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너무도 피곤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이처럼 무리한 적은 없었다.몸을 쭉 늘어뜨렸다 카펫을 짚고 일어난 성연이 한쪽편에 놓인 쿠션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댄 채 잠시 눈을 감고 쉬었다.약효가 다 되어서인지 아무런 기척도 없이 무진이 번쩍 눈을 떴다.엎드려 있는 그의 등에는 온통 은침이 꽂혀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벽에 기대어 잠든 성연을 쳐다보았다.눈을 감았을 때 오히려 더 깜찍해 보였다. 조명이 날렵한 콧등 위로 부서지며 도자기처럼 새하얗고 매끈한 볼을 뒤덮은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교하게 빚은 예쁜 인형 같기도 하고.单纯,无害,让人心生宁静的美好和向往。단순하고 무해하며,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이다.눈을 떴을 때, 뼛속 깊은 곳에서 칼날처럼 예리한 기운이 절로 튀어나왔다.무진이 성연을 뚫어져라 본 지 한참이 지났다.오래전부터 훈련을 통해 시선에 대해 예민한 성연이다.무진이 그녀를 주시했을 때, 이미 그의 시선을 알아챘었다.하지만 워낙 피곤한지라, 생각을 비웠다.‘볼 테면 봐라. 어차피 닳는 것도 아닌데, 뭐.’성연의 체력이 거진 회복되었는데도 무진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참지 못한 성연이 눈살을 찌푸린 채 차가운 시선으로 무진의 몸을 한 번 훑었다.“얼마나 더 볼 거예요?”눈을 뜬 그녀는 곧바로 깊은 동굴과도 같은 무진의 눈과 마주했다.삽시간에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다.무진이 흥미로운 듯 말했다. “언제까지 잠든 척하는지 보려고.”성연이 웃는 듯 마는 듯 쳐다보며 대꾸했다.“이 침, 안 뽑아도 되겠네!”“나를 실험실의 쥐처럼 다루고 싶은 건 아니고?” 무진이 일부러 성연을 자극했다.그에 성연이 아예 아랑곳도 하지 않고 대꾸했다.“맞아요. 독살을 당한다 해도, 난 몰라요.”두 사람은 어린아이처럼 유치한 말장난을 이어갔다. 마치 즐기고 있는 듯하다.우습게도 정작 자신들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결국 성연이 말장난을 끝냈다.손을 들어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한 성연이 침대로 다
은색 잠옷을 입은 무진이 머리를 닦으며 욕실에서 나왔다.그의 컨디션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상태였다.의자에 앉아 게임을 하던 성연이 곁눈질하듯이 슬쩍 한 번 쳐다보았다.약을 사용한 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정상이었다.만약 조금이라도 능력이 되지 않았다면, 성연이 하겠다고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기본이다.휴대폰을 내려놓은 성연이 고개를 치켜들어 무진을 바라보았다.“내일 저녁엔 다리에 집중해서 침을 놓을 거예요. 약욕의 재료도 다를 거고요.”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몸 상태가 잘 느껴졌다. 성연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평소에 주의해야 할 건?”무진이 물었다.미간을 살짝 문지르며 대답하는 성연의 안색은 피로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틈날 때마다 많이 걷는 게 좋아요. 위축된 근육을 단련시키려면, 하루 종일 휠체어에 앉아 있는 건 안 좋아요.”하품을 한 성연이 침대에 올라가 머리를 대더니 곧바로 잠이 들었다.무진도 그녀를 깨우지 않았다. 이불 속에서 머리만 쏙 내밀고 온몸을 웅크리고 자는 모습이 작고 연약한 동물 같았다.무진이 픽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여자애는 도무지 경계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듯 아무 생각없이 군다.‘하, 아니 나도 남자인데, 이렇게 마음을 놓아도 되는 거야?’천천히 성연의 옆에 누운 무진은 은은하고 맑은 약향을 맡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바로 잠들었다.이튿날, 깨어난 무진은 활기가 넘쳤다. 안색 또한 평소의 창백한 빛이 아니라, 건강한 붉은 빛이 더해졌다.이렇듯 눈에 띌 정도로 변화를 보이자, 집사와 손건호는 놀랍도록 반가웠다.‘어린 사모님이 정말 대단하셔. 허풍이 아니었어.’‘몇 십년의 경험을 자랑하는 나이 많은 명의들보다도 의술이 더 뛰어난 것 같아.’진우현이 또 방문했다. 진료하는 시늉이라도 하려고 의약품 상자도 챙겨 가지고 왔다.하지만 사실, 의약품 상자 안은 비어 있는 채였다.무진의 멘탈 부분을 좀 살펴볼 생각에 방문한 터였다.며칠 오지 않았다 보니
온몸이 거의 탈진 상태가 된 진우현이 창백한 안색으로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성연이 없는 틈을 타서 우연이 무진에게 참소했다.“네 아내도 너무 몰인정하지 않냐? 정말 너무하잖아. 이건 그냥 둘 수 없어, 절대!”손건호가 아예 대놓고 웃었다.“저희 작은 사모님은 절대 원한을 잊으시는 법이 없죠. 그러게 왜 사모님을 의심해서는. 보기 좋습니다!”성연에게 미움 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작은 사모님에게 줄곧 공손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낭패를 당한 사람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손건호의 말에 무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비분강개한 우현의 어조에는 말로 드러내지 못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너 정말 변했어. 나한테 의지하던 이전의 너가 더 맘에 든다고!”무진이 느른한 음성으로 말했다. “넌, 너 자만하는 경향이 있어. 어린 여자아이가 너보다 훨씬 유능해.”“너, 너, 마누라한테 빠져서 친구를 내팽기치다니.” 우현이 손을 떨며 과장된 동작으로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이 세상에 진짜 사랑은 없어.’웃음을 참는 손건호의 입이 연신 실룩거렸다. 무진의 눈썹 끝이 쓰윽 올라가며, 침착한 모습으로 우현이 펼지는 연기를 지켜보았다.학교에서 성연을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송아연도 해치운 마당에 누가 또 그녀를 건드릴까?반 학우들은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단지 송아연의 선동에 따랐을 뿐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성연의 학교 생활이 그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뭐, 지금도 괜찮은 것 같군. 그 아인 아예 친구가 없어도 돼.’‘혼자 고고하고 자유롭게, 얼마나 좋아.’하루를 조용히 보내며 평상시 대로 수업을 한 성연은 점심을 먹은 다음에는 사람들을 피해 보건실에 가서 잠을 잤다.출입이 편하도록 서한기가 뒷문을 열어주었고, 또 따로 열쇠까지 맞춰 줬다. 바로…… 잘 수 있도록.성연이 올 때마다 매번 서한기는 세심하게 깨끗한 이불로 갈아준다.보건실로 말하자면 원래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곳인
성을 붙여 이름을 부르니, 성연이 못 들은 척할 수도 없었다.할 수 없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무슨 일이에요?”“송성연, 우리가 왜 왔는지 몰라? 무슨 모르는 척을 해?” 임수정은 성연을 보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자신의 딸 아연이는 유치장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송성연은 무슨 자격으로 안락한 교실에서 수업을 한단 말인가?“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성연이 차가운 표정으로 임수정 앞에 섰다.“이 사갈 같은 게, 우리 딸 아연이 너 때문에 어떤 꼴인데? 그 연약하고 겁 많은 것이 며칠 동안이나 경찰서에 있으면서 바짝 말라가고 있는데, 넌? 이 죄값 모두 네가 받아야지!”분노를 참지 못해 성연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는 임수정의 눈동자는 마치 잘 벼린 칼날처럼 성연을 잘게 썰어낼 것만 같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성연이 눈썹 끝을 세웠다.‘연약하고 겁이 많다고? 하, 약을 탈 땐 전혀 약하지 않던 송아연이?’“바로 너 때문이야. 우리 아연이는 늘 사리가 분명한 아이였어. 도대체 우리 아연이한테 무슨 철천지원수가 졌다고 걔를 그 지경으로 모함해?”울고 있을 아연의 모습을 떠올리자 임수정의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함부로 사람 모함하지 말아요.” 성연의 표정은 차분했다.임수정이 냉소를 지었다.“너 즉시 경찰서에 가서 네 죄를 인정해. 이 일은 절대 아연이 잘못이 아니야. 아연인 곧 피아노 콘테스트에 참가해야 해. 만약 이 일로 오점이 생긴다면 대회 참가 자격이 박탈당할 거란 말이야!”임수정의 사나운 어조로 봐서는 성연이 갈 때까지 그만두지 않을 기세다.송종철도 옆에서 거들었다.“내가 이 일을 알아봤다. 네가 여동생을 모함한 것이더구나. 지금 즉시 경찰서에 가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라.”송종철과 임수정에게는 누가 옳고 그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성연은 이미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다. 그들에게 있어 여태 아낌없이 지원해 온 송아연만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줄 존재이기에, 송아연은 절대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되는
저 멀리서 송종철이 분노에 차서 내지르는 고함이 들려왔다.조롱의 기운이 담긴 냉소를 지으며 몸을 돌린 성연이 강씨 집안의 차가 세워진 골목으로 들어갔다.엠파이어 하우스.무진은 학교에서의 소동에 대해 전해 들었지만, 집에 돌아온 성연에게 먼저 꺼내지 않았다.성연이 먼저 말해 주기를 기다릴 셈이었다.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소소한 일 정도는 성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 무진이 나설 필요도 없이.뭐든 자신이 직접 하는 걸 좋아하지, 남에게 의지하는 걸 싫어하는 성연이다.창백한 얼굴의 진우현이 성연이 수업 마칠 때를 맞춰 찾아왔다. 죽상을 하고서 성연에게 약을 부탁했다.“아가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설사 약을 좀 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처음 설사를 할 시작했을 때에는 참을 수 있는 듯했으나 점점 뒤로 갈수록 더 심해졌다. 약국에서 처방을 받은 여러 약들을 먹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설사 증세가 심해질까 봐 다른 것들은 아예 먹지도 못했다.성연이 자신에게 준 게 어떤 건지 누가 알겠는가?성연이 눈을 깜빡깜빡 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어, 배탈이 난 거 아니에요? 위장이 안 좋은가 봐요. 관상을 보니 신장이 좀 약한 것 같은데, 평소에 밤샘도 많이 하지요? 생활을 균형 있게 잘 하셔야겠어요.”화가 나도 말 한 마디 못하고 우현이 한쪽에 서 있었다.성연이 약을 주기만 한다면 몇 마디 더 듣는 것쯤 참을 수 있었다.“집사 아저씨, 이 처방대로 약재를 꺼내어 진 선생님께 약을 달여드리세요.”말하는 사이, 성연은 이미 약방문을 써서 집사에게 건넸다.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바로 가서 준비하겠습니다.”저녁 식사 후, 다 달여진 약을 집사가 받쳐 들고 왔다.시커먼 약은 보기만 해도 무진장 쓸 것 같았다.설사로 인한 공포가 더 컸던 우현은 마지못해 눈 딱 감고 약을 마셨다.쓰고 떫은 맛이 혀를 자극하자 우현의 얼굴이 말도 아니게 찡그려졌다. 여러 잔을 물을 연거푸 마시고 나서야 겨우 입안의 쓴 맛을 가
집사의 말에 안금여는 상당히 놀랐다. 곁에 있던 강운경 역시 무척 의아했다.무진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사실은 두 모녀의 오랜 근심이었다.할 수 있는 건 해볼만큼 다 해보았다. 가끔은 좀 나은 듯도 했지만 완전한 치료는 불가능했다.해외의 저명한 최면 전문가를 모셔도 봤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조카 무진의 수면장애는 최고의 정신과 의사도 치료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좋아질 수 있단 말인가?무엇이 원인이었든, 무진을 잘 자게 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대단하지 않은가.그들 심중의 제일 큰 걱정이 해결된 것이다.안금여가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이 아이, 역시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어.”본인도 역술가를 그다지 믿는 건 아니었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만일 진짜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어차피 강씨 집안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한번 시도나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어린 여자애가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과연 무진의 ‘평강공주’였다.강운경 역시 무척 기뻐하며 감탄했다. “큰오빠와 올케가 떠난 후, 무진이 하루도 안식을 취하지 못 했는데, 성연이가 무진이를 평온하게 해주면 좋겠어요.”모든 게 좋은 징조로 여겨졌다. 앞으로 무진이 점점 더 좋아지리라는 믿음이 생겼다.안금여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보게, 돌아가거든, 우리 무진이와 새아기를 잘 돌봐 주게. 특히 새아기가 요구하는 게 있으면, 나쁜 것만 아니면 뭐든 다 들어주고. 새아기를 진짜 주인으로 잘 모셔야 하네. 만약 제대로 모시지 않는 고용인이 있다면 단단히 교육을 시키게.” 지난 십여 년간 강씨 집안을 관리해온 집사는 매우 신임을 받는 사람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안금여가 무진의 곁에 두지 않았을 터.다만 집안 규율을 잘 모르는 일부 새로 온 고용인들을 집사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할까 걱정되었을 뿐이다.안금여의 지시를 받고 허리를 굽혀 인사한 집사가 물러났다.저녁을 먹은 성연은 오늘도 소파에서 게임 중이었다.도대체 어디에서 수입
고개를 끄덕여 알았다는 표시를 한 무진이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덮었다. 그리고 먼저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서 목욕가운으로 갈아입었다.문을 열고 들어오며 고개를 들던 성연이 앞을 쳐다본 채 그 자리에 못박힌 듯 멈춰 섰다.무척 키가 큰 무진의 이목구비는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검은색 목욕가운과 대비를 이루며 하얀 피부가 더욱 두드러졌다.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다비드 상 같았다.선명하게 갈라진 복근이 가운 아래에서 슬쩍 보였다.하늘이 오직 강무진만 편애한 듯하다.넓은 어깨에서 잘록한 허리로 이어지는 역삼각형의 몸은 섹시함의 극치를 달린다.다른 것은 차치하고, 이 남자의 외모와 몸매는 정말 최고였다. 사람을 마구 홀린다.이 모습을 평범한 사람이 보았다면 분명 버티지 못할 것이다.절제력이 뛰어나다 자부하는 성연조차 하마터면 마음을 뺏길 뻔했으니까.힘껏 자신의 볼을 두드리며 정신을 가다듬었다.지금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으니 멍청하게 굴면 안된다고 재차 자신을 다그쳤다. “와서 누우세요.” 성연이 침대 위를 톡톡 두드렸다.무진은 성연의 말을 좇아 침대에 누웠다.숨을 죽인 채 은침을 꺼낸 성연이 손을 내밀어 무진의 가운을 걷어 올렸다.먼저 무진의 상처 부위를 확인한 다음, 침을 놓을 위치를 판단할 것이다.어느덧 목욕가운이 허벅지까지 걷어 올라갔지만, 무진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차분한 모습이다.그런데 오히려 성연이 왠지 볼이 뜨끈뜨끈해지더니, 귀 뒤편에도 열기가 오르는 게 느껴졌다.가벼운 헛기침 소리와 함께 잡념을 떨친 성연이 무진의 다리를 세세하게 훑었다.무진의 신체 비율은 원래부터 좋았다. 고르게 근육이 잡힌 두 다리가 곧고 길게 뻗어 있었다. 하지만 무릎 부위의 상처가 선명했다.심하게 다쳤던 것 같은 상처는 아주 오래되었다.완벽한 미옥에 흠집이 난 것 같아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무진 또한 줄곧 성연의 표정을 관찰하고 있었다.성연이 어떻게 다쳤는지 등 자신의 상처에 대해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했다.‘결국 이 아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다른 사람에게 너무 잘해주지 않는 성연이다.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말이다.강무진처럼 겨우 몇 번 본 사람 때문에 이처럼 노심초사하기는 처음이다.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강씨 집안에서 지내야 한다. 바로 그 점을 고려해서 친절한 마음으로 강무진을 돕기로 한 것이다.불쑥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무진은 절대 휠체어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또 저런 모습이어서도 안 된다는…….여기까지 생각한 성연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나가서 무진을 불렀다.무진이 어제처럼 욕조에 몸을 담구었다.깨끗이 씻고 나와 보니, 성연은 이미 잠들어 있다.물기에 젖어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닦던 무진이 아무 생각 없이 잠든 성연을 쳐다보았다. 스트레스가 심했던 모양이다.침대에 머리를 묻고 잠든 성연의 긴 머리카락이 등뒤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오목조목 그린 듯이 어여쁜 얼굴이 보였다.무척이나 섬세한 피부는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모공이 보이질 않는다.헐렁한 잠옷 깃이 살짝 벌어지며 그 사이로 선명한 쇄골선이 보였다. 뛰어난 발육 상태를 자랑하는 작고 깜찍한 몸매는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나와야 할 곳은 확실하게 나와 있었다. 자라야 할 곳은 이미 완벽하게 자란 상태인 셈이다.무진은 자제력을 잃을 정도로 반응하진 않았다. 다만 눈길이 갈 만큼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성연의 곁에 누운 무진은 그날 밤도 예외 없이 곧바로 잠이 들었다.아침.성연이 깨어날 때면 매번 무진은 벌써 일어나 보이지 않았다.강무진은 무섭도록 자기 절제가 강한 생활 습관을 가진 듯하다.하품을 하고 일어난 성연이 커튼을 열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게 했다.차분한 색조의 인테리어를 좋아하지만, 어두운 분위기는 싫었다.여기에 오래 있으면, 좀 답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햇빛이 구석구석 스며드는 것을 본 성연은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손뼉을 쳤다.욕실에 가서 세수하고 교복을 입은 성연이 책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성연의 책가방은 늘 가볍다. 선생님이 책을 집에 가져가
채연 언니의 원래 이름은 유채연으로 집은 바로 옆 마을에 있었다.두 마을 사이에는 왕래가 아주 빈번했다.이리저리 오가는 중에 유채연도 성연과 성연의 사형들하고 익숙해졌다.유채연은 원래 성격이 좋은 사람이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래함의 성격상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성연은 그래함과 함께 유씨 가문의 고택으로 갔다.이곳의 길은 좁아서 운전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연과 그래함은 걸어갔다.다행히 거리도 가까웠고 두 사람의 체력도 좋았다. 그래서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다만 그곳에 도착했을 때.한때 기세등등했던 유씨 가문의 고택은 이미 잡초가 무성했고, 이미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없어 황량해 보였다.성연과 그래함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혹시 채연 언니가 이사를 갔나요?” 의문이 든 성연이 물었다.유채연에 대한 그래함의 마음이 그렇게 깊다는 걸 알았다면, 성연이 이쪽의 움직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모르겠어.” 눈앞의 정경을 보자, 그래함의 표정이 아련해지는 것 같았다.결과가 반드시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기 전에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이미 황량하고 인적이 없는 이곳의 모습을 보자, 그래함의 마음속에는 한바탕 복잡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그래함의 표정을 본 성연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위로하고 싶은데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어.’‘지금 사형은 이미 이곳에 도착했어.’‘하지만 여전히 채연 언니를 생각하고 있어.’‘두 사람의 당시 감정이 꽤 깊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다만 나중에는 정말 유감스럽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지.’눈앞의 장면을 바라보던 성연의 뇌리에 갑자기 뭔가 생각이 번쩍였다.“사형, 우리 이 마을의 이장님한테 가 봐요. 이장님은 채연 언니의 소식을 알 거예요.”“맞아.” 그래함의 눈에 드디어 생기가 돌았다.“빨리 가 보자.” 그래함의 발걸음은 바빴다.그 뒤를 따르던 성연은 그래함의 절박한 모습을 보자 자기도
무진은 원래 성연과 함께 가려고 했다.그러나 안금여가 가로막고 나섰다.[성연이는 너무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어. 그리고 사형이 함께 있는데, 네가 끼어서 무슨 구경을 하겠다는 거야? 그럴 시간이 있으면 빨리 결혼 준비를 해.]무진은 그야말로 꿈속에서도 성연을 아내로 맞아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다.그러니 당연히 결혼식의 일부터 준비해야 했다.무진이 안금여와 전화 통화를 할 때 성연은 옆에서 듣고 있었다.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어.’‘결혼도 조만간의 일이야.’성연도 이번 결혼식을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옆에 있으면서 반박하지 않고 묵인함으로써 동의한 셈이다.성연이 들었다는 걸 아는 무진이 다가가서 볼에 뽀뽀를 했다.“그럼 너 혼자 가. 안전에 주의하고. 나는 집에서 기다릴게.”“알았어요.” 성연은 부끄러워하며 무진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성연도 자신이 그렇게 일찍 결과를 만들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이 모든 게 무진과 함께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자신도 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성연과 그래함이 시골로 가는 날, 무진은 여전히 집에서 성연의 물건을 정리해주었다.무진의 손에 든 가방을 받은 성연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안에... 뭐예요?”“세면용품에 옷도 몇 벌 있고 외투도 있어. 저쪽은 모두 산간 지역이니까 추울 수도 있어. 만약 무슨 의외의 사고가 생겨서 돌아오지 못한다면 이걸로 우선 아쉬운 대로 참아.” 무진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그러나 지금 자신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다.앞에 있는 물건들을 본 성연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우리는 잠깐 갈 뿐인데 어디에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해요? 그쪽에서 살 수 있어요.”“네가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을까 걱정돼.” 무진은 가방을 성연의 손에 밀어 넣었다.무진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성연은 가방을 건네받았다.“그래요, 알았어요.”무진은 줄곧 아주 주도면밀하게 고려했다. 지금 성연과 동반할 수 없게 되자, 잘 보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던 성연이 뭔가를 떠올리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여전히 채연 언니를 잊지 않았어요? 어쩐지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사형이 여자 친구 이야기도 하지 않더라니.”그래함은 속내를 들킨 듯이 우물쭈물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잠시 후에 성연이 비로소 말했다.“사형의 생각을 알겠어요. 괜찮아요.”“이틀만 있다가 가자.” 그래함의 심정은 사실 좀 불안했다.자신이 한결같이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이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그러나 결국 돌아가서 한 번 보려던 것이 이미 여러 해가 되었다.“그래요.” 성연이 대답했다.모처럼 그래함이 국내에 왔는데, 이 작은 소원을 성연이 어떻게 들어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리고 성연도 오랫동안 할머니를 보러 가지 않았기에 할머니를 뵈러 가야 했다.‘할머니는 나를 기대하시면서 잘 지내셨을 거야.’‘이제는 할머니에게 나는 확실히 잘 지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별장에서 돌아간 성연은 무진에게 이 일을 알려주었다.“시골 마을로 돌아간다고? 왜 갑자기 시골에 갈 생각을 했어?” 무진은 여전히 호텔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봐 걱정을 했다.‘지금은 정말 안전하지 않아.’‘시골 마을에 가면 불안정한 요소가 많아.’“그래요, 사형이 부탁한 건데 어쨌든 같이 가 봐야죠.” 성연은 이런 일을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좀 보자, 성연아. 네가 시골 마을에 있을 때 그래함도 너하고 함께 살았어?”무진이 물었다.‘알고 보니 그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구나.’‘그리고 이제서야 내가 이 일을 알게 된 거야.’성연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말하자면 길어요.”원래 당시 성연이 스승님 밑에서 배우고 있을 때 그래함도 있었다.스승님은 그래함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함으로써 해외 유학을 하고 사업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다만, 지금은 제자들이 하나같이 모두 이름을 날리게 되었지만, 스
무진이 며칠 동안 조사했지만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매일 자신이 직접 이 일의 진척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성연도 서한기에게 이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결코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는 않겠어.’지금은 누구라도 성연에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다.성연이 만약 계속 이렇게 있다면, 아마 그 사람들은 성연이 만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성연에게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정말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했다.만약 이번에 이로 인해서 정말로 그래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성연은 필연적으로 그 일당을 잡아내고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앞서 무진이 일을 처리하고 있어서 성연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성연이 이 일에 관여해야 했다.이 일을 수하에게 맡긴 뒤, 성연은 수시로 그래함과 함께 북성을 돌아다녔다.이제 그래함의 몸은 많이 좋아졌다.호텔에 있으면 또 비슷한 일이 생길까 봐 무진이 그래함에게 한적한 별장을 준비했다.그리고 하인 두 명을 뽑아서 보냈다.모두 우리 편이기에 마음 놓고 사람을 쓸 수 있었다.“사형, 아니면 사형이 국내로 돌아오세요. 여기는 사람도 많아서 우리도 자주 만날 수 있어요. 사형 혼자 외국에서 외톨이로 지내면서 고독하게 명절을 보내잖아요.” 성연은 그래함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그래함이 가까스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기에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성연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도 한마디 더 하자면성연도 사형들을 가족으로 여긴다는 것이다.“됐어, 나도 요 몇 년 동안 외국에 있으면서 익숙해졌어. 적응하지 못할 것도 없으니까 나 때문에 걱정하지 마.” 그래함은 성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그 동작은 다른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동생에 대한 오빠의 사랑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사형, 잘 생각해보세요.” 성연은 애교를 부렸다.“그래, 생각해 볼게. 넌 지금 강무진이 좋지 않아? 나보고 너희 훼방꾼이 되라는 거야?” 그래함이 성연을 놀렸
그래함은 모든 일의 과정을 자세히 돌이켜보았다.풀리지 않는 의혹이 가득한 표정이었다“나는 방금 이곳에 왔고 다른 사람과 원한도 없는데, 나한테 왜 이런 거지?”‘일부러 내 방으로 물건을 보낸 건 분명히 나를 해치려는 거야.’그래함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남에게 미움을 샀다면, 나는 방금 북성에 왔기에 불가능한 일이야.’성연도 일찌감치 이 문제를 생각했다.그래함이 문제를 제기한 이상 성연이 바로 말했다.“그자가 나를 목표로 했을 거예요. 독을 쓴 대상이 아마도 나였을 거예요. 다만 그때 내가 먹을 수 없었지요.”‘그때 성연이 정말 음식을 다 먹었다면 그 결과가 어땠을지는 상상할 수도 없어.’‘지금 그래함이 성연을 대신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야.’무진은 갑자기 당황스러웠다.‘지금 결국 누군가가 성연에게 독수를 썼어.’바로 옆을 보고 말했다.“손 비서, 사람을 보내서 그 대체되었다는 종업원을 추적해!”“예.” 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나갔다.그래함의 마음속에는 더욱 많은 의문이 들었다.“성연이는 줄곧 선량했고 또 의술을 익혀서 적지 않은 사람들을 도와주었어. 그런데 어떻게 그런 악랄한 인간들에게 미움을 살 수 있겠어?”그는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다 큰 남자인 나도 그 아픔을 견딜 수 없었는데, 여린 소녀인 성연은 더 말할 것도 없어.’무진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성연이 상처를 받은 것은 십중팔구 모두 나 때문이야.’‘만약 내 옆에 있지 않았다면, 성연이가 그렇게 많은 고생을 겪지는 않았을 거야.’‘성연을 잘 보호해야 했어.’무진이 자신 때문이라고 막 입을 열려고 했다.옆에 있던 성연이 바로 말했다.“사형, 이 일은 얘기하자면 길어요. 다음에 다시 사형에게 얘기해 줄게요. 때로는 사형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도 귀찮은 일이 찾아오는 법이지요.”성연은 이런 것들이 모두 무진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모두 나쁜 마음을 품은 그 인간들이 소란을 피웠을 뿐이야.’“네 말도 맞지만, 이런 일은
집에 돌아온 성연은 약재를 가지고 황급히 해독약을 조제했다.다 만든 뒤에 바로 그래함에게 보냈다.“사형, 이건 해독환이에요. 빨리 먹어요.”그래함이 바로 해독환을 먹자 작용도 빨랐다. 그래함의 배는 곧 아프지 않게 되었고 안색도 많이 좋아졌다.“괜찮아요? 사형?” 성연은 시종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그래함이 위로하며 말했다.“네 약이 아주 효과가 있네. 지금은 이미 많이 좋아졌어.”“그럼 됐어요.” 성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혹시 그래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워서, 오는 도중에 성연의 마음은 시종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아무 일도 안 생겼으니 그나마 다행이야.’이때 무진도 병원에 도착해서 그래함에게 조사 결과를 알려주었다.“원래의 종업원이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매수되었을 겁니다. 제가 지배인으로부터 전화번호를 받고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연락을 할 수 없었습니다.”무진은 눈썹을 찌푸렸다.대신한 사람에 관해서도 어떤 소식도 찾을 수 없었다.누가 자신의 눈앞에서 소란을 피웠다고 생각하니 무진은 정말 화가 났다.“강 대표님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그래함도 이런 일은 성연과 무진이 바라던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닙니다. 총재님의 몸은 좀 어떻습니까?” 무진도 걱정이 되었다.그래함은 성연에게 있어서 당연히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성연이가 방금 약을 가져와서 지금은 이미 많이 좋아졌습니다. 강 대표님께 걱정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그래함의 손에는 아직 링거가 꼽혀 있었다.병원의 약효는 성연 자신이 배합한 약보다 못했다.효과도 느렸다.성연의 약이 있어서 그래함의 몸은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었다.“별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물었다“제가 배후에 있는 자를 잡아낼 테니, 그 점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만약 이런 작은 일도 잘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래함 그들도 틀림없이 내가 성연이를 잘 보호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거야.’“저는 걱정하지
성연이 바로 119에 전화를 걸어서 그래함을 긴급히 병원으로 호송했다.그리고 남아서 현장에 남겨진 증거들을 수집한 성연은 무진에게 전화를 해서 알려주었다.무진은 서류들을 다 처리하고 마침 호텔 방향으로 달려오던 중이었다.‘이런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어.’무진이 운전기사에게 다급하게 지시했다.“빨리 가자!”조수석에 앉아 있던 손건호도 무진의 초조한 말투를 듣고 물었다.“보스,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그래함에게 사고가 생겼어. 서둘러.” 무진은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손건호도 그래함 이 사람의 중요성을 알기에 눈썹을 찌푸리면서 표정이 굳어졌다.곧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성연이 뛰어나와서 무진에게 말했다.“음식에 독이 있었어요. 무진 씨가 여기를 조사해 보세요. 난 돌아가서 물건을 좀 가져올게요.”급하게 나온 성연은 몸에 다른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방금 그래함에게 은침을 놓아서 독소의 확산을 어느 정도는 억제했다.그러나 그래함의 독은 일반적인 독이 아니라서 반드시 성연이 돌아가서 조제해야 했다.병원이라고 반드시 잘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무진은 성연이 무엇을 하러 가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건호와 함께 들어갔다.호텔의 지배인이 이미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여기서 큰 인물에게 사고가 생겼다는 말에 지배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그는 정말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지배인 앞으로 다가간 무진이 바로 노여워하며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당신네 호텔 음식에 누가 독을 넣었어요?”지배인은 정말 억울했다.무진의 앞에 선 채 땀도 감히 닦지 못했다.“강 대표님, 저희 음식은 모두 겹겹이 점검해서 깨끗하지 못하거나 누가 독을 넣는 상황은 생길 수 없습니다.”“손 비서, 가서 물건을 가져와.” 무진이 지시했다.손건호는 무진의 말 뜻을 알아차렸다.바로 그래함의 방으로 가서 그 음식들을 모두 가져왔다.그리고 검사를 담당하는 의사도 왔다. 음
성연은 잠시 눈썹을 찌푸렸지만 물을 좀 마시자 많이 좋아졌다.가슴에서 솟구치던 메스꺼움도 이렇게 내려갔다.그러나 앞에 있는 음식에는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그래서 성연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괜찮아요. 방금 너무 많이 먹었나 봐요.”그래함이 휴지를 주면서 말했다.“괜찮아. 불편하면 억지로 먹지 마. 나 혼자 먹으면 돼.”“그래요, 옆에서 과일이나 좀 먹으면서 기다릴게요.” 성연도 자신이 왜 이런지 의아했다.이전에는 이런 상황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곧 개의치 않았다. 이런 불편한 느낌은 포도를 먹자 많이 완화되었다.그래함은 혼자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아주 깔끔하게 먹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했다.성연은 정말 아쉬워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내 주변의 사형들은 모두 최고의 남자들이야.’‘내게 절친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최고인 사형들을 다른 여자들이 채 가는 걸 걱정하지 않았을 거야.’성연은 아쉬운 표정이었다.그래도 다행히 성연이 주문한 음식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식량 낭비를 피하기 위해서 그래함은 앞에 있는 음식들을 모두 깨끗하게 먹었다.성연이 때맞춰서 그래함에게 물 한 잔을 꺼냈다.“사형, 물 드세요.”그래함이 물컵을 받으며 말했다.“너는 정말 철이 들었어”성연은 다소 불복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당연하지요. 나는 지금 성인인데요, 그렇죠? 사형들은 나를 어린애로 보지 말아요.”“너 근데 애잖아?” 그래함이 성연을 놀렸다.그래함의 눈에 성연은 줄곧 자신이 보살펴야 할 여동생이었다.“나야말로 아니거든요. 난 결혼도 할 건데요.” 성연이 불만스럽게 반박했다.그래함이 감탄하면서 말했다.“맞아,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네.”“빨리 사형을 받아줄 사람을 찾아요. 혼자는 외롭잖아요.” 성연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래함이 막 대답하려고 하는데 배에서 따끔따끔한 통증이 밀려왔다.이 통증은 너무 심해서 그래함처럼 인내심이 좋은 사람조차 허리를 굽힐 정도로 아팠다.심
무진은 그래함에게 로얄 스위트룸을 마련해 주었다.안에는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었고 그래함은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었다.그래함과 밥을 먹은 후, 무진은 아직 처리해야 할 급한 서류가 남아 있었다.성연을 남겨두고서 회사에 갔다가 다시 오겠다고 했다.성연은 그래함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무릎 위에 땅콩 한 봉지를 놓고 먹으면서 아주 쾌적한 모습이었다.그리고 그래함의 앞에는 뜨거운 김이 나는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왜 강무진을 선택했어?”“사형,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 또 물어봐요?” 성연은 그래함이 일부러 이렇게 물었다고 느꼈다.“난 잘 모르겠어. 네 마음속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야.” 그래함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고 장난도 심한 데다가 애교도 잘 부려서, 거의 아무도 굴복시킬 수 없었지.’‘엄격한 고학중 사부님조차도 성연이를 대하면서 총애할 수밖에 없었어.’‘성연이가 우리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결혼하는 사람일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인연이 오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잖아요.” 성연은 어깨를 으쓱거릴 수밖에 없었다.“말도 안 돼.” 그래함은 담소하면서 성연의 말을 믿지 않았다.사실 성연 자신도 무진과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잘 몰랐다.애초에 두 사람이 상대방에게 접근했을 때 목적은 모두 단순하지 않았다.나중에 두 사람이 서로 보살피고 고백하면서 성연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성연은 이렇게 발동이 늦게 걸리는 사람이다.무진만 성연을 원하면서 인내심 있게 성연이 깨닫기를 기다렸을 뿐이다.무진의 성연에 대한 이 인내심만으로도 성연은 완전히 마음이 기울었다.“사형, 정말로, 감정 이런 일은 인연에 달려 있어요.” 성연은 자신의 생각에 어떤 문제도 없다고 느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함의 시선은 어딘가 아련해 보였다.마치 아주 먼 곳까지 날아가는 것 같았다.성연이 말한 인연이 있는 그곳...“그 얘기는 그만해요