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을 멈춘 임유환은 고개를 돌려 윤서린을 바라보았다.여자는 진지한 눈빛을 하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래.”임유환은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윤서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임유환이 일반인이 아니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의 입으로 직접 확인을 받으니 엄청 당황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대단하신 분이 바로 임 선생님이란 거죠?”윤서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만약 그렇다고 하면 어떡할래?”임유환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윤서린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녀린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살면서 상류층 인물과 이렇게 가까이서 만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하지만 충격이 가신 뒤에는 씁쓸함이 몰려왔다.그와 임유환 사이에는 거대한 신분 차이가 존재했다.‘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그녀는 순진했던 자신이 갑자기 우스워졌다.어쩌면 그날 밤 임유환이 했던 말도 그냥 지나가는 우스개였을 수도 있었다. 농담을 진심이라고 받아들이고 임유환이 자신에게 고백했다고 오해하다니….윤서린은 씁쓸함에 고개를 떨구었다.임유환도 그녀의 그런 기분을 알아채고 웃으며 말했다.“농담이야, 농담. 내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일 리 없잖아.”윤서린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고 임유환을 바라보았다.“그럼 선생님은 뭐 하는 사람이에요? 일반인이라고는 말하지 마세요. 저 그렇게 바보 아니에요.”“나 일반인 맞아. 평범한 남자들보다 조금 뛰어난 능력을 가졌을 뿐이야. 흑제 어르신께서 날 도와주신 건 내가 그분의 목숨을 구해드린 적 있고 임영그룹과 예전에 친분이 있었던 분으로써 내가 가문의 후계자였기 때문이야.”임유환이 말했다.그는 여자의 믿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동시에 여자가 자신의 신분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임영그룹이요?”윤서린의 두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연경의 8대 기업 중 하나인 그 임영그룹이요?”“맞아.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왜요
그 시각, 장문호와 허유나 일가는 홀닥 젖은 채 저택으로 돌아갔다.허유나는 분을 참지 못하고 이를 갈았다.“임유환 그 무능한 자식,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대단해진 거야?! 흑제 어르신까지 주인님으로 호칭하다니!”“딸, 설마 그놈이 베일에 가려진 신비의 인물은 아니겠지?”허유나의 두 눈에는 두려움이 깃들었다.“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야? 누나!”허태웅도 떨고 있었다.예전에 임유환에게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던 것을 생각하면 복수가 두려웠다.만약 임유환이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다면 그들은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었다.“그럴 리 없어. 그런 인간이 무슨 큰 인물이야!”허유나가 이를 갈며 말했다.그녀는 임유환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먼저 그를 배신하고 버렸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가 정말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조금 전 있었던 일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딸, 차라리 사과하러 갈까?”허미숙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녀는 임유환의 보복이 두려웠다.“갈 거면 엄마 혼자 가. 난 못 가!”허유나가 씩씩거리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쓰레기라고 욕했던 인간에게 고개 숙여 사과할 수는 없었다.“그렇지만….”“다들 그만하세요!”이때 장문호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순식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장문호는 허유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가 그 녀석한테 속았어!”“속았다고?”허미숙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고, 허유나도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말했다.“자기,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그 녀석은 무슨 대단한 인물이 아니야. 단지 운이 좋아서 흑제 어르신을 도와줬고 어르신은 그에 따른 보답을 한 것 뿐이라고!”장문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제 어르신이 그 인간에게 신세를 졌다고요?”허유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자기는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우리가 배에서 내려왔을 때 내 친구 중에 거기 남아 있던 친구가 있었거든. 홀 근처에서 흑제 어르신과 놈이 대화하는 걸 들었대.”
“걱정 마. 녀석 때문에 오늘 그렇게 창피를 당했는데 가만히 있으면 바보지!”장문호의 두 눈이 음침하게 빛났다.“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왜요?”허유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흑제 어르신이 있잖아. 여기에 원래 이틀 정도 머무를 거라고 했는데 지금 놈을 건드려서 우리한테 좋을 건 없어.”장문호는 상황을 간략해서 설명해 주었다.“이틀이나 기다리라고요? 지금 당장 혼내주고 싶은데!”허유나는 그 말을 듣고 이를 갈았다.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임유환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흑제 어르신만 돌아간다면, 당장 움직일 거야! 확실히 죽여놓기 위해서라면 이틀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지!”장문호가 음침한 눈을 하고 말했다.수많은 친구들과 기업가들 앞에서 자신을 망신 준 인간인데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자기만 믿을게요.”허유나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참, 그럼 우리 결혼식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임유환 문제를 해결하니 치르다 만 결혼식이 떠올랐다.장문호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사실 그는 결혼식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하지만 허유나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마지못해 말했다.“걱정 마. 결혼식은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내가 다시 준비할 거야. 이번보다 훨씬 크고 화려한 결혼식을 준비할게.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거야.”“방금전에 아버지 연락을 받았는데 5일 뒤에 연경에 사는 서인아 씨가 우리 시를 방문한대. 아버지는 내가 직접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라고 하셨어.”“S그룹의 서인아 씨? 그 사람이 왜 여기를 와요?”허유나가 놀라며 물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것 같아.”허유나는 가슴이 철렁했다.흑제 어르신도 모자라 이제는 S그룹의 서인아까지라니!소도시인 S시에 불과 며칠 사이에 두 명의 거물급 인사가 방문한다니.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임유환의 소장품에서 발견한 연애편지를 떠올렸다.그 중에는 서인아가 그에게 쓴 편지도 있었다.그때 너무 충격적이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아니야, 그
“자기, 표정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허유나가 그의 굳은 얼굴을 보고 물었다.“하!”장문호는 긴 한숨을 토해내더니 말했다.“나도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어. 그러니 당신, 빨리 화장하고 이따가 나랑 같이 Y그룹으로 가보자.”그는 직접 왕윤재를 만나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려요.”허유나는 그 길로 욕실로 달려가서 컨실러로 얼굴의 멍자국을 가렸다.30분 뒤, Y그룹 대문 입구.“젠장! 어떻게 이럴 수 있어!”문전박대를 당한 장문호는 애먼 돌석상을 걷어차며 욕설을 내뱉었다.왕윤재를 만나러 왔다고 뜻을 밝혔지만 왕윤재는 고사하고 그를 맞아준 사람은 왕윤재의 비서였다.비서는 신도시 프로젝트는 이미 다른 기업으로 결정했다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했다.“자기, 일단 화 풀어요.”허유나는 옆에서 부드러운 말로 그를 위로했다.“어떻게 화가 안 나!”장문호가 이를 갈며 말했다.“분명 전에는 나한테 준다고 했단 말이야!”그는 왕윤재의 태도가 왜 갑자기 이렇게나 돌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 프로젝트에서 그의 장안그룹은 이윤을 3포인트나 양보했다.그걸 다 제치고서라도 그의 아버지와 왕 사장은 오랜 친분을 가진 사업파트너였으니 다른 사람에게 이 개발건을 넘긴다고 해도 최소한 그에게 먼저 말해줄 수는 있었다.장문호는 이런 식의 문전박대를 받아들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분명 뭔가가 있어!’“자기, 혹시 누가 왕 사장에게 뇌물을 줘서 이 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준 건 아닐까요?”허유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사업판에서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결정권자에게 뇌물을 갖다 바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그럴 리 없어!”장문호는 단호하게 부인했다.“왕 사장이 어떤 사람인데 일반인이 뇌물을 줬다 하더라도 성에 차하지도 않을 거야.”“게다가 흑제 어르신이 우리 시에 와 있는데 혹시라도 직위를 이용해서 부당한 이득을 챙긴 걸 어르신께 걸린다면 무슨 일을 당할지 장담할 수 없어.”“왕 사장은 바보가 아니야. 그런
“유나야….”짜증이 잔뜩 담긴 허유나의 눈빛을 마주한 윤서린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었다.“임유환, 네가 여긴 왜 왔어!”윤서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허유나는 죄인 심문하듯이 임유환을 추궁했다.“계약서 사인하러 왔어.”임유환이 싸늘하게 대답했다.“무슨 계약?”허유나가 당황하며 물었다.“신도시 개발 사업.”임유환이 말했다.“뭐라고? 신도시 개발 사업을 너에게 줬다고?”허유나는 물론이고 옆에 있던 장문호까지 화들짝 몰라며 되물었다.“내가 아니라 윤서린 씨네 회사가 맡게 될 거야.”“윤서린?”둘은 어안이 벙벙해서 윤서린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분노가 폭발한 허유나가 윤서린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윤서린,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내 전남편이랑 짜고 날 엿 먹이려는 거야?”“응?”윤서린은 당황하며 다급히 해명했다.“미안해. 너희도 이 사업을 원할 줄은 몰랐어.”“하! 몰라? 저 인간이랑 둘이 맨날 붙어다니면서 그걸 몰랐다는 게 말이 돼?”허유나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둘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며칠 전에 우연히 알게 됐어.”윤서린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러니까 며칠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 거지? 윤서린, 그렇게 안 봤는데 너 정말 쓰레기구나?”허유나는 표독스럽게 눈을 부릅뜨며 윤서린을 비난했다.“유나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다 해명할게.”“해명은 무슨 해명!”윤서린이 그녀를 말렸지만 허유나는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저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뻔히 알면서, 오늘 내 결혼식에서 저 인간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면서 어떻게 둘이 계속 붙어다닐 수 있어? 난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고!”“유나야….”윤서린은 어디서부터 해명해야 할지 몰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발만 동동 굴렀다.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임유환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서린아, 저런 인간한테 뭘 해명할 필요는 없어. 뭐 눈에는 뭐 보인다고, 어차피 말해도
“개 같은 자식!”장문호는 주먹을 꽉 쥐고 으르렁거렸다.“서린이 그 계집애가 임유환 같은 자식이랑 붙어먹을 줄은 몰랐네요!”허유나도 이를 갈며 윤서린을 욕했다.“그래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거야.”장문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근데, 내 생각에는 당신 친구가 임유환을 이용하는 것 같아.”“서린이가요?”허유나가 놀란 듯 물었다.“그래.”장문호가 말했다.“윤서린 집안이 우리 집안과 비빌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알기로 윤서린 아버지네 회사가 최근 모종의 원인으로 자금력이 딸린다고 들었어.”“왕 사장은 절대 빚이 잔뜩 쌓인 집안하고 손을 잡지 않아. 이번에 이런 선택을 한 것도 아마 임유환이 흑제 어르신에게 부탁한 게 분명해.”흑제 어르신은 Y그룹의 회장이었기에 프로젝트에 관한 일은 그의 한마디로 결정지을 수 있었다.“그런 거였군요.”허유나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임유환이랑 붙어다닌 거구나!’“윤서린 그 계집애, 보기엔 얌전해 보였는데 속은 엉큼한 애였군요.”허유나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장문호에게 사과했다.“미안해요, 자기. 다 내 잘못이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윤서린을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이번 사업이 윤서린 손에 넘어가는 일도 없었을 거예요.”“바보, 당신 잘못 아니야. 그렇게 자책하지 마.”장문호가 그녀를 위로하듯 말했다.하지만 다정한 말투와 달리 눈은 사납게 번뜩이고 있었다.그는 갑자기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번 프로젝트는 꼭 따내야 한다고 아버지가 그렇게 신신당부하셨는데. 내 손에서 망쳤으니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내가 사랑에 눈이 멀어 일을 제대로 안 했다고 책망하실 것 같아.”“그럼 어떡해요? 만회할 방법이 없나요?”당황한 허유나가 다급히 물었다.그녀는 절대 재벌가 사모님이 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자기가 희생을 좀 해줘야 할 것 같아.”장문호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알아. 나도 내 말이 충분히
“자기,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난 자기 능력을 믿어요. 어떻게든 위기를 헤쳐나가야죠.”그에게 깜빡 속은 하유나는 자책하는 장문호를 진심으로 위로했다.“고마워. 당신이 내 옆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장문호는 계속해서 순정남을 연기했다.“나랑은 그런 말할 필요 없다니깐요.”허유나가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임유환 그 자식한테 프로젝트를 빼앗긴 건 이대로 넘어갈 수 없어요.”그녀가 이를 갈며 말했다.“당연하지!”장문호의 눈빛도 싸늘하게 빛났다.결혼식에 놈 때문에 망신 당한 것도 화가 나는데 프로젝트까지 빼앗겼으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장문호는 어떻게든 임유환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노라고 속으로 다짐했다.‘어차피 흑제 어르신은 이틀 뒤면 여길 떠날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자기,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허유나가 물었다.“성호 어르신께 도움을 요청할 거야!”장문호의 두 눈은 섬뜩하게 일렁이고 있었다.‘임유환, 넌 곧 반신불수가 되어 평생 휠체어를 타게 될거다!’“성호 어르신이요? 흑호파의 그 성호 어르신 말이에요?”허유나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흑호파는 S시 최대의 조폭 조직이었고 유성호는 흑호파의 두목이었다.게다가 흑호파의 배후에는 조재용이 있었다.조재용은 S시는 물론이고 전국의 조폭 세력의 왕으로 불리는 인물이었다.“맞아.”장문호가 말했다.“성호 어르신은 나랑 친하니까 내 말 한마디면 당장 임유환을 반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자기는 정말 대단해요!”허유나가 잔뜩 들뜬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곧장 성호 어르신을 찾아가는 건 너무 티가 나지 않나요? 중간에 윤서린도 끼어 있는데 걔가 진심으로 임유환한테 흔들리면 어떡해요?”허유나는 윤서린의 성격을 가장 잘 아는 친구 중 한 명이었다.비록 이번에 가문을 살리기 위해 임유환을 이용했지만 자신 때문에 임유환이 위기에 처한 모습을 그냥 두고 지나칠 사람은 아니었다.어쩌면 동정심이 사랑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그녀는 어떤 방식으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으니 이제 좀 안심이 돼?”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임유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윤서린에게 물었다.“네.”윤서린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일 뿐, 크게 기뻐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다.“혹시 아까 일 때문에 그래?”임유환이 물었다.“네.”윤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여기서 유나를 만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그래서 괜한 오해를 사고 유환 씨한테까지 피해를 준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요.”“돌아가면 유나한테 제가 제대로 해명할게요.”“걔가 그 말을 들을 것 같아?”임유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허유나가 너한테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어?”허유나라는 여자에 대해 그는 잘 알고 있었다.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의 말만 맞고 절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윤서린이 해명하러 찾아가도 오해를 풀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속만 상할 뿐이었다.“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잖아요.”윤서린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녀는 이번 일로 허유나와 사이가 틀어지고 임유환이 비난 받는 걸 원치 않았다.임유환은 그녀가 허유나와의 우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알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중요한 관계라면 시도는 해봐. 결과가 어떻든 난 네 편이야.”그 한마디에 윤서린이 걸음을 멈추었다.“왜 그래?”임유환도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윤서린은 고개를 저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그리고, 고마워요, 유환 씨!”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는데.”임유환은 피식 웃으며 손을 저었다.“이제 돌아가자.”윤서린은 그제야 뭔가 떠오른 듯, 그에게 물었다.“유환 씨, 흑제 어르신은 이번에 가시면 또 오실까요?”“어르신께 부탁할 일이라도 있어?”임유환이 물었다.“아니, 그건 아니고. 장문호가 혹시라도 유환 씨한테 보복할까 봐….”윤서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