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던 황학용은 겁에 질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는 무릎 걸음으로 한지훈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종아리를 붙잡고 애원했다.“한 사령관, 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난 죽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목숨만 살려주면 무슨 일이든 할게요….”한지훈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황학용을 바라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황 소종주, 지금 살려달라고 비는 건 좀 늦었지 않나?”황학용은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에 피가 날 정도로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소리쳤다.“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목숨만 살려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한지훈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살려줄 수도 있지. 돌아가면 약왕파에 말 좀 전해줘.”“무… 무슨 말이요?”황학용은 움찔하며 긴장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살의가 가득한 그의 눈빛을 마주하자 다시 급기야 시선을 내렸다.“약왕파가 용국에서 계속 생존하려면 강중에 손 뻗지 말고 내 아내와 딸은 더더욱 건드리지 말라고 전해. 영시종 일은 자업자득이야! 약왕파에서 그래도 억울하고 영시종을 위해 복수하고 싶다고 하면 두고 보자고! 충고 하나 하자면 이게 내가 당신들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야! 다시 나 건드리면 용국에서 약왕파를 소멸시킬 수도 있어!”말을 마친 한지훈은 날카로운 살기를 방출했다.그는 손을 뻗어 암철검을 벽에 내동댕이쳤다. 그러자 검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곧이어 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룸을 나갔다.그가 나간 뒤에야 황학용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땀범벅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도련님, 괜찮으세요?”옆에 있던 오허청이 달려와서 다급히 그를 부축했다.한참이 지난 뒤, 정신을 차린 황학용은 짜증스럽게 오허청을 밀치고는 물건을 집어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다.“젠장! 망할 한지훈 자식!”오허청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황학용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도련님, 이렇게 된 이상 저도 방법이 없어요. 북양왕의 전하고자 하는 뜻은 명확해요. 무도 절정의 종사가 두
왕린은 한지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과찬이세요, 왕 대사님. 제가 뭘 하면 될지 말씀해 주세요.”한지훈이 말했다.“지난번 북양군과 공국 군대의 충돌은 공국 군대가 먼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 밝혀졌죠. 그로 인해 우리는 피해를 입었고 상대의 잘못이라면 배상을 물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한지훈은 왕린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 역시 그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용국은 국제적으로 온화한 이미지를 유지했기에 많은 국가들이 용국을 만만하게 보고 당연하게 물자 지원 같은 것을 요구한 적이 적지 않았다.그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내세워 용국에게 지원을 요청하거나 잘못을 하고도 발뺌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용국은 국가적 이미지를 위해 억울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국가들은 용국이 무능하고 만만한 상대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외교 대사인 왕린은 이 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진작부터 적국의 이런 행위를 혼내줄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마땅한 기회가 없었다.마침 얼마전에 공국 군대가 먼저 북양을 도발한 사건이 발생했고 총사령관인 한지훈의 행위는 단번에 용국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왕린은 이 일을 더 크게 확대할 생각이었다.“배상은 당연한 거죠. 하지만 이런 일은 왕 대사님께서 해결하면 되지 않나요? 제가 꼭 필요한가요?”한지훈이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한 사령관께서 뭘 몰라서 그래요. 전에 국제 회담에서 배상 문제를 논의했는데 배상 얘기만 나오면 공국 능구렁이들은 북양 군대가 공국의 영토에 큰 손실을 초래했으니 배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다른 국가의 반응도 너무 화나요. 용국에게 대국의 관용을 베풀어 배상을 면해주라더군요. 심지어 전쟁 이후에 그들이 빠른 재건을 할 수 있게 지원금도 주라는 말도 했어요. 약한 자에게 관용을 베푸는 거야 말로 대국의 풍채라면서요.”왕린은 말할수록 화가 나는지 한참을 씩씩거렸다.“왜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죠? 배상은 응당 그쪽에서 해야 하는 거잖아요!”한지
전화를 끊은 뒤, 한지훈은 잠깐 고민에 잠겼다.다음날.그는 바로 용경으로 날아가서 왕린과 만났다. 유명 외교관이라서 그런지 북양왕인 한지훈 앞에서도 카리스마가 남달랐다.“오늘 우리는 연합국 본부에 가게 될 겁니다. 그쪽에 배상금을 물어내라고 압박 들어가야죠. 이 일은 장렬히 희생한 우리 병사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며, 용국의 존엄이 달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용국을 호구로 볼 거예요.”왕린은 오늘 회담의 중요성을 간략하게 설명한 뒤, 자신의 팀원들, 그리고 한지훈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한지훈은 북양왕의 상징인 가면을 쓰고 왕린의 뒤를 따라 연합국 회의실로 들어갔다.앞에서 걷던 왕린은 복도에서 공국의 외교관인 로크를 만났다.로크는 일부러 복도에서 왕린을 기다렸는지 그를 보자마자 앞으로 다가오더니 도발적인 눈빛으로 왕린을 노려보며 말했다.“누가 우리를 연합국에까지 고발했는지 궁금했는데 또 당신이었군요. 용국은 참 염치가 없어요. 우리가 피해자인데 우리에게 배상을 요구하다니.”로크는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변방의 충돌 중에 비록 그쪽에서 여섯 명의 병사가 죽었지만 당신들의 북양군도 우리 병사들에게 상해를 가했죠.”“우리 쪽이 사상자가 그쪽보다 훨씬 많아요. 우리 쪽에서 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다니!”“두고 봅시다. 이번 회담에서 우린 당신들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릴 거예요. 희생한 우리 병사들을 위해 배상을 요구할 겁니다!”로크는 싸늘한 얼굴로 왕린에게 경고를 날렸다.왕린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맞받아쳤다.“당신들의 병사와 우리의 영웅들을 비교하는 건 우리를 모욕하는 행위죠.”로크는 그 말에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사람의 목숨에는 귀천이 없다고 했거늘, 지금 우리 병사들을 모욕하시는 겁니까? 이건 인권 유린이에요!”“내가 보기에 당신 나라의 병사들은 죽을 만해서 죽었어. 그쪽에서 먼저 도발한 싸움이고 난 당신의 나라에 상응한 대가를 물릴 거야!”왕린은 그
왕린은 지난번 대전의 경과를 하나씩 짚으며 서방 국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 했다.담판에 참여할 때부터 그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이미 공국이 용국을 침범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준비했고 증거 앞에서 아무도 공국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로크는 눈앞에 보여지는 증거를 보며 인상을 썼다.죽은 인원수가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하여 피해자 주장을 펼치려고 했는데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쪽이 되어버렸으니 연합국의 심사위원들도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그런데 놀라운 것은 담판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이 전부 공국의 편을 들어주었다는 점이었다.“그렇다고 하더라도 북양군이 공국의 국경을 침범하고 고위 장관을 살해한 점은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만약 피해를 당했을 때 바로 연합국 회담을 신청하였다면 우리가 용국의 손을 들어주었겠죠. 하지만 당신들은 이미 칼끝을 상대에게 겨누었기에 우린 용국의 입장에 손을 들어줄 수 없습니다.”“공국은 당신들의 병사를 인질로 잡고 있었지만 당신들은 상대의 수뇌부까지 군대를 이끌고 침범했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질렀습니다. 이 점만 따지면 용국이 공국보다 더 잔인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재판장이 최후 결론을 내렸다.“장 시간의 회의를 거쳐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다. 공국에 대한 용국의 배상 요청은 무효로 판결하고 공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용국은 공국에 6백억 달러를 한 달 안에 배상한다.”왕린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배상금을 받아내려고 온 자리에서 오히려 배상금을 물어주게 생겼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로크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옆에 있는 배심원들과 악수를 했다. 아마 그들은 용국의 기세를 꺾을 목적으로 이미 손을 잡은 것 같았다.“이의 있습니까?”재판관이 물었다.그가 다시 자리에 앉으려던 순간 싸늘한 목소리가 회담장에 울렸다.“이의 있습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 사내가 재판장으로 들어왔다.가면을 쓴 한지훈이 무거운 위압감을 풍기며 걸어왔다.그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북양왕?회의실 내부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았고 현장에 있던 모두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용국의 북양왕이 연합국 회담장에 나타나다니!용국의 최정예 군인이자 북양의 수호신, 용국 최강의 사령관이자 전장의 신으로 불리며 불패의 신화를 쓴 장군이 이 자리에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그를 형용할 수 있는 수식어는 무수히 많았다.한지훈을 본 순간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똑같이 남의 나라를 침범했고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어찌 우리한테 배상을 물리는 겁니까? 분명 상대가 먼저 도발한 건데요?”한지훈은 분노와 살기를 담아 재판관을 노려보며 질문했다.재판관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그렇다면 내가 이끄는 북양군이 어느날 그쪽에 폭탄을 투하하고 그쪽의 영토를 침범하고 당신의 병사들을 죽였다고 해도 우리 쪽 손실이 크다는 것을 입증하면 우리도 그쪽에 배상을 물릴 수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한지훈은 한 가지 가설을 제기했다.그리고 그 말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너무도 무시무시한 가설이었고 그 발언을 한 상대가 한지훈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몇 년 전, 800만 대군이 북양군에 의해 퇴각을 결정했을 때 그들은 현장에 없었지만 전해들은 이야기는 많았다.그들은 한지훈의 30만 북양군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고 그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공국이 한 일을 용국 사람들은 무고죄라고 합니다. 무고죄는 처벌을 받아요. 경우에 따라 수감되기도 하고 배상금을 물기도 하죠.”“하지만 당신들이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 난 30만 파용군을 이끌고 각국의 변방을 돌아다녀볼 생각입니다.”한지훈은 가볍게 책상을 내리쳤고 그 가벼운 움직임에 두터운 원목 책상에 금이 갔다.무시무시한 힘을 눈앞에서 본 재판장은 그대로 의자에서 미끌어지고 말았다.“북양왕, 진정하세요. 재판장의 판결은 이미 내려졌고 여기서 무력을 행사하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쟁 선포를 하는 것과 같아요!”로크는 한지훈이 재판
왕린은 기운이 빠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한지훈을 불렀는데도 결국 상황을 뒤집지는 못한 상황. 이들은 작정하고 공국을 도와 용국의 기세를 꺾을 생각이었다.왕린이 한창 억울해하고 있을 때, 한지훈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왜 웃어요? 천문학적인 돈을 배상하게 생겼는데 이게 웃겨요?”왕린은 웃고 있는 한지훈을 보자 분노가 치밀었다.“저들이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게 우스워서요. 말끝마다 법률이오, 규정이오 하면서 사실 그 규정을 컨트롤하는 사람들이 저들이잖아요. 이런 걸 국제 회담에서 해결하려면 저들이 쓴 방법을 그대로 돌려주는 수밖에 없어요.”“무슨 말씀이시죠?”왕린이 짜증스럽게 물었다.“내일이면 알게 되실 겁니다.”한지훈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다음 날 아침, 공국으로 돌아가려던 로크는 가는 길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큰일 났어요, 로크 대사님… 어젯밤에 북양군이 갑자기 변방을 습격했어요. 놈들은 변방에 있는 지휘부와 초소를 폭파하고 사령관과 병사들을 잡아갔어요.”그 소식을 들은 로크는 순간 현기증이 일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한지훈이 이런 식으로 보복할 줄이야!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연방국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한다는 연락이 왔다.로크가 멍한 얼굴로 회담장에 도착했을 때,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한지훈이 그를 맞아주었다.한지훈은 손에 든 보고서에 시선을 둔 채, 담담한 목소리로 낭독했다.“우리 측이 포획한 적군 포로 중, 사령관급 장관 두 명, 지휘관 여섯 명, 사단장, 병장, 병사들까지 합치면 총 3백여 명이 되겠군요.”“어젯밤, 우리 군영의 군견 한 마리가 실종되었습니다. 우린 수색을 위해 공국의 영지로 들어갔고 상대는 동의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우릴 습격했어요. 우린 어쩔 수 없이 반격을 했고 결국 적군이 패배하여 포로가 되었죠.”한지훈은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모든 게 만들어낸 핑계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개 한 마리를 위해 상대국의 영토에 수색하러 들어갔다가 상대국 병사들을 포로로 잡았다니! 명백한 도
로크는 옆에서 히스테리를 부리며 욕했다."400억이요?! 이건 강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재판장님, 절대 그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즉시 그에게 모든 포로를 반환하게 하고 우리나라의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청해야 합니다!"재판장은 로크와 한지훈을 번갈아서 한 번씩 쳐다보더니, 다른 배심원들과 토론하기 위해 돌아섰다.30분도 채 안 되어 그들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의 규칙에 따르면, 당신들은 확실히 포로들을 되찾기 위해 돈을 써야 할 겁니다…당신들이 만약 400억을 쓸 수 없다면, 이 포로들은 용국 북양군의 처분에 맡겨질 겁니다."결국, 한지훈의 압박으로 재판장은 한지훈의 합의를 따르기로 결정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죠? 당신이 무슨 재판장입니까, 어디에 국법이 있고 법률이 있단 말이죠?! 어떻게 우리 공국이 400억을 배상하게 할 수 있단 말입니까?!"로크가 재판장에게 소리쳤다.공국은 원래 찢어지게 가난해서 여기저기서 공짜로 얻어먹으며 연명을 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에게 GDP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400억을 내라고 하다니.로크는 임무를 맡았으니 반드시 용국에서 뭐라도 얻어내야 했고, 되려 이렇게 많은 보상을 해야 한다면 그는 공국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욕을 먹을지 짐작이 가능했다."로크 씨, 이곳은 국제 회의장이니 언행에 주의하십시오. 만약 당신이 악의적으로 재판장의 위엄을 도발한다면 제가 바로 당신들을 쫓아낼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재판장은 한지훈에게 겁을 먹은 후 분노를 표출할 곳이 없었고, 마침 로크가 큰소리를 내자 재판장 또한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분명 말이 다 끝난 일이 아닙니까? 이렇게 약속을 안 지킨다고요?"로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이곳에 오기 전에 로크는 동영의 재판장에게 찾아가 회의을 이기도록 도와준다면 보상금의 절반을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동영이 공국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동영의 재판장이 배신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한지훈은 자신의 힘으로 국제회의를 바꿨고, 용국의 북양왕 다운 면모를 보인 순간이었다. "저도 그저 용국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게다가 이건 죽은 여섯 형제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죠."한지훈은 한기가 가득 담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실력, 권력, 책임, 패기를 모두 가지셨는데, 북양왕께서는 이 모든 요소를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왕린이 물었다."뭐가 되죠? 한 시대를 풍미한 인재가 됩니까?"한지훈이 대답했다."아뇨, 아닙니다. 제 사위가 되는 거죠."왕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왕 대사님, 농담하시는 거겠죠. 저는 이미 결혼을 했습니다, 그러니 화제를 바꾸시죠."한지훈은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하하하, 방금 전만 해도 무적의 북양왕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런 모습입니까? 걱정 마세요, 농담입니다."왕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사실 그는 정말로 한지훈이 그의 사위가 되기를 원했다."저는 빨리 부하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는 게 좋겠습니다."한지훈은 즉시 태블릿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멀리 북양에 있던 용일은 한지훈의 영상전화를 받고 모든 북양 병사들이 볼 수 있는 거대한 스크린에 공유했다. "사령관님!"용일은 화면에서 한지훈을 보았고, 다른 북양 병사들도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병사 여러분, 국제 회의가 방금 끝났으니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우리는 승리했고, 공국 군대는 우리에게 400억을 배상할 겁니다!""이는 우리 용국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우리 북양군의 공로이기도 합니다. 모두들 훌륭합니다!"한지훈의 목소리가 북양 영토에 울려 퍼졌고, 오랫동안 메아리쳤다. "와아~!!!"북양 병사들은 하나같이 기쁨의 함성을 질렀고, 그들의 마음은 비할 데 없는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그 뒤로도 한지훈은 북양 병사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왕린은 그의 옆에 앉아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북양 병사들이 한지훈을 광신적으로 숭배하는 것을
그 말을 듣자, 대장로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사실, 모든 정보 중에서도 무신종과 국왕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조정 역시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무적천 또한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보였다!“그 뜻은...?”그러자 황약사는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걸으며 대꾸했다. “자네는 진왕의 반란이 왜 실패했는지 알고 있는가?”“그건... 소인도 잘 모르겠습니다!”대장로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곤륜에 한 노인이 있었지. 그자는 손을 한 번 드는 것만으로도 무적천을 얌전히 물러서게 만들었는데, 장도령은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도 자네는 장도령이 정말 무적천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가?”“겉모습만 봐선 안 되는 법일세. 무적천조차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건, 그 역시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지! 그가 두려워하는 자가 누구일 거라 생각하는가?”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한지훈에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말씀이군요?”황약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노인이 한지훈의 비장의 카드가 아닐 수도 있고, 한용이 한지훈의 의지처라고 보기도 어렵네. 다만, 한지훈과 조정 모두 이렇게 고요하다는 건 분명 비범한 기운이 숨어 있다는 뜻이지!”“그러니 약왕파를 위해선 더더욱 참고 견뎌야 하네. 상황이 명확해지기 전까진 절대로 함부로 수를 두어 선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위험천만한 처지에 빠질 걸세!”대장로는 황약사의 입에서 '위험천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처음이었다.그렇다면 지금의 국면은 겉보기엔 일방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 숨은 파도가 요동치고 있다는 뜻이었다.황약사조차도 위험을 느끼고 있을 정도라니!“곡주님, 정말로 한지훈이 그토록 대단한 인물입니까?”대장로는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러자 황약사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한 영상을 보여주었다.그 영상은 서로 다른 두 장면을 이어 붙인 것이었고, 첫 번째 장면은 한지훈이 동방 오
순식간에 인터넷은 물론, 각 대형 매체에서도 일제히 한지훈의 구설수에 관한 기사를 올렸다. 그렇게 용국 전체는 떠들썩해졌다. 평범한 백성이라면 장도령이라는 사람의 신분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지만, 한지훈은 그들 마음속의 언제나 영웅이 이었다. “정확히 7일 후, 장도령은 장 씨 집안을 대표하여 직접 강중으로 향하여 한지훈을 만날 예정이래!”얼마 지나지 않아 sns에는, 장 씨 집안 신도라는 닉네임의 한 사람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말은 매우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정보량은 엄청 많았다. 마찬가지로 그 글을 읽게 된 약왕파의 몇몇 장로들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한지훈, 너 이번에는 정말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구나! 장도령이 직접 산에서 내려와 너를 괴롭히려 하겠는데, 과연 네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대장로님, 저희... 드디어 고생길을 끝마치게 됐네요!”“그러게나 말이에요. 장월동을 죽인 이상 한지훈은... 틀림없이 죽음을 당하게 될 겁니다!”“맞아요. 무종과 무맹도 이번에는 절대 그를 도와주지 않을 겁니다. 그럼 이 기회에 차라리 곡주한테 도움을 청하여 저희가...”몇몇 장로들은 점점 더 욕심이 생겼다. 깊이 생각에 잠긴 대장로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빠른 걸음으로 뒤뜰로 향했다. 한편 그 시각, 황약사 또한 모든 상황의 태세 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 인터넷과 수많은 언론에서는 모두 한지훈에 대한 구설수를 언급하고 있었지만, 단 두 명만큼은 여전히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바로 국왕이다. 용국 당국은 여전히 이번 일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비록 이것은 민간의 싸움이긴 하지만, 한지훈의 지위는 특별하고 또한 이는 천자각의 이익과 손실과도 연관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국왕은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한지훈의 편에 서 있을 거라는 명확한 태도를 보였다. 다른 한 명은 바로 무신종의 무적천이었다. 사실 무신종과 천산 사이는 밀접한 관
장도령. 그는 바로 천산 장 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세속의 일에 개입할 수 있는 대변인이었다. 악명이 자자한 그는, 이미 수십 년 전에도 두 손에 피를 가득 묻힌 적이 있었다. 과거 무종의 한 문주는 단지 말속에 장 씨 집안을 향한 약간의 경멸심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장도령이 직접 찾아가 무종을 멸문시켰었다. 당시 현장은 그야말로 피바다였고, 시체가 수도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후로 장도령의 이름은 유명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복을 걸친 채 손에는 칠성 상문검을 든 한 중년 남자가 음침한 표정과 함께 저벅저벅 로비로 들어섰다. 그는 땅 위에 놓인 단대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장월동의 시체를 보고는, 눈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조부님! 저 장도령 인사드립니다!”이내 장도령은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흰 눈썹 노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너 잘 봐봐. 우리 장 씨 집안의 자손이 다른 사람에게 잔인하게 살해되고, 게다가 우리 장 씨 집안의 삼절진마저 잃어버리게 됐어.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가 언제 한번 조룡의 유물을 다른 사람에게 이런 방식으로 빼앗긴 적 있기나 할까?”흰 눈썹 노인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비치더니, 이내 그 한기는 순식간에 생기로 전환되었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유 씨 어르신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역시 장 씨 집안 가주는 보통이 아니었다. 그의 실력은 천왕계보다는 더 위인, 천신계에 있을 거라 확신했다. “조부님, 이놈은 마땅히 처단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저희 장 씨 집안의 위세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장도령이 조용히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장 씨 집안의 위용을 모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설사 상대가 국왕이라 할지라도, 5대 명산이라 할지라도 장 씨 집안의 체면을 멋대로 구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천산이든 화산이든 그 어떤 5대 명산 사람도, 장 씨 집안의 자손을 죽이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비록 용국 무종은 5대 명산 출신이긴 하지만, 정작 5대 명산의 진정한
산에서 참배를 하는 건 곧 조룡을 참배하는 것이었다. “유원룡? 뭐 하러 온 거야?”노인은 유 씨 어르신을 흘겨보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 이내 유 씨 어르신은 급히 고개를 들고는 말했다. “장... 장 씨 도련님께서 강릉에서 참사하셨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저희가 장 씨 집안을 위해 장례를 치르러 온 겁니다.” 장례? 그 말을 들은 노인은 순간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유원룡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 “뭐? 강릉에서 누가 죽었다고?”깜짝 놀란 유 씨 어르신은 부들부들 떨면서 급히 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장... 장 씨 어르신, 장월동 말입니다!”“뭐?”노인은 장월동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는 순간 얼굴색이 변했다. 필경 장월동은 장 씨 집안의 미래 상속자였기 때문이다. “어디 있어!”이내 노인은 재빠른 걸음으로 승용차로 달려갔다. “여기 있습니다!”유 씨 어르신은 노인을 데리고 단대 옆으로 데리고 향했다. 두 어깨가 부서진 채 이마에는 핏구멍이 뚫려있는 장월동의 처참한 모습에, 노인은 두 눈을 감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따라와!”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두 눈을 뜬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노인은 유원룡과 함께 장월동의 시체를 들고, 저벅저벅 장 씨 집안 대저택으로 들어섰다. 복도를 지나 골목을 지나 무려 30분을 걷고 나서야 산기슭의 한 웅장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기다려!”노인은 먼저 계단을 걸어 올라가 로비로 들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모습을 드러낸 노인은 입구에 서있는 유원룡에게 소리쳤다. “시체 들고 들어와!”유원룡은 급히 자신의 뒤에 선 무극문 제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빠른 걸음으로 노인을 따라 로비로 들어섰다. 한편 로비 정중앙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노인의 흰 눈썹은 어깨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내 천천히 눈을 뜬 노인은 장월동의 시체를 확인하자마자, 두 눈에는 한기가 돌았다. “월동아!”노인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어르신, 제... 제
천생서문 전체 문장 중 총 6곳에서 이 네 글자가 나타났고, 한지훈은 줄곧 이 단어가 후손들을 격려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삼절진의 묘사와 결부하여 다시 읊어보게 된 한지훈은 이 단어 속에, 반드시 숨겨진 뜻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이른바 인성승천이란, 인체 속에 포괄된 만상이 우주와 통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 말은 즉, 인력은 사실 우주와도 연관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체의 잠재력만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면, 충분히 천지를 뒤흔들 수도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른바 자연계를 이루게 된다. 생각에 잠긴 한지훈은 두 손을 뒤로 젖힌 채 서재를 서성거렸다. 바로 그때, 도청 전인이 주전자 하나를 들고는 나타나 한지훈의 옆 책상에 올려놓았다. “주상, 차 한 잔 하시죠!”“그래!”“와이프는 잠들었고?”한지훈이 담담하게 물었다.“요 며칠 간병인이 항상 사모님을 저녁 8시 전에 잠들게끔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마 이쯤이면...”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벽시계를 흘깃 보았다. “이미 잠들었겠네요.”그제야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자신이 써 내린 그 종이를 도청 전인에게 건네주었다. “도청, 이것 한번 좀 봐봐. 자네는 몇십 년 전에 출가하여 도를 배웠으니 이런 것에 대한 이해는 나보다 강할 거라 생각해.” 두 손으로 공손히 종이를 받은 도청 전인은 내용을 자세히 읽고는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주상, 자세한 내용은 너... 너무 복잡해서 잘 모르겠지만, 이 안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두 글자가 있습니다!”“그 두 글자가 뭔데?”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도청 전인을 바라보았다. “보세요, 여러 곳에서 자기장을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제가 보기에는 이 '인'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장이야 어디든 다 있죠. 자연계든 인체든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혈액은 정상적으로 흐를 수도 없고, 숨도 쉴 수 없게 됩니다!”“그럼 과연 인체 안의 자기장을 끌어들일 것인가, 아니면 인체 밖의 자기장을 끌어들일
궁인은 황급히 재빠른 걸음으로 천자각을 뛰쳐나왔고, 국왕은 다시 고개를 돌려 양성우를 흘깃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이만 물러가!”“네!”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양성우는 더 이상 이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물러났다. 약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진우는 재빨리 천자각에 들어섰다. “폐하!”진우는 도착하자마자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이것 봐 봐! 한지훈 이놈, 이번에 제대로 큰일을 저질렀더구나!”국왕은 비보를 진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진우는 비보를 확인하자마자 두 손을 덜덜 떨며 비보를 땅에 떨어뜨렸다. “어... 어떡하면 좋죠! 장 씨 집안은 동방 가문과는 차원이 다른데요!”진우도 몹시 당황해 보였다. 자고로 용국 사람들은 누구 하나 천산 장 씨 집안의 특권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설사 한지훈이 북양 왕이라는 신분이 있다 하더라도, 장 씨 집안사람을 죽이게 된 이상 장 씨 집안이 찾아와 복수라도 하게 된다면 용국은 절대 간섭해서는 안 됐다. 수천 년 동안 탄탄한 바탕으로 계승해 온 장 씨 집안을, 한지훈 한 사람이 어찌 당해낼 수가 있겠는가? “폐하, 이번 일은 어떻게 하실...”진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조심스레 물었다. 지금으로서는 국왕뿐만 아니라 진우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번 일에 대해 우리가 정면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거야. 하지만 여전히 미리 준비는 좀 해야 해. 일단 한지훈한테 전해, 요즘 조심하라고. 그리고...” 국왕은 왔다 갔다 서성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가능하면 사람을 보내서 한지훈을 지키고 있어!”그 말에 진우는 참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을 보내 한지훈을 지키라고? 무신종이든 천산 장 씨 집안이든 한지훈을 죽이고 복수하려 마음먹고 사람을 보낸다면,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을 파견할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흑병대에서는 웬만한 강자들은 다 막아낼 수 있는 고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예!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그러나 어찌 됐든 국왕의 명령이었기에 진우는 무조
한지훈은 눈앞의 노인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내가 대체 무슨 사고를 저질렀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장월동 이놈이 날 사칭하고 그동안 돌아다니면서 악행을 저질렀기에 내가 혼내준 것뿐이야!”“비록 난 거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라를 지키는 북양 왕으로서 감히 우리 용국을 모독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응당 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 장월동 한 사람만 죽인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말을 마치자마자 한지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점점 멀어져 가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노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장월동조차도 한지훈의 적수가 될 수 없는 상황에, 자신이 괜히 나섰다가는 죽음을 자초하는 일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유 씨 어르신, 이젠 어떡하죠? 만약 천산 장 씨 집안이 장 씨 도련님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알게 되면 반드시 추궁할 텐데요!”이내 유 씨 어르신 뒤에 서 있던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우리 무극문은 결코 한지훈을 대신해서 이 책임을 짊어질 수는 없지. 당장 가서 차 한 대 준비하고, 장월동의 시체를 그대로 천산에 돌려보내. 반드시 장 씨 집안에...”말을 이어가던 노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손을 흔들었다. “됐어, 내가 직접 갈 거야!”이번 일은 꽤나 중요한 일이었기에 유 씨 어르신 감히 부하들에게 맡길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 마디라도 잘못 말했다가는 무극문이 멸망의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뒤쪽 차에서 내린 젊은 남자 몇 명은 들것을 들고 와서, 장월동의 시체를 올려놓고는 차에 올라탔다. 곧이어 검은색 승용차들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마치 방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같은 날, 강릉은 발칵 뒤집히게 됐다. 십여 명의 대 가문의 가주들, 그리고 상속자들이 모두 죽게 되었다. 심지어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죽음을 당하게 됐다. 최고 부자의 아들인 낙소종마저 호텔에서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강릉 상류
그리하여 장월동은 결국 삼절진의 비법을 흔쾌히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삼절진이야말로 한지훈을 망설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한지훈은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어디 있는데?”그러자 장월동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속옷 안에 있어! 내가 속옷 위에 꿰매어 놨거든.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어!”장월동은 직접 건네고 싶었지만, 두 어깨가 이미 부서진 상황이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뻗어 장월동의 옷을 찢고 그의 속옷까지 찢었다. 그의 말대로 속옷 안에는 흰 비단 한 장이 꿰매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오래된 문자로 삼절진에 대한 설명이 빽빽이 쓰여 있었다. 한지훈은 잠시 훑어보고는 그 내용들을 곧바로 마음속에 아로새겼다. “한지훈! 이제 날 풀어줄 수 있지?”장월동은 고개를 들어 긴장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한지훈의 표정은 조금도 미동이 없었다. “그래도 너를 이렇게 풀어줄 수는 없을 것 같아. 미안하지만 넌 그냥 죽어줘야겠어!”한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뭐라고?”그 말을 들은 장월동은 벌컥 화를 냈다. 원하는 걸 내주면 날 풀어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건데? “한지훈, 너 이렇게 뻔뻔하게 말을 바꿀 수가 있어!”장월동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뭐라고? 난 너랑 뭔 약속 같은 건 안 한 것 같은데?”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장월동을 바라보았다. 젠장! 잔뜩 격분한 장월동은 하마터면 이를 깨뜨릴 뻔했다. 방금 마음이 너무나도 급했던 그는 한지훈이 약속을 하기도 전에 삼절진을 넘긴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하더라도 이미 늦었다. “한...”장월동이 입을 떼기도 전에, 오릉군 가시가 차가운 빛을 반짝이며 장월동을 향해 찔렀다. “푸!”그렇게 오릉군 가시는 아예 그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장월동의 미간을 뚫어 아예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푸!”이내 장월동의 몸은 힘없이 쓰러졌고,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사실 장월동 그조차도, 천산 장 씨 집안을 떠난 후 현재의 절진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큰 위력을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과거 그가 천산에 있을 당시, 역시나 천절진을 사용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위력은 매우 약했었다. 그러나 눈부신 전광과 굉음과 함께 한지훈을 덮치기 시작하는 토네이도의 모습에, 장월동은 이미 한지훈의 죽음을 확신했다. “쏴!”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하늘의 별들이 빛을 번쩍이더니 한지훈이 오릉군 가시를 던지자 한줄기 유광이 토네이도의 중심으로 날려갔다. “찢어!”이내 한지훈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한 줄기 유광이 오릉군 가시로 몰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오릉군 가시는 순식간에 토네이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쾅! 얼마 지나지 않아,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토네이도 속에서는 잇달아 비명이 들려왔다. 순식간에 토네이도는 육안으로 보아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약화되었다. 장월동은 눈앞의 이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고, 그가 멍하고 있는 틈을 타 오릉군 가시는 날카롭게 곧장 그를 향해 날려갔다. 쿵! 이번만큼은 장월동의 몸 앞을 가로막고 있던 푸른 광막은 쉽게 뚫리게 됐고, 오릉군 가시는 바로 그의 왼쪽 어깨를 뚫었다. “푸!”이내 한 줄기 핏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장월동의 몸은 다시 한번 거꾸로 날아갔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장월동은 땅에 힘없이 떨어지게 됐고,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그는 거의 질식할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곱게 자라온 그는 한 번도 이렇게 큰 부상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왼쪽 어깨 전체가 거의 부서진 상황이었다. 장월동이 땅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손으로 그의 또 다른 어깨를 꽉 잡았다. “철컥!” 무서운 소리와 함께, 장월동의 또 다른 한쪽 어깨도 깨져버렸다. “아악!”너무 아픈 나머지 장월동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쇼크 할 뻔하여, 몸을 끊임없이 벌벌 떨기도 했다. “한... 한지훈, 살려줘! 나... 나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