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빠진 안지용은 거품을 물고 놀란 눈으로 눈앞의 임유환을 바라보았다.만약 임유환이 정말 호패의 주인이라면 안지용이 아까 했던 행동들은 최고 군령에 어긋나는 것들이었다.안지용이 놀란 틈을 타 장갑차 부대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차들이 땅을 짓누르면서 내는 소리는 강씨 일가와 안지용의 가슴을 강타하며 그들의 호흡마저 가빠지게 했다.그리고 갑작스러운 대규모 군대들의 등장에 김우현도 두 눈을 굴리며 의아해했다.안 원수가 부른 부대들인가?“관계자 외 사람들은 신속히 이동해주십시오, 경계선 밖으로 물러나십시오!”그때 귓가에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가 김우현의 생각을 끊었다.김우현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올려다보며 물었다.“안 원수님이 불러서 오신 분들입니까?”“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잖아. 얼른 비켜!”부관이 낮게 다그치자 김우현이 입을 삐죽이며 아부를 해댔다.“아이고, 부관님. 이렇게 본 것도 인연인데 무슨 일인지 저한테만...”“당장 비키라고 마지막으로 말해.”아부가 통하지 않는 부관의 경고에 김우현은 체면이 구겨졌지만 작전 지역 사람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었기에 일단은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가자, 얘들아.”그렇게 김우현은 궁금함만 한가득 안은 채 경계선 5킬로미터 밖으로 내쳐졌다.반경 5킬로미터 이내는 군대들에 의해 완전히 봉쇄되어 파리 한 마리 들어갈 틈도 없었다.김우현은 하는 수 없이 상황이 종료되면 안지용에게 직접 물어보려고 경계선 밖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한편 경계선 안에서는 한 대 한 대 줄지은 장갑차들이 강씨 집안 별장 앞에 멈춰서고 있었다.그리고 그 뒤를 따르고 있는 픽업트럭에는 전신무장을 한 육군 전사들이 타고 있었고 선두의 오프로드카에는 각 작전 지역의 지휘관들이 타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다 대장급 전사들이었다.그들을 실제로 마주한 안지용은 꼭 쥔 두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24개 작전 지역의 지휘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그리고 그보다 더 무서운 건 하늘을 빼곡히 채운 검은색 전투기들 아래로 발걸음 소리마저 일치
주위는 그야말로 정적이었다.그리고 강씨 일가의 수많은 눈동자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임유환에게로 향해 있었다.대장 하나가 차에서 내리니 그 뒤를 따라 하나, 둘, 셋... 그렇게 스물 네 명의 대장들이 모두 차에서 내려 임유환에게 공손하게 경례를 했다.“천운 작전 지역 대장 서수홍, 현장에 도착했습니다!”“강운 작전 지역 대장 이율, 현장에 도착했습니다!”“...”“동해 작전 지역 대장 한준, 현장에 도착했습니다!”그렇게 스물네 개 작전 지역의 대장들이 차례대로 임유환에게 인사를 올렸다.거기에 그치지 않고 파란 제복 차림의 군사들이 다가오더니 또 같은 계급끼리 임유환을 향해 경례했다.“해역 작전 지역 이적, 현장에 도착했습니다!”“대역 작전 지역 손서진, 현장에 도착했습니다!”“...”우렁찬 목소리가 그렇게 끊임없이 한참을 울렸고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강씨 일가는 숨 막힐 듯한 긴장감에 감전된 사람마냥 몸이 튀어 올랐다.모든 작전 지역의 수령들이 한곳에 모이는 건 국가 대행사가 있을 때만 볼 수 있는 광경인데 그걸 바로 코앞에서 실제로 보니 강씨 일가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리고 마찬가지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안지용은 넋을 아예 놓고 있었다.한 작전 지역 원수인 안지용은 이 많은 대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안 원수... 이 대장들은 다 진짜... 겠지?”“네...”마찬가지로 혼이 나가 입술을 떨며 물어오는 강호명에 안지용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P 시 작전 지역 대장의 얼굴은 알고 있었으니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임유환 같은 젊은 사람이 어떻게 이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게 된 거지?그 나이 정도면 대장이 최대일 텐데 모든 군사를 통솔할 수 있는 호패까지 거머쥐다니, 이런 대단한 사람이 임씨 집안에서는 왜 쫓겨난 거지?지금 보여지는 게 이 정도면 그 뒤에 감춘 진짜 힘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 거야?수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임 선생님... 제발... 죽이지만 말아주세요...”상황파악을 마친 강호명은 낯빛이 창백해진 채 흔들리는 동공으로 임유환에게 사정했다.그 절대적인 힘 앞에서 누구도 감히 반기를 들지 못했다.“강호명, 내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넌 알 텐데.”베일 듯 날카로운 임유환의 시선에 강호명은 몸을 부르르 떨며 애원했다.“임 선생님, 그날 일에 대해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임 선생님을 몰라뵙고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는 이미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 일로 손자놈까지 잃었는데... 제발 저희 강씨 집안 한 번만 봐주세요...”“선생님 어머님 저택에서는 지금 당장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선생님 앞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용서?”임유환은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난 너한테 분명히 기회를 줬던 것 같은데. 선택은 네가 한 거야.”“제가,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선생님 같은 어른이 한 번만 관용을 베푸시면...”강호명은 애원하며 제 손을 들어 뺨을 후려쳤다.“제발요! 전에는 저희가 정말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강호명의 행동에 강씨 일가 모두가 땅에 머리를 조아리며 빌어댔다.“잘못했다?”하지만 임유환은 여전히 온기 없는 얼굴과 목소리로 제 앞에 무릎 꿇은 강씨 일가를 내려다보았다.“만약 내가 이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면 오늘 너희들 손에 죽었겠지?”“그리고 서린이도!”“내가 이걸 어떻게 갚아주면 좋을까 싶어.”“모두 강준석 그놈이 혼자 생각해낸 꼼수입니다. 저희 집안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그래서 너희들과는 상관없다 이 말이야?”일이 틀어지자 제 손자도 내팽개치는 모습이 참 대단한 집안다웠다.임유환은 표정을 더욱 굳힌 채 말했다.“너희들이 잘못 가르쳐서 그런 거잖아.”“그... 그건 어르신이 가르치신 거라... 저희와는 상관없어요!”“이런 빌어먹을 것들!”어르신이고 뭐고 저들부터 살고 보겠다고 강호명을 손가락질해대는
죽음의 신호임을 알아챈 안지용만 초조해하고 있을 때 확인 사살을 하는 임유환의 말이 들렸다.“강씨 집안 사람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 죽여.”높지 않은 언성임에도 거기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폭풍우마냥 몰아쳤다.“안돼요! 임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강씨 일가가 울고불고 빌어도 자비 없이 장전을 마친 총구들은 강씨 일가를 향해 겨눠졌다.“발사!”임유환이 손을 저으며 명령을 하자 정말 죽겠다 싶은 강호명은 갈라 터진 목으로 소리를 쥐어짜 냈다.“죽이지 말아주세요 제발! 제가 다... 다 말씀드릴게요!”결국 목숨을 위협해오는 두려움 앞에 무릎 꿇은 강호명이었다.“말해.”임유환은 그런 강호명을 향해 눈을 번뜩였다.“임... 임 선생님, 그날 일에 강씨 집안은 정말 가담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그저 뒤처리만 맡았을 뿐이에요...”“그럼 일을 꾸민 사람은 누구야.”“모... 모릅니다. 저희가 그것까지 알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저 연경의 8대 가문 중 적어도 다섯 개의 가문이 가담했다는 정도만...”강호명은 생전 처음 입을 떼는 사람마냥 말을 더듬어댔다.“다섯 개 가문? 그게 어느 집안이야. 내 어머니는 왜 죽인 거고.”꼬치꼬치 캐묻는 임유환의 눈에는 점점 분노가 차오르고 있었다.“정... 정말 거기까진 모릅니다... 이게 제가 아는 전부입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몰라? 정씨 집안은 그 다섯 개 가문에 포함되어 있는 거야?”저를 직시하며 묻는 임유환에 강호명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그때 강씨 집안에게 P 시 최고 가문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뒤처리를 맡겼던 게 바로 정씨 집안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강호명은 여기서 더 입을 열 수가 없었다.더 이상 그날 일에 대해 발설한다면 그냥 죽는 걸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모... 모릅니다.”“모른다고?”떨리는 강호명의 몸과 시선에서 이미 거짓말임을 보아낸 임유환이 그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됐다, 그냥 죽여!”그리고 임유환이 다시 총을
“주인님, 안지용은 어떻게 처리할까요?”흑제의 질문에 임유환은 바닥에 꿇어 앉아있는 안지용을 보며 말했다.“일단은 군복 벗기고 감옥에 가둬. 심문은 나중에 하고.”“예, 주인님!”“저... 저는 그 일에 가담하지 않았습니다!”저를 가두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안지용은 손사래를 치며 변명하기 시작했다.“저는 강씨 집안이 뒤에서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줄로 몰랐습니다! 만약 알았다면 제가 무슨 엄두로 강씨 집안을 돕겠습니까?”“너랑 상관없는 일이다?”임유환은 빠르게 강씨 집안을 손절하는 안지용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강준석이 한 짓, 네가 뒤에서 도왔지?”“저는 강씨 집안이 이런 집안인 줄도 모르고... 그냥 제 조카 분풀이를 좀 해주고 싶었던 것뿐입니다!”“분풀이?”계속 변명만 해대는 안지용에 임유환은 표정을 굳힌 채 그 얼굴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래서 네 권력을 남용해서 힘없는 백성을 괴롭힌 거야?”“저는...”임유환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린 안지용을 무시하고 임유환은 제 말을 이어 나갔다.“대하 군인으로서 십 대 죄목이 뭔지 알아?”그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가 안지용의 가슴에 콕콕 박혀와 안지용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고 등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그... 그게...”안지용이 계속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 하자 임유환이 다시 그를 다그쳐왔다.“대답해!”“모반죄, 대역죄, 역반죄, 악역죄, 부도죄, 불효죄, 부인죄, 불의죄 그리고 방... 방관...”방관죄까지 얘기한 안지용은 몸을 떨어대며 더 말을 잇지 못했다.“계속 말해!”“방... 방관죄, 남살죄...”“그 죄를 지은 사람들은 어떻게 처벌하지?”임유환은 한 자 한 자 끊어 말하며 점점 더 안지용의 숨통을 조여왔다.“사... 사형...”“임 선생님! 저는 정말 모르고 그랬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다음이 더 있을 것 같아?”임유환은 낯빛이 하얘져서 빌어오는 안지용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원
“총사령관님이시죠?”“하하, 아직 내 목소리를 잊진 않은 모양이구나.”“이놈, 대하의 하늘도 찢겠더라 아주.”“아...”웃으며 말하는 총사령관에 임유환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내 전화를 이렇게 늦게 받고, 일은 다 해결했어?”“네, 해결했어요.”“그럼 됐어.”내심 걱정했던 총사령관도 그제야 한숨 돌리며 말했다.“나중에는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먼저 말해. 이번에 소식 막는다고 나 애 좀 썼다.”“죄송해요, 사령관님. 제가 또 사고 쳤네요.”“하하, 우리 사이에 무슨, 네가 어떤 앤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때 너한테 호패를 맡긴 게 네 스승이 너에 대한 믿음의 표시였어.”“스승님이요?”오랜만에 스승님이 언급되지 임유환의 마음에도 미묘한 파동이 일었다.“됐어, 일 해결됐으면 이만 끊을게. 네 스승 다시 만나게 되면 나 대신 안부 인사라도 좀 전해줘.”“네, 사령관님.”이 일이 사령관의 귀에까지 들어갈 줄은 몰랐던 임유환이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그러고 보니 제 스승님과도 연락을 못 한지 오래된 것 같았다.3년 전 저에게 호패를 맡겨놓고 외딴 섬으로 들어가 수련에 매진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목표를 이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그립기도 했다.“임 선생님, 지시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더 지시하실 건 없으십니까?”생각에 잠긴 임유환에게 조유천이 공손하게 말을 걸어왔다.“없어요. 오늘 일은 다들 고생하셨어요.”임유환도 정중하게 그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닙니다.”“그럼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선생님.”“그러세요.”“부대 철수!”각 작전 지역 대장들이 손을 저어 부대를 철수시키자 육해공 삼군이 썰물처럼 옆으로 빠지며 S 시를 떠나갔다.“임 선생님, 그럼 저도 가볼게요.”“이 중령님, 또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시간 될 때 차라도 한잔 사겠습니다.”임유환은 두 번이나 저를 도와준 이민호를 보며 웃었다.“아이고, 아닙니다. 차를 사도 당연히 제가 사야죠.”“하하,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조 중령님?”제 눈앞에 선 익숙한 얼굴에 임유환도 눈을 크게 떴다.조명주가 왜 이곳에, 봉쇄가 풀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곳에 온 거지?“내 말에 왜 대답 안 해요! 안 죽었냐고요 아직!”“어...”임유환은 입꼬리를 떨며 아직도 많이 놀란 듯 보이는 조명주를 향해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뭐에요, 지금 나 죽으라고 저주하는 거예요?”조명주는 그제야 얼굴이 붉어지며 아까 제가 한 말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알아차렸다.하지만 그건 다 임유환을 너무 걱정해서 나온 반응이었다.게다가 아까 밖에 서 있던 병사들에게 총을 맞을 뻔해서 놀란 것도 한몫했고.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조명주가 삐진 척을 하며 말했다.“나 아까 임유환 씨 구하러 온다고 총까지 맞을 뻔했다고요!”최서우에게서 연락을 받고 바로 임유환에게로 차를 달리던 조명주는 제 위로 날아가는 전투기들에 강씨 집안이 임유환 하나 죽이려고 부른 건 줄 알고 더 빠르게 액셀을 밟았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반경 5킬로미터 이내는 모두 봉쇄되었고 그 앞에는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어 들어갈 틈이 없었다.조명주는 중령인 제 신분을 밝히고 작전 지역의 할아버지에게까지 연락을 해보았지만 아무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하지만 임유환이 너무 걱정됐던 탓에 조명주는 더는 지체할 수 없어 그냥 차로 경계선을 들이받아 버린 것이다.운전을 하면서 많은 병사들이 그녀를 막아 나서며 총까지 쏘면서 경고를 했지만 조명주는 그 모든 것들을 무시한 채 앞만 보고 달렸다.하지만 병사들도 조명주의 신분을 알고 있던 터라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타이어만 겨냥할 뿐이었다.그 탓에 타이어 하나가 터져 차가 뒤집어질 뻔하긴 했지만 조명주의 빠른 순발력 덕에 이렇게 무사히 임유환 앞에 도착한 것이다.“미안해요, 조 중령님.”임유환은 저를 이렇게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눈시울이 붉어졌다.“지금 그런 말을 할 때에요! 내가 조심하라고 했죠. 서우가 연락 안 했으면 나는 유환 씨한테 이런 일이 있는 줄도 몰랐을 거
“명주 씨, 나 그렇게 보지 마요... 난 그냥 평범한 시민이에요...”자신을 심문하듯 바라보는 조명주에 임유환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시민 좋아하네.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조명주는 임유환을 전혀 믿지 못하고 날카롭게 뜬 삼백안으로 임유환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내가 아까 본 게 맞다면 육해공 삼군이 다 출동했죠 방금?”“평범한 시민이 그런 힘이 있을까요?”“말할게요... 사실은 내가... 호패 소유자예요.”더이상 속일 수 없다 판단한 임유환은 마침내 사실을 털어놓았다.조명주도 작전 지역 사람이니 그에게 알려주는 건 기밀 누설로 칠 순 없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임유환은 조명주가 이 비밀을 지켜줄 만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유환 씨가 호패 소유자라고요?”작전 지역 중령으로서 호패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조명주도 여느 사람들처럼 깜짝 놀란듯한 반응을 보였다.호패의 권력은 연경 작전 지역 총사령관보다도 더 큰 것이었기에 대통령 바로 아래에 위치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근데 그런 사람이 임유환이라니!나이로만 따져 보아도 절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조명주 기억 속의 호패 소유자는 총사령관처럼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었기에 당연히 임유환을 믿지 못하고 입술을 삐죽이며 불신의 태도를 보였다.“거짓말 좀 그만 해요! 어떻게 사람이 사실대로 말을 할 때가 없어요!”“저번에는 본인이 세계 제일 갑부고 군정계의 수장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호패 소유자라고요?”“내가 설마 그분도 뵌 적이 없을까 봐요?”“그분은 분명히 총사령관님과 비슷한 나이의 어르신이었다고요!”“근데 제 말도 다 사실이에요.”임유환은 호패의 현 소유자였고 또 군정계의 수장이자 세계 제일 갑부였다.조명주가 기억하는 그분은 아마 임유환의 스승님일 것이다.“그럼 유환 씨 옆에 서서 계신 분은 세계 두 번째 부자예요?”조명주는 흑제를 힐끗거리며 임유환을 향해 소리쳤다.아까는 임유환을 걱정한다고 검은 코트의 남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