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부 죽었답니다.”그 말을 들은 나성무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그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청운종의 유준혁이라면 고작 무림 대사의 경지에 오른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인물이고 기껏해야 고작 준 전신급의 경지에 올랐을 거야.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해도 2성 현급 전신 정도의 인물일 건데 열 명이나 되는 군왕급 암살자들이 다 죽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대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거야!”나성무는 점점 똥 씹은 얼굴이 되어갔다.의약협회 회원들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이세문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소종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대로라면 한지훈을 완전히 적으로 돌린 게 아닙니까? 녀석이 우리가 암살자를 보낸 걸 알고 보복이라도 하면 어떡할까요?”“그래요, 소종주. 해결할 방법을 빨리 생각해야 합니다.”“청운종도 그 녀석의 상대가 안 되는데 우리 의약협회가 무슨 수로 그런 놈을 상대한단 말입니까?”사람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나성무를 재촉했다.나성무는 인상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너무 걱정하지들 마세요. 이번 일은 우리 영시종에서 해결하겠습니다. 놈이 아무리 강해도 고작 한 명인데 긴장할 게 뭐 있습니까! 내가 보낸 암살자들을 녀석이 죽였다고 해도 걱정할 것 없어요. 실패하면 또 보내면 되죠.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어요? 영시종은 넘쳐나는 게 돈이고 더 강한 용병도 고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안 되면 해외 사이트에서 고용하면 되지요.”사람들은 미심쩍은 얼굴로 서로 시선을 교환할 뿐, 아무런 호응도 하지 않았다.나성무는 근심이 가득한 회원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우리 영시종의 실력을 못 믿으시는 겁니까?”“아… 당연히 아닙니다! 소종주, 오해세요.”이세문은 다급히 웃으며 아부를 떨었다.“역시 영시종의 소종주님이십니다. 저희야 당연히 소종주님을 믿어야지요. 다만 우리 대부분은 강중의 중소기업 대표
현장에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사람들은 용운의 무차별한 공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 회장님!”“괜찮으십니까, 이 회장님?”“당신 왜 사람을 치고 그래?”사람들은 노발대발하며 용운을 손가락질했다.하지만 용운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싸늘한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다가 곧이어 상석에 앉은 나성무에게로 시선이 닿았다.잠시 후, 그는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 나성무에게로 다가갔다.나성무 신변의 경호원들이 달려와서 용운을 막으려고 했다.하지만!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호원들은 주먹 한번 휘둘러 보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그대로 튕겨져 나가 창문을 깨고 건물 밖으로 추락한 사람도 있었다.나성무는 그제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어느새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용운을 바라보았다.용운은 싸늘한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당신이 영시종 소종주 나성무야?”나성무는 인상을 구기며 자신의 경호원들을 바라보다가 용운에게 물었다.“넌 누구지? 누군데 감히 내 앞에서 내 경호원들에게 주먹질이야? 영시종이 강중에서 어떤 존재인지 몰라?”말을 마친 나성무가 벌떡 일어섰다.하지만 그가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용운은 그대로 손을 뻗어 나성무의 어깨를 잡아 억지로 다시 의자에 앉혔다.나성무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이런 무례한 자식이!”그는 고함을 지르며 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용운은 손쉽게 그를 제압했다.나성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상대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급기야 어깨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고 곧 온몸이 굳어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다.용운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일어서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디 함부로 일어서려고 이러나!”“나 소종주, 난 내가 모시는 분을 대신해서 너한테 말을 전하러 왔다. 내가 한 말 한글자도 빠뜨리지 말고 돌아가서 너희 영시종 종주에게 전하도록 해.”“3일 뒤에 우리 형님께서 친히 영시종에 방문하실 예정이야. 영시종 전체는 대문 앞에 무릎을 꿇고 공손히 우리 형님을 맞을 준비를 하도록! 만약 명을 거스
“헉!”현장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용운을 바라보았다.대체 이 남자는 뭐 하는 사람이지?어찌 이렇게 오만방자할 수가!감히 영시종 소종주를 그대로 벽에 처박아 버리다니!바닥에 쓰러진 나성무는 한참 거친 숨을 토한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의약협회 회원들도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다가갔다.“소종주님, 괜찮으시죠?”“소종주님, 정신이 좀 드세요? 이거 보여요?”나성무는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용운을 향해 고함쳤다.“젠장! 지금 나 쳤어? 나 영시종 소종주야! 네 놈의 그 망할 손모가지를 확 꺾어버릴 거라고!”나성무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맞은 적은 처음이었다.과거에는 어디를 가든 그를 두려워하거나 경외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뿐이었다.하지만 용운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손사래를 치며 그에게 말했다.“뭐야? 불만 있어?”용운이 손목을 마사지하며 다가가자 나성무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아까 말했잖아. 뭐야? 기억력이 별로인가? 다시 말해줘?”용운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섰다.겁에 질린 나성무는 사람들 뒤로 숨으며 소리쳤다.“그… 그래서 네 형님이라는 자가 대체 누군데?”용운이 콧방귀를 뀌며 되물었다.“암살자를 보내놓고 이제 와서 우리 형님이 누군지 모른다는 거야?”“한지훈?”나성무는 순간 인상을 확 찌푸리더니 언성을 높였다.“젠장! 오군에서 굴러온 그 거지 새끼를 말하는 거야? 감히 주제에 우리 영시종을 협박해? 너희들 두고 봐! 이번 일 절대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용운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말은 이미 전했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너한테 달렸어.”말을 마친 그는 수하들을 데리고 호호탕탕하게 회의실을 나가버렸다.회의실 안에 숨막히는 긴장
나성무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아버지, 이거 보세요. 누가 저를 쳤다고요.”그 모습을 본 나강성은 인상을 구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 짓이야?”“누구겠어요? 그 한지훈이라는 녀석 부하죠!”나성무가 치를 떨며 말했다.한지훈의 이름이 나오자 나강성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한지훈의 부하가 너를 찾아왔었다고? 감히 우리 영시종의 소종주를 쳤단 말이야?”“맞아요, 아버지! 정말 오만방자한 녀석들이에요. 오늘 찾아와서 저한테 3일 뒤에 한지훈이 직접 우리 영시종을 방문할 테니 영시종 전체 인원들은 문앞에서 무릎 꿇고 대기하고 있으래요. 안 그러면 우리 영시종을 도륙한다고요!”나성무가 이를 갈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나강성은 잠깐 당황하나 싶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들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한지훈이라는 녀석이 정말 그런 말을 전했다는 말이지?”“그럼요. 제가 제 귀로 직접 들은걸요. 정말 웃기는 녀석이지 않아요? 혼자 힘으로 우리 영시종을 박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니까요? 우리 영시종을 청운종 나부랭이들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 같아요.”나성무가 이를 갈며 말했다.영시종은 청운종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의약 종파였다.다만 나중에 청운종이 인맥을 이용해서 영시종과 동등한 위치까지 올라갔을 뿐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영시종의 실력이 청운종과 동등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었다.영시종은 청운종과 다르게 오래된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나강성만 해도 실력은 이미 무림대사 중기까지 도달했다.전쟁부의 2성현급 전신강자와 대등한 실력이었다.강중의 영시종은 그 세력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진정한 영시종 본부는 강중이 아닌 용경에 있었다.그들은 용국 무종 랭킹 10위 안에 드는 종파로 약왕파에서 은거하며 의술과 무예를 연마하고 있었다.나강성은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쳤다. 순식간에 대리석 테이블이 산산이 부서졌다.“한지훈 그 건방진 녀석! 감히 우리 영시종을 도발해? 어디서 감히 우리를 아무런 기반도 없는
지시를 받은 용운은 핸드폰을 꺼내 온병림에게 전화를 걸었다.“온 사령관님, 저희 주군께서 지시를 내리셨습니다.”한창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온병림은 곧바로 공손한 어투로 그에게 물었다.“북양왕께서 어떤 지시를 내리셨나요?”“주군께서는 강중 주군 본부에서 병력 일만을 빌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전부 실탄을 장전하고 3일 뒤에 영시종을 포위할 겁니다.”그 말을 들은 온병림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용운 씨, 영시종은 강중에서 1,2위를 다투는 의약 문파입니다. 청운종과 동일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영시종은 청운종보다 더 튼튼한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주인 나강성은 근년에 무림대사 중기까지 돌파했고요. 북양 총사령관께서 갑자기 왜 영시종을 치자고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혹시 무슨 오해라도 생긴 건가요? 그거라면 차라리 제가 나서서 중재를….”온병림 역시 강중인이었다.영시종은 강중의 의약품 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게다가 영시종의 배후세력도 만만치 않았다.소문에 의하면 영시종은 용국 무종 랭킹 10위 안에 드는 대 문파라고 했다.만약 영시종을 적으로 돌리게 된다면 약왕파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온병림은 한지훈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지만 용국에서 무종은 전쟁부에 귀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었다.심지어 이 나라에서 가지는 무종의 지위는 전쟁부와 동일하다고도 볼 수 있었다.용국의 백성들이라면 제2대 천자가 용국의 1대 무종인 무신종 소종주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온병림은 한지훈이 만약 영시종을 적으로 돌리면 약왕파와 마찰을 빚을 것은 물론이고 용국의 무종 문파 전체를 등질 것을 걱정했다.그렇게 된다면 귀찮아지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온병림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기꺼이 중재자로 나서줄 의향이 있었다.하지만 용운의 이어진 말은 그의 그런 바람을 무참히 부숴버렸다.“온 사령관님, 현재 사령관님의 위치는 저희 주군
신한국은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눈빛에는 한지훈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강만용과 일행도 못 말린다는 듯 이 고개를 저었다.한지훈이 이 시간에 연락했다는 것은 분명 큰일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했다.대체 또 누가 저 사자 새끼를 건드린 것일까?한지훈은 돌려서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을 얘기했다.“역시 원로님 눈치는 따라갈 수가 없네요. 본론만 말씀드리자면 강중의 영시종을 도륙하려고 합니다. 무종의 영감님들께는 원로님들께서 나서서 중재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강중 영시종?”신한국은 인상을 찌푸리며 미심쩍은 어투로 물었다.“영시종 놈들이 너한테 무슨 짓했어?”그와 동시에 신한국의 비서가 영시종과 연관된 자료화면을 스크린에 띄웠다.정체를 확인한 신한국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강만용 일행에게 신속히 눈짓했다.자료화면을 확인한 강만용 일행도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만 내쉬었다.영시종의 배후에는 용경의 약왕파가 있었던 것이다.용국의 무종 랭킹 8위에 안착한 대종문이고 무려 천 년의 역사를 가진 문파였다.그들은 한의학을 위주로 현대에서 발전을 거듭하였고 용국 의학계의 선구자로 떠받들리고 있었다.다시 말해 약왕파는 용국 한의학의 명맥을 잡고 있는 존재라고 봐도 무방했다.용국의 한의학 체계와 협회, 각 영역의 엘리트들은 70% 이상이 약왕파 출신이었다.천자의 신변을 지키는 의료진들도 약왕파에서 선발한 인재들이었다.게다가 천자의 전담의가 바로 약왕파의 종주, 황동영이었다.그는 용국 의학계의 전설로도 불리고 있다.3대 신의가 있기는 하지만 황동영의 실력을 따라갈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황동영은 현대 한의학 체계의 조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었다.다만 최근 20년 사이, 황동영은 거의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사람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한지훈의 싸늘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전해졌다.“영시종에서 저와 제 아내 강우연을 암살하라고 암살자를 파견했습니다.”그 말 한마디에 용각 원로들의 표정이
신한국은 착잡한 얼굴로 강만용 일행을 바라보았다.그들 역시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신한국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네 뜻이 정 그러하다면 막지는 않겠다. 우리는 언제나 네 편이야. 무종의 영감들을 한번 만나보지.”“감사합니다. 다른 원로님들께도 인사 전해주세요.”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신한국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나왔다.“사고뭉치 같으니라고!”용각 회의실 분위기는 매우 심각했다.신한국은 강만용과 다른 원로들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제 어떻게 하지? 한지훈 저 녀석, 무슨 말을 해도 영시종을 도륙낼 생각이야. 영시종의 배후에 있는 약왕파가 문제란 말이야.”강만용은 굳은 표정으로 잠깐 생각에 잠겼다.“뭘 어쩌겠어? 무종에 한번 다녀와야지. 우리가 가만히 있었다가 그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용국에서 무종 전체가 사라질 판이야.”팽진국도 고개를 끄덕이며 영시종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며 말했다.“이 녀석들이 문제야. 왜 하필 지훈이 그 녀석을 건드려서는… 이놈들의 조상님들은 하늘나라에서 한숨만 내쉬고 있겠군. 어휴!”“잡담은 이쯤하고 이제 출발하지.”강만용이 말헀다.“무슨 일이 있어도 저들과 마찰을 빚어서는 안 돼. 그 영감들 올해로 나이가 이미 100세가 넘은 노친네들이야. 흥분했다가 뒷목 잡고 쓰러지면 우리만 곤란해진다고.”신한국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30분 뒤.신한국을 태운 차가 용경 무종 본부의 사원 앞에 도착했다.무종 사원은 용국 무종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었다.이곳에서는 신성한 분위기가 넘쳐흘렀다.사원은 용경 무용산 기슭에 위치해 있었다.붉은색 벽돌과 기와로 지어진 고대식 건축물이 웅장함을 더하고 있었다.돌담 밖에서 용각의 마크가 새겨진 차가 대문 앞에 멈춰섰다.차에서 내린 신한국은 주홍색 목제 대문을 잠깐 바라보았다. 위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용 조각상이 위엄 있게 하늘을 우러러보며 버티고 있었다.일반인은 반경 3km 안에 도착하면 무조건 차에서 내려 걸어서 올라
무종의 사원에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신한국은 저도 모르게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대략 10분 정도 기다리자 입구에 청색 도복을 입은 노인이 들어왔다. 얼굴만 보면 60대라고 해도 믿을만큼 그의 얼굴에서는 빛이 나고 있었고 근엄한 분위기가 풍기는 노인이었다.노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신한국을 바라보며 안으로 들어왔다.고의로 기운을 내비친 것은 아니지만 신한국은 상대에게서 거대한 위압감을 느꼈다.이 노인이 바로 무종의 구 장로인 임홍해, 사원의 대외 사무는 그가 맡아서 하고 있었다.임홍해에게는 또 다른 신분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용국 6대 무종 중 하나인 무당산 8대 장교 중 한 명인 진산진인이었다.임홍해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신한국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진 원로, 오랜만이에요. 어쩌다가 여기까지 걸음을 하셨을까요?”신한국은 다급히 일어서며 공손히 허리를 숙여 임홍해에게 인사를 올렸다.“구 장로님, 7년 만에 뵙는데도 풍채는 여전하시네요. 오히려 무공의 경지는 전보다 더 올라가신 것으로 보입니다.”임홍해는 껄껄 웃으며 신한국에게 자리를 권했다.“진 원로는 여전히 농담도 잘하시네요. 이제 겨우 무도 종사 초기를 돌파했을 뿐입니다. 중기까지는 아직 멀었어요.”신한국은 저도 모르게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벌써 무도 종사 초기까지 돌파하셨습니까? 무종의 실력은 어마어마하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7년 전에 무도 대사 중기였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고작 7년 만에 이런 성과를 이루어내시다니, 대단하십니다.”신한국의 말은 진심이었다.무도의 경지는 진급이 매우 어려웠다.전쟁부의 전력과도 같은 개념이었다. 무도 대사에서 종사를 돌파하는 것은 전신이 원수까지 돌파하는 것과 같은 난이도였다.전쟁부의 강자와 무림고수들은 대부분이 대사와 전신의 경지에서 막히게 되고 평생 이룰 수 없는 경지였다.그런데 고작 7년 만에 임홍해는 종사까지 돌파한 것이다.‘무종에는 변태들만 모였다더니!’준 1성 원수와 상당한 강자라면 혼자서 구역
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금의 단해룡은 천왕계 고수를 상대하기는커녕, 일반인으로부터도 충분히 목숨을 빼앗을 수 있었다.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사실 무도 학원이란 그저 허울일 뿐이야. 목적은 단지 끊임없이 용국을 압박하여 용국의 국왕이 위신을 잃게끔 하고, 그다음 다시 우리 같은 무종 사람들을 이용하여 국왕을 무너뜨리려는 거야!”“그렇게 마지막에는 무력으로 나라를 세우고, 꼭두각시 국왕을 직위에 올려놓고 다시... 다시 용국을 해체하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적이야. 하지만... 하지만 그들이랑 교섭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야!”“난 단지 그중 평범한 한 사람일 뿐,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지는 않아. 진정한 권력을 지니고 있는 거물은 화산, 항산, 천산의 장교와 장문들이야. 그들이야말로 이번 일의 진정한 주도자들이거든!”“난 그저 작은 무맹 맹주일 뿐이야. 그들의 옆에 끼어들 수도 없는 존재야. 단지 명령대로 따르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일 뿐이지. 그러니 북양 왕, 제발 나 한번 용서해 줘!”이 말을 들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번 일에 단번에 용국 5대 명산 중 세 개 명산이 연루되어 있었고, 천산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니. 다시 말해서, 장 씨 집안도 이번 일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내 한지훈이 물었다. “그럼 놈들은 어떻게 용국을 압박할 작정인 건데?”“3개월에 한 번씩 경기를 치러 용국은 실력이 비교적 약한 사령관 고수들을 파견하게끔 하고 유럽은 삼성 천왕계 고수들을 파견할 계획이야. 그렇게 짧디짧은 3개월 사이에 사령관 고수들을 압박하는 거지!”“그렇게 매번 승부를 보고 패배한 쪽에서는 영토를 넘겨주거나 돈을 승리한 편에 넘겨주는 거지. 이렇게 되면 단 세 번만 반복해도 국왕은 넓은 영토를 넘겨주게 될 거야. 결국 국왕의 위신까지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거지!” “때가 되면 민원이 들끓을 테고 국왕은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되
“네, 단순한 무도 학원이 당연히 이렇게나 큰 영향력을 가질 수는 없죠! 그러나 천신계의 규정 해지 시점과 결합해서 생각해 보면 확실히 심상치 않긴 합니다!”한지훈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맞아요! 만약 규정이 해지된다면, 천신계 강자들은 얼마든지 무도 학원에 가입할 수 있고 그로서 전 세계 수많은 천신계 강자를 모두 한자리에 모을 수 있게 됩니다!”“그렇게 되면 학원의 뜻이 바로 천신계 강자들의 뜻이 되는 거네. 그럼 만약 어느 나라가 감히 명령대로 복종하지 않으면 전 세계의 천신계 강자와 적이 되는 셈이 되는 거고!”이순풍은 한껏 굳어진 표정으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생각할수록 정말 독한 사람들이었다. 안 그래도 어느 나라든 천신계 강자와 대항할 수 없었고 결국 타협만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용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쩐지 방금 단해룡이 그렇게까지 미쳐 날뛰더라니. “네. 그래서 전 반드시 또 다른 신분 하나를 얻어내 유럽의 무도 학원에 얼른 가야 합니다. 마침 이번 곤륜산 사건에서 사람들이 전부 제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 테니, 그렇게 일이 번거롭지는 않을 겁니다!”한지훈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그럼... 방금 놓아준 그 놈들은 어떻게...”이순풍은 다소 걱정하는 말투로 말했다. 한지훈이 말한 바와 같이, 놈들을 당장 풀어줄 수는 없었고 설사 죽이지 않더라도 그들을 감금시켜야 했다. “괜찮습니다! 놈들이 결코 이 일을 퍼뜨리지는 않을 겁니다. 퍼뜨렸다간 그들한테만 불리할 뿐이지 유리한 건 하나도 없거든요! 그나저나 전 종묘나 무종이 나서서 이번 일을 인수했으면 합니다!”한지훈의 뜻은 아주 간단했다. 당연히 혼자서는 유럽에 갈 수 없으니 설사 가더라도 다른 일손이 필요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대장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 일은 아마 쉽지 않을 거야. 무종은 줄곧 묘당을 위해 일해왔어. 이젠 단해룡도 무도 학원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무종은 여전히 이에 대해 전혀 무지해. 이것만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걸 충분히
한지훈은 몸을 돌려 장혁선에게 다가가 차가운 눈빛으로 장혁선을 힐끗 보았고, 이내 순식간에 장혁선의 몸을 거꾸로 날려버렸다. 털썩! 장혁선은 힘없이 땅에 떨어지게 됐고, 온몸 구석구석의 뼈마디가 부서지게 됐다. 너무 아픈 나머지 장혁선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입만 크게 벌린 채, 두 눈에는 핏발이 터져 있었다. “대장로님, 눈 보여주세요!”한지훈은 대장로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대장로의 두 눈을 어루만졌다. 너무 아팠던 대장로는 참지 못하고 가볍게 신음 소리를 냈다. 눈 안에서 피가 흘러나오자 그제야 한지훈은 일어섰다. “대장로님, 이제 눈은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절대 눈을 뜨면 안 됩니다!”“한 달이 지나고 나서면, 눈이 완전히 회복될 겁니다!”이내 한지훈은 손을 흔들어 하인 2명을 불러 의약 상자를 가져오게 했고, 대장로를 도와 눈 주위를 싸맨 후에야 부하를 시켜 대장로를 거실까지 부축했다. “주상님! 제때에 오셨으니 망정이지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사모님께서는...” 한지훈은 문어귀에 늘어진 두 명을 힐끗 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앞으로 또 이런 무례한 놈들이 나타나면 직접 처단해.” 그가 가리키는 건 다른 종문의 사람이지, 단해룡 같은 거물은 아니었다. 아직까지 도청 전인의 실력은 여전히 단해룡과는 확실히 큰 차이가 있었다. “네, 주상님!”도청 전인은 맥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한지훈은 이순풍의 가까이에 다가와 검은색 알약 한 알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어 부상을 회복하게끔 도와주었다. “한지훈, 방금 보니까 손을 한번 들기만 했는데도 단해룡을 무너뜨렸네. 게다가 손을 들자마자 십여 명의 삼성 지급 천왕계를 동시에 박살 냈네. 너 설마 천신계에 도달한 거야?”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막 천신계에 들어섰을 뿐이다. 말 그대로 준 천신계였다. 게다가 경계 또한 단단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한 달이란 시간을 갖고 경계를 안정시켜야만 했다. “우리 용국에
이들은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사람들이었다. 강우연이 독한 것이 아니라, 악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만약 한지훈이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결백은 물론 자녀들의 목숨, 대장로, 종묘 장로, 도청 전인 그리고 한 무리의 천검종 제자들의 목숨도 보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아무리 구걸해도 이 사람들이 결코 자신을 용서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다행히도 한지훈이 천신계에 도달하여 놈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실력이 되었기에, 놈들은 불쌍한 얼굴을 한 채 애타게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한지훈이 다시 한번 실수를 하게 된다면 이들은 반드시 가장 먼저 뛰어들어 한 씨 집안을 찾아낼 것이다. “강 대표님! 너그러운 분이시잖아요. 저희도 처음 이런 실수를 한 거니까 제발 저희를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반드시 그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단해룡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빌면서 머리까지 땅에 탕탕 부딪쳤다. “용서해 달라고? 방금 대장로님이 간곡히 빌 때는 너희들 뭐 했어?”“말끝마다 국왕이 와도 한 씨 집안을 지킬 수 없고 우리 자식들도 지킬 수 없을 거라고 큰소리쳤잖아! 게다가 나를 능욕하고 한지훈의 명예를 더럽혔잖아!”“너희들은 웬만한 뱀 새끼보다도 더욱 독해. 정말 끔찍하거든.”“그런데 이제 와서야 용서를 빌다니, 너무 늦은 거 아니야!”이내 강우연은 손으로 대장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면 너희들이 직접 물어봐. 너희들이 직접 팔을 부러뜨리고 두 눈까진 찌른 대장로님 역시 너희들을 초범이라고 생각할지!”그러자 대장로는 이를 갈며 말했다. “북양 왕! 이 파렴치한 놈들은 마땅히 칼로 다 베어버리고 하나하나 주살해야 돼! 용국을 위해서라도 해로운 놈들은 처단해야 해!”“들었지? 그러니 이제 그만해!” 한지훈은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바로 손을 흔들었다. “푸! 푸! 푸!”이내 눈앞에는 피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올랐고 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한지훈의 발밑에서는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잔물결이 퍼져 나갔다. 동시에, 하늘에 떠 있던 회백색의 구름 또한 요동치기 시작했다.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하듯, 주변 백 리 내의 구름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곧이어,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거대한 검은 소용돌이가 형성되었고, 그 주위를 휘감는 번개가 찢어질 듯 번뜩였다.그러나 더욱 기이한 것은, 모두가 바람 한 점조차 느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단해룡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한 방울, 또 한 방울 바닥으로 떨어졌다.그가 정성껏 준비한 천성대진이 무너졌다!“설마... 천신계?!”단해룡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고,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뒷걸음질 쳤다.“의외인가? 단해룡, 네놈들은 숫자로 밀어붙이면 원하는 대로 다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분명히 해두지. 대장로와 종묘 장로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이곳에서 전부 죽는다!”수십 명의 생명조차도 그에게는 마치 미미한 먼지에 불과한 듯했다.천신 강자는 비록 일성 준천왕이라 해도 그 심성은 천왕계와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다! 천신계에 도달한 자는, 생사의 윤회를 초월한 존재였다. 운명에 따라 죽을 자는 죽어야 하며, 살릴 자만이 살아남는다.그러니 이 경지의 강자는 더 이상 분노하지 않고, 살기를 쉽게 드러내지도 않는다.그러나 생사의 경계는 단 한 순간, 그들의 한 생각으로 결정된다!“뭐라고?”순간, 화산파의 한 제자가 놀란 듯 물었다. “한지훈!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나 하는 말이냐? 화산파를 적으로 돌린다면, 네놈이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고 해도…”푹!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의 손끝에서 은빛 광채가 튀어나왔다. 빛이 번뜩이는 순간, 그 제자의 몸은 곧 피범벅으로 변해버렸다.“허억!”그 광경을 본 이들은 순식간에 숨이 막혔다.단해룡은 다리가 풀린 듯 푹 꿇어앉으며 목소리를 떨었다.“한... 한... 아니, 북양왕님! 제... 제가 한때 어리석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장혁선이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한지훈이 손을 뻗어 허공에서 가볍게 움켜쥐었다! “쉭!”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장선혁을 그대로 밀어냈고, 그가 필사적으로 몸을 통제하려 했지만 전히 저항할 수 없이 한지훈의 방향으로 날아갔다.장선혁은 겁에 질려 소름이 돋았고, 자신과 한지훈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보자 그는 거의 바지에 실수를 할 뻔하기까지 했다. “살려줘!”장선혁이 비명을 지르려던 찰나, 한지훈이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윽! 윽!”그는 더 소리치고 싶었으나, 목구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대장로의 팔을 부러뜨린 게 너냐? 그렇다면, 네 두 팔을 부러뜨려야겠군.”한지훈은 차갑게 말하며 장혁선의 손을 잡고 아래로 힘껏 내리쳤다.장혁선의 두 다리가 무릎 아래에서 절단되어 그대로 땅에 박혔고, 그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그 순간, 보이지 않는 강대한 힘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뚜둑!”맑고도 선명한 소리와 함께, 장혁선의 두 팔이 어깨에서부터 절단되었다!“아아악!”다리와 팔에서 찢어질 듯한 고통이 몰려오자, 장혁선은 돼지가 도살될 때처럼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살... 살려... 살려줘!”그는 무릎을 꿇고 이빨을 드러내며 필사적으로 외쳤다.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이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질적인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방금 벌어진 장면은 길게 설명하면 길지만, 실제로는 불과 1초도 걸리지 않았다.장혁선이 한지훈의 손에 붙잡힌 순간부터 팔다리가 잘려나가기까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실력 차이가 압도적이라는 것이며, 장혁선은 저항할 기회조차 없었다!그가 장씨 가문의 평범한 일원이라곤 하나, 오성 용급 천왕 경지의 강자였다!게다가, 그는 장씨 가문의 절학인 삼절진까지 익힌 자였다.그런 그조차 한지훈에게 무력하게 당했다면, 여기 있는 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단해룡은 두 눈으로 한지훈을 응시하고 있었고, 이 순간 그는 한
“장혁선 이 뻔뻔한 자식! 장씨 가문에 너 같은 파렴치한이 있었다니, 정말이지 역겹구나!”대장로가 피를 토하며 분노에 차 욕설을 내뱉었다.이런 짓거리는 거리의 불량배조차도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그런데도 장씨 가문은 오랜 용국의 역사 속에서 특권을 누려온 가문이 아닌가?그런 장씨 가문의 자손이 이런 짓을 벌이다니, 대장로는 더 이상 장씨 가문을 존경할 수 없었다.“하하! 내가 저 여자와 즐긴 뒤 한씨 일가를 멸문한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하겠어? 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나와 가은 생각을 한 사람이 과연 나뿐일까?”장혁선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순간, 스무 명이 넘는 사내들이 눈에 이글거리는 욕망을 품고 강우연을 바라보았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움직여!”단해룡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슈슉!”어둠 속에서 십여 개의 그림자가 번개처럼 움직여 강우연을 완전히 포위했다.“차라리 죽는 한이 있어도, 너희들에게 당하진 않겠다!”강우연의 눈에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눈물이 맺혔고, 그녀는 단호하게 단검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찌르려 했다.“우연아! 멈춰!”절체절명의 순간, 멀리서부터 날카롭고 청명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를 듣자, 강우연뿐만 아니라 단해룡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순간 얼어붙었다.이 익숙한 목소리…한지훈이 아닌가?! 그런데 한지훈은 죽지 않았던가?단해룡이 경악하며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한 줄기 하얀 그림자가 눈부신 섬광처럼 번쩍이며 단해룡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동시에, 강우연을 포위하고 있던 십여 명이 피를 내뿜으며 공중에서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장혁선이 즉시 반응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강력한 충격을 받아 7~8미터를 땅에서 구른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즉사하고 말았다! “여… 여보…!”강우연은 충격에 넋이 나간 채 한지훈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단검은 아직도 가슴 쪽을 향하고 있었다.“우연아, 네가 이런
“무도 세계에서는 강자가 존경받고, 강자의 말이 곧 하늘의 도리이며, 강자가 하는 일이 곧 정의로운 행동이다!”“오늘, 내가 무종 동문들과 함께 한씨 가문을 멸문시키는 것은 하늘의 뜻에 부합하고, 백성의 마음에 화답하는 일이다! 그러니 누구든지 이를 방해하면, 하늘에 맞서는 것이다!”단해룡의 목소리는 마치 큰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으며, 그의 말은 수리 밖까지 전달되었다.“단 문주님, 멸문하기 전에 이 여자를 먼저 제가 시험해 볼 수 있겠습니까?”이때, 50대 중반의 남자가 군중 속에서 걸어 나오며 음흉한 시선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짐승 같은 놈들! 너희들 이게... 콜록콜록!”대장로는 손으로 단해룡 일행을 가리키며, 격분해 욕설을 내뱉었다.설령 그의 두 눈이 멀고 팔이 부서졌더라도, 대장로는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그때, 이순풍도 힘겹게 일어나 몸을 이끌고 몇 발자국 걸어가며 말했다. “오늘, 누구든지 한씨 가문을 멸한다고 큰소리면, 내 시체 위로 지나가시오!”이 말이 떨어지자, 단해룡은 차가운 두 눈빛을 이순풍에게로 돌렸다.“자네 시체 위로 지나가라고? 그럼 좋소!”단해룡은 발끝을 땅에 딛고, 마치 토끼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거대한 손을 휘둘러 이순풍의 가슴을 향해 강력하게 내리쳤다.이미 중상을 입은 이순풍에게는 피할 능력이 없었으며, 단해룡의 일격을 맞고 마치 끊어진 연처럼 하늘로 날아갔다.“푸헉!”땅에 떨어지자마자 이순풍은 피를 한 움큼 토한 뒤 곧바로 쓰러졌다.단해룡은 이순풍과 대장로, 그리고 중상을 입은 도청전인을 흘끗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강우연, 이제 누가 널 도와줄지 두고 보겠다!”“누군가가 너를 탐하고 있다는 걸 잘 들었겠지. 하지만 만약 한지훈의 두 아이들만 넘겨준다면 기꺼이 너에게 통쾌함을 주지!”“네가 임종할 때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오쟁이를 지지 않게도 해 주겠다! 하하하!”단해룡은 말을 하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주변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한씨 가문을 멸문한다고?!”대장로는 이 말을 들은 순간, 화살처럼 달려가서 강우연 앞에 선 뒤 단해룡을 향해 말했다.“단해룡,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퍽!”단해룡은 아무 말없이 손을 휘둘러 대장로에게 뺨을 날렸다.그 순간, 단해룡은 대장로에 대한 어떤 경의도 느끼지 않았다.예충기가 죽었고, 한지훈도 죽었으니 이제 누가 한씨 가문을 지켜줄 수 있겠는가?오늘, 그는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가진 채 누구든 그의 앞길을 막으면 죽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대장로님, 이미 여러 번 참아줬습니다. 그런데 대장로님은 계속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워 버티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한지훈의 가문을 멸망시키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단해룡은 손으로 장혁선의 방향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저자는 장씨 가문의 대표이자, 조룡의 묘를 지키는 장씨 가문의 후계자입니다! 장씨 가문 사람의 체면이 당신보다 크지 않겠습니까?!”“내가 말하는데, 당신뿐만 아니라 무종의 대장로들이 모두 모여 있어도 한씨 가문은 오늘 반드시 멸문당할 것입니다!”“퍽!”그 말이 끝나자, 매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은백색의 후광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온 사방에 모래와 돌멩이가 흩날리며, 대장로의 몸이 몇 미터나 날아가며 땅에 무겁게 떨어졌다.“푸헉!”대장로는 일어나기도 전에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컸고, 단해룡은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일 뿐만 아니라 진법에 대한 이해도 대장로보다 훨씬 뛰어났다.그 한 방에 대장로의 내장이 거의 갈라질 뻔했지만, 그가 무종의 대장로라는 신분이었기에 치명타를 주지 않은 것이었다. 장혁선은 비웃으며 한 걸음 다가가 대장로 옆에 섰고, 한 발을 들어 대장로의 가슴을 짓밟으며 말했다. “죽을 줄도 모르고 우리 장씨 가문과 한지훈의 원한을 알면서도 끼어들다니.”“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빚을 갚는 게 당연한 일이다! 너 같은 늙은이가 무슨 무종의 대장로라는 자격으로 방해하려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