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도 고개를 끄덕였다.카운터의 직원들도 이미 출입구에서의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조금 떨어져 있었고 그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그들은 다가오는 예천우를 보고 대뜸 말했다.“고객님, 카드를 보여주세요!”여기는 회원제를 실시하고 있었고 2억부터 시작하고 있어서 어중간히 돈 있는 분들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이었다.예천우는 블랙카드를 내놓았다. 표지판으로 여기가 용등상회에 속한다는 것을 알았고 용등상회 소속이라면 블랙카드를 쓸 수 있었다.블랙카드를 본 여자는 약간 놀라며 물었다.“혹시 카드를 잘못 가져오신 건 아닌가요?”뒤에 있던 양호석이 큰 소리로 비웃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아무 쇼핑몰 카드나 들이민다고 되는 줄 알아?”“하하, 너무 웃기잖아.”오영도 콧방귀를 뀌었다.예천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이 카드에 대해 모르고 있는 눈치여서 조금 골치 아파질 것 같았다.그런데 그때 다른 한 여자가 망설이다가 말했다.“소연아, 카드 한번 보여줘.”소연이라는 여자는 의아해하며 카드를 건네줬다.여자는 자세히 살펴보더니 그것은 진짜 교육에서 이야기했던 블랙카드인 것 같았다.그저 한 번도 실물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머뭇거리던 그녀는 빠르게 카드를 기계에 스캔했다.‘띵-’놀랍게 정말 패스였다.깜짝 놀란 여자는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안으로 모시겠습니다.”옆에 있던 소연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카드를 스캔한 여자가 낮은 소리로 언질를 줬다.“용등 블랙카드.”뭐라고?소연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재빨리 하던 일을 제쳐놓고 두 사람을 안내했다.뒤에서 지켜보던 양호석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여기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여기는 회원이 아니라면 들어갈 수 없었다.아까 예천우가 카드를 내밀었을 때 유심히 봤고 그것은 블랙카드였다. 하지만 무늬가 다른 것이었고 여기 회원 카드는 분명 아니었다.오영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나 알았어. 저 중에 한 여자와 아는 사이라
그 말에 웨이터가 황급히 달려오며 말했다.“안녕하세요. 고객님, 여기 홀은 정해진 자리가 없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좋은 룸으로 안내해 드릴까요?”“룸은 됐고, 난 여기에 앉을 거예요.”양혹석은 거만하게 말했다.“하지만 여기 계신 신사 숙녀분이 먼저 오셨어요.”“어쩌라고! 난 오늘 꼭 여기에 앉고 말 거야. 난 3급인데 자리를 선택할 권리도 없다는 게 말이 돼?”3급은 단순히 돈을 충전하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돈을 써야 했다.“매니저 어딨어? 당장 매니저 불러 와.”웨이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양호석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옆에 있던 오영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진가인을 비웃었다.뭣도 아닌 것이 감히 자신과 맞서려고 하니 오늘은 기어코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는 오영이었다.마침 근처에 있던 매니저가 상황을 알고 다가왔다. 익숙한 실루엣에 다급히 물었다.“형님. 무슨 일인데 이렇게 화를 내는 거예요?”“이 봐.”“동생,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 게 이런 쓰레기들도 들여보내고 내 자리까지 차지하게 만들어?”양호석이 화를 냈다.매니저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예천우쪽을 바라보며 물었다.“형님, 무슨 말이세요?”“이 두 사람 내가 아는데 모두 거지야. 이따위들을 들여보고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게다가 내 자리까지 차지했잖아.”양호석은 건방을 떨었다.조금 상황 파악이 된 매니저는 양호석이 이 남녀와 갈등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이 진짜 막무가내로 들어온 걸까?“매니저님, 이 여자는 이름이 진가인이고 며칠 전만 해도 울면서 여기저기에서 돈을 빌리러 다녔어요. 그런데, 여기에 있다는 것이 말이 돼요?”“맞아. 그리고 아까 이 남자는 검정색의 쇼핑카드를 건네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그런데도 카운터 안내원이 그냥 들여보냈어.”양호석이 거들었다.양호석의 목소리가 너무 큰 탓에 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꺼번에 끌었다.특히 방금 뒤에서 막 들어온 임선호는 이
“그리고 카운터의 안내원도 이 자식과 한통속이야. 그 여자가 마음대로 들여보냈어.”양호석이 덧붙였다.듣고 있던 매니저는 더더욱 양호석의 말을 믿게 되었다.“고객님, 회원이시면 카드를 보여주세요. 아니면 제가 다른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어요.”“하하, 나에게 다른 조치라?”“이 개똥 같은 용등 블랙은 아무 소용이 없나 보네? 나중에 양대복에게 전화해 무슨 뜻인지 따져야겠어.”예천우는 용등 블랙카드를 매니저의 얼굴에 던져버렸다.개똥 같은 용등 블랙?양대복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불러?이 녀석 미쳤나 보네?용등 블랙과 양대복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임선호도 조금 멈칫했다. 하지만 예천우의 과거를 생각하면 이 자식은 항상 도가 없이 날뛰고 오만하며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는 놈이었다.하지만 용등 블랙?그럴 릴 없잖아?매니저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천해시에서 이렇게 방자한 사람은 드물었다. 설마 진짜 거물인가?“용등 블랙?”“허세도 정도껏 부려야지!”양호석은 비웃었다. 부를 이룬 건 분명했지만 벼락부자여서 용등 블랙에 대해 알지 못했다.하지만 유명한 양대복에 대해선 들어 본 적 있었다.감히 천해시 갑부, 양대복의 존함을 지껄여?간땡이가 부었네?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주우려는 매니저의 모습을 본 오영은 앞장서 도와주며 카드를 주웠다. 그러고는 카드를 흔들며 조롱했다.“여러분 보세요. 이것이 어떻게 회원 카드냐고요.”“진가인, 네 안목이 형편없다는 걸 아직도 인정하지 못하겠어? 네 옆에 있는 놈이 어느 정도 덜떨어진 인간인지 잘 봐.”진가인의 낯빛은 어두웠다. 이런 상황을 워낙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그녀인데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더욱 긴장했다.“왜? 이제야 두렵나 보지? 아까 막무가내로 들어왔을 때는 괜찮았고?”“괜찮아, 더 비참한 건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까.”예천우가 차갑게 받아쳤다.“그렇게 건방 떨고 있어. 잠시후면 무릎꿇고 용서를 빌 거니까.”“용서?”“웃기지도 않아요.”오영은 박장대소
끝났다!진짜 용등 블랙카드였다!게다가 상대는 양대복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부르며 양대복을 전혀 대수롭지 않아 하는 모습은 그의 신분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그의 두 손이 덜덜 떨렸다. 그는 이마에 식은땀을 훔치며 재빨리 자리로 달려갔다.평소와 다른 매니저의 모습에 모두 멈칫했다. 그는 아마 카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모양이다.설마 진짜 용등 블랙인가?그럴 리가 없어!용등 블랙에 대해 아는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양호석과 오영은 알지 못했기에 매니저가 시간만 낭비한다고 생각했다.확인하지 않아도 그것은 가짜다.그들은 용등 블랙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지만 말이다.달려오는 매니저에 양호석이 투덜거렸다.“거 봐. 가짜지? 내가 말했잖아. 그런데도...”“닥쳐!”매니저는 다시 한번 양호석에게 화를 냈다. 그가 부자이고 종종 여자를 데려와 돈을 쓰지 않았다면 그도 이 정도로 예의를 차리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 예의가 하마터면 자신을 망칠뻔했다.양호석은 어리둥절했다. 매니저가 감히 자신에게 소리쳤다.비록 여기가 배경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깍듯하게 대하는 매니저 때문에 자신이 그보다 한 층 위라고 여겼다.심지어 매니저를 이용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 매니저가 이런 식을 나오자 너무 혼란스러울 뿐이다.그 모습을 본 오영이 발끈했다.“너야말로 닥쳐! 매니저 주제에 감히 누구한테 소리 지르는 거야! 어디 한번 잘리게 해줘?”“너희들에겐 그럴 자격 없어. 오히려 너희들이 오늘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부터 생각하는 게 급선무일 것 같은데?”매니저는 차갑게 대꾸하고 돌아서 예천우에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그리고 환한 미소를 장착하고 두 손으로 카드를 건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기분 상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오늘 식사는 제가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요.”이 광경에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상황은
양대복을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면 모를까.그렇다면, 예천우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처럼 단순한 인물이 아니란 걸까?평소 할 일 없이 빈둥대고 온갖 말썽을 부리는 임선호지만 완전히 바보는 아니었다.두 사람을 따끔하게 혼 낸 매니저는 다시 예천우에게 다가와 자세를 한껏 낮추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도련님, 오늘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이렇게 긴장한 모습을 보니 카드가 진짜인가 보네요?”예천우는 카드를 건네받으며 담담하게 물었다.“네, 당연합니다. 진짜 용등 블랙 카드입니다!”매니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그의 말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보아하니 이 젊은 남자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카드가 효력이 있다는 건가?”예천우가 물었다.“네, 절대적으로 효력 있습니다.”매니저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그럼, 양대복에게 전화를 하겠다는 말은 취소할게요.”예천우도 너무 많은 인파에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감사합니다. 도련님.”“전화는 하지 않겠지만 누군가는 교훈을 받아야지 않겠어요? 반드시 내 친구에게 사과 해야 해요.”예천우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진가인을 가리켰다.“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매니저는 즉시 고개를 돌려 양호석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들었지? 당장 무릎을 꿇고 아가씨에게 사과해!”양호석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방금 따귀를 맞아 억울한데 사과까지 하려니 내키지 않았다.오영은 납득할 수 없었다.“그럴 리 없어요. 그들은 거지인데 내가 왜 사과해야 해요? 매니저님이 틀림없이 실수 한 거예요.”“당신!”매니저는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두 사람 병신인가? 그가 이렇게 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것도 있었지만 그들에게도 이로운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비참하게 끝날 것이다.바로 그때, 소문하가 들어왔다. 방금 도착한 그는 예천우가 가운데 둘러싸여 있는 것은 보고 저절로 발길이 그쪽으로 향했다.며칠 전 소문하는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고 식사를 대접하려고 했었다.
그 광경에 임선호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소문하도 왔다. 비록 내세울 능력은 없지만 범상치 않은 아우라에 먹고 마시고 노는 것으로 유명했던 소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마침 잘됐다. 예천우는 곧 처참하게 무릎꿇을 것이다.소씨 가문은 천해시의 4대 가문 중 하나로 실력은 양씨 가문만큼은 아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양씨 가문을 등에 업고 날뛰는 예천우는 이제 큰일 났다.양호석의 말을 듣고 있던 소문하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가 말한 자리를 뺏은 두 쓰레기 놈이 설마 예천우와 옆에 앉은 여자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소문하는 그 여자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예천우가 아끼는 사람이었다.지난번에 예천우가 그녀를 위해 200억이 넘는 별장을 구입했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자, 속임수까지 써가며 선물하려는 예천우의 모습을 봤었다.소문하가 자신에 힘을 실어주는 줄 알고 양호석은 더더욱 오만을 떨었다.“도련님, 바로 이 두 놈이에요. 특히 이 매니저가...”짝-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호석은 볼이 너무 얼얼했다. 그는 또다시 어리둥절했다.깜짝 놀란 오영이 분노했다.“넌 또 뭔데 감히 우리 오빠를 때리는 ....”“악!”이번에는 오영이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양호석에게 따귀를 세게 맞았다. 좀 전에 한번 맞은 얼굴에 다시 한번 고통이 전해지자 견딜 수 없이 아팠다.그래서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던 것이다.충격받은 그녀는 억울해하며 말했다.“난 지금 오빠를 돕고 있는데 왜 날 때리는 거예요?”“닥쳐!”“그게 날 도와주는 거야? 그건 날 죽이는 거라고!”양호석은 창백해진 얼굴로 소리쳤다.그리고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문하를 바라보았다. 비록 자신이 소문하와 가깝지 않아서 그가 도와주지 않는 것은 괜찮다지만 이렇게 자신을 때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모두 제 자리에 멍해 있었다. 상황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다.매니저도 조금 당황했다. 눈앞에 있는 소문하가 양호석과 아는 사이여서 조금 불안했고 상황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고 무지하여 선생님을 모욕했습니다.”“죄송합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그는 자신의 뺨을 때리기까지 했다.그 광경에 오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그제야 눈앞에 젊은이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가늠이 되었다.“무릎 꿇고 빌지 않고 서서 뭐 하는 거야! 스스로 뺨을 때리며 반성해.”바보처럼 옆에 서있는 오영을 보던 양호석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넌 죽을 줄 알아.”오영은 겁에 질려 다리를 벌벌 떨었다. 그녀는 즉시 무릎을 꿇었고 여러 번 머리를 박은 후 양호석처럼 자신의 뺨을 세게 때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양호석이 매우 무자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모두 몰래 고개를 저었다. 사람은 역시 겉면으로 판단하면 안 되었다.여기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진가인도 어리둥절했다.그녀도 소문하가 매우 부유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도 영향력 있을 줄은 몰랐고 사람들이 이렇게 겁먹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응당 이 아가씨에게 사과해야 해요. 이 아가씨가 당신들을 용서할 의향이 있다면 기회를 주죠.”그 말에 양호석은 재빨리 시선을 돌려 진가인에게 끊임없이 사과를 했다.“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아까는 제가 큰 실수를 했어요.”“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어요. 뭐든지 말씀만 해주신다면 꼭 만족시켜 드리겠습니다.”“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오영도 합세했다.“가인아, 나도 잘못했어. 내가 순간 돌아서 아무 소리나 지껄인 거야. 미안해. 제발...”짝-예천우가 오영의 따귀를 날렸다.그리고 차갑게 으르렁거렸다.“네까짓 게 감히 이름을 불러?”다른 여자가 이 정도로 훈계를 당했으면 그는 여자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거다.하지만 조금 전 진가인이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니 지난날 오영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
이 말을 들은 양호석, 오영 두 사람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재차 머리를 땅에 탕탕 박았다. “진 아가씨, 저희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제발요, 당신은 중생을 고통과 어려움에서 구제해 주는 관세음보살이십니다.”“진 아가씨, 한때 동기였던 것을 생각해서라도 용서해 주세요. 저 깊이 반성하고 있어요. 앞으로 꼭 예의 갖출게요.”오영은 겁을 먹은 나머지 스커트가 다 젖었다. 사실 진가인도 당황했다. ‘천우 오빠는 참, 매번 말을 그렇게 무섭게 해가지고는... 간다 떨어지겠네.’“그만해. 너네도 벌을 받았으니 이 일은 그만하자. ”두 사람은 이 말을 들은 즉시 긴장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방금 전만 해도 그들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끔찍했다. 손 매니저도 한시름 놓았다. 자신이 큰 실수를 한 적이 없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오늘 끝장이다.“예 신의님,괜찮으면 앉아서 얘기 좀 할까요?”일이 해결된 것 같으니 소문휘가 말했다. “별로 안 괜찮은데요? 귀하신 도련님은 따로 드세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죠.”소문휘는 그 말을 듣고 정말로 고분고분 다른 곳으로 갔다.다만 예천우 바로 뒷자리에 앉았을 뿐이다.다들 어이가 없었다. 동시에 예천우에 신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 도련님?천해시에 언제부터 이렇게 굉장한 예 도련님이 있었지?임선호는 놀라서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예전에 양 회장과 채 의원은 예천우의 의술 때문에 예의를 갖췄다고 치자. 그런데 소문휘는 어떻게 된 일이지?설마 그도 예천우의 의술 때문인가?아무리 의술 덕이라고 해도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건 그가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갖췄다는 거다.이 순간, 임선호은 자신이 예천우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선호 오빠,저 남자 진짜 대단하지 않아?”옆에 앉은 어리고 예쁜 박세리가 눈을 반짝이며 칭찬했다. 그녀의 눈에는 임선호도 충분히 잘 생겼지만 예천우가 더 잘 생기고 패기가 넘쳐 보였다.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
예천우의 말에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이건 어디서 굴러온 녀석이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 건 알긴 하는 건가?’특히 허가연도 멍해졌다.‘이 사람은 누구지?’허가연은 자연스레 임선호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속삭였다.“이 사람이 바로 내 매부야.”허가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 사람이 바로 그 예천우 씨였어?’겉으로 보기엔 특별히 무서운 느낌도 없었고 오히려 편안하고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그러자 허광호가 바로 비아냥거렸다.“네가 뭔데 여기서 함부로 떠드는 거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아니야."“전 물론 그럴 자격이 있죠.”예천우는 태연하게 대꾸했다.“소개할게요. 전 선호의 매부인 예천우라고 해요. 제가 이번에 여기 온 건 단순히 허가연 씨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예천우는 허가연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이어갔다.“사실 허가연 씨와 임선호가 진짜 잘 어울리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자기가 뭔데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거야?’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허가연 씨는 인품도 훌륭하고 외모도 뛰어난 정말 좋은 여자예요. 선호랑 참 잘 어울리고 그야말로 선호에게 딱 맞는 인생의 짝이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실 허가연이 임선호보다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외모나 집안 배경 모두 임선호를 압도할 정도였고 게다가 임선호 자신도 별다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임강이 줄곧 임선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고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끊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그런데 말이죠.”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허가연 씨의 집안 어르신들이 문제 많더라고
“아버지, 정말 제 미래는 상관없어요? 왜 저를 죽음으로 몰아가시려는 건가요?”허가연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러자 허성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씨 가문을 건드리는 건 허가연에게도 허씨 가문에게도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래서 허성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빠가 널 협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손씨 가문 도련님만이 너랑 평생을 함께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맞아. 가연아, 동욱 도련님은 젊으시고 잘생겼고 능력까지 좋으시니 동성의 수많은 명문 가문의 딸들이 도련님와 결혼을 꿈꾸고 있어. 저런 멍청이한테 속아서 인생을 망치면 안 돼.”허종우가 덧붙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가연아. 네가 임선호 같은 쓰레기랑 함께하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수도 있어.”허광호도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허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선호 오빠뿐이에요.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저 정도로 훌륭한 여자가 선호를 이토록 사랑할 줄이야.’예천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임완유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그녀는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호야, 나중에 절대 가연 씨를 실망하게 하지 마. 알겠지?”임선호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가연이를 평생 지켜줄 거예요.”“그러면 됐어. 만약 그 약속을 어기면 나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허가연의 말을 들은 허성태는 몹시 화가 났다. 특히 강지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나니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손씨 가문 사람들에게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허가연의 뺨을 치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 순간 한 사람이 빠르게 앞으로 나와 허가연을 뒤로 밀치고 대신 그 뺨을 맞았다. 바로 임선호였다.팍!귀에 쟁쟁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예천우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지혜의 말소리를 듣고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모든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나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니 세 사람이 서 있었다.허가연은 임선호를 발견하자 얼굴이 활짝 밝아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선호 오빠!”허광호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선호가 정말로 허가연을 데리러 허씨 가문에 당당히 들어올 줄은 몰랐다.이건 분명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스쳤다.허종우는 분노에 가득 차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대체 누구길래 감히 우리 허씨 가문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냐?”허광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예천우 옆에 서 있는 임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이 바로 뻔뻔하고 멍청한 임선호입니다! 저 주제에 감히 우리 가연이를 탐내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손동욱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는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아직 그를 혼내줄 시간이 없었다.원래는 허가연과의 약혼을 정한 후에 임선호를 혼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찾아오다니 그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허종우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놈아, 감히 이곳까지 와서 날뛰다니 간탱이가 부었나 보네. 널 한 번 봐 줄 테니 지금 당장 꺼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아저씨, 어떤 말씀을 하셔도 오늘 저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어요. 죽더라도 가연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그러자 허종우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광호야, 당장 저놈을 죽여!”허성태는 조카인 허광호가 강력한 무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장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