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야….”짜증이 잔뜩 담긴 허유나의 눈빛을 마주한 윤서린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었다.“임유환, 네가 여긴 왜 왔어!”윤서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허유나는 죄인 심문하듯이 임유환을 추궁했다.“계약서 사인하러 왔어.”임유환이 싸늘하게 대답했다.“무슨 계약?”허유나가 당황하며 물었다.“신도시 개발 사업.”임유환이 말했다.“뭐라고? 신도시 개발 사업을 너에게 줬다고?”허유나는 물론이고 옆에 있던 장문호까지 화들짝 몰라며 되물었다.“내가 아니라 윤서린 씨네 회사가 맡게 될 거야.”“윤서린?”둘은 어안이 벙벙해서 윤서린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분노가 폭발한 허유나가 윤서린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윤서린,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내 전남편이랑 짜고 날 엿 먹이려는 거야?”“응?”윤서린은 당황하며 다급히 해명했다.“미안해. 너희도 이 사업을 원할 줄은 몰랐어.”“하! 몰라? 저 인간이랑 둘이 맨날 붙어다니면서 그걸 몰랐다는 게 말이 돼?”허유나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둘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며칠 전에 우연히 알게 됐어.”윤서린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러니까 며칠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 거지? 윤서린, 그렇게 안 봤는데 너 정말 쓰레기구나?”허유나는 표독스럽게 눈을 부릅뜨며 윤서린을 비난했다.“유나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다 해명할게.”“해명은 무슨 해명!”윤서린이 그녀를 말렸지만 허유나는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저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뻔히 알면서, 오늘 내 결혼식에서 저 인간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면서 어떻게 둘이 계속 붙어다닐 수 있어? 난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고!”“유나야….”윤서린은 어디서부터 해명해야 할지 몰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발만 동동 굴렀다.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임유환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서린아, 저런 인간한테 뭘 해명할 필요는 없어. 뭐 눈에는 뭐 보인다고, 어차피 말해도
“개 같은 자식!”장문호는 주먹을 꽉 쥐고 으르렁거렸다.“서린이 그 계집애가 임유환 같은 자식이랑 붙어먹을 줄은 몰랐네요!”허유나도 이를 갈며 윤서린을 욕했다.“그래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거야.”장문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근데, 내 생각에는 당신 친구가 임유환을 이용하는 것 같아.”“서린이가요?”허유나가 놀란 듯 물었다.“그래.”장문호가 말했다.“윤서린 집안이 우리 집안과 비빌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알기로 윤서린 아버지네 회사가 최근 모종의 원인으로 자금력이 딸린다고 들었어.”“왕 사장은 절대 빚이 잔뜩 쌓인 집안하고 손을 잡지 않아. 이번에 이런 선택을 한 것도 아마 임유환이 흑제 어르신에게 부탁한 게 분명해.”흑제 어르신은 Y그룹의 회장이었기에 프로젝트에 관한 일은 그의 한마디로 결정지을 수 있었다.“그런 거였군요.”허유나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임유환이랑 붙어다닌 거구나!’“윤서린 그 계집애, 보기엔 얌전해 보였는데 속은 엉큼한 애였군요.”허유나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장문호에게 사과했다.“미안해요, 자기. 다 내 잘못이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윤서린을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이번 사업이 윤서린 손에 넘어가는 일도 없었을 거예요.”“바보, 당신 잘못 아니야. 그렇게 자책하지 마.”장문호가 그녀를 위로하듯 말했다.하지만 다정한 말투와 달리 눈은 사납게 번뜩이고 있었다.그는 갑자기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번 프로젝트는 꼭 따내야 한다고 아버지가 그렇게 신신당부하셨는데. 내 손에서 망쳤으니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내가 사랑에 눈이 멀어 일을 제대로 안 했다고 책망하실 것 같아.”“그럼 어떡해요? 만회할 방법이 없나요?”당황한 허유나가 다급히 물었다.그녀는 절대 재벌가 사모님이 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자기가 희생을 좀 해줘야 할 것 같아.”장문호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알아. 나도 내 말이 충분히
“자기,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난 자기 능력을 믿어요. 어떻게든 위기를 헤쳐나가야죠.”그에게 깜빡 속은 하유나는 자책하는 장문호를 진심으로 위로했다.“고마워. 당신이 내 옆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장문호는 계속해서 순정남을 연기했다.“나랑은 그런 말할 필요 없다니깐요.”허유나가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임유환 그 자식한테 프로젝트를 빼앗긴 건 이대로 넘어갈 수 없어요.”그녀가 이를 갈며 말했다.“당연하지!”장문호의 눈빛도 싸늘하게 빛났다.결혼식에 놈 때문에 망신 당한 것도 화가 나는데 프로젝트까지 빼앗겼으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장문호는 어떻게든 임유환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노라고 속으로 다짐했다.‘어차피 흑제 어르신은 이틀 뒤면 여길 떠날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자기,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허유나가 물었다.“성호 어르신께 도움을 요청할 거야!”장문호의 두 눈은 섬뜩하게 일렁이고 있었다.‘임유환, 넌 곧 반신불수가 되어 평생 휠체어를 타게 될거다!’“성호 어르신이요? 흑호파의 그 성호 어르신 말이에요?”허유나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흑호파는 S시 최대의 조폭 조직이었고 유성호는 흑호파의 두목이었다.게다가 흑호파의 배후에는 조재용이 있었다.조재용은 S시는 물론이고 전국의 조폭 세력의 왕으로 불리는 인물이었다.“맞아.”장문호가 말했다.“성호 어르신은 나랑 친하니까 내 말 한마디면 당장 임유환을 반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자기는 정말 대단해요!”허유나가 잔뜩 들뜬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곧장 성호 어르신을 찾아가는 건 너무 티가 나지 않나요? 중간에 윤서린도 끼어 있는데 걔가 진심으로 임유환한테 흔들리면 어떡해요?”허유나는 윤서린의 성격을 가장 잘 아는 친구 중 한 명이었다.비록 이번에 가문을 살리기 위해 임유환을 이용했지만 자신 때문에 임유환이 위기에 처한 모습을 그냥 두고 지나칠 사람은 아니었다.어쩌면 동정심이 사랑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그녀는 어떤 방식으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으니 이제 좀 안심이 돼?”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임유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윤서린에게 물었다.“네.”윤서린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일 뿐, 크게 기뻐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다.“혹시 아까 일 때문에 그래?”임유환이 물었다.“네.”윤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여기서 유나를 만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그래서 괜한 오해를 사고 유환 씨한테까지 피해를 준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요.”“돌아가면 유나한테 제가 제대로 해명할게요.”“걔가 그 말을 들을 것 같아?”임유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허유나가 너한테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어?”허유나라는 여자에 대해 그는 잘 알고 있었다.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의 말만 맞고 절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윤서린이 해명하러 찾아가도 오해를 풀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속만 상할 뿐이었다.“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잖아요.”윤서린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녀는 이번 일로 허유나와 사이가 틀어지고 임유환이 비난 받는 걸 원치 않았다.임유환은 그녀가 허유나와의 우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알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중요한 관계라면 시도는 해봐. 결과가 어떻든 난 네 편이야.”그 한마디에 윤서린이 걸음을 멈추었다.“왜 그래?”임유환도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윤서린은 고개를 저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그리고, 고마워요, 유환 씨!”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는데.”임유환은 피식 웃으며 손을 저었다.“이제 돌아가자.”윤서린은 그제야 뭔가 떠오른 듯, 그에게 물었다.“유환 씨, 흑제 어르신은 이번에 가시면 또 오실까요?”“어르신께 부탁할 일이라도 있어?”임유환이 물었다.“아니, 그건 아니고. 장문호가 혹시라도 유환 씨한테 보복할까 봐….”윤서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꿈 깨! 이 여우 같은 년!’허유나는 속으로 오만가지 욕설을 퍼부었다.하마터면 이 프로젝트가 무산되며 장문호와 사이가 틀어질 뻔했다.이 모든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 주제에 뻔뻔하게 변명을 하다니, 우스웠다.하지만 곧 저 뻔뻔한 놈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해줄 것이다![성호 어르신이 그날 널 많이 예뻐해 주실 거야!]허유나의 진심을 모르는 윤서린은 친구가 자신을 믿어줬다는 생각에 기쁨에 겨워 답장을 보냈다.[그래, 꼭 갈게. 생일 선물은 이미 준비했어!][서린아, 역시 넌 내 진정한 친구야!]허유나는 일부러 과장된 이모티콘을 보냈다.[당연하지!]기분이 좋아진 윤서린도 바로 답장을 보냈다.[서린아, 그럼 그날 만나는 거로 하고 바빠서 나중에 다시 문자하자.]목적을 달성한 허유나는 곧바로 대화를 마무리했다.[그래, 일봐. 나도 좀 씻어야겠어.]대화가 끝난 뒤, 윤서린은 흥에 겨워 방 안에서 폴짝폴짝 뛰어 다녔다.[역시 유나는 마음이 넓어서 날 이해해줄 줄 알았어!]그녀는 기쁜 마음에 바로 임유환에게 문자를 보내 상황을 알려주었다.문자를 확인한 임유환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허유나가 갑자기 너그럽게 변해서 윤서린의 말 몇 마디에 화를 풀었을 리는 없었다.게다가 생일 파티에 윤서린을 초대한다니!의혹을 품고 그는 일단 문자를 보내 축하해 주었다.[둘이 화해했다니 정말 다행이네.][그러니까요. 유나가 이렇게 쉽게 저를 이해해줄 줄은 몰랐어요! 역시 이십 년 지기 친구는 다르다니깐요.]윤서린은 자랑스럽다는듯이 행복한 말투로 답장했다.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도 자랑스러웠고, 이런 친구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신뢰한다는 것도 자랑스러웠다![그러게.]임유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문자를 보내 물었다.[허유나가 다른 말은 안 했어? 우리 사이에 대해 안 물어봤어?][아니요.]윤서린에게서는 바로 답장이 왔다.임유환은 점점 더 의구심이 커져갔다.그가 아는 허유나가 아닌 것 같았다. 분명 어떻게 만났냐고 꼬치꼬치 캐물어야 정상이었기 때문이
이틀 뒤, 록스타 클럽 206호 룸.허유나의 생일 파티는 이곳에서 열렸다.그녀는 평소에 잘 지내던 친구들을 파티에 초대했다.오늘의 주인공인 그녀는 섹시한 미니 스커트에 정성 들여 화장까지 하고 클럽으로 향했다.테이블에는 커다란 케이크와 각종 과일, 그리고 술들이 준비되어 있었다.“유나야,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윤서린은 가장 먼저 생일 축하와 함께 미리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고마워, 서린아.”허유나는 기쁜 얼굴로 선물을 받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악랄한 생각이 꿈틀대고 있었다.윤서린도 오늘 신경 써서 꾸미고 나왔다.베이지톤의 롱드레스에 허리에는 가는 허리띠로 포인트를 주었다.“생일 축하 노래부터 부르자!”한 친구가 제안했다.파티에 참석한 친구들이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유나야, 소원 빌어야지!”노래가 끝난 후, 친구들이 허유나를 재촉했다.“그래.”허유나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빈 뒤, 촛불을 껐다.그리고 케익을 잘라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그 뒤로 광란의 파티가 시작되었다.노래를 부르는 친구, 술을 들이붓는 친구, 그리고 소파에 앉아 간식을 흡입하는 친구까지 모두가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함께 파티를 즐겼다.윤서린은 허유나의 옆에 앉아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유나야, 장문호 씨는 오늘 왜 안 왔어?”약혼녀의 생일인데 장문호가 빠진 건 조금 이상했다.“문호 씨?”허유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준비한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손해를 메꾸기 위해 여기저기 영업을 뛰고 있지. 요즘 너무 바빠서 만날 시간도 없었어.”“미안해, 유나야. 괜히 나 때문에….”윤서린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그녀에게 사과했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너희 집안도 요즘 사정이 어렵다면서. 그리고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경쟁이 붙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허유나는 겉으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온갖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윤서린, 이 요망한 년! 너 때문에 문호 씨가 요즘 바빠서 생일인데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생일파티가 절반쯤 진행되었을 때, 윤서린이 허유나가 들이민 와인을 밀어내며 말했다."유나야, 나 이제 더 못 마셔."그녀는 이미 와인 세 잔을 마셨기에 더 이상 마실 수 없었다.윤서린은 지금 하늘과 땅이 빙빙 도는 것만 같았다."그래, 그럼 그만 마시자."허유나는 술잔을 내려놓고 윤서린의 무력한 모습을 차가운 얼굴로 바라봤다.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낯선 전화번호로 메시지를 보냈다.머지 않아, 민소매를 입은 사나운 얼굴의 남자가 담배를 물고 룸 안으로 걸어들어왔다.그의 등 뒤에는 똑같이 사나운 눈빛을 하고 건장한 체격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들어왔다.그들은 바로 유성호와 그의 부하들이었다.룸 안의 노랫소리가 멈추더니 사람들이 두려운 얼굴로 쳐들어온 그들을 바라봤다.그들의 차림새와 분위기를 봐서 절대 상대하기 좋은 인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야, 여기 시끌벅적하네."유성호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룸 안을 빠르게 훑어봤다.여자들은 그 눈빛에 놀라 소파의 구석에서 몸을 벌벌 떨었다.유성호는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과 빛이 나는 피부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가 클럽에서 함께 놀았던 여자들보다 이곳의 여자들이 퍽 예뻤다.특히 그의 시선이 윤서린에게 닿았을 때, 그는 멈칫했다.그녀의 옷차림, 몸매, 얼굴은 가히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순간, 그의 눈빛에 불꽃이 일렁였다.윤서린이 바로 오늘 그의 목표였다.이런 미녀를 자신에게 보내다니, 그는 장문호가 의리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유성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입술을 축이며 윤서린에게 다가갔다."예쁜 아가씨, 얼굴이 익숙한데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어?""당신 누구야?"술에 취해 있던 윤서린은 누군가 자기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흐리멍덩하게 눈을 떴다."내가 누구냐고? 유성호라고 몰라?"유성호가 웃으며 눈으로는 밖으로 드러난 윤서린의 새하얀 허벅지를 게걸스레 훑어봤다.그 다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유성호는 정신을 놓을 것 같았
짝!뺨 때리는 소리가 룸 안에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뺨을 맞은 윤서린은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녀의 얼굴에도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젠장, 저 미친년이 감히 나를 때려?"유성호가 바닥으로 침을 뱉으며 사나운 얼굴로 말했다.여자들은 혹시라도 그 화가 자신에게 미칠까 봐 몸을 떨며 서로를 껴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허유나도 쿵쾅대는 심장을 안고 유성호가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지 말아 달라고 빌었다.윤서린은 뺨을 맞고 나니 술이 많이 깨는 것 같았다.그녀는 얼얼한 뺨을 잡고 사나운 얼굴을 한 유성호를 바라봤다. 흐리멍덩했던 두 눈이 순간 놀란 기색으로 바뀌었다."성호… 성호 어르신?"윤서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이년이 이제 날 알아보네. 네년이 방금 술병으로 내 머리를 쳤다고,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유성호가 분노 가득한 눈으로 윤서린을 쏘아보며 물었다."네?"윤서린은 그제야 누군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 생각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반항할 힘이 없어 본능적으로 테이블 위의 물건을 들어 던진 것까지 어렴풋이 생각났다.그런데 그 상대가 유성호였다니."죄, 죄송합니다. 성호 어르신, 제가 방금 술에 취해서 그런 겁니다. 제가 치료비용 배상해 드릴게요."윤서린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유성호에게 사과를 전했다.유성호는 청룡파 보스였고 청룡파는 S시에서 가장 큰 폭력배조직이었다.윤서린은 유씨 집안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치료비를 배상하겠다고?"윤서린의 말을 들은 유성호가 웃었다. 그리곤 다시 살벌한 표정으로 윤서린에게 물었다."내가 그까짓 돈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여?""아, 아닙니다…"윤서린은 놀라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얼른 설명했다."방금 제가 취해서 어르신을 다치게 한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과드릴게요.""사과?"윤서린의 말을 들은 유성호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곤 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을 보며 다시 말했다."정말 사과하고 싶으면 기회를 줄 순 있지.""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