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완유가 휴대폰을 끊자마자 예천우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내가 친척 동생이야?""그럼 뭐라고 설명할까? 우리 어차피 이혼할 사이야. 괜히 관계를 회사에 알릴 필요 없잖아. 우리 둘한테 안 좋은 일이야." 임완유가 해명했다."그래, 신경 안 쓸게.""그래, 얼른 돌아가서 쉬어. 내일 아침 출근 준비하고." 임완유가 무덤덤하게 말했다."그래!"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소파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때마침 유은수 부부가 걸어 들어왔다.다시 예천우를 보자 유은수의 분노가 차올랐다. "이 병신 같은 자식! 우리 아들한테 그런 짓을 하고 아직도 우리 집에 있어?"예천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옆으로 빠져 빠르게 걸어나갔다.어떤 해명이나 설명을 하든 유은수는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기에 더는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그러나 이 모습에 유은수의 화가 더 치솟았다. 그는 예천우를 따라잡기 위해 빠르게 걸어갔다. 하지만 예천우의 빠른 걸음을 그녀가 따라잡을 수 없었다.결국 예천우에게 쏟아내지 못한 화는 고스란히 임완유에게 향했다.임완유는 기가 차서 방으로 돌아가 방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자신의 어머니이지만 가끔 그녀가 하는 행동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임선호가 집에 없는 것도 아닌데, 직접 그에게 물어보면 될 일을 오히려 다른 사람을 잡고 화를 내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결국 임선호가 방에서 나와 유은수 잡아끌며 그녀를 위로했다. "엄마 아빠가 오해한 거야. 내가 이렇게 된 이유가 있다고.""그게 뭔데?" 유은수가 물었다."내가 하는 얘기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면 절대 안 되는 일이야.""그래, 약속할게!""사실 매형은 대단한 사람이야.""아무 쓸모 없는 놈이 대단한 사람이라니?""사실 우리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 천해시에서 최고 부자가 매형을 만났는데 아주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더라고.""게다가 천해시에서 가장 강력한 4대 가문도 매형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임유그룹은 대기업이 아니지만, 시가가 200억이 넘는 기업으로 관련된 산업이 많았다.특히 부동산과 철강 판매에서 얻는 수익이 월등했다.최근 임완유는 변화의 길을 걷고 있었다. 부동산 업계의 거품이 걷히면서 줄곧 하향 선을 걷기 시작했다.그래서 화장품으로 방향을 돌렸고 임완유가 직접 참여했다.이튿날 아침, 예천우는 일찍 회사 로비에 도착했다. 임완유 때문에 오늘 특별히 셔츠와 긴 바지로 갈아입고 왔다.전체적으로 댄디한 스타일이다.미리 전화로 통보를 받은 예천우는 곧장 총괄 사무실로 향했다."들어오세요!"안에서 또랑또랑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이목구비가 또렷한 미녀가 앉아 있었다. 임완유보다 못하지만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다.앉아만 있는데도 남자의 마음을 쉽게 홀릴 수 있을 정도로 섹시한 분위기가 몸에 배어있었다.여자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옆에 좀 앉아 있어요. 지금 좀 바빠요."말을 마친 여자는 예천우를 쳐다보지 않고 업무에 집중했다.예천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옆에 앉아 휴대폰을 놀았다.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20분이 지나서야 하문이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놀고 있는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살짝 화가 났다.입사 첫날부터 긴장감 없이 행동하는 예천우가 마음에 걸렸다. 기다리라고 했더니 게임을 노는 예천우가 눈에 거슬렸다.임완유가 무슨 생각으로 그를 회사에 들였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리 보아도 쓸모없는 사람 같았다.생김새 외에는 봐줄게 아무것도 없었다.하문은 외모는 훌륭하지만 아무런 능력이 없는 남자를 가장 싫어했다."그쪽이 대표님께서 말한 예천우 씨예요?""네."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직 하문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하문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휴대폰을 들었다. "이신향 씨 여기로 좀 와봐요."얼마 안 지나 스물일곱 살 정도로 보이는 예쁘장한 여자가 걸어왔다.예천우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무슨 회사가 죄다 예쁜 여자들밖에 없어?' "사장
영업팀은 총 2개 부서로 나뉘어 있다.예천우는 2팀이다, 2팀은 몇 달 동안 실적이 가장 낮았다.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팀에서 일을 가장 잘하던 마케터가 나가고 낙하산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심지어 반년에 한 번 있는 실적 평가 날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낙하산 신입을 데리고 실적을 올릴 수 없었다."이 팀장님,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 봐요?" 예천우는 자기를 불쾌한 얼굴로 바라보는이신향을 바라보며 먼저 말을 했다. 잔뜩 얼어붙은 분위기를 누그러뜨려야 했다."내가 그쪽을 어떻게 환영해야 하는데요?""뭐 가마라도 대령해서 환영해줘요?" 이신향이 싸늘하게 말했다."팀장님도 참, 농담을 잘하시네요."예천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얼굴은 반반한데, 왜 이렇게 싸늘해?'"천우 씨가 낙하산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우리 팀에 온 이상 허송세월 보낼 생각은 하지 마요. 일 못하면 언제든지 해고를 할 거니까요." 이신향이 차갑게 말했다."예, 알겠습니다." 예천우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전에 영업 관련 일 해본 적 있어요?" 이신향은 예천우가 워낙 자신 있게 대답하자 의외라는 듯 물었다."아, 물론 없습니다!""없다고요?""그럼 전에 무슨 일 했어요?""음... 파이터나 복싱 같은...""……"이신향은 기가 막힌 상황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가장 기본적인 이력서조차 없는 사람이다. 하문이 꽂아넣은 낙하산이다.하지만 일반 사원이라 그리 관계가 깊은 것 같지 않았다. 그냥 일자리 하나 주선한 것이기에 하문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이런 사원이 그녀의 팀에 들어오면 가장 큰 피해는 팀장인 그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이신향은 예천우를 데리고 인사팀에서 입사 절차를 밟은 뒤, 팀으로 데려와 6명의 팀원에게 소개했다. "여긴 예천우 씨에요. 우리 2팀의 새로운 팀원이니 모두 잘 대해줘요."사람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눈치껏 손뼉을 치며 그를 환영했다."여기
이신향은 화가 잔뜩 치밀어 부들부들 떨면서 싸늘하게 말했다. "방심하지 마세요. 언제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뭐야, 이 반응은?""기대할게요, 이 팀장이 얼마나 대단한 실적을 보여주려고 이러는지 궁금하네요."김 팀장은 깔깔 웃으며 말했다.사람들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팀장님,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2팀에서 일해봐서 아는데 신경 쓸만한 사람들이 아니에요."왕신철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참, 제가 팀을 옮기자마자 아주 대단한 분을 영입했다고 하던데, 어느 분이세요? 얼굴이나 알고 지내요."그는 일부 예천우를 쳐다보며 조롱했다.2팀에서 새로 온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비록 온 지 하루도 안 되었지만, 영업팀 사람들은 예천우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무스펙의 신입사원이 2팀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졌다.가뜩이나 예천우가 거슬렸던 이신향은 이 말에 더욱 화가 났다. "이건 우리 팀 일입니다. 다른 팀이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은데 소개를 왜 해줘야 하는 겁니까?"예천우는 이신향이 자기를 위해 나설 줄 몰랐다. 예천우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그에게 적대적이라는 것을.왕신철이 얼굴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나서지 않는 겁쟁이는 나도 관심 없어요.""누가 겁쟁이라는 거야?" 기분이 나빠진 예천우가 입을 열었다."그쪽을 말하는 거잖아!""아, 겁쟁이가 나였구나." 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왕신철은 예천우의 반응에 되려 기분이 나빠졌다. "장난하는 거야?""장난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배신자 주제에, 2팀에 와서 잘난 척은 다 하고 다른 팀으로 도망친 주제에." 예천우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왕신철의 행보는 유현을 통해 이미 들었다.말수가 많았던 유현은 짧은 시간이지만 회사에서 발생했던 일을 전부 알려줬다. 그리고 마침 왕신철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예천우에게 왕신철의 얘기를 안 할 수 없었던 유현은 아주 상세하게 늘어놓았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살짝 놀랐다. 비록 업무에 대해 아
왕신철은 남자가 봐도 잘생겼다. 그래서 술집 여사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예천우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 팀 판매 실적이 당신 팀보다 못하다는 겁니까?""그럼 두 팀이 제대로 경쟁하는 게 어때요?"예천우의 말에 이신향이 바로 끼어들었다. "예천우 씨, 말조심해요. 그쪽이 팀장이에요? 왜 팀 경쟁을 그쪽이 제안해요?"다른 사람들 역시 어이없다는 듯 예천우를 노려보았다.1팀과 실적으로 경쟁하는 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혼자 죽으려면 죽지, 괜한 사람 발목까지 잡지 말라는 눈빛이다.김 팀장은 이 광경에 깔깔거리며 폭소했다. "이 팀장, 설마 우리랑 경쟁하기 무서워요? 2팀이 쓸모없는 팀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본인들이 직접 인정하기는 싫나 봐요?""누가 무섭대요?""그 경쟁 어디 한 번 해봐요!""고작 판매 실적이잖아요? 마침 열흘 후에 상반기 총결산하잖아요. 그거로 해요."예천우가 패기 있게 제안했다.사람들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새로 온 신입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를 패기로 상반기 총결산 경쟁을 제안했다.이신향은 화가 가득 치밀어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예천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김 팀장은 배까지 부여잡고 웃었다. "상반기 결산으로 하자고요? 그럼 지는 팀은 어떡해요?"이신향이 이 경쟁을 받아들이든 말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2팀이 망신을 살 수 있다면 김 팀장은 상관없었다.왕신철도 똑같았다. 이신향을 쫓아내고 2팀의 팀장 자리가 빌 때 자기가 팀장직에 지원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물론 김 팀장이 2팀을 배신하고 자기 팀에 오면 미래를 보장해주겠다고 한 약속이 바로 이것이다."이긴 팀이 진 팀을 처분하는 게 어때요?" 예천우가 제안했다."이 팀장도 포함되는 거죠? 2팀이 지면 이 팀장도 자기 자리 내놓을 수 있어요?" 김 팀장이 얼른 끼어들었다."그럴게요!""우리가 지면 이 팀장님은 자리를 내려놓을 거예요. 우리도 마음대로 처분하고." "하지만 우리가 이기면 김 팀장님도 자리를 내려놓아야 할
“창피해?”“창피하게 만든 적 없는데 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어리둥정했다. 내기를 말하는 걸까?하지만 아직 내기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여전히 창피함을 모른다는 거야? 지금 영업팀에 학력은 물론 경험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이 들어왔다는 것을 모르는 이 없을 거야.”임완유는 분노했다.방금전 하문이 그녀에게 예천우의 하루 업무태도를 보고했기에 그녀가 화를 낼 만도 했다.그야말로 쓸모가 없는 존재였다.게다가 모두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들은 누가 이런 쓰레기를 소개했는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녀의 자리도 지키기 어려울 정도였다.모든 것을 알아버린 임완유가 어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그 말에 예천우도 기분이 잡쳤다.“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거야?”“지금에 와 생각하면 너를 회사에 끌어들인 것부터가 잘못된 거였어.”그때 임완유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것은 하문이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임완유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2팀을 대표해서 1팀과 매출을 겨루겠다고 한 거야?”“그것도 반년 동안의 매출을? 두 팀의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지껄인 거야? 미쳤어?”“격차가 그렇게 커?”그녀의 말을 들은 예천우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90억이야!”“고작 90억? 순간 조금 졸았잖아.”“너!’”“좋아, 이건 네가 말했으니 지켜볼게. 만약 1팀을 이기지 못한다면 저절로 회사를 나가야 할 거야.”임완유가 말했다.“걱정하지 마, 고작 몇십억이니 몇분이면 해결할 수 있어.”“...”임완유는 할말을 잃었다. “네 허튼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해야 할 말은 이미 다 했으니, 건투를 빌어.”같은 시각, 영업팀의 직원들은 예천우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를 갈았다.누군가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천우 씨가 혹시 1팀의 스파이는 아닐까요?”“맞아요. 스파이가 아니라면 우리를 힘들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특히 신향 씨를 힘들게 하고 있잖아요.”“신향
예천우는 다급히 사과하며 커피를 나눠주며 미소를 지었다.“죄송해요. 오늘 늦잠을 자서 늦었네요.”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 않듯 모두들 하는 수 없이 분노를 삼켰다.하지만 팀장으로 이신향은 설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예천우를 조용히 불렀다.몸매가 아름다웠던 팀장은 걷는 모습도 매혹적이었지만 예천우는 평범한 다른 남자와는 달랐다.그는 평소와 같은 표정이었다.단지 그는 이신향이 자신을 찾는 이유가 궁금할 뿐이었다.예천우는 자신이 매력이 넘쳐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어제 처음 만났는데 벌써 자신에게 반해버린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되었다.옆에 도착한 이신향의 얼굴은 즉시 차갑게 변했다.“천우 씨, 전 이미 당신이 2팀에 온 목적을 알고 있어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그녀는 매우 똑똑했다. 스스로 이야기할 기회를 주지 않고 직접적으로 질문을 해 그녀의 의도가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그녀는 ‘왜’라는 단어를 붙여 그녀가 이미 알고 있음을 강조했고 지금은 단지 ‘왜’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예천우는 어리둥절했다.“뭐를 말이죠? 목적이라뇨? 전 일하러 온 건데요?”“일이요?”“자신의 주제를 모르나요? 뭐로 일하겠다는 거죠?”이신향이 버럭 화를 냈다.“사람으로요.”“내란 사람이 여기 있잖아요?”“당신!’이신향은 분노하며 덧붙였다.“천우 씨도 사내대장부인데 어떻게 저질러놓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하죠?”“잠깐만요, 팀장님.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예천우는 뭔가 오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목적도 달성했는데 더 이상 숨길 필요 없지 않아요?”“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어제 내기를 말하는 건 가요?”이것 이외에 예천우는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잘 알면서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알았어요. 내가 어제 일부러 이 내기에 동의하고 당신의 팀장 자리를 뺏을 기회를 노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예천우는 어느 정도 상황이 파악되었다.“그럼 아닌가요?”“당연히 아니죠.”예천우는 단언했다.“난
“빚 독촉하라고요?”멈칫하던 예천우가 서류를 받으며 물었다.“맞아요.”“위의 빚을 진 세 회사 중의 하나만 받아오면 오늘 그길로 퇴근해서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돼요!”이신향이 말했다.“진짜죠? 이 중 하나만 받으면 되죠?”“네.”“팀장님, 그건 말도 안되요.”“이 세 회사에게 우리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몰라요. 단기간에는 절대 불가능해요. 특히 첫 번째 회사가 난이도 최상이에요.”유현이 말했다.그는 이 회사들의 상황을 어느 정도 료해하고 있었다. 이 세 회사는 하나같이 악질이었고 특히 첫 번째 회사가 제일 심했다. 그것은 사씨 가문 회사에 종속되어 있는 한 회사였다.사씨 가문은 두려움의 존재였다.천해시의 갑부 양대복조차도 그 끔찍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을 정도였으니까.비록 사씨 가문이 몰락해 보스가 바뀌었지만 그 힘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심지어 새 보스인 담양은 더욱 엄격했고 기반이 단단해서 새로 설립한 천하그룹은 더욱 무시무시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어 수많은 비즈니스 인물들의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소식이 들렸다.커팅식 당일에는 양대복이 참석했고 적지 않은 고위 지도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다.이신향은 약간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금방 태도를 바꿨다.“정상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90억이 아무것도 아니라며 우쭐하잖아요.”“천우 씨, 당신이 할 수 있는지 없는 지 말해 봐요. 안되면 관둬요. 강요하지 않을 테니까!”“할 수 있어요. 당연히 할 수 있죠. 남자가 어떻게 안 된다고 할 수 있겠어요.”예천우는 서류를 한번 쓱 훑어보았다.옆에 적힌 설명을 본 그는 왜 받아내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좋아요. 부디 말한 대로 이행해 주었으면 해요.”이신향이 대답했다.“당연하죠. 만약 두 회사의 것을 회수하면 내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죠?”예천우가 물었다.“감히 두 회사를 해결하려는 거예요?”“그렇게 대단한 거라면 앞으로 일주일은 출근하지 않아도
임완유는 예천우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동생을 보며 감동에 젖어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천우야, 정말 고마워.”만약 예천우의 꾸짖음과 조언이 없었다면 동생이 이렇게 책임감 있고 당당하게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임선호가 열심히 무술을 연습한 것도 분명 예천우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비록 싸움 도중 몇 번 다치기는 했지만 임선호는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상대와 끝까지 맞섰고 치열한 싸움 끝에 마침내 그들 모두를 물리쳤다.예천우가 직접 나섰다면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임선호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듯 가만히 지켜보았다.그 모습에 임완유뿐만 아니라 허가연의 부모들도 속으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임선호의 실력이 아직 부족할지라도 그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그런 끈기와 단호함이 허가연의 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허가연의 부모는 속으로 어쩌면 임선호가 정말로 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전에 임선호에 대한 정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손씨 가문의 일만 잘 넘어간다면 더는 임선호와 허가연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싸움이 끝나자마자 허가연은 달려가 임선호를 걱정하며 연신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임선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 정도 상처쯤이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그 말에 허가연은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반면 임선호가 뿌듯해하는 모습에 손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히 강지혜와 손동욱은 주성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허씨 가문 사람들이 뿌듯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성한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주성한 또한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고 분노와 불만이 치밀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고 위로는커녕 비난만 받으니 정말 못마땅했다.오히려 손승우가 황급히 주
주변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전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오히려 손씨 가문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허성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예천우가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한이 갑자기 넘어지게 된 것도 어쩌면 예천우가 한 짓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때 허광호의 전화가 울렸고 사부님이었다. 주성한과 강지혜의 다툼을 뒤로 한 채 그는 서둘러 전화기를 들고 한쪽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사부님!”“그래. 네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셔?”위무권관의 관장인 진은수는 마침 허씨 저택 근처에 있었고 얼마 전에 허성태의 몸 상태를 진단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들를 겸 전화를 걸었다.“계십니다!”허광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서둘러 물었다.“사부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뭐든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사부님은 아주 높으신 분이니 사부님 곁에 머물 기회만 주어져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허씨 가문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에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 앞으로 좋은 점이 많았다.“별일 아니야. 근처에 있어서 그냥 네 아버지 보러 들르려고.”진은수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허광호는 집안에서 난리가 난 걸 언급할지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삼켰다. 사부님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번에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손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공격하려 든다면 사부님이 눈앞에 계시는데 그냥 넘어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부님은 동성 4대 가문들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한 인물이었다.위무권관 관장은 동성에서 명망 높은 사람이었다.진은수는 무공이 절정에 달해 언제든 종사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실력자였고 그의 부하 중에는 뛰어난 강자들도 많았다.그래서 누구든지 진은수의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허광호는 지금
허성태는 이 광경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정말 끝났어. 살아남기 힘들 거야.’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심지어 허가연조차 그런 분위기였다.하지만 임선호와 임완유는 달랐다. 특히 임완유는 예천우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이 정도로는 그를 위협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예천우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 안심할 수 있었다.예상대로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견과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 주성한의 다리에 명중했고 주성한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다.원래라면 손이라도 짚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손마저 힘이 빠져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주변 사람들은 이 광경에 멍해졌다.주성한이 대단한 기세로 예천우에게 돌진했는데 결과는 그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이게 무슨 자세인가요? 제가 아무리 무서워도 굳이 이렇게 엎드려 절할 필요는 없잖아요?”“이, 이 자식이...”주성한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고 뭔가에 당한 게 분명했다.손승우도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 사부님,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일어나서 저 녀석을 박살 내세요!”자신이 돈을 들여 고용한 무술 고수가 이렇게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꼴을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다리와 손의 통증도 마다하고 다시 예천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에 그는 예천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다 예천우가 다시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게 고작 견과류라는 걸 알고는 경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해도 피할 수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무릎에 다시 견과류를 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양새가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꼴이 되니 다들 어이없어했다.손승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