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으니 이제 좀 안심이 돼?”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임유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윤서린에게 물었다.“네.”윤서린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일 뿐, 크게 기뻐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다.“혹시 아까 일 때문에 그래?”임유환이 물었다.“네.”윤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여기서 유나를 만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그래서 괜한 오해를 사고 유환 씨한테까지 피해를 준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요.”“돌아가면 유나한테 제가 제대로 해명할게요.”“걔가 그 말을 들을 것 같아?”임유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허유나가 너한테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어?”허유나라는 여자에 대해 그는 잘 알고 있었다.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의 말만 맞고 절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윤서린이 해명하러 찾아가도 오해를 풀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속만 상할 뿐이었다.“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잖아요.”윤서린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녀는 이번 일로 허유나와 사이가 틀어지고 임유환이 비난 받는 걸 원치 않았다.임유환은 그녀가 허유나와의 우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알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중요한 관계라면 시도는 해봐. 결과가 어떻든 난 네 편이야.”그 한마디에 윤서린이 걸음을 멈추었다.“왜 그래?”임유환도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윤서린은 고개를 저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그리고, 고마워요, 유환 씨!”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는데.”임유환은 피식 웃으며 손을 저었다.“이제 돌아가자.”윤서린은 그제야 뭔가 떠오른 듯, 그에게 물었다.“유환 씨, 흑제 어르신은 이번에 가시면 또 오실까요?”“어르신께 부탁할 일이라도 있어?”임유환이 물었다.“아니, 그건 아니고. 장문호가 혹시라도 유환 씨한테 보복할까 봐….”윤서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꿈 깨! 이 여우 같은 년!’허유나는 속으로 오만가지 욕설을 퍼부었다.하마터면 이 프로젝트가 무산되며 장문호와 사이가 틀어질 뻔했다.이 모든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 주제에 뻔뻔하게 변명을 하다니, 우스웠다.하지만 곧 저 뻔뻔한 놈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해줄 것이다![성호 어르신이 그날 널 많이 예뻐해 주실 거야!]허유나의 진심을 모르는 윤서린은 친구가 자신을 믿어줬다는 생각에 기쁨에 겨워 답장을 보냈다.[그래, 꼭 갈게. 생일 선물은 이미 준비했어!][서린아, 역시 넌 내 진정한 친구야!]허유나는 일부러 과장된 이모티콘을 보냈다.[당연하지!]기분이 좋아진 윤서린도 바로 답장을 보냈다.[서린아, 그럼 그날 만나는 거로 하고 바빠서 나중에 다시 문자하자.]목적을 달성한 허유나는 곧바로 대화를 마무리했다.[그래, 일봐. 나도 좀 씻어야겠어.]대화가 끝난 뒤, 윤서린은 흥에 겨워 방 안에서 폴짝폴짝 뛰어 다녔다.[역시 유나는 마음이 넓어서 날 이해해줄 줄 알았어!]그녀는 기쁜 마음에 바로 임유환에게 문자를 보내 상황을 알려주었다.문자를 확인한 임유환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허유나가 갑자기 너그럽게 변해서 윤서린의 말 몇 마디에 화를 풀었을 리는 없었다.게다가 생일 파티에 윤서린을 초대한다니!의혹을 품고 그는 일단 문자를 보내 축하해 주었다.[둘이 화해했다니 정말 다행이네.][그러니까요. 유나가 이렇게 쉽게 저를 이해해줄 줄은 몰랐어요! 역시 이십 년 지기 친구는 다르다니깐요.]윤서린은 자랑스럽다는듯이 행복한 말투로 답장했다.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도 자랑스러웠고, 이런 친구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신뢰한다는 것도 자랑스러웠다![그러게.]임유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문자를 보내 물었다.[허유나가 다른 말은 안 했어? 우리 사이에 대해 안 물어봤어?][아니요.]윤서린에게서는 바로 답장이 왔다.임유환은 점점 더 의구심이 커져갔다.그가 아는 허유나가 아닌 것 같았다. 분명 어떻게 만났냐고 꼬치꼬치 캐물어야 정상이었기 때문이
이틀 뒤, 록스타 클럽 206호 룸.허유나의 생일 파티는 이곳에서 열렸다.그녀는 평소에 잘 지내던 친구들을 파티에 초대했다.오늘의 주인공인 그녀는 섹시한 미니 스커트에 정성 들여 화장까지 하고 클럽으로 향했다.테이블에는 커다란 케이크와 각종 과일, 그리고 술들이 준비되어 있었다.“유나야,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윤서린은 가장 먼저 생일 축하와 함께 미리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고마워, 서린아.”허유나는 기쁜 얼굴로 선물을 받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악랄한 생각이 꿈틀대고 있었다.윤서린도 오늘 신경 써서 꾸미고 나왔다.베이지톤의 롱드레스에 허리에는 가는 허리띠로 포인트를 주었다.“생일 축하 노래부터 부르자!”한 친구가 제안했다.파티에 참석한 친구들이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유나야, 소원 빌어야지!”노래가 끝난 후, 친구들이 허유나를 재촉했다.“그래.”허유나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빈 뒤, 촛불을 껐다.그리고 케익을 잘라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그 뒤로 광란의 파티가 시작되었다.노래를 부르는 친구, 술을 들이붓는 친구, 그리고 소파에 앉아 간식을 흡입하는 친구까지 모두가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함께 파티를 즐겼다.윤서린은 허유나의 옆에 앉아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유나야, 장문호 씨는 오늘 왜 안 왔어?”약혼녀의 생일인데 장문호가 빠진 건 조금 이상했다.“문호 씨?”허유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준비한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손해를 메꾸기 위해 여기저기 영업을 뛰고 있지. 요즘 너무 바빠서 만날 시간도 없었어.”“미안해, 유나야. 괜히 나 때문에….”윤서린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그녀에게 사과했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너희 집안도 요즘 사정이 어렵다면서. 그리고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경쟁이 붙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허유나는 겉으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온갖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윤서린, 이 요망한 년! 너 때문에 문호 씨가 요즘 바빠서 생일인데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생일파티가 절반쯤 진행되었을 때, 윤서린이 허유나가 들이민 와인을 밀어내며 말했다."유나야, 나 이제 더 못 마셔."그녀는 이미 와인 세 잔을 마셨기에 더 이상 마실 수 없었다.윤서린은 지금 하늘과 땅이 빙빙 도는 것만 같았다."그래, 그럼 그만 마시자."허유나는 술잔을 내려놓고 윤서린의 무력한 모습을 차가운 얼굴로 바라봤다.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낯선 전화번호로 메시지를 보냈다.머지 않아, 민소매를 입은 사나운 얼굴의 남자가 담배를 물고 룸 안으로 걸어들어왔다.그의 등 뒤에는 똑같이 사나운 눈빛을 하고 건장한 체격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들어왔다.그들은 바로 유성호와 그의 부하들이었다.룸 안의 노랫소리가 멈추더니 사람들이 두려운 얼굴로 쳐들어온 그들을 바라봤다.그들의 차림새와 분위기를 봐서 절대 상대하기 좋은 인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야, 여기 시끌벅적하네."유성호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룸 안을 빠르게 훑어봤다.여자들은 그 눈빛에 놀라 소파의 구석에서 몸을 벌벌 떨었다.유성호는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과 빛이 나는 피부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가 클럽에서 함께 놀았던 여자들보다 이곳의 여자들이 퍽 예뻤다.특히 그의 시선이 윤서린에게 닿았을 때, 그는 멈칫했다.그녀의 옷차림, 몸매, 얼굴은 가히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순간, 그의 눈빛에 불꽃이 일렁였다.윤서린이 바로 오늘 그의 목표였다.이런 미녀를 자신에게 보내다니, 그는 장문호가 의리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유성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입술을 축이며 윤서린에게 다가갔다."예쁜 아가씨, 얼굴이 익숙한데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어?""당신 누구야?"술에 취해 있던 윤서린은 누군가 자기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흐리멍덩하게 눈을 떴다."내가 누구냐고? 유성호라고 몰라?"유성호가 웃으며 눈으로는 밖으로 드러난 윤서린의 새하얀 허벅지를 게걸스레 훑어봤다.그 다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유성호는 정신을 놓을 것 같았
짝!뺨 때리는 소리가 룸 안에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뺨을 맞은 윤서린은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녀의 얼굴에도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젠장, 저 미친년이 감히 나를 때려?"유성호가 바닥으로 침을 뱉으며 사나운 얼굴로 말했다.여자들은 혹시라도 그 화가 자신에게 미칠까 봐 몸을 떨며 서로를 껴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허유나도 쿵쾅대는 심장을 안고 유성호가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지 말아 달라고 빌었다.윤서린은 뺨을 맞고 나니 술이 많이 깨는 것 같았다.그녀는 얼얼한 뺨을 잡고 사나운 얼굴을 한 유성호를 바라봤다. 흐리멍덩했던 두 눈이 순간 놀란 기색으로 바뀌었다."성호… 성호 어르신?"윤서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이년이 이제 날 알아보네. 네년이 방금 술병으로 내 머리를 쳤다고,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유성호가 분노 가득한 눈으로 윤서린을 쏘아보며 물었다."네?"윤서린은 그제야 누군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 생각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반항할 힘이 없어 본능적으로 테이블 위의 물건을 들어 던진 것까지 어렴풋이 생각났다.그런데 그 상대가 유성호였다니."죄, 죄송합니다. 성호 어르신, 제가 방금 술에 취해서 그런 겁니다. 제가 치료비용 배상해 드릴게요."윤서린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유성호에게 사과를 전했다.유성호는 청룡파 보스였고 청룡파는 S시에서 가장 큰 폭력배조직이었다.윤서린은 유씨 집안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치료비를 배상하겠다고?"윤서린의 말을 들은 유성호가 웃었다. 그리곤 다시 살벌한 표정으로 윤서린에게 물었다."내가 그까짓 돈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여?""아, 아닙니다…"윤서린은 놀라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얼른 설명했다."방금 제가 취해서 어르신을 다치게 한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과드릴게요.""사과?"윤서린의 말을 들은 유성호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곤 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을 보며 다시 말했다."정말 사과하고 싶으면 기회를 줄 순 있지.""정말
"왜, 무슨 일이야?"임유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전화 받는 태도가 그게 뭐야? 됐고, 나 지금 너랑 말씨름할 시간 없어. 지금 서린이가 청룡파 유성호 어르신을 다치게 했거든, 그래서 어르신께서 서린이를 데리고 가려고 하니까 너 정말 남자면 얼른 와서 도와줘. 지금 퀸즈 206호에 있어."허유나가 말했다."서린이가 유성호를 다치게 했다고?"그 말을 들은 임유환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10분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곤 전화를 끊었다.휴대폰 충전할 시간이 없었던 임유환은 배터리가 5%밖에 남지 않은 것을 보곤 노래방에 도착했을 때, 허유나나 윤서린을 연락하기 위해 전원을 꺼버렸다.한편, 허유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유성호와 눈빛을 교환했다.두 사람은 곧 서로의 뜻을 알아차렸다.유성호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몇 분 더 기다린다고 다 된 밥이 사라지지는 않았다."서린아, 임유환이 십 분만 기다려달래, 자기가 와서 너 구해주겠다고 했어."전화를 끊은 허유나가 옆에 있던 윤서린을 보며 말했다."유나야,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그 말을 들은 윤서린은 다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임유환에게 오지 말라고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임유환의 휴대폰은 꺼져있었다.휴대폰이 꺼졌다는 차가운 알림만 들려오는 휴대폰을 든 윤서린의 심장이 내려앉았다.갑자기 윤서린의 안색을 확인한 허유나가 의아하게 물었다."서린아, 왜 그래?""휴대폰이 꺼져 있대."윤서린이 멈칫하다 대답했다."하, 겁쟁이 새끼."허유나가 그 말을 듣자마자 콧방귀를 뀌었다.방금 전, 허유나가 전화했을 때만 해도 임유환은 정말 올 것처럼 말해 허유나는 놀랐었다.그런데 모두 거짓말이었다니.얼마나 무서웠으면 휴대폰까지 꺼버린 걸까?역시, 겁쟁이는 바뀔 수 없었다."예쁜 아가씨, 친구가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이네."유성호가 윤서린을 비웃었다."내 뜻을 따르겠다고 하면 내 이름을 걸고 앞으로 S시에서 그 누구도 절대 예쁜이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보장할게."하지만 윤
문을 열고 들어선 이는 바로 임유환이었다.허유나는 놀란 눈으로 문 앞에 서 있는 임유환을 바라봤다.겁쟁이가 정말 여기에 왔다니."당신이 이 예쁜이 남자 친구야?"유성호가 미간을 찌푸리곤 룸 안으로 쳐들어온 임유환을 바라봤다."서린이 얼굴 네가 저렇게 만든 거야?"임유환은 유성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 내가 했어."유성호가 당당하게 대답했다.그는 임유환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임유환은 그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다."무릎 꿇고 사과해."임유환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다만 새까만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살의가 그의 기분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담담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하지만 룸 안의 불빛이 어두웠던 덕분에 유성호는 그 살의를 보아내지 못했다.유성호가 그 눈빛을 확인한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S시에서 그 누구도 유성호에게 반기를 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임유환의 말을 들은 유성호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쟤 뭐래냐?"유성호의 뒤에 서 있던 부하들도 그를 따라 웃음을 터뜨렸다.그 중의 노란색 머리를 한 남자는 사나운 표정으로 임유환에게 말했다."형님, 저놈 머리가 좀 잘못된 것 같으니 정신 차릴 수 있도록 제가 교육 좀 시켜주겠습니다. 자기가 지금 누구랑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전혀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하지만 유성호는 남자를 막았다. 그리곤 재밌다는 듯 임유환을 바라봤다."야, 너 지금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마지막으로 말할게, 무릎 꿇고 서린이한테 사과해."임유환이 더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유성호를 바라보는 눈빛도 더욱 차가워졌다."이놈 여자 앞에서 잘난 척하기 참 좋아하네."유성호는 여전히 임유환의 무서운 눈빛을 확인하지 못한 채 턱을 만지며 그를 바라봤다.허유나도 그런 임유환을 보며 고소하다는 듯 웃었다.‘바보 같은 놈, 평소 잘난 척하는 데 익숙해져서 정말 너를 혼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룸 안에 울려 퍼졌다.사람들은 유성호를 무너뜨린 임유환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윤서린이 먼저 반응하고 걱정 가득한 얼굴로 임유환을 바라봤다."형님, 괜찮으세요?"유성호의 부하들도 그제야 유성호의 곁으로 몰려들었다."이 멍청한 것들이, 내가 지금 괜찮아 보여?"유성호가 머리를 잡고 화가 나 소리쳤다."다 달려들어, 저놈 죽여버리라고!""네, 형님!""젠장, 감히 우리 형님한테 손을 대?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대머리 남자가 바닥으로 침을 뱉더니 열 명이 넘는 부하들을 데리고 살벌한 표정으로 임유환에게 달려들었다."유환 씨, 저는 상관하지 말고 얼른 가요."그 모습을 본 윤서린이 다급하게 임유환에게 소리쳤다."가려고?"유성호의 부하들이 그 말을 듣곤 테이블 위의 맥주병을 집어 들고 임유환을 룸 안에 가두었다.윤서린은 두 손을 잡고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임유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때, 임유환이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있던 유성호에게 다시 말했다."마지막 기회야, 무릎 꿇고 사과해.""무슨 개소리야, 저놈 오늘 죽여!"유성호가 소리치자 그의 부하들이 맥주병을 들고 임유환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치려했다.그 모습을 본 임유환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먹을 들었다.곧이어 남자들의 신음소리와 바닥으로 떨어져 깨지는 유리병 소리가 들려왔다.유성호의 부하들이 전부 바닥에 누워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아이고, 아이고…"소파 구석에 움츠려있던 여자들이 놀란 눈으로 괴물을 보듯 임유환을 바라봤다."유환 씨, 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요?"윤서린이 떨리는 심장을 잡고 임유환을 보며 말했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허유나는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눈앞의 임유환은 그녀가 알던 그 겁쟁이 임유환이 아닌 것 같았다. 그의 싸움 실력이 언제 이렇게 제고된 건지?"아이고…"유성호의 부하들이 바닥을 구르며 신음을 내뱉었지만 임유환은 그들을 무시하곤 차가운 얼굴로 유성호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