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진태복과 담무영의 얼굴에 충격이 서렸다.이게 고작 30퍼센트의 힘이었다니!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고작 30퍼센트의 힘으로 무도 절정에 이른 종사를 속수무책으로 물리쳤다는 얘기였다.그렇다는 건 한지훈의 실력이 6성이거나 그 이상이라는 얘기였다.진태복은 점점 더 자신이 없어졌다.한지훈은 고작 20대에 불과한 청년이었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업적을 이룬 것이 더 무서웠다.만약 그가 이대로 성장한다면 앞으로 얼마나 무서운 존재가 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용국의 역사를 통틀어도 이 정도의 업적을 이룬 사람은 고작 두 명뿐이었다.2대 천자와 과거 5대 주국을 통일하여 용국을 세운 장군 한용, 천용대원수!두 사람은 근대의 가장 걸출한 천재이자 영웅으로 불리고 있었다.진태복은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담무영에게 시선을 주었다.담무영도 자리에서 일어나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한 사령관, 자네는 아주 강해. 우리의 예상을 초월했어. 우리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무조건 자네를 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건 많이 힘든 싸움이 될 것 같군.”그 말을 들은 황학용이 당황하며 물었다.“담 종사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두분이 힘을 합쳤는데도 한지훈 한 명 쓰러뜨리기 곤란하다는 건가요?”담무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셋째 도련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돼요. 6성 이하는 우리 둘이 가볍게 해치울 수 있어요. 6성이라고 해도 우리 둘이 모든 힘을 다 쏟으면 해치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상대는 북양왕이죠. 우리가 필사적으로 싸워서 잃는 게 얻는 것보다 크다고요.”“만약 용각이나 천자 쪽에서 해명을 요구하면 우리가 치를 대가는 적지 않다고 봐요.”담무영이 말하고자 하는 뜻은 명확했다.그들과 한지훈을 싸우게 하려면 그럴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황학용은 바로 그 말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담 종사님, 두 분이 한지훈만 쓰러뜨리면 두 분께 무극단을 드리
“물론이죠!”진태복이 웃으며 말했다.“저희는 원래 약왕파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도련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저도 최선을 다해 싸우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온몸으로 기를 방출하기 시작했다.“한 사령관, 미안하게 됐어. 무극단을 위해서라도 자네를 무릎 꿇릴 수밖에 없겠군!”말을 마친 그는 옆에 있는 담무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담 종사, 자네도 같이 싸우지! 저 녀석 실력이 만만치 않아! 아무리 우리라도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물론이지!”담무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쾅!순식간에 담무영에게서 종사 절정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두 종사의 기운이 방 안을 가득 채우며 숨막히는 압박감이 돌았다.폭풍우의 중심에 선 한지훈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냉소를 지었다.“두 분, 결국 죽을 준비를 마치셨나 보네요.”“하, 건방진 꼬맹이 같으니라고! 네가 아무리 북양왕이라고 해도 우리 둘을 동시에 상대하기엔 힘들 거야!”진태복은 분노한 고함을 지르며 테이블로 손을 뻗어 장검을 꺼내들었다.예리한 검기가 한지훈을 향해 덮쳤다.바위라도 자를 수 있을 것 같이 예리한 검기가 한지훈의 목덜미를 덮쳤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그렇게 죽고 싶다고 하니 나도 최선을 다해 상대해 주지!”말을 마친 그가 손을 뻗자 오릉군 가시가 한줄기 빛이 되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오릉군 가시와 장검이 허공에서 부딪히더니 눈부신 불꽃을 뿜어냈다.진태복은 순식간에 뒤로 밀려나며 당황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너 대체 실력이 어디까지인 거지?”진태복은 큰 충격을 받았다.그와 실력이 비등비등한 상대라고 해도 그의 검을 완전히 받아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한지훈은 정말 가볍게 막아냈다.그렇다는 건 그의 실력이 그들 이상이라는 것을 설명했다.6성인가?진태복의 충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지훈은 번뜩이는 오릉군 가시를 들고 두 종사에게로 다가가 차갑게
진태복은 한지훈이 움직이자 동시에 검을 빼들고 한지훈의 목을 겨누었다.그 역시 이번에는 전력을 다했다.이번에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중상을 입을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이었다.오릉군 가시는 싸늘한 빛을 뿜으며 진태복을 향해 날아갔다.장검은 허공에서 다시 그것과 부딪혔다.아찔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을 경악하게 할 장면이 펼쳐졌다.오릉군 가시는 그대로 진태복의 장검을 부러뜨리고 그대로 검을 쥔 진태복의 오른팔을 찔렀다.피가 사방으로 튕기면서 진태복이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악! 내 팔!”그는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연신 뒤로 물러서서 음침한 눈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너무도 강한 상대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반보무성은 종사지경에 도달한 무종의 무사들이 꿈에도 그리던 경지였다.약왕팡 내부에는 종사를 돌파한 무인도 많지 않았다.하물며 반보무성이라니!게다가 전쟁부 시스템으로 6성 용수는 이미 무도 종사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다만 무종은 실력이 비등한 일반인보다 강한 경우가 많았기에 무종의 무사들이 종사 정도면 6성과도 싸울 실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하지만 일단 6성이 넘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무종의 무신종 종주 같은 강자만이 천왕의 자질을 논할 수 있었다.진태복은 경악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건방진 꼬맹이! 조금 전에는 실수였어. 하지만 오늘 살아서 이 방을 나갈 생각은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담 종사, 같이 상대하지! 힘을 합치지 않고서는 우리 둘 다 저 건방진 꼬맹이 손에 죽을지도 몰라!”담무영은 다친 진태복을 힐끗 보고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테이블을 뒤집었다.테이블은 허공에서 반 바퀴 돌아 바닥으로 추락했다.담무영은 테이블 밑에 숨겨둔 자신의 암철검을 꺼냈다.온통 검은색을 띤 검에서는 소름 돋는 한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담무영은 검을 들고 한지훈을 향해 휘둘렀다.검은 테이블을 가른 뒤에 엄청난 검기를 뿜으며 한
왜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지?조급해진 황학용이 소리쳤다.“어르신들! 동시에 공격해요! 두 분 강하잖아요! 종사절정에 도달했다면서요? 두 분이 동시에 공격하면 아무리 6성이라고 해도 쓰러뜨릴 수 있어요. 한지훈이 비록 반보천왕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제 입으로 말했지만 분명 허풍일 거예요. 그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돌파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안정적이지 않을 거예요. 두 분이 힘만 합치면 가능하다고요! 모든 건 제가 책임질게요!”두 종사는 그 말을 듣고 시선을 교환하고는 소리쳤다.“그렇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담무영은 한지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진태복도 주먹으로 한지훈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두 종사의 협동 공격에 만약 평범한 5성 강자였다면 분명 상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아무리 6성이라고 해도 둘을 막아내기에는 힘이 부쳤을 법도 한데 한지훈은 이미 반보천왕을 돌파했기에 여유롭게 상대했다.쾅!순식간에 한지훈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그는 그대로 주먹을 뻗어 진태복의 주먹을 받았다.두 주먹이 부딪히며 묵직한 소리가 났다.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진태복이 허공으로 튕겨났다.진태복의 얼굴이 순식간에 무섭게 일그러졌다.그의 주먹은 한지훈에게 맞고 뼈가 부서져 피가 뿜어져 나왔다.“악! 건방진 꼬맹이!”진태복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다가 그대로 튕겨져 나가 벽에 부딪히며 쓰러졌다.순간 벽이 힘없이 무너졌다.바닥에 쓰러진 진태복은 피를 토했다.담무영은 그 모습을 보고 일그러진 얼굴로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망할 놈! 죽여버릴 거야!”말을 마친 그는 암철검을 그대로 한지훈의 목덜미를 노리고 찔렀다.한지훈은 피하지도 않고 가볍게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담무영의 검을 막아냈다.룸 안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았다.담무영은 눈을 부릅뜨고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꼬맹이, 죽고 싶어?”말을 마친 그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담 종사, 이 검이 비록 천급 병기이긴 하지
옆에 있던 황학용은 겁에 질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는 무릎 걸음으로 한지훈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종아리를 붙잡고 애원했다.“한 사령관, 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난 죽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목숨만 살려주면 무슨 일이든 할게요….”한지훈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황학용을 바라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황 소종주, 지금 살려달라고 비는 건 좀 늦었지 않나?”황학용은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에 피가 날 정도로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소리쳤다.“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목숨만 살려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한지훈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살려줄 수도 있지. 돌아가면 약왕파에 말 좀 전해줘.”“무… 무슨 말이요?”황학용은 움찔하며 긴장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살의가 가득한 그의 눈빛을 마주하자 다시 급기야 시선을 내렸다.“약왕파가 용국에서 계속 생존하려면 강중에 손 뻗지 말고 내 아내와 딸은 더더욱 건드리지 말라고 전해. 영시종 일은 자업자득이야! 약왕파에서 그래도 억울하고 영시종을 위해 복수하고 싶다고 하면 두고 보자고! 충고 하나 하자면 이게 내가 당신들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야! 다시 나 건드리면 용국에서 약왕파를 소멸시킬 수도 있어!”말을 마친 한지훈은 날카로운 살기를 방출했다.그는 손을 뻗어 암철검을 벽에 내동댕이쳤다. 그러자 검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곧이어 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룸을 나갔다.그가 나간 뒤에야 황학용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땀범벅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도련님, 괜찮으세요?”옆에 있던 오허청이 달려와서 다급히 그를 부축했다.한참이 지난 뒤, 정신을 차린 황학용은 짜증스럽게 오허청을 밀치고는 물건을 집어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다.“젠장! 망할 한지훈 자식!”오허청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황학용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도련님, 이렇게 된 이상 저도 방법이 없어요. 북양왕의 전하고자 하는 뜻은 명확해요. 무도 절정의 종사가 두
왕린은 한지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과찬이세요, 왕 대사님. 제가 뭘 하면 될지 말씀해 주세요.”한지훈이 말했다.“지난번 북양군과 공국 군대의 충돌은 공국 군대가 먼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 밝혀졌죠. 그로 인해 우리는 피해를 입었고 상대의 잘못이라면 배상을 물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한지훈은 왕린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 역시 그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용국은 국제적으로 온화한 이미지를 유지했기에 많은 국가들이 용국을 만만하게 보고 당연하게 물자 지원 같은 것을 요구한 적이 적지 않았다.그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내세워 용국에게 지원을 요청하거나 잘못을 하고도 발뺌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용국은 국가적 이미지를 위해 억울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국가들은 용국이 무능하고 만만한 상대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외교 대사인 왕린은 이 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진작부터 적국의 이런 행위를 혼내줄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마땅한 기회가 없었다.마침 얼마전에 공국 군대가 먼저 북양을 도발한 사건이 발생했고 총사령관인 한지훈의 행위는 단번에 용국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왕린은 이 일을 더 크게 확대할 생각이었다.“배상은 당연한 거죠. 하지만 이런 일은 왕 대사님께서 해결하면 되지 않나요? 제가 꼭 필요한가요?”한지훈이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한 사령관께서 뭘 몰라서 그래요. 전에 국제 회담에서 배상 문제를 논의했는데 배상 얘기만 나오면 공국 능구렁이들은 북양 군대가 공국의 영토에 큰 손실을 초래했으니 배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다른 국가의 반응도 너무 화나요. 용국에게 대국의 관용을 베풀어 배상을 면해주라더군요. 심지어 전쟁 이후에 그들이 빠른 재건을 할 수 있게 지원금도 주라는 말도 했어요. 약한 자에게 관용을 베푸는 거야 말로 대국의 풍채라면서요.”왕린은 말할수록 화가 나는지 한참을 씩씩거렸다.“왜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죠? 배상은 응당 그쪽에서 해야 하는 거잖아요!”한지
전화를 끊은 뒤, 한지훈은 잠깐 고민에 잠겼다.다음날.그는 바로 용경으로 날아가서 왕린과 만났다. 유명 외교관이라서 그런지 북양왕인 한지훈 앞에서도 카리스마가 남달랐다.“오늘 우리는 연합국 본부에 가게 될 겁니다. 그쪽에 배상금을 물어내라고 압박 들어가야죠. 이 일은 장렬히 희생한 우리 병사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며, 용국의 존엄이 달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용국을 호구로 볼 거예요.”왕린은 오늘 회담의 중요성을 간략하게 설명한 뒤, 자신의 팀원들, 그리고 한지훈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한지훈은 북양왕의 상징인 가면을 쓰고 왕린의 뒤를 따라 연합국 회의실로 들어갔다.앞에서 걷던 왕린은 복도에서 공국의 외교관인 로크를 만났다.로크는 일부러 복도에서 왕린을 기다렸는지 그를 보자마자 앞으로 다가오더니 도발적인 눈빛으로 왕린을 노려보며 말했다.“누가 우리를 연합국에까지 고발했는지 궁금했는데 또 당신이었군요. 용국은 참 염치가 없어요. 우리가 피해자인데 우리에게 배상을 요구하다니.”로크는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변방의 충돌 중에 비록 그쪽에서 여섯 명의 병사가 죽었지만 당신들의 북양군도 우리 병사들에게 상해를 가했죠.”“우리 쪽이 사상자가 그쪽보다 훨씬 많아요. 우리 쪽에서 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다니!”“두고 봅시다. 이번 회담에서 우린 당신들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릴 거예요. 희생한 우리 병사들을 위해 배상을 요구할 겁니다!”로크는 싸늘한 얼굴로 왕린에게 경고를 날렸다.왕린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맞받아쳤다.“당신들의 병사와 우리의 영웅들을 비교하는 건 우리를 모욕하는 행위죠.”로크는 그 말에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사람의 목숨에는 귀천이 없다고 했거늘, 지금 우리 병사들을 모욕하시는 겁니까? 이건 인권 유린이에요!”“내가 보기에 당신 나라의 병사들은 죽을 만해서 죽었어. 그쪽에서 먼저 도발한 싸움이고 난 당신의 나라에 상응한 대가를 물릴 거야!”왕린은 그
왕린은 지난번 대전의 경과를 하나씩 짚으며 서방 국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 했다.담판에 참여할 때부터 그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이미 공국이 용국을 침범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준비했고 증거 앞에서 아무도 공국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로크는 눈앞에 보여지는 증거를 보며 인상을 썼다.죽은 인원수가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하여 피해자 주장을 펼치려고 했는데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쪽이 되어버렸으니 연합국의 심사위원들도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그런데 놀라운 것은 담판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이 전부 공국의 편을 들어주었다는 점이었다.“그렇다고 하더라도 북양군이 공국의 국경을 침범하고 고위 장관을 살해한 점은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만약 피해를 당했을 때 바로 연합국 회담을 신청하였다면 우리가 용국의 손을 들어주었겠죠. 하지만 당신들은 이미 칼끝을 상대에게 겨누었기에 우린 용국의 입장에 손을 들어줄 수 없습니다.”“공국은 당신들의 병사를 인질로 잡고 있었지만 당신들은 상대의 수뇌부까지 군대를 이끌고 침범했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질렀습니다. 이 점만 따지면 용국이 공국보다 더 잔인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재판장이 최후 결론을 내렸다.“장 시간의 회의를 거쳐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다. 공국에 대한 용국의 배상 요청은 무효로 판결하고 공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용국은 공국에 6백억 달러를 한 달 안에 배상한다.”왕린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배상금을 받아내려고 온 자리에서 오히려 배상금을 물어주게 생겼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로크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옆에 있는 배심원들과 악수를 했다. 아마 그들은 용국의 기세를 꺾을 목적으로 이미 손을 잡은 것 같았다.“이의 있습니까?”재판관이 물었다.그가 다시 자리에 앉으려던 순간 싸늘한 목소리가 회담장에 울렸다.“이의 있습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 사내가 재판장으로 들어왔다.가면을 쓴 한지훈이 무거운 위압감을 풍기며 걸어왔다.그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한지훈의 말에, 유장군은 한껏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한지훈에 대한 인상이 그런대로 괜찮았었는데, 한지훈이 뜻밖의 말을 꺼내자 유장군은 그를 달리 보게 되었다. 필칸트는 4성 천급 천왕계인데, 너 같은 사령관 강자가 찾아가서 괜히 남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 될 텐데? 일단 충돌이 발생하게 되면, 마영리를 되찾을 생각은 영원히 기대하지도 마! 그러나 한지훈은 필경 흑병대 사람이기에 유장군은 불만을 품고 있어도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용국에서의 흑병대 권력은 매우 놀라울 정도로 컸으니까. 만일 잘못 보였다가 한지훈이 용국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고발하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기왕 네가 기어코 죽으려고 그 길을 떠나려 한다면, 네가 과연 어떻게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똑똑히 지켜볼게! 이내 진개국은 천천히 차를 길가에 세우고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 선생님, 신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오늘 저녁, 정말 필칸트를 만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저희 용인을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저희한테 매우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고요!”그러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요? 저희 용인들에게 매우 불친절하다고요? 그럼 더더욱 그 사람을 알아가고 싶네요! 마침 유럽의 어린 천재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그 말을 들은 유장군은, 한지훈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그에 반면 진개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흑병대 본부가 한지훈을 파견한 이상 그는 반드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을 거라 믿었다. 이내 잠시 생각에 잠긴 진개국은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그럼 저희는 한 선생님이 뜻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선물을 준비하고, 저희는 저녁에 칸트 가문의 생일 파티에 참가하는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실 선물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1원짜리 봉투 두 개만
그 말에 진개국은 난색한 표정을 띤 채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한 선생님, 전 사실 그렇게나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칸트 가문은 프랑스 북성에서도 손꼽히는 대가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뿐만 아니라 유럽 전 지역에서도 서열 6위를 차지하는 대가문입니다. 반면 저는 단지 소상인일 뿐이라 그만큼의 대가문을 만나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이내 진개국은 한지훈과 유 장군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 사실 칸트 가문은 용국이나 미륙에서는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아주 유명하다. 칸트 가문은 프랑스 북성의 공작 가문으로서, 지위는 말할 것도 없고 근 십여 년 동안 가문에서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다. 용국과 달리 프랑스는 전투력으로 귀족 간의 서열을 구분하고 있었다. 근 몇 년간 칸트 가문은 젊은 세대 강자만 해도 네 명의 천왕급 인물을 배양시켰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은 4성 천급 천왕의 실력까지 달성했다. 그는 유럽의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 그리고 수제자 오마르와 함께 유럽의 어린 천재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차에 오른 후, 유장 군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진 선생이 전혀 힘을 쓰려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그의 말대로 칸트 가문은 지금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은 감히 마영리를 받아들이지도 못했을 겁니다!”“그러니 한 선생께서는 부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세요. 저희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 내어 칸트 가문 사람들을 만나도록 자리를 마련해 볼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이곳에 처음 온 것이니 남에게 강요하기도 불편했다. 이때 한창 운전하고 있던 진개국이 한마디 했다. “한 선생님, 만약 정 빠른 시일 내에 만나 뵙고 싶으시다면 저에게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 “네? 무슨 방법이죠. 말해보세요!”진개국은 허허 웃
제이슨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난 한지훈은 그제야 대략적인 감이 잡혔다. 뒤이어 이틀 동안 한지훈은 줄곧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필경 이번 유럽 방문기는,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돌아올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제이슨 또한 마찬가지로 이틀 동안 용국 특산물까지 가득 사들고는 집안 어른들의 비위를 맞추어주기도 했다. 사실 그의 미래는, 이 집안에서 미움을 받게 되냐 아니냐에 달려 있었다.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려면 대가를 따지지 않고 더욱더 위로 올라가 가문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여야 했다. 그리고 이틀 후, 한지훈은 제이슨과 함께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럽으로 향하는 중, 한지훈은 제이슨으로부터 이번에 유럽 무도 학원에 모집된 용국인 학생은 6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6명의 실력은 대부분 사령관 경지에 머물러 있었고, 유럽의 학생들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었다. 그 사실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창밖을 응시하였다. “그 말은 즉, 용국에는 천왕계 실력의 수강생이 한 명도 없다는 거네!”“주인님, 비록 천왕계 수강생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용국에서는 두 명의 교사를 파견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생각에는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제이슨은 한지훈에게 설명했다. 사실 이러한 학생 모집은 바로, 무도 학원이 고의로 용국을 소외시켜 다른 수단을 통해 용국을 배척하려는 것이었다. 그들의 야비한 속셈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드러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행기는 프랑스의 수도에 착륙하였고, 제이슨은 한지훈을 데리고 가장 먼저 무도 학원으로 향하여 등록하였다. 이내 한지훈을 도와 학원에 이틀간의 휴가를 내고는, 한지훈을 데리고 무도 학원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제이슨은 비로소 식은땀을 닦아냈다. “주인님, 방금 엄청 위험했어요. 아까 그 교관이 바로 러셀로란 가문 사람이었어요!”“방금 주인님께서 계속 아래
한지훈은 반드시 아무도 그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유럽 여행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맞이할 수도 있게 된다. “한 선생님, 사실... 그 출입국 기록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 선생님께서는 진 선생님과 함께 출국하셨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한 군림의 정체가 바로 한 선생님이라는 걸 설명하는 겁니다!”나계홍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곧바로 진우에게 문자를 보내, 즉시 그와 자신의 출입국 기록을 소각하라고 했다. 이내 한지훈은 나계홍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잘했어!”그러자 나계홍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한 선생님, 일단 제 차에 타십시오. 제가 선생님을 한 씨 공관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한 씨 공관? 그 말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강중을 떠난 지 이제 겨우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또 한 씨 공관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어두워진 한지훈의 표정에 나계홍은 급히 해명했다. “한 선생님, 사실 변한 건 크게 없습니다. 다만 인테리어를 조금 개선했을 뿐입니다. 이것 또한 도청 선배님의 뜻이라 전 단지 명령받은 대로 진행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새로 이름까지 지었습니다. 필경 사모님도 이젠 국부인의 신분이 되셨으니 공관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나계홍의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차는 한 씨 별장으로 향했다. 지금의 한 씨 별장은, 며칠 전 한지훈이 지냈을 때의 모습보다 훨씬 웅장했다. 담장만 해도 높이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 있었고, 담장 정중앙에 있는 별장은 앞문과 뒷문으로 향하는 길에 모두 1리 정도 되는 광활한 땅을 두고 있었다. 이는 도청 전인이 강우연의 안전을 위해 내린 조치였다. 또한 주위에 안배한 천검종 제자 초소들 중, 가장 실력이 약한 초소라 하더라도 최소 4성 전신계 강자였다. 일반 무종이라면 감히 한 씨 공관에 한 발짝도 들어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강중에 벌써 도착했다고?”“그렇습니다. 저는 가문을 대표해서 용국 무도 학원에 입학할 학생들을 선발하러 온 겁니다. 이틀 안에 오륙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문 사람들이 의심할 겁니다!”제이슨은 한지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시간이 이렇게 촉박하다고?”한지훈은 의아한 듯 물었다.“주인님, 사실상 무도생은 이미 내정되어 있고 저는 형식적으로 얼굴만 비추는 겁니다. 혹시 미리 정해둔 학생과 얼굴이 좀 다른지 정도만 확인하면 됩니다!”“다른 건 제가 나설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제 권한으로 주인님은 실력 테스트를 면제해 드릴 수 있습니다!”제이슨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오늘 오후에 바로 강중으로 돌아가지.”한지훈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고, 국왕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지훈 사령관, 이번에 오륙에 가는 김에 용국을 위해 한 사람만 데려와 줄 수 있겠나? 그자는 광명존과 매우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네.”“하지만 칸트라는 가문에 의해 숨겨져서 우리가 사람을 보내 몇 번이나 교섭을 시도했지만 전부 허탕만 쳤지!”한지훈은 눈썹을 두어 번 꿈틀거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오? 그자의 이름이 뭡니까?”“마영리! 한때 흑병대 소속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지. 광명존의 입을 통해 알아낸 사실인데, 그자가 용국의 기밀 문서를 다수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다만 그 문서들은 용국 내에 있어서, 섣불리 용국으로 돌아오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니……”국왕은 말을 하다 말고 진우에게 시선을 돌렸고, 진우는 재빨리 말을 받았다. “그 기밀 문서들이 바로 그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패인 셈입니다. 그자는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문서를 넘기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마영리만 잡아들여서 기밀 문서를 전부 없애 버리면, 모든 게 해결될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보죠.”진우는 명함 한 장을 한지훈에게 건네며
“오늘, 진왕검이 제자리를 찾았으니, 우리 용국의 국운은 창대하리라!”쏴아!진왕검의 칼날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대지를 환하게 비추었다!양옆으로 서 있었던 사졸들은 일제히 총을 높이 치켜들고, 국왕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수많은 백성 또한 일제히 무릎을 꿇고 큰 목소리로 환호했다. 백 발의 예포가 울려 퍼지는 웅장한 굉음이 멎은 후에야, 한지훈은 몸을 일으켜 국왕에게 말을 건넸다. “국왕 폐하, 백여 년 전 진왕검을 강탈해 갔던 카일 가문이 오늘 폐하께 머리 조아려 사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엎드려 있습니다!”말을 마친 한지훈은 몸을 살짝 옆으로 비켜서며 손짓으로 안드레 일행을 가리켰다.한지훈의 손끝이 향한 곳을 바라보니, 안드레와 카일 가문의 무리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풀이 죽은 모습으로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국왕은 부릅뜬 눈에서 날카로운 광채를 뿜어내며, 눈앞에 서 있는 수십 명의 무리를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비록 그들이 백여 년 전 진왕검을 강탈했던 원흉들은 아니었지만, 나라의 원한과 가문의 깊은 슬픔은 뼈에 사무쳐 잊을 수 없었다!“무릎 꿇어라!”수천 명의 어림군이 일제히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무릎 꿇어라!”수만 명의 백성들 또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천신계 강자인 안드레조차 국왕과 어림군, 그리고 용국 백성들이 뿜어내는 거대한 위압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그의 뒤에 서 있던 카일 가문 사람들은 한지훈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안드레, 무릎을 꿇어라! 그리고 나의 용국 국왕께, 열 번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라!”한지훈은 뒷짐을 진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털썩!안드레는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고, 고개를 쳐들고 국왕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저 안드레가 카일 가문을 대표하여, 용국의 국왕 폐하와 용국 만백성에게 사죄드립니다!”말을 마친 안드레는, 두 눈을 감고 오만했던 고개를 숙였다.쿵!무거운 굉음과 함께, 안드레의 이마가 땅에
용칠은 소매로 이미 굳어버린 눈가의 핏자국을 거칠게 훔쳐냈고, 두 손으로 정복자의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검자루를 움켜쥔 그의 손에 온 힘이 실리며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오마르는 섬뜩한 냉기를 뿜어내는 정복자의 검날이 자신의 목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며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아악! 안 돼!”푸욱!묵직한 파열음과 함께, 오마르의 머리가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잘려나간 머리가 뒹굴고, 몸통은 핏물을 왈칵 쏟아내며 갑판 위로 푹 쓰러졌다.오마르의 시체가 갑판에 쓰러지는 것을 본 안드레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몸을 휘청이며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오마르는 그가 가장 아끼는 제자이자, 미래의 후계자였다!20년 안에 천신계에 발을 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강자였거늘!그런 제자가, 하필이면 용국에서 온 저 정체불명의 젊은이를 잘못 건드린 탓에 목이 잘려 죽다니!“안드레, 네놈이 직접 카일 가문 사람들을 이끌고 용경으로 가서 국왕께 머리 조아려 사죄하도록 하라. 불만은 없겠지?!”한지훈의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박혔다.안드레는 두 눈을 질끈 감았고, 치욕감에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 불만 없습니다!”한지훈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용칠의 손에 들린 정복자의 검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이 검은 내 친구에게 선물로 주겠다. 괜찮겠나?”괜찮겠냐고?!안드레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감히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그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괜찮습니다!”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뱃머리로 걸어가 거친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때 유람선은 이미 방향을 틀어 용국을 향해 뱃머리를 돌린 후였고, 밤낮으로 꼬박 하루를 항해한 끝에 유람선은 용국의 북방 항구에 닿았다.이곳에서 용경까지는 불과 200리 떨어져 있었고, 세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한지훈 일행은 용경으로 돌아왔다.천자각.흑병대로부터 진왕검이 용국으로 돌아왔다는
저분은 틀림없이 한지훈 사령관님이시다! 한지훈의 모습을 또렷이 확인하는 순간, 용칠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체할 수없이 쏟아져 내렸다!그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고, 국보인 진왕검을 되찾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애초에 이 배에 오를 때부터 용칠은 살아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상대가 아무리 모진 고문을 가해도, 그는 단 한 마디의 정보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한지훈은 성큼 걸음을 옮겨 용칠의 바로 앞에 섰고, 온통 피투성이인 용칠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그랬느냐!”한지훈의 질문에 오마르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고, 그는 안드레를 향해 도움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냈다.“한지훈 선생님, 저희는 정복자의 검을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그리고 용국 국왕께 무릎 꿇고 사죄드릴 것을 맹세합니다! 부디......”안드레가 한 걸음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그의 속내는 뻔했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니, 이쯤에서 적당히 마무리 짓고 넘어가자는 것이었다.“내가 너에게 묻고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냐?”한지훈은 안드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용칠에게 다시 물었다.용칠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내쉬고,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안드레 뒤에 서 있는 오마르를 가리켰다.“한지훈 선생님, 저는......”안드레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짝!한지훈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안드레의 뺨을 후려쳤고,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네놈을 살려둔 것만으로도 이미 은혜가 하늘에 닿을 듯하거늘, 쓸데없는 소리를 한마디라도 더 지껄였다간, 그땐 죽음뿐이다!”안드레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입을 다물었고, 천천히 뒷걸음질 쳐 물러섰다.“저놈을 쳐 죽여라!”한지훈은 손가락으로 오마르를 가리키며 명령했다.“예!”용칠은 즉시 앞으로 튀어 나가 주먹을 휘둘러 오마르의 얼굴을 강타했다.퍽! 퍽! 퍽!연달아 세 방의 주먹이 꽂혔고, 오마르는 코와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네
너무 업신여긴다고?!한지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진왕검을 손에 쥔 채 안드레의 코앞까지 다가가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업신여겨? 네놈은 아직 업신여기는 게 뭔지도 모르는 모양이군!”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섬광처럼 뻗어나간 발이 안드레의 뺨을 후려갈겼다!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안드레의 뺨에는 선명한 신발 자국이 새겨졌다.“감히 나의 용국 백성을 살해해? 천벌 받을 놈!”한지훈은 손을 휘둘러 다시 한번 안드레의 뺨을 강타했다. 하지만 그의 몸이 해수면에 닿기도 전에, 한지훈이 손을 뻗자 불가사의한 힘이 안드레를 끌어당겨 다시 한지훈의 눈앞으로 되돌려 놓았다.콰앙!한지훈의 묵직한 주먹이 안드레의 흉곽 정중앙을 꿰뚫었다.“커헉!”안드레는 입안 가득 피를 쏟아내며 곧장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쏴아아!한지훈이 손을 들자, 심해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솟아올랐다. 소용돌이는 안드레의 몸을 휩쓸어 수면 위로 끌어올리더니, 순식간에 백 미터 상공으로 솟구쳐 올랐다!“묻겠다, 카일 가문을 용경에 끌고 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는 것에 이의가 있나?!”한지훈은 손을 뻗어 안드레의 멱살을 움켜쥐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고, 안드레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의 없습니다!”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상황에, 안드레의 얼굴은 불타는 듯 뜨거웠다.그가 누구인가?발 한 번 구르면 오륙 전체가 떨며 그 앞에 무릎 꿇게 만들 수 있는 안드레였다!그런 그가 지금, 굴욕을 삼키고 있었다.평소라면 일국의 국왕조차 함부로 알현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던가. 국왕이라 할지라도 그를 만나려면 삼고초려를 해야 했고, 막상 만난다 해도 깍듯하게 예를 갖춰야 했다.하지만 지금은?한지훈의 눈앞에서 그는 그저 굴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나의 용국 백성에게 사죄하라 명할 것이다. 불만 있나?!”한지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진왕검은 섬뜩한 빛을 뿜어냈다!“없… 없습니다!”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무릎 꿇어라!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