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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하지호는 박예솔의 머리카락을 내려놓고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저 녀석 때문에... 정말 내 여자 되겠다는 거야?”

“지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그녀의 확고한 눈빛을 본 하지호는 실눈을 떴다.

“이렇게까지 하려는 이유가 뭐야? 쟤, 네 마음 몰라. 설령 알아도 널 거들떠보지도 않을 테고. 쟤 마음속에는 온통 윤이서뿐이거든.”

박예솔은 몸을 휘청거렸다.

하지만 곧 진정을 찾은 뒤 침착하게 말했다.

“상관없어. 난 지환이 마음 같은 거 욕심내지 않아.”

하지호는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탄복했다.

박예솔은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본인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다.

‘마음은 딴 데 가 있어도, 사람만 가지면 된다...’

책상 옆으로 간 그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는 박예솔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방금 그 대화 내용을 녹취해 두지 못한 게 아쉽네. 하지만 걱정 마. 난 너랑 달라. 마음 없는 빈 껍데기는 사양이거든. 난 네가 날 진심으로 사랑하게 만들 거야!”

말하면서 그는 노트북 화면을 켰다.

“이리 와 봐, 이번 계획의 타겟은 윤이서야.”

박예솔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지호의 곁으로 다가갔다. 컴퓨터 화면 속에 지환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피투성이가 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모습으로.

박예솔은 순간 얼음장이 되었다.

“오빠 설마...”

“아니야, 그냥 기절했을 뿐이야. 그렇게 쉽게 죽을 놈도 아니고...”

하지호는 몸을 돌려 박예솔을 보았다.

“하지만 난 인내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야. 윤이서가 지환이를 찾으러 먼저 올까, 아니면 지환의 부하들이 그가 실종된 걸 먼저 눈치챌까?”

“지금 지환을 미끼로 윤이서를 유인하려는 거야?”

하지호는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어때? 널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 나뿐이지?”

“윤이서가 올 거라고 생각해?”

“기억을 잃은 데다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굳이 위험을 무릅쓸까? 그리고 잊지 마, 여기는 윤이서에게 낯선 곳이야. 이방인이라고.”

말하면서 하지호는 키보드를 눌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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