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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장

집사는 차를 준비시키는 동안, 민지는 벌써 선씨 가문 저택 앞에 서 있었다.

“저기요, 혹시 복면 쓴 사람 못 봤어요? 키는 이 정도 만하고 마스크 벗으면 눈 쪽에 심한 화상 자국이 있는데요…” 민지는 지나가는 아무 행인이나 붙잡고서 한석의 키를 손으로 나타내며 말을 걸고 있었다.

“…아니요..?” 당황한 남자가 대답을 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 거죠? 우리 찾으러 오겠다고 했으면서 오지도 않고! 천북산에도 없고! 도대체 어디로 가 버린 걸까요…? 휘연한테 전화해봐도 받지도 않고! 휘연이 집에 가보니까, 이사간 것 같던데… 진짜 한석이가 어디 간 건지 누가 저한테 말해줄 사람이 없을까요..?” 민지가 물었다.

지나가던 행인은 어떤 여자가 자신에게 그런 직접적인 질문을 하자 깜짝 놀랐다.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고는 그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가버렸다. 이렇게 예쁜 사람이 정신나간 소리를 하고 다니다니.. 안타까워라.

“한석아, 어디로 가버린 거야…? 매일 밤 정원에서 나한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잖아… 나한테 거짓말할 사람 아니잖아! 제발, 한석아… 너는 내 유일한 친구이자 최고의 친구야… 이렇게 날 떠나버리면 안돼… 어디에 있니…?” 민지는 혼자 중얼거렸다.

이 소녀의 마음 속은 지금 오직 한석뿐이었다. 그녀는 한석이 얼마나 다정하고 꾸밈없는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에게 아무리 말을 많이 하던지 간에, 한석은 귀 기울여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손짓으로 그녀를 위로해주고 응원해주었다.

처음엔 그저 가지고 놀기 쉬워 보이고 수화를 배우고 싶다는 이유로 그에게 다가간 건 사실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의 마음은 점점 바뀌게 되었다.

같이 며칠 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는 한석이에게 점점 의지하게 되었다. 게다가, 한석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 썼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그를 잊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잠시 기다리고서 민지는 벽에 기대서 쪼그려 앉았다.

“어디 있는 거니, 한석아..?”

방금 그녀가 천북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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