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질러, 이왕이면 더 크게 질러. 난 소리 크게 내는 게 좋더라."사실 이렇게 얘기하긴 했지만 예천우는 얼른 손을 풀었다.더 안고 있다간 임완유가 정말 화낼지도 모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임완유가 자리에서 일어나 역정을 냈다. "예천우, 이 개자식아. 우리는 언젠가 헤어질 사이라고 했잖아. 왜 날 수치스럽게 만들어?""수치스러워?""난 정말 당신을 좋아해!" 예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는 확실히 오늘 충동적이었다."그래서 어쩌겠다는 건데? 우린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야." 임완유가 화를 내며 말했다."그래, 네 말이 맞아. 나 먼저 나갈게."정말 화가 난 듯한 임완유 때문에 예천우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임완유는가 씩씩거렸다. 예천우를 따라나가자마자 화를 낼 곳이 없기 때문이다.예천우가 밖에 나가자마자 임선호가 그를 반갑게 맞으며 미소 지었다. "얘가 다 끝났어? 여태 얘기만 한 거야?""안 그럼? 내가 뭐라도 했을까 봐?" 예천우가 언짢은 듯 말했다."그거야 당연히,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있잖아!""하지만 우리 누나가 아직 그쪽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아 곤란하긴 하겠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얘기할 테니까."임선호는 지금 예천우가 임완유를 차지하기를 바랐다. 아이를 낳아 오순도순 살아가기를 바랐다."네 그 추잡한 생각 좀 그만해."예천우는 불쾌한 듯 화를 냈다. "목마르네, 물 좀 갖다 줘.""그래! 바로 가져다줄게."임선호는 촐랑거리며 걸어갔다."임선호! 거기, 서!"임완유가 걸어나와 임선호에게 소리를 치며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스스로 물 마실 줄도 몰라?""아니야, 처남이 매형한테 차를 따라주는 건 당연한 거잖아."임선호가 헤실헤실해서 말했다. "누나, 매형이랑 같이 앉아 있어. 내가 물 갖다 줄게.""너!"임완유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임선호! 너 솔직히 말해, 이 사람이 너한테 무슨 짓 했니? 세뇌된 거야? 너 무슨 약점이라도 잡
"웃기는 뭘 웃어!"임완유가 불쾌해서 말했다. "다시 한 번 경고하는데 임선호를 꼬드겼다고 나한테 수작 부릴 생각하지 마.""임선호 없이 나 혼자 네 마음 가질 수 있어."'아니! 넌 절대 안 돼!""그래?"예천우가 심드렁하게 답했다.예천우의 무심한 태도에 임완유는 되려 열을 받았다.다행히 소정이 빨리 온 덕분에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천우 씨도 여기 있었어?"소정은 예천우를 보자마자 안색이 변했다. 임완유가 사진이 위조된 것을 알아차렸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래서 일부러 임완유에게 말을 걸며 그녀의 시선을 분산시켰다."왜 이렇게 놀랐어? 설마 겁먹은 거야?"예천우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겁을 먹다니?""무슨 뜻이야?"소정은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경 시키며 덤덤한 척 노력했다."헛소리하는 거 듣지 마!"임완유가 끼어들었다. "사실 물어볼 게 있어서 불렀어.""응, 뭐든지 물어봐. 전부 알려줄게." 소정이 얼른 대답했다."그래, 나한테 준 사진 어디에서 났어?"예천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로 사진이 가짜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소정에게 잔머리 굴릴 시간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하지만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하든 상관없었다. 그는 이미 모든 조사를 끝마쳤기 때문이다. 사진이 위조된 이상 틀림없이 흔적이 남을 것이고 문제를 찾아낼 수 있었다.소정은 이 말을 듣자마자 사진이 위조된 것을 들켰다고 여기고 눈알을 굴렸다. "탐정회사에서 나한테 건넨 거야.""탐정?" 임완유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그래, 나도 그런 걸 잘 못해. 나한테 조사해달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탐정을 찾아가 나 대신 알아봐 달라고 한 거야."소정이 해명했다."그렇구나. 그럼 탐정 회사에서 위조한 거구나." 임완유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위조라니?""무슨 뜻이야?" 속으로 깜짝 놀란 소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아연실색했다."네가 나한테 건넨 그 몇 장의 사진들 전부 위조된 거야.
이 말을 들은 임완유는 의아한 얼굴로 눈치를 살폈다.소정도 놀란 듯 얼굴이 굳었지만, 다시 덤덤한 척했다. "농담하는 거지?""농담 아니야. 잠깐만 기다려봐, 곧 도착할 거야."예천우가 휴대폰을 한 번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는 방금 장혁이 보낸 사진을 확인했다. 사진의 원본은 지극히 평범한 것이며 사진을 위조한 사람도 찾아냈다는 문자를 보냈다.미리 이 문제를 조사한 덕분이다.이 일은 예천우와 관련된 일이기에 장혁은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양박군에게 모든 힘을 동원하라고 했다.CCTV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그들은 가게 사장을 찾아가 며칠 간 발생했던 이상한 상황을 파악했다. 예를 들어 수상한 사람이 나타난 적은 없는지 알아봤다.한차례의 탐문 조사 끝에 마침내 사진을 제공한 하준을 알아냈다. 그를 찾아내자 자연스럽게 원본 사진도 손에 넣게 되었다.이 일을 담당한 라동도 알아냈다.라석에게 해당 사실에 대해 캐묻자 어떤 여자가 그들에게 지시했다는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임완유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별거 아니야. 사진을 제공한 사람을 찾아내니까 원본 사진도 자연스레 손에 넣게 됐어.""정말? 어디 봐봐!"예천우가 숨김없이 바로 말했다.사진을 건네받은 굳었지만, 다시 두 장의 얼굴만 다른 사진을 확인했다.원본 사진은 누가 봐도 더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웠다.합성 사진을 감쪽같이 믿어버린 자신이 한심했다. 저런 합성 사진 때문에 며칠간 울화가 치밀었고 예천우ㅡㄹ 오해했다.그녀는 이런 수작질을 부린 사람에게 화가 났다. "누구한테 이 사진을 줬는데?""당연히 소정 씨가 고용했던 탐정 라석이지. 내 말 맞지?" 예천우가 소정을 바라보며 물었다.머리를 굴리며 변명을 생각하던 소정은 갑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예천우 때문에 깜짝 놀랐다.또다시 라석의 이름이 나오자 소정은 얼떨떨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지!"예천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라석은 소정과 거래를 하고 소정의 일을 도왔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자, 이제 마지막 질문만 남았네. 라석, 당신한테 이 일을 시킨 사람에 대해 알아?" 예천우가 물었다.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아리송했습니다. 그 여자가 마스크랑 선글라스를 쓰고 먼저 계약금의 절반을 줬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에 대해 알아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그럼 지금은 누군지 알았다는 건가?""예, 확실합니다.""누구야?""저 여자입니다!"라석이 손을 들어 소정을 가리켰다. "얼굴은 잘 보지 못했지만, 체형이나 목소리를 보아, 이 사람이 정확입니다."임완유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임완유는 소정이 자기를 배신할 줄 몰랐다.벌어질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소정이 다급해서 화를 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 여자 얼굴을 보지도 못한 주제에 어떻게 나라고 장담해? 난 그런 적 없어.""엉뚱한 사람 잡지 마." 임완유가 말했다."엉뚱해?""그럴 리가, 소정이 사진을 찾았고 방금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겼다고 인정했어. 정확히 맞아떨어져.""하지만 난 사설탐정을 찾았어. 내가 일을 맡긴 사람은 라석이 아니라 라...""라봉이라고?""그래, 라봉이라는 사람이야. 저 사람이 아니라고." 소정이 얼른 말했다.하지만 예천우는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아까는 라동이라며, 갑자기 라봉이라는 사람은 어디에서 튀어나온 거야?""설마 이름 막 지어내는 거 아니지?"소정은 이것이 미끼일 줄 몰랐다. 그래서 얼떨결에 해명했다. " 아, 아니야! 그냥 당황해서 헛소리가 나온 거야."예천우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려 임완유를 쳐다보았다. "아직도 믿어?"임완유가 살짝 망설이더니 다시 말했다. "믿어. 나였어도 가장 친한 친구가 오해하면 긴장해서 말실수했을 거야.""한두 마디 말실수로 사람을 판단하지 마. 제일 중요한 증거가 없잖아.""그래!"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라석을 쳐다보았다. "공적을 단죄할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 네가 맡은 일이니 책임을 져야겠지.""아, 잠시만요!"라석이 다급하게
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이 사람이 널 얼마나 믿는지 보여? 정말 아직도 당당해?"소정은 예천우가 어떤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예천우가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면 진작에 그녀에게 꺼내줬을 것이다.'그러면서 마치 날 봐주는 척, 착한 척한 거야?'결국 어쩔 도리가 없어 자기를 속이려 한다고 여긴 소정이 억울한 듯 말했다. "내가 전에 실수한 것 때문에 기분 상하게 해서 미안해.""그렇다고 날 이렇게 모함하면 안 되잖아."예천우의 권세가 두려웠지만, 그간 그의 행보로 보아 극도로 잔인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게다가 임완유가 자신을 이렇게 감싸주는데 예천우는 절대 그녀에게 손댈 수 없었다.친구가 풀이 죽어 말하는 모습에 임완유는 매우 불편했다.하지만 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끝까지 거짓말을 하네.""라석, 녹취록 재생해."이렇게 된 이상 라석의 녹취록으로 진실을 알아내야 한다.나석은 이 말을 듣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녹취록을 누르려고 했다.예천우가 손을 흔들며 제지했다. "마지막 기회 줄게. 솔직하게 말하면 이 녹취록은 틀지 않을 거야.""내가 그런 거 아니야!"소정이 단호하게 말했다.임완유는 괴로운 얼굴로 화를 냈다. "제발 좀 그만해. 증거가 있으면 얼른 꺼내, 왜 협박만 하는 거야.""내가 협박하는 것 같아?" 예천우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임완유를 쳐다보았다."그럼 아니야?""아니야!"예천우는 손을 저으며 라석에게 녹취록을 재생하라고 눈짓했다. 그는 한탄스러웠다, 이렇게 계속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는 게 맞는지 몰랐다.녹취록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소정은 이미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상대가 정말 증거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다.곧이어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고 소정의 얼굴이 구겨졌다.안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그녀의 목소리가 확실했다. 그녀와 라석이 나눈 구체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심지어 라석에게 위조된 사진을 꼭 만들라는 당부까지 들렸다.너무 명확한 증거가 있는 일이다.임
소정이 큰 소리로 말했다.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너 정말 저런 사람과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꼭 그랑 함께하겠다고 하지 않았어." 임완유가 반박했다."하지만 넌 이미 좋아하고 있잖아. 내 가장 친한 친구가 아무것도 없는 남자를 좋아하는 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안 돼."소정이 차갑게 말했다."완유야, 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똑같은 순간이 와도 난 두 사람을 갈라놓기 위해 또다시 이런 행동을 반복할 거야.""저 사람은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아주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잖아. 두 사람이 함께 할수록 고난만 더 심해질 거야. 부모님에게 실망감을 줄거고 임씨 가문은 미래도 없는 궁지에 빠질 거야."소정이는 큰 소리로 역정을 내며 흥분했다. 전부 임완유를 위해 한 행동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임완유는 소정이 내뱉는 한 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예천우의 그림자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매번 예천우에게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니 어울리지 않다고 말할 때마다, 마치 자기를 설득하기 위해 하는 변명 같기도 했다. 예천우에게 흔들리지 않기 위해 자기 암시를 했었다."거봐, 내 말이 맞지? 마음이 흔들렸던 거야, 좋아하기 시작했어!""완유야, 이럴수록 마음을 빨리 다잡는 게 좋아. 안 그러면 너만 갉아먹어.""내가 할 말은 끝났어. 이제는 너한테 달렸어!"소정은 할 말을 마친 뒤 홀연히 몸을 돌려 멀어졌다.예천우가 어리둥절해서 소리쳤다. "잠깐만!"'아직 볼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간다고?'소정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사실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심장이 뛰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녀를 붙잡는 예천우의 목소리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왜? 복수라도 하려고?""좋아, 얼마든지 해. 넌 그래 봤자 싸움밖에 못 하잖아. 나 같은 여자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예천우는 소정의 말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소정
예천우는 어이없는 얼굴로 소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우 같은 소정에게 그가 오히려 놀아난 꼴이다.시작은 아주 순조로웠다, 진상도 아주 쉽게 알아냈다.그러나 소정이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우정에 금이 가긴 했지만 그래도 홀가분하게 물러났다.임완유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사건의 진상이 명확해졌고 예천우는 장혁을 돌려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라석에게 더 캐물을 것도 없었다.장혁은 소정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입구에서 택시를 잡으려는 소정에게 빠르게 걸어갔다.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는 장혁 때문에 소정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해서 말했다. "당, 당신 뭐야?""형님은 그쪽 건드리지 않기로 했지만, 난 달라." 장혁이 흉포한 모습으로 냉소하며 말했다."그러기만 해 봐, 당장 완유한테 연락할 거야." 소정이 휴대폰을 꺼내 말했다.탁!그러나 장혁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단번에 빼앗았다. 심지어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뺨까지 때렸다. "미친년, 감히 누구한테 큰 소리야?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한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는 소정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쳤다. "여, 여기 밖이야, 보는 눈이 많아!""걱정하지 마, 난 너처럼 염치없는 사람한테 관심 없어.""오늘 너한테 경고하는 거야. 다시는 공자님 건드리지 마. 그리고 임 대표님 앞에서 말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내 친구들이 너처럼 앙칼진 여자를 아주 좋아하거든?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처신 잘해."장혁이 사납게 그녀를 위협했다. "알아들었어?""그, 그래!"소정이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명심해, 안 그럼 다시 찾아올 거야." 말을 마친 장혁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장혁이 떠나자 비로소 소정이 안심했다. 원한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예천우에게 말했다. "예천우, 그깟 권세를 믿고 감히 날 모욕해?""넌 정말 구제불능이야. 완유가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거야."그러나 소정은 이 일을
임완유가 말했다."응!"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는 내가 오해했어. 내 생각이 짧았어. 나도 내가 왜 속았는지 모르겠어. 당신도 내가 한심하지?" 임완유가 물었다."아니야.""절대 아니야. 두 사람이 친구이니까 전적으로 믿은 것뿐이잖아.""다른 사람 일이었으면 당신도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거야."예천우는 자기가 이런 식으로 그녀를 위로하는 말을 내뱉을 줄 몰랐다."그래? 내가 안 한심하다고?""가끔 나조차 내가 한심했어."임완유는 우울해서 하소연했다."그럴 리가 없잖아. 당신은 천하에서 제일 현명한 여자야. 똑똑하지 않았으면 절대 지금의 그 위치까지 오르지 못했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늘어놓는 자신이 대단하게 여겨졌다."대표직?""정말 안정적으로 이 자리에 있고 싶어."임완유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최근에 용등상회에 가입하지 않았으면, 소 도련님과 협력하지 않았으면 이사회에서 날 해임하겠다고 일어섰을 거야.""그럴 수도 있어?"예천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임유그룹의 최대 주주는 임씨 가문 아니야? 누가 당신을 반대해?""우리 가문이 임유그룹의 7할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나머지 3할은 오래전부터 할아버지와 일했던 어르신들이 나눠 가지고 있어.""특히 그중의 한 분은 혼자 2할의 지분을 소유하고 계시지. 그리고 둘째 할아버지가 1.8할을 소유하고 계셔.""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있어. 회사는 모두의 회사야, 간부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야. 회사 운영에 좋은 일도 아니고.""그렇긴 하지, 그럼 나머지 지분은 어딨어?""두 분을 제외하고 우리 집안의 지분 대부분은 할아버지가 관리하고 계셔. 할아버지가 3.5할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회사의 최대 주주야. 그리고 우리 부모님께 1.5할의 지분이 있어.""그렇게 많이? 그럼 당신은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분이 얼마 안 되잖아?""그래도 아직 2할은 소유하고 있어.""겨우 그 정도야?" 예천우는 어이가 없었다. 회사의 대표가,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