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환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렇다면, 그동안 그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그렇다면, 똑같은 머리핀이 두 개라는 뜻이고, 애초에 그 선량한 여자는 허유나가 아니란 얘기가 된다!“왜? 내가 딱 맞게 얘기했나 보지?”허유나는 임유환의 반응을 보아, 자기가 맞게 짚은 줄로 착각하고, 눈빛에 역겨움이 가득했다.임유화의 머릿속은 텅 비었다. 그는 허유나의 얘기는 도통 귀에 들리지 않았다.“얘기해, 아깐 그렇게 잘도 얘기하더니, 지금은 왜 벙어리가 되었어?”허유나는 눈썹을 치켜들고, 기세등등해서 얘기했다. “내가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랑 5년 동안 같이 생활했지? 임유환, 당신 오늘 나에게 정신 피해 보상을 해 주지 않으면, 난 당신 가만두지 않아.”“너 이 변태 자식, 미치광이! 말해, 너 내 절친 얼마나 오랫동안 노린 거야?”“너 그 입 당장 다물어.”정신이 돌아온 후, 감정 없이 허유나를 바라보았다. “난 네 절친 물건 훔친 적이 없어!”그는 지금 마음이 혼란스러웠고, 귀엔 잡소리만 들렸다.허유나는 멈칫했다.이 자식이 감히 나한테 소리쳐?!결혼 5년 동안, 임유환이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의 뜻대로 하지 않고, 잘해 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아, 진짜!”허유나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임유환에게 소리쳤다. “이 병신새끼, 그동안 내가 벌어다 준 돈으로 생활했으면 됐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소리까지 쳐?”“소리 그만 칠 수 없을까? 너무 시끄러워서 말이야.”임유환은 허유나를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말했지.네 친구 물건 훔친적 없다고.”“안 훔쳤다고? 그럼 얘기해 봐, 그 머리핀 어디서 난 건지?”허유나는 이를 악물었고, 온 얼굴에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당신이랑 뭔 상관인데?”임유환의 눈빛은 차가워졌다.“너!”한마디 말에, 허유나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래, 임유환, 이혼 후에도 나한테 그런 태도인지 어디 한번 보지. 애초에 내가 정말 눈이 삐었지. 너 같은 남자를 먹여 살리다니. 변태 자식, 정말 역겨
”임 선생님, 말씀하신 돈 제가 가져왔습니다!”왕윤재는 온 얼굴에 땀이 맺힌 채, 임유환 앞에 왔다.“당신이 왕 사장님이십니까?”왕윤지를 바라보는 임유환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넵, 말씀 편하게 해 주십시오, 임 선생님.”왕윤재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황송하게 얘기했다. “임 선생님. 저한테 말씀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회사 밖에서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지금 눈앞에 있는 이분이, 바로 그의 상사인 흑제의 보스이다!이 사람의 말 한마디에 왕윤재의 남은 운명이 달렸기 때문이다!“왕군, 그렇게 긴장 필요 없어. 그리고, 당신 늦게 온 것도 아니야. 내가 일찍 온 것이니.”임유환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왕윤재는 당황했다.그는 임유환이 무정한 사람인 줄 알았다.하지만, 친근할 뿐만 아니라, 텃세도 없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감사합니다, 임 선생님!”왕윤재는 감격해하며 얘기했다. “임 선생님, 말씀하신 4억원 입니다!”“도로 가져가. 잠시 필요가 없어졌어.”임유환은 손을 저으며 말을 이었다.“헛걸음하게 해서 미안하다.”“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임 선생님!”왕윤재는 황송해하면서 얘기했다. “임 선생님, 아까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아니야, 작은 일이었어. 아 맞다, 왕군, 혹시 장문호 알아?”“장문호?”왕윤재는 생각하더니 얘기했다. “아, 장문호? 그는 S시 4대가문 중 한 가문의 자제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장유명이고, 저희 회사와 업무상 연결이 있습니다. 아까, 장문호가 아버지 대신, 저와 프로젝트 관련하여 미팅했고, 주동적으로 이익을 30% 양도하겠다고 했습니다.”“임 선생님, 혹시 아시는 사람입니까?”“몰라, 그냥 물어본 거야.”임유환은 머리를 저었다.하지만, 왕윤재는 순간 다른 생각이 들었다.흑제의 신임을 얻고, 그룹 사장 자리까지 꿰찬 왕윤재는 당연히 일반인은 아니다.그는 바로 임유환에게서 다른 뜻이 있는 것을 눈치챘다.그는 흘러가는 얘기로 그에게 말했다. “임 선생님,
윤서린의 눈빛은 막연해졌다.그녀는 이미 결정이 난 일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시각에 왕윤재는 임유환의 한마디에 이미 온몸이 굳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윤서린은 이 일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그녀는 임유환에게 고맙다는 인사만 건넨 후, 떠나려고 했다.“잠깐만요, 윤서린 씨!”이때, 왕윤재가 윤서린을 불렀다.“왕 사장님, 무슨 일이 있으세요?”윤서린은 예의 있게 물었다.그녀는 왕윤재가 생각을 바꿀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윤서린 씨, 아까 생각해 봤는데, 이 계획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우리 같이 한번 해보죠!”왕윤재의 얘기에, 윤서린은 깜짝 놀랐다.“진짜입니까? 왕 사장님?”그녀는 긴장 상태로 왕윤재를 보았다.“그럼요, 윤서린 씨.”왕윤재는 윤서린보다 더 떨고 있었다.이 일로 인해, 임 선생님께서 입을 여셨다.윤서린은 떨고 있었다.오기 전에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다. 왕 사장님이 생각을 바꾸리라는 것을!이 사람 때문인가?윤서린은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윤서린 씨, 계약과 관련해서 내일 미팅이 끝난 후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왕윤재가 잠시 말을 멈추고 이어서 얘기했는데,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좋아요, 왕 사장님. 감사합니다!”윤서린은 격동했다.“별말씀을요, 윤서린 씨.”“왕 사장님,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윤서린은 왕윤재의 태도가 변한 것은, 앞에 있는 이 사람 때문이라 생각했다. 눈치 빠른 그녀는 더 이상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다.“네, 윤서린 씨, 살펴 가세요.”“네, 왕 사장님.”윤서린은 회사를 떠났다.가기 전에, 그녀는 자기도 몰래 임유환을 한번 보았다.윤서린이 가자, 왕윤재는 임유환에게 물었다. “임 선생님, 혹 윤서린 씨를 아십니까?”“그래.”임유환은 머리를 끄덕였다.“임 선생님, 혹 프로젝트의 이익 배분은 어떻게 할까요?”왕윤재는 임유환의 의견을 물었다.“최대한, 윤씨 가문을 도와.”임유환의 대답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네, 임 선생님!
”죄송합니다. 잠시 전화 먼저 받겠습니다.”윤서린은 전화를 들고 얘기했다.“그래요.”임유환은 다정하게 웃었다.윤서린은 전화를 받았다.허유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린아, 왜 이제 내 전화를 받는거야?”“그래? 나한테 전화했었어?”윤서린은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당연하지, 내가 너한테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윤서린이 확인하니, 정말로 부재 전화가 몇 통 있었다. 그녀는 미안한 듯 얘기했다. “미안해, 허유나. 내가 너무 바빠서 그만.”“그럴 줄 알았어. 회사 일로 바쁜 줄 알았어.”“어떻게 알았어?”“내가 너를 모르겠어?! 일은 다 끝났어?”“응, 끝났어. 유나야 근데, 무슨 일이야?”“별거 아니야. 내가 이혼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전화했어.”“이혼? 갑자기?”“그래, 내가 눈이 멀었지. 그런 놈에게 잘해주다니. 정신적으로 바람을 피우고 있었어!”“정신적인 바람?”“그게 말이지, 서린아……”허유나는 임유환이 연서를 위조한 것을 한번 얘기했다. 그리고 살을 보태서, 임유환이 결혼 내내 그녀의 돈으로 먹고 살며 매월 그녀에게 거액의 생활비를 요구한 것을 지어내어 얘기했다. 하여 그녀가 결국엔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고.“그 자식, 너무 고약하잖아!”윤서린은 정확한 사실은 모르지만, 단지 그 얘기만 믿고 화를 냈다.“됐어, 다 지난 일이야. 그래도 하늘은 내 편이야. 나에게 장문호를 보내줬잖아.”“축하해.”“맞다, 서린아. 너 어릴 적 우리가 길거리에서 머리핀 산 거 기억해?”“기억하지, 근데 그건 왜 물어?”“오늘 내가 짐을 정리하면서, 옛 생각이 나더라. 그게 우리 우정의 증표잖아!”“물론이지. 난 그 머리핀 잘 보관하고 있어!”윤서린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고 있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사실, 어릴 적 그녀는 그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다만, 허유나가 화낼까 봐, 지금까지 허유나에게 얘기하지 못했다.허유나가 듣자, 그녀는 마음속에 품었던 의심을 해소했다.듣고보니, 임유환은 자기 절친과 바람피우지
커피숍을 떠난 후.임유환은 마이바흐에 앉아, 별장에 왔다.익숙한 별장을 보는 임유환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볼 수가 없었다.그는 문 앞에 와서 벨을 눌렀다.“딸,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장문호는 집에 온대?”별장 안에는 모녀의 얘기가 들렸다.하지만, 그녀가 문을 열었을 때, 그의 안색은 바로 굳어졌다.“왜 당신이지?”그녀의 어머니는 안색이 굳어지더니 물었다 .“어머니.”임유환은 허미숙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예의상 그래도 어머니라고 호칭했다.“누가 네 어머니야! 내가 경고하는데, 더는 우리 유나 건드리지 마!”허미숙은 임유환이 재혼하려고 온 줄 알고 호되게 얘기했다.딸이 겨우 이놈이랑 이혼하고, 재벌가에 시집가게 되었는데, 어찌 이런 놈이 다시 딸에게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겠는가!후반생, 딸의 덕을 볼 생각이었는데!오늘, 그녀가 딸 집에 온 것은 장문호와의 일을 묻기 위해서였다.임유환은 허미숙이 이렇게 나올 줄은 예상했다. 그는 그저 차분하게 얘기했다. “허유나를 찾아온건 아닙니다. 제가 두고 간 물건이 있어서요. 그것만 가지고 바로 갈 겁니다.”“무슨 물건? 네가 그동안 내 딸이 벌어준 돈으로 생활했는데, 네가 입고 있는 옷을 포함해서, 네것이 있기나 해?”허미숙은 임유환을 말렸다. 그는 싫어하는 내색을 냈다. “그리고, 내 딸 청춘은 어떻게 보상해 줄거야? ““제가 배상해야 하나요?”임유환은 눈을 크게 뜨고 얘기했다.최근 5년 동안, 허유나의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을뿐더러, 그가 한 모든 소비는 그의 돈으로 하였다.당시, 허유나의 창업 자금은 4억원인데, 그 역시도 그의 돈이었다!지금, 허유나가 외도하고, 그와 이혼을 요구한 것인데, 그는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을뿐더러, 애초의 창업자금 4억원도 요구하지 않았다.그런데, 오히려 그가 빚진 것처럼 얘기가 변했다니?“왜? 그러면 안 돼?”허미숙은 각박하게 얘기했다.“역시, 그 엄마에 그 딸이네!”임유환은 참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었다.이 모녀,
짝.아주 경쾌한 소리가 들렸고, 허태웅 얼굴에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너… 너가 감히 나를 때려?”그는 믿기지 않은 듯 임유환을 보았다.이 무능한 놈이, 감히 나를 때려?“아깐 살짝 때린 거야. 네 엄마가 너한테 교양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으니, 내가 대신 교육해주지.”임유환은 차갑게 허태웅을 쳐다보았다.예전에 그는 모자의 막무가내한 행동을 참고 견뎠다. 그 원인은 허유나의 어머니와 동생이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참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네가 나를 교육 해? 무슨 자격으로!”정신이 든 허태웅은 소리치면서 문 앞에 있던 꽃병을 들어서 임유환에게 던졌다.지금까지 그는 한번도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 누구에게 따귀를 맞은 적이 없었다!그는 임유환을 죽이고 싶었다.임유환의 눈빛은 차가워졌고, 허태웅의 손을 잡아 비틀었다.짝.소리가 나자, 허태웅의 팔은 부러졌다.“아!”너무 아팠다. 허태웅은 비명을 냈고, 손에 들고 있던 꽃병도 떨궜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꽃병은 깨졌다.“아! 내 손! 아……”그는 부러진 손을 붙잡고, 비명을 지르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너.. 너가 감히 내 아들을 때려? 너 오늘 내가 죽일거야!”허미숙은 아들이 맞는 것을 보자, 눈이 붉어지면서 임유환에게 덤볐다.하지만, 임유환의 그 차가운 눈빛을 보자, 그 기세는 갑자기 없어졌다.그 순간, 그녀는 냉기를 느꼈다!임유환의 안색이 차갑게 변했고, 곧장 2층에 있는 침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 과정에서 허미숙은 감히 말리지 못했다.2분 뒤.임유환은 낡은 목합을 가지고 거실로 돌아왔다.목합 안에, 연서와 머리핀이 있었다.“아이고……아이고……”허태웅은 거실에 앉아 손목을 잡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허미숙은 임유환이 손에 들고 있는 목합을 보자, 큰 소리로 욕했다. “내 딸 물건 이리 내놔!”“내가 얘기했지. 난 그저 내 물건을 찾으러 왔다고.”임유환은 차갑게 얘기했다. 그리고 허미숙 옆에 와서, 그녀
뚜……전화는 끊겼고, 허유나는 화가 나서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이놈이, 감히 내 전화를 끊어?!화가 나서, 그녀는 다시 임유환에게 전화했다.전화는 바로 연결되었다.하지만, 임유환의 말투는 딱 들어도 바로 느낄정도로 귀찮음이 가득했다. “아직도 할 얘기가 남았어?”“임유환, 너 지금 이게 무슨 태도야!”허유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졌다. “너 엄마의 옥팔찌도 뺏어가고, 내 동생도 다치게 하고, 감히 내 전화까지 끊어?”“네 엄마 옥팔찌? 그건 내 어머니가 나한테 남겨준 물건이야. 미래의 며느리에게 주라고 했고, 이혼 했으니, 다시 가져온 것이야.”“준 물건을 다시 가져가? 너 정말 가난하더니 드디어 미쳤구나!”“그래, 가난해서 미쳤다.”임유환은 이 여자와 말하기 싫었다.“승인해? 엄마 얘기를 들으니, 너 마이바흐를 타고 있었다던데, 리스했어? 내 마음 돌리려고? 잘 들어, 임유환. 꿈 깨!”“내가 마이바흐를 리스해? 너를 위해서?”임유환이 듣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허유나, 착각 그만 해.”“그럼, 말해 봐. 차는 왜 리스 했는데?”허유나는 비꼬면서 얘기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하지만 임유환은 차갑게 대답했다.“너!”허유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 임유환. 너랑 더 이상 입씨름 하지 않겠어! 내 동생 때린 건 어떻게 할 거야!”“내가 때린 건, 맞을 짓을 해서 때린 거야.”임유환은 여전히 차갑게 얘기했다.“너! 너 무슨 자격으로! 내 동생을 감히 때려! 내 동생이 허씨 가문 독자라는 거 알기나 해!”허유나는 소리쳤다.“그래서, 네 동생만 사람이고, 난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그가 나를 모욕해도 난 참아야 하고, 그가 꽃병을 던지면, 난 그저 맞아야 해?”임유환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기에 허유나는 화가 더욱 났다.“맞아!”허유나는 막무가내였다.“하, 허유나, 넌 정말 제멋대로구나!”임유환은 어이없어서 웃었다. “네가 이렇게 막무가내이니, 내가 경고하나 하지. 이후에, 네 엄
”아주머니, 사실 전 결혼 날짜를 이미 봐 두었고, 유나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습니다.”장문호는 예의 있게 말을 꺼냈다. “시간은, 3일 뒤로 하죠. 그때, 베네치아 유람선이 S시에 머뭅니다. 결혼식은 그곳에서 하죠.”“베네치아 유람선?”허미숙은 이 얘기를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옆에서 듣던 허유나 역시 감탄해하면서 장문호를 보았다. “베네치아 유람선? 세계에서 제일 호화로운 그 베네치아 유람선?”“맞아.”장문호는 머리를 끄덕였다.눈빛엔 오만함이 가득했다.아무나 그 유람선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는 장씨 가문이 S시에서의 권력을 설명해 주고 있다!“아, 진짜야? 자기야?”허유나는 감격한 나머지 감정이 제어되지 않았다.유람선의 가치만 해도, 1조 달러는 넘었으니!그 유람선은 해상의 궁전이었다!중요한 것은, 베네치아 유람선의 주인은, 현재 세계 부자 1순위인 흑제의 소유였다!“세계에서 제일 호화로운 유람선?”허미숙은 이 얘기를 듣자, 눈에서 빛이 났다. “사위, 정말 신경 많이 썼네!”“매형, 정말 대단하세요!”허태웅은 바로 호칭을 바꿨다.“하하.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유나만 행복해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장문호는 웃으면서 허유나를 바라보았다. “허유나, 내가 준비한 것에 만족해?”“그럼, 당연히 만족하죠!”허유나는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우리 결혼식 올리자, 좋은 날짜를 선택해서. 어때?”이것 역시 그의 계획 중 하나였다.결혼식을 이용하여 허유나를 감동시키고, 그가 원하는 것을 얻은 후, 허유나를 버리는 것이었다.혼인 신고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좋은 날짜는, 그저 시간을 끄는 수단일 뿐이다.“그래요, 좋아요!”허유나는 장문호에게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자기야,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말하면서, 그는 장문호에게 키스했다.“나도 사랑해.”장문호는 가볍게 웃었다.이 모든 것은, 그의 계획으로 잘 진행되었다.“맞자, 자기야. 베네치아 유람선은 한번도
임유환과 윤여진은 최서우의 병이 악화될까 염려하여 일부러 그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임씨 집안으로 향했다.임씨 집안으로 가는 차 안에서 윤여진은 사건의 자초지종에 대해 간략하게 전해 듣게 되었다.영상 속의 그 여자는 임유환의 시중을 들던 나비라는 이름의 메이드이고 그 메이드를 남자들에게 건네준 이가 임준호라는 사실까지 다 듣고 난 윤여진도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윤여진이 알고 있는 임준호는 자상하고 따뜻한 분이었는데 그런 분이 한 일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조차도 없는 잔인한 행동에 15년 전 자신의 친아들을 직접 내쫓던 그때의 임준호가 떠올라 윤여진은 온몸이 오싹해났다.아마도 15년 전 그날부로 임준호가 완전히 변한 게 아닌가 싶었다.30분 뒤 그들은 임씨 집안에 도착했지만 워낙 깊은 밤이라 저택의 대문은 당연히 잠겨있었고 흑기군을 데리고 대문 앞에서 한참 동안 대기하고 있던 흑제가 임유환을 보고 인사를 건네왔다.“임 선생님.”“오셨어요?”임유환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세계 제일 갑부의 느닷없는 등장이 윤여진은 놀랍기만 했다.임유환을 대하는 흑제의 태도가 지나치게 깍듯해 그 둘의 사이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물을 때가 아니라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할 때라서 윤여진은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영상에서 봤던 모습을 떠올리며 윤여진이 다시 표정을 굳히자 아까부터 냉랭한 표정을 하고 있었던 임유환이 앞으로 나서더니 대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임준호, 당장 나와!”그 목소리에 깜짝 놀란 저택 사람들 몇 명이 눈을 떴고 하인 두 명이 달려 나왔다.밖에 나와 상황을 살피던 하인 두 명은 익숙한 임유환의 얼굴에 깜짝 놀랐지만 그런 놀라움도 얼마 오래가진 못했다.하인들은 이내 비아냥거리며 임유환을 향해 말했다.“어머, 이게 누구야, 우리 임유환 도련님 아니세요?”입으로는 도련님이라 하고 있었지만 그 말투 속에 진하게 녹아나 있는 조롱은 눈치를 못 챌 수가 없을 정도였다.“무슨 도련님이야, 버려진 도련
임유환의 몸은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이미 덜덜 떨리고 있었다.“주인님, 그건 저도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이 영상도 그 경찰에 대해 조사할 때 경찰 시스템을 뒤지다 발견한 겁니다.”“경찰 시스템?”“그럼 이것도 정씨 집안에서 한 짓이란 말이야?”“그것까진 아직 모르겠는데... 제가 알아본 바로는 저 여자분은 주인님... 아버님께서 직접 저 남자들 손에 넘긴 거였습니다.”이 일이 임유환의 아버지와 관련되어있기도 했고 영상 속의 여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하면 더 위험한 일에 휘말릴 것 같아 흑제는 대답을 망설였다.“아버지?”“네, 주인님.”흑제의 말에 당황하던 임유환은 재차 확인을 거친 후에 또다시 기운을 뿜어내며 당장이라도 임준호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임유환은 어떻게 자신이 직접 데려온 아이를 또 내다 버릴 수가 있는지 임준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당연히 제 한 목숨 부지하고자 행한 나약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겠지만 저 사람들 손에 끌려가면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뻔히 알면서도 내어준 게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인지 의문이 갔다.영상 속 사람들이 말하는 비밀 열쇠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임유환은 나비가 지금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 것 같았다.“임준호!”갑자기 소리 지르는 임유환 때문에 방 안에 있던 윤여진은 화들짝 놀랐다.“흑제.”“예, 주인님.”“지금 당장 흑기군 준비해서 나랑 임씨 집안으로 간다.”“예, 주인님.”지금 임유환은 약해빠진 임준호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있었다.그래서 직접 집으로 쳐들어가서 대체 나비를 누구에게 넘겨준 것인지, 나비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따져 물을 생각이었다.살아있다면 직접 얼굴을 봐야 했고 죽었다면 그 시체라도 봐야 진정될 것 같았다.임유환은 나비가 그 짐승 같은 놈들 손에 놀아나도록 두고 볼 수가 없었다.살아있다면 당장 데려다가 직접 치료를 해줄 것이고 죽었어도 데리고 와서 묻어줄 생각으로 눈이 빨갛게 충혈된 임유환은 차오르는 분노와
“나비?”아까는 얼굴이 제대로 안 보여서 몰랐는데 영상 속의 여자는 바로 임유환만 보면 도련님이라 부르며 해맑게 웃던 나비였다.그렇게 밝고 예쁘게 웃던 아이가 피범벅이 된 채 모진 고문을 견뎌내는 걸 보고 임유환은 낯빛이 창백해졌고 머리가 울려왔으면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임유환이 임씨 집안에서 쫓겨난 지도 15년이니 나비도 많이 커서 얼굴만 보면 못 알아봤겠지만 나비 문양의 반점 덕분에 한눈에 그녀의 알아볼 수 있었다.나비라는 아이는 5살의 어린 나이에 임씨 집안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때는 이름도 없어서 나비도 임유환이 직접 지어준 이름이었다.나비는 어릴 때 강도들의 손에 부모님을 잃고 그들에게 이끌려 여기저기 팔려 다니던 이이였는데 그런 그녀를 불쌍하게 여긴 임준호가 큰돈을 들여 데리고 오는 바람에 임씨 집안에서 메이드로 일을 하게 된 것이다.나비는 임유환을 보자마자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을 때릴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자신을 올려다보는 그 눈빛이 너무나도 슬퍼 보여서, 웅크린 몸을 떨고 있는 아이가 너무 애처로워 보여서 임유환은 아직까지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임유환이 임씨 집안에 들어온 이상 더는 그 어떤 괴롭힘도 없을 거라고 다독여봐도 나비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었다.다른 메이드들을 시켜 깔끔히 씻기고 머리도 빗겨주고 깨끗한 옷까지 갈아입혀 주니 왼쪽 얼굴에 있는 나비 모양의 반점도 드러났다.임유환이 그 반점을 바라보고 있으니 나비는 신분이 낮은 제가 얼굴에 난 반점으로 임유환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어 동굴 속에서 강도들에게 폭행당하던 것처럼 맞기라도 할까 봐 서둘러 반점을 가리며 몸을 떨었다.그에 임유환은 바로 나비의 손을 잡아주며 자신은 그들과는 다르다고 천천히 타일러주었다.그리고는 나비의 긴장과 두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해 정원 산책까지 데리고 갔다.드넓은 정원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있었고 그것들이 함께 조화로운 향도 만들어내고 있었다.이런 아름다운 곳은 처음 보는 나비는 처음에는 몸이 굳어버리며 어색해했지만 이
“아!”남자의 행동과 함께 흘러나온 여자의 처절한 비명이 밀실을 가득 채웠다.화면을 뚫고도 전해지는 여자의 절망과 고통에 핸드폰을 들고 있던 임유환의 몸도 떨려왔고 마찬가지로 비명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윤여진도 임유환 쪽으로 다가오며 화면을 바라보았다.“어머!”사람한테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하는 영상 속 인간들 때문에 윤여진은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고 소리쳤다.너무 집중해서 본 나머지 옆에 윤여진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렸던 임유환이 다급하게 화면을 가리며 말했다.“여진아, 넌 보지 마.”“오빠, 이 사람들 누구예요?”“아직 모르겠어.”얼굴과 입술이 창백해진 윤여진이 걱정스레 물었지만 임유환은 한숨부터 쉬며 대답했다.“여진아, 네 방 화장실 좀 쓸게.”말을 마친 임유환은 화장실로 들어가서 다시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화면 속의 여자는 여전히 은침에 찔린 손을 들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온몸을 비틀려고 발버둥 치는 여자는 마치 불판 위에 올라간 미꾸라지 같기도 했다.하지만 검은 옷차림의 남자는 그런 여자가 불쌍하지도 않은지 여전히 차가운 눈을 하고 두 번째 은침을 꺼내 들어 여자의 다른 손가락에 찔러넣었다.“아!”가슴을 관통하는 듯한 고통에 여자는 순간 고개를 확 젖혀버렸고 이미 흑과 말라 굳어버린 핏자국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머리카락이 여자의 얼굴을 가렸다.“비밀 열쇠 어딨는지 말해.”“몰라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그냥 날 죽여줘요 제발...”“죽여주세요...”남자가 아까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여자는 울며불멸 죽기를 애원하고 있었다.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으면 죽는 걸 원하고 있을까 싶어 임유환은 비통하다 못해 화까지 나고 있었다.“말했잖아, 얘기하면 죽여준다고.”말을 마친 남자는 섬뜩하게 웃더니 나머지 손가락에도 하나하나 은침을 꽂아 넣었고 여자는 온몸에 경련이 일듯 몸을 떨어대다가 한계에 다다른 건지 다시 한번 기절했다.은침이 가지런히 꽂혀있는 열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피들은 빠르게 작은 웅덩이
“마음의 준비요?”의미심장한 흑제의 말에 임유환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영상인데 그래요?”“혼자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미 암호 걸어서 이메일 보내놨어요.”임유환이 영상을 보면 어떤 반응일지 알기에 흑제는 말을 내뱉기가 어려웠다.“알겠어요.”임유환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빠르게 흑제가 보내온 이메일을 확인했다.이메일의 정체는 5분쯤 되는 영상이었는데 영상의 장소는 어두운 밀실같이 보였다.밀실 안에는 똑같은 옷차림을 한 남자가 다섯이나 있었는데 그들은 전부 눈 하나만 내놓고 있었다.임유환은 그들의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핸드폰 화면으로만 들여다보고 있음에도 무시무시한 그들의 기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남자들의 발밑에는 거의 죽어가는 젊은 여자 하나가 누워있었다.남루한 옷차림의 여자는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고 몸에는 채찍에 맞느라 생긴 생채기들이 한가득이었다.생채기 주위의 살들은 진작에 터져나갔고 팔은 안에 있는 뼈가 다 보일 정도로 앙상했다.그리고 몸에 난 상처는 그뿐만이 아니라 담배로 인해 생긴 작은 화상 자국들도 빼곡했다.옛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새로 난 상처들은 이미 옷과 붙어버려 여자의 처참한 상태를 더욱 잘 보여주고 있었다.영상을 보고 있던 임유환도 서서히 여자가 불쌍해졌다.다섯 남자들은 대체 누구길래 여자한테 이토록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그리고 여자는 또 누구인지 임유환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영상 하단에 떠 있는 시간을 보니 아직 5분 1밖에 진행되지 않은 영상에 임유환은 계속해서 화면을 들여다봤다.화면은 빠르게 전환됐고 여전히 같은 복장을 한 남자 다섯 명과 아까와 다를 게 없는 밀실이 나타났지만 아까 그 일로부터 며칠은 지난 듯 보였다.영상 속의 남자는 찬물을 들어 쓰러져있는 여자의 몸 위로 뿌렸고 여자는 갑자기 느껴지는 한기에 고통 속에서 소스라치며 눈을 떴다.“비밀 열쇠 어딨는지 말해.”검은 복면을 쓴 남자 하나가 입을 열자 나머지 네 명도 여자를 차갑게 바라
윤여진의 말에 임유환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검사할 거예요 오빠?”그때 귀를 간질거리는 윤여진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부끄러워하면서도 도발적인 말을 뱉어내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심장이 쿵쾅거렸다.“여진아, 나는...”오해를 풀어보려고 고개를 돌려 윤여진을 보던 임유환은 몸을 앞으로 숙인 탓에 훤히 드러난 검은색 슬립 아래의 몸매에 다시 말을 삼켜낼 수밖에 없었다.임유환을 포함한 모든 남자들은 시각 동물인지라 완벽한 몸매와 유독 눈에 띄는 풍만한 가슴에 저도 모르게 심장이 반응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감정도 이내 임유환의 이성에 묻혀버렸다.“후...”임유환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말했다.“여진아, 진짜 이제 그만해. 진짜 실수한다니까.”“오빠는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나긋나긋하게 말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뜨거운 숨결 때문에 점점 본능이 들끓고 있었던 임유환은 이대로 있었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것만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런데 그 순간 윤여진이 임유환의 손을 덥석 잡아 오자 우유 크림처럼 부드러운 그 느낌에 임유환은 일어서려던 다리마저 굳어버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유환 오빠, 나 장난하는 거 아니라니까요.”윤여진은 여전히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하며 잡고 있던 임유환의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그 모습에 임유환은 순간 머리가 하얘졌고 이 손을 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하고 있었다.그런데 마침 타이밍 좋게 울린 전화벨 소리에 둘 다 화들짝 놀랐고 임유환도 또 한 번 울리는 벨 소리에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윤여진도 겁먹은 고양이마냥 손을 빼내며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나... 전화 좀 받을게.”임유환이 어색하게 말하자 윤여진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네.”아까의 대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부끄럼 타는 고양이 같은 모습을 보며 웃음을 흘리던 임유환이 전화를 받았다.흑제에게서 온 전화라 조금 긴장한 채로 받았는데 역시나 전에 지시했던 일
가슴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지만 임유환은 애써 윤여진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장난치지 말라니까.”윤여진이 여전히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한 임유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서둘러 말을 돌렸다.“아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하다고 했잖아, 그거 알려줄게.”“그 얘긴 나중에 하고, 오빠 아직 내 말에 대답 안 했잖아요.”“어... 그 얘기 먼저 하자, 불 끄면 졸려서 못 할 것 같아.”임유환은 기대에 찬 윤여진의 얼굴이 보였지만 어떻게든 이 숨 막히는 상황부터 끝내보고자 평소답지 않게 우겨댔다.그리고 사실 윤여진이 한 말이 장난인지 아닌지 제대로 분간도 가지 않아 아까부터 심장이 떨리고 있었다.장난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장난이 아니라면 아주 어색해질 것 같았다.“오빠, 왜 아까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리는 것 같죠?”그때 임유환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을 보며 윤여진이 부드럽게 물어왔다.“그... 그래?”“긴장한 거예요 설마?”임유환에게 질문을 하며 코앞까지 다가온 윤여진 때문에 둘의 거리는 3㎝도 채 남지 않게 되었다.정말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닿을 것같이 가까운 거리라서 임유환은 윤여진이 내뱉는 호흡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뜨거운 숨결과 함께 풍기는 향기에 임유환은 헛기침을 하며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여진아, 이제 진짜 그만해.”사람 둘은 족히 앉을 정도로 떨어져서야 임유환은 잔뜩 긴장했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장난 아니라니까요.”임유환이 저에게서 멀어지자 윤여진은 살짝 실망한 듯 보였지만 이내 연애 수첩 제1항을 떠올린 그녀는 다시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다.그래서 윤여진은 긴장한 듯 굳어있는 임유환을 보며 익살스레 웃어 보였다.“유환 오빠, 누가 그러는데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만 서면 이상하게 긴장을 한대요.”“오빠 설마 나 좋아하는 거예요?”윤여진이 이 질문을 할 때 임유환은 이게 장난이든 진심이든 간에 서둘러 이 화제가 지속되는 것부터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둘이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이상해지는 방 안의
“어...”단도직입적인 윤여진의 말에 임유환은 뭐라 변명이라도 해야 했지만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임유환의 생각이 불순한 건 맞지만 그게 오로지 임유환의 잘못은 아니었다.이미 성인이 된 그들은 15년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윤여진은 얼굴이며 몸매며 누가 봐도 예쁜 여자로 성장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도 멀쩡할 남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임유환 역시 남자였으니 검은색 레이스 속옷에 슬립까지 입고 제 눈앞을 돌아다니고 있는 윤여진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슬립 아래로 보일 듯 말 듯 한 윤곽이 아까부터 자꾸 눈앞에 아른거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임유환은 지금 온 정신력을 다 쏟아서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자신의 눈이 윤여진의 몸으로 향하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었던 임유환이기에 당연히 같이 자자는 그녀의 요구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모든 남자들의 워너비인 그 몸을 가까이에서 본다면 밤을 조용히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오빠, 이상한 생각 한 거 맞죠?”한편 윤여진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임유환을 보며 기쁨이 섞인 목소리로 장난스레 물었다.“어...”임유환은 이젠 정말 자신이 무슨 생각인지도 잘 모를 지경에까지 이르렀다.정말 윤여진을 두고 이상한 생각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그는 윤여진이 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그녀의 몸만 보면 저절로 뜨거워지는 가슴이 대신해서 부정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여진아, 사실... 나는...”다그치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해명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진심이 전달될지 몰라 말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임유환에게 윤여진은 여전히 15년 전 꼬맹이였고 임유환 또한 그때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그는 윤여진이 자신의 마음에 대해 오해하는 것도 원치 않았고 또 윤여진도 같은 마음으로 자신을 대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여전히 그때처럼 윤여진이 힘들 때 그녀에게 힘이 돼주는 든든한 오빠가 되고 싶었는데 이 마음을 전하기에 말 한마디
“아니야, 그냥 네가 아까 한 말 생각하고 있었어.”“그럼 오빠도 나랑 같이 있고 싶은 거예요?”다급히 해명하는 임유환에 시무룩해 있던 윤여진은 다시 밝게 웃으며 물었다.“그럼.”임유환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지만 사실 그와 윤여진이 말한 같이 있는다는 서로 전혀 다른 뜻이었다.“그럼 오빠, 오늘 밤은 나랑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임유환의 팔을 감싸 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간드러지게 말하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몸이 먼저 반응할 뻔한 걸 간신히 참고는 물었다.“여기서 너랑 같이 밤을 보내자고?”“네!”윤여진이 이런 부탁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임유환이기에 제 팔에 닿아오는 말랑거리는 그 느낌도 까맣게 잊은 채 놀랐다.그런 임유환의 반응을 보던 윤여진은 혹시라도 거절당할까 봐 다급하게 한마디 더 보탰다.“여기서 자는 건 처음이라 좀 무서워요, 워낙 낯설기도 하고...”“어...”윤여진의 부탁도 일리가 있어 보여 임유환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오빠, 그냥 남아서 나랑 같이 자면 안 돼요?”윤여진은 임유환의 팔을 좌우로 흔들며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임유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가만히 있어도 예쁜 얼굴인데 애교까지 부리니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모습이 섞여 있어 웬만한 남자라면 다 윤여진한테 넘어갈 것 같았다.인내심과 자제력 하나는 자부하면서 살아왔던 임유환도 윤여진의 애교 공세에 3초도 못 버티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 알겠어.”임유환은 저도 모르게 긍정의 대답을 해버렸다.정말 이런 말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바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저를 향해 애원의 눈빛을 보내는 윤여진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역시, 오빠는 내 말 들어줄 줄 알았어요!”결국 제 말을 들어준 임유환에 윤여진의 촉촉한 눈망울에서는 빛이 나기 시작했다.“너랑 같이 있어 줄 수는 있는데, 난 바닥에서 잘 거야.”같은 방에서 밤을 보내는 건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버렸으니 임유환은 나름대로 그 안에서 최선책을 찾으려고 노력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