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놓아줘."임유환의 차가운 목소리가 교실 문 앞에서 울려 퍼졌다. "여자를 놓아달라고?” 이 말을 들은 남자의 입가에는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는 문 앞에 나타난 임유환을 바라보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알다시피, 나는 단지 당신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 위해 이 여자의 목숨을 남겨뒀던 거야.” "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고?” 임유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던가?” 그의 기억에 눈앞의 남자는 전혀 있지 않았다. "아니, 하지만 내 동생 제프는 만난 적이 있을 테지?” 남자는 살기가 가득 찬 가늘어진 눈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 "제프?"임유환의 표정이 바뀌었다. "당신이 그 사람의 형인가?” "그래, 맞아.” 제이크는 화를 내며 말했다.“네가 내 유일한 동생, 내 유일한 가족을 죽였어!” "그 사람은 죽일 만했어.” 임유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실인에는 살해가 뒤따른다는 걸 알고 있겠지.” 그는 제프를 죽이지 않았고, 흑제를 시켜 그를 가두게 한 뒤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제이크의 눈에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죽이지 말아야 했어!” 제이크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내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용병이 되어 최고의 용병 조직을 만드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이 절반만 실현되고 네가 산산조각 내버렸어!”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버림받고 평생을 서로 의지하며 살았고, 더 이상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용병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통제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날마다, 해마다, 매일 함께 지독한 훈련을 했다.사막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하이킹을 하며, 열대우림에서 맹수와 독사에게 시달리고, 임무를 수행할 때는 총알 세례에 직면했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을 짊어졌고 결국 최고의 용병이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꿈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고, 그 후 그들은 꿈의 두 번째 단계를 위해 용병 조직을 창설했다.
서인아는 천천히 눈을 떴고, 날카로운 단검이 자신의 목을 누르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방금 주차장에서 일어난 일을 회상했고, 지금 그녀는 인질로 잡혀 있었다. 호흡은 여전히 느리고 얼굴은 차가웠다.하지만 8년 전과 비교했을 때, 조금도 겁이 나지 않았다."일어났나?” 제이크는 잠에서 깨어난 서인아를 바라보며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마침 잘 깨어났네. 이 남자가 두 사람 중에서 누구의 목숨을 선택할지 지켜볼 수 있겠어.”서인아의 마음이 움직였고, 그녀가 교실 입구를 바라보자 과연 그곳에는 임유환이 서 있었다.그리고 그의 발밑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놓여 있었다.“유환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그냥 이 사람 죽여.” 서인아는 매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네가 죽어도 이 사람은 날 놓아주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 사람이 죽지 않으면, 넌 반드시 죽게 되겠지.” 제이크는 흉악한 웃음을 지었고, 다시 임유환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선택을 하도록 해. 네 발아래 있는 단검으로 네 가슴을 찌르든지, 아니면 내 손에 있는 단검으로 이 여자의 목을 베던지 둘 중 하나야.”"당신도 들었다시피, 저 여자가 나더러 자신을 신경 쓰지 말라고 했어.” 임유환은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제이크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게다가 방금 말했듯이 저 여자의 생사는 나와 무관해.”말을 마치자, 그는 제이크를 향해 걸어갔다. "그래?” 제이크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입가에 웃음이 번졌고, 단검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자 날카로운 칼날이 서인아의 연약한 피부에 핏자국을 남겼다. 서인아는 천천히 눈을 감고 죽을 준비를 했다."당장 그 손 멈추지 못해!” 그 순간, 임유환은 걸음을 멈춘 뒤 크게 소리쳤다. 서인아는 다시 눈을 뜨고 떨리는 눈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 "유환아, 내가 말했잖아. 설령 네가 이 사람이 말한 대로 해도 이 사람은 날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입 다물어!"임유환은 이를 악물고 제이크를 바라보았다."내가 말한
푹.비수를 꽂았다.칼날이 가슴을 뚫고 뼈에 긁히는 소리가 소름이 끼치게 싫었다.임유환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상처에서 새빨간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안돼!”서인아의 눈시울이 빨개졌다.임유환이 자신을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비수를 가슴에 꽂을 줄 몰랐다.자신을 싫어한다면서!“왜! 왜 그랬어!”서인아는 큰 소리로 따져 물었다.눈물이 차올라 앞이 보이질 않았다.칼에 찔려본 적 없는 그녀는 아픔의 크기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었다.그저 살이 찢기는 고통을 머릿속으로 짐작할 뿐이었다.“시키는 대로 했으니까 이제 이 여자는 풀어주지?”임유환은 서인아를 보지 않았다. 두 눈을 제이크한테 고정한 채로 낮게 읊조릴 뿐이었다.“풀어? 웃기고 앉아있네.”제이크에 입꼬리에 비웃음이 걸렸다.그는 임유환이 이제 독안에 든 쥐라고 생각했다.“풀어줘. 안 그럼 후회할 거야.”임유환이 또박또박 내뱉었다.비수는 여전히 그의 가슴팍에 꽂혀있었다.피가 끊임없이 흘러 가슴 전체가 핏빛으로 물들었다.하지만 제이크를 쳐다보는 눈빛은 차분하고 또 날카로웠다.전과 다름없었다.제이크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자신의 몸속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이 소름이 돋았다.그는 이런 기분이 너무 싫었다.제이크의 낯빛이 어두워졌다.그는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바로 임유환에게 겨누면서 경고했다. “꼼짝 마,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이 여자 죽여버릴 거야.”서인아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었다.제이크가 총을 머리에 대고 있었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임유환에게 소리칠 뿐이었다. “임유환, 난 됐으니까 빨리 가!”하지만 임유환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빨리 가라고! 내가 언제 살려달랬어! 빨리 꺼져!”서인아는 반쯤 미쳐있었다. 눈물이 후둑둑 떨어졌다.제이크는 광기에 차 더 웃어댔다.그는 임유환에게로 총구를 향하고 곧 방아쇠를 당겼다.탕.공기 속에서 불꽃을 튀기며 발사된 총알이 임유환의 왼쪽 무릎을 명중했다.
서인아는 더 견딜 수 없었다.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렸다.임유환이 목숨까지 걸며 자신을 구하길 원치 않았다.“이 바보야, 왜 자꾸 울어. 너답지 않게.”임유환은 눈물을 떨구는 서인아를 보며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서인아의 심장이 세차게 떨렸다.그녀는 임유환에게 소리쳤다. “내가 언제 살려달랬어? 내 일에 신경 꺼. 네가 여기서 죽으면 난 너 평생 미워할 거야!”“허, 내가 너 구하려고 이러는 것 같아? 그냥 궁금한 게 있을 뿐이야. 네가 죽으면 대답은 누가 해줘?”임유환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서인아는 온몸이 굳어 임유환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7년 전과 다름없이 고집스러웠다.“이 바보야......”서인아는 목놓아 울었다.“아이고, 눈물겨워서 볼 수가 없네!”제이크는 박수까지 치면서 폭소했다.하지만 곧 얼굴을 구겼다. “따뜻한 척하지 마! 꼴 보기 싫으니까. 다들 억울한 척, 죄 없는 척. 불쌍한 내 동생......”“너야! 네년이 내 동생을 죽였어!”제이크는 서인아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아!”서인아는 끌려가면서 아파 비명을 질렀다. “그거 놔!”임유환은 낮게 으르렁거렸다.“이 여자가 아파하니까 또 가슴은 아픈가 보지?”제이크는 임유환의 벌게진 눈시울을 보면서 비열하게 웃었다. “근데 이미 이 지경이 됐는데 네가 뭘 할 수 있겠니?”“오늘 말이야, 네놈이 죽기 전에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어떻게 더럽혀지는지 똑똑히 두고 봐!”그러고는 서인아의 셔츠를 찢으려 손을 뻗었다.그가 보기에 임유환은 이미 병신이 된 몸이었다.해서 경계할 필요가 하나도 없었다.쿵!서인아의 몸에 제이크의 손이 닿으려 할 때 굵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임유환이 맹수처럼 달려들었다.“뭐?!”제이크의 동공이 잔뜩 수축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간신히 움직이는 것도 기적인 저 몸이 어떻게 이런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거지?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임유환을 향해 총을 들어 올렸다.슉!제이크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임유환이 번개같
한방에 제이크를 쓰러뜨린 임유환도 조금 힘에 겨워 넘어지지 않으려고 한 손으로 책상을 짚었다.아까 순간 폭발시킨 진기 때문에 피가 더 많이 흘렀다. 이제 시야가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었다.그는 얼른 서인아를 풀어주었다.“유환아!”서인아는 벌떡 일어나 임유환에게 안겼다.“스읍!”상처를 건드리자 임유환은 너무 아파서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서인아는 그제야 임유환이 중상을 입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얼른 거리를 두었다. “미안해......”죄책감으로 가득한 얼굴이었다.“이 바보야.”임유환은 겨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이내 제이크에게로 날카롭게 시선을 돌렸다.“일단 옆으로 가 있어. 저 자식 아직 안 죽었어.”서인아는 심장이 두근댔다.임유환이 익숙한 듯 바보라고 부르자 마치 7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혹시... 뭘 알고 있는 건가?그녀가 한창 생각에 잠겨있는데 임유환이 이미 절뚝거리며 제이크에게로 다가갔다.제이크는 동공이 풀리기 시작했다.숨이 거의 끊어지고 있었다.하지만 무언가를 쥐고 있는듯 왼손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임유환이 인상을 찌푸렸다.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는 은침으로 제이크의 왼손을 명중했다.신경에 손상을 입자 꽉 쥐었던 주먹이 확 풀어졌다.손안에 쥐고 있던 건 아주 작은 빨간색 버튼이었다.빨간색 불빛이 계속 깜박거리고 있었다.“안돼!”임유환의 눈이 커다래졌다.그는 이것이 폭탄 장치임을 한눈에 눈치챘다.이 자식이 벌써 장치를 가동시켰다!이 건물에 진작부터 폭탄이 설치되어 있었다.임유환의 머릿속에 불쑥 떠오른 추측이었다.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마지막 남은 기운을 끌어내 서인아의 앞으로 확 달려갔다.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서인아를 품에 안아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쾅!이때, 임유환보다 한발 먼저 아래로부터 굉음이 울려퍼졌다.건물 전체가 눈 깜짝할 새에 무너졌다.임유환도 맥없이 아래로 떨어졌다.만약 지금 컨디션이 최상이었다면 이런 폭발쯤이야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하지만
“너... 피 났어?”심장이 쿵 내려앉은 서인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살짝 까진 거야, 별거 아냐.”임유환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유환아, 거짓말하지 마...”서인아는 심장이 아려왔다.아까 몸에 총을 두 번이나 맞은 것도 모자라 자신을 안고 이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 별 일 아닐 리가 없었다.“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야.”임유환이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 챙겼다고. 그렇게 도도했던 아가씨는 어디 갔대?”“지금 장난칠 때 아니잖아...”서인아의 눈에 눈물이 가득찼다.“장난 아니고, 난 그냥, 콜록...”말이 끝나기 전에 임유환은 갑자기 심하게 기침했다.땅을 짚고 있던 팔도 힘이 풀려 하마터면 등 위의 바위에 깔릴 뻔했다.“임유환!”서인아는 겁에 질렸다.피가 느껴졌다.임유환이 피를 토했다!“괜찮다고 했지......”임유환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들어 올려 몸 아래 있는 서인아에게 공간을 내주었다.서인아는 이 모든 걸 느꼈다.심장이 미친 듯이 떨려왔다.칠흑 같은 어둠 속, 임유환의 얼굴도, 주위의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하지만 임유환이 자신을 위해 모든 걸 짊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임유환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진작에 깔려 죽었을 것이다.“왜... 왜 날 구했어? 내가 그럴 가치가 있었어?”서인아는 감정이 격해졌다.눈물이 차올랐다.“너 지금 되게 시끄러워... 이따 사람들 오기전까지 쓸데없이 힘 빼지 마.”임유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의식이 점차 흐릿해지고 있었다.본인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서인아, 잘 들어. 혹시나 내가 힘들어서 잠들기라도 하면 시끄럽게 땍땍대지 말고 나중에 구조대원 오면...”“아니야! 우리 둘 다 구조될 거야!”서인아는 임유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겁에 질렸다.하지만 임유환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임유환, 내 말 들려?”서인아는 당황스러웠다.“괜찮아?”“대답해! 정신 차려!”“임유환!”서인아는 다급하게
“서인아, 솔직하게 말해봐. 7년 전에,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거야?”임유환은 힘들게 입술을 달싹였다.목소리는 갈라지다 못해 바람이 불면 사라질 것 같았다.“7년 전에?”서인아는 멍해졌다.곧 임유환이 뭘 얘기하는지 깨달았다.그녀의 코끝이 찡해졌다.지금까지 그때의 일을 궁금해하다니.내가 임유환한테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었나? “이 멍청이... 7년 전에 전부 다 얘기했잖아!”서인아는 진실을 묻어두기로 했다.“하하, 그래? 다 내 착각이었나 보네.”임유환이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역시, 숨겨진 사정 따위 없었네.“이 바보야, 이런 걸 왜 물어보는데! 내가 널 얼마나 모질게 대했는데, 왜 나 살려주는데!”서인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말과 달리 눈꼬리에서 계속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하지만 거의 의식을 잃어가는 임유환은 서인아의 말투에 담긴 진심을 전혀 알아챌 수가 없었다.“하하, 그냥 멍청이 할래.”“한 번 더 속는 셈 치지 뭐. 이번이... 아마 마지막일거야...”임유환의 정신이 흐릿해지고 있었다.어느샌가 눈을 꽉 감고 있었다.진짜 너무 피곤해서 이대로 잠들고 싶었다......“아니야! 마지막 같은 소리 하지마!”“임유환, 정신 차려! 앞으로 계속, 계속 멍청이 해!”“죽지 말라고, 내 말 들려? 임유환!”서인아는 겁에 질려 소리쳤다.절대 임유환이 자도록 해서는 안 된다.만약 잠에 든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여전히 제멋대로야, 서인아.”임유환이 쓸쓸히 웃었다.목소리는 가늘어지다 못해 끊어질 것 같았다.“넌 정말 첫 만남 때부터 귀찮았었지...”“그래도, 한 순간도 후회한 적 없어...”“널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목소리가 멈췄다.서인아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임유환, 임유환!” 그녀는 크게 불렀다.“응...”임유환은 흐릿해져 가는 의식을 다잡고 말을 이어갔다.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난 너한테 아무 관심 없었다? 얼마나 차가운
“여긴... 어디지?”“죽은 건가...?”잔뜩 뒤엉킨 공간 안에서 임유환의 작은 목소리만이 웅웅 울리고 있었다.그의 몸은 풍선처럼 아무 무게 없이 허공에 떠다니고 있었다.눈을 떠보려고 애썼지만 눈꺼풀이 어찌나 무거운지 약간의 틈조차 만들 수 없었다.그렇게, 의식만 점차 뚜렷해질 뿐이었다.갑자기 어느 순간.눈앞의 공간이 물결처럼 여울이 일더니 그의 몸을 감쌌다.어두컴컴하던 세상이 확 밝아지면서 한 빌딩의 옥상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24층이나 되는 고층빌딩이었다.여긴 바람이 아주 셌다.그리고, 어쩐지 익숙한 곳이라는 것도 알아챘다.바로 그의 어머니가 뛰어내렸던 곳이었다!왜... 여기 있는 거지?임유환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믿을 수 없는 광경에 어안이 벙벙하던 차에, 기억 속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엄마!”임유환이 불렀다.하지만 그 뒷모습은 그의 외침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그녀는 임유환을 등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옥상의 끝으로 걸어갔다.임유환은 어머니의 이상한 행동에 동공이 확 커졌다.15년 전의 그날이 떠올랐다.어머니는 자기 옥팔찌를 건네주고는 잘 살라며 이 옥상에서 훌쩍 뛰어내렸었다.지금, 그날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엄마!”임유환은 엄마가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크게 소리쳤다.하지만 헛수고였다.그녀는 한 발 한 발 다가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게 속삭였다. “유환아, 엄마 먼저 가. 넌 꼭 무사해야 해.”그리고 뛰어내리려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엄마, 가지 마!”임유환이 처절하게 소리쳤다.15년 전의 비극이 한꺼번에 몰려와 죽을 힘을 다해서 막으려고 했다.하지만 어떻게 용을 써봐도 끝까지 제자리걸음이었다.순간.광풍이 일면서 온 하늘이 깜깜해졌다.미모의 여성은 임유환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훌쩍 뛰어내렸다.“엄마!”또 다시 이 사고를 목격한 임유환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엄마!”그 시각.S시 제일병원, 302호 중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