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점점 부풀려지며 언론 매체까지 학교로 찾아와 보도하기 시작했다.이 일이 기사화되어 보도되자 자연히 각 방면의 누리꾼들이 몰렸다.성연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북성남고의 교풍이 안 좋아서그렇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아주 사소한 가십에 불과한 기사에 수만 건의 댓글이 단시간에 붙었다.[약혼이 뭐라고, 만 18세인데 자기 결혼을 결정할 권리도 없어?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이 여자 아이 성적이 좋고, 자제력도 있다고 하던데. 약혼한다고 임신하는 것도 아니잖아. 사람들이 왜 이 일을 이렇게 문제시하는지 잘 모르겠다.][만약 그 여학생이 진짜 실력이 뛰어나다면 다들 인정하겠지. 하지만 그 동안 받았던 상들이 전부 약혼자가 돈으로 산 거라는 말이 있어. 진짜 돈으로 산 거라면 정말 불공평한 거 아냐? 앞으로 자기 아이가 그 여자애와 시합하면서 이런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해 봐. 그걸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다들 너무 단편적으로만 본다는 생각이야. 모든 심사위원을 매수할 수는 없는 거잖아? 정직한 사람도 분명 있을 테니까. 설마 같이 시합에 참가했던 아이가 그 여자애의 실력을 모르겠어? 약혼이 뭔 대수야? 서로 좋아하면 되지.][시골에서 올라온 그 여학생, 시골에서 학교 다닐 때 빵점도 받고 그랬다던데? 근데 어떻게 갑자기 만점을 받아? 또 돈 많은 약혼자까지 튀어나오고? 무슨 램프의 요정이라도 있는 거야? 어쨌거나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잖아. 정말 웃기는 일이야.][내가 볼 때, 학교 내 기강에 문제가 있는 거야. 학교에 가는 거지, 이런 난장판을 만들러 가는 게 아니잖아. 만약 또 저런 아이가 나온다면 분명히 이 애한테 물든 거야! 앞으로 내 아이는 절대 저 학교에 입학시킬 수 없어!]기사 아래에는 다양한 의견의 댓글들이 달렸는데, 개중에는 성연을 비호하는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비난의 글들이었다.성연이처럼 한창 어린 나이에 약혼한 게 사람들 눈에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어쨌거
늦은 오후 하교 시간.학교 정문 앞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줄을 지어 세워져 있었다. 모두 열 대도 넘어 보이는 차들은 모두 장미꽃으로 장식으로 되어 있었다. 또 페일 블루 빛의 테이프로 차체를 휘두르고 있는 게 무척이나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성연의 손을 잡고 교실을 나서는 주연정은 주변 학생들의 시선 따위는 일절 개의치 않았다.그러나 성연이 생각하기에, 이 일은 자신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데다 주연정까지 연루시키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성연이 주연정에게 말했다. “연정아, 너 먼저 가. 나는 뒤에 갈게.”성연의 말에 바로 눈썹을 치켜 세운 주연정은 일부러 사나운 기세로 말했다.“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넌 도대체 나를 친구로 생각하기는 하는 거니?”“너도 알다시피 지금 내 상황이 이렇잖아. 그러니 나한테서 떨어져 있는 게 좋아.” 여러 사람의 공허한 말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건 성연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자신과 관계된 일이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뭐라고 하든 그건 상관없었다.하지만 주연정은 다르다. 그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닌가.여론이 조금이라도 주연정을 향하는 것은 절대 바라지 않았다.“너는 어때? 나는 네가 아주 좋다고 생각해. 성연아, 걱정 마. 내가 너랑 같이 있을 게. 저 사람들이야 자기 입만 믿고 말도 안되는 헛소리들만 하고 있는 거지. 저런 사람들은 보기에도 정말 역겨워.” 주연정은 성연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성연을 비난하는 사람이야 말로 진짜 가증스럽게 느껴졌다.특히나 그 중에는 성연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도 있어서 주연정은 더 반감을 느꼈다.성연은 아무리 봐도 잘못한 게 없었다. 성연이 자기 복습하는 시간에 반 아이들을 위해 요점 정리까지 해 주었건만.하지만 얘네들은 조그마한 일만 생겨도 금세 두 눈을 치켜 세운 채 난리를 떤다.정말 한 마디로 양심도 없는 것들이다.정말 모르겠다. 성연에게 도움을 청하던 애들이 눈 깜짝할 새에 이젠 비난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떤 마음을
마침 학생들이 한창 하교는 시간에 이런 장면이 연출되었다.집에 돌아가야 할 학생들이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선 채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순식간에 주위가 인산인해를 이루며 교문 입구가 막혔다.무엇보다 얼마 전 교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두 남녀 주인공인 걸 모두 알아차렸다.팝콘각 느낌으로 다들 구경꾼이 되어 두 사람 주위를 빙 둘러섰다.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강무진의 손은 정말 컸다.무진이 꺼낸 것들과 이벤트 모두 수많은 여자아이들 꿈꾸던 장면이다.성연은 다소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강무진을 믿었다.무진이 결코 자신에게 나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조용히 제자리에 선 채 기다렸다.이런 경험은 처음인지라 무진은 왠지 모르게 긴장한 상태였다.하지만 성연을 보는 순간 무진의 전신에 흐르던 긴장감과 초조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바로 자신의 소녀야 말로 최고의 가치를 지녔다는 믿음 때문이다.무진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성연을 향해 걸어왔다. 낮고 부드러운 음성이 서서히 귓가를 스치며 지나갔다.“송성연.”무진의 음성이 떨어지자 성연이 대답할 겨를도 없이 오히려 옆에서 난리가 났다.“와, 아니 카리스마 작렬 대표에게 무슨 이런 달콤함이야?”“나 지금 귀가 녹아내렸어. 목소리 들었을 뿐인데 미칠 것 같아.”“성연과 약혼했다던데 이렇게 멋있을 줄은 몰랐어. 연예인 중에도 이렇게 잘 생긴 사람 몇 없을 걸? 송성연은 둘째치고 나라도 넘어가겠다.”당시 사진이 올라왔을 때, WS그룹에서 손을 써서 바로 삭제했었다.그러나 삭제된 사진 위의 기사는 여기저기 전해지면서 모두들 성연이 약혼한 강 대표가 나이 많은 노인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연예인 외모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잘 생긴 남자라니.이게 바로 진정한 카리스마 재벌 회장님, 누군들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주위에 둘러선 학생들이 속닥거리는 말을 듣던 성연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그러나 무진이 난처할까 봐 자그마한 소리로 대답했다.“네. 여기 있어요.”“처음 본 순
곧이어 북성남고의 교장이 몇몇 학교의 교장들을 데리고 등장했다.성연과 무진의 앞에 선 교장은 바로 밀집한 학생들 앞에서 선포했다.“지금 여기에서 학생 여러분들에게 중대하면서도 기쁜 소식을 하나 알려드립니다. 우리 학교의 송성연 학우는 이미 E국 케임브리지대학에 합격한 상태입니다. 겨우 수험생의 신분으로 말입니다”“국내 시험에 응시하러 온 것일 뿐 송성연 학우는 사실 명실상부한 대학생입니다. 북성남고에는 그저 못다한 고교 생활을 체험하러 왔을 뿐입니다. 여러분들 스스로 한 번 돌아보세요. 여러분들이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낸 겁니다!”할 말을 마친 교장은 드디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이번 일로 학교 내외는 물론 언론으로부터 학교에 가해지는 압박이 상당했다.그러나 다행히 이런 결과를 얻게 되니 끝까지 버틴 보람이 있었다.성연의 일에 대해 깨끗이 해명하며 여론에 반격을 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연과 같은 인재를 잃지 않아도 되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송성연의 일을 경솔하게 처리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교장의 말을 들은 성연은 속으로 놀라는 한편 의아했다.그리고 이 모든 게 무진이 자신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성연을 대신해서 모든 것을 속 시원히 밝혔다. 많은 연예인들에게도 있었던 일로서 이른바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을 변칙적으로 이용해서 해명한 셈이다.성연 본인이 보기에도 무진이 이 일을 멋있게 잘 처리한 것 같았다.자신이라면 이렇게 잘할 수 있었을런지 장담할 수 없다.성연이 마침 자신의 곁에 선 무진을 감동에 젖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무진이 성연의 손을 꼭 잡으며 말 대신 위로했다.절대 자신이 부당한 일을 당하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던 자신의 말을 지킨 것이다.무엇보다 이번 일은 무진 때문도 아니었다.교장의 말이 끝나자 주위 학생들 사이에서는 또 다시 의론이 분분하기 시작했다.“케임브리지? 전에 송성연 비난하던 아이들 한 대 맞은 것 같겠지? 케임브리지의 합격증을 돈으로 샀
북성남고는 곧바로 공지를 통해 성연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성연이 학교에 영예를 안겨다 준 많은 사례들도 올렸다.모 명품 브랜드에 바로 발탁된 특이한 일례도 있었다.대중 앞에 밝혀진 하나하나의 사례들은 모두 사실이었다.다른 사람과 함께 성연을 욕했던 학생들은 얼굴이 화끈거렸다.자신들은 성연의 실력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데 도대체 남을 욕할 자격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어디서 그런 자격을 얻은 거지?지금 공지에 올라온 이 모든 상들을 다 살 수는 없을 것 아닌가.특히 명문대의 그 합격통지서가 가짜일 리는 없었다.그렇게 뛰어난 사람이 약혼을 하는 게 무슨 희귀한 일인지 모르겠다.이 사람들만 연애할 자격이 없었다.이런 모든 사례를 다 꺼내어 여러 언론 매체와 학생들에게 보여준 후에야 교장은 사람들 앞으로 걸어가서 자신의 태도를 드러내었다.“송성연 학우의 결혼과 연애 문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입니다. 우리 북성남고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고를 지향하며 학생 개인의 감정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습니다”교장의 말이 끝나자 주위에 있던 학생들과 기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쏟아졌다.교장들은 교육관이 정말 반듯하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잘못을 학생들에게 미루지 않았다.게다가, 송성연은 지금 수능을 볼 필요도 없이 바로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는 입장인데, 연애를 하든 안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교장님 말씀이 맞아요.”“맞아, 송성연처럼 뛰어난 학생을 어디서 찾아?”“상대가 강씨 집안 사람이라 해도 송성연의 실력으로 봤을 때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송성연 지금 성적이 좋으니 앞으로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조만간이지.”지금, 사람들의 분위기가 또 변했다. 성연이 명문대 수시 입학 자격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그들의 태도는 달라졌다.어쨌든 고등학생과 대학생,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북성남고 교장의 발표는 성연이 탄 상이 모두 돈으로 매수한 것이라며 비난하던 사람의 뺨을 때린 격이었다
본래 여론의 포탄을 맞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학교의 공식 발표가 있은 후 순식간에 여론이 반전되며 SNS상에서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수많은 학생들이 이렇게 학생들을 포용하고 존중하는 학교는 어디에도 없다는 글을 올렸다.원래 의문을 제기했던 일부 기성세대들조차도 학교에서 이처럼 뛰어난 여학생을 양성할 수 있다면 자연히 많은 남성들의 관심을 받게 될 거라는 의견을 피력했다.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성연을 모범 예로 들며 여성 스스로 능력을 갖출 때 뛰어난 남성과 짝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많은 사람들이 북성남고를 신급 학교라고 칭찬하기도 했는데, 거기에는 성연의 뛰어난 외모도 한몫 했다.또 다들 기회가 된다면 북성남고에 한번 보러 가고 싶어했다.기사 아래의 댓글을 보던 강일헌이 책상을 탁탁 두드렸다.강일헌 또한 송성연 쪽에 사람을 붙여 주시하게 했다. 그래서 처음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 즉시 언론 매체를 매수해서 이 일을 기사로 터트리고 더 크게 만들도록 조장했다.때가 되면 이 일을 빌미로 강무진을 난처하게 만들 기회가 올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결국 일이 이렇게 전개될 줄은 몰랐다.송성연, 그 허영심 가득한 여자애가 강무진에게 시집가기 위해 애를 쓴 게 분명했다.결국 강무진이야 예전에 병신이나 마찬가지 아니었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 어떻게 얌전히 강무진 옆에 붙어 있겠는가.결국 송성연이 강씨 집안에 있는 것은 돈 때문일 것이다.그런데 저 멍청한 것들이 무슨 대단한 사랑이야.자신이 그토록 애를 썼는데 얻은 결과가 이딴 것이라니. 강일헌은 이를 심하게 악물다 하마터면 혓바닥을 깨물 뻔했다.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어째서 매번 송성연과 강무진은 쏙쏙 빠져나간단 말인가?저들은 도대체 어디서 저런 운을 얻는 거지?그리고 언론 매체에 들인 돈이 수억인데 그 결과는? 보도가 된 것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것들이었다.강일헌은 언젠가 자신이 미치고 말 거라고 생각했다.룸 안 탁자 위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박살냈다.고용인은 안
북성남고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 후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성연이 썼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더군다나 두 사람의 사랑은 그야말로 낭만의 끝판왕이라는 반응이다.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은 사랑에 부러워했다.그 발표문이 사실은 성연이 교장실에서 쓴 것인 줄은 아무도 몰랐다.교장은 자신이 제대로 정도를 못 지켜 가까스로 반전된 형세를 또 다시 망칠까 봐 걱정했다.그래서 교장실에서 한참을 주저했다. 교장이 오랜 시간 고민만 하면서 붓을 대지 못하고 있자 옆에 있던 성연이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고 교장이 쓴 글을 수정해 주었다.성연이 수정한 글을 본 교장은 퍽 만족스럽게 생각하더니 바로 발표해 버렸다.발표의 효과도 의외로 좋았다.옆에서 지켜보던 무진은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성연은 정말 못하는 게 없었다. 못하는 걸 못하는 것 같았다.때때로 무진은 진짜 성연에게 감탄했다. 어떻게 그런 많은 재주를 가졌는지.이 일을 마무리한 후 무진과 성연은 손을 맞잡은 채 학교를 걸어 나갔다.지금 학생들은 모두 수업 중이라 보는 사람이 없었다. 성연과 무진이 손을 잡아도 다른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터였다.성연도 거부하지 않고 무진이 잡아 끄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성연이 승낙했다는 것은 무진의 애정을 받아들였다는 걸 의미한다.성연 역시 무진과 함께 할 마음의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단지 시간문제일 뿐.오늘의 고백은 성연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예전에 무진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이제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통한 이상, 구태여 내외할 필요가 있겠는가?“오늘 좋았어?” 무진은 성연의 대처 능력을 알게 되었다.자신이 고백하던 순간 성연은 무척 태연자약한 모습이었다.도리어 자신은 성연만도 못하게 덜 떨어진 애송이처럼 굴었다. “아주 행복했어요. 설마 무진 씨는 안 행복해요?” 성연은 무척이나 편안한 기분이다.일도 잘 처리되었을 뿐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도 받았다.그러니 행복하지 않
모두 조용히 가라앉은 듯했지만, 그 이후의 일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었다.다들 좋은 말을 했지만 뒤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성연을 부러워했지만, 부러움의 단계가 올라가면 질투가 된다.무슨 근거로 약혼까지 한 송성연이 다양한 칭찬까지 받는가.그러나 자신들은 이른 연애라고 야단을 들어야 하고,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자퇴를 권유 받아야 한단 말인가.사람과 사람 사이, 참 불공평하다.게다가 성연의 약혼자는 잘생긴 걸로 금메달감인데다 북성에서 내노라 집안의 후계자였다.이 정도 밖에 안되는 송성연이 어떻게 그런 남자를 얻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누군가 뒤에 숨어서 성연을 향해 온갖 비방의 말들을 쏟아냈다.[이번에 이렇게 빨리 잠재울 수 있었던 것도 강씨 집안 때문이 아닌가?][명문대생이라니? 강씨 집안이 도와준 위증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서 어떻게 송성연을 거들고 나서지?][맞아, 강씨 집안이 북성남고 최대 후원자라고 들었어. 압력을 못 이긴 교장이 송성연의 사정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거겠지.]화장실에 가는데 여학생이 몇 명이 옆에서 군시렁댔다.주연정과 성연은 입구로 걸어 들어가면서 마침 저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주연정이 주먹을 쥔 채 돌진하려다 성연에게 걸렸다.주연정은 의문의 눈빛으로 성연을 바라보았다.“송성연, 왜 그래? 나를 막지 마. 저 주둥이 함부로 놀리는 것들에게 교훈을 좀 줘야 한다고. 정말 화가 나 미치겠네.”성연의 뛰어난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성연을 편들어 말할 수 있겠는가?결과? 얻지 못하자 저런 몰상식한 사람들끼리 모여 유언비어를 퍼뜨리니 주연정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성연은 저런 아이들과 똑 같이 되고 싶지 않았다.이 아이들은 그저 질투가 나서 그런 것일 뿐 별 할 말이 없다.자신만큼 실력을 쌓아야 자신이 한 일들을 할 자격이 있을 터.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그저 말로만 공격할 뿐이다.자신이 해야 할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지고 왔다.네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함은 줄곧 유채연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유채연은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이 정말 쑥스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그래함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사형,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외국으로 나갈 거예요?” 성연은 그래함의 기초가 해외에 있으니까 결국 출국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채연 언니가 좀 걱정이야.’‘지금 국내에서의 차이에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만약 외국에 간다면 틀림없이 더 힘들 거야.’해외라는 말을 듣자 유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함, 우리 해외로 가야 해?”유채연은 시종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그래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조금도 알지 못했다.그래함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이제는 돌아왔으니 다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채연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그래함은 유채연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함도 유채연이 즉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채연아, 해외로 한 번은 나가야 해.” 해외야말로 그래함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더욱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나는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해외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 유채연의 눈에는 곧 출국하게 될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국내에서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교류라도 할 수 있지만, 출국한다면 비행기 티켓도 못 살 거야.’“채연아,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내가 너하고 여행을 갈 거야. 우리 먼저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그래함이 유채연을 보고 말했다.유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는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그런데...’“일은 안 해도 돼? 일이 바쁘지는 않아?”유채연은 자신 때문에 그래함이 지체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귀국했을 때 챙겨놓고 왔어. 다른 사람이 처리하니
무진과 성연은 잠시 낮잠에 빠져들었다.저녁이 되자 무진이 예약한 곳으로 가서 그래함과 유채연과 함께 밥을 먹었다.유채연을 본 무진은 정말 미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예쁜 여자들도 많지만.’‘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런 단순함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지.’‘그래서 그래함이 좋아했구나.’무진은 유채연이 수줍게 그래함의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먼저 유채연에게 인사를 했다.“유채연 씨, 안녕하세요, 저는 성연이 약혼자인 강무진입니다.”유채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안녕하세요.”요리가 곧 나오자 무진이 말했다.“채연 언니, 사양하지 마시고 드시고 싶은 대로 드세요. 모두 친구인데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지요.”성연도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언니. 이 집의 생선 요리는 정말 잘 해요. 비린내도 하나도 없는 데다가 아주 신선해요. 빨리 먹어봐요.”말을 하면서 유채연의 접시에 듬뿍 집어 주었다.유채연은 약간 머뭇거렸다.이제야 자신과 그래함과의 차이를 실감한 것이다.이전에 자신은 넘볼 수 없었던 곳을 그래함은 마음대로 도달할 수 있었다.게다가 유채연은 이런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없어서 다소 불편했다.거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어주는 대로 먹었다.‘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뜨기처럼 행동하면 그래함이 망신을 당하겠지.’그래함은 유채연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스테이크를 썰어 유채연의 앞에 주면서 말했다.“당신이 낯선 음식을 잘 먹지 못할까 봐 완전히 익힌 걸로 시켰어. 입맛에 맞는지 먹어봐.”유채연은 다 익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다 먹었는데, 이렇게 비싼 음식은 말할 것도 없어.’고개를 숙이고 먹으려고 할 때, 그래함이 휴지로 유채연의 입을 닦아주면서 낮은 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만약 먹기 싫으면, 먹지 말고 그냥 놔두고 다른 걸 먹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어. 나는 단지 당신이 즐겁게 식사하길 바랄 뿐이야.”그래함이
‘그래함과 무진 씨 사이는 썩 괜찮은 것 같아.’성연은 두 사람이 언제 번호를 교환했는지도 몰랐다.‘그런데 사형이 전화를 받는 속도가 꽤 빨랐어.’성연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사형하고 채연 언니는 뭐하고 있대요?”‘채연 언니가 멀미를 했으니까, 사형도 당연히 언니하고 같이 쉬고 있었을 텐데.’‘전화를 그렇게 빨리 받을 수가 없어.’그래서 성연은 약간 궁금해졌다.“두 사람이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맞혀 봐?” “뭐 먹고 있었나...?” 성연이 머뭇거리며 답을 말했다.“두 사람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도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성연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면서 얼굴을 가렸다.‘사형하고 언니는 대낮인데도...’‘하필이면 무진 씨가 들었어.’‘하지만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 호텔에는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바로 불이 붙은 거야.’‘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것도 정상일 거야.’말을 하던 무진이 성연에게 바로 키스를 했다.무진의 키스를 받은 성연은 숨을 헐떡이며 무진의 품에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무진의 동작은 갈수록 대담해졌다.성연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말아요.”‘여긴 집무실이라서 언제든지 사람들이 들어올 거야.’‘문을 잠그더라도 누군가 보고하러 문을 두드릴 거야.’성연은 아직 이런 정도로 개방적이지는 않았다.그리고 아이를 만드는 것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적어도 결혼식 후에 생각해야지.’‘나는 아직 그렇게 젊은데, 아이가 생기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해.’‘생각만 해도 정말 귀찮아.’“안 돼,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성연이 사무실에서 그러는 걸 원하지 않는 이상, 무진도 개의치 않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그곳이라면 조용하고 공간도 넓어서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야.’“무진 씨, 좀 진정해요...”성연은 얼굴을 붉히며 무진의 가슴을 밀어냈다.‘무진 씨는 정말 갈수록 대담해져.’‘누가 강무진을 금욕주의자라고 했어?’‘나를 잡아먹으려고 눈이 벌개져 있는데, 그런
무진은 전례 없이 빠른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섰다.문을 열고 성연의 뒷모습이 보이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곧장 달려가서 성연을 백허그로 안았다.고개를 돌린 성연이 무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키스를 날렸다.무진은 키스를 잠시 중단하고 대표실 문을 잠궜다.이어서 성연에게는 숨막히고 공격적인 키스가 기다리고 있었다.무진의 손도 슬슬 위험 수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점점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성연도 빨갛게 뺨이 달아올랐지만 무진의 손을 잡고 막았다.“지금은 회사라서 안 돼요.”성연이 불편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계속해서 진도를 나가려던 무진은 마음속의 욕망을 억지로 눌러야 했다.그리고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무진의 마음이 비로소 진정되었다.성연을 껴안은 채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나서야 성연에게 그래함의 일에 대해 물었다.“어떻게 됐어?”성연은 그래함과 유채연의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었다.그전의 우여곡절들은 많이 생략했지만, 그래도 핵심적인 내용들은 거의 다 말했다.이야기를 듣고 난 무진은 큰 충격을 받았다.‘그래함이 그렇게 다정한 남자인 줄 몰랐네.’‘그래함의 권력과 지위라면 어떤 여자인들 얻지 못하겠어?’‘줄곧 고향의 연인만을 애타게 기다렸다니.’무진의 생각이 지나치다고 탓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그러나 내가 성연과 함께 있을 때 성연의 신분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어.’‘감정이란 건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로지 느낌만 따라야 해.’무진은 유채연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좀 궁금해졌다.‘그래함 같은 대단한 남자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니.’“무진 씨도 믿기지 않지요?” 성연이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그래.”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믿기 힘든 일이야.’“이전에 사형이 채연 언니를 찾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더 믿을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사형이 예전에 채연 언니가 자신에게 준 증표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고, 채연 언니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걸
북성에 도착하자 그래함은 유채연을 데리고 최고급 호텔을 체크인했다.뒤에서 그들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고 있던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무진이 생각났다.‘나도도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야. 뭐.’‘요 며칠 사형과 채연 언니가 애정을 과시하는 것만 바라보았지.’유채연과 그래함도 성연을 잊지 않았다.유채연이 물었다.“성연아, 너 우선 우리 호텔로 가서 쉬지 않을래? 차를 그렇게 오래 탔는데 힘들었잖아.”유채연은 멀미가 나서 창백한 표정으로 그래함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됐어요, 내가 어떻게 여기서 두 사람의 세계를 방해할 수 있겠어요? 저는 먼저 갈게요.” 성연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혼자 차를 타고 떠났다.유채연은 성연이 떠나는 방향을 보면서 걱정했다.“성연이 걔가 갈 곳이 있어? 시간도 늦었는데 여자가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특히 이런 대도시에서는.”그래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채연아, 성연이는 이곳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 잊었어? 전에 내가 너한테 말했잖아. 성연이에게는 아주 대단한 약혼자가 있다는 거 말이야.”유채연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성연에 대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래서 약혼자를 찾아간 거야?”“그래, 걱정하지 마. 지금 멀미하지? 힘들면 내가 밖에 나가서 약 좀 사올까?” 그래함은 유채연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유채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좀 자면 돼.”“그럼 그렇게 해.” 그래함도 마음 놓고 유채연을 혼자 둘 수 없었다.‘처음 이곳에 왔는데, 내가 채연이 곁에 없다면 채연이가 불안해할 가능성이 높아.’한편 성연은 바로 무진을 찾아갔다.그러나 자신이 돌아온 걸로 무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려고 무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성연은 예전에 지문을 입력해 놓아서, 보고 없이 바로 최고층까지 갈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무진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이제 곧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설레는 듯했다.성연이 집무실 입구에 도
외삼촌은 다가가서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을 부축했다.여전히 울고 있던 유채연이 일어나자, 그래함이 어깨를 감싸고 위로했다.“얼른 가거라.” 외삼촌도 울먹이는 목소리였고,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래함은 외삼촌을 한 번 본 뒤 유채연이 차에 타도록 부축해 주었다.유채연은 외삼촌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성연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외삼촌이 몸을 돌릴 때 눈물이 땅에 떨어지는 걸 봤지만, 유채연이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이 옆에서 따라서 소리쳤다.“외삼촌, 제가 채연 언니하고 자주 돌아올 게요. 저는 외삼촌 가게 하드가 좋아요.”그제야 서둘러 눈물을 닦은 외삼촌이 몸을 돌려서 말했다. “그래, 너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마.”차가 천천히 시동을 걸자, 창밖의 장면도 빠르게 바뀌었다.차에 앉아서도 유채연은 여전히 훌쩍거렸다.그래함은 유채연을 꼭 안고 자신의 품에 기대게 했다.“채연아, 외삼촌이 보고싶으면 앞으로 자주 돌아와서 볼 수 있어. 내가 같이 올게.”“정말?” 그래함을 바라보는 유채연의 눈은 마치 토끼의 눈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물론이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내가 다 해 줄게.” 예전에는 그래함도 뭘 해도 혼자였다.하지만 이제 유채연이 있으니 모두 달라졌다.그래함은 틀림없이 유채연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어쩌면 유채연을 위해 정말 국내로 이주할 수도.“그런데 내가 없는데 외삼촌은 어떡하지? 자기 몸을 잘 추스릴까?” ‘예전에는 집안의 모든 일을 내가 책임졌지.’‘지금 내가 떠났으니 외삼촌은 잘 수습할 수 있을지 몰라.’성연은 조수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성연은 일부러 그 자리에 앉아서 유채연과 그래함에게 공간을 내주었다.그 말을 듣고 성연이 웃으며 말했다.“채연 언니, 외삼촌은 마음이 그렇게 섬세한 분이니까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떠날 때 그래함은 외삼촌에게 체크카드를 남겨 두었다. 비밀번호도 쪽지에 써 두었다. 그 돈이면 외삼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평생 편안하게
이런 유채연의 모습을 보고 외삼촌은 또 한바탕 잔소리를 했다.“정말 재수 없게 징징거리고 있지. 꼴이 그게 뭐야? 나는 상관하지 말고 빨리 가. 나한테 돈도 있고 차도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는 말할 것도 없어. 너는 나한테 짐만 될 뿐이야!”유채연은 외삼촌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었다.대부분 외삼촌은 그저 입으로만 모질게 굴었을 뿐이다.사실 자신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애초에 집에 그렇게 많은 일이 생기자 친척들마다 모두 양보하면서 피했다.외삼촌만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원했다.모두들 유채연이 흉악한 외삼촌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좋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그러나 그동안 삶의 질이 좀 떨어진 걸 제외하면, 외삼촌은 진심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가게에 온 손님 중에 간혹 유채연의 예쁜 모습을 보고 희롱하려고 했지만, 모두 외삼촌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이전의 여러 일들을 생각하자, 유채연은 외삼촌이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 준 걸 알게 되었다.유채연이 갑자기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외삼촌, 그동안 거둬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옆에서 그 모습을 본 그래함도 유채연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외숙부님, 채연이의 부모님이 안 계시니 외숙부님이 채연이 아버님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무릎을 꿇고 맹세하겠습니다.”“저희는 곧 결혼하게 되면 반드시 읍내에서 잔치를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채연이를 보고 비웃지 못하게 할 테니, 채연이를 제게 주시면서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채연이에게 정말 잘 하겠습니다.”남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존엄성이다.그러나 그래함은 유채연을 위해 외삼촌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 역시 그래함의 성의를 충분히 드러낸 것이다.두 사람의 감정을 외삼촌은 더욱 눈에 새겨 두었다.‘채연이가 그래함과 함께 있으면서 미소도 눈에 많이 많아졌어.’“너희들 빨리 일어나!” 외삼촌은 유채연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었다.입으로는 듣기 싫은 말을 하지면, 개를 길러도 이
이전에 유채연이 입었던 옷은 전부 그래함과 성연이 함께 골라준 옷으로 교체되었다.유채연은 트렁크를 사서 물건을 다 넣었다.곧 떠나야 할 때, 유채연이 외삼촌과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내가 같이 갈게.” 유채연을 도와 트렁크를 닫고서 그래함이 일어났다.“그래도 나 혼자 갈래...”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이제는 우리 둘이 같이 있잖아. 외삼촌은 우리 관계의 증인이자 네 유일한 가족이야. 내가 널 데리고 갔다가,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야?” 그래함이 유채연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요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유채연은 자연스럽게 그래함과 더 가까워졌다.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그래함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만약 외삼촌이 그래함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 마음이 더 괴로울 거야.’“그래, 같이 가자.”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두 사람이 함께 문을 나섰다.나오다가 마침 두 사람을 찾으려던 성연과 마주쳤다.“성연아, 우리 외삼촌 보러 갈 건데, 너도 갈래?” 유채연은 요 며칠 성연과 계속 붙어 있어서, 성연에 대한 감정도 이미 예전처럼 좋았다.어디를 가든지 성연을 데리고 가야 해서, 그래함이 한바탕 질투하기도 했다.“출발하기 전에 외삼촌과 작별인사 하러 가는 거예요?”성연이 물었다.“그래.”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함께 갈게요.” 눈치 빠른 성연은 유채연의 손을 잡지 않고 뒤에서 따라갔다.‘채연 언니하고 그래함 사형이 나란히 다정하게 가는 모습을 보면, 외삼촌이 좀 안심할 수 있겠지.’유채연과 그래함은 앞에서 함께 걸어갔다.유채연의 마음은 여전히 좀 불안했다.‘예전에 외삼촌이 못마땅했을 때는 여기를 탈출하겠다는 생각도 했지.’그러나 정말로 외삼촌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유채연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비록 그다지 내 생각대로 지내지는 못했지만.’‘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내 유일한 피난처였지.’“걱정 마, 외삼촌은 좋은 분이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
그 말을 듣자, 유채연은 코가 시큰거리면서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꽉 쥐었지만 뜬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지금처럼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은 없었다.유채연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걸 보자, 가볍게 한숨을 쉰 그래함이 휴지로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왜 그렇게 울기를 좋아해? 앞으로 나하고 있으면서 내가 잘 해줄 테니까 이렇게 울면 안 돼. 네가 눈물을 흘리는 게 안타까워.”그래함의 부드러운 말을 들으면서 유채연의 감정도 점차 가라앉았다.감정이 진정되자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맛보았다.아주 달았다. 이 달콤함이 유채연의 마음속에 스며들면서 마음을 천천히 따뜻하게 했다.“고마워, 그래함.” 유채연은 코를 훌쩍이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내가 너에게 고마워해야지.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잖아. 내가 좀 일찍 너를 찾아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래함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우리는 지금이 좋아.” 유채연은 그래함의 이런 의기소침한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그래, 이제 네가 있으니까 앞으로 우리는 더 좋아질 거야.”그래함이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성연은 어느새 감정이 없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그러나 계속 뒤를 따라 가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성연은 정말 기뻤다.자신도 그런 분위기가 달콤하게 느껴졌다.예전에는 그저 단순하게 그래함 사형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그러나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자, 정말 두터운 그래함의 깊은 정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성연은 두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 굳어 있던 두 사람이 점차 풀어질 때까지 이미 정말 잘 지나왔어.’“두 분, 연애하면서 여동생도 잊어버렸지요? 나 너무 배가 고파요. 밥 먹으러 가고 싶어요.” 성연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게에서 별로 먹지 않고 이렇게 오래 걸었더니 벌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그 말을 들은 유채연이 바로 뒤돌아서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