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뭘 웃어!"임완유가 불쾌해서 말했다. "다시 한 번 경고하는데 임선호를 꼬드겼다고 나한테 수작 부릴 생각하지 마.""임선호 없이 나 혼자 네 마음 가질 수 있어."'아니! 넌 절대 안 돼!""그래?"예천우가 심드렁하게 답했다.예천우의 무심한 태도에 임완유는 되려 열을 받았다.다행히 소정이 빨리 온 덕분에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천우 씨도 여기 있었어?"소정은 예천우를 보자마자 안색이 변했다. 임완유가 사진이 위조된 것을 알아차렸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래서 일부러 임완유에게 말을 걸며 그녀의 시선을 분산시켰다."왜 이렇게 놀랐어? 설마 겁먹은 거야?"예천우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겁을 먹다니?""무슨 뜻이야?"소정은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경 시키며 덤덤한 척 노력했다."헛소리하는 거 듣지 마!"임완유가 끼어들었다. "사실 물어볼 게 있어서 불렀어.""응, 뭐든지 물어봐. 전부 알려줄게." 소정이 얼른 대답했다."그래, 나한테 준 사진 어디에서 났어?"예천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로 사진이 가짜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소정에게 잔머리 굴릴 시간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하지만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하든 상관없었다. 그는 이미 모든 조사를 끝마쳤기 때문이다. 사진이 위조된 이상 틀림없이 흔적이 남을 것이고 문제를 찾아낼 수 있었다.소정은 이 말을 듣자마자 사진이 위조된 것을 들켰다고 여기고 눈알을 굴렸다. "탐정회사에서 나한테 건넨 거야.""탐정?" 임완유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그래, 나도 그런 걸 잘 못해. 나한테 조사해달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탐정을 찾아가 나 대신 알아봐 달라고 한 거야."소정이 해명했다."그렇구나. 그럼 탐정 회사에서 위조한 거구나." 임완유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위조라니?""무슨 뜻이야?" 속으로 깜짝 놀란 소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아연실색했다."네가 나한테 건넨 그 몇 장의 사진들 전부 위조된 거야.
이 말을 들은 임완유는 의아한 얼굴로 눈치를 살폈다.소정도 놀란 듯 얼굴이 굳었지만, 다시 덤덤한 척했다. "농담하는 거지?""농담 아니야. 잠깐만 기다려봐, 곧 도착할 거야."예천우가 휴대폰을 한 번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는 방금 장혁이 보낸 사진을 확인했다. 사진의 원본은 지극히 평범한 것이며 사진을 위조한 사람도 찾아냈다는 문자를 보냈다.미리 이 문제를 조사한 덕분이다.이 일은 예천우와 관련된 일이기에 장혁은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양박군에게 모든 힘을 동원하라고 했다.CCTV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그들은 가게 사장을 찾아가 며칠 간 발생했던 이상한 상황을 파악했다. 예를 들어 수상한 사람이 나타난 적은 없는지 알아봤다.한차례의 탐문 조사 끝에 마침내 사진을 제공한 하준을 알아냈다. 그를 찾아내자 자연스럽게 원본 사진도 손에 넣게 되었다.이 일을 담당한 라동도 알아냈다.라석에게 해당 사실에 대해 캐묻자 어떤 여자가 그들에게 지시했다는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임완유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별거 아니야. 사진을 제공한 사람을 찾아내니까 원본 사진도 자연스레 손에 넣게 됐어.""정말? 어디 봐봐!"예천우가 숨김없이 바로 말했다.사진을 건네받은 굳었지만, 다시 두 장의 얼굴만 다른 사진을 확인했다.원본 사진은 누가 봐도 더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웠다.합성 사진을 감쪽같이 믿어버린 자신이 한심했다. 저런 합성 사진 때문에 며칠간 울화가 치밀었고 예천우ㅡㄹ 오해했다.그녀는 이런 수작질을 부린 사람에게 화가 났다. "누구한테 이 사진을 줬는데?""당연히 소정 씨가 고용했던 탐정 라석이지. 내 말 맞지?" 예천우가 소정을 바라보며 물었다.머리를 굴리며 변명을 생각하던 소정은 갑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예천우 때문에 깜짝 놀랐다.또다시 라석의 이름이 나오자 소정은 얼떨떨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지!"예천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라석은 소정과 거래를 하고 소정의 일을 도왔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자, 이제 마지막 질문만 남았네. 라석, 당신한테 이 일을 시킨 사람에 대해 알아?" 예천우가 물었다.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아리송했습니다. 그 여자가 마스크랑 선글라스를 쓰고 먼저 계약금의 절반을 줬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에 대해 알아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그럼 지금은 누군지 알았다는 건가?""예, 확실합니다.""누구야?""저 여자입니다!"라석이 손을 들어 소정을 가리켰다. "얼굴은 잘 보지 못했지만, 체형이나 목소리를 보아, 이 사람이 정확입니다."임완유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임완유는 소정이 자기를 배신할 줄 몰랐다.벌어질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소정이 다급해서 화를 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 여자 얼굴을 보지도 못한 주제에 어떻게 나라고 장담해? 난 그런 적 없어.""엉뚱한 사람 잡지 마." 임완유가 말했다."엉뚱해?""그럴 리가, 소정이 사진을 찾았고 방금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겼다고 인정했어. 정확히 맞아떨어져.""하지만 난 사설탐정을 찾았어. 내가 일을 맡긴 사람은 라석이 아니라 라...""라봉이라고?""그래, 라봉이라는 사람이야. 저 사람이 아니라고." 소정이 얼른 말했다.하지만 예천우는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아까는 라동이라며, 갑자기 라봉이라는 사람은 어디에서 튀어나온 거야?""설마 이름 막 지어내는 거 아니지?"소정은 이것이 미끼일 줄 몰랐다. 그래서 얼떨결에 해명했다. " 아, 아니야! 그냥 당황해서 헛소리가 나온 거야."예천우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려 임완유를 쳐다보았다. "아직도 믿어?"임완유가 살짝 망설이더니 다시 말했다. "믿어. 나였어도 가장 친한 친구가 오해하면 긴장해서 말실수했을 거야.""한두 마디 말실수로 사람을 판단하지 마. 제일 중요한 증거가 없잖아.""그래!"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라석을 쳐다보았다. "공적을 단죄할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 네가 맡은 일이니 책임을 져야겠지.""아, 잠시만요!"라석이 다급하게
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이 사람이 널 얼마나 믿는지 보여? 정말 아직도 당당해?"소정은 예천우가 어떤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예천우가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면 진작에 그녀에게 꺼내줬을 것이다.'그러면서 마치 날 봐주는 척, 착한 척한 거야?'결국 어쩔 도리가 없어 자기를 속이려 한다고 여긴 소정이 억울한 듯 말했다. "내가 전에 실수한 것 때문에 기분 상하게 해서 미안해.""그렇다고 날 이렇게 모함하면 안 되잖아."예천우의 권세가 두려웠지만, 그간 그의 행보로 보아 극도로 잔인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게다가 임완유가 자신을 이렇게 감싸주는데 예천우는 절대 그녀에게 손댈 수 없었다.친구가 풀이 죽어 말하는 모습에 임완유는 매우 불편했다.하지만 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끝까지 거짓말을 하네.""라석, 녹취록 재생해."이렇게 된 이상 라석의 녹취록으로 진실을 알아내야 한다.나석은 이 말을 듣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녹취록을 누르려고 했다.예천우가 손을 흔들며 제지했다. "마지막 기회 줄게. 솔직하게 말하면 이 녹취록은 틀지 않을 거야.""내가 그런 거 아니야!"소정이 단호하게 말했다.임완유는 괴로운 얼굴로 화를 냈다. "제발 좀 그만해. 증거가 있으면 얼른 꺼내, 왜 협박만 하는 거야.""내가 협박하는 것 같아?" 예천우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임완유를 쳐다보았다."그럼 아니야?""아니야!"예천우는 손을 저으며 라석에게 녹취록을 재생하라고 눈짓했다. 그는 한탄스러웠다, 이렇게 계속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는 게 맞는지 몰랐다.녹취록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소정은 이미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상대가 정말 증거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다.곧이어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고 소정의 얼굴이 구겨졌다.안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그녀의 목소리가 확실했다. 그녀와 라석이 나눈 구체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심지어 라석에게 위조된 사진을 꼭 만들라는 당부까지 들렸다.너무 명확한 증거가 있는 일이다.임
소정이 큰 소리로 말했다.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너 정말 저런 사람과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꼭 그랑 함께하겠다고 하지 않았어." 임완유가 반박했다."하지만 넌 이미 좋아하고 있잖아. 내 가장 친한 친구가 아무것도 없는 남자를 좋아하는 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안 돼."소정이 차갑게 말했다."완유야, 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똑같은 순간이 와도 난 두 사람을 갈라놓기 위해 또다시 이런 행동을 반복할 거야.""저 사람은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아주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잖아. 두 사람이 함께 할수록 고난만 더 심해질 거야. 부모님에게 실망감을 줄거고 임씨 가문은 미래도 없는 궁지에 빠질 거야."소정이는 큰 소리로 역정을 내며 흥분했다. 전부 임완유를 위해 한 행동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임완유는 소정이 내뱉는 한 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예천우의 그림자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매번 예천우에게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니 어울리지 않다고 말할 때마다, 마치 자기를 설득하기 위해 하는 변명 같기도 했다. 예천우에게 흔들리지 않기 위해 자기 암시를 했었다."거봐, 내 말이 맞지? 마음이 흔들렸던 거야, 좋아하기 시작했어!""완유야, 이럴수록 마음을 빨리 다잡는 게 좋아. 안 그러면 너만 갉아먹어.""내가 할 말은 끝났어. 이제는 너한테 달렸어!"소정은 할 말을 마친 뒤 홀연히 몸을 돌려 멀어졌다.예천우가 어리둥절해서 소리쳤다. "잠깐만!"'아직 볼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간다고?'소정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사실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심장이 뛰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녀를 붙잡는 예천우의 목소리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왜? 복수라도 하려고?""좋아, 얼마든지 해. 넌 그래 봤자 싸움밖에 못 하잖아. 나 같은 여자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예천우는 소정의 말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소정
예천우는 어이없는 얼굴로 소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우 같은 소정에게 그가 오히려 놀아난 꼴이다.시작은 아주 순조로웠다, 진상도 아주 쉽게 알아냈다.그러나 소정이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우정에 금이 가긴 했지만 그래도 홀가분하게 물러났다.임완유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사건의 진상이 명확해졌고 예천우는 장혁을 돌려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라석에게 더 캐물을 것도 없었다.장혁은 소정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입구에서 택시를 잡으려는 소정에게 빠르게 걸어갔다.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는 장혁 때문에 소정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해서 말했다. "당, 당신 뭐야?""형님은 그쪽 건드리지 않기로 했지만, 난 달라." 장혁이 흉포한 모습으로 냉소하며 말했다."그러기만 해 봐, 당장 완유한테 연락할 거야." 소정이 휴대폰을 꺼내 말했다.탁!그러나 장혁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단번에 빼앗았다. 심지어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뺨까지 때렸다. "미친년, 감히 누구한테 큰 소리야?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한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는 소정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쳤다. "여, 여기 밖이야, 보는 눈이 많아!""걱정하지 마, 난 너처럼 염치없는 사람한테 관심 없어.""오늘 너한테 경고하는 거야. 다시는 공자님 건드리지 마. 그리고 임 대표님 앞에서 말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내 친구들이 너처럼 앙칼진 여자를 아주 좋아하거든?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처신 잘해."장혁이 사납게 그녀를 위협했다. "알아들었어?""그, 그래!"소정이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명심해, 안 그럼 다시 찾아올 거야." 말을 마친 장혁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장혁이 떠나자 비로소 소정이 안심했다. 원한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예천우에게 말했다. "예천우, 그깟 권세를 믿고 감히 날 모욕해?""넌 정말 구제불능이야. 완유가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거야."그러나 소정은 이 일을
임완유가 말했다."응!"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는 내가 오해했어. 내 생각이 짧았어. 나도 내가 왜 속았는지 모르겠어. 당신도 내가 한심하지?" 임완유가 물었다."아니야.""절대 아니야. 두 사람이 친구이니까 전적으로 믿은 것뿐이잖아.""다른 사람 일이었으면 당신도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거야."예천우는 자기가 이런 식으로 그녀를 위로하는 말을 내뱉을 줄 몰랐다."그래? 내가 안 한심하다고?""가끔 나조차 내가 한심했어."임완유는 우울해서 하소연했다."그럴 리가 없잖아. 당신은 천하에서 제일 현명한 여자야. 똑똑하지 않았으면 절대 지금의 그 위치까지 오르지 못했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늘어놓는 자신이 대단하게 여겨졌다."대표직?""정말 안정적으로 이 자리에 있고 싶어."임완유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최근에 용등상회에 가입하지 않았으면, 소 도련님과 협력하지 않았으면 이사회에서 날 해임하겠다고 일어섰을 거야.""그럴 수도 있어?"예천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임유그룹의 최대 주주는 임씨 가문 아니야? 누가 당신을 반대해?""우리 가문이 임유그룹의 7할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나머지 3할은 오래전부터 할아버지와 일했던 어르신들이 나눠 가지고 있어.""특히 그중의 한 분은 혼자 2할의 지분을 소유하고 계시지. 그리고 둘째 할아버지가 1.8할을 소유하고 계셔.""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있어. 회사는 모두의 회사야, 간부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야. 회사 운영에 좋은 일도 아니고.""그렇긴 하지, 그럼 나머지 지분은 어딨어?""두 분을 제외하고 우리 집안의 지분 대부분은 할아버지가 관리하고 계셔. 할아버지가 3.5할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회사의 최대 주주야. 그리고 우리 부모님께 1.5할의 지분이 있어.""그렇게 많이? 그럼 당신은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분이 얼마 안 되잖아?""그래도 아직 2할은 소유하고 있어.""겨우 그 정도야?" 예천우는 어이가 없었다. 회사의 대표가,
"제까짓 게?"임완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어, 우리 회사가 무슨 세계 최대 기업도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에 입사하려면 졸업장과 경력이 필요해." "전에 나한테 회사 오라고 하지 않았어?""그건 당신한테 회사 경비직을 맡기려고 그런 거지. 그건 관련 증서 증명이 필요 없으니까. 당신 스펙으로 아무도 설득하지 못해.""……"예천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경비원밖에 될 수 없다는 거야?""그건 아닌데!""그럼?""청소부도 가능하잖아.""그냥 경비원 하는 게 좋겠어." 예천우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비록 대학교를 열심히 다닌 것은 아니지만 입사 지원에서 쓸만한 스펙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었다."진짜 우리 회사 다닐 거야?" 임완유가 물었다."응!""정말 경비원이 되겠다고?""그래, 당신 계획대로 할게. 나한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겪고 있는 혼란을 해결하는 거야. 당신 손에 그룹을 쥐여줄게."예천우가 직설적으로 말했다."하여튼 말은 잘해. 됐어. 당신을 어떻게 할 건지 생각 좀 해볼게."예천우가 기꺼이 일하겠다고 하자 임완유는 내심 기뻤다. 회사에는 경비원이 부족했다, 하지만 월급이 낮았다.월급은 둘째치고 아무런 발전도 없는 일이라 예천우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자기와 이혼을 하게 되면 앞으로 그의 생활이 힘들어 질 것이다.그래서 임완유는 그에게 경비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예천우의 스펙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경비원이라며? 경비원 맡기는 것도 고민할 정도야? 설마 회사에 사람 하나 들이는 것도 마음대로 못해?" 예천우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마음대로 못하긴, 뭘 못해? 경비직이 마음에 드나 보지?"임완유가 물었다."마음에 들지는 않지. 다른 일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긴 해." 예천우는 사내들과 매일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편하게 앉아 있고 싶을 뿐이다."그럼 좀 기다려 봐! 생각 좀 하게!"그녀는 머리가 복잡했다.그녀는 권력으로 예천
임완유는 예천우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동생을 보며 감동에 젖어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천우야, 정말 고마워.”만약 예천우의 꾸짖음과 조언이 없었다면 동생이 이렇게 책임감 있고 당당하게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임선호가 열심히 무술을 연습한 것도 분명 예천우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비록 싸움 도중 몇 번 다치기는 했지만 임선호는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상대와 끝까지 맞섰고 치열한 싸움 끝에 마침내 그들 모두를 물리쳤다.예천우가 직접 나섰다면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임선호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듯 가만히 지켜보았다.그 모습에 임완유뿐만 아니라 허가연의 부모들도 속으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임선호의 실력이 아직 부족할지라도 그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그런 끈기와 단호함이 허가연의 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허가연의 부모는 속으로 어쩌면 임선호가 정말로 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전에 임선호에 대한 정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손씨 가문의 일만 잘 넘어간다면 더는 임선호와 허가연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싸움이 끝나자마자 허가연은 달려가 임선호를 걱정하며 연신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임선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 정도 상처쯤이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그 말에 허가연은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반면 임선호가 뿌듯해하는 모습에 손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히 강지혜와 손동욱은 주성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허씨 가문 사람들이 뿌듯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성한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주성한 또한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고 분노와 불만이 치밀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고 위로는커녕 비난만 받으니 정말 못마땅했다.오히려 손승우가 황급히 주
주변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전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오히려 손씨 가문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허성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예천우가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한이 갑자기 넘어지게 된 것도 어쩌면 예천우가 한 짓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때 허광호의 전화가 울렸고 사부님이었다. 주성한과 강지혜의 다툼을 뒤로 한 채 그는 서둘러 전화기를 들고 한쪽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사부님!”“그래. 네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셔?”위무권관의 관장인 진은수는 마침 허씨 저택 근처에 있었고 얼마 전에 허성태의 몸 상태를 진단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들를 겸 전화를 걸었다.“계십니다!”허광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서둘러 물었다.“사부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뭐든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사부님은 아주 높으신 분이니 사부님 곁에 머물 기회만 주어져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허씨 가문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에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 앞으로 좋은 점이 많았다.“별일 아니야. 근처에 있어서 그냥 네 아버지 보러 들르려고.”진은수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허광호는 집안에서 난리가 난 걸 언급할지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삼켰다. 사부님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번에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손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공격하려 든다면 사부님이 눈앞에 계시는데 그냥 넘어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부님은 동성 4대 가문들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한 인물이었다.위무권관 관장은 동성에서 명망 높은 사람이었다.진은수는 무공이 절정에 달해 언제든 종사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실력자였고 그의 부하 중에는 뛰어난 강자들도 많았다.그래서 누구든지 진은수의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허광호는 지금
허성태는 이 광경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정말 끝났어. 살아남기 힘들 거야.’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심지어 허가연조차 그런 분위기였다.하지만 임선호와 임완유는 달랐다. 특히 임완유는 예천우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이 정도로는 그를 위협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예천우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 안심할 수 있었다.예상대로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견과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 주성한의 다리에 명중했고 주성한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다.원래라면 손이라도 짚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손마저 힘이 빠져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주변 사람들은 이 광경에 멍해졌다.주성한이 대단한 기세로 예천우에게 돌진했는데 결과는 그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이게 무슨 자세인가요? 제가 아무리 무서워도 굳이 이렇게 엎드려 절할 필요는 없잖아요?”“이, 이 자식이...”주성한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고 뭔가에 당한 게 분명했다.손승우도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 사부님,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일어나서 저 녀석을 박살 내세요!”자신이 돈을 들여 고용한 무술 고수가 이렇게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꼴을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다리와 손의 통증도 마다하고 다시 예천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에 그는 예천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다 예천우가 다시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게 고작 견과류라는 걸 알고는 경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해도 피할 수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무릎에 다시 견과류를 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양새가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꼴이 되니 다들 어이없어했다.손승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