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15년 전, 그의 생명을 구해줬던 여자였고, 다른 한 명은 그의 첫사랑이었다.임유환은 마음속으로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원래 그는 서인아와 더 이상의 교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과거 때문에 윤서린이 그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서인아 사이의 일을 계속 그녀에게 숨겼다.그러나 이제 보니 윤서린에게도 알려줄 필요가 있는 듯했다.축제까지 아직 4일 남았다.“임유환 씨, 방금 여자 친구가 전화한 거죠?”조명주의 물음에 임유환은 떠도는 생각을 멈추었다.“서린이는 아직 제 여자 친구가 아니에요.”임유환이 실소하며 고개를 가로젓자 조명주는 그러냐며 대수 응한 후, 물었다.“병원에 온대요?”“네, 지금 오고 있는 길이라고 하더군요.”임유환은 고개를 끄덕였다.“곁에 있어 줄 사람도 온다고 하니 난 먼저 돌아갈게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 해요.”“명심해요. 누가 뭐래도 목숨은 당신 거니까 절대 무리하지 마요.”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서서 병실 밖을 향해 걸어 나가는 조명주.“알겠습니다.”임유환은 조명주의 뒷모습을 보며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조명주는 성질이 좀 불같은 것 빼고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30분 후.윤서린은 302호실에 달려갔다.몸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는 임유환을 보자 그녀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눈시울을 붉혔다.“유환 씨!”윤서린은 임유환이 이렇게 심하게 다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서린아, 왔어?”임유환은 병실 입구의 윤서린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유환 씨, 괜찮아요?”윤서린은 초조한 표정으로 임유환을 향해 걸어갔다.“괜찮아, 그냥 작은 부상이야. 이틀 뒤면 퇴원할 수 있어.”임유환은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손을 내저었다.“하지만... 유환 씨 지금 붕대를 칭칭 감고 있잖아요!”윤서린은 긴장한 듯 말했다. 유환이 많이 다쳤다는 건 쉽게 보아낼 수 있었다.“난 정말 괜찮아. 믿기 어려우면 내가 지금 일어나서 몇 바퀴 걸을까?”임유환이 빙
“어.”임유환은 윤서린의 반응을 보며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윤서린은 이유 모르게 긴장된 마음을 간신히 다잡으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무엇... 때문이에요?”“어제 사고 때문이야.”임유환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사고라고요?”윤서린은 미세하게 떨리는 눈으로 물었다.“어제 서인아 씨를 만나러 갔어요?”“응.”임유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서린아, 만약에 말이야... 만약 내가 전에 서인아를 알고 있었다고 말하면 넌 내가 널 속였다고 생각할 거야? 그래서 날 멀리할 거야?”임유환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나 서린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다.그의 말을 듣자, 윤서린은 가슴이 철렁했다.역시나 임유환은 오래전부터 서인아를 알고 있었다.그제야 서인아가 왜 그녀에게 특별한 배려를 하면서 그렇게 큰 계약을 맺었는지 설명할 수 있었다.처음에 서인아가 그녀의 능력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의심을 품었었다.윤서린은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서인아의 관심을 끌 만하지 못하다는 것을.전에 임유환과 서인아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서인아를 모른다고 하길래 윤서린은 믿는 걸 택했다.하지만 이상했다.지금 임유환이 진실을 말했을 때, 떠돌고 있으며 그녀를 괴롭혔던 의심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역시나 뭔가 있었던 거였어...하지만 이건 분명히 좋은 일인데 유환 씨가 왜 날 속였을까?“유환 씨, 왜 나한테 거짓말 했어요? 이건 분명 좋은 일이잖아요.”윤서린은 곤혹스러운 듯 임유환을 바라보았다.“떠올리기 싫은 지난 일 때문에.”임유환이 말했다.“떠올리기 싫은 지난 일이요?”윤서린은 잠시 멍해 있다가 뭔가를 깨달은 듯 알겠다고 했다.그녀는 가볍게 입술을 오므렸다.“서린아, 너... 화 났어?”임유환이 떠보듯 물었다.“아니요.”윤서린은 고개를 저었다.“정말?”임유환은 믿기지 않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정말이에요.”윤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유환 씨, 나한
윤서린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설마 S 시를 떠나려고 이 모든 걸 고백했던 거야?“서린아, 왜 그래?”임유환은 윤서린의 불안한 마음을 눈치채고 나지막이 물었다.“저기... 유환 씨,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건 설마 S 시를 떠나 연경에 가서 서인아 씨랑 함께 있기 위해서예요?”윤서린은 망설이다가 결국 물었다. 정말 너무 알고 싶었다.“연경에 가서 서인아와 함께 있기 위해서라니?”임유환은 어리둥절했다.곧 윤서린의 뜻을 깨닫고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안 가. 난 계속 S 시에 남아있을 거야.”“정말요?”윤서린은 순간 흥분했다.곧 자신의 추태를 의식한 듯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설명했다. “난 그냥 유환 씨가 S 시에 머무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나도 그렇게 생각해.”임유환이 답했다.“네.”윤서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초리가 파르르 떨려왔다.어느덧, 주위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유환 씨... 배 안 고파요?”윤서린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분위기를 계속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어으, 아까 왜 그렇게 흥분해 가지고...“어... 네가 그렇게 물으니 배가 고픈 것 같아.”임유환도 어색하게 웃었다.딱히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윤서린이 이렇게 물어보자, 신기하게도 배에서 꼬르륵거리기 시작했다.“그럼 식당에 가서 죽 좀 사 올게요.”윤서린이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부드럽게 말했다.“고마워. 큰 그릇으로 부탁할게.”임유환은 씩 웃었다.“풉.”윤서린이 웃음을 터뜨렸다.임유환이 지금처럼 식탐이 많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으니 확실히 에너지를 보충해야 했다.“기다려요.”말을 마치고 윤서린은 병실을 떠났다.윤서린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젊은 간호사가 들어와서 임유환의 링거를 바꿔주었다.간호사는 임유환에게 새 링거병을 바꿔주면서 말했다.“임유환 씨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네요. 조 중령님께서 떠나자마자 이젠 부드러운 아가씨도 오고 말이에요. 심지어
"임 선생님, 링거 바꿔드렸어요.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필요하시면 벨 누르시면 돼요."간호사는 멍하니 앉아있는 임유환을 보며 한마디 남기고는 자리를 떴다."후..."임유환은 긴 숨을 뱉어내며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억지로라도 진정해보려 애썼다.그럼 서인아가 일부러 나한테 차갑게 대했다는 말인가?왜지... 왜 그렇게까지 한 거지?만약 일부러 멀리하려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애를 써가며 저를 찾아올 리가 없었다. 그리고 저한테 다정한 말을 하고 연인 사이일 때만 할법한 스킨십까지 할 일은 더더욱 없었다.만약 그냥 미안한 마음을 덜어내고 싶은 거라면 왜 또 몰래 눈물을 흘리고 인사도 없이 갔던 걸까.도대체 서인아에게 무슨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것일까.아무리 생각해도 그 답을 찾을 수 없어 임유환의 마음도 점점 복잡해졌다."유환 씨, 무슨 일 있어요?"그때 귓가에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임유환은 생각을 멈추고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에 김이 펄펄 나는 죽을 들고 온 윤서린이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멍 때린 거야."임유환은 웃으며 대답했다."아직 몸도 다 회복 안 됐으니까 머리 아픈 일 들은 일단 생각하지 말고 몸부터 챙겨요. 건강이 먼저잖아요."윤서린은 미소를 짓더니 죽을 들고 임유환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죽을 한술 떠 임유환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말했다."먹어요.""어... 나 혼자 할게."임유환은 어른이 되고 처음으로 받아보는 살뜰한 보살핌에 몸 둘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손에 링거 있잖아요. 내가 먹여줄게요."윤서린의 따듯한 말에 임유환의 마음도 한결 따듯해지는 것 같았다.임유환은 입을 벌려 윤서린이 보는 앞에서 그녀가 떠준 죽을 받아먹었다. 온종일 밥을 먹지 못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윤서린 때문인 건지 평소에는 아무 맛도 나지 않던 죽이 어딘가 달게 느껴졌다."천천히 먹어요. 뜨거워요."허겁지겁 먹는 임유환에게 뜨겁다며 조심하라고 일러주고는 또 죽을 떠주는 윤서린의 자상한 모습에 임유환
"아-"임유환은 입을 크게 벌리고는 윤서린이 떠주는 죽을 한입 한입 받아먹었다. 따듯한 죽을 삼킬 때마다 마음에도 그 따듯함이 전해졌다. 임유환이 한입 한입 크게 받아먹은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죽도 바닥을 보였다."유환 씨, 좀 쉬고 있어요. 딸기 사 올게요."숟가락을 내려놓은 윤서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윤서린의 말에 임유환도 미소로 답을 했다.뒤돌아 병실 밖으로 나가는 윤서린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임유환은 그 인영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시선을 창문 너머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 돌렸다.그러고 가만있자니 머릿속에 서인아가 떠올랐다. 임유환은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서인아를 머릿속에서 지우려 했다. 옆에 자신에게 저렇게 온 정성을 다하는 윤서린이 있는데 이 와중에 서인아 생각이나 하다니, 정말 남자로서 그렇게 별로일 수가 없었다.하지만 폐허에서 있었던 일은 뇌리에 너무 강하게 박혀 잊혀지지가 않았다.그때 서인아가 임유환을 걱정스럽게 보던 눈빛과 임유환을 흘린 눈물은 모두 진심이었으니까.하나는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7년 전 임유환의 첫사랑이고 또 하나는 15년 전에 임유환을 구해준 착하고 다정한 생명의 은인이었다."후..."임유환은 생각을 할수록 복잡해지는 마음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기대 누웠다.15분쯤 지나자 윤서린이 환한 얼굴로 병실에 들어섰다."유환 씨, 유환 씨가 먹고 싶다던 딸기 사 왔어요.""고마워, 서린아."제가 뭐라고, 뭐하나 잘난 것도 없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애정을 쏟는 윤서린을 보며 임유환은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맙다고 안 해도 된다니까요. 유환 씨가 나 도와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이건. 그동안 받기만 했으니까 이젠 내가 해줄 거예요."윤서린은 예쁘게 웃고는 사 온 딸기를 깨끗이 씻어 가늘고 하얀 손가락으로 임유환에게 먹여주었다."아 해봐요.""달달하네."딸기를 한입 베어 문 임유환의 눈에 안광이 돌았다.윤서린이 직접 먹여준 딸
밤이 깊어지자 윤서린은 수건으로 임유환의 몸을 닦아주고는 작은 의자를 끌고 와 침대 옆에 앉았다.그 모습이 안쓰러운 임유환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서린아, 그렇게 앉아있는 거 안 불편해?""안 불편해요."윤서린은 고개를 저으며 여전히 온화한 얼굴로 임유환을 바라보고 있었다."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나는 힘들면 소파에서 쉬면 되잖아요. 유환 씨 몸이나 챙겨요. 푹 쉬어야 얼른 건강도 회복하죠.""그래, 알겠어."웃으며 대답하는 임유환에 윤서린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도 더욱 짙어졌다.이렇게 임유환 옆에 딱 붙어서 그를 챙겨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하루 같이 있었다고 그새 둘 사이가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맞다, 유환 씨!"윤서린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큰 눈으로 임유환을 보며 놀랍다는 듯이 물었다."그럼... 나흘 뒤에 해수욕장 파티도 서인아 씨가 유환 씨 위해서 열어주는 거예요?""응."임유환은 이번에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아..."그 말을 들은 윤서린은 순간 심장박동이 느려지는 듯했다.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임유환의 입에서 직접 대답을 들으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환 씨와 서인아 씨는 무슨 사이인 거지?서인아 씨가 유환 씨를 위해 파티 한번 열겠다고 그 큰 해수욕장을 빌린 거면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설마 연인 사이일까?혹시 그 사진 속 뒷모습의 주인공이 유환 씨인 건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임유환을 바라보는 윤서린의 시선이 전과는 조금 달랐다. 놀라움 속에 슬픔과 체념도 함께하고 있었다.서인아 씨처럼 멋있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자신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았다.그런 윤서린의 마음을 알아차린 임유환이 달래듯 말했다."나랑 서인아는 그냥 친구야. 파티가 끝나면 인아도 연경으로 돌아간다고 했어. 그럼 아마 다시 보진 못할 거야.""이번 파티도 우리 사이 좋게 마무리하려고 연 거일 거야."그 말에 놀란 윤서린이 눈 속의 슬픔과 체념을 지우고 임유환
윤서린의 세심한 간호 탓에 삼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노을이 지기 시작한 오후, 임유환은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침대에서 내려왔다.몸이 많이 가벼워진 것이 이미 거의 회복이 된 것 같았다.주먹을 쥘 때도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자 임유환은 바로 허공에 대고 주먹을 휘둘러 보았다.주먹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임유환의 얼굴에도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유환 씨, 언제 일어났어요!"그때 과일을 사 들고 돌아온 윤서린이 주먹질을 하는 임유환을 보고 깜짝 놀라며 과일을 던지듯 놓고 달려갔다."걱정 마, 나 다 나았어 이제.""다 나았다고요?"질문을 하는 윤서린의 눈빛이 흔들렸다."응. 이제 다 나았어. 다 네 덕분이야. 고마워 서린아."임유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하게 윤서린을 바라보았다.윤서린은 붉어진 얼굴로 물었다."정말 다 나은 거 맞아요? 거짓말 하는 거 아니죠?""당연하지. 볼래?"임유환이 웃으며 팔을 들어 옷을 들추려 하자 윤서린은 아까보다도 더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됐어요.""다 나았다고 하니까 가서 퇴원 절차 밟을게요. 여기서 좀만 기다려요.""응. 옷 갈아입고 있을게."말을 마친 임유환은 화장실로 들어가 지긋지긋한 환자복을 벗어냈다.십 분쯤 지나고 윤서린은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함께 병실로 들어섰다. 임유환의 병실을 찾은 의사는 다름 아닌 최서우였다.임유환을 보자 늘 그렇듯 청아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잘생긴 환자분 또 보네요. 회복이 엄청 빠르시네요. 3일 만에 퇴원할 줄은 몰랐는데.""하하."최서우를 본 임유환은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3일 전, 최서우 때문에 임유환이 몇 바늘이나 더 꿰매야 했었다."잘생긴 환자분, 저 그렇게 보지 마세요. 그날 일은 진짜 사고였어요. 굳이 탓하려면 유환 씨를 탓해야죠. 의지가 좀 약하시네요."최서우는 말은 웃으며 하고 있었지만 조금은 미안하고 창피하기도 했다.그렇게 창피하니까 실이 풀리고 나서 며칠
"어..."윤서린의 예사롭지 않은 눈빛에 잠깐 말문이 막혔던 임유환이 이내 말을 이었다."서린아, 이 여자 말 듣지 마. 쭈는 그냥 조 중령님이야. 조 중령님이 나 구해줬어."말을 하면서 임유환은 최서우를 흘겨보았다. 오지나 말 것이지 괜히 와서 저를 곤란하게 만드니 그 적의가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조 중령님이요?""그래, 서인아랑 같이 갇혀있을 때 조 중령님이 와서 우릴 구해주시고 병원까지 데려다주셨어."윤서린이 괜한 오해를 하는 걸 원치 않았던 임유환이 다급히 해명을 했다."그런 거였군요."그의 말을 듣고 굳어있었던 윤서린의 표정이 어느 정도 풀렸다."이제 가자, 서린아."최서우가 또 어떤 말을 할지 몰라 임유환은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그래요."윤서린은 다시 미소를 되찾은 얼굴로 대답했다."잘생긴 환자분, 나중에 또 봐요."임유환을 향해 손을 흔드는 최서우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눈꼬리도 하늘로 솟아있어 더 그렇게 보이는 듯했다."다신 보지 말죠."임유환은 그런 최서우를 노려보며 자리를 떴다.말했듯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윤서린은 임유환을 한번, 또 최서우를 한번 쳐다보고는 발걸음을 재촉해 임유환을 따라갔다....BMW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운전하는 윤서린은 기분이 나빠 보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유환이 물었다."아까 최서우 씨가 한 말 때문에 그래?"제 속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챈 임유환에 입술만 물고 있던 윤서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여자 신경 쓰지 말라니까. 그냥 의학에 미친 사람이야."임유환은 답답한 마음에 고개만 저었다."근데 계속 유환 씨한테 잘생겼다고 그러고... 관심 있어 보였어요."말을 하는 윤서린의 목소리에 질투가 묻어났다."그건 내가 회복이 너무 빠르니까 실험대상 삼으려고 그런 거야. 내가 그 속내를 뻔히 알면서 그런 짓을 왜 하겠어."윤서린은 마음이 조금 풀린 듯 말했다."진짜요?""그럼 진짜지.""그리고 번호도 안 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