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지는 약간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그러더니 이윽고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중학교 교장인 그녀가,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사회 초년생에게 교육을 당하다니.화가 나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소민지는 자기 이미지도 신경 쓰지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너 이 자식 누구한테 그런 말버릇이야!”“당신한테요.”임유환은 담담하게 소민지를 보면서 얘기했다.“악!”소민지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이 새끼가, 우리 엄마한테 말대꾸를 해?”조명훈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일어나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내가 한 말 중에 틀린 거라도 있어?”임유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아저씨와 아주머니는 항상 너희를 잘 대해주셨는데 너희들은 들어오자마자 두 분을 해치울 생각만 하고 있잖아. 세무부 부장이라더니, 평소에 다른 사람을 짓밟으면서 희열을 느끼나 봐? 게다가 부장의 부인은 책을 많이 읽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되지 못한 것 같은데.”“너... 너...!”그 몇 마디에 소민지는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화가 나서 얼굴은 토마토처럼 붉어졌다.“됐어!”조덕화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어두운 눈빛으로 임유환을 보면서 얘기했다.“너 이 새끼, 네가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네가 우리한테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 것 같아? 내 동창의 얼굴을 봐서라도 봐줄 테니 얼른 사과해!”“사과요?”임유환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사과는 먼저 무례한 행동을 한 사람이 동호 아저씨와 선이 아주머니에게 사과해야죠.”“너!”조덕화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지만 이윽고 또 화를 쏟아냈다.“말이 안 통하는 자식!”“내가 말이 안 통한다고요?”임유환의 눈에 냉기가 서렸다. “당신들이 먼저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모함했잖아요. 왜 갑자기 내가 말이 안 통한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내 아내는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이야. 너희가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는 단번에 알아챌 수 있어. 몇천억짜리 프로젝트를, 몇천
“그게...”임유환의 말에 윤동호 부부는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그들은 임유환이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두 사람의 체면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아!”조덕화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역시 무식하면 당당하다더니.”“그 말에 해당하는 건 당신들 같은데요.”임유환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너...!”조덕화는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차갑게 코웃음 친 후 얘기했다.“난 너랑 달라. 이 호텔의 진정한 주인이 누군지 알아?”바로 흑제 어르신이다!“내가 나라고 얘기했잖아요.”임유환은 여전히 굽히지 않고 대답했다.“하, 자신만 가득해서.”조덕화는 피식 웃었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몇십 년 살아오면서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아버지, 저런 자식이랑 무슨 쓸데없는 말을 그렇게 많이 해요. 자기가 호텔 주인이라니, 지배인을 불러서 확인해 보면 되잖아요.”조명훈이 피식 웃었다.그는 팔짱을 끼고 원숭이 보듯 임유환을 쳐다보았다.이제 진실이 곧 까발려지고 임유환이 망신을 당할 차례다.무식함의 대가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리고 윤서린에게도 누가 더 훌륭한 남자인지, 누가 능력 있고 권력 있는 남자인지 똑똑히 보여줄 심산이었다.“명훈아, S호텔의 지배인은 부르고 싶다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다.”조덕화는 속으로 약간 놀랐다.S호텔의 지배인은 흑제 어르신을 직접 모시는 사람이다.세무부 부장이 아니라 시장이 온다고 해도 만나기 어렵다.“그렇군요.”조명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임유환을 보더니 알겠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지배인의 신분이 높다는 것을 알고, 지배인이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아서 그렇게 얘기한 거였구나!”“그래, 맞는 것 같아!”조덕화는 눈이 번쩍 뜨였다.임유환은 눈앞의 이 두 사람을 보면서 차갑게 웃고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지배인을 만나보고 싶으면 내가 당장 부를게.”말을 마친 그는 바로 흑제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이 자식, 정말 무식함을 무기로 자신만만해하네?”조덕화는 차갑게 웃더니 임유환을 쳐다보았다.“얼른 두 사람의 말을 듣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개망신을 당하게 될 테니까. 그때 가서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해 봐야 할 거야.”“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임유환이 담담하게 웃었다.“하.”조덕화는 결국 참지 못하고 순식간에 험악해진 말투로 얘기했다.“솔직히 얘기하면 너처럼 아무것도 아니면서 허세만 부리는 사람, 세무부 부장으로서 너무 많이 봐왔어. 하지만 다들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더군.”“하하, 그래요?”임유환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비웃듯이 조덕화를 보았다.“솔직히 당신처럼 별로 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계속 권력 얘기를 하는 사람도 많이 봤어요. 다들 큰일을 하지는 못하더라고요.”“뭐라고?”그 말은 바로 조덕화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조덕화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표정이 확 굳었다.“제 말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임유환은 조덕화를 담담하게 바라보더니 얘기했다.“정말 대단한 사람은 자기 입으로 권력 얘기를 꺼내지 않아요. 밥을 사준다면서 볼품없는 채소랑 감자만 시키는데, 안 그래요?”너...!”조덕화는 울분이 치밀어 말문이 턱 막혔다. 격한 분노 때문에 몸이 덜덜 떨려왔다.“그래, 이 자식아. 내가 널 너무 얕봤구나.”조덕화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면서 얘기했다.“네가 이 호텔의 주인이라면서? 지배인을 불렀다고 했잖아. 그래, 우리가 여기서 같이 기다려주지.”“그래요.”임유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조덕화는 흠칫했다. 하지만 이윽고 차가운 웃음만 흘렸다.그가 봤을 때 임유환은 그냥 억지로 허세를 부리는 것이었다.“그래!”조덕화는 표정을 굳히고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지배인은 언제 오는 거냐.”“곧 올 거예요. 근데 배가 고프네요. 동호 아저씨도 배가 고프시죠? S호텔에 왔으니 이곳의 메인 요리를 먹어봐야 하지 않겠어요?”“웨이터, 주문.”임유환이 룸 입구를 향해 소리쳤다.직
“주문했어요?”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윤동호 부부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유환 씨, 방금 말한 돈을 안 내도 된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아저씨, 아주머니...”임유환이 설명하려 할 때 조명훈이 나서며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돈을 안 낸다고? 설마 우리한테 빌붙으려는 거예요?”“빌붙는다니요.”임유환이 언짢은 듯 눈썹을 꿈틀거리자 조명훈 비웃으며 말했다.“그게 아니면 뭔데요? 당신이 돈이 이렇게 많을 리가 없잖아요.”“호텔이 내건 데 내가 왜 여기서 돈 내고 밥을 먹겠어요.”“호텔이 당신 거라고요? 허세도 작작 부려야지.”담담히 말하는 임유환에 조명훈은 조소로 받아쳤다.“당신이 정말 여기 사장이면 직원들이 왜 당신을 몰라보겠어요?”“제가 직접 호텔에 오는 일은 아주 드무니까요. 못 알아보는 건 당연하죠.”“너!”조명훈은 임유환의 말에 말문이 막혀버렸다.“아들, 신경 쓰지마, 그냥 있는 척이라도 하게 내버려 둬.”조덕화가 그런 조명훈을 말리며 낮게 말했다.어차피 임유환이 멋대로 주문한 음식이니 임유환더러 계산하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네, 아빠.”조명훈은 조덕화의 말에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자기야, 뭐하러 저런 사람들이랑 말을 섞어.”“솔직히 다 아저씨 덕분에 저 사람들도 여기 앉아있는 거잖아. 아저씨 돈이랑 권력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지.”“그런데도 감사하기는커녕 아저씨만 원망하고, 돈 없는 사람들이 허세는 더 많다니까. 급 떨어져.”“우리 자기 왜 이렇게 똑똑해? 하는 말마다 다 맞네.”이신비의 말을 들은 조명훈은 금세 또 기분이 좋아져서 웃어댔다.“역시 우리 맘 알아주는 건 신비밖에 없다니까.”조덕화 부부도 예비 며느리의 말을 듣고는 아주 흡족해하며 미소를 지었다.“저는 사실만 얘기한 것뿐이데요 뭘.”이신비는 입술을 말아 물며 조신한 척을 해댔다.미래의 시부모님이기도 하고 또 그 집안의 권력과 재력이 제 인생을 바꿔줄 수도 있었기에 이신비는 어떻게 해서든 그들에게 잘 보
“염 지배인님?”진짜로 이곳에 등장한 염지훈에 다들 깜짝 놀라며 말을 더듬었다.“염... 염 지배인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조덕화가 놀라운 가슴을 진정시키며 물었다.“당신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조덕화에게는 쌀쌀맞게 대하던 염지훈이 임유환을 보자 공손하게 90도 인사를 했다.“사장님!”“사... 사장?”임유환을 사장이라 칭하는 염지훈에 깜짝 놀란 조덕화 일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뻔한 걸 겨우 참아냈다.임유환이 정말로 S 호텔 사장이었다니!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다들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임유환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염 지배인.”“오셨습니까, 사장님!”염지훈은 어찌나 공손한지 땅까지 파고 들어갈 기세로 굽신거렸다.“미안해요, 여기까지 오라고 해서 귀찮았죠.”“사장님, 아까 들어보니까 누가 사장님에 대해 안 좋게 말하던데, 이 사람들인가요?”미간을 찌푸리며 조덕화 일가에게로 눈길을 돌린 염지훈에 그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며 다급히 일어나 해명하기 시작했다.“염 지배인님, 그럴 리가요! 그런 일... 없습니다!”“그럼요, 다 오해입니다.”그 고고하던 소민지도 나서서 아부를 해대는 모습에 염지훈은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조급해 난 조덕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염 지배인님, S 호텔 사장님은 흑제 어르신 아니었나요? 왜... 임유환 씨가...”“S 호텔 사장이 한 분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요.”염지훈의 대답을 들은 조덕화와 소민지는 낯빛이 하얗게 질리며 그동안 임유환에게 했던 말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누가 누굴 욕해... 그들이 바로 그 바보 멍청이였다.조덕화 일가는 임유환이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가만있은 건 두려워서가 아니라 상대할 가치도 없어서였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렸다.염지훈은 조덕화 일가가 임유환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을 알고는 임유환에게 넌지시 물었다.“사장님, 식사하시는 데 불편하시면 저 사람들 내보낼까요?”“아니요, 됐어요. 다 아저씨 친
“임... 임 선생님?”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린 채 이민호를 바라보았다.S 시 작전지역 중령씩이나 되는 사람이 임유환에게 선생님이라 칭하는 모습이 임유환 신분을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의아하게 보일 만했다.이민호는 그런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여전히 임유환만 보며 인사를 했다.“임 선생님도 식사하러 오셨어요?”“네, 여기서 다 보네요.”“유... 유환 씨, 둘이 아는 사이에요?”그때 간신히 놀라움에서 헤여나온 윤동훈 부부가 임유환을 향해 물었다.좀 전 염 지배인 일로도 충분히 놀라운데 이번에는 작전지역 이민호라니!이민호는 그 어떤 부서의 부장보다도 한참 위에 있는 무려 작전지역의 중령이었다.시장도 중령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이 임유환에게 이리 공손하니 놀라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아, 그냥 예전에 작전지역에서 알고 지낸 전우예요.”“전우? 유환 씨 군인이에요?”임유환이 아무 이유나 갖다 대며 둘러대자 윤동훈이 이것도 놀랍다는 듯 물었다.“전에는 군인이었죠. 이젠 아니에요.”“어머!”어린 나이에 군인이었다니, 그때부터 중령은 넘어선 그 신분에 윤동훈과 김선은 속으로 끊임없이 놀라고 있었다.“아저씨,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임유환 씨 전우 이민호라고 합니다.”임유환의 둘러대는 말을 들은 이민호가 눈치 빠르게 윤동훈과 김선에게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안녕하세요! 반가워요!”작전지역 중령을 인사를 받은 윤동훈이 흥분하여 서둘러 인사를 받아주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조덕화 일가는 너무 부러워 질투심만 차올랐다.“저도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가워요!”“편하게 대하세요, 이 중령님.”“하하하!”이렇게 높은 사람한테 받는 공손한 대접이 익숙지 않았던 윤동훈이 어찌할 줄 모르자 이민호가 사람 좋게 웃으며 임유환을 향해 말했다.“그럼 임 선생님, 식사하세요. 저는 방해 그만하고 나가볼게요. 시간 되실 때 차나 한잔 같이해요. 물론 임 선생님 시간 되실 때요.”“네, 그렇게 해요.”“그럼
아까 일 때문인지 조덕화 일가는 더 앉아있기도 불편해 서둘러 밥을 먹고는 자리를 떴다. 그래서 한 상 가득 남은 음식들이 아까웠던 윤동훈은 집에 싸가기로 했다.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김선은 아직도 통쾌한지 윤동훈을 향해 말했다. “여보, 아까 조덕화 얼굴 봤어? 서리맞은 가지 같더라니까. 이제 다신 우리한테 잘난 척 못 하겠네!”조덕화 집안에 몇 번이나 수모를 당해왔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갚아주었다.그리고 이 모든 게 임유환 덕분이었기에 윤동훈은 임유환을 보며 웃었다.“그렇겠네.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워요 유환 씨.”“별말씀을요.”“그런데 유환 씨가 언제 S 호텔 사장이 된 거예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우린?”“저는 그냥 작은 주주일 뿐이에요. 실질적인 사장은 흑제죠. 그래서 아저씨 아주머니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실까 봐 지금까지 말도 못 했어요.”윤동훈의 질문에 임유환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가 유환 씨 같은 사위를 만난 게 복이죠 정말.”“우리 유환 씨는 다 좋은데 너무 겸손해요!”윤동훈과 김선은 손사래를 치며 임유환을 칭찬하기에 바빴다.“그 정도는 아닌데, 저 너무 띄워주시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이것 봐요, 너무 겸손해서 탈이라니까.”임유환이 부끄러워하자 김선은 더 기뻐하며 웃었다.임유환같이 완벽한 사람이 사위로 들어오다니, 김선은 보면 볼수록 맘에 들었다.제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임유환을 보며 윤서린은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 깊은 눈동자도 조금 촉촉해졌지만 윤서린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은 채 집으로 향했다.그렇게 집에 들어온 임유환은 윤서린 상처에 연고부터 발라주었다.이미 거의 다 사라진 멍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한 임유환이 입을 열었다. “서린아, 오늘만 지나면 다 나을 것 같아.”임유환은 분명 좋은 소식을 전했지만 윤서린은 어딘가 서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유환 씨는 이젠 가는 거예요?”“응.”“알겠어요.”임유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서린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
“우음...”아무 대비도 없이 들이닥친 임유환의 입술에 윤서린은 눈을 크게 떴고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만 같아 임유환의 가슴팍을 그 작은 손으로 내리쳤다.하지만 임유환은 그럴수록 윤서린을 더욱 꽉 안아왔다.임유환이 이렇게 갑자기 입을 맞춰 올지 몰라 처음에 깜짝 놀랐던 윤서린도 그의 계속되는 입맞춤에 점차 점차 적응한 것인지 반항을 하던 몸짓도 약해져 갔다.임유환은 윤서린을 더욱 꽉 껴안으며 그 말캉한 입술을 훑었다.그에 몸이 저절로 반응한 윤서린은 임유환의 목을 끌어안았다.임유환은 눈을 감고 윤서린의 손길을 느끼며 더는 윤서린을 자극하지 않았다. 그렇게 윤서린의 경계심도 완전히 사라지고 둘은 온전히 그들만의 세상으로 빠져들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서로에게서 몸을 떼고 임유환이 다정한 눈으로 윤서린을 바라보았다.“이렇게 갑자기 덮치는 게 어딨어요...”윤서린이 침대 사이에 선을 그으며 말했다.“오늘 밤은 절대 이 선 넘지 마요!”“귀여워.”임유환은 그 깜찍한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윤서린도 코를 찡긋거리며 삐진 티를 냈지만 눈 속에 가득한 다정함은 어떻게 감출 수가 없었다.볼을 따라 귀까지 빨개져서는 선을 긋는 모습에 임유환은 또 윤서린에게로 다가갔다.“안돼요, 엄마 아빠 들어요...”그러자 윤서린은 다급하게 말렸다.엄마 아빠가 바로 옆방인데 여기서 임유환이랑 그렇고 그런 것을 하면 분명 소리가 들릴 것이었다.그것만큼 민망한 일이 없었기에 윤서린은 애써 임유환을 밀쳐냈다.“그럼 아저씨 아주머니 다 잠드시면 할까?”“그래도 안 돼요!”“저리 가요! 아무튼 안 된다고요!”윤서린은 입술을 앙다물고 얼굴을 붉혔다.“이 선 넘지 마요. 넘으면 나 진짜 화낼 거예요!”“하하하!”윤서린은 귀까지 뜨거워 나며 말을 했지만 임유환은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장난이야, 진짜 바보야 너?”“유환 씨랑 말 안 해요!”임유환의 장난스러운 얼굴을 보고서야 저를 놀리는 것을 알아차린 윤서린이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눈물까지 차올랐다.“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