들을 죽였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 사실만으로도 장도령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때, 장도령이 손목을 뒤집자 무수한 검화가 펼쳐졌고 그 모습은 매우 웅장했다. 곧이어 하늘에는 수많은 거검이 나타났다. 이 장면은 당시 도청 전인이 처음 검경을 펼쳤을 때의 장면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장월동이 펼친 이 위세는 도청 전인의 검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수많은 거검의 검 그림자는 겹겹이 쌓여 공중에서 합쳐지게 됐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검은 점점 더 단단해지는 동시에, 검봉 위에는 마치 천둥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한 줄기의 전류가 왔다 갔다 하며 노닐고 있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들려하자, 장도령의 검은 바로 한지훈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람 소리도 없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그 맹렬한 검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검이 떨어지는 위세는, 마치 수백 개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듯했다. 어떤 각도, 어떤 방식으로 받든 지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곧이어 검이 한지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한지훈의 가슴에서 갑자기 금빛 한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적색의 장총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땡!”곧이어 적색 장총은 장도령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과 제대로 부딪혔다. “우르릉!” 큰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는 무수한 불꽃이 튀어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는 속도로 사방으로 퍼지게 됐다. “뭐야?”장도령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 검은 누구든지 절대 쉽게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검의 오묘한 점은 바로 검에 이미 진법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설사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라 하더라도 이 검은 전혀 당해낼 수 없다. 그 말은 즉, 한지훈의 손에 있는 이 장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 장총에도 진법의 위력이
심지어 그의 손을 거쳐 멀쩡히 살아남는 적수도 거의 없었다. 그나저나 한지훈은 이제 몇 살인데? 고작 20대의 나이에도 이렇게나 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니, 장도령 또한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너도 만만치 않은 놈이네. 동방 오우였으면 진작에 죽었을 텐데!”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태연하게 웃었다. 그러나 진우는, 한지훈이 뒤로 감춘 팔이 약간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게다가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우는 점점 한지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방금 있었던 일전에서, 한지훈은 분명 손실을 입긴 했다. 그러나 장도령을 상대로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매우 큰 기적이었다. “하하하!”이내 장도령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식, 매우 예리하네! 사실 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 정말 만만치는 않아. 만약 앞으로 무사히 실력을 닦게 된다면, 정확히 10년 후 넌 반드시 뛰어난 용봉이 될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아무리 네가 강하다 하더라도 우리 장 씨 집안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지!”“지금 국운이 시작된 이상 다들 알고 시피 국운이 한창 높아지고 있을 무렵, 모든 용인들은 모두 적지 않은 이익을 보게 될 거야. 아마도 2년 후가 되면, 그때는 내가 너를 죽이고 싶어도 적지 않은 기력을 쏟아야 되겠지!”“그렇기에 난 결코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야. 과거 너 같은 인재들 수십 명이 이미 내 손에서 죽게 됐어. 게다가 네가 나더러 직접 손을 써라고 권한 이상 너한테 펼쳐질 엔딩은 단 하나뿐이야!”이 말을 들은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방금 일전은 그저 맛보기 었단 말인가? 장도령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가?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또한 아연실색하였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그저 몸풀기 일뿐이었다니? “진짜 그냥 몸풀기였다고? 하지만...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신선 같은 수법이야!”“아니야. 장 선배가 일단 최선을 다해서 싸
“한지훈, 네가 감히 날 상대로 반격해? 네가 이 검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건 단지 너한테 보여준 맛보기일 뿐이야!”화가 난 장도령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곧이어 검 자루는 현장을 휩쓸어버렸다. 순식간에 풍운은 변색되었고, 하늘의 구름 덩어리조차도 모양이 휘어버린 채 나뒹굴기 시작했다.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압도적인 이 기세는, 확실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여 년 동안 은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도령의 위세는 여전히 용국을 압도할 정도였다. 어쩐지 그가 막 산을 내려왔을 무렵, 무종의 많은 문주와 일부 최정상 상업계 거물들은 뭇별같이 달려와 그를 맞이하였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이 그동안 줄곧 이렇게 무종을 업신여겼더라니, 장도령은 세상을 아주 쉽게 보고 있었어!”도청 전인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장면에 저도 모르게 감탄하였다. 그는 이 검의 위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훈뿐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저 가능성만 있을 뿐이었다. 도청 전인은 한지훈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장도령의 실력에 두려움을 가진 것이다. 확실히 너무나도 강한 실력이니까. 심지어 천신 경지에서는, 아무도 도달할 수 없을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유럽의 대부분 강자들도 장도령의 이름을 듣기만 하면 모두 간담이 서늘하다고들 한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법과 검법을 이렇게나 정묘하게 결합할 수 있다니,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장도령 한 사람밖에 없을 거야!”적지 않은 종문 종주들도 모두 감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어느새 한지훈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반면 한지훈은 이내 손을 살짝 들고는 흔들었다. 이내 오릉군 가시는 마치 생명체처럼 순식간에 완벽한 호를 그어 장도령의 칠성상문검을 향해 다시 날아갔다. “우르릉!” 곧이어 오릉군 가시와 칠성 상문검이 다시 충돌하였고, 허공에서는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법과 진법이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놀라운 광경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 오우 또한 화산의 제자라고 하긴 하지만 장도령과는 전혀 비교할 차원이 안 됐다. 수법이든 진법이든 장도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마치 물 흐르듯이 모든 행동이 이어져 갔다. 지금 이 순간, 강중의 모든 사람들은 하늘 위 구름을 뚫은 흰빛을 보고는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대체 어떤 신위인 거지? 대체 어떤 수법을 쓴 거야! 구세대 사람들은 여태 장도령의 이야기를 마치 호랑이 이야기처럼 받아들였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장도령의 이야기를 전설처럼만 듣고 자랐지만, 오늘 직접 마주해 보니 전설 속 장도령은 현실에 비해 매우 약해 보였다. “대단하네!” 한지훈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장도령은 이미 진법을 능통하게 운용하였지만, 유독 하나 부족한 건 바로 진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였다. 다르게 말해서, 틀린 방법은 백 번 더 써도 결국 틀린 것이 된다. 그렇게 정확한 길을 가기까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역시나 용국 백여 년 역사의 최고 강자답습니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의 지위가 줄곧 높더라니, 형님과 같은 엄청난 강자와 비교했을 때 전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네요!”노 씨 어르신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아부하였다. “어쩐지 당시 한 사람의 힘만으로 8명의 최고 천왕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더라니, 그것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은 충분히 놀랄 만해!”잇달아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도 분분히 의논했다. “한지훈, 이제 알겠지? 난 단지 더 이상 살인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내가 너보다 실력이 못한 게 아니라!”장도령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뛰어올라 한지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가 몸을 훌쩍 날리며 일어서자, 그의 주변은 온통 은백색의 빛으로 덮이게 됐다.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필적할 수 없는 천위를 느끼게 됐다. 눈부신 은빛뿐만 아니라, 구름 속에서 교차하는 천둥과 번개는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
뭐라고? 자결하는 것도 모자라 한지훈의 모든 재산을 장 씨 집안에 넘기라니? 장도령의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거물들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상대는 무려 북양 왕 한지훈이다. 무종 강자는커녕 국왕도 감히 그 앞에서 막말을 할 수가 없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도청전인과 진우는 잇달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도령이 있는 한 그들에게는 전혀 발언권이 없었고, 그 누구도 감히 한 글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자결하고 내 모든 재산을 너희 장 씨 집안에 넘겨야 한다고?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야?”한지훈은 장도령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왜? 설마 너 아직도 고집부리려는 거야?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 장 씨 집안이 왜 만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는지, 왜 역대 통치자들이 모두 우리 장 씨 집안을 특별히 대우했는지 그 이유를 몰라?”“오늘날의 국왕도 우리 장 씨 집안에 예우를 하고 있어. 게다가, 너도 봤지? 내가 하산하고 나서는 무종뿐만 아니라 무맹 또한 사람들을 보내 직접 날 맞이했지. 넌 설마 그 이유가 뭔지 모르는 거야?”“그건 바로 우리 장 씨 집안이 곧 용국의 하늘이기 때문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은 조룡을 지키는 공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필적할 수도 없는 실력도 갖고 있어!”“너의 그 보잘것없는 기량은, 내 눈에는 전혀 여겨볼 가치도 없어! 하지만 너더러 자결하라는 것은 곧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은 살 기회를 주는 거야!”장도령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만약 굳이 내가 손을 쓰게 만든다면, 너뿐만 아니라 저 놈도 죽을 거야! 그리고 네 곁의 모든 가족들을 죽일 거야!”장도령의 말에 진우는 반박하지도 못했다. 도청 전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장도령은 그동안 두 손에 수많은 피를 가득 묻혔었고, 심지어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