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어이없는 얼굴로 소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우 같은 소정에게 그가 오히려 놀아난 꼴이다.시작은 아주 순조로웠다, 진상도 아주 쉽게 알아냈다.그러나 소정이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우정에 금이 가긴 했지만 그래도 홀가분하게 물러났다.임완유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사건의 진상이 명확해졌고 예천우는 장혁을 돌려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라석에게 더 캐물을 것도 없었다.장혁은 소정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입구에서 택시를 잡으려는 소정에게 빠르게 걸어갔다.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는 장혁 때문에 소정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해서 말했다. "당, 당신 뭐야?""형님은 그쪽 건드리지 않기로 했지만, 난 달라." 장혁이 흉포한 모습으로 냉소하며 말했다."그러기만 해 봐, 당장 완유한테 연락할 거야." 소정이 휴대폰을 꺼내 말했다.탁!그러나 장혁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단번에 빼앗았다. 심지어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뺨까지 때렸다. "미친년, 감히 누구한테 큰 소리야?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한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는 소정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쳤다. "여, 여기 밖이야, 보는 눈이 많아!""걱정하지 마, 난 너처럼 염치없는 사람한테 관심 없어.""오늘 너한테 경고하는 거야. 다시는 공자님 건드리지 마. 그리고 임 대표님 앞에서 말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내 친구들이 너처럼 앙칼진 여자를 아주 좋아하거든?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처신 잘해."장혁이 사납게 그녀를 위협했다. "알아들었어?""그, 그래!"소정이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명심해, 안 그럼 다시 찾아올 거야." 말을 마친 장혁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장혁이 떠나자 비로소 소정이 안심했다. 원한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예천우에게 말했다. "예천우, 그깟 권세를 믿고 감히 날 모욕해?""넌 정말 구제불능이야. 완유가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거야."그러나 소정은 이 일을
임완유가 말했다."응!"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는 내가 오해했어. 내 생각이 짧았어. 나도 내가 왜 속았는지 모르겠어. 당신도 내가 한심하지?" 임완유가 물었다."아니야.""절대 아니야. 두 사람이 친구이니까 전적으로 믿은 것뿐이잖아.""다른 사람 일이었으면 당신도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거야."예천우는 자기가 이런 식으로 그녀를 위로하는 말을 내뱉을 줄 몰랐다."그래? 내가 안 한심하다고?""가끔 나조차 내가 한심했어."임완유는 우울해서 하소연했다."그럴 리가 없잖아. 당신은 천하에서 제일 현명한 여자야. 똑똑하지 않았으면 절대 지금의 그 위치까지 오르지 못했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늘어놓는 자신이 대단하게 여겨졌다."대표직?""정말 안정적으로 이 자리에 있고 싶어."임완유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최근에 용등상회에 가입하지 않았으면, 소 도련님과 협력하지 않았으면 이사회에서 날 해임하겠다고 일어섰을 거야.""그럴 수도 있어?"예천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임유그룹의 최대 주주는 임씨 가문 아니야? 누가 당신을 반대해?""우리 가문이 임유그룹의 7할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나머지 3할은 오래전부터 할아버지와 일했던 어르신들이 나눠 가지고 있어.""특히 그중의 한 분은 혼자 2할의 지분을 소유하고 계시지. 그리고 둘째 할아버지가 1.8할을 소유하고 계셔.""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있어. 회사는 모두의 회사야, 간부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야. 회사 운영에 좋은 일도 아니고.""그렇긴 하지, 그럼 나머지 지분은 어딨어?""두 분을 제외하고 우리 집안의 지분 대부분은 할아버지가 관리하고 계셔. 할아버지가 3.5할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회사의 최대 주주야. 그리고 우리 부모님께 1.5할의 지분이 있어.""그렇게 많이? 그럼 당신은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분이 얼마 안 되잖아?""그래도 아직 2할은 소유하고 있어.""겨우 그 정도야?" 예천우는 어이가 없었다. 회사의 대표가,
"제까짓 게?"임완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어, 우리 회사가 무슨 세계 최대 기업도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에 입사하려면 졸업장과 경력이 필요해." "전에 나한테 회사 오라고 하지 않았어?""그건 당신한테 회사 경비직을 맡기려고 그런 거지. 그건 관련 증서 증명이 필요 없으니까. 당신 스펙으로 아무도 설득하지 못해.""……"예천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경비원밖에 될 수 없다는 거야?""그건 아닌데!""그럼?""청소부도 가능하잖아.""그냥 경비원 하는 게 좋겠어." 예천우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비록 대학교를 열심히 다닌 것은 아니지만 입사 지원에서 쓸만한 스펙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었다."진짜 우리 회사 다닐 거야?" 임완유가 물었다."응!""정말 경비원이 되겠다고?""그래, 당신 계획대로 할게. 나한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겪고 있는 혼란을 해결하는 거야. 당신 손에 그룹을 쥐여줄게."예천우가 직설적으로 말했다."하여튼 말은 잘해. 됐어. 당신을 어떻게 할 건지 생각 좀 해볼게."예천우가 기꺼이 일하겠다고 하자 임완유는 내심 기뻤다. 회사에는 경비원이 부족했다, 하지만 월급이 낮았다.월급은 둘째치고 아무런 발전도 없는 일이라 예천우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자기와 이혼을 하게 되면 앞으로 그의 생활이 힘들어 질 것이다.그래서 임완유는 그에게 경비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예천우의 스펙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경비원이라며? 경비원 맡기는 것도 고민할 정도야? 설마 회사에 사람 하나 들이는 것도 마음대로 못해?" 예천우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마음대로 못하긴, 뭘 못해? 경비직이 마음에 드나 보지?"임완유가 물었다."마음에 들지는 않지. 다른 일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긴 해." 예천우는 사내들과 매일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편하게 앉아 있고 싶을 뿐이다."그럼 좀 기다려 봐! 생각 좀 하게!"그녀는 머리가 복잡했다.그녀는 권력으로 예천
임완유가 휴대폰을 끊자마자 예천우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내가 친척 동생이야?""그럼 뭐라고 설명할까? 우리 어차피 이혼할 사이야. 괜히 관계를 회사에 알릴 필요 없잖아. 우리 둘한테 안 좋은 일이야." 임완유가 해명했다."그래, 신경 안 쓸게.""그래, 얼른 돌아가서 쉬어. 내일 아침 출근 준비하고." 임완유가 무덤덤하게 말했다."그래!"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소파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때마침 유은수 부부가 걸어 들어왔다.다시 예천우를 보자 유은수의 분노가 차올랐다. "이 병신 같은 자식! 우리 아들한테 그런 짓을 하고 아직도 우리 집에 있어?"예천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옆으로 빠져 빠르게 걸어나갔다.어떤 해명이나 설명을 하든 유은수는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기에 더는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그러나 이 모습에 유은수의 화가 더 치솟았다. 그는 예천우를 따라잡기 위해 빠르게 걸어갔다. 하지만 예천우의 빠른 걸음을 그녀가 따라잡을 수 없었다.결국 예천우에게 쏟아내지 못한 화는 고스란히 임완유에게 향했다.임완유는 기가 차서 방으로 돌아가 방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자신의 어머니이지만 가끔 그녀가 하는 행동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임선호가 집에 없는 것도 아닌데, 직접 그에게 물어보면 될 일을 오히려 다른 사람을 잡고 화를 내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결국 임선호가 방에서 나와 유은수 잡아끌며 그녀를 위로했다. "엄마 아빠가 오해한 거야. 내가 이렇게 된 이유가 있다고.""그게 뭔데?" 유은수가 물었다."내가 하는 얘기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면 절대 안 되는 일이야.""그래, 약속할게!""사실 매형은 대단한 사람이야.""아무 쓸모 없는 놈이 대단한 사람이라니?""사실 우리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 천해시에서 최고 부자가 매형을 만났는데 아주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더라고.""게다가 천해시에서 가장 강력한 4대 가문도 매형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임유그룹은 대기업이 아니지만, 시가가 200억이 넘는 기업으로 관련된 산업이 많았다.특히 부동산과 철강 판매에서 얻는 수익이 월등했다.최근 임완유는 변화의 길을 걷고 있었다. 부동산 업계의 거품이 걷히면서 줄곧 하향 선을 걷기 시작했다.그래서 화장품으로 방향을 돌렸고 임완유가 직접 참여했다.이튿날 아침, 예천우는 일찍 회사 로비에 도착했다. 임완유 때문에 오늘 특별히 셔츠와 긴 바지로 갈아입고 왔다.전체적으로 댄디한 스타일이다.미리 전화로 통보를 받은 예천우는 곧장 총괄 사무실로 향했다."들어오세요!"안에서 또랑또랑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이목구비가 또렷한 미녀가 앉아 있었다. 임완유보다 못하지만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다.앉아만 있는데도 남자의 마음을 쉽게 홀릴 수 있을 정도로 섹시한 분위기가 몸에 배어있었다.여자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옆에 좀 앉아 있어요. 지금 좀 바빠요."말을 마친 여자는 예천우를 쳐다보지 않고 업무에 집중했다.예천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옆에 앉아 휴대폰을 놀았다.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20분이 지나서야 하문이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놀고 있는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살짝 화가 났다.입사 첫날부터 긴장감 없이 행동하는 예천우가 마음에 걸렸다. 기다리라고 했더니 게임을 노는 예천우가 눈에 거슬렸다.임완유가 무슨 생각으로 그를 회사에 들였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리 보아도 쓸모없는 사람 같았다.생김새 외에는 봐줄게 아무것도 없었다.하문은 외모는 훌륭하지만 아무런 능력이 없는 남자를 가장 싫어했다."그쪽이 대표님께서 말한 예천우 씨예요?""네."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직 하문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하문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휴대폰을 들었다. "이신향 씨 여기로 좀 와봐요."얼마 안 지나 스물일곱 살 정도로 보이는 예쁘장한 여자가 걸어왔다.예천우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무슨 회사가 죄다 예쁜 여자들밖에 없어?' "사장
영업팀은 총 2개 부서로 나뉘어 있다.예천우는 2팀이다, 2팀은 몇 달 동안 실적이 가장 낮았다.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팀에서 일을 가장 잘하던 마케터가 나가고 낙하산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심지어 반년에 한 번 있는 실적 평가 날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낙하산 신입을 데리고 실적을 올릴 수 없었다."이 팀장님,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 봐요?" 예천우는 자기를 불쾌한 얼굴로 바라보는이신향을 바라보며 먼저 말을 했다. 잔뜩 얼어붙은 분위기를 누그러뜨려야 했다."내가 그쪽을 어떻게 환영해야 하는데요?""뭐 가마라도 대령해서 환영해줘요?" 이신향이 싸늘하게 말했다."팀장님도 참, 농담을 잘하시네요."예천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얼굴은 반반한데, 왜 이렇게 싸늘해?'"천우 씨가 낙하산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우리 팀에 온 이상 허송세월 보낼 생각은 하지 마요. 일 못하면 언제든지 해고를 할 거니까요." 이신향이 차갑게 말했다."예, 알겠습니다." 예천우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전에 영업 관련 일 해본 적 있어요?" 이신향은 예천우가 워낙 자신 있게 대답하자 의외라는 듯 물었다."아, 물론 없습니다!""없다고요?""그럼 전에 무슨 일 했어요?""음... 파이터나 복싱 같은...""……"이신향은 기가 막힌 상황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가장 기본적인 이력서조차 없는 사람이다. 하문이 꽂아넣은 낙하산이다.하지만 일반 사원이라 그리 관계가 깊은 것 같지 않았다. 그냥 일자리 하나 주선한 것이기에 하문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이런 사원이 그녀의 팀에 들어오면 가장 큰 피해는 팀장인 그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이신향은 예천우를 데리고 인사팀에서 입사 절차를 밟은 뒤, 팀으로 데려와 6명의 팀원에게 소개했다. "여긴 예천우 씨에요. 우리 2팀의 새로운 팀원이니 모두 잘 대해줘요."사람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눈치껏 손뼉을 치며 그를 환영했다."여기
이신향은 화가 잔뜩 치밀어 부들부들 떨면서 싸늘하게 말했다. "방심하지 마세요. 언제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뭐야, 이 반응은?""기대할게요, 이 팀장이 얼마나 대단한 실적을 보여주려고 이러는지 궁금하네요."김 팀장은 깔깔 웃으며 말했다.사람들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팀장님,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2팀에서 일해봐서 아는데 신경 쓸만한 사람들이 아니에요."왕신철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참, 제가 팀을 옮기자마자 아주 대단한 분을 영입했다고 하던데, 어느 분이세요? 얼굴이나 알고 지내요."그는 일부 예천우를 쳐다보며 조롱했다.2팀에서 새로 온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비록 온 지 하루도 안 되었지만, 영업팀 사람들은 예천우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무스펙의 신입사원이 2팀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졌다.가뜩이나 예천우가 거슬렸던 이신향은 이 말에 더욱 화가 났다. "이건 우리 팀 일입니다. 다른 팀이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은데 소개를 왜 해줘야 하는 겁니까?"예천우는 이신향이 자기를 위해 나설 줄 몰랐다. 예천우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그에게 적대적이라는 것을.왕신철이 얼굴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나서지 않는 겁쟁이는 나도 관심 없어요.""누가 겁쟁이라는 거야?" 기분이 나빠진 예천우가 입을 열었다."그쪽을 말하는 거잖아!""아, 겁쟁이가 나였구나." 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왕신철은 예천우의 반응에 되려 기분이 나빠졌다. "장난하는 거야?""장난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배신자 주제에, 2팀에 와서 잘난 척은 다 하고 다른 팀으로 도망친 주제에." 예천우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왕신철의 행보는 유현을 통해 이미 들었다.말수가 많았던 유현은 짧은 시간이지만 회사에서 발생했던 일을 전부 알려줬다. 그리고 마침 왕신철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예천우에게 왕신철의 얘기를 안 할 수 없었던 유현은 아주 상세하게 늘어놓았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살짝 놀랐다. 비록 업무에 대해 아
왕신철은 남자가 봐도 잘생겼다. 그래서 술집 여사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예천우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 팀 판매 실적이 당신 팀보다 못하다는 겁니까?""그럼 두 팀이 제대로 경쟁하는 게 어때요?"예천우의 말에 이신향이 바로 끼어들었다. "예천우 씨, 말조심해요. 그쪽이 팀장이에요? 왜 팀 경쟁을 그쪽이 제안해요?"다른 사람들 역시 어이없다는 듯 예천우를 노려보았다.1팀과 실적으로 경쟁하는 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혼자 죽으려면 죽지, 괜한 사람 발목까지 잡지 말라는 눈빛이다.김 팀장은 이 광경에 깔깔거리며 폭소했다. "이 팀장, 설마 우리랑 경쟁하기 무서워요? 2팀이 쓸모없는 팀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본인들이 직접 인정하기는 싫나 봐요?""누가 무섭대요?""그 경쟁 어디 한 번 해봐요!""고작 판매 실적이잖아요? 마침 열흘 후에 상반기 총결산하잖아요. 그거로 해요."예천우가 패기 있게 제안했다.사람들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새로 온 신입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를 패기로 상반기 총결산 경쟁을 제안했다.이신향은 화가 가득 치밀어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예천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김 팀장은 배까지 부여잡고 웃었다. "상반기 결산으로 하자고요? 그럼 지는 팀은 어떡해요?"이신향이 이 경쟁을 받아들이든 말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2팀이 망신을 살 수 있다면 김 팀장은 상관없었다.왕신철도 똑같았다. 이신향을 쫓아내고 2팀의 팀장 자리가 빌 때 자기가 팀장직에 지원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물론 김 팀장이 2팀을 배신하고 자기 팀에 오면 미래를 보장해주겠다고 한 약속이 바로 이것이다."이긴 팀이 진 팀을 처분하는 게 어때요?" 예천우가 제안했다."이 팀장도 포함되는 거죠? 2팀이 지면 이 팀장도 자기 자리 내놓을 수 있어요?" 김 팀장이 얼른 끼어들었다."그럴게요!""우리가 지면 이 팀장님은 자리를 내려놓을 거예요. 우리도 마음대로 처분하고." "하지만 우리가 이기면 김 팀장님도 자리를 내려놓아야 할
예천우는 이번에 꽤 오랜 시간 동안 폐관 수련에 몰두했다. 그러는 사이 절정종에서 초대한 성종 대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임완유는 성도로 출발할 준비를 마쳤지만 예천우가 폐관 중이어서 어제 떠나지 못했다. 예천우는 이를 알고는 바로 내일 함께 출발하자고 그녀와 약속했다. 마침 성종 본부가 동성시 근처에 있어 임완유의 성도 출근을 겸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예천우는 남궁은서에게 부탁해 임완유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괜히 아래 직원들이 그녀를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남궁은서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이며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녀는 회사의 고위 관리자들에게 직접 경고하며 임완유가 불편을 느끼게 할 경우 무조건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히 알렸다.다음 날 떠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자신이 없는 동안 필요한 일들을 정리해 둔 뒤 양박군을 찾아갔다.양박군은 예천우를 다시 만나자 그가 예전보다 더 평범해 보였다고 느꼈지만 직감적으로 예천우가 한층 더 비범해졌음을 깨달았다.반면 당만수는 예천우의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했지만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도련님, 매번 도련님의 실력을 보고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네요.”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 과찬입니다.”‘아마도 지금 나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되면 더 놀라실지도 모르겠네요.’당만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과 양박군 같은 강자들과 함께 있으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도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셨잖아요. 그건 엄청난 성취입니다.”당만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사실 공자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 노력했더라면 몇 년이 걸릴지 몰랐을 겁니다.”그때 예천우는 옆에서 조용히 있던 독고살을 눈여겨보며 물었다.“독고살, 무슨 일이 있어? 표정이 조금 어두운 것 같은데.”경지를 돌파해서 그런지 예천우는 자신의 정신력이 크게 제고된 걸 느꼈다. 엄청나게 예민해진 감각 때
비록 예천우가 방금 육지 신선의 경지에 진입했을 뿐이지만 그의 기반과 잠재력은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초입 단계라고 해도 그의 힘과 내공은 이미 왕자 같은 존재감을 자아내고 있었다.육지 신선의 경지는 하, 중, 후급으로 나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내공과 저축된 경험만으로 강약이 판가름 난다. 그런데도 성사리는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예천우는 성사리 안에 여전히 많은 힘이 남아 있음을 감지했고 이전 성종의 여러 대 종주 중 상당수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잠시 고민하던 그는 성사리의 에너지를 다시 흡수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에너지가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강력한 에너지가 끝없이 체내로 밀려들었고 마침내 그는 흡수를 멈추기로 했다. 더 이상 큰 효과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그러자 성사리의 빛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 ‘성마결의 심법을 사용해 성사리의 에너지를 어머니의 체내로 전환해 주면 엄마도 육지 신선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잠시 후, 예천우는 수련실에서 나와 어머니를 찾았다.“천우야, 어때?”남궁은서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담겨 있었다.조금 전 수련실에서 느껴진 강력한 기운은 그녀에게 아들이 해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성공했어요.”“정말이니? 너무 잘했어!”남궁은서는 감격스러워하며 아들을 끌어안았다.“여보, 봤어? 우리 아들이 해냈어. 천우가 해냈다고!”예천우는 어머니를 안으며 차분히 말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빛이 깃들어 있었다.남궁은서는 아들의 결심에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는 곧이어 성사리의 힘을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남궁은서는 그의 아이디어에 잠시 놀랐지만 아들을 믿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했던 예천우는 임완유에게 자신이 곧 폐관 수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한 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련에 돌입했다.예천우는 먼저 성마결을 정밀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수라심경을 수련했고 타고난 천재성과 기억력을 갖춘 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마결의 핵심 원리를 빠르게 파악했다. 이후 그는 수련에 들어갔다.우선 수라심경의 미완성된 부분을 성마결로 보완하면서 자신의 기존 실력을 강화했다. 이어서 영혼과 정신력에 집중해 수련했고 예천우의 수련 속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모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성사리를 꺼내 성마결 심법을 사용해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사리를 작동하자마자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이 폭발하듯 그의 몸으로 밀려들었다.그 에너지는 마치 그의 몸을 금세라도 폭발시킬 듯 강력했다. 예천우는 깜짝 놀라 서둘러 성마결 심법을 전개하며 에너지를 흡수하고 전환하기 시작했다. 진기가 끊임없이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와 그의 육체와 정신을 에워쌌다.시간은 몇 시간 동안이나 흘렀고 그는 자신의 체내에 진기가 한계점까지 도달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돌파하지 못했다.문득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황제심경 심법을 활용해 흡수한 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고 융합해 보기로 했다. 그는 이 방식을 사용해 몇 시간 동안 수련에 더 집중했다.결국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체내 모든 진기가 혼돈과도 같은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었다.그리고 그 순간 굉음이 터졌다.“쾅!”예천우는 자신의 정신이 일순간 돌파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온 세상이 그의 뇌리에 펼쳐져 전부 투영된 것 같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력이 몸 밖으로 점점 확장되며 그 범위는 계속 넓어졌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밖에서 기다리던 남궁은서는 이 모든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감지하자 그녀는 문득 멈춰 섰
임완유를 방에 안정시키고 난 뒤 남궁은서는 예천우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그녀는 고풍스러운 책 한 권을 꺼내 그의 손에 건넸다.“이게 뭔가요?”예천우가 책을 받아 살펴보니 표지에 고풍스러운 글씨로 「성마결」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이건 성종의 최상급 심법인 성마결이야. 지난번 네가 싸우는 걸 보니까 수라심경을 수련한 것 같더구나. 사실 수라심경은 성마결의 일부일 뿐이고 성마결만큼 완벽하고 고급스럽지 않아. 그래서 내가 특별히 이걸 가져왔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예천우는 책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안에 담긴 내용은 정말 대단했다. 자신이 수련했던 수라심경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완벽했으며 특히 영혼에 관한 수련법이 두드러졌다.그러다 문득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혹시 내가 돌파하지 못하는 이유가 영혼적인 측면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생각하면 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그 순간 남궁은서는 다시 또 다른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은은한 고풍스러운 빛을 뿜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비범한 보물임을 알 수 있었다.“이번에는 뭔가요?”예천우가 물었다.“성사리라는 물건이야.”“뭐라고요? 성종 역대 종주들의 정신과 수련의 힘이 모인 성사리요? 하지만 그건 이미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요?”예천우는 믿기 힘들다는 듯 되물었다.성사리에 대한 전설은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모든 힘을 담지는 못했지만 역대 종주가 자기 힘의 십 분의 일을 남겨놓은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것이었다.그런데 이제 보니 성종 종주가 자신의 외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은 성사리가 흡수되면 사라진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 성사리는 완전히 소진되지 않는 한 계속 존재할 수 있어. 다만 성마결을 극한까지 수련하고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사용할 수 있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그럼 엄마는 내가 성마결을 수련하고 성사리를 흡수하길 바라는 거군요?”예천우가 물었다.“맞아.”남궁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천우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이렇게 나올 것을 이미 예감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천상 그룹이요? 세계 100대 기업 중 하나인 그 천상 그룹 말인가요?”임완유는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천상 그룹이라는 이름이 그녀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비록 천상 그룹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적은 없지만 천상 그룹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특히 천상 그룹 산하의 천상 투자 회사가 얼마나 막강한지는 소문으로도 알 정도였다.국내외 주요 대기업의 배경에도 이들의 투자가 있을 만큼 천상 그룹은 거물급 존재였다.더구나 사람들은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신비로운 여성이라고만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설마 그분이 바로 나의 미래 시어머니였어...?’임완유는 이런 생각에 멍하니 굳어버렸다.“맞아. 너도 그 이름을 들어봤구나?”남궁은서가 물었다.“네. 하지만 정말 대단한 회사라고 소문으로만 들었어요.”임완유는 감탄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혹시 그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어머니셨던 건가요?”무영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맞아. 하지만 이 모든 건 천우를 위해 준비한 거야. 그 애는 성격상 직접 나서서 관리하려고 하지 않거든. 네가 곁에서 도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아니요. 안 돼요!”임완유는 당황하며 거절했다. 천상 그룹 최대 주주의 자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상이었다.그녀가 이런 자산을 책임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천상 그룹의 규모는 그녀의 상상 범위를 넘어섰다.예천우는 그녀가 놀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네 능력이라면 조금만 적응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그리고 우리 엄마가 너한테 맡긴다는 건 네가 손해를 보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설령 다 날려버린다 해도 괜찮아. 내가 가진 자산도 어차피 네가 관리해 줘야 하거든.”“...” 임완유는 할 말을 잃었다.‘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 설마 하녀야?’임완유와 유이안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완벽한 미인이 하녀라니. 선우서림도 임완유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임완유가 이곳에 온 거 보니 아마 같이 살려는 거겠지?’ 그녀는 한동안 예천우와 더 가까워질 기회를 기다려 왔다. 예천우가 임국종의 후일을 다 마무리했으니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임완유가 이곳에 들어오면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예천우는 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바로 소개를 시작했다.“완유야, 이분은 선우서림 씨, 우리 엄마의 제자야.”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정중히 말했다.“서림 씨, 안녕하세요.”“굳이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 그냥 서림이라고 불러. 서림아, 이쪽은 완유야. 앞으로 새언니라고 부르면 돼.”예천우의 한 마디에 임완유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는 곧 그녀의 신분을 확실히 한 셈이었다.선우서림은 마음속으로 아주 억울했지만 남궁은서가 이미 임완유를 인정했기에 마지못해 말했다.“네. 형수님, 안녕하세요.”“그리고 여기는 완유의 사촌 동생 유이안이야.”예천우는 유이안도 가볍게 소개했다.예천우는 임완유와 유이안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방을 하나 배정했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임완유는 계속 선우서림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가 자신에게 약간의 적대감을 가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임완유는 직감적으로 알았다.‘어쩌면 선우서림도 예천우를 좋아하고 있을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 적대감을 느끼는 것이겠지.’그래서 그녀는 예천우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천우야, 서림 씨는 여기서 계속 살고 있는 거야?”“아니. 서림이도 최근에 함께 왔어.”“함께?”“응, 아직 너한테 말 안 했는데 우리 어머니도 여기 계셔.”“뭐라고? 네 어머니? 그런데 그동안...” “내가 엄마를 찾았어.”예천우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는 이전에 임완유에게 자기 가족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지만 어머니인 남궁은서를 찾
유은수는 점점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우리 임씨 그룹의 현재 가치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 최소 수천억은 되고 현재 추세로 봐서 몇 년 안에 2조를 넘는 것도 문제없어.”“이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왜 예천우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겠어? 예천우가 설령 수조 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 수백억을 줄 가능성은 없잖아. 게다가 예천우는 절대 수조 원의 자산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예천우가 우리를 귀찮게 하는 일 없이 멀리 떨어지게 하는 게 최선이지.”임강은 유은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 하지만 선호는... 그 녀석은 참...”“괜찮아.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우리가 다 선호를 위해서 하는 거라는 걸 말이야.”유은수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렇지. 이제 선호도 점차 알게 되겠지.”차에 올라타고 난 뒤 임완유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천우야, 우리 엄마가...”“말 안 해도 다 알아. 걱정하지 마. 네 엄마한테 손을 쓰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하지만 그 대신 내 도움도 기대하지 말라고 전해.”예천우가 말을 끊으며 차분히 말했다.임완유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었다.“물론 그렇겠지. 제발 할아버지의 유산이라도 잘 지켜주면 좋겠어.”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히 말했다.“그건 아마도 어려울 거야.”임완유의 표정이 우울해지자 예천우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일단 돌아가서 좀 푹 쉬어. 몸을 좀 추스르고 나면 내 회사 몇 개를 너한테 줄게.”“회사?”임완유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응. 몇 군데 있어.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상태를 잘 모르지만 네가 좀 정리해 주면 좋겠어.”“그 회사들은... 자산이 얼마나 되는 건데? 설마 몇조가 넘는 거 아니야?”임완유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몇조?”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거보다 훨씬 더 많아. 대충 계산해 봐도 200조는 넘을 거야.”수라전 자
“겨우 수천억짜리 자산은 내 손에선 용돈만도 못 돼. 돈은 나한테 그냥 숫자일 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건 너... 바로 임완유라는 사람이야. 넌 어떤 걸로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지.”예천우의 말을 들으며 임완유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만약 지금 장소만 적당했다면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했을지도 몰랐다.“언니, 형부! 두 분은 정말 너무하네요. 솔로인 제 생각은 하지 않나요? 너무 고통스러워요.”뒤에서 지켜보던 유이안이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있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임완유만 바라보는 모습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형부가 나한테 저런 말을 해준다면... 당장 죽어도 아깝지 않을 텐데.’임완유는 얼굴이 붉어지며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했다.짐을 다 챙긴 그들은 함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거실을 지나면서 멀리서 유은수가 보였지만 임완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문 쪽으로 향했다.그 모습을 본 유은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가와 말했다.“완유야, 어찌 됐든 여기는 언제든 네 집이야.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와도 돼.”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순간 흔들렸지만 곧 조용히 말했다.“엄마, 만약 엄마가 변하기만 한다면 우린 여전히 한 가족일 수 있어요. 난 엄마를 존경하고 효도하고 싶어요.”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누구를 원망한다고 해서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유은수가 예전처럼 행동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임완유가 다시 주식을 되찾으려는 속셈으로 착각하고 급히 말했다.“완유야, 엄마가 이렇게 한 건 네가 힘들까 봐 대신 회사를 관리해 주려는 거야.”“...”임완유는 쓰라린 마음으로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유은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완유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겠지?’그녀는 걱정스럽게 말했다.“그래. 완유야, 네가 나한테 약속한 건 잊지 말아라.”“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엄마를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임완
지난번 병원에서 예천우에게 뺨을 맞은 유은수는 이번에 그의 살벌한 분위기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주식을 빼앗은 사실을 이미 알았다고 확신했다.‘빌어먹을 년! 완유가 분명 날 대신 예천우에게 잘 말해 놓겠다고 약속했잖아. 예천우가 문제 삼지 않게 하겠다더니 약속을 어긴 거야? 내가 이런 년을 딸이라고 키웠어!’하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급히 변명하며 말했다.“천우야, 이건 오해야! 정말 내가 그런 게 아니고 이건 다 완유가 스스로...” “스스로요? 당신들은 이런 걸 스스로라고 하는 거예요? 완유를 생각해서 모르는 척하는 거였죠. 그렇지 않았으면 임씨 가문은 이미 없어졌다고요.”예천우는 냉랭하게 말을 내뱉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예천우가 사라지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투를 보니 자신을 당장 해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그 죽일 년이 그래도 나를 조금은 생각해 줬나 보네. 이래서 내가 키운 게 헛수고는 아니지.’임완유는 짐을 다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천우를 보고 멍해졌다.“천우야, 무슨 일이야?”“네가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내가 안 오면 되겠냐?” 예천우는 다가가 그녀를 꽉 안아주며 속삭였다.그의 따뜻한 품에 안기자 임완유의 차가운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할아버지의 죽음, 부모의 냉담함과 배신... 모든 것이 그녀를 끝없는 고통과 차가움 속에 밀어 넣었었다.그러나 예천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아끼고 지켜줬다. 자신이 오해하고 몰라줘도 그는 늘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이런 남자가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걸 느꼈다.“천우야, 고마워.”임완유는 고개를 들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나도 그래.”예천우도 부드럽게 대답했다.“짐 다 챙겼어?”“응.”“그럼 가자. 우리 집으로.”그의 말에 임완유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