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제이크를 쓰러뜨린 임유환도 조금 힘에 겨워 넘어지지 않으려고 한 손으로 책상을 짚었다.아까 순간 폭발시킨 진기 때문에 피가 더 많이 흘렀다. 이제 시야가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었다.그는 얼른 서인아를 풀어주었다.“유환아!”서인아는 벌떡 일어나 임유환에게 안겼다.“스읍!”상처를 건드리자 임유환은 너무 아파서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서인아는 그제야 임유환이 중상을 입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얼른 거리를 두었다. “미안해......”죄책감으로 가득한 얼굴이었다.“이 바보야.”임유환은 겨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이내 제이크에게로 날카롭게 시선을 돌렸다.“일단 옆으로 가 있어. 저 자식 아직 안 죽었어.”서인아는 심장이 두근댔다.임유환이 익숙한 듯 바보라고 부르자 마치 7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혹시... 뭘 알고 있는 건가?그녀가 한창 생각에 잠겨있는데 임유환이 이미 절뚝거리며 제이크에게로 다가갔다.제이크는 동공이 풀리기 시작했다.숨이 거의 끊어지고 있었다.하지만 무언가를 쥐고 있는듯 왼손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임유환이 인상을 찌푸렸다.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는 은침으로 제이크의 왼손을 명중했다.신경에 손상을 입자 꽉 쥐었던 주먹이 확 풀어졌다.손안에 쥐고 있던 건 아주 작은 빨간색 버튼이었다.빨간색 불빛이 계속 깜박거리고 있었다.“안돼!”임유환의 눈이 커다래졌다.그는 이것이 폭탄 장치임을 한눈에 눈치챘다.이 자식이 벌써 장치를 가동시켰다!이 건물에 진작부터 폭탄이 설치되어 있었다.임유환의 머릿속에 불쑥 떠오른 추측이었다.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마지막 남은 기운을 끌어내 서인아의 앞으로 확 달려갔다.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서인아를 품에 안아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쾅!이때, 임유환보다 한발 먼저 아래로부터 굉음이 울려퍼졌다.건물 전체가 눈 깜짝할 새에 무너졌다.임유환도 맥없이 아래로 떨어졌다.만약 지금 컨디션이 최상이었다면 이런 폭발쯤이야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하지만
“너... 피 났어?”심장이 쿵 내려앉은 서인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살짝 까진 거야, 별거 아냐.”임유환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유환아, 거짓말하지 마...”서인아는 심장이 아려왔다.아까 몸에 총을 두 번이나 맞은 것도 모자라 자신을 안고 이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 별 일 아닐 리가 없었다.“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야.”임유환이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 챙겼다고. 그렇게 도도했던 아가씨는 어디 갔대?”“지금 장난칠 때 아니잖아...”서인아의 눈에 눈물이 가득찼다.“장난 아니고, 난 그냥, 콜록...”말이 끝나기 전에 임유환은 갑자기 심하게 기침했다.땅을 짚고 있던 팔도 힘이 풀려 하마터면 등 위의 바위에 깔릴 뻔했다.“임유환!”서인아는 겁에 질렸다.피가 느껴졌다.임유환이 피를 토했다!“괜찮다고 했지......”임유환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들어 올려 몸 아래 있는 서인아에게 공간을 내주었다.서인아는 이 모든 걸 느꼈다.심장이 미친 듯이 떨려왔다.칠흑 같은 어둠 속, 임유환의 얼굴도, 주위의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하지만 임유환이 자신을 위해 모든 걸 짊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임유환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진작에 깔려 죽었을 것이다.“왜... 왜 날 구했어? 내가 그럴 가치가 있었어?”서인아는 감정이 격해졌다.눈물이 차올랐다.“너 지금 되게 시끄러워... 이따 사람들 오기전까지 쓸데없이 힘 빼지 마.”임유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의식이 점차 흐릿해지고 있었다.본인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서인아, 잘 들어. 혹시나 내가 힘들어서 잠들기라도 하면 시끄럽게 땍땍대지 말고 나중에 구조대원 오면...”“아니야! 우리 둘 다 구조될 거야!”서인아는 임유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겁에 질렸다.하지만 임유환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임유환, 내 말 들려?”서인아는 당황스러웠다.“괜찮아?”“대답해! 정신 차려!”“임유환!”서인아는 다급하게
“서인아, 솔직하게 말해봐. 7년 전에,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거야?”임유환은 힘들게 입술을 달싹였다.목소리는 갈라지다 못해 바람이 불면 사라질 것 같았다.“7년 전에?”서인아는 멍해졌다.곧 임유환이 뭘 얘기하는지 깨달았다.그녀의 코끝이 찡해졌다.지금까지 그때의 일을 궁금해하다니.내가 임유환한테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었나? “이 멍청이... 7년 전에 전부 다 얘기했잖아!”서인아는 진실을 묻어두기로 했다.“하하, 그래? 다 내 착각이었나 보네.”임유환이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역시, 숨겨진 사정 따위 없었네.“이 바보야, 이런 걸 왜 물어보는데! 내가 널 얼마나 모질게 대했는데, 왜 나 살려주는데!”서인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말과 달리 눈꼬리에서 계속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하지만 거의 의식을 잃어가는 임유환은 서인아의 말투에 담긴 진심을 전혀 알아챌 수가 없었다.“하하, 그냥 멍청이 할래.”“한 번 더 속는 셈 치지 뭐. 이번이... 아마 마지막일거야...”임유환의 정신이 흐릿해지고 있었다.어느샌가 눈을 꽉 감고 있었다.진짜 너무 피곤해서 이대로 잠들고 싶었다......“아니야! 마지막 같은 소리 하지마!”“임유환, 정신 차려! 앞으로 계속, 계속 멍청이 해!”“죽지 말라고, 내 말 들려? 임유환!”서인아는 겁에 질려 소리쳤다.절대 임유환이 자도록 해서는 안 된다.만약 잠에 든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여전히 제멋대로야, 서인아.”임유환이 쓸쓸히 웃었다.목소리는 가늘어지다 못해 끊어질 것 같았다.“넌 정말 첫 만남 때부터 귀찮았었지...”“그래도, 한 순간도 후회한 적 없어...”“널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목소리가 멈췄다.서인아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임유환, 임유환!” 그녀는 크게 불렀다.“응...”임유환은 흐릿해져 가는 의식을 다잡고 말을 이어갔다.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난 너한테 아무 관심 없었다? 얼마나 차가운
“여긴... 어디지?”“죽은 건가...?”잔뜩 뒤엉킨 공간 안에서 임유환의 작은 목소리만이 웅웅 울리고 있었다.그의 몸은 풍선처럼 아무 무게 없이 허공에 떠다니고 있었다.눈을 떠보려고 애썼지만 눈꺼풀이 어찌나 무거운지 약간의 틈조차 만들 수 없었다.그렇게, 의식만 점차 뚜렷해질 뿐이었다.갑자기 어느 순간.눈앞의 공간이 물결처럼 여울이 일더니 그의 몸을 감쌌다.어두컴컴하던 세상이 확 밝아지면서 한 빌딩의 옥상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24층이나 되는 고층빌딩이었다.여긴 바람이 아주 셌다.그리고, 어쩐지 익숙한 곳이라는 것도 알아챘다.바로 그의 어머니가 뛰어내렸던 곳이었다!왜... 여기 있는 거지?임유환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믿을 수 없는 광경에 어안이 벙벙하던 차에, 기억 속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엄마!”임유환이 불렀다.하지만 그 뒷모습은 그의 외침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그녀는 임유환을 등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옥상의 끝으로 걸어갔다.임유환은 어머니의 이상한 행동에 동공이 확 커졌다.15년 전의 그날이 떠올랐다.어머니는 자기 옥팔찌를 건네주고는 잘 살라며 이 옥상에서 훌쩍 뛰어내렸었다.지금, 그날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엄마!”임유환은 엄마가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크게 소리쳤다.하지만 헛수고였다.그녀는 한 발 한 발 다가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게 속삭였다. “유환아, 엄마 먼저 가. 넌 꼭 무사해야 해.”그리고 뛰어내리려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엄마, 가지 마!”임유환이 처절하게 소리쳤다.15년 전의 비극이 한꺼번에 몰려와 죽을 힘을 다해서 막으려고 했다.하지만 어떻게 용을 써봐도 끝까지 제자리걸음이었다.순간.광풍이 일면서 온 하늘이 깜깜해졌다.미모의 여성은 임유환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훌쩍 뛰어내렸다.“엄마!”또 다시 이 사고를 목격한 임유환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엄마!”그 시각.S시 제일병원, 302호 중환
“아가씨는 괜찮아요. 본인 몸이나 신경 써요. 이렇게 심하게 다쳤으면서.”조명주는 걱정스러운 임유환을 보면서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임유환이 이마를 찌푸렸다. “혹시 저한테 숨기는 게 있으면 그냥 솔직히 말해주세요.”조명주가 뭔가를 감추려는 게 느껴졌다.“사실대로 말해줘요?”조명주가 눈썹을 움직였다.임유환이 사건의 전말을 알면 충격을 받아 몸이 더 악화될까봐 걱정이었다.“네.”임유환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너무 상처받지 마요.”조명주가 미리 언질을 주고 사실을 말했다. “서인아 씨는 아주 멀쩡하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당신이 응급실로 들어가는 것만 보고 돌아갔습니다.”“갔다고요?”임유환이 멈칫 했다.뒤늦게 씁쓸한 감정이 몰려왔다.자신이 목숨을 바쳐 지킨 여인이 정작 자신을 보러도 오지 않았다니.하지만 스스로가 기꺼이 구한 것이니 서인아를 탓하지는 않았다.또 반복된다 해도 여전히 망설임 없이 구할 것이다.근데... 그 여자가 이렇게나 매정했던가?폐허에 갇혔을 때 보여준 걱정과 관심이 다 가짜였다고?“그러니까요, 알려주기 싫었는데.”실망한 임유환을 본 조명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임유환의 편을 들었다. “서인아 씨도 참, 자기 때문에 이렇게 다쳤는데 걱정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하긴, 서인아 씨 같은 여자 주위에 목숨 바칠 남자가 한 둘이겠어요? 당신 하나쯤이야 신경도 안 쓸 테지.”“허”임유환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니 뭔 위로를 이딴 식으로 한대?“제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죠? 제가 소식 듣고 곧바로 현장에 간 게 아니었으면 지금쯤 산채로 매장당했을 걸요.”조명주는 팔짱을 꼈다. “절 만난 걸 행운으로 아세요.”“당신이 절 살렸다고요?”임유환은 마음이 동했다.“그럼요.”조명주는 턱 끝을 치켜들면서 말했다. “근데 무슨 몸이 이렇게 튼튼해요?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금방 일어났네요?”“저 얼마나 누워있었어요?”“열여덟시간이요.”
“서우야, 어쩐 일이야?”조명주는 눈앞의 여자에게 이상한 듯 물었다.‘곧 수술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누가 내 뒷담을 까는 것 같길래, 바로 달려왔지.”최서우는 살포시 웃으며 얘기했다. “농담이고, 환자 살피러 왔지. 연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데.”“이봐요, 잘생기신 분? 이불 좀 치워봐요, 상처 보게.”그녀는 말하면서 임유환에게 다가갔다.“허...”임유환의 얼굴이 굳었다.조명주가 얘기한 친구를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160에서 170 정도 되는 키에 예쁘장한 눈썹 아래 무쌍인 눈 위로 검은 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흰 가운을 걸친 그녀는 아주 섹시한 이미지였다.몸매도 얼마나 좋은지 대충 봐도 C컵일 것 같은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고 있었다.임유환이 최서우를 살펴보는 동시에 최서우도 눈앞의 연구 대상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었다.예쁜 입꼬리가 매혹적인 곡선을 그리며 최서우가 배시시 웃었다. “잘생긴 얼굴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부끄러운데.”“아...”임유환이 멈칫 했다.분명히 웃고 있는데 왜 이렇게 무섭지.“서우야, 너 이미지 관리 좀 해! 너 이제 교수님에다 부과장이라고!”조명주는 이마를 치면서 말했다.왠지 자기 친구가 임유환을 만나면 이럴 것 같았다.“이미지? 잘생긴 사람 앞에서 무슨 이미지 타령이야, 안 그래요?”최서우는 임유환을 뚫어지게 쳐다봤다.“저녁에 같이 연구실 갈까요? 진지한 얘기 좀 하게?”“하하, 됐습니다.”임유환이 겨우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여자가 날 어떻게 구워삶을 줄 알고.“긴장하지 말고. 당신이 여자 구해준 거 온 병원에 소문이 자자해요. 내가 매력이 없나? 아유, 속상해라.”최서우는 슬프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저... 고소해도 됩니까?”임유환이 손을 들었다.“당연히 안 되죠.”최서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손으로 임유환의 손을 눌렀다.서로의 피부가 닿은 그 순간에 임유환이 여자의 매끈한 피부를 느끼자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어머, 부끄러워
“저 놀리지 마세요, 선생님.”자신에게 걸어오는 최서우를 보면서 임유환은 씁쓸하게 웃었다.“놀리긴요, 저 진지하거든요.”최서우는 희롱하듯 웃었다. “얼른 옷 올려봐요. 상처가 얼마나 회복됐는지 볼게요.”“아... 괜찮습니다.”임유환이 머쓱한 듯 대답했다.이성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놀리는 건 처음인지라 굉장히 민망했다.미모의 여성이 흰 가운까지 입고 이런 말을 서슴없이 뱉으니 마음이 간질간질한 것만은 사실이었다.하지만 최서우의 시커먼 속내를 잘 알고 있었다.오늘 저녁에 진짜 연구실에 갔다가는 또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무사히 내려올 수 있을지는 더더욱 장담 못 하고...“혹시 부끄러우면 제가 해드릴까요?”최서우가 막 손을 들이밀었다.“이건 아니죠, 선생님!”임유환은 깜짝 놀라서 이불을 여몄다.“깔깔.”최서우는 못 참겠다는 듯 입을 막으며 청아하게 웃었다.이렇게까지 쑥스러워할 줄이야.다른 남자들은 벗으려고 안달이던데.그녀는 임유환이 더욱 궁금해졌다.“알았어요. 이제 안 놀릴게요. 진짜 검사하려는 거예요. 그래도 제 환잔데, 얼마나 회복됐는지는 알아야죠.“최서우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임유환이 의심을 채 거두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진짜죠?”“진짜로요.”최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임유환은 그제야 이불을 치우고 환자복을 올렸다.붕대에 칭칭 감긴 몸이 드러났다.최서우는 허리를 숙여 검사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손가락으로 왼쪽 복부를 살짝 찌르며 물었다. “여기 아파요?”“조금요.”임유환이 대답했다.“그럼 여긴요?”최서우는 가슴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안 아파요.”임유환이 머리를 저었다.그는 자기 몸 상태를 아주 알고 있었다.그때 비수에 가슴이 찔리긴 했지만 일반 자상은 스물네시간 안에 완벽히 회복되며 기껏해야 흉터만 좀 남을 뿐이다. 몸이 튼튼할 뿐만 아니라 체내에 진기가 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부가 철근에 뚫려 시간도 길고 상처도 깊게 났기에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
“최 선생님, 그건 좀...”입꼬리를 올린 최서우의 모습을 보며 임유환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뭐지... 내가 살아있는 표본이 된 느낌이야...“멋진 환자분, 부끄러워하지 마요. 어,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검사할 때 잘 맞춰주면 누나가...”여기까지 말한 최서우가 갑자기 멈추었다.그리고 임유환의 귀에 섹시한 붉은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였다.“특별 서비스를 줄게요.”꿀꺽.귓가에 다가오는 뜨거운 입김과 이 애매한 말에 임유환이 참지 못하고 목울대를 크게 움직였다.지금 이 순간 아무리 참을성이 강한 그라고 해도 견디기 힘들었다. 이 여자, 진짜 대단하네!그 어떤 남자라도 그녀의 손에 넘어가기만 하면 뼈도 남기지 않고 먹힐 것 같았다.“잘생긴 환자분, 어때요?”최서우는 계속 물었다. 그리고 생글생글 웃으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임유환은 최서우의 매혹적인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게... 역시 됐습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마음은 흔들렸다.“임유환 씨, 그렇게 단칼에 거절하지 말고 이 누나 한 번만 믿어봐요. 응? 그냥 보기만 할 뿐 아무 짓도 안 할 거라고 약속해 줄게요.”최서우는 임유환을 꼬시지 못하겠으니, 이번엔 작은 입을 삐죽 내밀며 불쌍한 척했다.“아 진짜... 졌다, 졌어. 최 선생님 말 대로 하죠.”연약하고 가련한 최서우의 모습을 본 임유환이 두 손 두 발을 들었다.이 여자가 오늘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저항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자고, 그는 생각했다.“호호, 잘 생각했어요.”붉은 입술을 가볍게 다물며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온 최서우.임유환은 어이가 없었다.이봐, 당신 아까 이러지 않았잖아! 얼굴이 뭐 여덟 개야? 바꾼다면 막 바꿔!“유환 씨가 직접 풀래요, 아니면 누나가 도와줄까요?”최서우는 생글생글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최 선생님께서 대신 해주세요.”임유환은 이렇게 말한 후, 침대에 기댔다. 호랑이 굴에 들어간 토끼 같달까.“어머, 유환 씨 제법 재밌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