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린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설마 S 시를 떠나려고 이 모든 걸 고백했던 거야?“서린아, 왜 그래?”임유환은 윤서린의 불안한 마음을 눈치채고 나지막이 물었다.“저기... 유환 씨,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건 설마 S 시를 떠나 연경에 가서 서인아 씨랑 함께 있기 위해서예요?”윤서린은 망설이다가 결국 물었다. 정말 너무 알고 싶었다.“연경에 가서 서인아와 함께 있기 위해서라니?”임유환은 어리둥절했다.곧 윤서린의 뜻을 깨닫고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안 가. 난 계속 S 시에 남아있을 거야.”“정말요?”윤서린은 순간 흥분했다.곧 자신의 추태를 의식한 듯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설명했다. “난 그냥 유환 씨가 S 시에 머무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나도 그렇게 생각해.”임유환이 답했다.“네.”윤서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초리가 파르르 떨려왔다.어느덧, 주위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유환 씨... 배 안 고파요?”윤서린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분위기를 계속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어으, 아까 왜 그렇게 흥분해 가지고...“어... 네가 그렇게 물으니 배가 고픈 것 같아.”임유환도 어색하게 웃었다.딱히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윤서린이 이렇게 물어보자, 신기하게도 배에서 꼬르륵거리기 시작했다.“그럼 식당에 가서 죽 좀 사 올게요.”윤서린이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부드럽게 말했다.“고마워. 큰 그릇으로 부탁할게.”임유환은 씩 웃었다.“풉.”윤서린이 웃음을 터뜨렸다.임유환이 지금처럼 식탐이 많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으니 확실히 에너지를 보충해야 했다.“기다려요.”말을 마치고 윤서린은 병실을 떠났다.윤서린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젊은 간호사가 들어와서 임유환의 링거를 바꿔주었다.간호사는 임유환에게 새 링거병을 바꿔주면서 말했다.“임유환 씨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네요. 조 중령님께서 떠나자마자 이젠 부드러운 아가씨도 오고 말이에요. 심지어
"임 선생님, 링거 바꿔드렸어요.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필요하시면 벨 누르시면 돼요."간호사는 멍하니 앉아있는 임유환을 보며 한마디 남기고는 자리를 떴다."후..."임유환은 긴 숨을 뱉어내며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억지로라도 진정해보려 애썼다.그럼 서인아가 일부러 나한테 차갑게 대했다는 말인가?왜지... 왜 그렇게까지 한 거지?만약 일부러 멀리하려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애를 써가며 저를 찾아올 리가 없었다. 그리고 저한테 다정한 말을 하고 연인 사이일 때만 할법한 스킨십까지 할 일은 더더욱 없었다.만약 그냥 미안한 마음을 덜어내고 싶은 거라면 왜 또 몰래 눈물을 흘리고 인사도 없이 갔던 걸까.도대체 서인아에게 무슨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것일까.아무리 생각해도 그 답을 찾을 수 없어 임유환의 마음도 점점 복잡해졌다."유환 씨, 무슨 일 있어요?"그때 귓가에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임유환은 생각을 멈추고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에 김이 펄펄 나는 죽을 들고 온 윤서린이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멍 때린 거야."임유환은 웃으며 대답했다."아직 몸도 다 회복 안 됐으니까 머리 아픈 일 들은 일단 생각하지 말고 몸부터 챙겨요. 건강이 먼저잖아요."윤서린은 미소를 짓더니 죽을 들고 임유환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죽을 한술 떠 임유환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말했다."먹어요.""어... 나 혼자 할게."임유환은 어른이 되고 처음으로 받아보는 살뜰한 보살핌에 몸 둘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손에 링거 있잖아요. 내가 먹여줄게요."윤서린의 따듯한 말에 임유환의 마음도 한결 따듯해지는 것 같았다.임유환은 입을 벌려 윤서린이 보는 앞에서 그녀가 떠준 죽을 받아먹었다. 온종일 밥을 먹지 못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윤서린 때문인 건지 평소에는 아무 맛도 나지 않던 죽이 어딘가 달게 느껴졌다."천천히 먹어요. 뜨거워요."허겁지겁 먹는 임유환에게 뜨겁다며 조심하라고 일러주고는 또 죽을 떠주는 윤서린의 자상한 모습에 임유환
"아-"임유환은 입을 크게 벌리고는 윤서린이 떠주는 죽을 한입 한입 받아먹었다. 따듯한 죽을 삼킬 때마다 마음에도 그 따듯함이 전해졌다. 임유환이 한입 한입 크게 받아먹은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죽도 바닥을 보였다."유환 씨, 좀 쉬고 있어요. 딸기 사 올게요."숟가락을 내려놓은 윤서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윤서린의 말에 임유환도 미소로 답을 했다.뒤돌아 병실 밖으로 나가는 윤서린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임유환은 그 인영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시선을 창문 너머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 돌렸다.그러고 가만있자니 머릿속에 서인아가 떠올랐다. 임유환은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서인아를 머릿속에서 지우려 했다. 옆에 자신에게 저렇게 온 정성을 다하는 윤서린이 있는데 이 와중에 서인아 생각이나 하다니, 정말 남자로서 그렇게 별로일 수가 없었다.하지만 폐허에서 있었던 일은 뇌리에 너무 강하게 박혀 잊혀지지가 않았다.그때 서인아가 임유환을 걱정스럽게 보던 눈빛과 임유환을 흘린 눈물은 모두 진심이었으니까.하나는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7년 전 임유환의 첫사랑이고 또 하나는 15년 전에 임유환을 구해준 착하고 다정한 생명의 은인이었다."후..."임유환은 생각을 할수록 복잡해지는 마음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기대 누웠다.15분쯤 지나자 윤서린이 환한 얼굴로 병실에 들어섰다."유환 씨, 유환 씨가 먹고 싶다던 딸기 사 왔어요.""고마워, 서린아."제가 뭐라고, 뭐하나 잘난 것도 없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애정을 쏟는 윤서린을 보며 임유환은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맙다고 안 해도 된다니까요. 유환 씨가 나 도와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이건. 그동안 받기만 했으니까 이젠 내가 해줄 거예요."윤서린은 예쁘게 웃고는 사 온 딸기를 깨끗이 씻어 가늘고 하얀 손가락으로 임유환에게 먹여주었다."아 해봐요.""달달하네."딸기를 한입 베어 문 임유환의 눈에 안광이 돌았다.윤서린이 직접 먹여준 딸
밤이 깊어지자 윤서린은 수건으로 임유환의 몸을 닦아주고는 작은 의자를 끌고 와 침대 옆에 앉았다.그 모습이 안쓰러운 임유환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서린아, 그렇게 앉아있는 거 안 불편해?""안 불편해요."윤서린은 고개를 저으며 여전히 온화한 얼굴로 임유환을 바라보고 있었다."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나는 힘들면 소파에서 쉬면 되잖아요. 유환 씨 몸이나 챙겨요. 푹 쉬어야 얼른 건강도 회복하죠.""그래, 알겠어."웃으며 대답하는 임유환에 윤서린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도 더욱 짙어졌다.이렇게 임유환 옆에 딱 붙어서 그를 챙겨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하루 같이 있었다고 그새 둘 사이가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맞다, 유환 씨!"윤서린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큰 눈으로 임유환을 보며 놀랍다는 듯이 물었다."그럼... 나흘 뒤에 해수욕장 파티도 서인아 씨가 유환 씨 위해서 열어주는 거예요?""응."임유환은 이번에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아..."그 말을 들은 윤서린은 순간 심장박동이 느려지는 듯했다.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임유환의 입에서 직접 대답을 들으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환 씨와 서인아 씨는 무슨 사이인 거지?서인아 씨가 유환 씨를 위해 파티 한번 열겠다고 그 큰 해수욕장을 빌린 거면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설마 연인 사이일까?혹시 그 사진 속 뒷모습의 주인공이 유환 씨인 건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임유환을 바라보는 윤서린의 시선이 전과는 조금 달랐다. 놀라움 속에 슬픔과 체념도 함께하고 있었다.서인아 씨처럼 멋있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자신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았다.그런 윤서린의 마음을 알아차린 임유환이 달래듯 말했다."나랑 서인아는 그냥 친구야. 파티가 끝나면 인아도 연경으로 돌아간다고 했어. 그럼 아마 다시 보진 못할 거야.""이번 파티도 우리 사이 좋게 마무리하려고 연 거일 거야."그 말에 놀란 윤서린이 눈 속의 슬픔과 체념을 지우고 임유환
윤서린의 세심한 간호 탓에 삼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노을이 지기 시작한 오후, 임유환은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침대에서 내려왔다.몸이 많이 가벼워진 것이 이미 거의 회복이 된 것 같았다.주먹을 쥘 때도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자 임유환은 바로 허공에 대고 주먹을 휘둘러 보았다.주먹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임유환의 얼굴에도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유환 씨, 언제 일어났어요!"그때 과일을 사 들고 돌아온 윤서린이 주먹질을 하는 임유환을 보고 깜짝 놀라며 과일을 던지듯 놓고 달려갔다."걱정 마, 나 다 나았어 이제.""다 나았다고요?"질문을 하는 윤서린의 눈빛이 흔들렸다."응. 이제 다 나았어. 다 네 덕분이야. 고마워 서린아."임유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하게 윤서린을 바라보았다.윤서린은 붉어진 얼굴로 물었다."정말 다 나은 거 맞아요? 거짓말 하는 거 아니죠?""당연하지. 볼래?"임유환이 웃으며 팔을 들어 옷을 들추려 하자 윤서린은 아까보다도 더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됐어요.""다 나았다고 하니까 가서 퇴원 절차 밟을게요. 여기서 좀만 기다려요.""응. 옷 갈아입고 있을게."말을 마친 임유환은 화장실로 들어가 지긋지긋한 환자복을 벗어냈다.십 분쯤 지나고 윤서린은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함께 병실로 들어섰다. 임유환의 병실을 찾은 의사는 다름 아닌 최서우였다.임유환을 보자 늘 그렇듯 청아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잘생긴 환자분 또 보네요. 회복이 엄청 빠르시네요. 3일 만에 퇴원할 줄은 몰랐는데.""하하."최서우를 본 임유환은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3일 전, 최서우 때문에 임유환이 몇 바늘이나 더 꿰매야 했었다."잘생긴 환자분, 저 그렇게 보지 마세요. 그날 일은 진짜 사고였어요. 굳이 탓하려면 유환 씨를 탓해야죠. 의지가 좀 약하시네요."최서우는 말은 웃으며 하고 있었지만 조금은 미안하고 창피하기도 했다.그렇게 창피하니까 실이 풀리고 나서 며칠
"어..."윤서린의 예사롭지 않은 눈빛에 잠깐 말문이 막혔던 임유환이 이내 말을 이었다."서린아, 이 여자 말 듣지 마. 쭈는 그냥 조 중령님이야. 조 중령님이 나 구해줬어."말을 하면서 임유환은 최서우를 흘겨보았다. 오지나 말 것이지 괜히 와서 저를 곤란하게 만드니 그 적의가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조 중령님이요?""그래, 서인아랑 같이 갇혀있을 때 조 중령님이 와서 우릴 구해주시고 병원까지 데려다주셨어."윤서린이 괜한 오해를 하는 걸 원치 않았던 임유환이 다급히 해명을 했다."그런 거였군요."그의 말을 듣고 굳어있었던 윤서린의 표정이 어느 정도 풀렸다."이제 가자, 서린아."최서우가 또 어떤 말을 할지 몰라 임유환은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그래요."윤서린은 다시 미소를 되찾은 얼굴로 대답했다."잘생긴 환자분, 나중에 또 봐요."임유환을 향해 손을 흔드는 최서우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눈꼬리도 하늘로 솟아있어 더 그렇게 보이는 듯했다."다신 보지 말죠."임유환은 그런 최서우를 노려보며 자리를 떴다.말했듯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윤서린은 임유환을 한번, 또 최서우를 한번 쳐다보고는 발걸음을 재촉해 임유환을 따라갔다....BMW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운전하는 윤서린은 기분이 나빠 보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유환이 물었다."아까 최서우 씨가 한 말 때문에 그래?"제 속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챈 임유환에 입술만 물고 있던 윤서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여자 신경 쓰지 말라니까. 그냥 의학에 미친 사람이야."임유환은 답답한 마음에 고개만 저었다."근데 계속 유환 씨한테 잘생겼다고 그러고... 관심 있어 보였어요."말을 하는 윤서린의 목소리에 질투가 묻어났다."그건 내가 회복이 너무 빠르니까 실험대상 삼으려고 그런 거야. 내가 그 속내를 뻔히 알면서 그런 짓을 왜 하겠어."윤서린은 마음이 조금 풀린 듯 말했다."진짜요?""그럼 진짜지.""그리고 번호도 안 줬
거절 버튼을 누르고 화장실로 들어가려는데 또 알림음이 울렸다.띠링-역시나 최서우였다. 수락하지 않으면 계속 보낼 작정인 것 같아 임유환은 어쩔 수 없이 친구추가를 수락했다.마침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보고 싶기도 했으니까.친구 추가확인 메시지 뒤로 최서우의 문자가 보였다.[잘생긴 환자분, 누나가 친구추가 보냈는데 왜 거절했어요. 속상해요 저 진짜.]그 문자를 읽은 임유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나이도 자신보다 어리면서 말끝마다 누나누나 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 일단은 따지지 않았다.임유환은 단도직입적으로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내 번호 어디서 났어요?][누나가 어떻게 가졌는지 맞춰봐요.]최서우는 입꼬리를 잔뜩 올린 채로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조명주 중령님이 준거죠?][빙고! 잘 맞추네요.]임유환도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한 답이었다.이어서 따봉 이모티콘을 보내오며 최서우가 말했다.[잘 맞췄으니까 상으로 퇴근하고 술 사줄게요. 나올래요?][아니요. 됐습니다.]저를 취할 때까지 먹이고 데려가서 연구하려는 속셈이 뻔한데 임유환이 거기에 걸려들 리가 없었다.[유환 씨 너무 정 없게 그러지 말고. 누나가 이래 보여도 처음 남자한테 데이트 신청한 건데. 평소 같으면 다른 사람들이 불러도 답장도 안 해요 나.]임유환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임유환은 당연히 최서우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이렇게 유혹적으로 나오는데 이미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당했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만약 최서우가 한 말이 다 사실이라고 해도 임유환은 최서우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그래서 임유환은 굳이 돌려 말하지 않았다.[저 시간 없습니다. 더 할 말 없으면 씻으러 가야 해서요.][씻는다고요?]최서우는 씻는다는 말에 갑자기 흥미가 생겨 임유환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X발."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걸려오는 영상통화를 본 임유환은 낮게 욕을 내뱉으며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 정말 최서우는 제 예상을 빗나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임유환의 머릿속은 내일 있을 파티와 서인아로 가득 찼다.임유환은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부러 자신과 멀어지려고 차갑게 대했던 것도, 폐허에서 자신을 걱정하고 진심을 토로하며 울던 것도...그리고 임유환이 수술실로 들어간 뒤에도 바로 가지 않고 구석에서 울고 있었다는 간호사의 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눈물은 거짓될 수 없지 않을까.혹시 서인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생각하며 임유환은 습관적으로 긴 한숨을 뱉었다.폐허, 병원 그리고 7년 전의 일까지 내일 파티가 끝나면 물어볼 생각이었다.서인아가 연경에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다시는 서인아를 볼 기회가 없다 해도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다. 언제까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혼자 착각하고 싶지 않았다....새벽녘, 작전 지역에서는 수십 대의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그중에 검은색 전투기 하나가 착륙하더니 군복을 입은 남자가 문을 열고 내렸다.어깨에 달린 별이 4개인 것으로 보아 대장 정도는 돼 보였다.강인해 보이는 구릿빛 얼굴에는 오만한 기색도 역력했지만 대장을 모시러 온 일개 병사들이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존경 어린 표정을 하고 남자를 바라보았다.그 남자는 2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전장을 휩쓸고 돌아온 대하의 최연소 대장이었다.이번에는 십만 대군을 이끌고 또 한 번 전장에 나가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으니 원수로 승진할 가능성도 충분했다.그러면 그는 온 대하의 최연소, 전무후무한 원수가 되는 것이다!그가 바로 정우빈이었다!"전쟁 매니아"라는 별명에 걸맞는 사람이었다.타고난 재능을 빼고도 그는 연경 작전 지역 제일가는 정 씨 집안 도련님이었다."정 대장님!"정우빈이 문을 열고 나오자 주위에 둘러섰던 병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모든 병사들이 총을 거두고 정우빈의 향해 고개를 숙였다.정우빈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