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지만 눈치껏 끼어들지 않았다. 그들이 한지훈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이 고귀한 공주와 감히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것이다.그들은 왜 공주가 경호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매우 의혹스러웠고, 게다가 그에게 매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경호원은 공주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새 교장의 인솔로 모두가 행사장에 도착했다.행사장은 커다란 반원형 공간으로 아래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고, 위에는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필기할 수 있도록 종이와 펜이 놓여 있었다. 강단도 꽤 넓었으며, 좌석 1열 외에도 다른 배열이 있었다. 한지훈은 연설을 듣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았고, 일부 고위 관리들과 상급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람은 명문 대학 출신의 대학생과 기자였다.이 연설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와서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많은 뉴스 기자들이 생방송을 진행해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도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연설의 주제는 매우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 보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심지어 방송국 기자들도 참석했고, 전 세계의 많은 시청자들이 공주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었다.제시카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연설을 한 듯했고, 프레젠테이션이든 연설이든 매우 명확하고 유창한 영어로 해냈다.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은 전문적인 일을 잘 해내는 법인데, 제시카는 분명 이 방면에서 매우 전문적이었고, 그녀의 연설은 조리 있고 열정적이었다.연설 도중 청중들로부터 여러 차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앞줄에 앉아 있던 한지훈도 공주에게 매료되었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항상 주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법이다. 제시카의 연설은 2시간 동안 이어졌고, 연설이 끝난 후 청중들은 더욱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박수 소리가 멈추자, 교장은 제시카와 악수를 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제시카도 미소를 지으며 용국의 사람들은 매우 열정적이며,
드론은 원래 제시카로부터 수직으로 5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40미터, 30미터, 심지어 20미터까지 점점 더 낮게 비행했다.제시카를 클로즈업하고 싶어 하는 드론 조종사가 적지 않았기에, 이상함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드론과 제시카 사이의 수직 거리가 20미터도 안 되었을 때 한지훈은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그는 드론이나 카메라를 만져본 적이 없지만 촬영은 가까울수록 좋은 게 아니라 적당한 거리와 각도가 필요한 것은 알고 있었다. 거리가 너무 멀면 선명하지 않아 영상이나 사진의 화질이 떨어질 수 있지만, 너무 가까우면 역효과로 초점에 영향을 준다.제시카는 드론이 자신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방금 질문을 적어놓은 메모지를 챙기며 미소를 지은 채 청중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한지훈의 머릿속이 저려왔고 그는 깜빡이던 드론의 녹색 불빛이 갑자기 꺼지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안돼, 조심해요!"한지훈은 앞으로 달려가 제시카를 매우 빠른 속도로 밀어냈다.제시카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관객석도 화들짝 놀랐고, 왜 한지훈이 갑자기 제시카에게 달려들었는지 영문을 알지 못했다. 한지훈과 함께 온 흑용왕의 경호원들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공주를 공격하려던 자가 한패에 있던 사람이라는 건가?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1.5미터 길이의 드론이 동시에 추락해 한지훈의 등에 부딪혔다.퍽! 드론이 땅에 떨어지면서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고, 제시카 뒤에 있던 경호원이 피범벅이 되었다. "꺄악!"갑작스러운 사고에 겁에 질린 듯 현장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렸고, 한지훈은 엄청난 충격으로 신음했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제시카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암사자가 새끼 사자를 보호하듯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위쪽을 경계하듯 쳐다보았다.상대방은 이 일을 매우 은밀하게 수행했고, 한지훈조차도 드론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는
"전 괜찮아요. 감사해요 용국의 병사님.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목숨을 빼앗겼을지도 몰라요, 정말 감사드려요."제시카가 말했다.현재로서는 위기가 일시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다쳤어요?"제시카가 걱정하며 물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용국의 병사들은 그렇게 연약하지 않습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제시카에게 마음을 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제시카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고,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해 경호원을 태울 때 한지훈도 함께 구급차에 타도록 했다.그리고 그녀는 한지훈과 함께 병원에 왔고, 폭발의 충격으로 한지훈의 옷이 찢어진 것을 보았기 때문에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상처는 다 치료했습니다. 피부 외상이 조금 있을 뿐 뼈나 근육은 다치지 않았으니 정상적인 활동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겁니다."의사가 한지훈에게 붕대를 감겨준 뒤 떠났다. "제시카 공주님, 먼저 돌아가셔도 됩니다. 다른 나라에 강연을 가야 하시지 않습니까?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한지훈이 말했다."아니요, 방금 계획을 바꿔서 내일 떠날 예정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제시카는 고개를 저으며 매력적인 미소를 보였다."용국 병사님, 좀 괜찮아요? 느낌은 어때요, 많이 아플 텐데."제시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그럭저럭 괜찮습니다. 그리고 공주님, 저를 그렇게 부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편하게 한지훈이라고 부르십시오, 제 이름입니다.""한지훈... 한지훈, 좋아요. 그럼 앞으로 한지훈 씨라고 부를게요."제시카가 대답했다."제시카 공주님, 괜찮으십니까? 사고를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흑용왕은 다급한 얼굴로 병실로 들어섰다."네, 흑용왕님께서 보내주신 경호원 덕분에 무사해요. 이분의 반응이 매우 빨라서 저를 구해 망정이지, 만약 한지훈 씨가 아니었다면 저는 분명히 죽었을 거예요.""당연한 일입니다, 공주님."흑용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그러자 한지훈은 큰 문제가 없다
"다 처리했어. 99%는 계획된 공격이었고, 운이 좋게 피한 것뿐이야.""드론 소유자를 조사해 보니 역시나 용국 드론 전문가였는데, 그 사람을 찾았을 때 그도 자신의 드론을 찾고 있었어."흑용왕이 말했다. "그 사람이 한 짓이 아닌 건가?"한지훈이 물었다."아니야, 그 사람에게 일련의 심문을 진행했는데, 그가 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충분한 증거도 있었어. 아마 그는 자신의 드론이 조작된 걸 발견하지 못했을 거야."흑용왕이 대답했다."지금 우리는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이게 사고였다는 걸 외부에 알릴 수밖에 없어. 다행히 공주님은 무사하시고, 우리가 실제로 사고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흑용왕이 말을 마치자, 두 사람은 차에 탄 뒤 함께 병영으로 돌아갔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처사네."한지훈은 흑용왕의 처신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흠, 이놈들이 감히 우리 용국 땅에서 손을 쓰다니. 심지어 남영구에서 행패를 부리는 건 내가 절대 넘어가지 않겠어!"흑용왕은 주먹을 힘껏 휘두르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대방은 분명히 운성이 흑용왕의 영토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그렇게 큰 소란을 피웠고, 흑용왕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이는 마치 흑용왕의 머리 위로 올라가 똥이나 오줌을 누는 것과 마찬가지로 괘씸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너희 쪽 사람들은 조사 결과가 나온 건가? 어느 쪽 사람이지?"한지훈이 물었다."잠깐, 마침 좋은 소식이 왔네."흑용왕은 자신의 휴대폰에서 문자 메시지가 오는 소리를 듣고 꺼내 들었다.잠시 뒤, 흑용왕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지? 단서가 없어?"한지훈은 흑용왕의 얼굴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물었다."단서가 없는 게 아니라, 진행 속도가 몹시 빠르군." 흑용왕은 고개를 저었다."진행 속도가 빠른데 왜 눈살을 찌푸리는 거야? 누군지나 말해."한지훈이 대답했다."드론을 조작한 사람을 찾았지만, 그자는 이미 자살했어."흑용왕은 심호흡을 하고 천
"뭐 하는 겁니까? 왜 여기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거죠?"흑용왕이 소리쳤다."용왕님! 적의 습격이 있었습니다, 폭도들이 우리 차를 가로막았고, 그들은 손에 총을 들고 있으며 위력이 막강합니다. 저희는 지금 전력을 다해 막고 있습니다."남영구의 한 군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 감히 우리 진영에 쳐들어오다니, 너희는 공주님을 보호하라!"한지훈은 즉시 차에서 내려 제시카를 데리고 나가 그녀의 곁을 지켰다.상대방이 총을 갖고 있어 차 안에 앉아 있으면 쉽게 표적이 될 수 있다.한지훈은 침착하게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수를 관찰하며 끊임없이 제시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평소라면 흑용왕의 병사들이 적의 침입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을 터인데, 지금은 공주를 호위하는 인원이 십여 명 남짓에 불과하다.하지만 흑용군은 잘 대처했고, 이 십여 명의 사람들 덕분에 적이 더 깊게 파고드는 걸 막아주었다. 직전에 제시카 공주의 경호원들은 모두 상대방에게 맞아 목숨을 잃었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곁에 머물렀던 흑용 병사는 세 명이었다. 세 사람은 제시카를 보호하며 좀 더 안전한 곳으로 계속 후퇴하고 있었다.병영은 불길로 가득 찼고, 기관총에서 뿜어져 나온 총알은 허공에서 끊임없이 뒤엉키고 있었다. 흑용군의 장비는 훌륭했지만, 상대의 장비도 약하지 않아 한동안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적은 수적으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흑용군의 완강한 저항으로 적의 진격은 더뎠다. 하지만 상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더욱 강력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쾅! 상대는 직접 수류탄을 던졌고, 흑용 병사들은 제때 피하지 못하고 직격탄을 맞았다. 수류탄은 흑용군의 진용에 큰 구멍을 냈고, 적군은 이 지점에 모든 화력을 집중했다. "공주님을 잘 보호하라! 밖에 있는 형제들이 도착했다, 우리는 최대 10분만 버티면 많은 지원군을 얻을 수 있다!"흑용병 중 한 명이 소리쳤다.탕! 탕! 하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적의
이때 흑용병들의 전술적 자질이 완벽하게 발휘됐다.이곳은 숲이고, 나무들은 좋은 은신처이며 그들은 특정 훈련을 하기 위해 이곳에 자주 왔다.그렇기에 일부 지형에 매우 익숙하며, 후퇴할 때 더 많은 은신처를 얻기 위해 한쪽으로 계속 이동했다.조금만 버티면 지원군이 도착한다! "안 됩니다, 뒤에 넓은 공간이 있는데 상대의 수류탄이 거기에 던져지면 우리는 숨을 곳이 없습니다. 안 됩니다, 그쪽으로 후퇴할 수 없습니다!"흑용 병사 중 한 명이 소리쳤다. 그러나 그곳으로 후퇴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적들의 시야에 노출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들은 모두 상대방의 표적이 될 것이다.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적을 상대할 테니 빨리 가세요!"흑용군의 소대장 한 명이 큰 소리로 말했고, 곧이어 적군이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이제 제시카를 보호할 흑용 병사는 두 명만 남았고, 그중 한 명은 다리 부상을 입었다."제시카 공주님,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희가 꼭 지켜드리겠습니다."다리를 다친 흑용병사가 말했다."네, 전 당신들을 믿어요."제시카는 별로 겁을 먹은 것 같지 않은 듯 차분한 모습이었다. "에휴. 이럴 때는 모든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되죠."흑용 병사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탕!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부상당한 동료의 다리에 총을 쏘아 즉시 그를 걷지 못하게 했다. "꺄악!"제시카는 비명을 질렀고, 그녀를 가까이에서 보호해 준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최전선에서 싸우던 다른 흑용병 몇 명도 고개를 돌려 이 광경을 보자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정신이 흐트러진 사이 상대의 화력은 최고조에 달했고, 엄청난 파괴력에 머리를 들 수 없었다. "스파이가 목표물에 단독으로 접근했다, 그녀를 죽여라!"한 폭도가 큰 소리로 외쳤다."당신은 흑용군이 아닙니까? 왜 동료를 쏜 거죠?!"제시카가 큰 소리로 물었다."누가 흑용군이라는 거죠? 난 그렇게 멍청하지 않습니다. 난 이곳에 배치된 스파이고, 내 이름은 엔릭이죠. 당신은
"아, 앞이 안 보여. 도와줘!"적지 않은 폭도들이 한지훈이 걷어찬 모래에 눈이 멀어 계속 눈을 비볐다. 한지훈은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겨 상대방 십여 명을 또 죽였다. 한지훈의 두 발의 총알과 흑용군 병사와의 교전 끝에, 원래 50명이었던 폭군은 제시카를 인질로 잡고 있는 유리와 엔릭을 포함해 10명도 채 남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강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이지? 안 되겠어, 빨리 철수해야 해. 엔릭, 이 여자를 데리고 재빨리 철수한다!"유리 일행은 뒤에 숨어 있다가 이제 병영 입구까지 이르렀고, 앞에 있는 동료들이 막고 있는 틈을 타 재빨리 몸을 돌려 도망쳤다. "내가 말했지, 이곳에 온 이상 다 이곳에 남게 될 거라고."한지훈은 차갑게 말했고, 폭도들을 향해 뛰어들며 그들이 총을 쏘기 전에 제압했다.이제 폭도는 세 명밖에 남지 않았고, 유리와 엔릭, 그리고 제시카 외에 시종일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한 명이었다. "용국 사람,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 이 공주는 당신 나라 사람도 아닌데 왜 보호해야 하지?"유리는 달려가며 소리쳤다.한지훈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그들을 향해 돌진해 엔릭에게 주먹을 날렸다. "제리, 네가 나서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이곳에서 끝을 맞이하게 될 거다."유리가 포효했다. 제리라는 폭도가 갑자기 돌아서 한지훈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쿠당탕. 한지훈은 그의 주먹에 격퇴했다. "흥, 더 쫓아오면 죽여버릴 테다. 용국의 쓰레기야, 다시는 오지 마라."제리는 원래 그를 방금 전 공격만으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지훈은 그저 격퇴할 뿐이었다. 제리는 매우 혼란스러웠고, 한지훈에게 겁을 주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방금 전에는 10분의 1도 안 되는 힘만 썼을 뿐, 너희에게 강자가 있을 줄은 몰랐네. 제시카 공주님을 데려가려고 정말 애를 많이 썼군 그래."한지훈은 비웃었다."이 상황에서도 큰소리를 치다니, 이게 바로 너희 용국의 본성이구나. 더 이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광채로 가득 차 있었고, 그녀 옆에서 또 다른 핏물이 튀자 다시 그녀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엔릭은 제시카를 인질로 삼고 있을 때, 한지훈에게 당해 피범벅이 되었다. "아직도 저항할 건가?"한지훈은 순식간에 폭도의 리더인 유리 앞에 이르렀다. 흑용왕과 지원군도 이미 도착했고, 그들은 유리를 향해 수십 발의 검은 총을 겨눴다. 그가 조금이라도 엉뚱한 행동을 하면 주저하지 않고 그에게 총을 쏠 것이다. 유리는 온몸이 차가워졌고, 이번 작전이 실패했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제시카를 납치해 철수할 수 있었고, 용국을 떠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도중에 이런 강력한 인물이 나타나 형제들을 모두 죽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가장 자랑스러운 조력자인 제리마저도 일격으로 죽였다. 그는 한지훈을 죽도록 노려보았다!"제시카 공주님을 풀어주지 않으면 한 방에 죽여버리겠다!"흑용왕이 큰 소리로 외쳤다."너… 너희 다가오지 마, 안 그러면 이 여자 머리에 총을 쏠 거니까.""나도 이 여자가 공주이고, 이 사람을 보호할 책임이 당신들에게 있는 걸 알고 있어. 이 사람이 죽으면 당신들도 모두 끝장이겠지!""나는 단지 망명자일 뿐, 내 목숨과 당신네 많은 사람의 목숨을 맞바꾸는 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야!"유리는 제시카의 목에 총을 대고 미친 듯이 소리쳤다.그녀는 이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질을 잡고있는 것뿐임을 알았고, 상대방이 자신을 즉각 총살하지 못하는 이유도 공주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콜록, 콜록."제시카는 목이 졸려 얼굴이 빨개졌고, 기침을 계속했다. "닥쳐! 이년아!"유리가 소리쳤다.제시카는 기침을 참을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시선은 시종일관 한지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비록 자신의 목숨이 언제 달아날지 모르지만, 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자신을 구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제시카는 왠지 모르게 여자로서의 직감을 믿었고, 만난 지
그 말을 들은 집사는 급히 몇 사람을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뛰어올랐다. “둘째 아가씨! 아가씨 얼른 문 열어요!” 곧이어 위층에서는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둘째 아가씨 방문이 열리지 않는데요!”집사는 이마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뛰어 내려와 초조하게 말했다. “그럼 뭘 기다려, 얼른 문을 부수고 열어야지!”담창운은 급해난 나머지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비할 데 없이 후회하며 가슴을 치게 됐다. 사실 담효령이든 담효운이든 그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손녀들이었다. 다만 애정 표현에 서툴렀던 그였기에 그동안 항상 투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손녀가 정말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담창운은 크게 후회됐다. 한지훈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가, 담씨 집안 하인 몇 명을 한꺼번에 밀치고는 방문을 걷어찼다.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담효운의 목에는 천이 묶인 채 몸은 공중에 높이 걸려있었다. “어? 둘째 아가씨...”집사가 막 나서려 하자, 한지훈이 먼저 방으로 뛰여 들어 손을 들어 담효운을 풀어주었다. 어느새 담효운의 몸은 좀 차가워졌다. 한지훈은 급히 손을 뻗어 담효운의 맥박을 살폈다. 담효운의 맥상은 이미 매우 미약하게 뛰고 있어 10분만 늦었더라도 저승길을 갈 뻔했다. “아가씨! 둘째 아가씨!”이내 하녀 몇 명이 급히 달려와 담효운을 침대에 눕혔지만, 그들이 어떻게 불러도 담효운은 여전히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곧이어 담창운과 두 중년 남자도 방문에 다가섰다. 그중 한 중년 남자는 쏜살같이 담효운의 침대 앞에 달려들어 초조하게 소리쳤다. “효운아! 담효운! 너 이렇게 죽으면 안 돼! 나한테 딸은 너 한 명뿐인데!”“효운아!”담창운은 눈물을 훔치며 천천히 침대 앞으로 다가와, 침대에 누워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담효운을 보면서 통곡하고 말았다. “만약 이대로 정말 죽게 된다면, 당신들 모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한지훈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이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이어 입구에 서있던 하인을 밀치고는 담효령을 데리고 별장으로 직접 들어섰다. 그들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담창운이 2층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무리 혈육의 정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말 너 때문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그의 곁에 서있는 십여 명의 하인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두 중년 남자는 잘못을 저지른 두 초등학생처럼 담창운 앞에 풀이 죽은 채 서서,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된 담창운은 입구에 선 담효령을 발견하였고 그녀와 함께 온 한지훈은 아예 외면했다. 그의 시선 속 한지훈은 정말 너무나도 평범해서 굳이 여겨 볼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효령이야?”담창운은 눈살을 찌푸린 채 담효령을 바라보았다. “너 마침 잘 돌아왔어. 얼른 가서 네 여동생 좀 설득해 봐. 오늘 저녁 한 선생과 잠자리를 가지지 않으면 우리 담씨 집안에 큰 화가 닥치게 될 거야!” “우리가 20여 년동안 깨 키워준 은혜를 봐서라도, 이번만큼은 우리를 위해 나서줘야 되지 않겠어!”그러나 담효령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어르신, 안심하세요. 손녀 분을 그곳에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저랑 효령이가 이곳까지 찾아온 건 바로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그 말을 들은 담창운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흘깃 보고는 더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흥, 말 참 쉽게 하네. 어떻게 이걸 해결할 건데? 뭔 자신감으로 그렇게 장담을 하는 거야? 너 그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해?”“한지훈이죠!”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상대가 한 선생이란 걸 잘 알면서도 네가 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설마 고작 네 혀로?”담창운은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놈이 이렇게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줄은 몰랐다.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일에
“허허, 아가씨,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나의 감시 하에 있어. 당신이 언제 강중에 갔는지 언제 강중을 떠났는지 등등... 난 전부 상세한 보고를 받고 있다고!”이내 낙소종은 휴대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클릭하고는 담효령의 앞에서 건들거렸다. “당장 차 치워. 우리 지금 바쁘거든!”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고?”낙소종은 그런 한지훈을 힐끗 훑어보고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네 까짓게 뭔데? 난 한 선생을 대신해서 여기서 저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한 선생을 불쾌하게 만들면, 그 후과를 네가 감당할 수 있기나 해!”역시나 담효령이 예상한 바와 같이, 그는 자기가 담효령을 얻을 수 없는 이상 그 누구도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낙소종은 장월동과 함께 식사를 할 당시, 이미 담효령을 깨끗하게 팔아넘긴 상황이었다. 담씨 집안 자매들은 하나하나 모두 아릿 다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담효령이 가장 예뻤다. 다만 얼마 전 그녀는 강중으로 돌아간 후 줄곧 소식이 없었다. 그리하여 장월동이 직접 사람을 파견하여 그녀를 강제로 강릉으로 데려오려고 계획할 무렵, 낙소종은 부하들로부터 담효령이 강중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낙소종은 일단 급히 장월동에게 보고를 올리고는, 담효령이 향하는 길로 직접 달려와 그녀를 막은 것이다. 가짜 한지훈이 든든한 빽으로 있는 이상, 낙소종은 차에 탄 눈앞의 진짜 한지훈은 안중에 두지도 않았고, 더욱이는 담씨 집안을 더욱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지금으로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담효령을 강제로 호텔로 데려가 자칭 “한 선생”의 쾌락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차 치워, 지금 이럴 시간 없다고!”눈빛에 이미 살기가 배어 있었던 한지훈은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바빠? 죽고 싶어 환장했나!”낙소종이 차문을 열려는 순간, 한지훈이 그의 뺨을 후려쳤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낙소종의 몸은 끊어진 연처럼
강우연은 한껏 어두워진 담효령의 표정에 답답한 듯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담효령은 겨우 침을 삼키고 작은 손을 벌벌 떨며 전화를 받았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효령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그래? 너 나 못 믿어?”평소와는 다른 담효령의 이상한 모습을, 강우연이 전혀 못 알아챌 리는 없었다. 이내 담효령은 고개를 돌려 강우연과 한지훈을 흘깃 보고는 난색을 표하였다. “이... 이번 사건은 한 씨 집안이랑 연관되는 일이야. 하도 무서운 일이라 난 굳이 너를 이번에 연루시키고 싶지는 않아!”뭐라고?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은 처음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지만, 한 씨 집안사람과 연관된 일이라는 말을 듣고는 순간 눈이 번쩍였다. “한 씨 집안사람이라고? 효령아, 나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해주지 않을래?”담효령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여동생이 보낸 작별 문자를 한지훈에게 건네주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한지훈의 눈에는 순간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도청!”자신을 부르는 한지훈의 목소리에 도청 전인은 급히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주상!”“이것 봐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한지훈은 그 문자를 도청 전인 앞에 내밀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헉!”도청 전인 또한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메시지 속에서 가리키는 한 선생은, 바로 한지훈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문제는 여태 강중에 이런 소문이 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지훈은 줄곧 해외에 지내다가는, 돌아오자마자 동방 오우와 백일봉에서 약전을 펼쳤었다. 그런데 대체 강릉에 갈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강릉에서 떠돌아다니는 이 한지훈은 필연적으로 짝퉁이었다. “저... 저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바로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청 전인은 두 손으로 다시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조사? 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필요 없어. 시
바로 여시수 뒤에 서있었던 담창운은, 그들의 얘기를 들은 후 가슴이 저절로 가라앉았다. 자신의 두 손녀는 그 누구 하나 고집이 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만약 담효운이 고집부리고 죽을지 언정 따라가지 않으려 한다면 담씨 집안에도 큰 화를 초래할게 뻔했다. 게다가 지금 이 상황은, 전에 이 씨 집안이나 낙씨 집안을 마주할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지금 한지훈이 용국에서의 지위가 하늘을 찌를 듯하니까. 이내 여시수가 허리 굽히고 한지훈을 차에 태우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담창운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가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는 사실은, 눈앞의 한지훈은 가짜 인물이라는 것이다. “효운아, 방금 한 선생의 말도 들었다시피 네가...”담효운은 이빨을 악 문채, 울먹이긴 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담창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심상치 않은 표정에 담창운은 불길한 마음이 들어, 급히 담효운을 끌고 차에 올라탔다. 만약 담효운의 언짢은 표정을 한지훈이 보기라도 한다면, 담씨 집안은 필연적으로 큰 재난이 닥치게 될 거라 믿었다. 현재 한지훈의 명망으로는 얼마든지 담씨 집안을 쉽게 멸망시킬 수 있긴 하다. “효운아, 사실 할아버지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선생은 우리 담씨 집안이 절대 미움을 사면 안 되는 거물이야! 그의 한마디로 우리 담씨 집안 수십 명의 식구들 목숨이 좌지우지될 수 있어!”담창운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담효운은 억울함을 토로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다들 한지훈이 대영웅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내한테도 잘해주는 사람이라면서요? 설마 그 모든 소문들이 거짓말이라는 거예요!”사실 담효운의 마음속에는 줄곧 짝사랑하고 있는 대상이 있었다. 두 사람의 감정은 줄곧 아주 안정적이었다. 다만 지금까지도 그 창호지를 뚫지는 못했다. 그 어떤 여자라도 자신의 가장 귀한 첫 경험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남기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니까. 설령 상대의 지위가 아
“그래요! 저 대신 말 좀 전해주세요. 저도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움직이고 싶지만, 전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을!”강우연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네!”도청 전인은 짧은 대답과 함께 몸을 돌려 문 밖으로 걸어갔다. 그 무렵, 강중 상업계의 거물들 역시 분분히 공항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까지도 공항으로 달려가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한편 그 시각 강릉 공항에서는, 강릉 여시수는 고위 간부와 수백 명의 사업가들을 데리고는, 공손하게 서 있었다. 그 옆 몇 개의 활주로에서는 모두 한지훈을 기다리는 여성들이 가득 서있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웬만한 톱스타를 맞이하는 것보다 훨씬 성대했다. 필경 현재 한지훈의 명성은 정말 어마어마했고, 게다가 그 명성은 이미 4대 가문을 훨씬 능가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힘으로 4대 가문을 무너뜨린 건, 용국의 지난 100년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수천 명의 군경들 또한 공항 부근을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 강릉의 몇 개 주요 고속도로들도 모두 봉쇄 계엄이 실시되었다. 곧이어 보잉 여객기 한 대가 활주로에 천천히 착륙했고, 선실 문이 열리면서 훤칠하고 젊은 남자 한 명이 천천히 기내를 나섰다. 여시수는 즉시 뒤에 있는 몇 명의 사무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이내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레드카펫을 깔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남자는 당찬 걸음으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섰다. 공항 주변에서 열렬히 자신을 환영하는 사람들을 발견한 젊은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오만한 눈빛으로 여시수를 보며 웃었다. “무려 여시수가 맞이해주고 있네!”이 젊은 남자는 얼핏 보면 한지훈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한지훈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눈에 봐도 이 사람이 한지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한지훈은 누구를 대하든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오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
백일봉에서의 일전 결과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한지훈이 손을 드는 사이에 5성 용급 천왕계 강자인 동방 오우가 살해당했다는 소식 또한, 곧 강중에 전해졌다. 그동안 우연 그룹에 복종했던 많은 세가들은 그 소식을 접하고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복종하지 않았다가는, 일단 한지훈이 돌아오게 되면 그들은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테니까. 한편 한 씨 집안 별장에서는 한 젊은 여자가 강우연의 침대 옆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담효령, 강우연의 몇 안 되는 절친 중 한 명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담효령은 바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다가 불과 1년 전 고향인 강릉으로 돌아왔고, 여태 집안 살림을 도우러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담효령은 자신의 빛나는 미모로 인해 골치 아파하고 있었다. 강릉에 돌아온 지 한 달도 안 되어, 강릉의 두 도련님이 하나같이 그녀에게 반한 것이다. 이 두 명의 도련님 중 한 명은 강릉의 태자라고 불리는 이설비이고, 다른 한 명은 강릉 갑부의 아들인 낙소종이었다. 두 사람은 진저리 날 정도로 담효령에게 끝없는 애정 표현을 하였지만, 결국 모두 무자비하게 거절당했다. 그 후 두 사람은 처음에는 별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사랑은 원한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담씨 집안의 사업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도 안 되어 담효령이 관리하고 있던 지사는 더 이상 수입이 진행되지 않았다. 물론 담씨 집안도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후 몇 번이나 담효령에게 마음을 좀 열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이 씨 집안이든 낙 씨 집안이든, 시집가면 전혀 손해를 볼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줄곧 눈이 높았던 담효령은 게으르기만 한 이 두 남자에게 시집가고픈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결국 홧김에 강중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강중에 도착했을 때, 임신한 강우연이 이미 집에서 휴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바로 한 씨 집안을 찾아왔다. 담효
여태 천신계 강자들은 줄곧 강제적인 요구를 받아오며, 세속의 일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만약 이 규정이 일단 뚫리게 된다면, 용국에는 지금으로선 바로 천신계로 돌파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많지는 않을 것이다. “흥! 설령 천신계를 돌파한다 하더라도 북양 왕은 동방 가문 제자들보다는 나을 겁니다!”진우는 차갑게 대답했다. 동방 소의 말대로 설령 한지훈을 말린다 하더라도, 문제는 그를 말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지훈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심지어 국왕조차도 일부러 눈을 감아주고 있는 상황에, 진우는 굳이 나서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맞습니다. 진 사령관께서도 더 이상 저희 용국의 미래 천신 강자만을 위하여 현재의 손실을 지켜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뒤따라 원상용도 사정하기 시작했다. “흥! 여러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4대 가문이든 동방 가문이든 누구든지 막론하고, 오늘 이번 일은 제가 절대로 나서지 않을 겁니다!”진우는 여전히 단호하게 거절했다. 바로 그때, 찬란하게 빛나는 별빛이 갑자기 떨어져 사람들은 그 눈부심에 저절로 눈을 감게 되었다. 그 별빛은 갑자기 백일봉 전체를 온통 덮어버렸다. “쾅!”이내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눈부신 별빛은 흩어져 버렸고, 큰 구덩이 속을 들여다보니 동방 오우는 이미 가루가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게다가 은은하게 바람까지 불어 유골마저 허공으로 날려가게 됐다. 우천존이 마침 그 끔찍한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단지 놀라울 정도였다면, 한지훈은 이번에 확실히 그에게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진법을 통과하여 성신의 힘을 끌어들여 순식간에 동방 오우를 소멸시켰다. 그 장면에, 동방 가문 사람들은 입을 크게 벌린 채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원상용은 더욱 비할 데 없이 내심 후회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동방 오우가 순식간에 공기 중에 흩날리는 유골이 되었다니. 다른 두 가문의 사람들도 모두 벌벌 떨고 있
“쾅!”큰 소리와 함께 동방 오우는 다시 엄청난 피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그 속에는 적지 않은 내장 조각들마저 끼여있었다. “화산에 이렇게나 좋은 진법이 있는데 아쉽게 됐네. 안타깝지만 진종의 또 다른 후계자를 한 명 더 배양해야겠어!”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탄식했다. 동방 오우는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긴 하지만, 방금 그가 보여준 진법은 한지훈이 보기에도 매우 강력했다. 지금까지도 한지훈은 그 광막이 대체 어떻게 펼쳐진 건지 깨닫지 못했다. 한지훈은 만약 자신이 그 광막의 진법을 장악할 수만 있다면, 반드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화산의 제자가 아니었기에 이러한 신기한 진법의 비법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내가 보잘것없다고 조롱이라도 하는 거야?”이내 동방 오우가 노호하며 말했다. “난 수만 명의 화산 제자 중에서 유일하게 진종 제자로 뽑히게 됐어. 그런데 네가 뭔데 나더러 보잘것없데!”동방 오우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교만한 모습을 보였다. “난 네가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엄청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곧이어 한지훈이 다시 손바닥을 내리치자 큰 굉음과 함께 한바탕 기랑이 자욱해졌다. 그 기운에 백일봉마저 진동하기 시작하며 당장이라도 무너질 기세였다. 아래에 있던 구경꾼들은 뒤흔들리는 백일봉의 모습에 괜히 자신들이 다치기라도 할까 봐 일제히 멀리 도망쳤다. “쾅!”바로 그때, 한지훈이 또 한 방 날렸다. 그렇게 온 하늘은 한바탕 연기와 먼지가 흩날렸고, 동방 오우는 큰 구덩이 속으로 말려들 가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방 오우가 다시 일어나려 하자, 한지훈이 그의 아랫배를 밟았다. “네가 화산의 제자면 뭐 어떤데? 진종의 후계자면 또 어떤데?”한지훈은 다시금 진법을 발동했다. 이때 하늘에는 별똥별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별빛은 눈에 띄는 속도로 동방 오우에게로 향했다. 화살처럼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별빛에, 동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