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알게 된 여자들은 서지혜와 서윤후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헛소리만 하지 않았다면 임유환을 그렇게까지 몰아가지도 않았을 텐데, 그럼 대단한 인맥도 얻을 수 있었을 텐데.임유환은 한 번에 2천억을 인출할 수도 있는 사람이었으니 임유환과 비하면 서희동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리고 친구들의 원망 어린 눈길을 느낀 이 사건의 원흉인 조하람, 서지혜, 서윤후는 하나같이 그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특히 조하람의 얼굴은 불에 데인 듯 뜨거워 났다.제가 몇 년 동안 애써서 만들어놓은 인플루언서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리자 정말 동창들을 볼 낯이 없었다. “그... 얘들아, 나 일이 있던 걸 깜빡해서 먼저 일어나볼게!”그래서 조하람은 아무 핑계나 대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하하, 윤후도 일이 있다네. 우리도 먼저 가볼게.”서지혜와 서윤후도 그 뒤를 따라 다급히 뛰쳐나갔다.그들 모두 이 자리에 더 있을 면목이 없었다.“하하, 그럼 우리 오늘 동창회는 이쯤 할까?”서희동은 동창들의 뜨거운 눈초리를 받진 않았지만 너무 민망했기에 서둘러 자리를 파하려고 했다.이렇게 큰 반전이 있었을 줄이야.특히 술을 따르면서 했던 말이 제일 부끄러웠다. 애초에 임유환 술이었는데 그걸 가로채놓고 본 주인에겐 따라주지도 않은 게 너무 부끄러웠다.게다가 임유환의 어마어마한 능력에 할 말을 잃기도 했다.임유환이야말로 진짜 겸손이었고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다.“후...”서희동은 긴 숨을 뱉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겨 서둘러 룸을 나갔다.그리고 임유환이라는 다른 거물이 등장하자 다른 친구들은 서희동이 나가든 말든 잡지도 않고 모든 시선을 임유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그럼 저희도 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사죄를 마친 고 전무와 이 사장도 나가려고 하자 임유환이 웃으며 말했다.“네, 가보세요.”“임 선생님이야말로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둘은 끝까지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명함을 건네주었다.“임 선생님, 이건 제 명함인데 또 은행에 오실 일이 생기면 바로
“후, 드디어 나왔네.”최서우는 호텔 밖으로 나와서야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아까 임유환이 귓가에 대고 속삭일 때는 진짜 뜨거운 열기까지 더해져 심장이 요동치는 것만 같았다.임유환은 최서우가 친구들에게 몰이를 당해 얼굴이 빨개진 줄로만 알고 말했다.“서우 씨, 차에 타요. 얼른 가죠.”그제야 정신을 차린 최서우가 고개를 들자 앞에는 타고 왔던 롤스라이스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임유환과 헤어지니 조금 아쉬워 난 최서우가 주저하며 말했다.“저기 유환 씨... 나 좀 더운데, 우리 걷지 않을래요?”최서우는 임유환이 제 요동치는 마음을 알아보기라도 할까 봐 다급히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환우 국제파크도 여기서 가깝고 하니까... 혹시 유환 씨 바쁘면 그냥 가도 되고요.”“그럼 걸어요 같이.”임유환도 어차피 급한 일은 없었기에 웃으며 최서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좋아요!”“가요.”임유환의 승낙에 웃음을 지어 보인 최서우가 임유환과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유환 씨, 아까 고 전무님은 유환 씨가 부른 거예요?”“아니요. 저도 고 전무가 올 줄은 몰랐어요.”“아마도 유환 씨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걸 거에요.”임유환이 고개를 저으며 몰랐다고 하자 최서우는 고강준이 대하 은행 VIP 고객한테 잘 보이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판단했다.“근데 오늘 유환 씨 덕분에 제 기가 좀 살긴 했어요.”임유환을 비웃고 보는 눈도 없이 그런 남자친구를 찾았다고 최서우를 비웃던 조하람과 서지혜의 어두워진 얼굴을 생각하던 최서우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오늘 내가 남자친구 역할을 잘했나 봐요.”“뭐 그럭저럭 이요.”임유환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웃으며 묻자 최서우는 임유환이 너무 오만해지지 않게 손바닥을 탁탁 치며 새침하게 대답했다.“그럼 서우 씨 부탁은 다 들어준 거죠?”“그게... 아직 좀 남았는데...”임유환의 미소에 최서우의 눈빛이 난감한 듯 흔들렸다.“아직도 끝이 아니라고요?”“... 책임져야죠 이제.”“무슨 책임
“서우 씨, 오늘 좀 이상하네요.”“대답 먼저 해요.”임유환이 참지 못하고 물었지만 최서우는 딱 잘라 말하며 대답을 재촉했다.“음... 그게...”고집 센 최서우를 보며 임유환은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주저했다.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말로 하기엔 조금 어려운 감이 있었다.처음 최서우를 병원에서 만났을 때, 저를 연구대상으로 실험대에 눕히려고 일부러 유혹하다가 실밥까지 풀리게 한 사실을 임유환은 잊을 수가 없었다.물로 최서우는 기억도 못 할 일이겠지만 임유환에게는 너무 큰 인상을 남겼기에 임유환은 늘 최서우가 저를 실험대상으로 삼아 해부하겠다고 달려들어 살 한 점이라도 떼어갈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됐어요, 말 못 하겠나 보네!”임유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던 최서우는 임유환이 아까 했던 말들도 다 그저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요 서우 씨, 제가 하고 싶은 말은...”임유환은 난처한 얼굴로 이 말 해도 별로고 안 말하면 오해할 만할 말을 굳이 해야 할까 고민했다.“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서우 씨, 제 몸에는 관심 없죠?”볼에 바람을 가득 넣고 저를 올려다보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몸이요? 내가 그렇게 욕구가 강한 사람으로 보여요?!”최서우는 본인이 그 몸을 탐내서 자려고 들러붙은 줄로 오해하는 임유환에 빨개진 얼굴로 짜증을 냈다.“네? 지금은 관심 없어요?”“내가 변태도 아니고 왜 당신 몸을 탐내요?!”정말 놀랍다는 듯 묻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어...”몸을 탐낸다는 말에 임유환도 최서우가 자신의 뜻을 오해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럴만한 말이었던 것 같아서 임유환은 다급히 해명했다.“그런 뜻이 아니라, 내 몸을 탐내지 않냐고요? 아, 이게 아니고... 내 말은 내 몸으로 연구 같은 거 할 생각 이젠 없냐는 뜻이었어요.”임유환의 말을 들은 최서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작 그게 무서워서 그런 표정을 지은 임유환을 못마땅한 눈
이상한 질문을 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머리가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최서우도 말을 내뱉고서야 잘못 말했음을 자각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해명했다.“아니에요! 유환 씨 그런 뜻이 아니라 어떤 성격을 더 좋아하냐는 뜻이었어요!”역시 최서우가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할 리가 없지, 성격을 묻는 거였다는 말에 안도하며 대답했다.“당연히 지금 성격이 더 좋죠.”임유환의 대답에 최서우는 의외라는 듯 물었다.“남자들은 다 개방적인 거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하하,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죠.”“딱 봐도 거짓말이네요.”“네?”최서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임유환이 당황해하며 물었다.“개방적인 거 싫어한다면서 그때 내가 유환 씨 유혹할 때는 왜 그렇게 크게 반응했어요?”말을 하는 최서우는 자신의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꼈지만 오히려 더 당당하게 임유환을 바라보자 임유환이 더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임유환은 기침으로 이 어색함을 떨쳐내려 애쓰며 대답했다.“그게, 그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남자라면 다 반응을 하지 않을까요?”“그럼 좋아한다는 거네요?”최서우는 섹시한 붉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유혹적인 표정과 함께 임유환 귓가에 가져다 대며 속삭였다.“나중에 다시 해볼래요?”그 한마디에 사레가 들린 임유환은 연속 기침을 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아니요, 괜찮아요... 나 좀 그냥 보내줘요.”“장난이에요, 뭘 그렇게 놀라요? 엄청 정직한 사람이네.”손을 내젓는 임유환에 최서우가 웃으며 말했다.눈앞의 남자에게 점점 더 흥미가 생기는 것 같았다.“하하...”멋쩍게 웃은 임유환은 최서우가 또 이상한 말을 할까 봐 웃기만 하고 대꾸는 하지 않았다.그렇게 둘은 걸으며 파크 입구를 지나는데 스크린에 크게 걸린 서인아와 정우빈의 결혼사진이 눈에 거슬렸던 임유환이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그에 최서우는 눈썹을 꿈틀거렸다.여자의 직감이 말해주건대 임유환과 서인아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유환 씨, 서인아 씨랑은 진짜 아
최서우는 차갑게 식은 얼굴로 카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는 장미와 함께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서우 씨, 갑자기 왜 그래요?”임유환은 창백해진 서우의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아니에요 아무것도. 데려다줄게요.”최서우가 억지로 웃으며 차 문을 열어주자 임유환은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일단은 차에 올랐다.그렇게 둘이 흰색 벤츠를 타고 사라지는 걸 검은색 벤틀리에 타고 있는 남자가 지켜보고 있었다.그 남자가 바로 장미와 카드를 최서우에게 선물한 사람이었다. 최서우가 그것들을 버릴 것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 예상에는 없던 다른 남자의 등장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최서우는 대학 때 저와 헤어지고 나서 남자를 혐오하여 연애라고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으니 남자친구는 아닐 텐데.그는 해외에서 3년 만에 돌아온 최서우의 전 남자친구였다.이번에 S 시에 온 건 당연히 다시 최서우와 잘해보기 위해서였다.그때 그렇게 헤어지고 후회도 했었는데 최서우가 저 때문에 남자를 싫어한다는 소리에 아직도 저를 못 잊은 거라고 생각해 자신만만하게 다시 사귀려고 돌아온 것이다.그리고 최서우는 3년 전보다 더 우아했고 여자다워졌기에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그리고 지금 그는 해외에서 상장한 회사의 이사장으로 자산이 2만 억 정도 있었기에 최서우가 아니라 그 어떤 여자라도 단번에 넘어오게 할 자신이 있었다.아까 최서우 옆에 선 남자를 보니 온몸에 싸구려 옷들만 걸쳤던데 그런 놈 하나 상대하는 건 그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그래서 남자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고는 시동을 걸어 최대호에게로 향했다.그는 이미 최서우에 관한 모든 걸 알아둔 상태였다. ...“서우 씨, 그 꽃은 누가 준 거예요?”집으로 돌아가면서도 표정이 풀리지 않는 최서우를 향해 임유환이 물었다.“그냥 전에 동료였던 사람이 준 건데, 그 동료를 내가 좀 싫어했었어요.”“동료요?”차갑게 말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미간을 찌푸렸다.최서우가 이성에게 고백을 받고 이렇게 큰
15분쯤 흐르자 최서우와 임유환은 정안 별장구역에 도착했다.여기는 조금 오래된 별장이라 조용하고 가격도 높지 않아 노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벤츠가 별장구역 3동에 멈춰 섰다.최서우의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임유환은 몇 번이나 더 묻고 싶었지만 그러면 실례일 것 같아 간신히 참아냈다.그렇게 최서우가 열쇠를 열고 들어간 집에는 최대호를 보살피고 있는 조명주가 보였다.“명주야, 너 아직 안 갔어?”할아버지를 집에 모셔다드리고 작전 지역에 간 줄로만 알았던 조명주가 아직도 곁을 지키는 모습에 최서우는 놀라며 물었다.“너 오는 거 기다렸지. 근데 유환 씨는 왜 같이 왔어?”“조 중령님은 절 별로 환영하지 않으시는 것 같네요.”저는 조명주를 화나게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살갑지 않은 태도에 임유환의 입꼬리가 떨려왔다.“아니에요...”그에 눈빛이 흔들린 조명주가 무슨 말을 하려다 다시 입을 다물었다.조명주는 최서우 혼자 돌아오는 줄 알았기에 기다렸다가 임유환이 환우 국제파크에 갔는지 확인해볼 생각이었다.조명주는 사실 괜히 호기심만 불러일으킨 것 같아 아까 임유환에게 환우 국제파크 얘기를 한 걸 후회하고 있었다.“조 중령님, 저한테 무슨 할 말 있어요?”그리고 그걸 알아본 임유환이 묻자 돌려 말하는 걸 싫어하는 조명주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됐어요, 그냥 물을게요.”“환우 국제파크 갔어요?”“네.”“서인아 씨... 웨딩사진은 봤어요?”“네.”이어지는 긍정적인 대답에 조명주는 다급히 말했다.“유환 씨, 일단 흥분하지 마요. 그 결혼은...”“걱정 마요. 안 갈 거예요.”말을 하면서도 임유환은 제가 우스워 났다.서인아가 직접 사진까지 걸면서 저를 밀어냈는데 거기에 또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민다면 그건 자신만 더 우스워지는 꼴인 것 같았다.“그래요.”임유환이 또 흥분해서 이상한 짓을 할까 봐 가슴 졸이던 조명주도 결혼식엔 참석하지 않겠다는 임유환의 말을 듣고 안도했다.이젠 안심하고 작전 지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놈 말하는 거예요?”아까의 최서우와 마찬가지로 표정이 굳어진 조명주를 본 임유환은 꽃을 선물한 사람이 더 궁금해졌다.“그게...”“명주야, 말하지 마!”조명주가 입을 열자 임유환에게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최서우가 조명주를 말렸다.“그놈이 대체 무슨 염치로 또 널 찾아온 거야!”조명주가 그놈이라 칭하는 사람 때문에 그 밝던 최서우가 대학교 3학년을 기점으로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게 된 것이다.그러니 조명주는 그놈을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됐어 명주야, 이미 다 지난 일이잖아. 그 사람이 와도 모른 척 할 거야.”최서우는 떠올리기도 싫은 과거에 차가운 눈을 하고 말했다.“알겠어.”“아이고...”조명주가 마지못해 알겠다고 하니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던 최대호가 한숨을 내쉬었다.임유환 덕분에 최서우가 그 일은 다 잊고 다시 이성에게 마음을 연줄 알았는데 그놈이 하필 지금 돌아오다니, 게다가 양심도 없는지 최서우 앞에 다시 나타나니 최대호도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 나 진짜 괜찮아요. 그러니까 한숨 쉬지 마요.”최서우는 병이 이제 막 다 나은 할아버지가 또 제 걱정에 잠 못 이룰까 봐 애써 괜찮은 척을 했다.“서우야, 그냥 유환 씨한테 얘기하는 게 어때? 유환 씨 정도의 실력이면 그 이상한 병도 고칠 수 있지 않을까?”임유환에게 최서우의 병을 고쳐줄 수 없겠냐고 늘 부탁하고 싶었던 최대호는 오늘 일을 기회 삼아 마침내 입을 열었다.“할아버지!”하지만 최서우는 이런 부끄러운 일을 저와 상의도 없이 말한 최대호에 입술을 말아 물었다.“서우야, 나도 다 네가 걱정돼서 이러는 거잖아.”“평생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거야? 그렇게 외롭게?”“혼자가 어때서요? 남자들은 다 믿을 게 못 돼요.”최대호의 잔소리에도 최서우는 입술을 말아 물며 고집스럽게 말했다.최대호는 그런 손녀를 보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어르신, 그 이상한 병이 뭐예요?”계속 한숨을 쉬는 최대호에 도대체 어떤 병이기에 평생
“최서우 씨한테 정말 그런 병이 있다고요?”제가 아는 최서우는 이성한테 아주 개방적인 사람이었고 혐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기에 임유환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임유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최서우도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럼 가짜겠어요?”“근데 그때 병실에서는 왜...”“그건 서우가 유환 씨 꼬드겨서 연구실로 데려가려고 그런 거예요. 서우는 당신을 같은 남자는 다 싫어한다고요!”조명주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 임유환을 흘기며 말했다.“아...”그때 임유환은 문득 최서우가 전에 남자에겐 관심 없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때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진짜였구나...“이제 무슨 병인지 알았으니까 고칠 수 있어요?”“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조명주의 걱정어린 질문에 임유환이 한숨과 함께 답을 했다.“이건 마음의 병이라 서우 씨 마음에 상처를 낸 사람만이 풀 수 있는 문제에요. 서우 씨가 직접 마주쳐야 한다는 말이죠. 그게 아니면...”“서우 씨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다른 남자가 나타나야죠. 그 남자가 서우 씨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도 가능하긴 한데... 그게 좀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리고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하고.”“단점이 뭔데요?”“어...”잠시 망설이던 임유환이 아무래도 사실대로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입을 열었다.“단점은 서우 씨가 평생 그 남자만 보고 살 거라는 거에요. 다른 남자는 다시 못 받아들일 거에요.”“물론 이건 그냥 이론일 뿐이고요. 실제로 어떻게 되는지는 그때 가서 봐야 아는 거예요.”“그리고... 최서우 씨한테 이런 병까지 있으니까 새로운 남자를 찾기도 쉽진 않을 거예요.”“이런 젠장!”그놈만 아니었어도 최서우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조명주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됐어 명주야. 나는 지금도 좋아. 너랑 같이 있으면 행복해.”최서우는 자신한테는 더는 중요해지지 않아진 남자 때문에 조명주가 화내는 게 싫어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우리 신의 양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