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가 핸드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진가인이 궁금해서 물었다.“천우 오빠, 와이프한테서 온 전화에요?”“응.”“방금 이혼 뭐 어쩌고 하는 것 같던데요?”“아무것도 아니야. 걔가 나랑 이혼하고 싶대.”“오빠랑 이혼한다고요?”진가인의 눈이 반짝거렸다. 예천우는 방금 다른 생각 하느라 다 말해버렸다. 이걸 의식한 그가 다시 말했다. “농담이야. 걔가 화나서 하는 소리야.”“그렇군요. 천우 오빠 와이프는 엄청 예쁘고 상냥한 사람이겠죠?”“음, 예쁘긴 예뻐. 근데 상냥하지는 않아.”예천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언제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응.”“근데 천우 오빠, 아까 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말한 거에요. 우리가 별장에서 사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집 구할게요.”진가인이 말했다.“알았어. 내가 전화해서 이 동네에 좋은 집이 더 있는지 물어볼게. ”예천우가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아니야. 우리가 밖에 나가서 찾아볼게.”진민은 별로 예천우와 같은 동네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힘들게 뭐하러 그래요. 같은 동네에 살면 자주 보고 좋잖아요.”예천우가 말했다.진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자주 보다가 더 정이 들까 봐 걱정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예천우는 진가인이 무슨 일이 있을까 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예천우는 곧장 김 사장한테 전화를 걸었다.한창 침대에서 운동하고 있던 김 사장은 핸드폰이 울리자 쌍욕을 하며 끊어버리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다가 화면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표정이 변했다.얼마나 간사스럽고 친절하게 변했는지 모른다.옆에 있던 여자도 이에 놀랐다. 여자는 한창 좋았는데 갑자기 멈춘다고 원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사장이 눈을 부릅뜨자 즉시 온순해졌다.김 사장이 전화를 끊고 또 곧바로 다른 데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집 한 채를 확보했다.이튿날 오전, 김 사장이 직접 찾아와서 그들을 모시고 집을 구경하며 소개했다.그리고 특별히 이영도 데려왔다.왜 이영이냐면, 김
사진을 보면 예천우와 장혁이 서로 아는 사이인 것이 확실하다. 둘은 크레이지 바근처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게다가 사진이 찍힌 날짜가 공교롭게도 장혁이 자신에게 약을 탄 그 전날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이때 소정이 전화를 걸어왔다.“완유야, 사진 봤지?”“근데 둘이 서로 안다는 것밖에 증명할 수 없어. 정말 우리가 오해했나 봐.”소정이 계속해서 말했다. “근데, 이 시간이 우연치고는 너무 공교롭지 않아?”“세상에 그렇게 공교로운 일이 어딨어!”임완유는 화난 듯 말했다. 의심은 했었지만 이게 진실일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소정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맞아. 그렇게 공교로운 일이 어디 있다고... 근데 난 줄곧 예천우가 돈이 없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치밀할 줄은 정말 몰랐어.”“걔는 치밀한 게 아니라 뻔뻔한 거야!”“나쁜 놈, 진짜 걔가 사주한 거라면 가만 안 둬!”임완유는 화를 못 이겨 욕을 퍼붓고는 물었다.“이 사진들은 어디서 났어?”소정은 이 질문의 답을 미리 생각해뒀기에 바로 대답했다. “내가 사립탐정을 찾아서 장혁이 너에게 약을 넣은 날 이전 며칠 행적을 중점적으로 조사하라고 했거든.”“그렇게 뒤를 쫓다가 마침내 하루 전날 이 레스토랑에 같이 나타난 걸 발견했어. 마침 레스토랑에서 그날 홍보 사진을 찍어서 이렇게 다양한 각도로 사진이 찍혔지 뭐야.”“근데 아쉽게도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CCTV 영상은 다 삭제되고 없었어. 아니면 더 확실할 텐데 말이야.”“응, 알았어. 소정아, 고마워. 네가 아니면 난 영원히 이 사실을 몰랐을 거야.”임완유가 말했다.“고맙긴, 우린 절친이잖아. 네 일이면 내 일이나 마찬가지야. 난 항상 네 편인 거 알지?”소정이 말했다.이 말을 들은 임완유는 가슴이 찡해났다. 전화를 끊고도 여운에 잠겨있다가 한참 후에야 다시 핸드폰을 들고 예천우에게 걸었다.한편 예천우는 진가인 모녀를 도와 이사를 끝내고 진가인의 집에서 나오려던 참이
설마 진가인 때문에?임선호가 뭐라 했나?만약 임완유가 진가인 때문에 다짜고짜 이혼하자는 거라면 이해가 된다.뜻밖에도 임완유가 이 말을 듣고 더욱 열받아 했다.“뭐? 너 미리 준비해 놓고 이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거 아냐? 너 이혼하겠단 말이지?”“그래, 와 봐. 기다리고 있을게!”임완유는 이 말을 하고는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나쁜 놈, 들키니 바로 이혼하겠다는 거지?이런 생각을 하니 그녀는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고 속이 답답해났다.예천우는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미리 준비해 놓고 이혼하기만을 기다렸다고? 이혼하자고 한 건 너인데?’그는 할 수 없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진가인이 보더니 급히 물었다.“천우 오빠, 왜 그래요?”“아니야, 오해가 좀 있었어.”“나 때문이에요? 나 때문이라면 내가 같이 가서 우리 관계 해명할게요.”방금 진가인은 예천우의 와이프가 뭔가를 발견해서 화를 내며 이혼하자고 한 걸 다 들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신경 쓰지 마.”“알았어요.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요. 내가 가서 우린 절대 아무 일도 없었다고 잘 설명할게요. ”진가인은 어제 만났던 그의 처남이 집에 가서 뭐라고 해서 그녀가 오해하게 된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자신이 예천우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다.“응, 필요하면 부를게.”“근데 지금은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예천우가 말했다.“네.”진가인은 예천우를 문 앞까지 바래다주었다.예천우는 진가인의 집을 나와서 바로 차를 가지고 임가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가네 별장에 도착했다. 그는 차에서 내려 바로 집안에 들어갔다.오늘은 운이 좋았다. 유은수 부부와 마주치지 않았다.임선호와는 마주치긴 했다.임선호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싱글벙글 다가와 말했다.“매형, 왔어? 저녁은? 뭐 마실래? 내가 가져올게.”“아니야, 누나랑 좀 할 얘기가 있어.”예천우는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다. 그도 대체 무슨 상황인지 계속 생
예천우의 다 알겠다는 표정에 임완유는 가슴이 점점 내려앉았다. 그래서 차갑게 쏘아붙였다.“보아하니 넌 오래전부터 그 사람을 알고 있었구나.”“잠깐, 난 아직 인정 안 했어.”예천우가 급히 말했다.“아직 인정 안 했어?”“그럼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거 맞네. 계속 시치미 떼려 했어?”임완유가 화를 내며 물었다. 그녀의 높이 치솟은 봉우리들도 화가 나서 출렁였다.“당연히 아니지!”“난 그전에는 장혁을 정말 몰랐어!”“내가 말했잖아. 처음 만난 게 장혁이 너한테 빚 받으러 왔을 때라고.”예천우가 급히 설명했다.“그래? 너 끝까지 시치미 떼겠다는 거지? 내가 증거 없을 줄 알고?”“증거도 있어?”“당연하지!”임완유가 쌀쌀하게 말했다.“예천우, 내가 오늘에야 너를 알아봤어. 너 진짜 생각보다 뻔뻔하다?”자신이 순결을 빼앗길 때의 분노와 절망을 생각하면... 그녀는 줄곧 자신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생각 밖에도 이것은 예천우가 사전에 파놓은 함정이었다.그리고 이 함정을 판 자가 한 번, 또 한 번 구세주의 역할을 하면서 자신을 한때는 정말 그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다행히도 오늘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면 한 평생 속고 있었을 것이다.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할 수 없이 말했다.“넌 날 그렇게도 못 믿겠어?”“증거가 눈앞에 있는데 나더러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임완유가 성내며 말했다.“어떤 증거? 나도 좀 보여줘.”“왜, 증거인멸이라도 하게?”“네가 이미 다 봤는데 내가 증거 인멸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예천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흥, 네 눈으로 봐봐.”임완유가 핸드폰을 켜고 사진을 찾아서 예천우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이 사진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예천우가 받아서 보고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하지만 그는 종래로 이 레스토랑에 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장혁과 같이 있는 사진이 찍힌다는 말인가.누구 짓이지?이 물음이 떠오르자 예천우는 바로 한 사람이 생각났다.소정!조사할 필요도 없다
“너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마찬가지잖아. 지금도 그래? 사람은 변하는 거야. 특히 걔가 나에게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너에게 능력이 있어?”“무슨 능력? 언제 다른 사람 덕을 보지 않았니? 네가 의술을 이용해서 마침 큰 인물여러 명 살렸으니 망정이지 너처럼 설치다가는 진작에 목숨 날아갔어.”임완유가 계속 반박했다.“그래. 그 얘기는 하지 말자. 이 사진 한 장으로 내가 꼭 진실을 밝혀낸다.”예천우는 말하고 나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내고는 장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도련님, 무슨 분부십니까?”장혁이 전화를 받고는 급히 공손하게 말했다.“내가 사진 한 장 보냈아. 네가 봐봐, 원래는 누구였는지.”예천우가 용건부터 말했다.장혁은 어리둥절해서 사진을 보더니 놀라서 말했다.“와, 도련님, 누가 밥 먹고 할 일이 없어서 저와 둘째 사진을 도련님으로 바꿔버렸습니까?”“둘째? 너 그 당시 사진 찍어둔 거 없어?”예천우가 물었다.“이건 정말 없습니다. 근데 제가 지금 마침 레스토랑 근처인데 레스토랑에 CCTV가 있을 겁니다.”장혁이 말했다.“그럼 당장 가 봐.”“네!”장혁은 전화를 끊고 바고 가서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내 그날의 영상이 모두 삭제되고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예천우가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임완유는 여전히 믿지 못하며 차갑게 말했다.“예천우, 허세 부리지 마. 어떻게 소정이 널 좋아한다는 말까지 꾸며내? 그래, 믿을게!”“소정이 날 안 좋아하는 거 맞아. 근데 내 능력은 좋아해.”“거짓말! 너 계속 허튼소리칠 거면 우리 대화할 필요가 없겠어. 바로 가정법원에 가자.”임완유는 이번에 진짜 화났다. 예천우가 생트집을 잡는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계속 예천우에게 기회를 주고 있었다. 가정법원에 가기 싫었다.“됐다. 이 얘기는 그만하자. 너 설마 사진 한 장으로 내가 장혁을 전부터 알았다고 단정 지은 거야?”예천우가 물었다.“하나 더 있어. 내가 친구한테 부탁해
“내가 그렇게까지 하는 게 아니라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임완유도 이러기 싫었다. 하지만 예천우가 음모를 꾸며서 자신의 순결을 빼앗은 건 어떻게든 용납이 되지 않았다.“그 말은 너도 이혼은 원치 않다는 거지?”예천우가 일부러 물었다.“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네가 너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면 우린 이혼 안 해.”“미안해, 난 증명 못해. 근데 내가 장담하는데, 이 사진은 가짜야. 난 그전에 진짜 걔를 몰랐어.”“그래도 못 믿겠으면 네 마음대로 해.”예천우는 더 이상 해명하지 않고 선택권을 임완유에게 주었다.이 말은 오히려 임완유를 어찌할 바를 모르게 했다. 표정이 변하며 입을 열려는 찰나 예천우가 먼저 말했다.“사실, 방법이 하나 있긴 해.”“무슨 방법?”“임 씨 가문 이렇게 큰 회사에 이쪽 전문가가 있을 거야. 사진 보내서 감정해달라고 하면 되잖아.”“그래, 네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면 그렇게 하지 뭐.”임완유는 처음에는 사진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왜서인지 예천우의 말을 듣고 바로 전화 한 통 하더니 사진을 보냈다.그다음은 당연히 기다림이다.이 틈을 타서 임완유가 물었다. “그리고 궁금한 거 하나 더 있어. 너 대체 언제 천해시에 왔어?”“이걸 명확히 하지 않으면 사진이 가짜라고 해도 네가 문제없다는 걸 증명할 수 없어.”사진 사건만 아니면 임완유는 예천우를 믿고 싶었다.하지만 그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가 있으면 더 좋지 않겠는가.예천우는 잠깐 망설였다. 그녀가 알아도 상관없겠다 싶어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앱에서 자신의 항공권 구매 기록을 찾아냈다.임완유는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교토?”“너 교토에서 왔어? 산에서 온 거 아니었어?”“넌 내가 원숭이인 줄 아는거야? 산에서 오게? ”“교토 용산에서 왔어.”“용산?”“그건 무슨 산인데? 난 왜 못 들어봤지?”임완유가 물었다.“거기는 인적이 드문 곳이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야. 난 거기서 무술을 수련하고 있었어.”“아
'설마 속은 건가?'"무슨 생각이야? 소정 씨 입장을 고려하는 건 아니지?" 예천우가 물었다."음."임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아주 간단해. 네가 불러서 물어보면 알잖아.""그러니까, 내가 연락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볼게.""전화로 묻지 마, 사진이 가짜라는 걸 간파당하면 안 돼. 불러와서 직접 물어봐.""예천우, 무슨 뜻이야? 소정을 의심하는 거야? 경고하는데, 네가 오해하는 거야. 소정은 분명 속은 거야." 임완유가 담담하게 말했다."사진 한 장으로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는데, 내가 어떻게 의심을 안 해?"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지금 소정 씨 문제라고 말하지 않았어. 그냥 여기 와서 나랑 대질 질문하자는 거야. 그럼 모든 게 드러나잖아." "그래, 그럴게."임완유는 소정에게 연락해 상의할 일이 있다며 집으로 와달라고 했다.소정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황급히 물었다. "무슨 일인데? 나 지금 바쁜데, 전화로 말하면 안 돼?""그게..."임완유는 사실대로 알리려고 했지만 예천우가 저지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얼버무렸다. "그냥 사적인 일이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러는 거니까 와서 조언 좀 해줘."임완유가 예천우에 관한 고민을 하는 줄 알고 즉시 대답했다. "그래, 바로 갈게. 조금만 기다려."임완유는 전화를 끊은 뒤 예천우를 흘겨 보았다. "오늘 이 일은 내가 사과할게. 미안해.""소정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한 거니까 반기 들지 마.""안 그래!"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낱 광대 따위가 무슨 의견을 제기할 수 있겠는가? 그는 단지 수습을 하려는 것이다."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밖에서 기다릴까?" 마음이 너무 조급해 다른 것을 고려하지 못했다. 지금은 많이 진정되었다."됐어, 여기가 편해. 피곤하면 누우면 돼.""그래, 오늘 너랑 실랑이해서 피곤했어. 이참에 쉬어야겠어."예천우는 곧장 임완유의 침대에 올라가 누웠다."일어나! 여긴 내 침대야. 네가 왜 누워?
"소리 질러, 이왕이면 더 크게 질러. 난 소리 크게 내는 게 좋더라."사실 이렇게 얘기하긴 했지만 예천우는 얼른 손을 풀었다.더 안고 있다간 임완유가 정말 화낼지도 모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임완유가 자리에서 일어나 역정을 냈다. "예천우, 이 개자식아. 우리는 언젠가 헤어질 사이라고 했잖아. 왜 날 수치스럽게 만들어?""수치스러워?""난 정말 당신을 좋아해!" 예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는 확실히 오늘 충동적이었다."그래서 어쩌겠다는 건데? 우린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야." 임완유가 화를 내며 말했다."그래, 네 말이 맞아. 나 먼저 나갈게."정말 화가 난 듯한 임완유 때문에 예천우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임완유는가 씩씩거렸다. 예천우를 따라나가자마자 화를 낼 곳이 없기 때문이다.예천우가 밖에 나가자마자 임선호가 그를 반갑게 맞으며 미소 지었다. "얘가 다 끝났어? 여태 얘기만 한 거야?""안 그럼? 내가 뭐라도 했을까 봐?" 예천우가 언짢은 듯 말했다."그거야 당연히,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있잖아!""하지만 우리 누나가 아직 그쪽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아 곤란하긴 하겠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얘기할 테니까."임선호는 지금 예천우가 임완유를 차지하기를 바랐다. 아이를 낳아 오순도순 살아가기를 바랐다."네 그 추잡한 생각 좀 그만해."예천우는 불쾌한 듯 화를 냈다. "목마르네, 물 좀 갖다 줘.""그래! 바로 가져다줄게."임선호는 촐랑거리며 걸어갔다."임선호! 거기, 서!"임완유가 걸어나와 임선호에게 소리를 치며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스스로 물 마실 줄도 몰라?""아니야, 처남이 매형한테 차를 따라주는 건 당연한 거잖아."임선호가 헤실헤실해서 말했다. "누나, 매형이랑 같이 앉아 있어. 내가 물 갖다 줄게.""너!"임완유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임선호! 너 솔직히 말해, 이 사람이 너한테 무슨 짓 했니? 세뇌된 거야? 너 무슨 약점이라도 잡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
예천우의 말에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이건 어디서 굴러온 녀석이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 건 알긴 하는 건가?’특히 허가연도 멍해졌다.‘이 사람은 누구지?’허가연은 자연스레 임선호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속삭였다.“이 사람이 바로 내 매부야.”허가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 사람이 바로 그 예천우 씨였어?’겉으로 보기엔 특별히 무서운 느낌도 없었고 오히려 편안하고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그러자 허광호가 바로 비아냥거렸다.“네가 뭔데 여기서 함부로 떠드는 거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아니야."“전 물론 그럴 자격이 있죠.”예천우는 태연하게 대꾸했다.“소개할게요. 전 선호의 매부인 예천우라고 해요. 제가 이번에 여기 온 건 단순히 허가연 씨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예천우는 허가연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이어갔다.“사실 허가연 씨와 임선호가 진짜 잘 어울리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자기가 뭔데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거야?’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허가연 씨는 인품도 훌륭하고 외모도 뛰어난 정말 좋은 여자예요. 선호랑 참 잘 어울리고 그야말로 선호에게 딱 맞는 인생의 짝이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실 허가연이 임선호보다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외모나 집안 배경 모두 임선호를 압도할 정도였고 게다가 임선호 자신도 별다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임강이 줄곧 임선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고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끊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그런데 말이죠.”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허가연 씨의 집안 어르신들이 문제 많더라고
“아버지, 정말 제 미래는 상관없어요? 왜 저를 죽음으로 몰아가시려는 건가요?”허가연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러자 허성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씨 가문을 건드리는 건 허가연에게도 허씨 가문에게도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래서 허성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빠가 널 협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손씨 가문 도련님만이 너랑 평생을 함께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맞아. 가연아, 동욱 도련님은 젊으시고 잘생겼고 능력까지 좋으시니 동성의 수많은 명문 가문의 딸들이 도련님와 결혼을 꿈꾸고 있어. 저런 멍청이한테 속아서 인생을 망치면 안 돼.”허종우가 덧붙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가연아. 네가 임선호 같은 쓰레기랑 함께하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수도 있어.”허광호도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허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선호 오빠뿐이에요.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저 정도로 훌륭한 여자가 선호를 이토록 사랑할 줄이야.’예천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임완유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그녀는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호야, 나중에 절대 가연 씨를 실망하게 하지 마. 알겠지?”임선호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가연이를 평생 지켜줄 거예요.”“그러면 됐어. 만약 그 약속을 어기면 나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허가연의 말을 들은 허성태는 몹시 화가 났다. 특히 강지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나니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손씨 가문 사람들에게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허가연의 뺨을 치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 순간 한 사람이 빠르게 앞으로 나와 허가연을 뒤로 밀치고 대신 그 뺨을 맞았다. 바로 임선호였다.팍!귀에 쟁쟁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예천우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지혜의 말소리를 듣고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모든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나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니 세 사람이 서 있었다.허가연은 임선호를 발견하자 얼굴이 활짝 밝아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선호 오빠!”허광호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선호가 정말로 허가연을 데리러 허씨 가문에 당당히 들어올 줄은 몰랐다.이건 분명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스쳤다.허종우는 분노에 가득 차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대체 누구길래 감히 우리 허씨 가문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냐?”허광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예천우 옆에 서 있는 임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이 바로 뻔뻔하고 멍청한 임선호입니다! 저 주제에 감히 우리 가연이를 탐내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손동욱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는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아직 그를 혼내줄 시간이 없었다.원래는 허가연과의 약혼을 정한 후에 임선호를 혼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찾아오다니 그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허종우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놈아, 감히 이곳까지 와서 날뛰다니 간탱이가 부었나 보네. 널 한 번 봐 줄 테니 지금 당장 꺼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아저씨, 어떤 말씀을 하셔도 오늘 저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어요. 죽더라도 가연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그러자 허종우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광호야, 당장 저놈을 죽여!”허성태는 조카인 허광호가 강력한 무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장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