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재벌?”그 말에 사람들은 일제히 창밖을 쳐다봤다.그러자 지성그룹 문 앞에 최고급 외제 차가 빼곡한 것이 보였다. 부가티 베이론, 포르쉐 팬텀, 람보르기니 베네노, 링컨 리무진….그 차들에는 전부 눈에 띄는 표식들이 있었다!“저건… 고려국 최고 재벌 삼성 회장 이재용의 차잖아!”“저건 등탑국 한인 거리 재단 거물 스미스 씨의 차고!”“저건 중동 석유국의 왕자 알리의 전용차잖아!”“그리고 벚꽃국, 곰국의… 심지어 북강 군대의 장갑차도 있어!”사람들은 그 엄청난 기세의 장면에 턱이 떡 벌어졌다.예우림은 깜짝 놀라 말했다.“내 눈이 잘못된 건가? 저 사람들, 내가 해외에서 박사 공부할 때 뉴스에서나 본 적 있는 사람들인데. 영향력은 가히 한 나라에 비길 수 있는 인물들이잖아!”그런데 어떻게 동시에 지성그룹 문 앞에 나타날 수가 있지!설마 진짜로….그렇게 생각한 예우림은 두 눈이 더없이 커다래져서는 엄진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예씨 가문 사람들도 동시에 숨을 헉하고 들이켜며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엄진우를 쳐다봤다!저 찌질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거물들이 전부 그룹으로 달려오다니! 우연이 아닌 건가?!예홍찬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새가 없었다. 그는 흥분에 겨워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우선 그런 것들은 됐어. 얼른! 가서 저 거물들을 맞이하자고!”저곳에 있는 아무나 한 명을 골라잡아도 지성 그룹이 감히 올려다볼 수도 없는 존재들이었다.심지어 그 거물들의 말 한마디만으로도 예씨 가문은 소도시의 이류 가문에서 강남의 재벌 가문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그때 각지 거물들이 전부 문 앞에 모였다.“여러분, 갑작스레 이런 누추한 곳에 찾아주셔서 정말 저희 지성 그룹의 영광입니다!”에홍찬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에정명은 아예 한 마리의 강아지처럼 직접 무릎을 꿇고 자신의 정장으로 문 앞의 레드카펫을 닦으며 아부를 했다.“여러분, 전 이 회사의 이사, 예정명이라고 합니다. 평소 존경하시던 분을 오늘 이리 직접 두 눈으로 뵐 수
엄진우는 차갑게 웃으며 예씨 가문 사람들을 쳐다봤다.그러자 이번에는 고고하게 굴던 이사들의 표정이 서리 맞은 가지처럼 일그러졌다!예정명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소리! 우리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네가 뭔데?”예정국도 노발대발했다.“말단 직원 주제에 감히 우리를 협박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 네가 지위가 높지 않은 사람이 어딨다고?”“널 죽이는 건 개미를 눌러 죽이는 것보다도 쉬워!”하지만 예우림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하지만 제가 보기엔, 엄진우 씨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네요.”예씨 가문 사람들은 순식간에 분노를 터트렸다.“예우림, 그게 무슨 뜻이냐?”“무슨 뜻이긴요? 방금 전 절 압박할 때 저도 그렇게 물었었죠. 그때 뭐라고 대답했던가요?”예우림은 팔짱을 끼며 냉소를 터트렸다“사람이 신용이 있어야죠! 아까 절 억지로 몰아붙이면서 엄진우 씨가 10분 내로 지성 그룹을 구해내지 못하면 절 쫓아낸다고 하시더니! 이제 엄진우 씨가 약속을 지키니까 나서서 억지를 부리려고요?”“이렇게 체면이란 걸 모르겠다면 제가 대신 체면을 지키게 도와드리죠!”예우림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안 그럼 사인 안 할 겁니다!”그 말에 예홍찬은 얼굴이 거무죽죽해졌다.“허튼소리! 아주 허튼짓을 하는구나! 사생아 주제에 감히 예씨 가문을 협박하려 들어?”“어르신들, 사실 예우림은 신분이 미천한 제 손녀일 뿐입니다. 지성 그룹의 진짜 주인은 바로 저이니 저와 계약을 맺으면 그만입니다! 저 애는 신경 쓸 것 없어요, 어차피 누구든 다 똑같지 않습니까?”그는 여러 재단 사람들 앞으로 가 허리를 굽신거리며 아부를 했다.하지만 그 거물은 곧바로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내려쳤다.“당신이 뭔데 감히 우리를 가르치려 들어요? 얼른 예우림 씨에게 사인을 하라고 하세요. 우리 시간 낭비하지 말고. 아니면 당신네 예씨 가문은 눈 깜짝할 새에 없애버리고 말 겁니다!”예홍찬의 얼굴에 곧바로 선명하게 손바닥 자국이 나타났고 그대로 쓰러져버렸다!예씨 가문 사
“찌질이 주제에! 감히 날 때려?”예정명은 양쪽으로 뺨을 맞아 얼굴이 돼지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고 이도 빠져 피가 줄줄 새고 있었다.엄진우가 그런 그를 향해 말했다.“인정할 거야 말 거야? 딱 말해! 무릎 꿇고 아버지라고 하지 않으면 이대로 계속 때릴 줄 알아!”“엄진우, 난 지성 그룹의 이사야! 감히 날 때려? 널 해고해 버릴 거야!”예정명이 노발대발하며 외쳤지만 예우림은 담담하게 말했다.“회사 전체의 인사 권한은 제 손에 있어요, 둘째 삼촌. 아무리 이사라고 해도 제 직원을 해고할 권리는 없습니다.”뺨을 내려치는 엄진우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다 못해 1초에 여러 번을 때리는 지경에 이르렀다.예정명은 엄진우에게 맞아 뺨이 다 너덜거리기 시작했고 코에서도 코피를 줄줄 흘린 채 예씨 가문 사람들을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아버지! 형! 친척 어르신들, 이대로 제가 이 자식에게 맞고 있는 걸 두고만 보실 겁니까?”하지만 예홍찬 일행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 뜻은 아주 명확했다. 재수도 없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저 엄진우를 건드리다니!그러다 끝내 예정명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엎어져서는 어쩔 수 없이 외쳤다.“그만 때려! 부를게, 부르면 되잖아!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그는 연달에 세 번, 더없이 우렁차게 외쳤다.엄진우는 그제야 손을 멈추고 담담하게 웃었다.“잘 불렀어.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난 너 같은 모지리를 자식으로 낳을 리가 없지.”그 말에 예홍찬은 얼굴이 다 덜덜 떨려왔지만 끝내는 분노를 꾹 눌렀다.예우림도 입을 열었다.“됐어요, 엄진우 씨. 그만하면 됐어요.”그녀는 직접 다가가 계약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좋아요, 예우림 씨. 앞으로 즐거운 파트너쉽이 되길 바라죠!”각계 거물들은 공손하게 허리를 숙인 뒤 곧장 자리를 떴다.하지만 예우림은 서둘러 그들을 불렀다.“잠깐만요! 여러분, 도대체 누가 당신들을 여기로 보냈는지 알 수 있을까요?”그 말이 나오자 예씨 가문 사람들도 정신을 집중하고 귀
“유 과장님, 아직 회사 통보 못 받으셨죠? 전 이미 대표님에게 해고됐어요. 이제 가려고요!”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지나쳐가려고 했다.하지만 유청아는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깜짝 놀라 말했다.“해고요? 무슨 해고? 제가 방금 받은 통보는 해고가 아니라 승진이었는데요?”“엄진우 씨 지금 2팀 팀장으로 승진했어요!”그 말에 엄진우는 걸음을 멈추었다. 자신이 들은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네? 절 해고하지 않고 승진까지 시켰다고요?”“맞아요, 인사팀의 과장이 직접 찾아와서 말해주고 갔는걸요?”유청아가 사실대로 얘기했다.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었다.그 소식에 김종민은 잔뜩 기뻐하며 엄진우에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진우 형! 우리 이렇게 얌전한 척 하기 없어요! 해고된 것처럼 굴어놓고 승진이라니!”“정직원이 된 직원들도 몇 년이 지나도록 팀장 자리에 못 올랐는데! 진급 속도가 거의 로켓 수준인데요?”엄진우는 조금 의아해졌다.“이상한데! 그 여자 성격에 안 맞잖아!”예우림 그 얼음 공주는 늘 했던 말은 절대로 지키는 타입이었다.그런데 왜 생각을 바꾼 걸까?김종민은 왠지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그 여자? 왠지 엄진우는 예 대표를 집에 있는 아내 부르듯 친숙하게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유청아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보기엔 너무 걱정이 많아서 그런 것 같네요! 사진 사건은 소 비서님이 이미 해명해 주셨어요. 그리고 저희 회사는 상벌이 명확하거든요!”“예 대표님께서는 또 10분 뒤에 사무실로 찾아오라고도 하셨어요.”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10분 뒤? 안돼! 한 치도 머뭇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 찾아가야겠어!그렇게 생각한 그는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예우림의 사무실로 향했다.그 결과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안쪽의 욕실에서 샤워 타월을 두른 여자 두 명이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바로 막 샤워를 마친 예우림과 소지안이었다.“꺄악! 왜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와요!”두 사람은
“앉으라고요? 예 대표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엄진우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일부러 소 비서를 내보내고 자신을 상대하려는 건 아니겠지?“앉으라면 앉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예우림이 미간을 찌푸리자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놀랍게도 예우림도 곧이어 소파에 앉았다. 아니! 정확히는 소파에 누웠다. 그 굴곡진 몸매는 그렇게 그의 시야에 전부 드러났다!이내 그녀는 자신의 하이힐을 벗더니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긴 다리를 엄진우의 무릎 위로 올렸다.그 순간, 엄진우는 코피가 터질 것만 같아 침을 꿀꺽 삼켰다.“예 대표님, 전 재능만 팔지, 몸은 안 팔아요.”그 스타킹에 감싸인 예쁜 다리는 그의 시선을 단단히 사로잡고 있었다. 너무나도 강한 유혹이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예요!”예우림은 엄진우의 말에 차갑게 대꾸했다.“전 그냥 몸이 또 불편해졌길래 지난번에 해줬던 발바닥 마사지가 효과가 좋아서 다시 해달라고 하려는 것뿐이에요.”엄진우는 그제야 알겠다는 얼굴을 했다.“그렇군요, 빨리 말씀하시지! 뭘 이런 쓸데없는 짓을 했어요!”얼굴이 조금 붉어진 예우림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냉담하게 말했다.“마사지하라면 해요!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상사의 지시에 따라요!”엄진우는 미간을 들썩였다.“예 대표님, 한 시간 전에 저를 해고하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전 이제 대표님 직원이 아닌데요!”그 말에 흠칫한 예우림은 이내 억지를 부렸다.“그래요? 제가 언제 그랬는데요? 증거 있어요?”“….”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망나니의 가방끈이 긴 건 안 무섭다지만 상사가 가방끈도 길고 망나니 같은 건 정말로 무서웠다.하지만 그는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마사지해 드리죠!”이번에 그는 전혀 힘을 빼지 않은 채 거칠게 예우림의 발을 들어 열 손가락으로 그녀의 발바닥을 꾹 눌렀다.아!예우림은 저도 모르게 온몸이 떨리더니 얼굴이 붉어졌다.“미친! 이 망할 자식! 처음부터
엄진우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대표님이 보신 그대로예요!”“말 돌리지 말고요. 제 말은 북강의 거물이 지성 그룹에 투자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냐는 거예요?”예우림이 또박또박 물었다.“걱정마세요. 오늘 당신이 혼자서 이사장을 찾아가 절 도와준 걸 봐서라도 당신이 공로를 가로챈 건 추궁하지 않을게요.”“하지만 저에게 도움의 손길을 준 북강의 어르신이 도대체 누구인지는 반드시 알려줘야 해요.”엄진우도 이제 전부 깨달았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자신의 명왕 신분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상관없었다. 기왕 그렇게 믿으려 한다면 엄진우도 이대로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는 아무렇게나 이야기를 지어냈다.“전 회사로 오는 길에 그 재벌가들의 차를 발견했고 우연히 한 거물의 명령을 받고 지성 그룹에 6천억을 투자하려 한다는 대화 내용을 들었어요.”예우림은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물었다.“그럼 그 분의 이름은 들었어요?”엄진우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못 들었어요!”우스운 소리!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말할 리가 없었다!예우림의 두 눈에 실망이 스쳤다.“그럼 아쉽네요. 됐어요, 나가봐요.”“이번에 당신을 팀장으로 승진시킨 건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이니 열심히 하도록 해요!”“네, 감사합니다, 예 대표님!”말을 마친 엄진우는 사무실을 나간 뒤 문을 닫았다.하지만 별안간 고개를 든 예우림은 그의 뒷모습을 쳐다봤다.“흥! 엄진우, 분명 거짓말을 했을 거야! 이 일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게 확실해….”……다섯 시.“퇴근! 퇴근! 이 망할 일은 이제 여기까지 하자!”김종민은 다급하게 테이블을 내려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엄 팀장을 발견하고는 다시 묵묵히 일을 이어갔다.“진우 형, 비록 이제 막 승진했다지만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건 없잖아! 가자, 퇴근하자! 제가 마사지 턱 낼게!”김종민이 배시시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이내 소리를 낮추더니 음험하게 웃으며 말했다.“최근 이 부근에 새로
엄진우가 말을 이었다.“정 선생은 일을 아주 조용하게 처리하는 타입으로 저에게 뷔젠트와 관련해서는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번은 무심결에 뷔젠트에서 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온 용국을 뒤집어엎을 수 있다고요!”이패왕은 사실대로 전부 이야기했다.그에 엄진우는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이 명왕의 동의가 없이는 그 누구도 용국에 손을 댈 수 없어. 그런다는 건 나에게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지!”“뷔젠트, 간이 아주 배 밖으로 나왔군! 어디 일가를 전부 다 없애버려야겠어!”그는 비록 은퇴를 하고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불을 거두었다고 난로를 끈다는 뜻은 아니었다!청용이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말씀만 하신다면 북강의 백만 군인들을 대기시켜 놓겠습니다!”엄진우가 고개를 저었다.“지금의 적은 이전과는 달라. 염라대왕은 상대하기 쉬워도 조무래기들은 귀찮지! 설령 정정당당하게 싸운다고 해도 상대는 뒤에서 훼방을 놓으려 할 것이야!”“그 음지에 숨은 쥐새끼들은 우리가 전에 없앤 적들보다도 더 무서울 것이다!”“그러니 우선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이 창해시에서 그 쥐새끼들을 제거하도록 하지.”엄짅우가 다시 이패왕에게 말했다.“그럼 그 정 선생이라는 작자 어딨는지 알아?”이패왕이 힘 빠진 미소를 지었다.“로얄호텔 참사 이후 전 이미 그에게 버려진 장기말이 되어 이미 모든 연락이 끊겼습니다!”그 모습에 엄진우가 다시 말했다.“용아, 이 녀석 잘 감시하고 있어. 앞으로 또 쓰일 데가 있을 거야.”“네!”……엄진우는 그 틈을 타 오션 아파트로 돌아갔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그리워졌다.그런데 집으로 들어가자 하수희가 온데간데없이 보이지 않았다.“엄마? 엄마!”엄진우는 순간 흠칫했다. 이상했다! 엄마는 평소 집에서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 이 아는 사람도 없고 길도 밝지 않은 곳에서 어디를 갈 수 있단 말인가?그는 하는 수 없이 하수희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통화가 연결되고
“그럼 지체하지 말고 얼른 안내해.”엄진우는 이미 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이내 그는 장강수와 함께 시중심의 유명한 아이스 블루로 향했다.이곳은 국내 문화와 해외 문화가 어우러진 컨셉 바로 수많은 예술적인 인테리어 덕에 젊은 남녀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장강수는 부하 여럿을 데리고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했고 이내 직원이 그들을 이끌고 가장 큰 룸으로 안내했다.방 안 가득 찬 우람한 체구의 남자들은 온몸에 문신을 한 데다 허리에는 총까지 차고 있었다.그리고 안에는 최자호와 꽁꽁 묶인 하수희가 있었다. 이미 몇 대 맞은 건지 입가에는 피가 맺혀 있었다.엄진우를 본 그녀는 돌연 대경실색하며 말했다.“진우야, 내가 오지 말라고 했잖아,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허, 지원군도 데리고 왔어? 네 엄마가 살길 바라지 않는 모양이지?”최자호는 한껏 우쭐거리며 과일칼을 들어 하수희의 얼굴에 대고 긋는 시늉을했다.엄진우는 화가 치밀어 이가 다 바득바득 갈렸다.“찾아왔으니 얼른 엄마를 풀어줘!”“풀어줘? 내가 언제 풀어준다고 했어?”최자호가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난 네가 이 할망구랑 같이 죽는 꼴이 보고 싶은데?”그렇게 말하자 옆에 있던 우람한 체구의 남자들이 일제히 총을 들어 올렸다.장강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어딜! 감히 엄 선생에게 손을 대려 하다니. 그건 이 장강수를 적으로 돌리는 짓이다! 어디 한 번 시도해 보지 그러냐!”그의 등 뒤에 있던 부하들도 자세를 펼치며 팽팽하게 맞섰다.“다들 멈추거라.”바로 일촉즉발의 순간에, 한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검은 얼굴의 사내가 뒷짐을 쥔 채 손에는 묵주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영감님!”사람들은 그를 보자 곧장 태도를 바꾸었다.장강수도 인사를 했다.“영감님! 일부러 무례를 범하려던 건 압니다. 하지만 영감님의 사람이 제 친구의 어머니를 납치해 갔지 뭡니까. 이런 짓은 저희 강호의 도리에 맞지 않는 일 아닙니까!”여구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수 자네의 친구였구나. 그럼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