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성남고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 후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성연이 썼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더군다나 두 사람의 사랑은 그야말로 낭만의 끝판왕이라는 반응이다.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은 사랑에 부러워했다.그 발표문이 사실은 성연이 교장실에서 쓴 것인 줄은 아무도 몰랐다.교장은 자신이 제대로 정도를 못 지켜 가까스로 반전된 형세를 또 다시 망칠까 봐 걱정했다.그래서 교장실에서 한참을 주저했다. 교장이 오랜 시간 고민만 하면서 붓을 대지 못하고 있자 옆에 있던 성연이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고 교장이 쓴 글을 수정해 주었다.성연이 수정한 글을 본 교장은 퍽 만족스럽게 생각하더니 바로 발표해 버렸다.발표의 효과도 의외로 좋았다.옆에서 지켜보던 무진은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성연은 정말 못하는 게 없었다. 못하는 걸 못하는 것 같았다.때때로 무진은 진짜 성연에게 감탄했다. 어떻게 그런 많은 재주를 가졌는지.이 일을 마무리한 후 무진과 성연은 손을 맞잡은 채 학교를 걸어 나갔다.지금 학생들은 모두 수업 중이라 보는 사람이 없었다. 성연과 무진이 손을 잡아도 다른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터였다.성연도 거부하지 않고 무진이 잡아 끄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성연이 승낙했다는 것은 무진의 애정을 받아들였다는 걸 의미한다.성연 역시 무진과 함께 할 마음의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단지 시간문제일 뿐.오늘의 고백은 성연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예전에 무진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이제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통한 이상, 구태여 내외할 필요가 있겠는가?“오늘 좋았어?” 무진은 성연의 대처 능력을 알게 되었다.자신이 고백하던 순간 성연은 무척 태연자약한 모습이었다.도리어 자신은 성연만도 못하게 덜 떨어진 애송이처럼 굴었다. “아주 행복했어요. 설마 무진 씨는 안 행복해요?” 성연은 무척이나 편안한 기분이다.일도 잘 처리되었을 뿐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도 받았다.그러니 행복하지 않
모두 조용히 가라앉은 듯했지만, 그 이후의 일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었다.다들 좋은 말을 했지만 뒤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성연을 부러워했지만, 부러움의 단계가 올라가면 질투가 된다.무슨 근거로 약혼까지 한 송성연이 다양한 칭찬까지 받는가.그러나 자신들은 이른 연애라고 야단을 들어야 하고,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자퇴를 권유 받아야 한단 말인가.사람과 사람 사이, 참 불공평하다.게다가 성연의 약혼자는 잘생긴 걸로 금메달감인데다 북성에서 내노라 집안의 후계자였다.이 정도 밖에 안되는 송성연이 어떻게 그런 남자를 얻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누군가 뒤에 숨어서 성연을 향해 온갖 비방의 말들을 쏟아냈다.[이번에 이렇게 빨리 잠재울 수 있었던 것도 강씨 집안 때문이 아닌가?][명문대생이라니? 강씨 집안이 도와준 위증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서 어떻게 송성연을 거들고 나서지?][맞아, 강씨 집안이 북성남고 최대 후원자라고 들었어. 압력을 못 이긴 교장이 송성연의 사정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거겠지.]화장실에 가는데 여학생이 몇 명이 옆에서 군시렁댔다.주연정과 성연은 입구로 걸어 들어가면서 마침 저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주연정이 주먹을 쥔 채 돌진하려다 성연에게 걸렸다.주연정은 의문의 눈빛으로 성연을 바라보았다.“송성연, 왜 그래? 나를 막지 마. 저 주둥이 함부로 놀리는 것들에게 교훈을 좀 줘야 한다고. 정말 화가 나 미치겠네.”성연의 뛰어난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성연을 편들어 말할 수 있겠는가?결과? 얻지 못하자 저런 몰상식한 사람들끼리 모여 유언비어를 퍼뜨리니 주연정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성연은 저런 아이들과 똑 같이 되고 싶지 않았다.이 아이들은 그저 질투가 나서 그런 것일 뿐 별 할 말이 없다.자신만큼 실력을 쌓아야 자신이 한 일들을 할 자격이 있을 터.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그저 말로만 공격할 뿐이다.자신이 해야 할
성연은 주연정에게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교실로 돌아가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 보면 확실히 학교에 머물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성연은 무진을 찾아가 의논했다.두 사람은 소파에 앉았다. 무진이 성연의 손을 잡아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만지작거렸다.성연의 손가락은 희고 가는데다 마치 뼈가 없는 듯 부드러웠다. 그래서 손에 쥐면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성연은 무진의 이런 친밀한 스킨십에 이미 길들여진 지라 손을 빼지 않았다.성연이 무진을 보며 말했다.“나 잠시 학교에 안 가려고요. 하지만 휴학이나 자퇴할 생각은 없어요. 적당한 시기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선포할 거예요.”북성남고에서의 생활은 이미 충분히 체험한 셈이다.계속 다녀 본들 자신에게 귀찮음만 더 안겨줄 뿐이다.성연이 가장 싫어하는 게 귀찮은 거다.이런 상황을 끊기 위해 성연은 집에 있기로 결정했다.적어도 집에 머무르면 몸과 마음이 좀 편해질 테니까.성연은 자학증도 없고 또 매일 욕먹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어떻게 결정하든 난 너를 지지해.”어차피 성연의 실력으로 이미 대학에도 입학한 마당에 그런 시험을 다시 겪을 필요가 없다.그리고 지금은 한창 풍랑 가운데 휩싸인 상황. 성연이 학교에 가 본들 아이들 입 방아에 오르내릴 뿐이다.무진은 성연이 비난을 받는 게 안타까워 죽을 지경이다.성연이 무진의 손을 깍지 꼈다.“무진 씨는 왜 모든 결정을 나한테 맡겨요? 내가 너무 버릇없어질까 걱정 안돼요?”성연의 생각에 무진은 이미 자신을 거의 무법천지 수준으로 방임하고 있는 듯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항상 무진이 자신을 대신해서 책임진다.비록 자신은 무진을 찾아 의논한 적이 없었음에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무진이 옆에 있었다.매번 의연하게 자신 앞에 나서 주었다.“얼마나 너를 아끼는지 넌 모르지? 나는 네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에게 의지하지 않는 게 불만이야. 넌 절대
당연히 이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을 성연은 그냥 둘 생각이 없었다.서한기에게 조사하라고 시켜 놓았더니, 잠잠해지기 시작한 그 다음날에 서한기가 알아냈다.서한기에게서 여시화의 위치를 전달받은 성연이 직접 여시화를 찾아갔다.이때 여시화는 진우진과 식사하고 있던 중이었다.여시화의 행동에 진우진은 혐오감을 느꼈다.여시화가 자신의 마음을 밝힌 이후로 정말 귀찮았다.진우진이 자신의 마음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여시화는 여전히 쫓아다녔다.이런 여시화의 행동에 진우진은 반감만 느꼈고, 그녀에 대해 나쁜 감정만 가지게 했다.이번에는 여시화가 집으로 찾아오는 바람에, 진우진은 어머니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나왔다.어릴 때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은 덕에 진우진은 상대방의 체면을 깍는 말을 하지도 못했다.다만 이 식사가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이다.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게.설사 송성연에 대한 환상이 자신의 마음에서 다소 깨졌다 하더라도 필경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음이 설렜던 여자 아이였다.그래서 진우진의 마음에서 송성연이 차지하는 위치는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자신과 여시화는 더 불가능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여시화는 자신의 여동생같이 느껴질 뿐이다.나중에 여시화가 했던 그 일들로 인해 그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한 자락 정분까지 모두 달아난 상태다.오늘 같이 밥을 먹으러 나온 건 순전히 진우진 자신의 어머니의 체면을 봐서였다.그러나 진우진과 함께 밥 먹으러 나왔다는 사실에 여시화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기뻐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특별히 자신의 비장의 스커트를 꺼내 입고 예쁘게 화장을 했다. 일거수일투족, 심지어 말을 하는 것조차 진우진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까 유난히 조심했다.진우진은 내키지 않았지만 억지로 함께 먹었다.성연은 두 사람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확인하고 바로 다가갔다.성연을 보는 순간 여시화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성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포갠 채 여시화를 향해 말했다.“왜 내가
진우진은 여시화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 줄은 전혀 몰랐다.진우진 눈에는 여시화는 좀 이율배반적이게도 늘 반감을 일으키는 행동을 한다.여시화는 기껏해야 약간의 소란을 피웠을 뿐이라는 건 그도 알았다. 하지만 성연의 일을 폭로했을 때 만약 성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 그의 일생에 영향을 줄수 있다고 느꼈다.이런 나쁜 일을 어떻게 여시화가 할 수 있지?그는 이런 일을 벌이는 여시화가 뼛속까지 착하다고만 생각했다.그런데 사람들 뒤에서 몰래 이런 짓을 하다니.진우진이 직접 여시화에게 물었다.“이 일, 네가 한 거 맞아?”진우진의 차가운 얼굴을 본 여시화는 진우진이 이렇게 화가 났는데 어떻게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겠나 싶었다.그래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야. 송성연이 고의로 나를 모함하는 거야.”여시화는 말을 하는 도중에 앞으로 나가 필사적으로 진우진의 손을 잡았다.“우진아, 너는 반드시 나를 믿어야 해. 절대 내가 한 게 아니다.”진우진은 잠시 성연을 쳐다보았다. 침착한 모습으로 다시 한 번 여시화를 쳐다보았다. 마치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누가 옳고 그른지 아주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여시화는 이번 일을 벌일 때 어떤 결과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아무런 원한관계도 없는 사이인데도 여시화는 자신 때문에 송성연을 겨냥하고 이런 짓을 한 것이다.그러나 송성연은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진우진은 능시우의 손을 뿌리치쳤다. 질끈 눈을 감았다 뜬 진우진이 여시화를 노려보며 또박또박 물었다.“여시화, 다시 한 번 묻겠다. 이 일은 네가 한 거 맞아.”자신이 이렇게 묻는 것은 여시화에게 한 차례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길을 잃은 여시화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그러나 여시화의 머릿속에는 ‘절대 인정할 수도 없어, 인정할 수 없어’라는 몇 마디로 가득 차 있었다.인정하면 진우진이 자신을 더 싫어하게 될 테니까.그래서 여시화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우진아, 나를 믿어 줘. 나는 정말 아니야,
여시화의 일을 처리한 후에 성연은 북성남고의 교장실로 교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교장에게 당분간 학교에 나오지 않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성연의 말을 다 들은 후에 교장도 동의했다.“송성연 학생, 학교는 네 의견을 존중하겠다.”지금 성연이 학교에 나오든 나오지 않든 잠깐 지나가는 과정일 뿐.어차피 송성연은 시험을 칠 필요도 없이 바로 대학 입학 자격을 얻었으니 말이다. 학교에 나온다 해도 그저 시간만 때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그리고 이번 사태로 인해 학교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일은 잘 수습되었지만, 성연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는 기사에서 말한 것처럼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교장 스스로 생각해 봐도 송성연은 지금 집에서 잠시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그러나 자퇴의 또 다른 형태로 학교에서 강제휴학을 권한다고 생각할까 싶어 송성연에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던 차였다.교장의 동의에 만족한 성연이 교장에게 다른 소식 하나도 알려 주었다.“교장 선생님, 두 달 후에 저는 대학에 들어갈 거예요. 학교 쪽 수속 절차 중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저에게 알려 주세요.”“그렇군 그래, 잘 됐다.”교장은 연신 잘 됐다고 말하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사실 강무진 대표의 약혼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송성연은 너무 눈에 띄는 존재였다. 많은 언론기자들이 매일같이 학교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것도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다.학생들의 등하교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이런 언론인들은 수시로 자신의 펜대를 총 대신 사용하니 함부로 쫓아낼 수도 없었다.그저 저들이 마구잡이로 기사를 내보내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일만 더 커질 뿐이다.그래서 송성연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게 좋다.송성연이 학교에 없으면 저 사람들도 서서히 발길을 끊을 것이다.강씨 집안에 대한 뜬 구름 잡는 식의 근거 없는 소문들이 밖에서 들려왔다.강무진의 약혼녀라는 신분 상 송성연이 강씨 집안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다.강씨 집안에 관한
이제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된 성연은 하루 종일 엠파이어 하우스에서 뒹굴며 지냈다.책도 읽고 화초도 돌보는 시간들이 아주 여유롭고 기꺼웠다.이렇게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는 생활을 한 지도 너무 오래 된 성연이다.하루 종일 아무 근심걱정이 없었다. 또 누군가 방해할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무진의 회사 상황에 대해서는 수시로 수하들에게서 보고를 받았다.집에 있는 동안에도 밖에서 돌아가는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성연이 학교를 나가자 학생들도 알아서 입을 다물었다.결국 학생으로서 가장 중요한 책무는 학업이 아니겠는가.지금 한창 학업에 매진해야 하는 학생들이니, 그런 유언비어들은 금세 사라질 것이다.송성연은 딱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본인이 원하던 결과였으니까.하지만 매일 주연정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교가 재미없다고, 성연이 있을 때처럼 재미있지가 않다고 하소연했다.매일 전화로 성연에게 이런 저런 일들을 토로했다.성연 역시 주연정과 떨어진 게 몹시 안타까웠다. 주연정처럼 의리 있고 뜻이 맞는 친구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그래도 매일 이렇게 전화로 수다를 떨거나 그러다 또 가끔은 영상 통화를 하기도 하면서 두 사람은 꽤 즐거운 시간을 공유했다.성연은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다고 느껴졌다.성연의 학교 쪽은 별일 없었지만, 무진의 회사 사정은 썩 좋지 못했다.성연은 수하에게서 전화로 보고를 받았다. “WS그룹 주주들이 강일헌의 선동 하에 고의로 시끄럽게 굴고 있습니다. 또 그룹 내 다수의 임원들을 끌어들여 부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해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룹 실적을 하락시키고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강일헌은 뒤에서 이렇게 주주들과 임원들을 움직여 무진을 강제 퇴출시킬 작정이었다.실적 하락은 경영자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만약 이런 상황이 장기화 된다면 결국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를 바꾸어야 할 터.그때 강일헌은 본인 아니면 아버지 강명재를 추천할 생각이다.그러면 강무
저녁에 무진이 전화를 걸어왔다. “성연아, 우리 오늘 밖에서 저녁 먹을까?”일이 바빠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다 보니 혼자 집에 있는 성연이 갑갑해할까 무진은 걱정이 되었다.그래서 가끔이지만 외식이라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무진.그리고 성연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무진의 제안에 성연이 대답했다.“네, 알았어요. 이따가 무진 씨를 위한 서프라이즈가 있어요. 기대해도 좋아요.”무진이 웃으며 물었다.“무슨 서프라이즈?”무진에게야 매일 성연의 음성을 듣고 또 성연의 입에서 나오는 말 모두가 좋은 소식들이다.성연은 매번 생각지 못한 서프라이즈를 선물한다. 무진은 그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이따가 알게 될 거예요. 식사하면서 알려 줄게요.” 무진의 말에 성연은 속으로 생각했다.‘지금 내 입으로 말하면 그게 무슨 서프라이즈야?’“알았어.” 성연이 지금 자신에게 알려 주고 싶어하지 않으니 무진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무진은 식사할 곳을 먼저 예약한 후에 그 위치를 보냈다. 그리고 시간 여유가 얼마 없으니 성연에게 서둘러 준비하게 했다. 알았다고 대답한 후에 전화를 끊은 성연은 실력이 뛰어난 또 다른 수하에게 연락했다. ‘전갈’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현태.성연과 서한기, 곽연철 등과도 관계가 매우 좋다.다만 장기간 해외 임무를 수행 중이라 성연도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하지만 외국에서도 일을 처리하는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성연이 김현태에게 전화를 건 후에 물었다.“유럽에 가서 적당한 회사를 하나 찾아서 대량의 자금을 투입해. 그런 다음 능력 있는 사장 하나 만들어서 국내로 보내. 그리고 WS그룹 강무진 대표와 합작 사업을 추진하게 해.”성연의 지시에 김현태가 즉시 대답했다.그들 아수라문에서 뛰어난 인재야 말로 부족함이 없었다.사장을 세우는 것은 아주 가벼운 일에 속한다.김현태는 성연이 지시한 일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자신의 보스 성연이 지시하는 일은 그게 무엇이든 합당하기 때문이다.김현태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