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태복은 한지훈이 움직이자 동시에 검을 빼들고 한지훈의 목을 겨누었다.그 역시 이번에는 전력을 다했다.이번에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중상을 입을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이었다.오릉군 가시는 싸늘한 빛을 뿜으며 진태복을 향해 날아갔다.장검은 허공에서 다시 그것과 부딪혔다.아찔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을 경악하게 할 장면이 펼쳐졌다.오릉군 가시는 그대로 진태복의 장검을 부러뜨리고 그대로 검을 쥔 진태복의 오른팔을 찔렀다.피가 사방으로 튕기면서 진태복이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악! 내 팔!”그는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연신 뒤로 물러서서 음침한 눈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너무도 강한 상대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반보무성은 종사지경에 도달한 무종의 무사들이 꿈에도 그리던 경지였다.약왕팡 내부에는 종사를 돌파한 무인도 많지 않았다.하물며 반보무성이라니!게다가 전쟁부 시스템으로 6성 용수는 이미 무도 종사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다만 무종은 실력이 비등한 일반인보다 강한 경우가 많았기에 무종의 무사들이 종사 정도면 6성과도 싸울 실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하지만 일단 6성이 넘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무종의 무신종 종주 같은 강자만이 천왕의 자질을 논할 수 있었다.진태복은 경악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건방진 꼬맹이! 조금 전에는 실수였어. 하지만 오늘 살아서 이 방을 나갈 생각은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담 종사, 같이 상대하지! 힘을 합치지 않고서는 우리 둘 다 저 건방진 꼬맹이 손에 죽을지도 몰라!”담무영은 다친 진태복을 힐끗 보고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테이블을 뒤집었다.테이블은 허공에서 반 바퀴 돌아 바닥으로 추락했다.담무영은 테이블 밑에 숨겨둔 자신의 암철검을 꺼냈다.온통 검은색을 띤 검에서는 소름 돋는 한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담무영은 검을 들고 한지훈을 향해 휘둘렀다.검은 테이블을 가른 뒤에 엄청난 검기를 뿜으며 한
왜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지?조급해진 황학용이 소리쳤다.“어르신들! 동시에 공격해요! 두 분 강하잖아요! 종사절정에 도달했다면서요? 두 분이 동시에 공격하면 아무리 6성이라고 해도 쓰러뜨릴 수 있어요. 한지훈이 비록 반보천왕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제 입으로 말했지만 분명 허풍일 거예요. 그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돌파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안정적이지 않을 거예요. 두 분이 힘만 합치면 가능하다고요! 모든 건 제가 책임질게요!”두 종사는 그 말을 듣고 시선을 교환하고는 소리쳤다.“그렇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담무영은 한지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진태복도 주먹으로 한지훈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두 종사의 협동 공격에 만약 평범한 5성 강자였다면 분명 상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아무리 6성이라고 해도 둘을 막아내기에는 힘이 부쳤을 법도 한데 한지훈은 이미 반보천왕을 돌파했기에 여유롭게 상대했다.쾅!순식간에 한지훈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그는 그대로 주먹을 뻗어 진태복의 주먹을 받았다.두 주먹이 부딪히며 묵직한 소리가 났다.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진태복이 허공으로 튕겨났다.진태복의 얼굴이 순식간에 무섭게 일그러졌다.그의 주먹은 한지훈에게 맞고 뼈가 부서져 피가 뿜어져 나왔다.“악! 건방진 꼬맹이!”진태복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다가 그대로 튕겨져 나가 벽에 부딪히며 쓰러졌다.순간 벽이 힘없이 무너졌다.바닥에 쓰러진 진태복은 피를 토했다.담무영은 그 모습을 보고 일그러진 얼굴로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망할 놈! 죽여버릴 거야!”말을 마친 그는 암철검을 그대로 한지훈의 목덜미를 노리고 찔렀다.한지훈은 피하지도 않고 가볍게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담무영의 검을 막아냈다.룸 안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았다.담무영은 눈을 부릅뜨고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꼬맹이, 죽고 싶어?”말을 마친 그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담 종사, 이 검이 비록 천급 병기이긴 하지
옆에 있던 황학용은 겁에 질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는 무릎 걸음으로 한지훈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종아리를 붙잡고 애원했다.“한 사령관, 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난 죽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목숨만 살려주면 무슨 일이든 할게요….”한지훈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황학용을 바라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황 소종주, 지금 살려달라고 비는 건 좀 늦었지 않나?”황학용은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에 피가 날 정도로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소리쳤다.“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목숨만 살려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한지훈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살려줄 수도 있지. 돌아가면 약왕파에 말 좀 전해줘.”“무… 무슨 말이요?”황학용은 움찔하며 긴장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살의가 가득한 그의 눈빛을 마주하자 다시 급기야 시선을 내렸다.“약왕파가 용국에서 계속 생존하려면 강중에 손 뻗지 말고 내 아내와 딸은 더더욱 건드리지 말라고 전해. 영시종 일은 자업자득이야! 약왕파에서 그래도 억울하고 영시종을 위해 복수하고 싶다고 하면 두고 보자고! 충고 하나 하자면 이게 내가 당신들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야! 다시 나 건드리면 용국에서 약왕파를 소멸시킬 수도 있어!”말을 마친 한지훈은 날카로운 살기를 방출했다.그는 손을 뻗어 암철검을 벽에 내동댕이쳤다. 그러자 검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곧이어 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룸을 나갔다.그가 나간 뒤에야 황학용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땀범벅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도련님, 괜찮으세요?”옆에 있던 오허청이 달려와서 다급히 그를 부축했다.한참이 지난 뒤, 정신을 차린 황학용은 짜증스럽게 오허청을 밀치고는 물건을 집어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다.“젠장! 망할 한지훈 자식!”오허청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황학용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도련님, 이렇게 된 이상 저도 방법이 없어요. 북양왕의 전하고자 하는 뜻은 명확해요. 무도 절정의 종사가 두
왕린은 한지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과찬이세요, 왕 대사님. 제가 뭘 하면 될지 말씀해 주세요.”한지훈이 말했다.“지난번 북양군과 공국 군대의 충돌은 공국 군대가 먼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 밝혀졌죠. 그로 인해 우리는 피해를 입었고 상대의 잘못이라면 배상을 물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한지훈은 왕린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 역시 그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용국은 국제적으로 온화한 이미지를 유지했기에 많은 국가들이 용국을 만만하게 보고 당연하게 물자 지원 같은 것을 요구한 적이 적지 않았다.그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내세워 용국에게 지원을 요청하거나 잘못을 하고도 발뺌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용국은 국가적 이미지를 위해 억울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국가들은 용국이 무능하고 만만한 상대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외교 대사인 왕린은 이 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진작부터 적국의 이런 행위를 혼내줄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마땅한 기회가 없었다.마침 얼마전에 공국 군대가 먼저 북양을 도발한 사건이 발생했고 총사령관인 한지훈의 행위는 단번에 용국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왕린은 이 일을 더 크게 확대할 생각이었다.“배상은 당연한 거죠. 하지만 이런 일은 왕 대사님께서 해결하면 되지 않나요? 제가 꼭 필요한가요?”한지훈이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한 사령관께서 뭘 몰라서 그래요. 전에 국제 회담에서 배상 문제를 논의했는데 배상 얘기만 나오면 공국 능구렁이들은 북양 군대가 공국의 영토에 큰 손실을 초래했으니 배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다른 국가의 반응도 너무 화나요. 용국에게 대국의 관용을 베풀어 배상을 면해주라더군요. 심지어 전쟁 이후에 그들이 빠른 재건을 할 수 있게 지원금도 주라는 말도 했어요. 약한 자에게 관용을 베푸는 거야 말로 대국의 풍채라면서요.”왕린은 말할수록 화가 나는지 한참을 씩씩거렸다.“왜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죠? 배상은 응당 그쪽에서 해야 하는 거잖아요!”한지
전화를 끊은 뒤, 한지훈은 잠깐 고민에 잠겼다.다음날.그는 바로 용경으로 날아가서 왕린과 만났다. 유명 외교관이라서 그런지 북양왕인 한지훈 앞에서도 카리스마가 남달랐다.“오늘 우리는 연합국 본부에 가게 될 겁니다. 그쪽에 배상금을 물어내라고 압박 들어가야죠. 이 일은 장렬히 희생한 우리 병사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며, 용국의 존엄이 달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용국을 호구로 볼 거예요.”왕린은 오늘 회담의 중요성을 간략하게 설명한 뒤, 자신의 팀원들, 그리고 한지훈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한지훈은 북양왕의 상징인 가면을 쓰고 왕린의 뒤를 따라 연합국 회의실로 들어갔다.앞에서 걷던 왕린은 복도에서 공국의 외교관인 로크를 만났다.로크는 일부러 복도에서 왕린을 기다렸는지 그를 보자마자 앞으로 다가오더니 도발적인 눈빛으로 왕린을 노려보며 말했다.“누가 우리를 연합국에까지 고발했는지 궁금했는데 또 당신이었군요. 용국은 참 염치가 없어요. 우리가 피해자인데 우리에게 배상을 요구하다니.”로크는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변방의 충돌 중에 비록 그쪽에서 여섯 명의 병사가 죽었지만 당신들의 북양군도 우리 병사들에게 상해를 가했죠.”“우리 쪽이 사상자가 그쪽보다 훨씬 많아요. 우리 쪽에서 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다니!”“두고 봅시다. 이번 회담에서 우린 당신들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릴 거예요. 희생한 우리 병사들을 위해 배상을 요구할 겁니다!”로크는 싸늘한 얼굴로 왕린에게 경고를 날렸다.왕린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맞받아쳤다.“당신들의 병사와 우리의 영웅들을 비교하는 건 우리를 모욕하는 행위죠.”로크는 그 말에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사람의 목숨에는 귀천이 없다고 했거늘, 지금 우리 병사들을 모욕하시는 겁니까? 이건 인권 유린이에요!”“내가 보기에 당신 나라의 병사들은 죽을 만해서 죽었어. 그쪽에서 먼저 도발한 싸움이고 난 당신의 나라에 상응한 대가를 물릴 거야!”왕린은 그
왕린은 지난번 대전의 경과를 하나씩 짚으며 서방 국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 했다.담판에 참여할 때부터 그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이미 공국이 용국을 침범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준비했고 증거 앞에서 아무도 공국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로크는 눈앞에 보여지는 증거를 보며 인상을 썼다.죽은 인원수가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하여 피해자 주장을 펼치려고 했는데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쪽이 되어버렸으니 연합국의 심사위원들도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그런데 놀라운 것은 담판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이 전부 공국의 편을 들어주었다는 점이었다.“그렇다고 하더라도 북양군이 공국의 국경을 침범하고 고위 장관을 살해한 점은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만약 피해를 당했을 때 바로 연합국 회담을 신청하였다면 우리가 용국의 손을 들어주었겠죠. 하지만 당신들은 이미 칼끝을 상대에게 겨누었기에 우린 용국의 입장에 손을 들어줄 수 없습니다.”“공국은 당신들의 병사를 인질로 잡고 있었지만 당신들은 상대의 수뇌부까지 군대를 이끌고 침범했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질렀습니다. 이 점만 따지면 용국이 공국보다 더 잔인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재판장이 최후 결론을 내렸다.“장 시간의 회의를 거쳐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다. 공국에 대한 용국의 배상 요청은 무효로 판결하고 공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용국은 공국에 6백억 달러를 한 달 안에 배상한다.”왕린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배상금을 받아내려고 온 자리에서 오히려 배상금을 물어주게 생겼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로크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옆에 있는 배심원들과 악수를 했다. 아마 그들은 용국의 기세를 꺾을 목적으로 이미 손을 잡은 것 같았다.“이의 있습니까?”재판관이 물었다.그가 다시 자리에 앉으려던 순간 싸늘한 목소리가 회담장에 울렸다.“이의 있습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 사내가 재판장으로 들어왔다.가면을 쓴 한지훈이 무거운 위압감을 풍기며 걸어왔다.그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북양왕?회의실 내부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았고 현장에 있던 모두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용국의 북양왕이 연합국 회담장에 나타나다니!용국의 최정예 군인이자 북양의 수호신, 용국 최강의 사령관이자 전장의 신으로 불리며 불패의 신화를 쓴 장군이 이 자리에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그를 형용할 수 있는 수식어는 무수히 많았다.한지훈을 본 순간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똑같이 남의 나라를 침범했고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어찌 우리한테 배상을 물리는 겁니까? 분명 상대가 먼저 도발한 건데요?”한지훈은 분노와 살기를 담아 재판관을 노려보며 질문했다.재판관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그렇다면 내가 이끄는 북양군이 어느날 그쪽에 폭탄을 투하하고 그쪽의 영토를 침범하고 당신의 병사들을 죽였다고 해도 우리 쪽 손실이 크다는 것을 입증하면 우리도 그쪽에 배상을 물릴 수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한지훈은 한 가지 가설을 제기했다.그리고 그 말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너무도 무시무시한 가설이었고 그 발언을 한 상대가 한지훈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몇 년 전, 800만 대군이 북양군에 의해 퇴각을 결정했을 때 그들은 현장에 없었지만 전해들은 이야기는 많았다.그들은 한지훈의 30만 북양군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고 그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공국이 한 일을 용국 사람들은 무고죄라고 합니다. 무고죄는 처벌을 받아요. 경우에 따라 수감되기도 하고 배상금을 물기도 하죠.”“하지만 당신들이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 난 30만 파용군을 이끌고 각국의 변방을 돌아다녀볼 생각입니다.”한지훈은 가볍게 책상을 내리쳤고 그 가벼운 움직임에 두터운 원목 책상에 금이 갔다.무시무시한 힘을 눈앞에서 본 재판장은 그대로 의자에서 미끌어지고 말았다.“북양왕, 진정하세요. 재판장의 판결은 이미 내려졌고 여기서 무력을 행사하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쟁 선포를 하는 것과 같아요!”로크는 한지훈이 재판
왕린은 기운이 빠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한지훈을 불렀는데도 결국 상황을 뒤집지는 못한 상황. 이들은 작정하고 공국을 도와 용국의 기세를 꺾을 생각이었다.왕린이 한창 억울해하고 있을 때, 한지훈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왜 웃어요? 천문학적인 돈을 배상하게 생겼는데 이게 웃겨요?”왕린은 웃고 있는 한지훈을 보자 분노가 치밀었다.“저들이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게 우스워서요. 말끝마다 법률이오, 규정이오 하면서 사실 그 규정을 컨트롤하는 사람들이 저들이잖아요. 이런 걸 국제 회담에서 해결하려면 저들이 쓴 방법을 그대로 돌려주는 수밖에 없어요.”“무슨 말씀이시죠?”왕린이 짜증스럽게 물었다.“내일이면 알게 되실 겁니다.”한지훈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다음 날 아침, 공국으로 돌아가려던 로크는 가는 길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큰일 났어요, 로크 대사님… 어젯밤에 북양군이 갑자기 변방을 습격했어요. 놈들은 변방에 있는 지휘부와 초소를 폭파하고 사령관과 병사들을 잡아갔어요.”그 소식을 들은 로크는 순간 현기증이 일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한지훈이 이런 식으로 보복할 줄이야!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연방국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한다는 연락이 왔다.로크가 멍한 얼굴로 회담장에 도착했을 때,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한지훈이 그를 맞아주었다.한지훈은 손에 든 보고서에 시선을 둔 채, 담담한 목소리로 낭독했다.“우리 측이 포획한 적군 포로 중, 사령관급 장관 두 명, 지휘관 여섯 명, 사단장, 병장, 병사들까지 합치면 총 3백여 명이 되겠군요.”“어젯밤, 우리 군영의 군견 한 마리가 실종되었습니다. 우린 수색을 위해 공국의 영지로 들어갔고 상대는 동의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우릴 습격했어요. 우린 어쩔 수 없이 반격을 했고 결국 적군이 패배하여 포로가 되었죠.”한지훈은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모든 게 만들어낸 핑계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개 한 마리를 위해 상대국의 영토에 수색하러 들어갔다가 상대국 병사들을 포로로 잡았다니! 명백한 도
한지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손에 쥐어진 적색 장총이 가볍게 흔들렸다.푹!한 줄기 핏물이 장도령의 뒤통수에서 튀어나왔다.장도령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대장로는 뒤를 돌아 장도령의 시신을 바라보더니 두 눈을 꼭 감았다.이제 국왕과 5대 명산 간의 균열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장씨 가문은 필히 5대 명산을 선동하여 한지훈과 대립하려 할 것이고, 국왕은 결코 한지훈을 외면하지 않을 터였다.양측이 다시 화합할 수 있다는 희망은 이제 단지 아름다운 꿈이 되어버렸다.노 씨 어르신을 비롯한 이들은 멍하니 장도령의 시신을 바라보다, 잠시 후에야 모두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이 시점에서, 그들은 더 이상 한지훈과 적대할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예전에는 자신들 뒤에 있는 세력을 의지할 수 있었다.그러나 오늘, 장도령조차 한지훈의 손에 죽고 나니, 이제 그들은 누구도 의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반대로, 무맹의 장로인 노 씨 어르신조차도 앞으로 한지훈을 보면 피해 다녀야 할 처지였다.더욱이 장도령의 죽음은 반드시 무맹에 즉각 보고해야 할 일이었다.한지훈이 과거 노 씨 어르신과의 원한 때문에 무맹에게 복수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성 천급 천왕에 불과했던 한지훈이, 순식간에 오성 용급 천왕 중에서도 최고라 칭해지던 장도령을 쓰러뜨릴 줄이야!오늘의 전투를 통해, 한지훈의 이름은 반드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천신 경지의 강자가 나오지 않는 한, 한지훈은 사실상 천하무적과 다름없었다!그의 조정에서의 신분이든, 무종에서의 지위든, 오늘 전투로 인해 전례 없는 높이까지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무신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문파가 이제부터는 한지훈의 눈치를 보며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한 천왕을 뵈옵니다!”노 씨 어르신이 가장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에게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하며 극도로 공손하게 말했다.다른 이들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지훈 앞에 고개를 숙이며 무릎을 꿇었다.천왕!이것은 단순히 경지
“장도령이 죽는 것이 용국에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상의 실력이 다시금 진보하셨으니, 앞으로 2년 내에 천신 경지에 오를 유일한 강자는 주상밖에 없을 것입니다!”“오성 용급 천왕을 하나 잃고, 천신계 강자를 한 명 더 얻었으니 용국은 아무런 손실이 없습니다!”도청전인이 담담히 말했고 진우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는 분명한 사실이었고, 장도령은 이미 백 살 가까운 나이에 이르렀지만 한지훈은 이제 겨우 스무 살을 갓 넘겼다.두 사람을 비교하자면, 한지훈의 앞날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밝았다.“아이고! 장 선배님... 사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요. 우리 주상은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분이 아닙니다!”땅에 쓰러져 죽기 직전인 장도령을 보며 도청전인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비록 그는 장도령에게 큰 은혜를 입었지만, 감히 장도령을 위해 나서지 못했기에 마음속으로만 양심의 가책을 느낄 뿐이었다. 장도령이 없었다면, 도청전인은 결코 검경을 깨우치지 못했을 것이다.장도령이 없었다면, 도청전인은 20년 만에 사령관 경지에서 삼성 지급 천왕 경지로 돌파할 수도 없었다.비록 이후의 모든 성장은 도청전인 자신의 노력 덕분이었지만, 길을 열어준 사람의 존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도청전인의 말에 장도령은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세속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였지만, 정작 장씨 가문 안에서 그는 작은 졸개에 불과했다.이번 한지훈과의 결전도 그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과거 자신의 전성기를 생각하면, 검 하나로 15개국의 고수를 제압했던 위세가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한지훈 앞에서 죽은 개처럼 쓰러져 움직일 힘조차 없다니. 자신의 명성과 장씨 가문의 수백 년 된 위세가 오늘 이 한순간에 모두 산산조각 난 것이다! “장도령, 이제 모든 것을 끝내야 할 때다!”한지훈이 말하며, 적색 드래곤 장총을 들어 올려 장도령의 목구멍을 겨누었다. 이제 이 상황에서 장도령은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
한지훈의 모습이 번쩍하더니, 순식간에 장도령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한지훈은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뺨을 올려쳤고, 장도령의 몸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수십 장 높이까지 솟구쳤다. “푸웁!”한 줄기 붉은 피가 안개처럼 흩어졌다.“소위 천절이란, 마음의 뜻으로 만물을 움직이는 것이다! 번개!”한지훈은 어느새 조룡의 진법을 깔아놓았지만, 그의 진법은 장도령이 펼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하늘에는 어떠한 이상도 없었고, 천둥 구름조차 없었으나, '번개'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자마자 ‘쾅’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한 줄기 번개가 순식간에 하늘에서 떨어졌고, 수천 개의 천둥번개가 공중에서 서로 뒤엉켰다. “이, 이건 대체...”도청전인과 진우조차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한지훈이 진법을 발동한 시점조차 눈치채지 못했으니 그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게다가 이 진법은 장씨 가문의 진법과 매우 흡사했으나, 수준면에서는 장도령의 진법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 분명했다.모든 것이 소리 없이, 경고 없이 이루어졌기에 아무도 방어할 틈조차 없었다.번개를 마주한 장도령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안 돼! 이러지 마라!”번개의 위력은 곧 천지의 위력이다! 장도령이 비록 오성 용급 천왕 경지의 강자라 할지라도, 신이 아닌 이상 이 번개 속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한지훈! 네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너는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없다! 설령 내가 네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해도, 장씨 가문의 사람을 더 이상 죽여선 안 된다! 장씨 가문의 보복이 두렵지 않단 말인가?!”“보복?”한지훈은 냉소를 흘렸다.장도령을 살려준다고 해서 장씨 가문이 보복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손을 한 번 휘둘렀고, 장도령의 몸은 순식간에 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많은 번개가 서로 얽히며 찬란한 빛을 뿜어냈고, 눈이 부셔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 계속되는 천둥소리 속에서 장도령의 도포가 순식간에 먼지처럼 날아
장도령은 두 눈이 터질 듯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그의 눈동자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실제로 튀어나올 것처럼 보였다!그는 결코 손을 놓고 당할 인물이 아니었다.그가 곧바로 하늘을 가리키며 손을 뻗자, 순식간에 바람과 구름이 뒤엉키고 천둥소리가 울리며, 대지 위에서는 수많은 뾰족한 가시가 솟구쳤다.천지가 마치 장도령의 한 손가락에 의해 모든 것이 바뀌는 듯했다!노 씨 어르신과 다른 사람들조차 놀라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들 앞의 이 땅은, 마치 고대의 거대한 짐승이 입을 벌려 모든 생명을 삼키려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천둥번개가 뒤엉키고, 대지가 흔들리며, 폭풍이 휘몰아쳤다!천지를 울리는 번개의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는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그 비는 신비로운 마력을 지닌 듯 보였고, 비를 맞은 이들은 모두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심지어 제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이 광경을 본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다.장도령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고, 그의 고집스러움이 오히려 우스워 보일 정도였다!그 비는 한지훈의 옷깃조차 닿을 수 없었고, 그의 체력을 빼앗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했다.“한지훈! 이 천지조차 우리 장씨 가문의 진법 아래에 놓였는데,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이 국면을 뒤집을 수 있단 말인가!”“말해두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천 년 전에도 우리 장씨 가문의 삼절진에서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네놈도 예외가 될 수 없어!”장도령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휘감아 발톱처럼 세우고는 한지훈을 향해 가볍게 손을 움켜쥐었다.그러나 그 가벼운 움직임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수많은 빗방울과 대지의 가시, 심지어 하늘의 번개까지도 동시에 한지훈을 향해 내리치기 시작했다.“한지훈! 지금 네가 상대하는 자는 나, 장도령만이 아니다! 바로 이 천지 그 자체다! 네놈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결국 인간일 뿐! 천지의 위력을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느냐?!”그러자 이때, 한지훈은 천천히 팔을
확실히, 이 순간 한지훈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비록 장씨 가문이 진법의 근원에 대한 이해에 편차가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법을 이 정도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웠다!어째서 여러 명산이 장씨 가문에 대해 미묘한 태도를 취하고, 무종이 장씨 가문을 신처럼 떠받드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때, 별장에서 다시 한번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여기까지다. 더 이상 아이를 깨우지 말아라!”한지훈은 놀랍도록 평온한 표정으로 발밑의 늪을 내려다보며 담담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한지훈을 마치 바보를 보듯 바라보았다.여기까지 몰린 상황에서 한지훈이 큰소리를 치며, 여기까지라는 말까지 꺼내다니?!다른 건 몰라도 발목을 붙든 덩굴줄기만 해도 어찌 벗어날지 막막한 상황이지 않은가! 게다가 장도령은 이제 모든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런 노련한 천왕을 눈앞에 두고 이런 말을 하다니, 어불성설이 아닌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장씨 가문이 진법 연구에 매진한 것은 확실히 평범한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시 말하지만 너희는 처음부터 잘못된 길을 걸었어. 그리고 그 오차는 치명적이다!”“이 세상에서 영원히 외부의 힘에 의존해서 되는 것은 없다. 사람의 뜻은 하늘을 이긴다는 것을 기억해라!”“네 말도 맞다. 만약 천신계의 금령이 아니었다면, 너는 이미 천신의 경지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는 그날을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이다!”한지훈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그의 몸에서 희미한 한 줄기 흰빛이 퍼져 나왔다.그 빛은 온화했으며,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을 주었다.그 빛은 미약해 보였지만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고, 빛이 닿는 곳마다 검은 덩굴들은 햇볕에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즉시 사라졌다.곧이어 한지훈의 기세가 갑작스레 변하더니,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스러운 기운이 하늘 끝까지 뻗어 나갔다!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의 기운이 사방 수리를 뒤덮었
이게 바로 예전 화타가 마비산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한 원료이기도 했다. 이 마취제는 천신계 강자들조차 저항할 수 없기에, '천신취'라는 이름이 붙여졌다!장도령은 이를 악물며 눈을 가늘게 뜨고 한지훈을 노려보았고, 노 씨 어르신도 한지훈과 장도령을 번갈아 보고 이를 갈며 말했다.“오늘 장도령이 뜻밖에 실패를 맛보게 생겼군!”천신취조차 한지훈에 의해 우연히 해독되었으니, 이는 그야말로 하늘이 도운 수준이었다! 장도령이 해가 지는 시간에 한지훈과 결전했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낮 정오였고, 장도령은 전략도, 실력도 아닌 운에 패배한 셈이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장도령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으며, 먼저 한지훈은 장도령의 천산칠검을 깼고, 이제는 시간의 영향으로 천신취까지 무력화시켰다. 무공을 익힌 사람들은 미신을 믿지 않지만, 이토록 많은 우연이 겹치면 단순한 우연으로 볼 수 없었다. 그것은 한 가지를 의미했다. 한지훈의 기운이 장도령을 훨씬 넘어섰다는 사실이다!조룡의 부활로 용국의 기운이 상승하고 있었다. 비록 이 기운은 2년 후에야 본격적으로 용국 전역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이전에 일부 사람들이 먼저 이 기운을 얻을 수도 있었다. 이들은 용국의 미래를 짊어진 희망이며, 조룡의 기운은 이들에게 집중될 것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순종할 수 있을 뿐, 적대할 수는 없는 존재였다. 노 씨 어르신처럼 노련한 이는 이러한 기운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기운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이를 통해 한 사람이 저점에서 정상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의 한지훈은 이미 그러한 특성을 드러내고 있었다!“한지훈, 네가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나?! 어림도 없지!”장도령이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가 손을 들자, 주변의 기운이 급변하며 땅에서 수많은 검은 덩굴이 솟아나 한지훈의 다리를 단단히 묶었다. 그 검은 덩굴은 순식간에 한지훈의 허리까지 뒤덮으며 한지훈을 꼼짝도 못 하게 했다!
지금 이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장씨 가문의 진정한 저력을 알게 되었다! 천산 장씨 가문은 항상 신비로운 존재였고, 그 누구도 조룡 묘지에 숨겨진 비밀의 전부를 알지 못했다. 게다가 장도령은 단지 장씨 가문의 세상과의 연결을 담당하는 작은 역할자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그가 이토록 다채로운 수단을 지니고 한지훈을 철저히 무력화시키다니! 이전에 동방 오우가 화산을 대표해 한지훈과 용경에서 결전을 벌였을 때의 결과가 어떠했는가? 한지훈은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 동방 오우를 대중 앞에서 처치했지만, 오늘 장도령은 한지훈을 전혀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룡이 하늘로 돌아간 후 모든 진법과 비장의 기술은 조룡의 죽음과 함께 깊은 땅속에 묻혔다는 사실이다. 이런 비술을 접할 수 있는 자는 오직 장씨 가문 사람들뿐이었다. 장도령의 검광이 휘몰아쳤고, 한지훈은 피할 방법이 없었다.여전히 검붉은 액체가 그의 몸에 들러붙어 그의 움직임을 완전히 제약하고 있었다. “주상!”도청전인이 상황을 보고 검을 뽑아 들며 나서려 했지만, 한지훈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오지 마십시오!”그 순간, 한지훈의 손에서 금빛 광채가 솟아올랐다. 금빛이 나타나자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붉은 액체가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고, 동시에 한지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적색 드래곤 장총이 번뜩이며 장도령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는 목숨을 목숨으로 바꾸는 방식이었고, 한지훈으로서는 지금 상황에서 이것만이 장도령과 맞붙을 유일한 방법이었다. 장도령은 한지훈이 가문의 비술을 깨뜨리는 모습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그는 잠시 멈칫하며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약간 늦게 휘둘렀다. 한지훈의 적색 드래곤 장총이 그의 가슴을 겨눈 채 다가오자, 장도령은 급히 몸을 피하며 칼끝을 비껴갔다. 이 광경에 주변의 모든 이들도 넋을 잃고 말았다. 한지훈이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하지만 이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하하! 한지훈, 지금 전신이 마비된 느낌이 들지 않나?!”“내가 알려 주지. 이것이 우리 장씨 가문만의 비밀 무기인 혈괴다!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지. 오히려 더 힘을 쓰면 쓸수록, 네 힘은 더 빠르게 사라질 뿐이다!”“우리 장씨 가문의 저력은 너 같은 젊은 녀석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래도 참 놀랍구나. 네 나이에 나를 이런 궁지로 몰아넣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어!”“딱 10년만 더 주어졌다면, 어쩌면 나도 네놈의 적수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이 순간, 장도령은 뒷짐을 진 채 당당히 서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거만한 표정이 떠올랐다.장도령은 방금 한지훈에게 엎드리려던 무리를 훑어보며 비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수십 년간 천하를 누볐다는 걸 잊었나? 고작 젊은 피가 나를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야? 방금 네놈들의 행동을 내가 똑똑히 보았어!”“이번 일을 기점으로 각자 돌아가거든 자신의 재산 절반을 장씨 가문에 바쳐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 가문을 멸문시킬 것이다!”장도령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귀에서 오랫동안 맴돌았다.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장도령의 살벌한 기운을 느꼈고, 저마다 깊은 후회를 감추지 못했다.생각해 보니, 장도령이 얼마나 오랫동안 천하를 주름잡았던가? 그런데 한지훈은 이제 겨우 몇 살이지?!이토록 젊은 나이에 어떻게 장도령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 방금 전 장도령은 틀림없이 한지훈을 일부러 방심시키기 위해 약한 척 연기해 틈을 노린 것이다! 그 장면을 지켜본 도청전인과 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지훈의 실력은 확실히 비범하고, 정면 대결이라면 장도령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도령은 너무나 노련했고, 이렇게 비열한 수단 앞에서 한지훈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한지훈, 내가 네놈을 정말 이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하하! 그건 너를 방심시키려는 계획의 일부일 뿐이었다! 어때, 아직 움직일 수 있겠나?”장도령은 뒷짐을 지며 여유롭게
한지훈이 다시 몸을 날려 장도령을 향해 달려들자, 장도령은 점점 뒤로 물러나며 버텨내지 못하는 듯했다. 이 광경에 노 씨 어르신이 앞서 했던 말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죽을 운명의 사람이 무슨 큰 파란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들 모두가 해야 할 일은 한지훈이 장도령을 쓰러뜨린 후,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는 일이었다.이를 통해 자신들의 죄를 덜어내고, 자신의 가문이나 종문이 학살당하는 것을 면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한지훈이 장도령과 불과 다섯 걸음걸이로 다가섰을 때, 갑자기 장도령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그의 몸 주위로 핏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장씨 가문의 진정한 저력을 보여주마!”그 붉은빛을 보자 모두 놀라움에 몸을 떨기 시작했고, 그제야 비로소 노 씨 어르신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장도령을 중심으로 무수한 붉은 광선이 번개처럼 퍼져나가며, 뜨겁게 불타는 열기와 함께 주변을 뒤덮기 시작했다! 한지훈은 이 광경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고, 그 붉은 광선은 명백히 장도령 본인의 기운이 아니었다. 이를 깨달은 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태양 아래, 붉은 광선이 장도령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좋지 않군!”한지훈의 마음이 무거워졌다.장도령은 진법을 통해 타오르는 태양의 열기를 불러내려 하고 있었고, 그는 이 주변 수백 미터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작정이었다!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도령의 진법이 완성되기 전에 파괴해야만 했다.그렇지 않으면, 이 일대의 모든 생명체가 끔찍한 재앙을 맞게 될 것이었다!이를 깨달은 한지훈은 손에 쥔 적색 드래곤 장총을 강하게 휘둘렀고, 장총에서 흘러나오는 끝없는 별의 기운이 붉은 광선을 향해 곧장 뻗어갔다! “쾅!”굉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여러 사람들의 옷이 순식간에 타버리며 잿더미로 변했다. 한지훈도 열기에 밀려 몇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장도령의 얼굴은 오히려 잔혹한 미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