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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

Author: 유승안
사내에게 따로 정해진 혼약이 있다면 소국공부에서도 선왕부와의 혼사를 바란다 하여도 물러설 줄 알아야 하는 법.

더구나 장안의 수많은 귀한 집 따님들 가운데 심지연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로 사내들이 너도나도 사모하는 여인이라 쓸데없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루빨리 혼약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강민은 생각했던 것이다.

“궁중의 형세가 아직 분명치 않으니, 혼담을 나누기엔 시기가 너무 이른 감이 없지 않아.”

황제의 의심이란, 머리 위에 드리운 칼날 같아, 혹여 성상께서 이 혼사를 권세의 결탁으로 오해하실까 두려웠다.

태자는 아직 책봉되지 않았고, 형세도 어수선하니, 강민 또한 더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

소은과 그녀의 어머니가 선왕부에 머무는 동안, 혼례 적령기의 두 사내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뜻을 어찌 모를 수 있었을까?

선왕부 측에선 혼인을 맺을 뜻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장명희도 또한 혼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기에 두 사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점심을 마치고, 소은의 어머니는 곧 작별을 고하였고 떠나기 전에 소은이 선왕부인에게 조심스레 말하였다.

“동설과 계화, 인동, 택란을 달여 고약으로 쓰시면 흉터에 효과가 있으니 부디 한 번 써보시옵소서.”

전생에서 화상을 입었을 때, 소은은 흉을 지우기 위해 수많은 공을 들인 끝에야 이 처방을 얻을 수 있었다.

선왕부인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 그저 희미한 미소로 받아넘겼다.

“이리 마음 써주니. 고맙구나.”

소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생에서 시어머니였던 선왕부인은 오직 가족에게만 따뜻한 사람이었다.

허나 미모에 대한 욕심만큼은 누구보다 지극했기에, 소은이 건넨 방법은 반드시 써보게 될 터이다.

모녀가 떠난 후, 이순미가 감탄하듯 말하였다.

“참으로 어여쁘게 자랐군요.”

“마음에 든 것입니까?”

선왕부인이 이순미를 바라보며 묻자, 이순미는 고개를 저으며 답하였다.

“용모는 내 마음에 꼭 들지만 둘째는 셋째처럼 누구 말을 듣는 아이가 아니지요. 그 아이 일은 내 뜻대로 된 적이 없습니다.”

이에 선왕부인은 속으로 탄식하였다.

사람들은 셋째가 가장 그녀 말을 잘 따른다 여기지만, 실상은 강준이 가장 제 멋대로였다.

소년 시절 학문을 멀리하여 군막에서 부친에게 곤봉으로 얻어맞아, 석 달을 침상에 누워 있었어도 결코 굽히지 않았다.

그 뒤 스스의 뜻으로 배우기 시작한 뒤에야 지금의 문무를 겸비한 강준이 된 것이다.

무언가를 하기로 했다면 그건 반드시 그 스스로의 뜻이었고 그 누구도 강제로 시켜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정희공주가 줄곧 강준을 마음에 두고 있었으나 혼사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 또한 그가

일부러 막은 까닭이라, 선왕부인은 믿고 있었다.

---

한편, 소은은 이틀 후 다시 학당으로 돌아왔다.

여자 학당과 남자 학당은 모두 향산서원 소속으로, 건국 초기에 세워진 학당이었고 대연에서 가장 명망이 높았다.

대연 과거 시험에서 장원, 방안, 탐화를 차지한 자들 대부분이 향산서원 출신이었고, 금년 봄 과거 회원은 선왕부의 세자 강준으로, 두 달 남짓 지났건만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었다.

강준은 지난해 선왕을 따라 전장에 나가 이미 전공을 세웠고, 황제께서 벼슬을 내릴 뜻이 있었기에 굳이 과거에 응할 필요는 없었으나 무장 신분에 만족하지 않고 학문으로 벼슬길에 나아가려 다시금 과거에 응시하였던 것이다.

비록 그가 이미 이미 서원을 졸업한 몸이나 그의 스승은 여전히 자주 이 자랑스러운 제자를 떠올리며 ‘재주가 뛰어나고 행실이 고우며, 기개와 식견이 넓어 반드시 큰 공을 세워 틀림없는 위인이 될 것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학당에는 소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은이 들어서자, 위경화가 그녀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하였다.

“가을 사냥에 딱 맞춰 돌아왔네.”

소은이 서두른 이유는 바로 이 가을 사냥 때문이었다.

대연에서는 여인인들이 무덕을 중히 여기지 않기에, 가을 사냥은 본디 남자들의 일이었으나, 이번에 북제 사절단이 방문하면서 상황이 달려졌다.

함께 동행한 북제의 한아공주께서 사냥을 원하였기에 성상께서 여군들도 함께 나서게 하신 것이었다.

소은은 이번 기회에 기마와 궁술을 다지려 하였다. 이미 수년 간 손을 놓고 있었던지라 몸을 다시 익히는 것이 중요하였다.

“왜 이번엔 여군들까지 가을 사냥에 나서는지 궁금하지 않아?”

위경화가 슬쩍 묻자 소은은 일부러 모른 척하며 되물었다.

“이유가 뭔데?”

“북제 공주가 함께 왔거든. 유목 민족은 본래 기마와 궁술에 능하니, 대연의 사냥터를 경험해 보고 싶다 하였지. 그러니 성상께서도 여군들을 함께 보내신 거야.”

위경화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소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헌데 들리는 말로는, 부마를 찾기 위함이란 소문도 있어.”

공주의 사적인 일까지 소은의 기억에 없었다.

이번 가을 사냥은 규모가 유례없이 크고 성대하여 학당에서는 여군들을 둘씩 짝지어 마차에 태우도록 하였다.

소은의 짝은 강미였다.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왕래가 거의 없었으므로,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다. 그저 형식적인 인사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 각자 할 일을 하였다.

그렇게 마차가 길을 달리던 중, 누군가 “오라버니!”하고 부르는 바람에 강민의 시선이 무심코 마차 안을 스쳤다.

그 속에 한 아씨가 책을 읽고 있었다.

강미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분도 바르지 않은 얼굴에 눈빛은 맑고 그윽하여 절세 미녀라 불러도 과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난 십팔 년간 고요했던 강민의 마음이 알 수 없이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방금 들에서 과일을 좀 따왔는데 맛이 괜찮더구나 너희들도 맛보면 좋을 듯하여 가져왔다.”

그는 애써 시선을 거두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였다.

“고마워!”

평소 산해진미만 먹는 강미는 가끔 야생 과일을 맛보는 것 또한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생각에 잠기던 강민이 조용히 물었다.

“너와 함께 마차를 탄 여인은 누구냐?”

강미가 대답했다.

“소국공부의 소은 언니야.”

강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 여인이 소은, 바로 소씨 가문의 넷째 아씨 였던 것이다.

강민도 물론 그녀를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 멀리서 스친 것이 전부였고 그날 선왕부에서도 얼굴을 똑똑히 보지 못했기에 그저 여린 아씨로만 여겼으니, 어딘가 익숙한 느낌은 있었지만, 그 여인이 소은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쩐지 소국공부가 또 한 명을 들이밀 용기가 있었던 이유도 소은의 빼어난 미모였던 것이다.

“무슨 일 있거든 나를 부르거라.”

강민은 복잡한 마음을 안고 동생에게 당부한 뒤, 조용히 발을 내렸다.

강미는 과일을 소은과 나누며 말했다.

“우리 둘째 오라버니는 생김새는 험하나, 마음씨는 참으로 좋은 사람이에요.”

소은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서 강민은 그녀를 무척 아껴 주었고, 그녀의 오라버니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다.

게다가 성품 또한 강직하여 소은은 그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았다.

길을 가는 도중, 강미는 졸음이 와서 잠시 눈을 붙였지만, 소은은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방금 먹은 과일은 두 알뿐이었고 입맛을 달래기는커녕 도리어 더 먹고 싶은 마음만 커졌다.

마차 밖엔 강민이 여전히 호위 중이었다.

소은이 살그머니 발을 걷었지만 밖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나직이 묻었다.

“강민 도령님, 사냥터 쪽에도 이런 과일이 있을까요?”

허나 그녀는 지금 마차 밖에 있는 이가 강민이 아니라 전생에 그녀의 서방이었던 강준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의 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말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단순히 과일을 묻는 것이 아니라 말을 걸기 위한 핑계를 대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을바람에 마차의 발이 살랑이며 흔들렸고 살짝 올라간 발 틈 사이로 말을 건 여인의 손이 가끔 보이다가도 흔들리는 발 뒤로 다시 숨었다.

그 모습은 요염하기가 마치 뼈조차도 없는 듯하였다.

소은이 다시 정중히 덧붙였다.

“만약 그곳에 없다면... 혹 더 받을 수 있을까요? 강민 도령께서는 인심이 너그러우시다 들었기에, 감히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입다. 훗날 반드시 사례를 드리겠습니다.”

이쯤 되면 그 '사례'라는 말에도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고, 남녀 사이의 정을 암시하는 뉘앙스가 없지 않았으니, 방술에 대해서 평을 늘어놓던 여군이라면 그리 순진한 인물은 아닐 터였다.

강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속으로 생각했다.

감히 선왕부에서 당나귀를 타고 마을을 찾으려 하다니 머리가 정말 온전치 못한 게 분명하였다.

소은은 그가 두 번이나 답하지 않자, 못 들은 것이 아닐까 싶어 발을 좀 더 걷어 올렸다.

이번에는 밖이 훤히 보였다.

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

호위 중인 인물이 강민이 아니라 바로 세자 강준이었다.

말 위에 앉은 그는 몸에 딱 붙는 군복이 곧은 체격을 한층 돋보이게 하였다. 게다가 강건하면서도 고결한 위엄까지 더해져 어지간한 말로는 감히 담아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소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허나 이 상황이 그리 뜻밖은 아니었다.

본디 강준은 여동생 강미를 극진히 아끼는 사람이었고 여정이 위험할 수 있는 만큼 직접 나서서 곁을 지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소은은 이번 가을 사냥에서 강준과 마주칠 수 있음을 예상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멀찍이서 한두 번 스치는 정도일 줄 알았지, 지금처럼 이리 가까이 얼굴을 마주하게 될 줄은 상상치 못하였다.

그의 얼굴에 서린 의심과 탐색마저도 소은은 또렷이 보아낼 수 있을 정도로 두 사람 거리는 너무나 가까웠던 것이다.

소은은 마차 안에서 조심스레 몸을 낮추어 예를 갖추어 공손히 말했다.

“세자저하 만수무강하세요.”

미인은 제대로 예를 갖추지 못하였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법.

허나, 속셈을 품은 미인은 오히려 사람의 경계를 사기 마련이었다.

강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녕 과일이 먹고 싶어서 그러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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