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뚜껑이 열린 양윤철이 미친듯이 웃으며 말했다. “와, 누가 상상이나 했겠니? 양 씨 가문 장남인 내가, 오늘 별 볼 것 없는 놈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자식, 네가 뭐가 됐든, 오늘 끝장이다.”이 말이 나오자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이었다.잠깐만, 방금 뭐하고 했지? 양 씨 가문 장남?천해시에서 대놓고 양씨 가문 장남이라고 자처하다니, 천해시 갑부인 그 양씨 가문 사람 말고는 감히 이렇게 자처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천해시 갑부에게는 아들이 하나뿐이다. 임선호는 안색마저 변했다. 그동안 그의 집안과 양 씨 가문은 적잖은 왕래가 있었지만 그는 종래로 양윤철을 본 적이 없었다.주위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와...방금 팝콘각이었는데 또 하나의 팝콘각이다....오늘 이 식당에 무슨 일이지? 처음엔 소문휘, 그 다음엔 예 도련님인가 뭔가가 등장하고, 이번엔 더 대단한 양 씨 가문 장남이다. 박세리는 멍해졌다. 양 씨 가문 장남?그녀는 양 씨 가문과 접촉이 없었어도 갑부 양 씨 가문은 들어봤기에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가다듬고 물었다. “너, 네가 천해시 갑부 양대복의 아들이라고?”“그래.”“왜, 후회되니?”양윤철은 얼굴색이 새파래졌다. 진정한 사랑을 찾은 줄 알았는데 된장녀였다니.“아, 아니.”박세리는 믿지 않았다. “맞아, 정말이야. 저 사람이 양 씨 가문 장남 양윤철이야. 이 기사 봐봐. ”누군가 굳이 검색해보다가 마침 사진 한 장을 찾았다. 그것은 양대복이 행사장에서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는데 두 사람은 무대 가장자리에 나란히 서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따라서 찾아보았다. 임선호도 봤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는 다리 힘이 빠져 철퍼덕 꿇어앉아버리고 말았다.그는 진심 두려웠다. “양, 양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가...”“꺼져!”양윤철은 임선호을 한쪽으로 차버리고는 싸늘한 눈길로 박세리를 노려보았다.박세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속으로 두렵기
그래, 그래, 예천우!방금 그렇게 위풍당당하던데 날 구해줄지도 몰라.이 생각이 들자, 임선호은 눈길을 예천우에게로 향하며 큰소리로 말했다. “매형, 도와줘, 나 좀 살려줘!”매형이라는 말에 다들 또다시 멍해졌다.여기에 이 자식의 매형도 있었어?하자만 다들 이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상대가 어떤 인물인지나 보고 사람을 불러야지. 상대는 무려 천해시 갑부 양대복의 유일한 아들이란다.이런 신분을 상대하는데 누가 구할수 있겠니?얘야, 너의 ‘매형’ 그 한마디가 널 구하는 게 아니라 네 매형을 죽이는 거란다.“매형?”“하하하, 여기에 네 매형도 있었어? 그래, 나오라 그래.”“나도 좀 보자. 어떤 매형이 감히 나와서 너의 편이 되어줄지.”양윤철은 두려움에 떠는 뭇사람들을 싸늘한 눈빛으로 흘겨보았다.그는 자신이 신분을 밝혔으니 정말 그의 매형이 여기에 있더라도 구석에 숨어 찍소리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에 동감하며 머리를 저었다. 이 자식이 죽음이 코앞인데 매형을 찾고있어.박세리는 울망울망한 표정으로 마음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양윤철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양윤철과 결혼하면 자신도 상류층에 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또 두려워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남편이 갑부 도련님이니 말이다.그런데 지금 이 모든 것을 그녀 자신이 망쳐버렸다.박세리는 양윤철이 자신 앞에서 마음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고 시늉이라도 해서 잘 보이기로 했다. 혹시 아직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이런 상황에서, 또 양윤철의 엄포를 들으니 임선호는 예천우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고있어도 절망이 주체할 수 없이 머리속을 채워갔다.그도 그럴 것이, 천해시 갑부, 흑룡회, 용등상회, 양대복의 수많은 수식어 중 어느 하나를 내세워도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그런데 양윤철은 그의 유일한 아들로서, 능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예천우가 정말 대단한 능력자라고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흥분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아직 식당을 빠져나가지 못한 양호석와 오영이다. 비록 그들도 속으로 자신이 예천우와 같은 급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다.하지만 만약 예천우가 져서 굴욕을 당한다면 그들은 당연히 속이 시원할 것이다.한창 다들 예천우가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양윤철이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그는 들어오자마자 자신이 사랑하는 박세리와 그녀 옆에 있는 임선호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게다가 손 매니저를 포함한 구경꾼들이 그의 시선을 가로막고 있어서 옆에 앉아있는 예천우를 보지 못했다. 양윤철 표정의 변화를 본 사람들은 가슴을 졸였다. ‘끝장이다!’‘이 신비스러운 예 도련님이 큰 코 닥치겠구나. 양 도련님 이런 표정 처음 봐.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야.’‘감히 사람들 앞에서 양 도련님한테 대들다니, 그건 자기 목숨을 자기 손으로 내놓는 게 아닌가.’아니나 다를까, 양 도련님이 빠르게 예 도련님에게로 걸어갔다. 이건 바로 맞장 뜰 건가 보다.하지만 그 다음 행동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모두가 두려워하는 양 도련님이 예천우 앞에 다가가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예 신의님, 여긴 어쩐 일로... 계시는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그래? 난 양 도련님이 하늘을 찌르는 실력이 생겨 내가 안중에도 없는 줄 알았지.”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예 신의님,농담도 참... 제가 간이 붓지 않고서야 어찌 감히 신의님을....”예천우가 여동생 양체은을 살린 후, 그는 아버지의 경고로 이미 충분히 예천우에 대해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그 후에 양대복이 사씨 가문의 일까지 말해 줬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양대복은 예천우가 어떻게 식은 죽 먹기로 사 씨 가문 대종사 사태수를 죽였는지 자기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이것만으로도 양윤철은 설령 예천우가 그에게 지금 당장 무릎 꿇으라고 할지라도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꿇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사람들을 또다시 충격에 빠
놀라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그리고 안색이 안 좋은 사람도 있었다.‘매형?매형이라고 부르면... 그럼 천우 오빠 아내가 있다는 말... 그것도 이 사람의 누나란 말이지.’예천우게 아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진가인은 계속 추측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내심 기대를 해보았다.하지만 오늘 알게 된 사실이 그녀 마음속의 기대를 깨버리고 말았다.이때 양윤철이 잔뜩 긴장해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심지어 자신의 여자 박세리에게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예 신의님, 저분의 매형이 되십니까?”“응.”예천우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가 인정하자 진가인의 눈동자가 빛을 잃었다. “그러시군요. 제가 상황을 잘 몰라서 실례를 했습니다. 예 신의님,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양윤철은 해명을 하고 바로 사죄했다.“응, 그럼 이 일은?”예천우가 물었다. “신의님께서 입을 여셨으니 이 일은 당연히 없던 걸로 해야지요. 신의님께서 저의 결례에 불쾌하진 않으실까 걱정일 따름입니다.”양윤철 조마조마해서 말했다.“그럴 리가.”“네가 날 도와줬으니 나도 널 도와야지. 이 여자, 꽤 맘에 드는군. 내가 가져도 되지?”예천우가 물었다. 양윤철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멍해 있었다. 이건 적나라한 모욕이다.다른 사람들은 또다시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 예 도련님이 생각 밖으로 지독한데? 이건 분명 복수하는 거잖아.양 도련님이 어떤 신분인데, 이걸 그냥 참지는 않겠지.임선호도 멍해졌다. 매형, 아니지? 뭐 하자는 거야? 이건 내가 갖고 놀던 여자란 말이야. 게다가 예천우는 자신의 매형이었다. 하지만 예천우의 끔찍한 실력을 생각하면 이런 건 다 중요하지 않았다.진가인도 멍해졌다. 천우 오빠가 이런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하다니.양윤철은 결국에는 참아냈다.“신의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좋아!”곧이어 예천우는 박세리를 향해 바라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너는? 나랑 같이 있을래?”“네, 좋아요! 전 예 도련님을
다들 어이가 없어 혀를 내둘렀다. 왜 다들 아무리 예뻐도 머리가 텅 빈 여자는 만나면 안 된다 하나 했더니 그녀에게서 확실히 증명되었다. 양윤철은 예천우가 귀띔해 준 덕에 한바탕 화풀이하고 나니 속이 한결 후련해졌다. 박세리의 본색을 알고 나니 더는 미련이 없었다.그러고 나서 그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 “예 신의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뭘 이걸 가지고. 사실 나 혼자 널 도운 게 아니야.”예천우는 임선호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차분하게 말했다.“임선호 말이야, 이번 일은 좀 지나치긴 했어. 뻔뻔하기도 하고. 근데 각도를 바꿔서생각해봐. 걔가 어쩌다가 널 도운 거잖아.”“걔가 너한테 이 여자 본색을 알게 해준 거야. 걔가 아니었으면 넌 언제까지 속고 있을지 몰라. 정말 양씨 가문에 들이기라도 하면 큰일이야.”양윤철은 예천우의 말을 들으며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신의의 말이 맞다. 임선호가 아니였으면 자신은 정말 이 여자와 결혼했을지도 모른다.이제서야 박세리는 예천우가 방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았다. 그녀는 귀까지 빨개져서는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분명 현명한 선택을 할 기회가 있었건만 자신이 놓아버린 것이다. 만약 끝까지 양 도련님만 좋아한다고 했더라면 완연히 다른 결과였을 것이다.임선호도 얼른 말했다.“네, 맞습니다. 전 사실...”“넌 닥쳐!”예천우가 호통쳤다.만약 예전이라면 임선호는 펄쩍 뛰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는 찍소리 못하고 숨소리마저 죽였다. “어찌 됐든 간에, 네가 양윤철의 여자를 빼앗은 건 네 잘못이야. 지금 당장 양윤철에게 사과해.”예천우가 냉정하게 말했다.양윤철은 멈칫했다가 이내 가슴이 뭉클해났다.박세리가 한 짓이든, 그 뒤에 예천우가 한 말이든, 그는 오늘 체면이 많이 상했다.하지만 예천우 덕분에 지금 다들 그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임선호더러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해서 체면을 다시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임선호는 속으로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임선호는 거리낌이 없었다. 아예 예천우의 옆에 앉아며 말했다.“매형, 매형 오늘 짱 멋있었어.”“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매형에게 이런 대단한 능력이 있다니.”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가 너더러 앉으래?”임선호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서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매형, 나도 내가 예전에 몹쓸 짓을 많이 했다는 거 알아. 내가 잘못했어.”“근데 이젠 걱정 마. 내가 꼭 고칠게.”“그리고 우리 누나도 잘 설득해서 절대 이혼 못하게 할게!”“이혼?”이 말을 듣는 진가인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 찼다. ‘천우 오빠가 진짜 결혼했구나. 아내분은 어떤 사람일까.’“됐어. 네 도움 필요 없어.”예천우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그건 그래. 매형이 이렇게 위풍 넘치고 호기로운데... 우리 누나 마음 돌리는 건 말 한마디 일이 아니겠어?”“우리 누난 아직 매형의 실력을 몰라. 알고 나면 좋아 죽을 거야.”임선호는 말을 참 잘했다. 그래서 그한테는 여자가 끊이질 않았다. “됐다. 나한테 이런 거 말해봤자 소용없어. 오늘 널 도와준 건 네 누나 체면을 봐서야. 이젠 너 여기 있을 필요 없으니 가 봐.”예천우가 말했다. “매형, 혹시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나있는 거야? 내가 진짜 미안해. 앞으로는 절대 안 그럴게.”“됐거든. 내가 너한테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다고. 오늘 일은 아버님, 어머님께는 알리지 마. 알겠지?”예천우는 권력에 눈이 먼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만약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되면 또 어떤 꿍꿍이를 꾸밀지 모른다.임선호는 그의 생각을 알아챘다. 곧이곧대로 하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입으로는 승낙했다. “응. 절대 말 안해.”“약속 꼭 지켜라. 아니면 가만 안 둬.”“됐어. 다른 일 없으면 가봐.”“알았어.”매형의 대단한 능력을 알았으니 앞으로 기회는 많다. 임선호는 일어서서 자리를 떴다. 그는 마음속의 생각들을 빨리 집에 가서 어머니와 공유하고 싶었다. 임선
“그래, 넌 가인이가 좋아?”“좋아요.”“그럼 결혼할 생각은 있고?”진민이 바로 물었다. 예천우는 이 말을 듣고 급히 말했다. “전 결혼했어요.”“너 정말 유부남이었구나...”진민은 화를 내는 듯 말했다. “유부남인데 왜 우리 가인이를 꼬셔? 그리고 뭐? 좋아해?”“아주머니, 오해 마세요. 저 진심으로 가인이를 좋아해요. 오빠로서 동생을 좋아하는 감정이에요.”예천우가 서둘러 설명했다.“그런 감정으로 400억짜리 별장을 떡하니 내준다고?”진민은 하도 기가 막혀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진가인의 뜻이 아니면 그녀는 절대 이 별장으로 이사 오지 않았을 것이다.“네!”“나도 모르겠다. 어떻게 널 믿어야 할지. 근데 솔직히 이 별장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구나.”진민을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천우야, 이 별장은 정말 우리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손에도 14억 정도 있어. 괜찮은 집 찾을 수 있을 거야.”예천우는 한참 머뭇거렸다. 자신이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았다.그 당시에는 두 모녀에게 보상해 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왕년에 자신이 보육원에 가지 않았더라면 보육원이 불에 다 타버릴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때의 방화범을 아직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맞아요, 천우 오빠, 우린 오빠와 친인척 관계도 아닌데 함부로 오빠 돈을 쓰는 건 아니죠.”이때 진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에서 나와 막 집을 나서려던 참이었던 그녀는 둘의 대화를 낱낱이 들었다.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는 걸 보니 어지간히 마음이 아팠나 보다.“천우 오빠, 정말 한 번이라도 날 여자로서 좋아한 적 없어요?”말을 꺼내고 나니 진가인은 오히려 더 대담해졌다. 이에 예천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가인아. 넌 충분히 사랑스럽고 예뻐. 남자라면 널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어. 하지만 난 이미 결혼했어.”진가인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그럼 만약 결혼 안 했다면 날 좋아했을 거란 말이죠?”진민은 속으로 얘가 정말 예
“몰라서 물어?”임완유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걔가 정신이 나갔는지 엄마를 붙잡고 너한테 잘해주라느니, 네가 진짜 훌륭한 사람이라느니, 임 씨 집안에 이렇게 딱 맞는 사위는 둘도 없다고 하잖아.”예천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임선호가 무슨 이상한 말을 한 줄 알았던 그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걔 말이 다 맞는 것 같은데?”“맞긴 뭐가 맞아!”“우리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래?”“우리가 이혼 도장 찍을 날이 며칠 안 남았다고!”임완유는 말할수록 감정이 격해졌다. 정말로 이혼하게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에 한 달 뒤에 이혼도장 찍자고 말한 건 그녀였다. 그리고 지금은 이미 보름도 넘게 지났다. “그럼 이혼 안 하면 되잖아.”예천우가 말했다. “흥, 꿈 깨.”임완유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이혼 안 하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가서도 망설여진다면 다시 뒤로 미루면 그만이다. 어쨌든 이건 예천우가 꺼낸 말이다. 그녀가 말을 바꾼 건 아니다.“잠깐만, 방금 어디까지 얘기했지? 말해봐, 대체 내 동생한테 뭐라고 했길래 걔가 갑자기 널 그렇게 좋아하냐고?”임완유가 물었다.“정말 아무 말도 안 했어. 못 믿겠으면 걔한테 직접 물어봐!”“걔한테서 들을 수 있으면 내가 왜 너한테 전화했겠니?”“좀 전에 엄마가 전화에서 날 얼마나 혼냈는지 알아? 나더러 이유 꼭 알아오라고 하셔.”“엄마는 심지어 동생이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하고 계신다고.”임완유가 뾰로통해서 내쏘았다.“뭐야, 날 괜찮은 사람으로 보면 조현병이라는 거야? 너도 날 좋게 보잖아. 그럼 너도 조현병이야?”“뭐라는 거야! 난 널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 안 해.”임완유가 즉시 반박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잘 생각해보니 그는 확실히 괜찮은 사람이었다. 다만 자신과 급이 너무 맞지 않았다.둘은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함께 할 수가 없었다.“말 안 할 거면 그만둬. 걔도 네 말에 홀려서 잠깐 정신이 나간 거겠지.”임완유는 이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
예천우의 말에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이건 어디서 굴러온 녀석이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 건 알긴 하는 건가?’특히 허가연도 멍해졌다.‘이 사람은 누구지?’허가연은 자연스레 임선호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속삭였다.“이 사람이 바로 내 매부야.”허가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 사람이 바로 그 예천우 씨였어?’겉으로 보기엔 특별히 무서운 느낌도 없었고 오히려 편안하고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그러자 허광호가 바로 비아냥거렸다.“네가 뭔데 여기서 함부로 떠드는 거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아니야."“전 물론 그럴 자격이 있죠.”예천우는 태연하게 대꾸했다.“소개할게요. 전 선호의 매부인 예천우라고 해요. 제가 이번에 여기 온 건 단순히 허가연 씨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예천우는 허가연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이어갔다.“사실 허가연 씨와 임선호가 진짜 잘 어울리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자기가 뭔데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거야?’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허가연 씨는 인품도 훌륭하고 외모도 뛰어난 정말 좋은 여자예요. 선호랑 참 잘 어울리고 그야말로 선호에게 딱 맞는 인생의 짝이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실 허가연이 임선호보다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외모나 집안 배경 모두 임선호를 압도할 정도였고 게다가 임선호 자신도 별다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임강이 줄곧 임선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고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끊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그런데 말이죠.”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허가연 씨의 집안 어르신들이 문제 많더라고
“아버지, 정말 제 미래는 상관없어요? 왜 저를 죽음으로 몰아가시려는 건가요?”허가연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러자 허성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씨 가문을 건드리는 건 허가연에게도 허씨 가문에게도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래서 허성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빠가 널 협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손씨 가문 도련님만이 너랑 평생을 함께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맞아. 가연아, 동욱 도련님은 젊으시고 잘생겼고 능력까지 좋으시니 동성의 수많은 명문 가문의 딸들이 도련님와 결혼을 꿈꾸고 있어. 저런 멍청이한테 속아서 인생을 망치면 안 돼.”허종우가 덧붙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가연아. 네가 임선호 같은 쓰레기랑 함께하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수도 있어.”허광호도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허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선호 오빠뿐이에요.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저 정도로 훌륭한 여자가 선호를 이토록 사랑할 줄이야.’예천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임완유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그녀는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호야, 나중에 절대 가연 씨를 실망하게 하지 마. 알겠지?”임선호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가연이를 평생 지켜줄 거예요.”“그러면 됐어. 만약 그 약속을 어기면 나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허가연의 말을 들은 허성태는 몹시 화가 났다. 특히 강지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나니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손씨 가문 사람들에게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허가연의 뺨을 치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 순간 한 사람이 빠르게 앞으로 나와 허가연을 뒤로 밀치고 대신 그 뺨을 맞았다. 바로 임선호였다.팍!귀에 쟁쟁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예천우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지혜의 말소리를 듣고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모든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나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니 세 사람이 서 있었다.허가연은 임선호를 발견하자 얼굴이 활짝 밝아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선호 오빠!”허광호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선호가 정말로 허가연을 데리러 허씨 가문에 당당히 들어올 줄은 몰랐다.이건 분명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스쳤다.허종우는 분노에 가득 차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대체 누구길래 감히 우리 허씨 가문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냐?”허광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예천우 옆에 서 있는 임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이 바로 뻔뻔하고 멍청한 임선호입니다! 저 주제에 감히 우리 가연이를 탐내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손동욱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는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아직 그를 혼내줄 시간이 없었다.원래는 허가연과의 약혼을 정한 후에 임선호를 혼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찾아오다니 그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허종우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놈아, 감히 이곳까지 와서 날뛰다니 간탱이가 부었나 보네. 널 한 번 봐 줄 테니 지금 당장 꺼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아저씨, 어떤 말씀을 하셔도 오늘 저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어요. 죽더라도 가연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그러자 허종우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광호야, 당장 저놈을 죽여!”허성태는 조카인 허광호가 강력한 무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장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