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오군. 이틀 후, 강우연은 병원에서 퇴원했다. 요 며칠은 매우 평온했고, 한지훈은 적염왕이 그만둘 생각인 건지 약간의 의구심이 들기까지 했다.북양의 정보부와 신룡전의 정보부는 모두 적염왕에 대한 다른 정보를 찾지 못했다.고민 끝에 한지훈은 당분간 움직이지 않고, 적염왕이 행동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다.별장 안에서는 강우연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 됐어?"이때, 한지훈이 들어와 뒤에서 강우연을 부드럽게 껴안았다.강우연은 한지훈의 팔에 기대어 행복한 얼굴로 대답했다."정리 다 끝났어요, 이제 가도 돼요.""알겠어."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고, 군인 복장을 한 경호원 몇 명이 별장 안에 있는 크고 작은 물건들을 모두 문 앞에 대기 중인 여러 대의 차량으로 옮겼다.강우연은 별장에서 나와 뒤를 돌아 자신의 뒤에 있는 별장을 바라보았고,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들은 이제 오군을 떠난다.그녀가 20년 넘게 살던 곳을 이제 떠나는 것이다. 심호흡을 한 강우연은 얼굴을 들어 따뜻한 햇살을 느꼈다. "지훈 씨, 우리 미래는 반드시 밝을 거예요!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당신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거예요!"강우연은 진지하게 말하며 눈을 뜨고 옆에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한지훈은 강우연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웃었다."그래, 이제 가자."곧 두 사람은 차에 탔고, 차는 재빨리 시동을 건 뒤 보헤미 별장을 떠났다.강학주 일가와 한고운은 이미 약도 강중으로 보내졌고, 한지훈의 차량 행렬이 떠나고 나서야 길가에 있던 한 남자가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강 회장님, 그들이 오군을 떠났습니다!"이때, 강씨 회사에서 강문복이 깊은숨을 내쉰 뒤 의자에 앉아 반문했다."정말 간 건가?""예, 제가 두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차가 모두 도시를 떠났습니다!""그래, 좋다, 좋아!"강문복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전화를 끊은 뒤 회의실에서 강씨 가문과 직결된 헤르 회사 고위 간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한지훈과 그의 사람들이 오
한지훈은 강우연의 생각을 이해하고, 강우연의 일에는 상관하지 않고 스스로 하도록 했다. "말도 마요, 너무 어려워요. 그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면서까지 임대해 줄 생각도 없다니까요.""우리가 오군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를 해요, 오군이 개발이 낙후돼서 그 사람들 사무실 건물을 더럽힌다고 말이에요."강우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불만을 토로했다. 이건 명백한 지역차별이었다! 그녀는 왜 일부 사람들이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오군의 발전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50년 전만 해도 오군은 확실히 미개발 도시였지만 지금은 강중과도 비슷한 경제력을 자랑한다. 이에 반해 강중 지역은 큰 성도이기 때문에 너무 자만한 탓인지 지난 몇 년 동안 경제가 성장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했다. "내일 같이 보러 갈까?" 한지훈이 물었다."좋아요, 내일 그럼 나랑 같이 가요."강우연도 모처럼 소파에 누워 한숨을 돌렸다. "참, 강중에 동창들이 몇 명 있는 것 같은데 내일 연락을 해서 도와줄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어요." 강우연은 자신에게 아직 인맥이 남아 있다는 걸 떠올리며 훨씬 더 안도감을 느꼈다.다음날 아침.한지훈은 강우연이 화려한 옷을 입고 침대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여보, 수고했어요. 오늘 강중에 있는 친구랑 약속을 잡았는데, 그 친구가 임대용 사무실 건물이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임대를 해주겠대요!"강우연은 요즘 한지훈이 매우 피곤하다는 것을 알고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그를 부르며 이마에 키스했다. 한지훈의 마음이 동요하며 몸을 돌아 강우연을 제압했다.아침 햇살이 강우연의 몸을 비췄고, 그녀의 피부가 더욱 하얗게 보이며 그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했다."그만하고 일어나요, 서둘러 가야 돼요."강우연은 얼굴을 붉히며 한지훈을 침대 앞으로 밀어냈다."알았어..."한지훈은 머쓱해하며 그녀의 몸에서 내려왔고, 그는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강우연을 덮칠 뻔했다. "여보, 오늘 어딜 가려고?""바
"무슨 말이야?" 강우연이 눈살을 찌푸렸다."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겠지?"하영철은 넥타이를 잡아당기고 강우연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지훈을 완전히 무시했다."미안하지만 난 이런 농담은 좋아하지 않아. 날 존중하지 못한다면 우리 거래는 없던 걸로 해야겠어."강우연은 즉시 얼굴이 굳어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했다. 그녀는 옛 동창이 이런 사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잠깐!"하지만 하영철은 소리를 지르며 강우연의 발걸음을 막아섰다. "남편 앞이라고 내 마음을 받아들이는 게 부끄러운 거야? 네 남편은 무능한 사람일 뿐이니 그 사람의 체면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하영철은 자신에 대해 매우 자신감이 있었다."만약 네가 내 애인이 되어준다면 난 우리 건물 중 가장 비싼 사무실을 너에게 무료로 임대해 줄 수도 있어. 그리고 강중에서 네 발전을 도울 수도 있고."하영철은 웃으며 매력적인 제안을 한 다음 말을 이어갔다."나도 들었어, 네가 오군을 떠나서 강중으로 온 이유가 강씨 가문에서 쫓겨나 서라며? 네 할아버지를 화나게 만들어서라던데? 쯧쯧, 정말 비극이 따로 없지!""됐어, 그만 말해! 난 네 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거야!"강우연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하영철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이 지역의 부동산은 모두 우리 거야. 내가 조금만 손을 써도 넌 이 지역에 사무실을 절대 빌릴 수 없다고!"하영철은 강우연의 동창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는 강우연이 막 강중에 도착해 의지할 곳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이곳 부동산 재벌의 아들이었고, 강우연은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만약 강우연이 그의 말에 복종하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의 권력을 사용해 강우연이 이 지역에 머물지 못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강중에 살아갈 수 없게 할 수도 있었다!한지훈은 그의 안중에 전혀 없었
하지만 이 말에 강우연의 마음은 단번에 굳어졌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하영철을 보며 말했다."네 그 독선적인 성격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네. 내 남편은 쓸모없는 인간이 아닌, 너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이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 남편은 내가 싫어하는 걸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는 거고!""내 눈에는 너와 지훈 씨는 비교도 안 돼, 정말 역겨울 뿐이라고!""여보, 가요!"강우연은 이 말을 남기고 떠나려 했고, 하영철은 즉시 말을 바꾸었다."우연아, 다시 얘기해 보자. 네가 이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영철이 계속해서 붙잡으려 하자, 한지훈이 그의 앞에 서서 강우연을 바라보는 그의 시야를 막았다. "하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곳 땅을 다 살 수는 없겠지.""당신이 우리에게 건물을 임대해 주지 않아도, 우린 다른 사람을 찾아 임대를 할 수 있어.""하지만 이거 하나는 기억해, 당신이 강중의 땅 전체를 사든, 심지어 오군의 땅까지 사더라도 결코 우연이를 얻을 수 없어. 우연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나이기 때문이지."한지훈은 이 말을 남기고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서 강우연을 끌어안고 떠났다.하영철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감히 쓸모없는 자식 따위가 나에게 도전하다니! 이 생각을 한 그는 즉시 보안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다들 잘 들어, 절대 그 두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하영철의 눈에는 악의가 스쳐 지나갔다. 어차피 두 사람은 이미 자신의 건물 안에 들어왔기에 폭력을 사용해 그들을 강제로 가두어도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강우연은 분명 한지훈에게 세뇌를 당한 것이고, 자신의 곁에 머물게 한 뒤 자신의 좋은 점을 알려준다면 그녀는 반드시 한지훈을 잊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그녀를 도와 회사를 설립한다면, 반드시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되겠지.동시에 그는 한때 오만했던 한씨 가문의 도련님인 한지훈을 심하게 모욕할 수도 있다.그는 속으로 자신의 뜻대로 될 거라는
“강우연, 이 남자는 네 남편이 될 자격이 없어. 딱 봐도 널 지켜줄 사람이 아니잖아. 차라리 나한테 와. 나 외출할 때면 경호원들과 동행해서 안전해.”하영철은 자신의 등 뒤에 선 경호원들을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반면 강우연의 옆에는 한지훈 한 사람뿐이었다.하영철은 한지훈에 비하면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했다.“녀석을 사랑하면 나한테 와. 네가 거절한다면 경호원 시켜서 저 녀석 무릎을 꿇리고 바닥을 기게 만들 거니까.”하영철이 협박 가득한 어투로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강우연은 전혀 두려움 없는 얼굴로 한지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지훈 씨 혼자 날 지켜줄 수 있어. 네 경호원들은 내 남편의 상대가 아니야. 내 남편은 혼자 일당 백을 하는 사람이니까!”강우연은 한지훈의 비범한 실력을 알고 있었기에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냥 떠나자고 했던 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하지만 계속되는 하영철의 도발에 짜증이 치밀었다.“여보, 사정 봐줄 필요 없겠어요. 당장 저 녀석들을 쓸어버려요.”강우연이 이렇게 대놓고 한지훈에게 뭔가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만큼 그녀가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녀는 자신의 옛날 동창이 자신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경호원들을 앞세워 자신에게 협박을 가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너무 역겨워서 그와는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이런 인간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의 기만 살려주는 꼴이었다.한지훈의 두 눈에 살기가 스치고 지나가더니 이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았어. 당신 명령인데 그렇게 해야지.”부부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하영철이 웃음을 터뜨렸다.“저런 무능한 녀석이 일당 백을 한다고? 웃겨 죽겠네. 이따가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빌지나 마.”“너희들 들었지? 저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줘. 여자는 건드리지 말고 저 녀석은 죽기 전까지 때려!”하영철은 등 뒤의 경호원들에게 손짓하며 명령했다.그는 아주 태연한 얼굴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옆에 있는 비서에게 눈치를 주었다
한지훈은 하영철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가볍게 공중으로 들어올렸다.“나… 무능한 건 나야. 내가 무능한 녀석이야.”겁에 질린 하영철이 헛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아까는 내가 강우연 지켜주지 못할 거라며? 그런데 지금은 어때? 넌 네 목숨 하나 지키기 힘든 것 같은데?”한지훈은 하영철을 한 손으로 들고 벽으로 압박했다.무시무시한 힘을 눈앞에서 목격한 하영철은 반항할 생각을 아예 포기해 버렸다.마치 수림 속 맹수를 닮은 사내의 눈빛을 마주하고 있자니 두려워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다시 우연이 귀찮게 하면 오늘처럼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한지훈은 경고장을 날린 뒤에 가소롭다는 듯이 하영철을 그대로 던져 버렸다.“가자.”깔끔히 마무리한 뒤, 한지훈은 강우연의 손을 잡고 뒤돌아섰다.녀석들의 목숨을 취하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강중에 오자마자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적염왕의 행방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많은 것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다.그런데 이때,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리더니 호화 외제차 한 대가 회사 앞에 멈춰섰다. 입에 담배를 문 중년 사내가 차에서 내리고 그의 뒤로 건장한 경호원들이 뒤를 따랐다.사내가 정문 입구로 다가가자 안내데스크 직원이 공손히 사내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대표님 오셨습니까!”사내가 바로 만영그룹의 대표였다.바닥에 쓰러져 있던 하영철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사내에게로 다가갔다.“아버지, 저 녀석들이 저 쳤어요. 저 녀석들 그냥 보내면 안 돼요!”외근을 나갔다가 돌아온 만영그룹 대표는 하영철의 부친이기도 했다.하 대표는 고개를 들고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다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지?”부친의 질문에 하영철은 저도 모르게 긴장해서 목을 움츠렸다.강우연이 먼저 나서서 해명했다.“하 대표님, 저희도 소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아드님께서 너무 무례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그녀는 하영철이 했던 일을 당당히 하 대표에게 들려주었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하영철은 겁이
“닥쳐! 내가 어쩌다가 너 같은 멍청이를 아들로 둔 건지!”하 대표는 버럭 화를 내며 하영철의 귀뺨을 때렸다.하영철은 의아한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따졌다.“아버지! 어떻게 아들한테 이럴 수 있어요?”하영철은 억울했다.“맞을만한 짓을 했으니까 때린 거지. 너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미쳐버리겠어!”하 대표는 한지훈을 가리키며 말을 계속했다.“한씨 가문은 우리의 은인이야. 귀빈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그런데 넌 은인의 부인에게 찍쩝거리기나 하고 말이야!”그 말을 들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지훈은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우연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하 대표가 계속해서 말했다.“우리가 강중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빚을 가득 떠안았을 때 병원 갈 형편도 안 되는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신 분들이 지훈이 부모님이셔!”“그분들이 없었으면 난 진작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야! 이런 불효자식, 당장 지훈이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지 못할까!”너무 갑작스러운 반전이라서 하영철은 물론이고 강우연도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착잡했다.“지금… 나한테 무릎 꿇고 저 녀석한테 사과하라고 하셨어요?”하영철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하 대표는 바로 손을 뻗어 아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꿇으라면 꿇는 거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그 동안 네가 회사에서 갑질하고 회사 돈을 횡령한 게 한두 푼이야?”“말 안 들을 거면 당장 직위 내려놓고 회사에서 꺼져!”그 말을 들은 하영철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한지훈과 강우연에게 사과했다.어차피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기에 한지훈은 딱히 하영철을 곤란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 대표가 먼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사무실을 빌리려는 거지? 마침 잘됐다. 내 명의로 된 부동산이 몇 개 있거든. 빈 건물도 많으니까 둘러보고 결정해.”하 대표는 아주 열정적으로 그들을 끌고 사무실로 들어갔다.“면적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하 대표는 입
그런데 면적이 800평이나 하고 게다가 15층 건물에 인테리어까지 완벽하게 되어 있는 건물을 고작 월세 2백에 넘긴다니!거의 거저 주는 거나 다름없었다.상사의 말을 들은 비서도 얼굴이 급변했다.이 건물은 만영그룹이 본사를 옮기려고 준비하면서 이미 점 찍어둔 건물이었다.그룹 내부에서 사용하려고 이미 내정된 건물을 강우연에게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월세를 준다니 대체 한씨 가문에게 어떤 은혜를 입었기에 상사가 이러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정말 2백에 주실 건가요?”강우연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었다.“내가 2백이라면 2백인 거지. 걱정 마. 우리 회사 가진 건물 많아.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다니 첫해는 싸게 주지. 일년에 2천만 원만 줘. 나중에 잘되면 그때 가서 다시 가격을 올리든 마음대로 하라고.”하 대표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말재주가 있는 사람이었다.강우연은 하영철이 아버지의 반만 닮았어도 한지훈에게 맞을 짓을 하지 않았을 거라며 속으로 감탄했다.“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하고 내일 사람을 보낼 테니까 건물에 한번 가봐. 계약 마무리하면 바로 사람을 구인하면 되겠네.”하 대표가 호쾌하게 말했다.“지훈아, 이따가 시간 있어? 같이 술 한잔 하고 싶은데 어때?”“대표님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당연히 가야죠.”하 대표의 열정적인 초대에 한지훈도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아저씨라고 부르면 돼.”“네, 아저씨. 혹시 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한지훈이 물었다.“딱히 중요한 일이 있는 건 아니고. 네가 고생했을 것을 생각하니 따뜻한 밥이라도 사주려고 그래.”하 대표는 자상한 웃어른처럼 한지훈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강우연이 웃으며 말했다.“편하게 먹고 와요. 너무 늦게 오지는 말고요. 다른 여자한테 눈길도 주지 말고요.”강우연은 한지훈이 자신에게 그의 가문에 대해 별로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