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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이서의 집으로 향하는 은철의 차 안에서 둘 중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서는 오히려 이런 침묵을 즐겼다.

하지만 은철이 하필 이런 때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말씀 신경 쓰지 마.”

이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은철을 보고 말했다.

“무슨 소리야?”

은철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냥, 너랑 네 남편 잘 살라는 말씀이라고.”

이서는 뒷좌석에서 의자에 바짝 다가 앉아 말했다.

“그럼, 그다음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 이혼하라는 말인거야?

이봐, 하은철 씨, 당신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해?

내 인생 어떻게 살지는 내가 결정할 일이지, 당신이 이래라 저래라 할 주제가 아니라구!”

은철은 이서의 말을 듣고 한참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간신히 한마디 꺼냈다.

“그 사람, 너랑 안 어울려.”

“뭐가 안 어울린다는 거야?”

‘다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그냥 웃어넘길 수 있지만 지환에 관한 문제는 확실히 이야기를 정리해야겠어.’

“이 세상에서 그 사람만큼 나랑 잘 맞는 사람 찾기 힘들어. 소울메이트라는 말 들어봤어? 그 사람이 내 소울메이트야. 내 눈빛만 봐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아는 사람이라구.”

하은철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가슴 속에 큰 돌이 누르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날 지환과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윤이서는 내가 갖지 못한 존재야. 그래서 꼭 갖고 싶은 거라고.’

하지만 이제 이서가 이렇게 지환을 좋아하고 높이 평가하는 것을 듣고 잔뜩 불편한 감정에 휩싸였다.

더 이상 이서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이서가 말하는 그 사람이 자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순간 핸들을 잡은 은철의 손이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했다.

‘내가 이서와 결혼하고 싶었던 건가?’

‘아니야, 말도 안 돼, 안 돼! 내가 그럴 리 없어.’

냉정을 되찾고 나자 또다시 이서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생각이 은철의 머릿속을 온통 점령해버렸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이 당황스러운 생각을 억눌렀다.

이서는 평소와 많이 다르게 은철이 한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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