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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할아버지!”

제 손녀를 곤란해지게 할 만한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최대호에 최서우는 얼굴까지 붉혀가며 발을 굴렀다.

"하하 알았어 안 할게. 기분 좋아서 장난 좀 쳤어."

최서우가 발끈하는 모습을 본 최대호는 웃음을 터뜨리며 임유환을 보고 말했다.

"총각, 아까 얘긴 그냥 한 말이니까 마음에 담아 두지 마."

농담이라는 말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뱉은 임유환이 환히 웃으며 말했다.

"네네 어르신. 오해 안 할게요. 얼른 누우세요. 저희 치료 시작해야죠."

"그래그래."

최대호는 임유환의 말에 대꾸하며 아직도 얼굴이 붉어진 채로 있는 최서우를 보고 속으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좀 전에 한 말도 임유환에게 관심이 있어 보이는 손녀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나 시험해 본 건데 아직은 남자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남아있어 보였다.

사실 이런 경각심을 넘어선 증오는 최서우가 커가면서 느끼게 된 감정이었는데 대학 때의 그 일과 관련이 깊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로서 최대호는 최서우가 얼른 그 그늘에서 벗어나 다시 밝고 당찼던 예전의 최서우로 돌아가길 바랐다.

지금의 최서우는 겉으로는 아주 열려있고 아메리칸 마인드를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성과 조금의 깊은 스킨십만 있어도 겁부터 먹었다.

최서우도 할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알기에 정말 화가 난 건 아니었다.

그저 아직 이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것뿐이었다.

"어르신, 시작할게요."

그런 걸 알 리 없는 임유환은 빨리 치료를 시작하려 8개의 호침을 꺼내 들었다.

"그래."

최대호도 고개를 끄덕이고 몸에 힘을 뺀 채 침대에 몸을 기댔다.

준비를 마친 최대호의 몸에 기가 돌기 시작하자 임유환은 꺼낸 8개의 침을 천돌혈, 단중혈 등 여덟 개의 혈 자리에 차례대로 꽂았다.

침이 꽂혀 들어갈 때마다 몸이 달아오르며 뜨거워지는 것이 몸속에서 무언가가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통증이 있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통증은 많이 약해지고 난류가 흐르는 듯 온몸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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