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가 어떤 사람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잖아.”속눈썹을 늘어뜨린 이서가 거리의 가로등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지환 씨의 능력은 내가 잘 알지만... 그렇지만... 지환 씨가 무사했으면 좋겠어.” 두 사람은 곧 심씨 가문에 다다랐다. 마중 나온 심씨 가문의 고용인들은 이서를 한 테이블로 안내했다. 그 테이블은 4대 가문 권력자들의 자리였다. 하나는 이서의 친구였기에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2개의 가문 사람은 오지 않았는데, 그 자리에는 이서와 하나만이 있어서 다소 쓸쓸해 보였다. 하나는 맞은편에 하은철의 이름이 쓰인 명패를 볼 수 있었다.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는데, 이런 자리에서는 꼭 하은철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어야 하잖아. 그 자식 얼굴만 생각하면 속이 메스꺼운 것 같아.” 이서가 가볍게 웃었다.“생각을 안 하면 되잖아.” “나도 생각하기 싫어. 하지만 조금만 있으면 여기로 걸어 들어올 거고, 우리 맞은편에 앉겠지. 내가 아는 하은철은... 무슨 말을 떠들어 댈지 몰라.”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이서가 하나의 어깨를 두드렸다.“나는 화장실에 좀 다녀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알겠어.”이서는 이내 화장실로 향했다. 손을 씻고 화장실을 나서려던 그녀는 허둥지둥하는 발소리를 들었다.곧이어 또 하나의 발소리가 들렸지만, 앞의 발소리보다는 훨씬 차분했다.“어때요, 일은 잘 처리됐어요?”목소리의 주인공은 젊은 여자였다. 이서는 그들이 떠난 후에 테이블로 돌아가기로 했다.이때, 밖에서 또 한 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또 다른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는데, 심히 난감한 듯했다. “이미 처리했습니다. 아가씨는 드레스를 입을 수 없을 겁니다.”“좋아요, 어쨌든 오늘은 가장 평범한 옷을 입고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는 거네요!” “네.”“흥, 한 번 지켜보자고요, 어떻게 행동하는지!” 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누었고,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멀어지기 시작
1분 1초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파티 시간이 임박한 것을 본 하나가 하은철 자리를 주시하며 말했다.“하은철은 왜 아직이지?” 파티 시작은 5분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었다.이서가 고개를 저었다.바로 이때, 만연한 미소를 띤 채 2층에서 내려오는 심근영 부부가 보였다. “소희 씨도 곧 내려오겠네.”하나도 심근영 부부를 바라보았다.“그러게, 하은철이 곧 도착할 모양이야.” 하지만 이서의 마음은 하은철이 아니라, 천천히 내려오는 심근영 부부를 향하고 있었다. 한편, 도시의 다른 한쪽에서는 황량한 교외로 내몰린 하은철이 운전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 “도련님!”운전기사는 긴장한 표정으로 차창을 통해 자신들을 에워싼 차들을 바라보았다. 맞은편에는 총 여섯 대의 차가 있었고, 그들과 막상막하인 듯했지만, 왜인지 전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차 세우라니까요!”하은철이 차갑게 말했으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운전기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차를 세우자, 뒤따르던 차들과 그들을 이곳으로 몰아넣은 차들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하은철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이 광경을 본 차 안의 경호원들은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잇달아 차에서 내렸고, 손에 든 무기를 꼼짝도 하지 않는 차 6대를 향해 겨누었다. 하지만 그 차들은 여전히 기척을 보이지 않았다. 하은철은 줄곧 그 차량을, 특히 가장 중간에 있는 포르쉐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를 여기까지 몰아넣은 이상, 직접 내려서 맞서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운데에 있던 포르쉐에서 누군가가 내렸다.하지만 그는 지환이 아닌 경호원이었는데, 공손히 포르쉐 문을 열어젖힐 뿐이었다.하은철은 단번에 안에 앉은 지환을 볼 수 있었다. 비록 큰 키와 거대한 몸짓, 턱선뿐이었지만 말이다. “역시 당신이었어.”하은철이 포르쉐를 향해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는 오늘 고택에서 나오자마자 누군가 자신을 뒤따르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단순한 미행일 것이라 생각했
‘하지환, 정말로 날 죽이고 싶은 모양이지?!’ ‘하지만 상관없어.’‘나라고 네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줄 알아?’ “작은 아빠, 나를 여기까지 몰아세운 이유는, 내가 이서도 참석하는 환영 파티에서 작은 아빠의 신분을 까발릴까 봐 걱정돼서겠죠?” “잘 아네, 그런데도 거기에 가겠다고?”지환이 무심코 그를 힐끗 보았다.하은철이 웃으며 말했다.“작은 아빠, 내가 이렇게 좋은 기회를 포기할 것 같아요?” “그동안 진짜 신분을 숨기려고 수많은 어둠의 세력 조직원을 동원해서 내 동향을 감시했었죠? 과연 이서한테 접근할 기회를 못 찾겠더군요. 그런데 이런 절호의 기회를 포기하라고요? 절대 안 되죠.” 지환이 그를 쳐다보았다.그는 갑자기 한 손을 번쩍 내밀어 하은철의 손목을 잡았다. 그 순간, ‘뚜두둑’하는 소리가 나더니, 하은철의 손이 축 늘어졌다.이 장면을 마주한 하은철의 부하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고, 몇 초 후에야 손에 든 무기를 지환에게 겨눠야겠다고 생각했다.지환의 부하들도 손에 총은 든 채 서둘러 차 밖으로 나왔다. 양쪽의 분위기에 긴장감이 맴돌았다.모든 사람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두 사람만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명령이 떨어지기만 하면 한바탕 싸움이 벌어질 분위기였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든 것은, 하은철이 주동적으로 손을 들어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물러나라고 표시한 것이었다.“작은 아빠, 내 부하들이 작은 아빠를 이길 수 없다는 거, 잘 알아요.”하은철이 부러진 팔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오늘 도망갈 수 없다는 것도요. 그래서 말인데, 죽기 전에 한 번만 도와주세요.” 지환이 그를 쳐다보았다.“어려운 부탁은 아니에요. 단지 번거로울 뿐이죠.”하은철은 이 말을 끝으로 지환의 차에 올랐는데, 지환도 그를 쫓아내지는 않았다. 이 장면을 보던 현장의 모든 사람은 두 사람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계속 신경을 곤두세운 채, 맞은편의 적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하은철은 가죽 좌
심씨 가문의 고택.하은철은 물론이며 소희도 나타나지 않았다.홀 안의 많은 사람은 이미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5분이 훨씬 지났는데, 소희는 왜 아직이야?” 하나가 초조하게 말했다.“설마 사고가 난 건 아니겠지?” 이서의 눈빛이 심씨 가문 사람들을 스쳐 지나갔다. 소희가 질질 끌면서 나타나지 않자, 어떤 사람은 초조한 표정을, 또 어떤 사람은 고소한 표정을, 나머지는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 바로 이때, 심씨 가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심유인과 강경숙이 메인 테이블로 걸어갔다. 심근영의 곁으로 다가간 심유인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삼촌, 소희는 왜 아직이에요? 혹시...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에요?” 이서의 시선이 단번에 심유인에게 떨어졌다.그녀가 화장실에서 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심유인이었다!이지숙이 2층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올라가 볼까요?”“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강경숙이 이지숙을 진정시켰다.“형님, 형님은 소희의 엄마잖아요. 그런데 왜 직접 찾으러 간다는 거예요?” “소희 말이에요... 우리가 실수로 자기를 잃어버린 걸 원망해서, 일부러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우리 심씨 가문을 곤란하게 하려는 건 아닐까요?” “우리 소희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이지숙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딸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강경숙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런 게 아니라면, 왜 아직도 내려오지 않는 거죠? 그리고, 아직도 형님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잖아요. 계속 ‘아주머니’라고 부르던걸요...” 하나는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풉, 사모님은 상대가 누구든 쉽게 부모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이신가 봐요.” 강경숙의 시선이 이서와 하나에게 향했다.오늘 같은 날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서의 사람에게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했다. “누군가 했는데, 소희의 친구였군요?!”강경숙은 일부러 ‘친구’라는 두 글자를 강조했는데, 다른 사람이 소희와 이서의 관계를 모를까 봐 걱정
강경숙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들었으면 어떠니? 증거가 없는걸. 흥, 그리고 윤이서가 심소희의 드레스가 되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2층을 힐끗 바라본 심유인은 소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엄마 말씀이 맞아요. 윤이서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드레스를 마련할 수 없었을 거예요. 윤이서가 처음부터 모든 걸 계산하지 않았다면요.” 두 사람이 득의양양할 즈음, 2층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2층으로 향했다.곧이어 천천히 걸어 나오는 소희의 모습이 보이자, 심유인의 얼굴에도 득의양양한 기색이 만연해졌다. 하지만 곧이어 표정이 굳어졌다.그 이유는...소희가 입은 드레스가 이전에 가게에서 고른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어떻게...”심유인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강경숙은 그녀가 겪은 일보다 더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곧 침착함을 되찾고 심유인의 손을 잡았다.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니, 좀 진정하는 게 좋겠구나. 심소희가 아니라, 네가 망신당하는 수가 있어.” 심유인은 그제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그녀는 서둘러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감추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소희를 보자 하니, 눈동자에 어쩔 수 없는 질투가 번지기 시작했다. 소희는 이서의 곁에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덕에 자신의 기질에 아주 잘 어울리는 드레스를 골랐다. 그녀는 아주 우아하고 대범한 모습, 그 자체였다. 비록 심씨 가문에서 자라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부유한 집안의 품위와 기품이 느껴졌다. 또한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편안한 이목구비를 가진 사람이었다.오래 보면 볼수록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현장에는 소희에게 남자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였기에, 모두가 그녀만을 바라보았다. 심씨 가문의 아가씨가 이런 외모의 소유자라는 사실은 뭇 남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그리고 다른 부유한 사모님들도 소희의 세련된 몸짓과 행동에 상당히
모두가 존중하는 심근영이 나섰으니, 사람들은 함께 술을 마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광경을 본 심유인과 강경숙은 화를 내는 걸로도 모자라 피를 토할 뻔했다.연회가 중반을 지나고, 소희가 나가는 모습을 본 심유인과 강경숙은 눈빛을 교환한 뒤,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갔다. 소희는 정원에 선 채 달을 감상하고 있었다. 심유인은 주먹을 꽉 쥔 채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소희야, 너 정말 감상적이구나? 여기서 달을 감상하고 있다니.” 소희는 잔을 든 채 천천히 몸을 돌렸고, 미소를 지은 채 심유인을 바라보았다.“누가 달을 감상했다고 그래요? 저는 여기서 언니를 기다린 거예요.” 심유인의 안색이 변했다.“나를 기다렸다고?”“그래요, 제 드레스가 왜 망가지지 않은 건지 궁금해 죽을 것 같지 않아요?” “소희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소희는 잔에 든 주스를 심유인의 얼굴에 흩뿌렸다. 심유인이-은 곧바로 펄쩍 뛰며 말했다.“심소희, 이게 무슨 정신 나간 짓이야?!” “정신 나간 짓이요?”소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심유인을 바라보았다.“모든 사람이 다 나올 때까지 소리쳐 보세요. 그때가 되면 언니가 저를 곤란하게 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낱낱이 이야기할 테니까요!” 심유인이 얼굴에 묻은 주스를 한 번 닦고 매서운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너, 증거 없잖아. 증가가 있었으면 진작에 삼촌한테 고자질했겠지? 그리고, 사람들이 너랑 나 중에서 누구의 말을 믿어줄까? 한때 윤이서의 유능한 조수였던 너일까, 아니면 어릴 때부터 심씨 가문에서 자란 나일까?”소희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증거가 없다고 생각해요? 증거가 없었으면 미리 똑같은 드레스 두 벌을 준비할 수 있었겠어요?” 드레스에 관해 말하자, 심유인의 눈동자에 당황스러움이 스쳤다.“네 드레스, 대체 어떻게 된 거야?”소희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인정하시네요!” 심유인은 당황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무슨 헛소리야?
하은철은 이미 마음속에 답이 있었지, 그 답을 믿고 싶지 않았다.“이서 때문이에요?”“쓸데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이서를 위해서라면, 결과 따위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겁니까?” 하은철은 죽을힘을 다해 주먹을 쥐었다.“허! 하지환, 이서가 처음부터 좋아한 사람이 나였다면, 지금쯤 미친X은 네가 됐을 거야!” “글쎄,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해, 네가 평생 이서를 다치게 할 수 없다는 거!” 하은철은 깊은숨을 들이마셨지만,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답답함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그는 매섭게 두 눈을 감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뜨고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이건 내가 제안한 내기야. 즉, 이 내기에서 죽게 되더라도 원망이나 후회는 없을 거란 뜻이지. 하씨 가문도 널 탓하지 않을 거야.” 지환이 말했다.“그럼 생사 계약을 맺자.”“네 부하를 시켜.”하은철이 대답했다.몇 분 후, 생사 계약서가 도착했다.계약서를 한 번 훑어본 하은철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서명했다.본인이 주동적으로 제안한 내기에 서명하지 않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 다만, 패배한다면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나는 이 내기에 목숨을 걸었어. 모든 걸... 하늘에 뜻에 맡겨야겠군.’서명을 마친 지환이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먼저 골라.” 이번 내기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바로 레이싱.먼저 산꼭대기에 도달한 사람이 이서의 천생연분임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하은철은 두 대의 차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지환과 약속한 바 있었다.즉,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가 결승선 방향으로 돌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이것은 그와 지환의 생사가 걸린 내기인 것이었다. “하지환.”하은철이 이미 부서진 팔을 휘저었다.“난 너랑 비등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야. 게다가 지금은 오른손마저 움직일 수 없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자극적으로 놀아보는 건 어때?”지환은 하은철을 쳐다보았으나, 그
앞줄의 두 운전자는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본인의 보스가 아니라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모두 소박한 바람을 품고, 자신의 차가 먼저 정상에 도착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은 아주 평온해 보였고, 지환은 특히 그러했다. 끊임없이 뒤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던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그것은 바로 어서 돌아가 이서를 만나는 것. 바로 이때, 앞으로 나아 차가 무언가에 세게 부딪혔다.지환이 창밖을 바라보자, 하은철의 차가 보였다.그의 차를 들이받은 하은철의 차는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잽싸게 나아갔다. 앞줄에서 이민재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괘씸합니다, 하 사장님! 어서 쫓아가겠습니다!” “그래요.”지환이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사람은 극도로 긴장한 상황에서는 한눈을 팔 수 없는 법이었다. 이민재는 뒷좌석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가속페달을 더욱 거세게 밟으며 미친 듯이 앞차를 쫓았다. 이민재의 운전 솜씨는 꽤 훌륭했으나, 아쉽게도 그의 상대는 치타였다.치타는 어둠의 세력 조직원 중 운전 기술이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 안목이 뛰어난 하은철이 단번에 최강을 고른 것이었다. 순간, 지환의 시선이 눈앞의 가림막으로 향했는데, 그 가림막을 통해 앞좌석의 운전자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그가 선택한 이민재의 실력도 상당했다. 이미 치타에게 한 번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뒤를 쫓을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뒤처지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민재에게 내기를 완전히 맡기면 패배할 것이었다.“핸들을 넘겨요!”지환은 가림막을 내리고 날렵하게 앞줄로 들어갔다.이민재는 놀라 손이 미끄러졌고, 차량이 한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곧 가드레일에 부딪힐 듯하자, 지환이 핸들을 덥석 잡았다.“죽기 싫으면 뒤로 꺼져!” 겁에 질린 이민재는 벌벌 떨다가 1분이 지나서야 허둥지둥 뒷좌석으로 기어갔다.그는 뒷좌석에 앉아서도 혼비백산할 뿐이었다.하지만 이민재를 가장 놀라게 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