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염왕?강우연의 눈썹은 꿈틀거렸고, 걱정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적염왕은 죽지 않았던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빨리 비밀번호를 대! 안 그러면 당신을 죽일 테다!"북랑이 강우연을 납치한다고 말한 것은 단지 그녀를 겁주기 위한 방법이었다.그가 정말로 그녀를 납치한다면 일이 복잡해질 것이고, 연구실을 나가기도 전에 저지당할 것이 뻔했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가능한 한 빨리 비밀번호를 강제로 입력하게 만들어야 했다.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북랑은 그녀에 대해 전혀 동정심이 없었고, 그는 강우연의 목을 조르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어서 비밀번호를 대지 못해?! 당장 말하지 않으면 죽여버릴 테다!"강우연은 북랑에게 목이 조여 숨이 막혔고, 순백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북랑은 그녀를 매우 거칠게 대했고, 강우연의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숨을 쉬고 싶었지만 전혀 그럴 수 없었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말해, 말 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목을 졸라 죽여버리겠다!"북랑의 손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갔고, 최악의 경우 강우연을 목 졸라 죽일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지하 연구실을 통째로 폭파시킬 생각이었고, 데이터가 없어도 그의 히든 미션은 완수한 것이 된다! 강우연은 양손으로 북랑의 손을 잡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커다란 쇠 같은 손을 꺾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 이 순간, 강우연은 한지훈이 자신 앞에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랐다!‘지훈 씨, 살려줘요.’그 모습이 강우연의 마음속에 계속해서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한지훈이 나타나기를 바랐고, 그가 지금 연구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을 빨리 발견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녀는 오늘이 그저 평범하고 바쁜 날이며, 예전과 다를 바 없는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몇 분 만에 강우연은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현재 연구실 안의 연기는 모두 소진되었고, 연구실 밖에 있던 한지훈은 연기 사이로 강우연이 연구복을 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수를 뽑아 든 한지훈의 철권은 이미 북랑의 가슴을 강타했다! 퍽!단 한 번의 펀치로 북랑의 가슴은 완전히 무너졌고, 피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펀치에서 북랑의 가슴은 완전히 찌그러졌다. 그는 입을 벌리고 피를 잔뜩 뿜어냈고, 그의 온몸에 피가 튀었다. 세 번의 공격 끝에 북랑의 갈비뼈는 모두 부러지고 내장은 산산조각이 났으며, 그 누가 온다고 해도 그를 구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강우연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고, 흐릿한 시선 속에 북랑이 필사적으로 뭔가를 토해내는 모습만 보였으며 연구실은 피비린내로 뒤덮였다.북랑은 피 웅덩이에 쓰러져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눈을 감지 않았다!한지훈은 강우연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붉어진 뺨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강우연은 숨을 몰아쉬며 목을 감싼 채 한지훈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그 사람은요?""죽었어." 한지훈은 땅바닥에 누워 있는 북랑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려고 했다.그녀는 두려움이나 당황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매우 냉정했다."무서워?"한지훈이 묻자, 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내저었다.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아까는 너무 잘했어, 칭찬해."그 후, 그는 강우연의 목에 있던 손가락 자국을 보더니 즉시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한지훈은 손을 뻗어 강우연의 부드러운 목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아파?"강우연은 한지훈의 차가운 눈빛에 깜짝 놀라 손을 뻗어 목을 가리며 대답했다."괜찮아요."그러자 한지훈은 갑자기 한 손으로 강우연의 다리에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감싼 채 강우연을 들어 올렸다. "앗, 왜 그래요?"강우연은 당황했고,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즉시 얼굴이 붉어졌다."빨래 내려놔요."한지훈의 다정한 포옹에 강우연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몸부림치며 한지훈의 팔에서 내려오려 했지만, 그럴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안에 연기가 가득합니다, 불인 난 것 같아요! 빨리 가서 사람들을 구해 주세요!"연구원은 겁에 질린 채 달아나려 했고, 연구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으며, 어쨌든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만 보고 모두가 달려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소에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연구소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왕조현은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불안했다. 그는 항상 설렁설렁 일을 하며 월급을 받았었지만, 오늘 이 상황은 매우 나빴다! 그는 연구원의 멱살을 잡고 다급하게 물었다. "대표님은 어디 계시죠? 대표님을 봤습니까?""모르겠어요. 다들 대피하기 바빴고 연기가 너무 자욱해서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도 대표님이 어디 계신지 모릅니다!"연구원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무기력하게 말했다. "겁쟁이들뿐이군!"왕조현은 평소에는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월급만 받아 갈 뿐이었다.하지만 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는 매우 당황했다, 대표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이 가장 먼저 해고될 것을 알았다! 그는 간신히 보안팀 팀장 자리에 올랐고, 이 직업을 잃으면 자식의 학원비를 대줄 수 없게 된다. 대표님에게 절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안 된다! 왕조현은 고함을 지르며 몇몇 형제들과 함께 돌진했고, 이때 피범벅이 된 한지훈이 강우연을 품에 안고 연기 속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장면을 본 왕조현은 놀라서 물었다."한지훈 선생님, 대표님! 괜찮으십니까?"한지훈은 무심하게 왕조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차갑게 말했다."안에 두 사람이 있는데 한 명은 죽었고 한 명은 살아 있습니다. 조용한 방을 찾아서 그들을 가두세요, 곧 가겠습니다."왕조현은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뒤,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며 떨리는 입술로 물었다. "죽……죽었다니요? 경찰에 신고할까요?"한지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됐습니다. 정보를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회사 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마세요. 어떤 일은
강우연은 소파에 앉아 그녀의 목을 만졌고, 머릿속에는 한지훈이 피로 뒤덮인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방금 연구실에 있었던 상황과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난 한지훈의 모습을 떠올리며 강우연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한지훈이 작은 약병을 손에 들고 다시 돌아왔다.한지훈은 작은 빨간색 물약병을 들고 강우연에게 말했다."앉아봐."강우연은 이 말을 듣자마자 순종적인 어린아이처럼 똑바로 앉았다.자세히 살펴보니 강우연의 목은 매우 가늘어 멍이 심했고, 곳곳에는 이미 피멍이 들 정도였다. "이 약은 흉터를 제거하는 데 탁월해."한지훈은 약을 손에 붓고 손바닥으로 비벼 따뜻하게 한 뒤 말했다."아내가 이렇게 예쁜데, 목에 흉터가 남으면 안 되지."이 말을 들은 강우연은 눈을 반짝이며 한지훈을 올려다보았다."처음에는 좀 자극적이지만 조금 지나면 차가워지니까 참아."손바닥의 온기로 약은 따뜻해졌고, 한지훈은 손가락으로 약을 덜어내 강우연의 목에 부드럽게 발랐다. 그의 손가락이 강우연의 목에 닿은 순간, 강우연의 몸은 매우 강하게 반응하여 눈에 띄게 경직되었지만 한지훈은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조심스럽게 멍든 곳에 약을 발랐다. "당신 말대로라면, 이 약을 팔면 수익이 엄청날 것 같은데요."관심을 돌리기 위해 강우연은 화제를 돌렸다. "대량생산은 할 수 없어."한지훈이 대답했다."왜죠?"강우연은 한지훈이 열심히 약을 바르는 것을 지켜보았고, 이미 그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약재료가 너무 비싸고, 만드는 방법은 나만 알고 있거든."한지훈은 열심히 약을 발랐고, 확실히 처음에는 자극이 있었지만 차츰 목이 차가워졌다. 약이 효과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심리적 요인 때문인지 강우연은 약을 바르고 나자 목의 상처가 덜 아프게 느껴지며 멍도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 "됐어."한지훈은 약을 다 바른 뒤 강우연의 목에 입으로 바람을 불었다. 그가 입으로 분 바람에 시원한 기운과 약의 효과로 강우연은 몸을 떨었고, 마치 목에 개미가
"저도 당신이랑 같이 갈게요."강우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한지훈이 밖에 나가서 무엇을 할지 알고 있었고, 그녀도 가고 싶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강우연을 바라보았다."안 돼, 당신은 여기서 기다려."한지훈은 강우연이 항상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를 바라볼 때 그의 눈에는 부드러움이 있었지만, 그 부드러움에는 확고함이 더 강했다. "이따가 현장은 피투성이가 될 거야, 당신 같은 여자가 거기에 가는 건 적합하지 않아. 트라우마라도 남으면 안 되니까 그냥 여기 있어."범인들 중 한 명은 중상을 입고 한 명은 사망을 했고, 만약 한지훈이 배후의 주모자를 알고자 한다면 반드시 피비린내 나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그런 환경에 강우연을 데려간다면 한지훈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자들은 오늘 나를 죽이러 온 거예요."강우연은 다시 고집을 부리며 한지훈에게 다가가 그의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 문제는 나랑 관련이 있으니 내가 가야 해요!"한지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무기력하게 말했다."알겠어. 하지만 미리 말해둘게. 이따가 매우 잔인한 장면이 펼쳐질 수 있으니 못 견디겠으면 그냥 가도록 해.""알겠어요."강우연은 진지하게 대답했다.보안팀장 왕조현은 일을 아주 능숙하게 처리했고, 그는 다용도실을 치우고 피범벅이 된 남자 두 명을 그곳에 던져넣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중 한 명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문 앞에 있던 왕조현은 피를 묻힌 채 걸어오는 한지훈과 강우연을 발견하자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대표님, 그들은 안에 있습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왕조현의 어깨를 두드리고 말했다. "그래요, 잘했습니다. 월급을 인상해 드리죠.""한지훈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보안팀 전원이 선생님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왕조현은 급여 인상 소식을 듣자 의욕이 넘쳤다. "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한지훈은 강우연을 내버려두고 북랑의 시체 앞에 다가갔다.시체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그는 손을 뻗어 시체의 옷을 벗겼다. 작업복이 벗겨지자 상처가 적나라하게 눈앞에 드러났다.피부는 핏기가 없이 창백했고 이곳 저곳 멍이 들어 있었으며 가슴은 움푹하게 패여 있었다.강우연은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꾹 참으며 가만히 한지훈의 행동을 지켜보았다.자세히 살펴봤지만 시체에는 상처 외에는 그의 신분을 증명할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암살 조직이라면 문신과도 같은 그들만의 기호를 남기는 게 정석인데 왜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한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기절한 벌매의 앞으로 다가가서 발로 툭툭 찼다.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벌매는 무릎과 어깨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눈을 뜬 순간 그의 앞에 미소를 짓고 있는 한지훈의 얼굴이 보였다. 벌매는 즉각 경계 태세를 취했다. 상처가 벌어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과다출혈로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벌매의 상태는 심각했다. 무릎 뼈가 부서졌고 손바닥과 견갑골은 비수에 관통된 상태였다.이 모든 것이 한지훈의 작품이었다. 벌매는 처참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리고 자신을 향해 냉소를 짓고 있는 한지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북랑은 어떻게 된 거지? 실험 데이터는 확보했을까?’한지훈은 그의 속을 훤히 꿰뚫어본 것처럼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동료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한가 봐? 불행하게도 그는 이미 죽었어.”그 말을 들은 벌매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한지훈을 노려봤다.고개를 돌리자 피를 흘리며 쓰러진 북랑의 모습이 보였다.아니, 그것은 더 이상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시체였다.벌매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스치나 싶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그는 완전히 반격의 생각을 포기한 상태였다. 상대는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괴물이었다.
“질문해. 내가 아는 건 다 말할게.”잠시 머뭇거리던 벌매는 결국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사내가 자신에게 또 어떤 짓을 할지 그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모든 것을 털어놓은 뒤에 그가 자비를 베풀기를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벌매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한지훈은 처음부터 그를 살려서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너희들은 누구지? 어디서 보내서 왔어?”한지훈은 잠깐 고민하다가 첫 질문을 던졌다.“우린 독가시 출신이야. 거대한 암살조직이고 전국 각지에 우리 세력이 분포되어 있어.”벌매의 생각은 간단했다. 조직의 이름을 알려주면 한지훈이 겁을 먹고 자신을 놓아줄 수도 있을 거라는 바람에서였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벌매는 한지훈이 암살 조직이라는 개념을 전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과장해서 설명했다.“암살 조직은 길거리 깡패들이랑은 개념이 달라. 길거리 양아치들은 우리 같은 전문가들에 비하면 벌레 수준이지. 나랑 북랑은 조직에서 1, 2위를 다투는 엘리트야. 독가시는 용국 암살조직 랭킹 3위에 안착한 유명 조직이야. 백 명이 넘는 킬러를 보유하고 있고 금액만 맞으면 누구든 죽일 수 있어.”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한지훈은 설명을 듣고도 전혀 두려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발 다가서서 그의 무릎을 살포시 짓밟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한지훈의 발길이 향한 곳은 조금 전 무릎 뼈가 아작난 바로 그 무릎이었다.벌매는 저도 모르게 또다시 처참한 비명을 내질렀다.한지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피가 스며 나오는 그의 무릎을 지그시 눌렀다. 부서진 뼛조각이 피부를 뚫고 나오면서 벌매는 죽기 보다 못한 고통을 맛봐야 했다.“거짓말은 널 지금보다 더 괴롭게 만들 뿐이야.”한지훈은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너 같은 녀석이 암살조직에서 랭킹 1, 2위를 다투는 존재라면 너희 조직도 별볼일 없다는 얘기잖아. 너희 같은 녀석들이 랭킹 3위에 안착할 정도면 나 혼자 힘으로도 랭킹 1위를 차지할 수 있어.”자칫 오만해 보일 수 있
“적염왕! 저 녀석이 조금 전에 말한 적 있어요. 배후는 적염왕이라고요!”여태까지 조용히 있던 강우연이 북랑의 시체를 가리키며 대화에 끼어들었다.적염왕?익숙한 이름에 한지훈의 눈빛이 살벌하게 바뀌었다.“또 녀석이야? 이런 망할 자식이!”한지훈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벌매는 그에게서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 마치 분노한 맹수가 먹이감을 눈앞에 두고 으르렁거리는 모습과도 같았고 또한 지옥에서 온 사자처럼 보이기도 했다.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적염왕, 내가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선수를 치네?”상대가 또 다시 마수를 뻗쳤다면 한지훈도 더 이상 참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우연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그게 모든 암살자 조직을 적으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상관은 없었다.섬뜩하게 빛나는 한지훈의 살기가 벌매를 두렵게 했다.그는 가볍게 팔짱을 끼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독가시? 너희 조직은 이제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내 와이프를 건드렸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지.”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한지훈은 암살조직을 처리해 버리기로 마음먹었다.담담한 말투로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벌매는 그의 눈에서 진한 살기를 보았다.순간 벌매는 차라리 그의 밑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오만방자하게도 암살조직을 날려버리겠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어쩐지 그의 말에서 신빙성이 느껴졌다.독가시는 벌매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대단한 조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국제적으로 이름을 올린 조직인 것만큼 쉽게 날려버릴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다.한지훈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잠깐 정신을 놓았던 벌매는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르고 믿을 수 없는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왜? 내 말 못 믿겠어?”한지훈은 벌매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물었다.벌매는 순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당황한 얼굴로 변명하듯 말했다.“내가 아는 건 다 말해줬으니까 목숨만 살려줘.”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아
그것은 단순한 위압감이 아니었으며, 진정한 대해였다!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안드레의 기세에 압도당했고, 심지어 진우조차도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함 몇 척이 아니라 하나의 함대라 해도 안드레의 이토록 강력한 공격 앞에서는 단숨에 전멸했을 것이다!지금에서야 진우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달았다.예로부터 천신 아래, 모두 개미와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천신계 강자와 비교하면, 천왕계 강자들끼리의 싸움이란 그야말로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했다!그러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머리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는 와중에도 한 번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않았다. 이 얼마나 침착하며 자신만만한 태도인가! 하늘에서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떨어지려 하자, 모든 이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시선을 집중했다.그 거대한 파도는 엄청난 파도 소리를 동반하며 한지훈을 덮쳤다!“콰광!”굉음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내리꽂혔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단지 그의 몸 앞에 금빛 장막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거대한 파도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을 본 안드레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진법이었고,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파도는 한지훈은 물론이고 항모 한 척이라도 순식간에 침몰할 수 있었다! “이... 이게 가능하다고?”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경악하며 한지훈을 바라봤다!“이까짓 잔꾀로 나를 상대하려 했나? 안드레,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닌가?”한지훈은 단 한 방울의 물방울조차 묻지 않은 상태였다!이 순간, 안드레는 진법만으로는 한지훈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이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직접 육탄전을 벌이는 것뿐이었다!이렇게 결심한 안드레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네 실력은 인정하마. 하지만 네가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 해도, 이제 막 경지에
바로 그때, 바다 위에서 부상국 국기가 걸려 있는 세 척의 전함이 다시 빠른 속도로 유람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 하지만 그 전함들이 유람선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엄청난 흡인력이 발생하며 세 척의 전함을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 중심으로 빨아들였다!순식간에 전함들은 납작한 철판처럼 으스러져 버렸고, 이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한지훈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그 블랙홀의 중심이었다!전함조차도 단숨에 압축되어 산산조각 났는데, 한지훈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어째서 한지훈은 이토록 강력한 흡인력을 견딜 수 있는 걸까?하지만, 블랙홀은 한지훈을 향해 몰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 위로는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덮쳐 오고 있었다.마치 이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여 한지훈을 단숨에 바닷속 깊이 짓이겨버릴 것만 같았다!그때, 안드레가 손에 삼지창을 쥔 채 몸을 날려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고, 단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주변의 공기마저 실체가 있는 듯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삼지창을 휘둘렀을 때, 허공에서 천둥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한지훈은 이 모든 공격을 눈앞에 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저 용국 놈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설마 겁에 질려 얼어붙은 건가?”“내 생각엔 완전히 포기한 거다. 저렇게 바다 위로 나간 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뿐이지!”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자연스럽게 진우와 구원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흥, 이제 와서 동료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너무 늦었어.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한 백인 남성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누가 봐도 한지훈이 죽는다면 안드레는 진우와 구원항까지 모조리 처치할 것이 분명했다!안드레의 삼지창이 한지훈을 향해 내리꽂히려는 순간, 그
이십 대의 용국 청년이, 대중 앞에서 감히 카일 가문의 성물을 빼앗다니!이건 분명 오륙에서 세속을 떠도는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안드레는 단순히 카일 가문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오륙 전체의 평화 사절이기도 했다!그가 천신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오륙에서는 다시금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방금도 말했지만, 이 검은 용경으로 가져가 국왕께 바칠 것이다. 내가 가져가겠다고 한 이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당신도 마찬가지다!”한지훈은 손가락을 흔들며 안드레를 향해 말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지훈 역시 천신계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그가 이를 막 돌파한 신참이라는 점이었다!안드레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천신계에 이른 베테랑 강자였다.둘의 경지가 같다고는 해도,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는 마치 수십 년간 무예를 연마한 대사범과, 갓 입문한 젊은 무인이 싸우는 것과 같았다.둘 다 무예를 익혔다 한들,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실전에서 응용하는 능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한 씨 형님, 차라리 그 정복자의 검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진우가 조심스레 한지훈을 말렸다.“돌려준다고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 생각합니까? 게다가, 이까짓 조그마한 진법 따위... 나는 하늘과 바다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두렵지 않거늘, 이 작은 자기장이 겁날 것 같습니까?”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을 움켜쥐고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천신계이든, 천왕계이든, 진법이란 결국 두 가지 방식뿐이었다.하나는 자신의 자기장을 활용하여 우주의 자기장을 끌어당기는 것.또 하나는 자연계에 본래 존재하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변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지구의 자기장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우주는 그야말로 무한한 영역이 아니던가?우주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법만이, 비로소 우주의 강력한 자기장을 모두 자신
안드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다가 뒤집힐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수많은 수증기가 빠르게 치솟으며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는 반면,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다 한가운데 형성되었다!겉으로 보기엔 오마르의 진법만큼 웅장하지 않아 보였으나, 천신계 강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다.안드레가 거의 모든 해역의 자기장을 조종하고 있었고, 소용돌이의 중심부에는 곧 거대한 블랙홀이 나타났다.그 블랙홀 주변에는 번갯불이 뒤엉켜 번쩍이며 휘몰아쳤다.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강력한 흡인력으로 유람선을 중심부로 빨아들이고 있었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고, 심지어 일부는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만약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이 배는 영원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안드레와 오마르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었다!이때, 안드레는 한지훈을 향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이것이 바로 그의 스승이 창안한 진법이었다.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사하겠지만, 한지훈만큼은 예외였다.그는 블랙홀의 강력한 자력에 의해 순식간에 찢겨나갈 것이었다!“망했다! 배가 가라앉고 있어! 다 저 용국 놈 때문이야!”“이봐, 용국 놈! 당장 카일 가문의 성물을 내려놓아라!”“네놈이야 죽고 싶어도, 우리까지 끌어들이진 말라고!”주변에 있던 백인 남자 몇 명이 하나둘씩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안드레는 결국 천신계 강자였고, 한 명의 천신계 강자는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의 힘으로 볼 때, 한지훈을 죽이는 것은커녕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것도 충분한 일이었다.“젊은 친구, 천신계 아래는 모두 개미와 같다. 너와 나의 차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니, 나는 네가 저항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괜한 발버둥은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부를 뿐이라고!”안드레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요, 들었습니다! 그럼 저... 바로 연락할게요!”구원항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떨리는 두 손으로 버튼을 마구 눌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정말 무서웠다. 방금 한지훈은 진왕검만을 탈환한 것이 아니라, 카일 가문의 미움까지 사게 됐다. “만약 여전히 불복한다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도 돼!”한지훈은 몸을 돌려 갑판 너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느새 갑판 위는,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진우조차도 멍하니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지훈아, 차라리 이번 일은 그냥 내버려두자. 정복자의 검을 가져가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잖아!” “그저 하나의 장식품일 뿐, 우리 용국에는 검이 많고도 많은데 저거 하나 있어봤자야!”그러자 한지훈은 차갑게 웃었다. “아무리 소용없다 하더라도 화장실 인테리어로 걸어놔도 되는 거잖아!”그 말에 오마르는 단단히 화가 났다. 감히 카일 가문의 상징과도 같은 귀한 것을, 화장실 인테리어로 걸려 하다니? 설령 한지훈이 고의로 그들을 자극하려고 한 말이라 하더라도, 방금 그 발언은 확실히 선을 넘긴 했다. “이봐, 어린 친구. 정말 이대로 정복자의 검을 가져가겠다는 거야?”이때 선실에서는 위엄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선실 쪽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방금 배에 오르는 순간부터 한지훈은 그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같은 천신계 강자로서, 그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일성 준천신의 경지에 있긴 하지만, 상대의 기세는 더욱 안정적이었다. 그 말은 즉, 그는 훨씬 오래된 준 천신계 강자라는 것이다. 사실 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단지 이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이봐, 용국의 어린 청년! 당장 정복자의 검을 내려놓지 못해! 내 사부님이 있는 한, 넌 무릎 꿇고 사과까지 해야 돼!”이때, 오마르는 눈가가 찢어지는 상처를 참아내며 미친 듯이 노호했다.
“모욕이라니? 네가 모욕당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한지훈은 오마르를 더 이상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무대 방향으로 향했다.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진왕검을 잡을 기세였다. “너... 나를 물리치게 되면 카일 가문으로부터 저 검을 손쉽게 뺏어낼 수 있을 것 같아?”오마르는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으면서도 크게 소리쳤다. 지금의 그는, 더 이상 한지훈의 적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엄연히 아직 천왕계 강자에 지나칠 뿐이었다. 그런 그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천신계 앞에서는 그저 땅강아지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아무리 강해도 천신계 강자와 견줄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방금 심상치 않은 저력을 보여줬다는 것은, 바로 이 배에 또 다른 천신계 강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설사 일성 준천신이라 하더라도 그 실력은 한지훈이 절대 우러러볼 수 없을 정도였다. “뺏어내다니? 우리가 방금 말했듯이, 진왕검은 예로부터 용국 국왕의 패검이야. 너희 카일 가문이야말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강도들이라고!”“그리고 방금 내가 한 말들 명심해! 카일 가문은 용국 국기를 반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용국 국왕에게 직접 사죄까지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 유럽을 피바다로 만들어서라도 카일 가문을 짓밟아버릴 거야!”잔잔한 바다 위, 한지훈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메아리쳤다. 오마르는 여전히 땅에 떨어진 장검을 힘없이 쥐고 있었다. 그의 어깨뼈는 이미 한지훈에 의해 밟혀 깨져버려 더 이상 일어서지도 못했다. 그나저나 이 상황까지 돼서도, 자신의 스승이 왜 여전히 가만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지훈이 이렇게 날뛰는 것을, 그냥 빤히 보고 있겠다는 건가? “팍!”바로 이때, 한지훈은 손을 뻗어 나무상자를 손에 쥐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백발의 노인을 힐끗 보았다. “가져가! 우리 카일 가문이 베푸는 아량이야!”노인의 눈빛 속에는 두려운 기색이 가득했지만, 말투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이것이 바
“이... 이건 조석이잖아!”오마르의 얼굴에는 순간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성신바다의 진법은 매우 강하긴 하지만, 조석만큼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조석은 자연계에서도 가장 신비롭고 통제하기 힘든 기운이었다. 그런데, 한지훈이 손을 들자 뜻밖에 조석을 불러일으키게 됐다. 무대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백발노인은, 입을 벌름거리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한 갈래의 보이지 않는 힘은, 마치 크나큰 그물처럼 단번에 배 위의 모든 사람들을 덮쳐버렸다. 오마르는 눈앞의 이 장면을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장검을 든 그의 손은 끊임없이 떨려났다. 그 이유는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라 지금 그는 비할 데 없이 강한 위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의 실력이 약했더라면, 아마 진작에 이 위압에 눌려 처참한 몰골이 되었을 것이다. 칼을 휘두르기는커녕 손에 든 장검을 꽉 쥐기도 벅찰 것이다. “이 진법은 어때?”그때, 한지훈은 얼굴이 창백해진 오마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오마르는 마치 하늘이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다닥!”이내 사람들은 오마르의 골격이 끊어지는 소리를 똑똑히 들어냈다. “안돼!”곧이어 오마르는 고개를 들어 노호하기 시작했고, 5성 용급 천왕계 기운을 뿜어내며 어떻게든 이 보이지 않는 위압에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결코 헛수고일 뿐이었다. 그가 들어 올린 두 팔은 곧바로 아래로 처지게 됐다. 지금 그는 마치 두 손으로 한 행성을 대처하고 있는 것처럼, 상대적인 두 개의 힘은 전혀 같은 차원이 아니었다. “푸!”결국 오마르는 갑판 위에서 털썩하고는 주저앉아 피를 뿜어냈다.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깜짝 놀란 표정으로 갑판 바닥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느끼게 됐다. 이 힘은, 그가 일생 동안 마주한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힘이었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오마르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지
“하하! 정말 가소롭기 그지없네. 용국 무종 문파는 비록 많긴 하지만 그중 진정한 천왕계는 손에 꼽을 정도야! 너희 용인들은 그들의 진법이 과연 얼마나 대단할지 영원히 알 수도 없는 거라고!” “가소로운 용국인들, 설령 너희 용국의 조상들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내 앞에서는 그저 땅강아지처럼 비천한 목숨이야!”“오늘 나 오마르, 이 배 위에서 널 죽여버릴 거야!” 붉은 망토를 걸친 오마르의 은발은 바람에 가볍게 흩날리고 있었다. 한편 하늘의 천둥소리는 끝없는 천위를 띠고 있었다. 사실 그의 성신바다는 장 씨 집안의 삼절진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곤륜 뇌해에 비하면 정말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그 시각, 배 위의 사람들은 모두 더없이 놀란 표정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굉음에 귀를 기울이며 온 하늘의 먹구름을 보고 있었다. 마치 이 거대한 유람선이 당장이라도 거대한 파도 속에 뒤집힐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은, 죽음이 이미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네가 방금 그랬지, 우리 용국의 진정한 천왕계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그리고 용인들은 그 진법이 얼마나 강한지 전혀 모른다고.”한지훈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내 말 맞지 않아? 너희 용국 무종 강자들은 힘만 강할 뿐이지 진정한 힘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 진정한 힘은, 이 우주에서도 이 세상에서도 직접 보아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거야!”“그 말은 즉, 너희 용국에는 진정한 강자란 없고 전부 쓰레기들이라는 거야!”오마르의 말에 진우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말대로 여태까지 진우는 진법이 가장 쓸모없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기에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그는 전혀 일격을 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방금 한지훈과 오마르가 진법을 이용하여 비로소 천지를 뒤흔드는 모습에 그제야 자신이 보잘것없음을 깊이 느끼게 됐다.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해?”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사방의 뇌해를 바라보았다. 해수면에 떨어진 한 갈래의 필련은 마
이곳은 엄연히 카일 가문의 개인 영지이기에, 그들이 한지훈을 어떻게 처단하든 누구든지 비난할 수가 없었다. 설령 용국이라 할지라도 간섭할 권리는 없다. “죽어!”바로 이때, 한지훈은 머리도 돌리지 않고 손바닥을 툭 쳤다. “쾅!”그러자 한지훈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갑자기 기랑이 일었다. 기랑에 부딪힌 세 갈래의 기력은 점점 사라져 갔지만, 반면 기랑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푸! 푸! 푸!”이내 놈들은 연달아 피를 뿜어냈다. 그렇게 2성 천왕계 강자 세 명은 동시에 피를 흘리며, 저 멀리로 몸이 날아올라 갑판을 따라 바로 바다로 떨어졌다. 그 광경에 많은 사람들은 감탄하였다. 정말 강자 중 강자였다. 닥치는 대로 2성 현급 천왕계 강자 세 명을 격파하다니. 어쩐지 젊은 놈이 미쳐 날뛰더라니, 역시나 탄탄한 바탕이 있었구나. 한편 구원항 역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한지훈을 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진우의 작은 졸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목격한 충격적인 장면에, 그는 비로소 한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 말의 참뜻을 깨달았다. “가져와!”한지훈은 무대에서 5 보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무대 위의 노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다소 두려워하는 기색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카일 가문의 저력은 절대 이렇게 단순할 리가 없었다. “건방진 놈!”바로 그때, 선실에서는 우레와도 같은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은발에 두 눈이 붉은 한 젊은 남자가 갑판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등장에 모두들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진우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바로 오마르였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세속에 관여할 수 있는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의 수제자다. 그는 5 성 용급 천왕계 실력을 지니고 있는 진천왕이다. 사실 5성 용급 천왕계 중, 진법이나 현기에 대해 잘 모르는 천왕계 강자들은 단지 반천왕이라고만 할 수 있다.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